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체육단체 출범에 따른 한국체육의 대전환

2016년 한국 체육의 최대 화두는 단연 체육단체 통합이다.지난해 3월 체육단체 통합을 다룬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체육단체 통합은 적지않은 진통 끝에 지난 3월 전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다루는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대한체육회’가 출범하면서 한국 체육은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체육단체 통합은 그동안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으로 이원화 됐던 것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우수선수의 발굴ㆍ육성을 위한 저변층이 확대되고,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과 일자리 창출 등의 선진국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또한 학교체육의 변화와 스포츠산업의 발달, 스포츠과학화, 장애인체육의 패러다임 전환 등 한국체육은 급변하는 시대 조류에 맞춰 새로운 물결을 타고 있다. 이에 창간 28주년을 맞아 변환기 한국체육의 현 주소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체육단체 통합 의미와 가치 체육 단체의 통합은 생활체육에 기반한 엘리트체육의 육성을 이뤄내는 선진국형 체육시스템의 도입을 의미한다. 엘리트 선수 육성의 전문체육과 국민체육인 생활체육 발전을 이끌어온 쌍두마차인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양분된 지 25년 만에 역사적인 통합을 이룬 것은 단순한 기구의 통합이 아니다.엘리트 체육인이 은퇴 후 생활체육으로 진출해 활동하고, 생활체육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배출하는 스포츠 저변과 인프라가 확대돼 ‘엘리트 체육-생활체육’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또한 양 단체의 통합은 이원화된 조직을 일원화해 예산, 인력, 행정력 낭비 방지 및 생산성 향상이라는 체육행정 효율성 제고 뿐 만이 아니라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기능적, 구조적 연계성 확보로 체육 선진국이라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체육구조와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 단체의 통합이 △종목의 저변확산을 통한 생활체육 참여율 제고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따른 은퇴선수 일자리 창출 △민간 스폰서십 유치ㆍ확대로 서비스 개선 및 체육단체의 재정자립도 제고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 학교체육의 변화와 스포츠클럽 활성화 생활체육 중심의 국민생활체육회와 엘리트체육을 담당해 온 대한체육회의 통합은 학교체육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그동안 엘리트 선수 육성으로 대변되던 학교체육은 지도자가 직접 체육 꿈나무를 발굴ㆍ육성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체육단체의 통합과 발맞춰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된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는 선진국형 스포츠클럽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체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이는 학교스포츠클럽을 확대 운영해 많은 학생에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기에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해 보다 상위급 스포츠클럽이나 학교운동부로 방향을 전환해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기존 학교운동부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선수 수급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고 재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해 육성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스포츠클럽의 대전환을 위해 교사중심으로 운영되던 스포츠클럽 활동을 학생중심으로 전환하고, 동아리 위주로 운영하던 방식 또한 학급 단위로 변경 하는 등 5대 확대 전략을 수립, 운영하고 있다.이 같은 전략 변화는 현재 도내 초ㆍ중ㆍ고생 70%가 참여하고 있는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기획 단계 부터 수혜자인 학생들이 중심이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학교 스포츠클럽의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활체육 참여 기회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측된다. ■ 체육 복지의 필요성 체육은 이제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 삶의 질과 연관된 ‘복지’ 개념의 사회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체육 복지의 수준이 높을 수록 선진국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체육복지 정책은 국민 전체보다는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위주로 펼쳐왔다. 하지만 이제 체육 복지정책은 다른 복지정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복지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정부의 체육정책과 체육복지 서비스의 법적 근거는 국민체육진흥법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제1항에서는 체육을 “운동경기·야외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고 여가를 선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 정책의 범위도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학교, 스포츠산업을 포괄하고 있다. 복지(welfare)란 일반적으로 행복한 삶,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삶의 질 향상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진정 행복한 삶은 지속적으로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 체육과 복지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체육복지란 국민이 신체활동을 통해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고 여가를 선용토록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황선학기자

“우린 자신있어요, 젊으니까요” 사상 최악 실업률, 청춘들의 아우성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돈 벌어야죠.” 자신이 원하는 일을 뒤로한 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취업’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자라나는 우리의 청년들. 말 그대로 안쓰럽다. 기성세대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문제를,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을 기성세대들의 탓으로 돌린다. 사실이고 미안한 현실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같은 문제를 밖으로 꺼내 놓치도 못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얘기할 시간이나 환경도 여의치 않다. 취업 전선에 나선 청년은 물론, 아직 ‘학교’라는 우산을 써 매서운 현실이라는 비를 피하고 있는 학생조차 이미 치열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청년실업률은 지난 1999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10.3%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들이 청년다움을 누리며 유지할 수 없는 가혹한 수치다. 본보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총탄없는 취업전쟁터에 나서 치열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미 현실에 젖어 한껏 치열한 청년들을 만나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에게서 도대체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물었고 다행히 소중한 시간을 내준 청년들은 모두 가감 없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 자신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청년들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교육과 각종 직업을 경험할 기회가 더욱 많이 제공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들은 자신이 맞서야 하는 현실, 그 현실을 이끌고 있는 기성세대들과 맞설 수 없어 꽉 닫고 있던 자신들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최주빈씨(23·수원대학교 정보미디어학과)는 “기성세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에는 분명히 직업의 귀천이 존재한다”며 “알게 모르게 가정과 학교에서 안정적이고 사회적 지휘도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학교치위생학과를 졸업해 간호사로의 길이 열렸는데도 자신의 꿈을 위해 승무원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민희씨(24·여)는 “우리나라는 취업의 문이 너무 좁다. 실패를 경험하고 싶어도 실패조차 경험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사회 전반에 취업과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전 같은 경험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오롯이 비판하며 책임을 돌리지만은 않았고, 현명하게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스스로 살아내야 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등의 현명함도 보였다. 권순석씨(28·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는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만들어져 있고 지금도 변화하는 중일 것으로 믿지만 그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당장 남들과 함께 발맞춰 이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소린씨(23·여·인천항만공사 인턴) 또한 “정부나 우리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이 사회가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지만, 내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엽·최성원기자

[꿈꾸는 청춘이 아름답다] 경기청년문화창작소 7개 청년창업단체를 만나다

“청년 창업가라면 정해진 이미지가 있어요. 도전, 실험, 열정, 패기, 꿈 등…. 청춘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예요.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무조건 실패하거든요. 한 마디로 쫄딱 망하죠.만약 그런 내용이라면 우리(청춘)에 대한 가식적인 기사일 뿐이죠.” 청년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 같다. 그래서 매력적이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청년 창업을 포장하는 ‘따위’의 글은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청년 창업단체 ‘투스텝스’의 대표 하석호(26)가 딱 그랬다. 그와 똑같은 청춘, 자그마치 11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였다. 감탄과 걱정이 뒤섞인 좌충우돌 인터뷰 끝, 다행히 기사의 주제는 바뀌지 않았다. 도전하는 청춘은 진정 눈부셨다. 청년 창업가들을 소개합니다 도전하는 청춘들을 만난 곳은 ‘경기상상캠퍼스’(수원시 서둔동)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최근 13년 이상 방치된 채 폐허가 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을 문화예술창조공간으로 재생, 개방했다.경기상상캠퍼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건 이 곳에는 기존 농원예학관을 리모델링한 ‘경기문화창작소’가 있다. 해당 건물의 3층은 일명 ‘청년창직실험랩’이다. 청년들의 신선하고 문화예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는 창직(創職) 실험과 그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경기문화재단은 공간 리모델링이 한창일 때 경기도와 서울 등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청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해당 공간에 대한 설명회와 워크숍, 세미나, 내부 심사 등을 통해 입주 단체를 선정했다. 그 결과, 다양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로 창업한 8개 청년 단체들이 입주했다. 주인공(입주 단체)은 ‘사만키로미터’, ‘스토리앤트래블’, ‘양반김’, ‘6기역’, ‘워터드롭’, ‘칠링’, ‘투스텝스’ 등이다. 이 중 자전거문화살롱을 제외한 7개 단체의 대표와 팀원들을 만났다. 최연소 22세부터 35세의 연장자(?)까지, 한 자리에 모으고 나니 지문마냥 하는 일이 모두 다르다. 전공도, 창업 계기도, 꿈꾸는 미래 등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이라면 무모한 혹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에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온 몸으로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Tip 1. 가위바위보와 여행까지, 운명은 내가 만든다! 무슨 배짱일까. 투스텝스는 창업 아이템을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2년 전)돈 벌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3D프린터, 무인자동차, VR 까지 세 가지를 생각했어요. 저희 팀원이 3명이에요. 한 사람당 한 개 아이템, 딱 맞잖아요.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 아이템으로 창업하기로 했죠. 제가 3D프린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겼어요.(웃음)”(하석호 대표) 웃어야 할지, 믿어도 될지, 투스텝스의 시작은 이랬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투스텝스의 팀원들은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동아리였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맹모삼천지교 프로젝트’였다.자녀의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교 근처로 집을 옮기는 것에서 착안, 현실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어려운 제약을 극복하고 명문대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1대 1로 연결해 함께 노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금융 기업이 선정하는 대학우수동아리로 상금도 받을 만큼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동아리 회원은 점차 늘어 40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접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퍼트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을 크게 벌리려니 자본이 필요했어요.입찰에 응하려니 법인이어야 하고,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월급을 줘야 하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게다가 돈 없는 저희 같은 사람들의 도움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돈 한 번 벌어보자고 마음 먹었죠.” 그렇게 돈 벌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것이 3D프린터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하 대표를 비롯해 팀원 모두 인문계열 전공자라는 사실. 이들은 창업 아이템 선정 후 2년 동안 3D 프린터를 파고 들었다. 여기에 그들의 장기(長技)였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과 대상층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접목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투스텝스의 탄생과 성장기다. 낯선 길에 나섰다가 새로운 길을 선택한 청년 창업가도 있다. ‘사만키로미터’와 ‘워터드롭’이다. 지구 한 바퀴의 거리를 의미하는 사만키로미터는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단체다. 현재 사진을 전공한 오린지(27ㆍ여)가 사진과 기획을 담당하고 에디터와 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등 3명이 함께한다. 창업 구상은 오 대표가 대학 졸업 후 두달 동안 떠난 인도와 네팔 여행에서 이뤄졌다. “장기여행자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재미있어서 가제로 ‘장기여행자’라는 책을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진짜 창간호를 냈어요.” 그들은 버젓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 이후 사만키로미터의 일원으로 2014년 12월 단행본과 잡지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무크지 형식의 창간호를 발간, 이듬해 3권을 더 출간했다. 출판물 속 여행 사진과 글을 전시하고 북마켓에 참여하는 등의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여행으로 인생 항로를 확 바꾼 또 다른 이는 ‘워터드롭’의 대표 허강영(28)이다. 경영학 전공자인 그 역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3개월 장기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바리스타가 됐다. “여행을 더 하고 싶어서 현지 카페에서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가 영국 테이트모던(현대미술관)의 카페에서도 했는데, 커피와 미술작품의 융합 가능성을 확인했죠.” 커피는 책, 미술품, 음악과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그 두 가지를 하나로 융합한 상품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커피를 파는 곳에서 책을 읽는, 커피를 파는 곳에서 미술품을 전시하는, 커피를 파는 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등의 결합이 전부다.한국으로 돌아온 허씨는 커피와 문화예술의 적극적인 융합을 시도,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내놓았다. 온오프라인 대학생 예술가들의 작품 경매를 주최, 커피 판매 수익금 일부로 낙찰받은 작품은 커피숍 내 전시, 작품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드립커피 판매 및 포장지 생산 등의 방식이다. 커피와 미술품을 결합한 브랜드화, 고급화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이렇게 청춘은 가위바위보 게임, 수다, 해외여행, 아르바이트 등에서 마주한 아이디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현실화하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 중이었다.#Tip 2.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일단 저지르자!문화행사 기획을 주로 하는 ‘6기역’의 팀원은 건축과 경제를 전공하는 대학생 3명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세 사람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 끝에, 지난해 9월 비영리단체를 결성했다.“셋이 대화하는 데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고 수원에 사는데 정작 삶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지더라고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거창하지만 내가 살고, 내가 학교 다니는 이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당시 학교 근처 수원의 한 마을에서 지역 축제 프로그램을 공모하더라고요. 선정돼 마을을 생각해 보는 전시 프로젝트와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고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어요.”(류제헌 대표25)일종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뜻을 모은 6기역은 시기에 맞춰 프로젝트성 행사를 기획 진행한다. 한글날에는 외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예로 이름쓰고 낙관을 찍는, 할로윈에는 장화홍련 등 사연 많은 우리나라 귀신들을 콘셉트로 한 파티를 각각 선보였다. 올 초부터는 장기 프로젝트로 수원시 관련 홍보물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로부터 지원받은 장비와 자비를 투입, 현재 촬영본 편집이 한창이다.6기역의 팀원이자 경제학을 전공 중인 김경민(25ㆍ여)은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면서 “훗날 기업의 투자팀에서 근무할 생각인데 그 때 투자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이 모든 경험이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스토리앤트래블의 강우진(31) 대표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단 사표 제출을 감행한 주인공이다. 스토리앤트래블은 1인 창업기업으로,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콘텐츠로 활용한 투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사진을 전공하고 이를 살려 이미지 제작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던 그였다. 하지만 29세에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기존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치는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 낼수록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공유하고 싶었다고. 앞으로 가상체험(VR)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그는 “이제 시작한 지 1년인데 1인 기업이어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 늦기전에 ‘나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29살 때 과감하게 결심했고 어떻게든 결실을 볼 것”이라고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의지를 밝혔다.6기역과 스토리앤트래블, 이들은 다른 단체임에도 인터뷰 마무리 즈음에 같은 말을 전했다. “어차피 평생 직장은 없다. 하루라도 젊을 때, 할 수 있을 때 시작한 것에 후회는 없다. 겪은 것, 지금 하는 모든 것이 미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Tip 3. 잘 하는 것을 선택, 확신을 가져라!스트릿 의류 브랜드를 제작 출시한 ‘칠링’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정훈희(26), 수 년 동안 비보이 댄서로 활동해 온 이기욱(24)과 이재윤(24), 그리고 중국 유학생인 포토그래퍼 강장권(24) 등 총 4인이 함께 한다.춤 잘 추고 즐기던 칠링 멤버들은 댄스를 기반으로 한 스트릿 의류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직접 나섰다. 문제는 자본금은 물론, 원단 선택이나 공장 섭외 등 의류 제작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그냥 막 부딪혔어요. 일단 우리끼리 50만원씩 거둬서 자본금 마련하고, 댄서 입장에서 디자인하고, 공장 뚫고, 소량 생산해서 판매까지…. 적자도 흑자도 없어요. 번 것으로 맛있는 것 사먹고 또 신상품 준비하고….”이렇게만 들으면 철없는 청춘이라 치부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는 우아한 백조처럼 치열하게 뛰었다. 제작 의상을 스트릿댄스 행사에 스폰하고 유명 댄서들에게 제공하며 바이럴 마케팅을 유도했고, 일일이 만지고 만들면서 의상 제작의 전 과정을 온몸으로 익혔다.물론 아직 멀었다. 국내 론칭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스트릿 의류 브랜드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춤을 췄기 때문에 비보이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잘 알고, 실제로 좋아해요. 대학 졸업 전이니까 주변에서 ‘토익도 해야 하는데 뭐하는 거냐’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와는 다른 인생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라 신경쓰지 않아요. 확신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전 지금 이 길을 확신하거든요. 이제 버텨야죠.”(이기욱)자신의 선택을 확신하는 눈빛이 다부지다.매력적인 눈빛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진지함을 뿜어내는 주인공은 또 있다. 대중적 공예작품을 판매해 그 수익으로 순수예술작업을 벌여온 ‘양반김’이 그들이다. 설치작가 양정욱(35)과 시각작가 김남희(32ㆍ여)로 구성, 양씨와 김씨 성을 가진 두 예술가들이 수익을 반으로 가른다는 의미의 팀명을 내걸고 활동한 지 벌써 7년째다.새로운 창작 계기를 만드는 동시에, 순수 예술 작품을 하기 위한 안정적 수익과 창작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시작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상자, 나무 블록, 나무 로보트, 액세서리, 액자를 비롯한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 판매한다.“처음에는 순수예술 작업하고 전시할 수 있는 수입 원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가격도 높지 않았는데 스무 군데 넘게 입점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돈도 많이 벌었죠. 양반김 프로젝트 제품 제작일은 많아지면서 개인 작업은 오히려 줄어들었어요.그 때,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1년 동안 쉬면서 자신의 작업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제는 단골, 우리의 개인 작업 때문에 3개월 이상 제품 제작이 늦어져도 기다려주는 이들을 위해 제품을 제작해요.”(김남희)주객전도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한 두 예술가는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과 명분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은다.“예술가라고 ‘내 작품을 누군가 봐주겠지’하며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어요. 이제 예술가는 자기 작품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석구석 크게 이해하고 그 위에서 춤춰야 해요. 하고 싶은 작업을 하기 위해 원동력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좀 더 공격적인 자기 연출이 필수죠.”(양정욱)“미래는 불안하다, 그러니 지금을 즐겨라!”한 자리에서 마주한 인터뷰이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말했지만, 마치 하나같았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기획한 청춘인 만큼 마치 예술가처럼 기발했고 자유로워보였다. 도전에 따른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아낌없었다. 그들의 동시대 ‘동료’를 향한 청춘들의 솔직담백한 당부를 옮긴다.“독립출판물로 생업을 이어가긴 어렵다. 다음 책 만들기도 힘들다. 전자책도 생각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인데 오래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버티는 게 답이다. 버티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사만키로미터 오린지)“더 이상 들어갈 자리 없는 커피 시장이라지만 거꾸로 순환하고 있다고 본다. 수익 때문에 주말이면 다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미술품과 커피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승부하겠다. (다른 청춘들도)현실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몰입하면 갇혀 있는 곳에서 나올 수 있다.”(워터드롭 허강영)“비영리단체로 수익 창출보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자산 확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언젠가 전공 살려서 각기 다른 곳에서 근무하겠지만 지금 함께 쌓는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생을 실험하는 중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 즐거운지….”(6기역 김경민)“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대량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본이 필요하다. 펀딩 종류와 방식을 고민 중이다. 힘드냐고? 힘든 것 없다. 심각할 것도 없다. 얻은 것도 없지만 잃은 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칠링 정훈희)“세상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탓하는 데 에너지를 쓸 시간에 어떻게 눈에 띌까 고민했다. 기회는 따로 없다. 항상 좋은 기회다. 크게 많이 봐야 한다.”(양반김 양정욱)“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지금은 시작했으니 결실을 봐야한다는 생각 뿐이다. 1인 기업이지만 도와주시는 분들이 참 많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작이었지만 사람이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그 전에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에 오히려 감사하다.”(스토리앤트래블 강우진)“여기 있는 청년창업가들이 대충 말하는 것 같지만 정말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부터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도전과 열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모두 구체적으로 꿈꾸고 미래를 그린다.”(투스텝스 하석호) 류설아 손의연기자사진=오승현기자

