여름철 작업시 질식재해 대비해야

지난 7월 21일 오후 2시경 구리시 토평동 한 양묘장에서 희망근로에 참여한 60대 2명이 고장난 펌프를 고치기 위해 4m 깊이의 밀폐된 집수장에 들어갔다가 질식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환기를 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이다. 인재가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면서 여름철의 대표적인 안전사고인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사고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최근 10년간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질식재해 사망자의 40% 이상이 7, 8월인 여름철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에 유난히 질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기온 상승과 집중호우로 인해 맨홀 등 밀폐 공간 안에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미생물 생체 1㎏이 섭씨 30도 부근에서 1시간에 소비하는 소비량은 사람의 몇 배로부터 최고 6천배이다. 이런 미생물이 존재하는 작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산소결핍증이나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흔히 질식재해는 맨홀이나 정화조, 저장 탱크 등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창문이 없는 옥탑방이나 지하계단실에서 문을 닫고 작업을 하다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질식사고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여름철이면 차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잠을 자다가 질식하여 사망했다는 뉴스를 종종 보게 된다. 또 얼마 전에는 가스온수기를 사용하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2명의 초등학생 배기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하기도 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 중에는 21%의 산소가 있는데 산소 농도가 18%미만이 되면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구토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산소농도가 10% 이하에서는 공기를 들어 마시자마자 실신하여 수 분 내에 호흡이 정지되고 사망할 수 있다. 이러한 질식사고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 또한 없어 경계심이 약해지기 쉽다. 또한 사고의 대부분이 사망사고에 이르는데다 사고를 당한 동료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 함께 사망하는 경우가 전체사고의 15%나 된다.

질식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환기이다. 작업공간에 환기를 통해 공기를 유입시켜 유해 가스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작업 전과 작업 중에는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수시로 측정해야 한다.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작업상황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여 밀폐 공간 외부에 배치하여야한다. 특히 동료 작업자가 질식해 쓰러질 경우 호흡용 보호구가 없으면 직접 구조하려 하지 말고 감독자나 전문기관에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섣부른 행동은 더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밀폐공간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산소농도측정기, 환기팬, 공기호흡기, 송기식마스크 등이다. 이러한 장비들은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또한 공단은 밀폐공간작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작업안전수칙, 사용해야 할 보호구 및 장비, 구조방법 및 응급처치 요령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밀폐공간 안전작업 프로그램’의 제공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이 밖에도 열사병, 피부질환, 각종 질병 등의 발생이 우려된다.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대충 하지 뭐’ 등의 안이한 생각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속에서 안전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질식사고 없는 안전한 여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창수 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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