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과 골목상권, 상생방안 찾아야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하면서 시작된 싸움이, 대기업과 중소 자영업자간의 갈등을 넘어 전 사업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개정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SSM 출점절차를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강화하고 주민설명회와 지자체의 사전승인 등을 출점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SSM 출점 규제안 마련에 나선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SSM 규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단 대형유통업체들이 여론을 감안해 출점을 자제하고 있고, ‘등록제’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형상으로는 SSM이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간접 규제에 밀려 사실상 전면 중단되고,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점조합은 이달 말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여는 교보문고를 상대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SSM 출점 논란이 촉발된 이후 유통 외 분야에서도 처음으로 사업조정 신청이 나온 것이다. 서점조합의 신청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된 사업조정 신청 건수는 지난달 17일 홈플러스 옥련점을 시작으로 2주간 총 16건에 달한다.

나아가 유통, 서점 분야에 이어 주유소, 베이커리, 정비소, 안경점 등 서비스업 전반에서 사업조정을 신청할 태세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상이 정해지는 대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중기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시장연합회, 안경사협회, 한국화훼협회, 한국화장품판매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한국주유협회, 한국제과협회, 한국미용사회 등 20여개 중소상공인 단체들도 전국소상공인단체협의회를 결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시장논리로만 본다면 문제 없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마트 시장을 포화상태로 만들어놓고,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건 문제다. 홈플러스, 롯데쇼핑, GS리테일의 이른바 ‘SSM빅3’의 점포수는 2년전보다 2배나 증가한 400여개에 달하고, 여기에다가 신세계의 이마트도 새로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규모를 외면한 채 ‘1위 규모’를 지키기 위한 자존심을 건 덩치 키우기에 치중하고 이제와서 골목시장까지 넘보는 건, 시장논리로는 문제가 없지만 대기업의 행동으로서는 옳지 않다.

반면 경쟁력 없는 점포를 소비자들의 정서에 호소하여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문제이다. 더구나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소비성향과, 자동차, 맞벌이 부부 등 생활패턴도 소상공인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이러다가는 원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사업조정제도’의 남발로, 오히려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나아가 소모성 싸움으로 인해 양측이 모두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극단적으로는 서비스 업계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더구나 정치권은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민간의 이해관계가 자율적으로 조정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이 나서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골목시장에 일정정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형백 성결대학교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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