[청춘들의 아우성] “취업대란, 미래 생각할 틈도 없는 주입식 교육이 문제”

대한민국 청년실업 문제는 현재 최악의 수준이다.올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지난 1999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10.3%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각각 7.9%와 9.5%를 기록한 실업률은 지난해 10.2%로 두 자리 수를 돌파했다.그동안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멈출 줄 모르고 곤두박질 치고 있다.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경제난과 글로벌 경기 위축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청년들은 정부의 정책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저임금과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고용대책을 통해 취업한 일자리 중 비정규직이 4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150만 원 이하의 저임금 근로자가 40.1%에 달한다.‘청년이 미래’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질 낮은 조건의 일자리와 적은 임금이 현실이다. 본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청년실업에 대해 취업을 앞둔 대학생 등 8명의 청년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취업이란 대체 무엇인가? ‘취업대란’이 청년들에게 왜 이렇게 큰 고민일까. △권순석= 취업은 나만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자신의 의지는 없었다.특히 한국은 더 그렇다. 대학이 거의 의무교육처럼 당연시되는 문화다. 취업 자체는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리던 살리지 못하던 그 어떤 직업을 갖는다는, 진짜 내 인생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장으로, 직업으로 가지려 한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즐기다 보니 대성하는 사람이 나오고,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다 보니 더욱 빈곤이 몰려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한 청춘들의 도전은 미국 쪽이 훨씬 멋져 보인다. 취업은 내가 청년의 이름표를 떼고 청장년으로 중장년으로 성장해갈 때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순간으로 정의하고 싶다. △최주빈= 최소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돈이 있어야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다. 생계유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취업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집안 사정에 따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드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가 아니라면 그보다 훨씬 많은 청년이 돈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재열= 초등학교 1~6학년 때 우주를 좋아해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하지만, IMF로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마음 속에 안정적인 직장과 사회적 지휘를 원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금 꿈을 꾸게 된 것이 바로 공무원이었다. 앞서 2명이 공통된 의견을 보인 바와 같이 직업은 말 그대로 내 삶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나는 그나마 첫 번째 꿈을 접고 두 번째로 원하는 직업을 갖게 돼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김민희=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대한 환상이 남달리 컸던 것 같다. 누가 타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조금씩 커가면서 승무원이라는 직업도 알게 됐다. 그런 승무원이 꼭 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부끄러워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도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는 등 내 미래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렇게 꿈만 가진 채 대학을 마쳤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꿈은 아니었지만, 치위생사를 목표로 대학생활을 했다. 3학년까지 취업 걱정도 없어 너무 좋았다.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가 국문학과임에도 승무원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전공과 무관하게 마음먹으면 다른 직업도 꿈꿀 수 있는데 잊고 살았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울타리 안에 갇혀만 있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그래서 늦게나마 동경의 대상이었던 승무원을 준비 중이다. 결국, 취업은 앞으로의 내 인생을 책임져줄 만한 경제력을 뒷받침하면서도 좋아하는 우선순위를 앞세운 것이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게 현실인 것 같다. △모지은= 대학교 1학년생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을 목표로 했는데 다 떨어져서, 부모님과 갈등을 빚고 공무원 준비를 했다. 역시나 내 뜻이 아니다 보니 잡생각이 많아졌다. ‘왜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관세직에 대해 그나마 관심이 좀 생겨서 무역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수능을 다시 보고 대학을 가게 됐다. 아직 1학년인 관계로 취업에 대해 뚜렷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꿈을 꾸고 싶다. 아직은 꿈만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바를 취업으로 연결해 앞으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게 지금 꿈이며, 그게 곧 취업과도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김형진= 게임 개발자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 그래서 대학 학과도 정보미디어과를 선택했다. 원하는 직업군이랑 딱 맞긴 하지만, 막상 배우고 보니까 사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맞는데, 잘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공부는 하고 있지만, 수학교사나 경찰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로를 고민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물론 선배나 부모님의 의견은 경제적인 이유로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취업이란 게 내게는 그저 먹고 살거리를 걱정하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마셔야만 하는 고배인 것 같다. △최주빈= 어렸을 땐 하고 싶은 일이 가장 좋은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취업을 할 나이가 되다 보니 스스로 세상과 타협하게 되고, 결국 생각이 바뀐 것 같다. 사회적 지위나 꾸준한 수입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지금 결정한 것은 이 사회가 바라볼 때 부끄럼 없는 직업,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직업을 갖고 해당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 등을 병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도저히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그림 그리기는 현실에서 아무리 재능과 맞물린다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적어 그나마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우선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박소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안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인턴 경험을 해보니 평생 이어가려면 적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하는 데에 대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결국, 취업에 대한 개념은 나와 미래의 나를 잇는 가교라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다르다.저 같은 경우는 원하는 학과를 보고 대학을 결정했고, 진로와 관련된 공부와 캠프 등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전공도 살리기 위해 직업군을 선택해 현재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공부하는 동안 즐거웠다. 성적에 맞춰 학교와 과를 선택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말이다.△윤여정= 막연히 대기업을 가고 싶었다. 수학 과목을 잘해서 일단 현재의 학과를 선택했지만, 오고 나서도 대기업에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어디를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 공부도 잘 안 되고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뭘 하면 좋을지 봉사활동을 비롯해 대외활동을 많이 해봤는데, 딱히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대학을 가기 위한 고등학교였고, 공대 역시 취업을 위한 학과인데, 결과적으로 취미와 생계도 별개다 보니 복잡하다. 여전히 전자 쪽 대기업을 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최악의 취업환경, 그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권순석= 한국은 체면을 너무 많이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3D라는 단어의 개념도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에서는 정말로 목숨이 달린 위험한 분야나, 몸에 해로울 정도의 더러운 환경을 3D로 분류한다. 자기만족보다 남들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윤여정= 공사장 일당 8만 원.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당수 청년은 몸이 힘든 부분에 미리 공포감을 갖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성공을 위해 공부만 하다 보니 힘든 일은 생각조차 못하는 교육환경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인 것 같다.△박소린= 기성세대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분명히 직업의 귀천이 존재한다. 알게 모르게 가정교육부터 학교교육까지 안정적이고 보란 듯이 내놓을 법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분위기를 조기 교육한다.△최주빈= 직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만 시키다 보니 대학은 일종의 자격,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 버렸고 이로 인해 남자는 26세, 여자는 24세부터 취업과 미래를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김민희= 부모님을 비롯해 어렸을 때부터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알아볼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반복적이며 주입식인 교육을 받고 어느새 성인이 돼버린다. 나와 내 미래를 위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나 외부에서 그나마 접해볼 수 있는 진로상담, 직업체험 등은 허물뿐이다.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모지은= 무조건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배워왔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기성세대의 생각과 사상 등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젊은이의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김형진= 판사가 되고 싶어도 국·영·수를 공부해야 하고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온갖 필요없는 학문까지 섭렵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 보니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문제해결 방법은.△김민희= 정부나 우리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나마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정재열= 경찰공무원 취업에 성공했고 만족하고 있다. 3년이나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내가 취업만 하면 내 주변이 모두 변할 줄 알았던 착각이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이미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취업은 어렵지만, 주변 환경을 십분 활용해 돌파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권순석= 우선 청년들 스스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청년들 스스로 바뀌면서도 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취업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청년들이 주로 하고 있는 쓸데없는 고민을 덜어줄 때, 우리 미래 즉 청년은 그만큼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모지은= 기성세대의 청년들에 대한 존재 인정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적 문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는 무조건적인 어른 공경과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우수한 민족이며,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억압하는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최주빈=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 어떤 회사든지 경력이 있는 신입을 원하는데, 초·중·고·대 모두 이론 학습을 위주로 교육이 이뤄져 있다. 이론은 가장 기본이 돼야 하겠지만, 실무·실습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박소린=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이다. 교육은 어찌 됐던 이뤄져야 하며, 그게 잘되고 있던 조금 잘못 이뤄지고 있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학교생활 안에서 작은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상하관계 등 다양한 간접경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교육조차 경제적 형편 등이 어려워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하고, 교육단계부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적어도 누구나 공평한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윤여정= 우리나라는 가진 게 인적 자원밖에 없다는 말을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교수님들한테도 자주 들어왔다. 인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들이 가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취업에 성공했거나 꿈을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는 참석자가 있는데,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정재열= 우리나라에는 수만 가지 직업이 있다고 한다. 나는 경찰공무원을 택했지만, 공무원만 하더라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전문분야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저것 취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다면 공무원을 꿈으로 갖고 공무원 분야에서 자신의 꿈과 가장 맞는 진로를 고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상당수 청년이 고민하는 ‘안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지나치질 못했고, 참견해야만 속이 풀렸다. 경찰관이 되기 전에도 112 신고를 수없이 했다. 결국, 경찰공무원을 택했고, 지금의 나 자신과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이루기 어렵다면, 어렵더라도 분야를 잘 골라 공무원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김민희=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이 바로, 취업의 문이 좁다는 것이다. 승무원이라는 제한적인 직업이 큰 이유일 수 있겠지만, 한 번 실패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하지만,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꿈을 위해 시간을 조금씩 투자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과감하게 나 자신을 믿고, 내 남은 길고 긴 미래를 위해 2~3년은 투자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꿈과 취업이 연결돼 20~30년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면, 두려움은 물론 고통과 시련을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인엽 최성원기자

[인천주권시대] 국제비즈니스, 지역경제 넘어 대한민국 미래 이끈다

인천시는 유정복 호(號)가 민선 6기에 내세운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 실현을 위해 투자유치 중심의 국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지속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내실을 키우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판단이다.또 인천시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양국간 경제교류에서 일정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인차이나 프로젝트 등 대중국 관련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마이스 산업 등 국제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특화도시, 인천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제비즈니스의 현주소와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동북아 투자 1번지… 영종·검단 청사진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을 위한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한 셈이다.사업을 추진하는 인스파이어 IR은 미국에서 다수의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인 MTGA와 국내 대기업 KCC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으로 이번 협약 체결로 세계적인 한국형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업무지구 내 267만 4천㎡ 부지에 앞으로 총 50억 달러를 투자해 단계별 개발사업을 추진한다.1단계로 약 1조 8천억 원을 투입해 105만 8천㎡ 면적에 6성급 최고급 호텔과 패밀리호텔 등 1천350실 규모의 숙박시설, 국내 최대 규모의 1만 5천 석 규모의 전문공연 아레나시설, 각종 테마파크 및 컨벤션, 외국인 전용카지노 시설 등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장 첫해에 30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신규 여객 창출이 예상된다. 또 1만 5천 명 규모의 직접고용 효과와 연간 6조 원 상당의 관광수입 창출, 30년간 10조 원 수준의 세수 효과 등 지역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천시는 지지부진한 검단새빛도시 개발사업의 출구전략으로 중동자본을 유치해 비즈니스·인큐베이션·에듀케이션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검단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투자자들이 코리아 스마트시티 유한회사로 SPC를 설립했으며,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카서 플러스 컴퍼니(McARTHUR+Company)’를 선정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현재 본격적인 토지가격 협상이 시작돼 오는 22일 후속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며, 이후에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시는 서구 경서동 수도권매립지에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사업부지 총 46만 7천㎡에 쇼핑과 관광을 위한 다양한 시설물이 들어설 계획이며, 투자 규모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미화 2억 달러를 포함해 한화로 약 1조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시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세계적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인천시청에서 스태츠칩팩코리아(대표이사 김원규)와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박완수)가 글로벌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부지면적은 약 12만 7천㎡으로 축구장 17개 규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공사를 시작해 올해 부분 준공하고, 2017년 최종 완공 예정이다.증설투자와 관련해 2억 달러의 FDI를 신고했고, 현재 1억 3천300만 달러가 도착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투자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산업 육성에 인천의 미래가 달렸다는 신념으로 기업유치에 매진하고 있다”며 “인천에 더 많은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가동 중인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GCF·WB… 국제기구 유치 러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올해 안에 14번째 국제기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6월 2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인천시와 행정자치부, 유엔 3자 간 ‘유엔 거버넌스 센터 운영에 관한 약정’을 체결했다.유엔 거버넌스 센터는 2006년 9월 대한민국에 설립된 최초의 유엔본부 산하기관으로, 회원국의 행정 및 공공분야 역량 강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동안 서울에 있었으나 사업 규모와 인력 확대 계획에 따라 3자 간 협의를 통해 송도로 이전을 추진해 왔다. 올해 안으로 인천 이전이 이뤄질 전망이며, 국제기구가 집적된 송도 G 타워에 둥지를 틀게 된다.인천시는 2006년 UNESCAP 산하 UNAPCICT 설립 이후 10년간 UNESCAP 동북아사무소, GCF 사무국, World Bank 한국사무소 등 13개 국제기구를 유치했으며, 유엔 거버넌스센터가 인천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천에 소재한 14번째 국제기구가 된다. 시는 지난 2014년 인천국제기구협의체를 발족하고, 9개 국제기구와 함께 정기적으로 주요 사업 공유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지역사회 공헌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제기구 특화도시 조성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대중국 전진기지 ‘인차이나 프로젝트’ 큰 그림 인천과 중국 간 경제·문화·관광·교육분야 교류 확대의 발판이 될 ‘인-차이나 프로젝트(In-China Project)가 본격 가동 중이다. 인천시는 대중국 경제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중 관계 교류 비즈니스 이니셔티브 선점을 위해 전국 최초로 중국협력담당관실을 설치해 적극적인 대중국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인차이나 프로젝트는 인천이 대중국 전진기지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방안을 도출해 ‘인천 안의 중국’ 시대라는 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중국 교류·비즈니스 기반 구축, 중국 소비·내수 시장 선점, 상호 교류협력체계 강화 등 3대 분야 6대 전략 25개 사업으로 나누어 추진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차이나 포럼을 통해 대중국 어젠다를 지속 발굴하고, 인차이나 프로젝트 단위사업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와 자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며 “이를 기반으로 인천과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고, 인차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과의 교류 협력 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면 본격적인 인천 안의 중국시대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 고부가가치 MICE 산업 최적화 역점 MICE 산업은 인천시 8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천 대표산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의 탁월한 접근성부터 2018년 완공 예정인 송도컨벤시아 2단계 조성, 영종도 복합리조트 집적화, 13개 국제기구까지 MICE 도시로서의 인천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특히 송도국제도시는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6개 특급호텔, 국제회의 참가자가 원하는 쇼핑, 먹거리, 관광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완비돼 있어 명실상부한 MICE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스 산업은 국제회의 55건 개최로 1천226억 원, 대형 인센티브 단체 유치 314억 원 등 총 1천54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냈다. 올해 5월에는 아시아 미디어 서밋, SK 텔레콤 오픈 KPGA, 6월에는 Korea MICE EXPO, 국제해양·안전장비 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는 전략적으로 스포츠 마이스와 지역특화 전시산업을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 인센티브관광 분야에선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중화권 관광객인 ‘아오란 그룹 6천 명 인천방문 행사’를 유치해 기업회의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앞으로 SK 텔레콤 KLPGA 등 스포츠 마이스와 지역특화 전시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MICE 산업을 활성화하고 MICE 개최지로서의 이점을 더욱 개발해 인천 마이스 산업을 2020년까지 아시아 TOP 10에 진입시키겠다”고 밝혔다.정민교기자 사진=장용준기자·인천시 제공

[인천주권시대] 인천항, 더 넓고 깊은 바다로…

인천항이 진화하고 있다. 인천은 지난해 6월 1일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이 우선 개장하면서 세계적인 항만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3월에는 두 번째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TOC)인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이 부두를 개장했다. 이로써 인천항 130여 년 역사에서 본격적으로 컨테이너 전용항만인 인천 신항 시대가 열렸다. ■ 미래성장 ‘강력 엔진’ 신항 계획부터 건설까지 총 9년이 걸린 인천 신항은 운영 1년여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인천 신항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교역 증가, 선박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는 한편, 미주·유럽 등 원양항로 개설을 겨냥해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로 설계됐다. 인천 신항 중 SNCT는 지난해 6월 총 부두길이 800m 가운데 410m를 우선 개장했다. SNCT는 인천항 최초로 야드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년 초 SNCT 2단계가 개장하면 연간처리능력은 현재 70만TEU에서 120만TEU로 1.5배 이상 늘어난다. HJIT는 부두길이 800m, 3개 선석과 안벽크레인, 자동야드크레인 등 130여 대 장비를 운영한다. 연간처리능력은 최대 120만TEU에 달한다. 항로 수심이 18m인 HJIT는 특히 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1만 2천TEU급 초대형 선박 접안이 가능한 터미널이다. 인천 신항 운영 1년 동안 인천항은 전반적으로 수치가 개선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인천항은 탄탄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올 들어(5월 말 기준) 전국 주요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0.3%, 세계 10대 항만의 실적이 -0.6% 감소했지만, 인천항은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천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23만 8천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3만 7천TEU보다 8.8%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상반기 물동량 중 최대치다.전체 물동량 가운데 수입 화물은 63만 8천31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 1천174TEU 늘었다. 수출은 58만 7천519TEU로 4만 9천480TEU 늘어났다. 환적 및 연안 물동량은 각각 7천220TEU, 4천800TEU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대(對) 중국 물동량(73만 2천953TEU)이 6.9%(4만 7천519TEU), 베트남 물동량(10만 5천182TEU)이 20.8%(1만 8천86TEU) 증가했다. 항만공사 측은 지난해 발효된 한·중 FTA와 한·베트남 FTA 영향으로 물동량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지역별로는 중국을 포함한 극동아시아 물동량(88만 7천602TEU)이 8.2%(6만 7천477TEU) 늘었고, 동남아 물동량(24만 4천966TEU)은 12.6%(2만 7천374TEU) 늘었다. 지난 4월에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월간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22만TEU를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벌크 물동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한 6천99만t(RT)로 조사됐다. 수입 물동량은 3천698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 수출 물동량은 592만t으로 0.8% 감소했다. 연안화물은 14.4% 증가했다. 특히 인천 신항이 선전하고 있다. SNCT는 과거 남항 선광인천컨테이너터미널(SICT)에서 처리하던 실적을 넘어서는 물동량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SICT의 월 평균 컨테이너 처리량은 3만 9천435TEU였으나 올 들어 SNCT의 월평균 처리량은 4만 7천831TEU로 증가했다. 올 3월18일 개장한 HJIT도 서서히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 운영 첫 달인 4월 1만 4천760TEU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올해 7월 인천항 물동량 성장 폭이 커 8월 초에는 150만TEU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인천 신항이 완전히 개장되는 만큼 인천항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신규 항로 개설 집중… 세계를 품에 인천 신항 개장 이후 SNCT 2개, HJIT 1개 등 3개 정기 컨테이너 노선 서비스가 생겼다. 남항 SICT, 내항 4부두 등 기존 터미널을 이용하던 노선을 더하면 현재 인천 신항에는 총 15개의 노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는 신항 개장과 함께 인천항의 오랜 과제였던 원양항로가 개설됐다는 점이다. SNCT 개장에 맞춰 지난해 6월 G6선대(현대상선)가 인천항과 미국 LA항·오클랜드항 등을 연결하는 미주항로 CC1 노선이 개설됐다. CC1은 지난해 월평균 4천366TEU의 물량을 처리한 데 이어 올 들어 월평균 5천364TEU를 처리할 정도로 물량이 늘었다.미국산 고철류, 종이류가 신항을 통해 들어오고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품도 콩, 오렌지, 건초, 육류까지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신항 인근에 LNG 냉열 이용 냉동냉장 클러스터를 완공하면 앞으로 신선식품, 냉동냉장 품목의 수입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인천항만공사는 또 신항 개장으로 터미널 간 서비스 경쟁이 촉발돼 기존 터미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SNCT 개장을 앞두고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9개의 새로운 컨테이너 노선 서비스가 개설돼 인천항의 서비스 연계망이 전보다 더 촘촘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천과 중동을 연결하는 바닷길이 새로 열렸다. 지난 6월 15일 세계 22위 컨테이너 선사인 이란 국영 이리슬(IRISL) 소속 5천100TEU급 컨테이너선 ‘토스카(TOUSKA)’호가 인천 신항에 입항했다.인천항과 두바이, 이란 등 중동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중장거리 항로가 개설된 것은 CC1 원양항로 이후 1년여 만이다. 항로는 이란(반다르 바스-아살루예)~중국(칭다오-톈진-다롄)~한국(인천-광양-부산)~중국(상하이)~두바이(제벨 알리)~이란(반다르 바스)이다. 인천항만공사 측은 “이리슬 측은 항로 개설 초기에는 기항 여건과 항만서비스를 확인·점검하면서 수출보다는 자국 내 수요가 높은 자동차부품 수입 물량을 우선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며 “이란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이 시작되면 건설 자재와 할랄푸드용 식자재, 미용·가전 및 생활용품 등 한국 상품이 인천항을 통해 이란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완전 개장 ‘새로운 도약’… 물동량 450만TEU 달성 목표 SNCT와 HJIT 등 신항의 2개 터미널은 현재 모두 부분 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SNCT는 내년 1월 1일, HJIT은 내년 11월께 2단계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완전 개장이 이뤄지면 2007년 인천 신항 사업 착수 10년 만에 직선거리 1.6㎞, 터미널 전체면적 96만㎡ 개발이 마무리된다. 인천 신항 개장 전의 인천항은 6.1m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TEU) 4천 개 정도를 싣는 선박까지만 수용할 수 있는 세계 60위권 항만이었다. 하지만, 인천 신항 개장 이후 인천항은 달라졌다. 우선 인천항은 올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치인 250만TEU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항만공사는 2025년 연간 물동량 450만TEU를 달성해 세계 30위권 항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인천 신항 완전 개장과 함께 항로 증심 16m 준설, 배후단지 조성,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크루즈 전용부두 건설 등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인천 신항은 인천항의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이라며 “인천 신항은 인천항을 더 넓고 깊은 바다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사진=장용준기자·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주권시대] 인천공항, 동북아 넘어 세계로…

개항 15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국제여객공항, 10대 환승공항, 매출액 5조 원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일영 사장은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15년간 빠른 성장을 일궈왔지만, 최근 운영상 미흡한 점이 드러나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공항운영 전문역량을 키워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하는 공항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 세계 여객·화물, 인천으로 모인다 인천공항은 지난달 24일 개항 이래 처음으로 일일 항공기 운항횟수가 1천 회를 돌파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누적여객 5억 명, 일일 여객 20만 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당시 항공기 운항횟수는 일일 평균 312회에 불과했다.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여객이 늘고, 항공산업이 발전하면서 연평균 7%씩 증가했다. 올해는 일일 평균 901회(6월 말 기준)로 늘어났으며, 성수기에는 지난해보다 여객이 26.5% 증가했다. 심야시간을 제외하면 1분에 1대꼴로 항공기가 이착륙한 셈이다. 일일 평균 운항횟수가 1천 회를 넘는 공항은 세계 14개국 30개 공항뿐이다. 소형 비행기 등 국내선 운항이 많은 미국공항을 제외하면 13개국 15개 공항만 운항횟수가 일일 평균 1천 회를 넘는다. 인천공항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안전한 공항으로 손꼽힌다. 항공사고는 통계적으로 70% 이상이 공항에서 발생한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와 활주로 등으로 이동할 때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인천공항은 국제기준을 웃도는 안전규정을 정해 세계 각국의 조종사로부터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은 세계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항행안전시설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인천공항은 앞으로 환승 연계망을 늘려 일일 평균 운항횟수를 1천 회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올해 항공회담을 거쳐 202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과의 신규 노선 개설, 단계적인 항공자유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여행 수요가 높은 이탈리아, 프랑스는 물론, 최근 경제 제재 해제로 교류 활성화가 예상되는 이란 등 잠재력이 높은 국가의 직항 노선을 개설하는 등 공급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폴란드항공 등 현재 인천공항에 취항하지 않는 외항사를 유치, 취항 항공사 수도 지난해 90개에서 2020년 110개까지 확대한다.항공사의 환승연결 기여도를 운수권 배분기준에 추가하고, 저비용항공사 환승상품 개발지원, 환승객 증대에 비례하는 환승인센티브 지급 등 환승객 유치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의 환승객(24시간 내)은 현재 742만 명에서 2020년에는 1천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또 하나의 날개… 제2여객터미널 공사 분주 인천공항은 현재 제2여객터미널을 짓는 3단계 공사로 분주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2017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4조 9천303억 원을 투입, 인천공항 3단계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3단계 건설이 끝나면 인천공항 수용규모는 현재 연간 5천400만 명보다 1천800만 명이 늘어난 7천200만 명으로 성장한다. 명실 공히 초대형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제2여객터미널의 가장 큰 특징은 최단시간·최단거리다. 여객터미널과 교통환승센터 거리가 50m밖에 되지 않아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수월하게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교통센터가 200m나 떨어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까운 거리다.정부종합청사도 교통센터와 바로 연결돼 있어 여객터미널~교통센터~정부종합청사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을 높였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정부종합청사로 가려면 영종자기부상열차나 버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 여객터미널 입출국 서비스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고속 수하물처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까지 환승객을 위한 자동여객수송시스템(IAT)을 구축해 이동 편의를 높인다. 자동 서비스도 확대된다. 셀프 탑승권 발권, 셀프 수하물 수속뿐만 아니라 자동출입국심사 서비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 이용객은 전자여권만 있으면 별도로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무인자동출입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여권과 지문인식 등을 거쳐 본인확인을 하면 10여 초면 출입국 심사를 끝낼 수 있다. 제2여객터미널로 가는 진입도로 확장도 진행 중이다. 인천대교나 인천공항고속도로 공항입구 분기점에서 터미널까지 차량으로 9분 내 도착할 수 있다. ■ 관광·문화·마이스·물류 어우러진 복합 허브도시 인천공항은 이제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2017년 4월부터는 카지노·호텔·컨벤션이 융합된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복합리조트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2020년부터는 제2국제업무지구에 1조 8천억 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들어선다.인천공항공사는 쇼핑과 관광을 접목한 환승관광상품을 개발해 2020년까지 72시간 환승객을 55만 명 이상 유치해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규 환적물동량 유치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조기업과 화물항공사의 아시아 지역 배송거점을 유치하고 동북아 제조거점이 위치한 중국의 우시 등 중소도시 공항과 협력해 화물노선을 개설, 신규 환적화물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환적화물 규모는 현재 연간 104만t에서 2020년 120만t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구·역직구 전자상거래, 신선화물 등 최근 급성장하는 항공물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직구·역직구 공동물류센터를 건설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신선화물 전용 처리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다. ■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1연패’ 위업 달성 인천공항은 올해 세계 최초로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11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아시아-태평양 최고 공항’과 ‘대형공항(여객 4천만 명 이상) 최고 공항’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처음 신설된 ‘지역/규모별(아태지역 내 대형공항) 최고 공항’ 부문에서도 1위를 하는 등 3개 분야에서 1등 상을 수상했다. 인천공항은 서비스 1위 공항이라는 명예를 이어가도록 출국시간, 주차 등 핵심서비스를 집중 개선하기로 했다.인천공항공사는 주차, 출입국 시간, 서비스 이용의 연결성 등 공항이용 과정 중에서 이용객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사항을 ‘공항 서비스 10대 지표’로 선정하고 세부 개선지표를 마련했다. 우선 교통분야는 2020년까지 주차시설을 현재 1만 8천대에서 3만 2천대로 1.7배 늘리고, 주차요금 하이패스·모바일앱 결제기능 도입, 주차위치 파악·주차대행 예약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있다. 출국수속 소요시간을 현재 43분에서 2020년 40분 이내로, 입국수속 소요시간도 27분에서 23분으로 단축한다. 공항 내 모바일 체크인존과 이동형 체크인 카운터를 도입하고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도 확충한다. 입국심사대도 현재 104개에서 158개로 늘리고, 수하물 수취대도 23대에서 33대로 늘린다. 김미경기자사진=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주권시대] 철도도시, 300만 시민의 발 종횡무진

“인천 전 지역 40분대와 인천~부산·광주 간 2시간대 철도 생활권 시대가 열립니다.” 인천은 지난 30일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철도 사통팔달 시대가 시작됐다. 인천의 남~북부 지역을 잇는 1호선에 이어 서~남동 지역을 연결하는 2호선 개통으로 명실상부한 철도 동서남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유정복 시장은 ‘교통주권 찾기’를 내세웠다. 인천지하철 1·2호선, 수인선 등 기존 철도망과 KTX 등 광역교통망을 연계해 ‘철도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인천철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300만 시민의 발이 편리한 인천’을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꿈과 그 실현 계획을 살펴본다. ■ 국가철도망 구축 사업 ‘청사진’… 인천이 뛴다 인천시는 최근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결과 발표와 관련해 최초, 최고의 철도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정복 시장의 후반기 시정목표인 ‘교통주권 찾기’의 시작이다. 인천은 1899년 노량진~인천 간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운행됐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운행 중인 자기부상철도까지 있어 최초와 최고가 공존하는 명실상부 철도도시다. 시는 지난해 도시철도망 구축 용역에 이어 철도망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인천지하철 1·2호선에 급행열차를 도입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GTX 인천노선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대안을 수립하는 등 인천중심 철도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인천철도의 과거 : 대한민국 최초 경인선 태동 역사적으로 인천은 우리나라 철도교통의 시작점이다. 1899년 인천 제물포와 노량진 구간 총 33.2㎞를 연결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됐다.이어 1937년에는 수인선이 개통됐다. 인천~시흥~안산~화성~수원을 연결하는 총연장 52㎞의 협궤선(레일간격이 일반 선로의 절반인 762㎜)인 수인선이 인천과 수원을 1시간 40분에 연결, 58년 동안 화물과 여객 수송을 담당했지만, 도로교통의 발달로 기능이 위축돼 지난 1995년 폐선됐다. 1974년 경인전철 개통으로 일반열차 운행은 중단되고 전동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또 서울역과 청량리를 잇는 서울지하철 1호선과 직결되면서 도시철도 시대가 도래했다. 1999년 동막에서 귤현까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인천지하철 1호선도 개통돼 지하철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는 등 대중교통체계가 보강됐다.2007년에는 우리나라 철도 109년사에 획을 그은 최초의 민자철도인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개통됐고, 2010년 2단계 구간인 김포공항~서울역 구간이 개통됐다. 지난해 2월부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부상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 인천철도의 현재 : 지하철 1·2·공항철도 수도권 접근성 UP 경인선은 서울시 구로역에서 인천역 간 총연장 27㎞의 복복선철도다. 1965년 1월에 동인천~주안 구간이, 9월에는 주안~영등포 구간이 복선 개통됐으며, 영등포~용산 간 및 용산~서울 간 복선공사는 1969년 6월과 9월에 각각 완성됐다.1974년 8월 수도권 전철화 계획으로 구로~인천 간 27㎞가 전철화됐다. 현재 경인선은 서울~인천을 잇는 대중 교통수단의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인전철은 모두 20개 역이 있으며 지난해 여객수송은 1억 7천518만 명이었다. 이는 일일 평균 48만 명에 해당한다. 폐선됐던 수인선 복선전철 1단계 구간(오이도~송도 L=13.1㎞)이 2012년 6월 개통됐고, 2단계 구간(송도~인천 L=7.3㎞)은 올해 2월 개통됐다. 특히 2단계 구간인 송도~인천 간 개통은 인천 전 구간이 43년 만에 현대화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내년 말 수인선 3단계 구간이 개통되고, 수인선을 활용한 ‘인천발 KTX’가 2021년에 운행하면, 인천 및 경기도 서남부 지역 650만 주민이 고속철도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로 민간자본을 투입해 건설된 인천공항철도는 2007년 3월 23일 1단계(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구간을 개통한 데 이어 2010년 12월 29일 서울역까지 전 구간을 개통해 현재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정거장 12개소) 58㎞ 구간이 운행 중이다.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20만 161명, 올해 5월 현재 누적수송인원은 3억 3천46만 7천314명이다. 서울 9호선 이용객의 공항 접근과 공항 이용객의 서울 진입 편의 제고를 위해 2020년부터는 서울지하철 9호선과 직결 운행될 예정이다.인천지하철 1호선은 계양구에 있는 계양역과 연수구에 있는 국제업무지구역을 잇는 거리 29.4㎞, 정거장 29개소, 소요시간 54분이 소요되는 도시철도노선이다.기존 인천시를 동서로 가로질러 운행하던 경인선의 기능을 보완해 계양구와 연수구 등지에 건설된 신시가지에 철도 교통 노선을 제공하고자 인천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노선으로 운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인천시는 서울시, 부산시에 이어 지하철 2개 노선이 있는 도시가 됐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2조 1천839억 원을 투입해 서구에 있는 검단 오류역과 남동구 운연역을 잇는 도시철도노선(거리 29.2㎞, 정거장 27개소, 소요시간 48분)이다.그동안 인천시청에서 서구청까지 가는데 대략 1시간 30분 이상 걸렸지만,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30분으로 단축됐다.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서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의 접근성이 향상돼 큰 틀에서의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인천철도의 미래 : 서울 7호선 청라 연장 등 7개 노선 건설 박차 2021년부터는 인천~부산·광주 간 2시간대 생활권 시대가 열린다. ‘인천발 KTX 직결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시는 사업 조기 추진을 위해 중앙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로 인천시민의 숙원사업인 인천발 KTX 조성이 급물살을 탔다”며 “인천~부산·광주 간 꿈의 2시간대 생활권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예비타당성 확보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첫 단추를 잘 채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으로 정부의 예산편성뿐만 아니라 기본계획 수립·설계 및 공사 착수 등 사업추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져 인천발 KTX 실현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이 사업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확정·고시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데 이어 이번에 곧바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앞으로 기본계획 수립,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오는 2018년 시설공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내년 완공 예정인 수인선 어천역에서 경부고속철도까지 3.5㎞를 직접 연결하고 정거장 3개소(송도·초지·어천)를 설치한다. 2021년 개통을 목표로 총사업비 3천531억 원(전액 국비)이 투입된다. 또 인천시는 3개 노선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 GTX 사업이 조기에 착수될 수 있도록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2031년까지 총 5조 3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서울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등 7개 도시철도 노선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구상노선 7개와 신규 요구노선 8개 등 15개 노선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편익(B/C)이 0.7 이상을 충족한 7개 노선을 선정해 10년 단위 중장기계획인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추진한다.계획에 포함된 노선은 서울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인천 1호선 검단 연장, 인천 2호선 김포 연결, 대순환선 2호선 환선, 영종내부순환선(1단계), 송도내부순환선(1단계), 인천 2호선 시흥은계 연장 등 7개 노선이다. 인천시 철도망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철도기술연구원 민재홍 박사는 “현재 수인선 및 공항철도의 고속화, 인천지하철 1·2호선 급행화, GTX 등에 대한 효율성에 대한 검토와 향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는 인천시가 갖추고 있는 기존의 철도망과 광역교통망을 연결하는 것으로 이용자 편익, 환승 등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어 “인천중심의 철도망 구축으로 지역단절 해소를 넘어 타 지역과의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정민교기자사진=장용준기자·연합뉴스 제공

[꿈꾸는 청춘이 아름답다] 취업부터 자산형성까지… ‘청년 희망’ 키운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기 힘든 것을 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불안만 가득한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제는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 청년문제에 경기도 지자체가 나섰다. 도와 각 시·군에서는 청년층을 위한정책과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생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제적 지원부터 취업 지원 프로그램,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는 토크콘서트까지 그 형식과 내용도 다양하다.■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 운영하는 경기도 경기도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뉴딜사업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청년뉴딜사업은 도내 대학 재학생과 35세 미만 미취업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종합 취업지원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시행중으로 취업난 속에서도 매년 평균 75%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사업비 20억원을 투자해 대학생 맞춤형(명지대 등 30개대학), 특성화고 맞춤형, 기업수요 맞춤형(만 35세 미만 청년구직자) 등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6월 현재 전체 수료자 1천775명의 78.6%인 1천396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사업이 성과를 보이자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는 대학졸업자들이 단기간 교육을 통해 곧바로 취업할 수 있게 취업캠프를 신설했다. 이들은 취업캠프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등 단기 집중교육을 받은 뒤 1대 1 컨설팅을 통해 취업을 알선받고 취업 뒤에는 사후관리까지 받는다. 사업참여자는 1천600명(대학 1천100명, 특성화고 500명)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자산형성을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경기도형 근로청년 지원 정책인 ‘일하는 청년통장’이다. 도내 거주하는 중위소득 80% 이하(1인 가구 기준 125만 원) 만 18~34세 저소득 근로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본인과 경기도가 각각 10만원씩 1:1 매칭으로 저축하고,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매월 5만원을 후원한다.3년간 일자리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3년 동안 적립하면 근로청년은 본인저축 360만원, 경기도 360만원, 민간후원금 180만원, 이자 100만원 등 총 1천만원의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사업 참가자 접수 결과 총 3천19명이 신청해 6: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도는 오는 2018년까지 사업대상을 2천5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전국 최초로 청년배당 시행하는 성남시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들이 기본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했다. 3년 이상 시에서 거주해 온 19~24세 청년에게 재산, 소득, 취업 등에 관계없이 연 100만원, 분기별 25만 원씩(현재는 50% 지급) 균등하게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도입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온 청년배당은 포퓰리즘 논란과 함께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시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지만 그와 별개로 청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분기에는 1만1천300명 중 1만574명, 2분기에는 1만1천162명 중 1만451명 등 지급 대상자의 93.6%가 청년배당을 수령했다. 이와 함께 시가 지난 4월 청년배당 대상 청년 2천866명에게 만족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청년배당이 도움이 됐다는 응답률이 96.3%로 나타났다. 또 57.1%의 청년들이 교통, 통신비, 식비 등의 생활비를 가장 큰 지출부담 항목으로 꼽아 청년배당이 유용한 소득이 됐음을 보여줬다. ■ 청년 특화 스마트 타운 조성하는 고양시 고양시는 청년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고양 청년 스마트 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고양 장항 행복주택(공급물량 중 80% 이상을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에 우선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대한민국 청년의 희망! 고양 청년 스마트 타운’이란 테마로 조성한다.이에 청년층을 위한 특화된 주민편의시설(청년벤처타운·소호센터·육아종합지원센터·공동육아방 등)을 계획해 맞춤형 청년 특화단지를 만들고 첨단벤처타운·지식산업센터 등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고양 장항 공공주택 사업은 LH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연내 지구지정, 내년 지구계획 승인, 2018년 착공, 2021년 준공 및 입주를 할 계획이다. ■ 청년들과 직접 소통한 수원시와 과천시 청년정책을 마련하고 청년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이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는 지자체도 있다. 수원시는 지난 6월22일 ‘시민이 말하고 시장이 듣는 시민소통 프로그램’ 36.5℃ 경청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 모두의 청년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청년 정책 브리핑을 시작으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며 현장 문자 투표를 실시해 시민들이 바라는 청년 정책의 우선순위도 살펴봤다. 토론회에서 경기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한국의 OECD 기준 연간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고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자리”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청년 문제는 더 이상 청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하는 사회적 과제”라며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진정성 있고 효율적인 청년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천시는 지난 6월28일 시청 대강당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콘서트는 신계용 시장과 비영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운영하면서 정치인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멘토로 초빙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자리로 진행돼 10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 이준석 대표는 “인생의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 최단거리를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경험과 노력을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신계용 시장이 무대로 나와 이 대표와 함께 참가자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수 십 개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며 청년들과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소통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 참석한 A학생(24)은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작지만 큰 변화를 이뤄내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예리기자

[꿈꾸는 청춘이 아름답다] 성균관대 학생들 ‘인액터스’·청년 자립공동체 성남 ‘일하는 학교’

대한민국 청년이 아프다. 꿈과 역량을 펼칠 일자리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그래서 3포 세대에 이어 7포ㆍ9포 세대까지 포기해야 할 것이 점점 늘어만 가고, 고용절벽 앞에 낙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야말로 ‘노오력’ 해도 ‘노답’인 ‘헬조선’ 청년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무엇보다 오늘의 청년은 ‘하면 된다’고 말하는 자수성가한 산업화 세대와 달리 ‘해도 안 되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차린 세대다. 이런 암울한 ‘노오력’ 터널 속에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감각, 몸과 마음으로 인생의 길을 찾고 있는 청년이 있다.사전적 개념의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한데 모아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경제조직’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2016년 청년 세대를 조명하고 그들만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다.성균관대 학생들 ‘인액터스’아이디어 무장한청년사업가 미래 ‘빛난다’기간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성남ㆍ용인 지역 ‘세탁 119 협동조합(조합장 구자섭)’을 돕기 위해서다.유종수 학생(글로벌리더학부 4학년)은 “많은 어머니가 아기 건강과 친환경 측면에서 일회용 기저귀보다 많은 이점을 가진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세탁의 번거로움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기회를 포착해 세탁협동조합에 천기저귀 세탁 서비스를 통해 성수기와 비수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부수입원을 확보하고자 세탁된 천기저귀를 주 3회 수거 및 배송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대학생다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재까지 해당 서비스의 실현가능성과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 1차 프로토 타이핑을 진행한 상태다. 이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와 세탁소의 세탁 실현가능성을 파악했고 현재는 본격적으로 런칭기념 무료서비스 체험단 모집과 함께 서비스 구체화를 진행하고 있다.인액터스 학생들이 돕고자 하는 ‘세탁 119협동조합’은 20~30년 이상 분당과 용인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세탁기능사와 특수세탁 전문가 6명이 모여 설립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형 세탁체인점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감소와 지속되는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공동브랜드인 ‘크린클럽’을 만들어 상표 출원했다.성균관대학교 인액터스 ‘어부바’ 프로젝트와 세탁 119협동조합은 ‘엉덩이를 부탁해’서비스를 통해 조합이 환경과 아기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이미지를 갖는 것과 더불어서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로 파트너로서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엉덩이를 부탁해’ 프로젝트는 아기 엄마가 천기저귀를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렌탈을 제공해주고 세탁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서비스에 가입한 엄마는 매주 화ㆍ목ㆍ토요일마다 천기저귀 40개를 제공받고 사용한 기저귀는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서비스다.장형임 학생(사회과학계열 1학년)은 “우리의 역할은 프렌차이즈 업체에 밀려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세탁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춰 상생하자는 취지로 문을 연 ‘세탁119 협동조합’이 천거저귀 렌탈ㆍ세탁ㆍ배송 서비스를 통해 일반 세탁물로 발생되는 수익구조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조합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성남=문민석ㆍ강현숙기자

[꿈꾸는 청춘이 아름답다] 용인에 뿌리 내린 온누리버섯농장 성백용씨

“농업이 어렵고 비전이 없다고요? 천만에요.농업이야말로 하겠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해 낼 수 있는 블루오션 사업입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14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의 한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들어가자 천장이 온통 검정색 천으로 뒤덮힌 비닐하우스 여러개 동이 눈에 들어왔다.비닐하우스 안에는 옆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동그란 안경테를 쓴 젊은 청년이 일정한 간격을 맞춘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나무에 심어진 표고버섯을 능숙한 솜씨로 따고 있었다.청년은 버섯을 자식 다루듯 정성껏 바구니에 하나하나 담은 뒤 1t 트럭에 옮겨싣는데 여념이 없었다. 온누리버섯농장 성백용 사장(33)이다. “이게 바로 화고버섯(표고버섯 중 하얗게 말린 버섯)이에요. 화고는 크게 색깔별로 백화고와 흑화고로 나뉩니다” 젊은 농군 성 사장의 입에선 버섯의 종류부터 쉼없이 쏟아져 나왔다.■ 영농후계자로 농업에 발을 들이다 고향이 충북 영동군인 성 사장은 3살 때 용인으로 이사를 와 이 곳에서만 수십년간 표고버섯 농사를 한 아버지 성옥한씨의 1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버섯과 농업을 보며 자랐다. 그의 둘째 누나인 인경씨 또한 충남 청양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채소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농업에 대해 공부하게 된 그는 보다 체계적인 농업이라는 학문을 위해 한국농업대학교 채소과에 진학, 본격적인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성 사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용인 농장에서 부친의 지도 아래 버섯의 길에 들어섰다. 영농후계자로 농업에 인생을 건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아버지는 농장 운영에서 물러났고 성 사장은 독립했다. 성 사장은 현재 이 곳 포곡읍 외에도 처인구 양지면과 남사면 등 모두 3곳에서 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동만 10여동에 이른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만 버섯을 재배하는 참나무가 1천500여개라고 하니 기르고 재배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한해 농사 과정은 보통 이렇다. 매년 12월 인부를 고용해 산에서 직접 참나무를 벌목한다. 그런 후 약 100여일 간 나무에 수분 관리를 한 뒤 2~3월이 되면 나무 곳곳에 구멍을 뚫는 타종 작업을 한다. 이후 이 구멍에 버섯씨앗인 종균을 접종한다. 한마디로 씨앗을 나무에 심는 과정이다. 이렇게 약 1년간에 배양기간을 거치고 나면 여름에서 가을 사이 잘 자란 버섯을 수확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품종을 다양화하고 적절히 배합해 1년 내내 출하하고 있다. 말이야 쉽지, 과정 하나하나 어느 한 부분 방심하고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농장 비닐하우스 천장에도 차광막을 쳐 직사광선과 높은 습도를 피해야하며, 온도와 채광까지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차광막도 계절에 따라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적절히 버섯에 물도 줘야 한다. 온도와 습도관리가 안되면 버섯균이 나무에 활착(접목한 식물이 뿌리를 내림)하는 데 방해를 줘 버섯이 잘 자라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지만, 버섯은 어떻게 심었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나오는 작물”이라며 “그만큼 반응이 바로 나오는 민감한 품목”고 말했다. ■ 철저한 관리로 이겨낸 자신과의 싸움 성 사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버섯 농사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버섯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3년간 사용한 참나무는 폐목 처리하기 때문에 전혀 환경파괴 요인이 없다고 자부했다. “버섯은 다른 작물과 달리 농약을 전혀 쓸 수가 없다. 버섯자체가 균이기 때문에 잡균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면 버섯균도 같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찬 젊은 농군에게도 어려고 힘든 점이 전혀 없었을 리 없다. 참나무를 벌목하고 버섯을 재배할 때 등 일부 과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혼자서 버섯 농사를 해내야 한다는 외로움과 중국산 종자를 사다가 재배해 국산으로 내놓는 대부분의 농가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바로 그것이다. 성 사장은 “현재는 중국산 종자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심으면 국내산 버섯이 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며 “내년부터는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들었는데 진정으로 우리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버섯을 키우는 상당수 농가는 이러한 방식을 택하지만, 항상 참나무와 국산 종균을 고집하고 여기에 자신만의 노하우와 철저한 관리는 성 사장만의 성공 비결이다. 그가 키운 버섯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한번 맛본 소비자는 무조건 단골 손님이 된다. 그는 전체 수확량의 절반에서 많게는 전체의 양을 단골고객에게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성 사장이 재배한 버섯 품질에 대한 신뢰가 입증된 것이다. 나머지는 농협을 통해 농수산물시장 등에 출하하고 있다. ▲ 영농후계자 성백용씨가 수확한 표고버섯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형민기자 ■ 젊은 농군이 많이 배출되길 “젊은 인력이 농업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위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줄이려면 젊은 인력이 다양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성 사장은 젊은 농업인이 사회적으로 위축감을 느껴 영농 현장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농업 현장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이 지금껏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각종 농업인 단체는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젊은 농업인으로 구성된 4-H(HeadㆍHeartㆍHandㆍHealth) 활동을 시작해 용인시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용인시농업경영인연합회 최연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농업 후배들에게 이 같은 사회활동이 큰 힘이 된다며 활동에 참여할 것을 조언한다. 이런 단체에서 젊은농군끼리 정보 공유는 물론 각종 체험교육과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외부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물론 농업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젊은 농업인의 사회적 활동은 영농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내년에는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냉난방시설을 도입한 배지재배 방식을 추가해 버섯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흔히, 특히 젊은 층에서는 농업은 어렵고 다른 산업에 비해 위축돼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작물을 선택하고 여기에 모든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농업에서의 성공도 분명히 가능하다. 젊은 농업인이 많이 육성되길 기대한다”는 성 사장의 말에서 젊은이가 많이 참여해 새로운 꿈과 이상을 키우는 우리 농업의 미래상을 보는듯 했다. 용인=권혁준기자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

영국은 지금…브렉시트 한 달여… 정치·경제 서서히 안정 되찾아낙관은 일러… 세계경제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봤습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1915년에 발표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지금도 애창되는 명시다. 이 시가 가진 의미는 한 세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하나의 길만을 선택해 걸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 그렇다. 지난 6월23일 시행된 국민투표를 통해 20년 넘게 유지돼온 유럽연합(EU) 에서의 탈퇴를 결정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이 탈퇴하고자 하는 EU 또한 그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기존의 유럽공동체(EC)를 더욱 발전시켜 지난 1993년 ‘유럽연합’(EU)으로 발돋움한 이후 통화를 통일해 경제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유럽은 하나의 국가로 변모했다. 세계 최초로 하나의 대륙 차원에서 진행된 정치ㆍ경제ㆍ사회공동체 실험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리스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로 EU 탈퇴 움직임이 촉발됐고, 올해 영국이 최초의 탈퇴를 결정하면서 유럽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영국은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유럽 최강대국으로 꼽히는데다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전 세계에 미친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브렉시트(Brexit)’는 올해 전 세계를 관통한 단어가 됐고, 영국의 새로운 걸음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가 있은지 한 달 후인 지난 7월19일 기자가 도착한 영국의 심장 런던은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한 달 동안 영국에서는 세대갈등, 지역갈등이 거칠게 표출됐다. 이주민에 대한 기성세대의 거부가 브렉시트 찬성으로 이어졌고,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앞길을 막는다며 브렉시트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스코틀랜드ㆍ북아일랜드와 잉글랜드 간 갈등은 물론 심지어 잉글랜드 내에서도 브렉시트를 둘러싼 지역 간 시각차를 보였다. 여기에 재투표 청원과 조기총선 요구 등 각종 의견에 영국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그럼에도 영국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요동치던 주식시장이 안정화됐고, 브렉시트 반대를 외치던 목소리들도 점차 사그라졌다.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가 부임하면서 잔류파와 탈퇴파 인원을 내각에 고루 배치하는 등 정치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경제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에 대한 영국 국민의 ‘신뢰’와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자국에 대한 자긍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프로스트가 시 마지막에 읊조린 말처럼 영국이 걷는 길은 어쩌면 세계 경제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 브렉시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있는 우리도 주목하고 있다. 이관주기자 전문가 4인의 제언양극화 심화·청년 실업… 현재 한국 상황과 비슷대선 앞둔 정치권에 포퓰리즘 공약 위험성 경고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 결과가 탈퇴 쪽으로 결론이 났다. 탈퇴 확정은 2년이 남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흔들리고 있다.우리에겐 불확실성이 추가된 셈이다. 이에 본보는 브렉시트 사태가 한국 경제와 사회, 정치, 외교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을 만나 혜안을 찾아봤다.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는 대의제 민주주의 위기, 양극화 심화, 세대 간의 갈등, 난민 문제 등 영국 내부는 물론 외부의 요인도 함께 맞물린 문제들이 중첩돼 폭발한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서 나타날 대외 경제의 변수를 우려하면서도 영국사회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만과 분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세대의 생존 불안, 정치인의 무책임함, 의사결정 시스템의 위기 등의 각종 갈등 요인은 한국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우선 대외적인 경제 위협이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미칠 우려가 큰 가운데서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브렉시트 사태의 여파는 각국 중앙은행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혹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단언하며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브렉시트 사태를 한국경제의 기회로 작용할 발판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있는 만큼 유동성 공급을 통해 잘 대응한다면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브렉시트가 단기적으로는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우려는 없지만, 현실화되기 전까지 세계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뿐만 아니라 다면적인 통상전략을 맺어나가고 성장과 복지 기반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브렉시트 사태는 내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의 분노가 국민투표로 분출됐다”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도 각종 선심성 대형 국책사업 공약이 난무할 우려가 있는 만큼 포퓰리즘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테러와 난민 문제, 양극화 문제가 전 세계 공통의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다시 우리의 보편적인 가치를 살펴보자는 견해도 나왔다. 채형복 한국유럽학회장은 “이번 브렉시트 사태는 난민 문제, 양극화 심화, 정보의 격차 문제 등 현재 국제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민낯을 압축해 놓은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방향은 인권과 공존, 평화, 협력을 바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브렉시트 쇼크, 그 후] 큰 동요 없었지만… EU 탈퇴까지 2년 유예기간 ‘안갯속’

브렉시트 투표 한 달, 브렉시트의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특히 EU 회원국들의 우려 또한 계속되고 있다.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기까지는 아직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남았다. 브렉시트로 계속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중간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실제 영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브렉시트는 어떨까. 11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영국의 심장 런던은 무척이나 평온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세찬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영국 민심…EU 탈퇴 결정하는 2년, 영국의 ‘분수령’ 될 듯 빨간색 원형 가운데에 파란색 바탕, 흰 글씨로 적힌 ‘언더그라운드’ 앰블럼은 또 다른 영국의 상징이다. 튜브(Tube) 또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로 칭해지는 세계 최초의 런던 지하철은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수행한다.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비슷한 파란색 ‘오이스터(Oyster) 카드’ 하나면 서울의 2.6배 크기에 달하는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전역을 누빌 수 있다. 그만큼 런던 지하철은 바닥 민심을 알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난 런던 시민들의 브렉시트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 역에서 만난 필씨(42)는 “처음에는 EU 탈퇴만이 영국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해 찬성 표를 던졌다”면서도 “EU 분납금 등이 모두 부풀려졌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속았다는 느낌에 실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조지씨(26) 또한 “계속 EU에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EU 탈퇴가 결정되는 2년 내 조기 총선을 진행해 현재의 결정이 뒤바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버로우(Borough) 역에서 만난 올리프씨(48)는 “이주민들이 병원 병상을 모두 꿰차고 있다”며 “EU와 결별하고 영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민심으로 봤을 때 영국이 EU 탈퇴를 최종 결정하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영국은 앞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안갯속’을 헤쳐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시민들은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찬란한 역사를 기억해서일지도 모른다.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에 이어 영국 제2의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는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역에서 만난 은행원 캠벨씨(36)는 “EU 탈퇴까지 2년이 걸린다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럽에서 영국이라는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이관주기자김윤태KOTRA 런던무역관장“대부분 지사·지점 EU와의 관계보단英 내수시장 공략 아직 큰 피해 없어”코트라(KOTRA) 런던무역관은 우리나라의 브렉시트 대응 ‘최전선 기지’를 담당하고 있다.현지인을 포함해 20여명이 근무하는 런던무역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내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브렉시트 관련 각종 정보를 파악ㆍ전달하고 영국 내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21일(현지시간) 템스강변 랭커스터 플레이스(Lancaster Pl)에 위치한 코트라 런던무역관에서 김윤태 코트라 런던무역관장을 만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현지 반응과 우리나라의 대응방향에 대해 들어봤다.-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현지 반응은 어떤가.국민투표 이후 초기에는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EU에 복귀하자는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한 달 사이에 많이 정리됐다. 혼란스러웠던 집권 보수당이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빠르게 안정화됐다.-최근 영국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초기에는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브렉시트 여파 속에도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뱅크오브잉글랜드(BOE)’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8월4일 0.25%로 인하)하고 안정화 정책을 펼치면서 큰 동요는 없었다. 내수 시장 역시 움츠려들긴 했으나 갑작스런 감소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중이다. 영국 국민이 찬반 의견과 상관없이 차분히 대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파운드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는 계속되는 상태다.-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코트라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국 내 한국상공회의소에는 12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최초에는 우리 기업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출한 기업들 상당수가 영국지사나 지점이다 보니 EU와의 관계보다는 영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국에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본부를 설치한 기업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삼성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경우 EU와 영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유럽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본다.-앞으로의 브렉시트 진행 상황을 예상한다면.영국의 체감경기는 정체되거나 약간 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EU 탈퇴까지 걸리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으로의 2년은 계속된 논쟁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한-영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영국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진행해 우리 기업들의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영국 런던=이관주기자

[브렉시트 쇼크, 그 후] 집권당 뭉치면서 안정화 정책… 실물경제 빠르게 회복

100년 전, 최강대국으로 세계를 주름잡으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 곳. 이제는 미국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주역의 자리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여전히 세계를 주도하는 ‘신사의 나라’ 영국이 다시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지난 6월 말 유럽연합(EU)의 탈퇴를 두고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면서부터다. 거리로는 8천800㎞, 시차만 8시간(서머타임 적용) 나는 영국의 결정에 우리나라 경제는 요동쳤다. 주가와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기업들은 영국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에 남을 한 장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글로벌 시대’라는 말을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런던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는 런던 내 유일한 광고 전광판이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본따 만든 이 전광판에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이’하게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광고를 게재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치열한 선거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던 이곳은 현재 안정을 되찾았다. 이관주기자■ 조용해진 트라팔가 광장…겉은 안정 되찾아 우리나라에 충무공 이순신이 있다면 영국에는 넬슨 제독이 있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의 영국 침공을 ‘트라팔가 해전’을 통해 좌절시킨 주인공이다.이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트라팔가 광장에는 당시 넬슨이 탑승했던 기함 ‘빅토리호’의 돛 높이와 같은 55m 기둥 위해 영불해협을 바라보는 넬슨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 뒤편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렘브란트, 모네, 고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영국 국립미술관(National Gallary)도 있어 빅밴, 타워브리지, 대영박물관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런던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에게는 첫 손 꼽히는 관광지이지만, 런던 시민에게 트라팔가 광장은 주요 집회장소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난 6월28일 브렉시트 반대를 외치는 5만여명의 군중이 운집한 곳도 바로 트라팔가 광장이었다.앞서 23일 열린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서 찬성이 결정되자 시민들이 자발적인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에서 6대 4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런던지역의 성난 민심은 빗줄기 속에도 식을 줄 몰랐다. 집회 인원은 광장 앞 도로와 상점가까지 가득찼고, 이들의 목소리는 외신을 통해 이역만리 우리나라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러던 영국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브렉시트 투표가 끝난 지 꼬박 한 달이 되던 7월23일, 트라팔가 광장은 당시의 뜨거웠던 함성을 뒤로하고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이곳에서는 브렉시트 반대를 외치는 그 어떠한 모습도 볼 수 없었다.휴가철을 맞아 광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한편에서는 ‘런던 버스킹 페스티벌’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과 함께 미국에서 온 버스킹 그룹의 공연이 한창이었다.트라팔가 광장 관광 안내원 카터씨(65)는 “2주 전만 하더라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간간히 피켓을 들고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이후 급속도로 줄었다”면서 “휴가철이라 시민들이 휴양지로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내원 랄프씨(61) 또한 “테레사 메이 총리가 부임한 이후부터 앞으로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타국에서 테러가 계속 발생해 이슈가 바뀐 것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인 24일 장중 5천780대까지 떨어졌던 영국 FTSE100 지수는 7월 들어 6천500대를 회복하더니 22일부터는 6천70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이처럼 빠른 안정의 요인으로는 테레사 메이 총리를 중심으로 집권당인 보수당이 결집, 영국 정치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브렉시트 결정에 대한 여파가 최소한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현지에서 만난 김윤태 코트라(KOTRA) 런던무역관장은 “브렉시트 초기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이정도로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다져온 영국의 내공이 단단하다는 의미”라며 “금융시장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안정되면서 크게 동요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휴가비용 부담”, 영국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브렉시트 여파는 ‘환율’ 그렇다고 해서 영국 국민들이 완전히 브렉시트 여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런던시민 조이씨(43)도 그랬다.옛 영국의 식민지였던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20년 전 런던에 터를 잡고, 현재 아내와 두 딸과 오붓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그에게 이번 휴가철은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매년 가족 모두 스페인 휴양지를 찾아 여름 휴가를 즐겼지만, 올해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다.조이씨는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서 올해는 휴가비용이 적어도 30%는 늘게 생겼다”며 “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런던 시민들이 생각하는 브렉시트의 가장 큰 영향은 바로 ‘환율’이었다. 비가 많이 오고 습한 환경인 영국민들이 좋아하는 휴양지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그리스와 같은 유럽 내 지중해 국가들이다. EU 내 왕래가 자유롭고, 최소 2주 정도 되는 긴 휴가가 주어지는 만큼 상당수는 영국을 떠나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간 영국의 휴가철 풍속도였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면서 영국민들의 여행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의 유로-파운드 환율은 1유로에 0.69파운드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0.84~0.85 파운드로 거래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도 파운드화를 유로화로 환전할 때 작년 휴가철보다 23% 이상 더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면서 영국 내부에서는 이번 휴가철에는 자국여행을 하자는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영국관광청(VisitBritain)은 북해변의 유명 해안가인 서포크(Suffolk), 아일랜드해 방면의 사우스포트(Southport) 등 국내 휴양지를 적극 소개하는 한편 피카딜리 서커스, 킹스 크로스 등 런던 내 주요 지하철역에 자국여행을 독려하는 포스터 광고를 게재했다.해머스미스(Hammersmith) 소재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코넬씨(37)는 “올해는 브라이턴(Brighton)이나 이스트본(Eastbourne) 같은 남부지방 바닷가로 휴가를 떠날 생각”이라며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돈도 아낄 수 있으니 국내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이관주기자

[브렉시트 쇼크, 그 후] ‘수출 전선’ 이상 없나

브렉시트가 또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브렉시트 이후 국내외 경제’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EU 경제 둔화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영국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과 경쟁하는 상품들만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은 자동차와 선박 및 관련 부품이 전체의 40%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영국과 우리나라가 EU 시장에 수출하는 품목이 비슷해 경합도가 높은데 영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역시 자동차와 반도체 등이 주력 상품으로 전체 수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달러 및 엔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이런 주장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유럽에서 일본차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엔고 현상이 지속될수록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브렉시트로 인해 대영 수출에 붙게 될 관세는 영국이 실질적으로 EU를 탈퇴할 것으로 보이는 2년 후에나 적용되는데 반해, 환율은 당장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분간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무역금융 지원 강화, 무역상사 제도 손질…지원책 강화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뿐더러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ㆍ중국과의 관계에 생길 변화 등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경기도내 수출기업들의 경우 세계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신규 바이어 발굴을 위한 해외마케팅 지원 확대, 안정적 사업운영을 위한 수출입 금융지원 강화 및 환율변동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지원책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먼저 단기 수출효과가 큰 무역금융 지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몽골ㆍ이란ㆍ방글라데시 등 신흥국 시장에 우리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신흥시장 진출 기업에 대한 무역금융(단기수출보험) 지원 규모를 14조3천억원으로 상반기 5조7천억원보다 2배 이상 늘렸다.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단기수출보험료 할인(50%)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고, 수출실적 10만달러 이하의 수출초보기업 1만5천개에 대해 무료로 수출보험을 지원한다. 또 조달청과 코트라의 해외조달 지원사업을 ‘글로벌조달 선도기업’으로 통합하고 공동으로 지원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기업 수도 올해 600개사에서 내년 1천개사로 확대하고, 벤더(판매업자)등록 입찰서 작성ㆍ사후관리 등 해외조달 전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외조달 수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중소기업진흥공단은 기업당 대출한도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납품계약액의 최대 90%를 융자하며, 무역보험공사도 보험 보증한도를 2배가량 확대하고 이행 보증 심사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해외 공공조달 전문전시회 참가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같은 지원을 통해 올해 10억달러로 추산되는 해외조달시장 진출 규모를 내년까지 30억달러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 기업화를 위해 전문 무역상사 제도도 전면 손질한다. 무역상사 제도에 따라 현재 전문 무역상사가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업계의 활용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전문무역상사를 종합상사,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으로 세분화한 뒤 보다 다양한 기업이 무역상사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특히 종합상사나 유통기업 등 수출 역량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이런 흐름에 맞춰 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브렉시트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로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수출 유관기관 및 경제단체와 공조 체계를 강화해 도내 기업들이 겪게 될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또 다양한 수출지원사업을 통해 신규 바이어 발굴, 신시장 개척 등 (중소)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수출 금융자금 등 자금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이경돈 중진공 경기지역본부장은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고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수많은 경제위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준 중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브렉시트 쇼크, 그 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우리 경제는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말미암아 대형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까지는 단순 소나기에 그친 모양새다. 주가와 환율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며, 금과 은 등 안전자산도 평소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오히려 브렉시트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어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종별로 S.W.O.T 분석을 철저히 하고 그에 대한 대비만 잘한다면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순풍이 될 수 있다. 브렉시트가 경기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기회 요인에 대해 짚어본다.■ 혼란 속 차분함 유지하는 기업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및 수익구조 악화가 우려됐지만, 국내 기업들은 큰 동요 없이 침착하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브렉시트 여파를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고, 브렉시트 직후 혼란스러웠던 상황도 어느 정도 정리됐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영국 및 EU 수출기업 179개사를 대상으로 ‘브렉시트 관련 긴급 중소기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64.8%는 ‘브렉시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브렉시트에 따라 자금 사정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19.0%에 그쳤다. 이와 함께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경기도내 대 영국 및 EU 지역 수출 중소제조업체 18개 기업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영향을 파악한 결과, 11개 기업이 브렉시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조진형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대영국 수출액은 73억9천달러로 우리나라 전체수출액의 1.4%로 비중이 작은 수준인데다 특히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은 0.3%에 그치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탈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브렉시트 이후 경기도 주력 산업 기상도…반도체 ‘보통’-자동차 ‘맑음’ 경기도 주력 업종들 또한 브렉시트의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영향만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위한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단기간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영국 시장에서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미국, 중국, 대만 등의 국가들과 경합 중인 제트유, 운송기계 부품, 섬유, 석유화학제품 등은 0%로 적용받던 관세효과가 사라지면서 대영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영국과 무관세로 교역하던 EU 역내 국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관세장벽에 직면하게 돼 우리나라 수혜품목의 가격경쟁력 약화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솔린 및 디젤 자동차, ABS 합성수지, 메모리, 크레인과 불도저 등의 부분품 등이 그 대상이다. 특히 경기지역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의 경우는 EU와 영국 간 새로운 무역협정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과 영국 간 현재 수준의 무역협정이 마련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만약 유예기간 이후에도 영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EU FTA로 특혜관세 혜택을 누리던 우리 수출제품들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함께 영국의 수입수요 감소로 인한 대영 수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면서 “우리 무역업계는 브렉시트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향후 직면할 불확실성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영국이 CE인증 포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철저 대비”“한국, 영국과 FTA 체결 서둘러야” “영국이 CE인증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를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은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에서 통용되던 제품인증제도에 생길 수 있는 변화에 주목했다.현재 국내 수출기업들이 거쳐야 할 제품인증제도는 지난 1993년 EU 이사회에서 탄생한 ‘CE인증’이 대표적이다. CE인증은 안전ㆍ건강ㆍ환경 및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EU 이사회 지침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한다는 의미의 통합규격인증마크로, 유럽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려면 의무적으로 제품상에 CE 마킹이 표기되어야 한다.이에 따라 중소기업청도 기업들의 기술장벽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규격인증 획득사업’을 실시, CE인증을 포함한 275개의 인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서 청장은 영국이 기존 CE인증을 허용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영국에서 CE인증을 허용하지 않거나 추가적인 인증 수단을 강제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만에 하나 그럴 사태를 대비해 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청도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동시에 그는 “영국 내에서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된 CE인증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CE인증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성급한 추측을 경계했다.한편 서 청장은 한-영국 FTA 협약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그는 “영국과의 FTA가 지연될수록 타 국가보다 2년 동안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한-영 FTA 체결 방식에 따라 경기도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기업들과 연계해 FTA 협약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고 덧붙였다.유병돈기자

[브렉시트 쇼크, 그 후] 英 현지 건축가 손원일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영국은 굳건히 나아간다.” 나는 영국 런던에 사는 건축가다. 2011년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중간 1년의 고국 생활을 빼면 벌써 이곳 생활만 5년째다. 꿈에서 영어를 쓰는 것이 편할 정도로 현지 적응이 잘 된 외국인이다. 중앙대 건축학과 4학년이던 지난 2011년 교환학생 신분으로 세계적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는 맨체스터로 왔다. 오기 전 박지성, 호날두, 퍼거슨 감독 등 어릴 적 새벽시간 TV로만 보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당시 영국은 ‘암울’ 그 자체였다.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세계 경제를 먹구름 속으로 몰아넣었을 때였고, 이에 직격탄을 맞은 영국 경제는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 막 건축가 타이틀을 단 새내기 영국인 건축가들 대다수가 취업이 되지 않았다. 건축업 종사자로서 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무척 민감하다. 경기가 좋아야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가 있어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구조인데 불황은 이 같은 흐름을 단절시킨다. 인간의 기본 욕망이 의·식·주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은 우선되는 욕구다. 그런데 당장 돈이 없는데 새롭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던 영국이 2013년 이후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2013년 9월 런던의 한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 과정을 밟고자 런던에 거주할 때다. 전보다 주변 새내기 건축가들이 취업을 수월하게 했다. 건축 법인을 찾는 투자자와 고객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밥벌이가 됐다. 이에 나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영국 건축을 배워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는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보였다’가 맞을 것이다. ‘석사 졸업 후 외국인인 나도 취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석사 공부에 전념했다. 졸업 후 나는 지난해 초부터 250명 규모의 한 중견 건축설계사 법인에 운이 좋게 취직했고,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최근 런던의 경제는 나름 괜찮다. 건축가 처지에서 볼 때 그렇다. 런던 곳곳에 개발 붐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4년을 살펴보면 여기저기 활성화되는 현장이 무척 늘었다. 과거 서울이 명동, 동대문, 종로 등 강북 중심이었듯 런던 역시 강북이 전통적으로 중심이다.이후 서울 강남이 개발 되었듯이 지금의 런던도 강남이 뜨고 있다. 런던 강남에 얼마전 미국대사관 이전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자 그 주변이 개발 열풍에 빠져들었다. 영국 경제가 그래도 괜찮다는 의미겠다. 이는 건축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런던 자체가 활기차다. 그러던 영국이, 5년전 바닥을 치던 경제가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브렉시트라니, 당연히 상상도 못했다.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내 주변은 ‘브리메인(Bremain·영국의 EU 잔류)’이었다. 모두 현재의 영국에 만족했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말이다. ■ 브렉시트 발표 후 영화 베테랑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있다. “어이가 없네!”다. 브렉시트 발표 당일 이곳 현지 분위기가 딱 그랬다. 어제까지 갈등 없이 만나던 애인이 다음날 아침에 헤어지자고 통보한 꼴이 됐다. ‘이렇게 먹고살 만 한 대?’, ‘누가 변화를 선택하려 했지?’ 라는 의구심이 한동안 런던 전체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왜?”라는 말이 당시 만난 이들 간의 첫마디였다. 우선 가장 크게 놀란 이들은 영국인과 유럽인들이었다. 나 역시 놀랐으나 그래도 이들만큼은 아니었다. 나야 어차피 외국인 신분으로 영국이 EU던 비(非) EU던 크게 중요치 않는데다, 영국이 EU에서 분리될 때쯤이면 고국으로 되돌아가도 상관없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다르다. 우선 유럽의 대륙인들이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것, 이는 매우 큰 혼란을 예고할 것이다. 당장 내가 있는 건축 법인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법인 역시 영국인보다 스페인 출신 건축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이유는 스페인은 졸업과 동시에 건축가 자격을 주는 특성이 있어 젊고 유능한 건축가가 많이 배출되는데, 이를 영국 건축업계에서 선호해 유입하려는 특징이 있어서다. 스페인 건축가들이 외국인이 되면 그간 나 정도만 챙겼던 우리 회사가 상당수 인원을 외국인 근로자 비자에 대해 발급해야 하는 문제에 놓인다. 사실 영국은 같은 유럽 내에서도 다들 동경하는 나라인지라 EU의 유능한 인재들이 이곳으로 많이 유입된다. 분야를 막론하고 영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EU 청년들이 많다.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나와 같은 외국인으로 분류된다면 영국계 회사들은 ‘갑자기 외국인으로 분류된 이들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게 되고, 능력이 있는 EU 젊은이들은 ‘차라리 이럴 바엔 다른 나라로 가야지’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축구는 어떻게 될까? 축구 세계 4대리그 중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은 자국 리그에 자국선수들이 많지만 영국 리그에는 유럽 선수와 감독들이 많다. 이들이 모두 어느 순간 외국인 신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젊은 유망주들을 유입할 가능성을 배제시킬 우려가 있다. ■ 앞으로의 영국 브렉시트 발표가 난 지 한달 반이 지났다. 발표 후 단 며칠 간 혼란했던 영국은 몇 주가 지나기도 전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조용하다. 사람들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국의 지인들이 나에게 ‘영국은 이제 어떻게 하느냐’라는 식의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곳은 아무렇지 않다. 외국인이자 비전문가로 영국인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내가 이곳 상황을 정리하면 “안갯속”이다. 또 그들의 미래를 판단하면 “늘 그랬듯이 영국은 잘 헤쳐 나갈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는 영국인들의 민족성에서도 알 수 있다. 사실 이들에게 EU를 들어가느냐, 마냐 등은 논쟁의 대상이었을 뿐 생존권과는 별개였을 것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영국인은 그동안 ‘나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살아왔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의 부작용이 이들 개인에게 해가 될 것을 이들은 가장 두려워해서다. 영국은 혼란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브렉시트란 결과를 뒤집으려 하지 않고 결과를 빠르게 수용하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 중이다. 오히려 브렉시트가 영국을 반등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어차피 정한 길,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곧바로 총리가 바뀌었고, 이를 영국인들이 믿고 따르고 있다. 경제에 민감한 건축 업계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브렉시트 직후 인원감축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부에서는 실제 인원감축까지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런던은 개발 중이다. ■ 브렉시트가 나에게 던진 것 나는 영국이 좋다. 이곳은 한국처럼 갑질 문화도 없고 야근 문화도 없다. 이직도 자유로우며 오히려 이직을 환영한다. 윗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편히 건넬 수 있다. 미국처럼 동양인이라는 이유의 인종차별은 더욱 볼 수 없다.특히 건축업의 역사가 오래됐다. 우리나라처럼 일단 모든 것을 부수고 고층화를 시킨다기 보다, 기존의 건물을 살리려는 전통이 대단하다. 수백 년 된 저층 건물이 런던에 빼곡하다. 건축가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의미다. 나는 그들이 잘 되길 바라는 외국인이다.이러한 나에게 브렉시트가 던져준 것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다. 2년을 전후로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나는 그간 내국인으로 취급받아온 유럽인들과 같은 외국인으로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아직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우려하는 것을 정작 이곳에서 느낄수 없었을 만큼 이곳은 여유롭다. 앞으로 브렉시트를 통해 더욱 발전할 영국을 기대한다. 정리=조철오기자

[신고립주의 광풍] 브렉시트 이후 ‘신고립주의’ 확산

최근 세계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단어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다.과거 대영제국의 부귀영화를 그리워한 영국이 43년만에 EU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게 되면서 세계사에는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은 당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던 선구자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40여년이 흐른 지금, 자국을 위해서 스스로 고립하겠다는 길을 택했다.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던 EU와 국경없는 세상을 꿈꾸던 전 세계는 혼돈에 빠지며 국제 질서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영국을 시발점으로 신고립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 ‘철의 여인’ 등장… 신자유주의 횃불을 붙이다 1970년대 말 ‘철(鐵)의 여인’ 마가렛 대처 총리(M. H. Thatcher·보수당)와 함께 영국에서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처 총리는 1979년 취임하면서 당시 만성적인 영국병에 시달리던 자국의 구원자로 급부상했다. 영국병은 소위 고복지·고비용·저효율을 일컫는 용어다. 그 시절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지속적인 임금상승, 그리고 생산성 저하에 따른 전반적인 경제 침체 등의 여파로 영국병에 시달렸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면서 결국 1976년에는 IMF(국제통화기금)의 금융지원까지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대처 총리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20년간 지속해 왔던 사회복지국가 정책이 만성적인 저성장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그동안의 실패를 통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겠다”며 영국을 변화시키겠노라 선언했다. 대처는 저비용·고효율로의 경제구조 전환을 통해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대폭적인 정부재정지출 삭감을 시작으로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 공공부문의 개혁이 이뤄졌고, 이 같은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 추진은 대처 총리를 철의 여인이라 불리게 만들었다. 이후 대처 총리는 3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1990년까지 집권하는 동안 5개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시장 또한 개혁했다. 또 1979~1989년에 국영기업 50여개를 민영화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쳐나갔다. ‘대처리즘’이라고 명명되는 대처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세계의 흐름을 뒤바꾸며 세계화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대처 총리보다 1년 뒤인 1980년 취임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Ronald Wilson Reagan·공화당)의 등장도 미국 전역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을 확산시켰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도성장을 위해 정부 지출의 축소와 행정적 규제의 철폐를 단행, 대처리즘과 일맥상통하는 레이거노믹스(레이건과 이코노믹스를 결합)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했다. 한편 영미국가보다 자유주의의 바람이 약했던 아시아에는 고립주의 끈을 놓지 않던 중국이 있었다. 중국은 1949년 이후 대(對)비공산권국가에 대해 공산당의 허가 없이 국외 입국과 출국을 금지시키는 소위 ‘죽(竹)의 장막’이라 불린 강력한 배타적 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나 1976년 집권한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하면서 그간의 고립주의를 깨뜨린다.서양의 자유주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 올 필요성을 느낀 덩샤오핑은 경제 성장을 통해 사회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시장 사회주의를 내세웠고,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본격적인 자유주의 성향의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반을 닦아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인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고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에 휘말리면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승승장구를 달리던 신자유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유럽 전역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으며 장기 불황으로 양극화는 극심해졌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은 분노했다.설상가상으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며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급증한 난민은 하나둘 유럽으로 옮겨왔다. 지난해 파리 테러 등 이슬람교도 이민자의 테러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유럽 각국에서는 이민자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불평등과 양극화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그간 명성을 누리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반(反)하는, 신고립주의로 향할 출발선에 서게 된다. ■ 영국발 ‘신고립주의’ 대서양 넘어 미국까지 세계 곳곳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날 때 신자유주의를 이끌던 영국에서도 결국 ‘돈’ 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EU의 재정도 악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져가자 보수당을 중심으로 EU 잔류 반대 움직임, 즉 ‘브렉시트’ 여론이 확산됐다.설상가상으로 취업을 하려 영국으로 몰려 든 이민자가 크게 증가했고, 특히 지난 2015년 말 시리아 등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이 계속되자 EU 탈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세계와 함께가 아닌 자발적 고립으로 우리만의 독자적 노선을 걷겠다는 것.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까지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선거 후 승리 연설에서도 이를 다시 확인한 바 있다. 이처럼 영국 내 EU 탈퇴 움직임은 가속화됐고, 영국 정부는 잔류의 조건으로 EU 측에 △이민자 복지혜택 제한 △영국 의회의 자주권 강화 △EU규제에 대한 영국의 선택권 부여 △비유로존 국가의 유로존 시장 접근 보장을 제시하고 나섰다. 결국 EU는 2016년 2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이 같은 제안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며 브렉시트를 막으려 노력했다. 대처리즘과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레이거노믹스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신고립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먼저다(America First)’.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외치는 구호다.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우리나라를 되찾자’(Take back our country)라고 외쳤던 것과 그 속에 담긴 뜻이 비슷하다. 영국의 움직임과 더불어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화를 깨고 신고립주의로의 미국을 이끄는 선봉에 서 있다. 그는 미국이 이미 맺은 각종 자유무역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 중국산 제품에는 높은 관세로, 멕시코 노동자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아 막겠다는 그의 약속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화가 가져온 후유증과 피로감에 젖은 미국인의 정서가 깔려 있다.또한 트럼프와 경쟁을 벌여야 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보다는 정도가 덜 하지만, TPP에 반대하는 등 기존 정책 수정 의사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신고립주의 역시 짙어가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대외 정책 관련 설문 조사’에서 미국인 57%가 ‘미국은 자체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다른 나라의 문제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관련 항목을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2002년(30%)보다 무려 두배 늘어난 수치다. 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FTA 등 각종 자유무역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계는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세계는 신고립주의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브렉시트’2016년 6월23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됐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됐다. 1973년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이다.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자유주의 시대가 저물고, 자국 중심의 폐쇄적 신고립주의 시대가 열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이날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 3천355만명의 51.9%인 1천742만명이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졌고, 반대(48.1%)를 겨우 3.8%포인트 차이로 앞선 결과였다. 영국은 EEC에 가입한 지 2년 만인 1975년에도 EE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엔 영국 국민의 67%가 잔류를 지지했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브렉시트는 현실이 됐고, 이로 인한 충격은 상당하다. 영국은 유럽 연합 중 독일에 이어 2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로 유럽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됐다.또 세계 금융 산업의 중심지인 런던 금융 시장이 2008년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며, 차례대로 다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치리라는 불길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언론은 금융시장 전체가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실제 브렉시트 이튿날인 6월24일 영국 파운드화는 1985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는 엔화 가치는 폭등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도 일제히 폭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신자유주의 붕괴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 국민들이 EU탈퇴를 결정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동유럽과 이슬람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와 복지혜택을 잃게 됐다는 불만에 차라리 고립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수출의 40% 이상을 의존하는 EU를 탈퇴함으로써 얻는 손해가 막심하고, EU가 가할 지도 모를 무역장벽까지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선택이기에 이번 결정은 고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1970년대 신자유주의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고 또 적극 전파했던 영국이, 이제 그것과 반대되는 선택을 가장 먼저 하고 나섰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영국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다.이유를 불문하고 영국은 고립을 택했다. 유럽 대륙에서 떨어져 자국의 필요에 의해서만 개입하겠다는 고립 노선을 찾아 나섰다.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브렉시트 직후 금융시장 등에 전해진 충격은 상당했으며 현재는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라며 “영국정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이에 EU탈퇴 수순을 밟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 경제 ‘각자도생?’브렉시트가 결정되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 포퓰리즘 정당들은 “다음엔 우리 차례”라며 EU 탈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프렉시트’, ‘벨시트’, ‘넥시트’, ‘그렉시트’, ‘스웨시트’ 등의 표현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영국에 이은 EU 탈퇴국가들이 언급되는 상황이다.단지 영국이 먼저 EU 탈퇴를 선언했을 뿐, 다른 유럽 국가들의 ‘탈 EU’ 움직임은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유럽에 브렉시트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EU 내 다른 나라로 이탈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브렉시트는 단순히 영국의 EU 탈퇴가 아니라, EU 해체의 서막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또 그간 경제난 속에 난민 유입과 테러로 몸살을 앓으면서 유럽 국가들에게 EU가 지향했던 ‘하나의 유럽’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언론들은 앞다퉈 “난민 위기와 테러가 잇따르면서 국가 정체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졌다”며 “타국민보다는 자국민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극우 정당의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하는 추세다.특히 파리 테러를 직접 경험했던 프랑스에서는 EU 탈퇴 분위기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이 EU 탈퇴, 이민자 수용 반대, 무슬림 추방 등을 주장하며 정당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내가 여러 해 동안 EU체제로 인한 유로화 사용과 솅겐 조약을 비판해왔듯이 프랑스도 EU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프랑스 내 고립주의를 이끌고 있다.르펜 대표의 지지율은 1, 2위를 다툴 정도로 높아졌고, 결국 그녀는 2017년 4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EU 탈퇴를 위한 국민 투표를 내걸었다.또 핀란드에서는 유로 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서가 제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이는 EU의 경제 제재로 핀란드의 수출 길이 막힌 탓이다. EU는 러시아에 대해 EU연합국의 경제적 교류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러시아의 경우 핀란드의 최대 수출국이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휴대폰 기업이었던 노키아의 파산을 시작으로 4년 평균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핀란드는 설상가상으로 핀란드의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에 수출 길이 막히자 2008년 대비 30% 이상 수출이 급감한 상태다.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인근 동북아·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분쟁 중인 도서지역에 군사시설 설치를 강행하는 것 등은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고립주의로 볼 수 있다.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도 자국을 고립시키고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주변국은 고려하지 않는 독자 정책이다.이같이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당장 유럽은 물론 세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유럽연합은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극우파들의 움직임을 막고 역내 경제·사회를 안정시켜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브렉시트 이후 세계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으며 EU국가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영국이 안게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켜보면서 쉽게 EU탈퇴의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브렉시트에 이어 ‘45대 미(美) 대통령 트럼프’까지 현실화한다면 신고립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40여년 동안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가 ‘신고립주의’로 탈바꿈하며 세계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다.한진경기자

[외국인 혐오 현주소] 외국인 범죄·차별 악순환 고리끊자

지난 2012년 4월, 한 중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벌인 잔혹한 범죄로 온 국민이 경악했다.외국인 잔혹 범죄의 대명사가 된 ‘오원춘 사건’으로 인해서다. 중국 국적의 오원춘은 당시 수원의 한 주택에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수백조각으로 토막 내 충격을 줬다. 당시 ‘인육 유통설’ 등 온갖 의혹이 인터넷과 SNS 등에 제기되기까지 했다.이후 2014년 11월 제2 오원춘 사건으로 불린 박춘풍 사건, 2015년 4월 아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김하일 사건까지 모두 중국인이 벌인 잔혹한 범죄다.이같이 외국인들에 의한 잔혹 범죄가 계속 벌어지자 대한민국 사회에는 낯선 것, 이방인이라는 뜻의 ‘제노(xeno)’와 싫어한다, 기피한다는 뜻의 ‘포비아(phobia)’를 합쳐 만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그러나 외국인 범죄의 이면에는 힘든 이방인 생활을 국내에서 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매년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 지난 5월26일 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내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D씨(31)가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외국인 근로자인 D씨는 이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를 강제 추행했다. 아무생각없이 D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던 피해여성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지금도 외국인을 보면 겁이 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90만명이 넘어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외국인 범죄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내 외국인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만 따져 봐도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남부와 북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남부지역의 경우 2014년 1만69건에서 2015년 1만2천620건으로 외국인 범죄가 20.3% 증가했고 특히 살인 사건이 2014년 25건에서 2015년에는 30건으로 5건이나 증가했다. 성폭력도 전년대비 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경기북부지역도 마찬가지다. 2014년 1천400건에서 2015년 1790건으로 1년세 외국인 범죄가 27.9%나 증가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67.8%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베트남 4.8%, 태국 4.6%, 우즈키스탄이 4% 순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증가가 외국인 범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관광객을 가장해 국내에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이 사실상 범죄의 근원이 되고 있다”며 “그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중소공장에 자리잡은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일지라도 해당 업체의 생산력 등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들이 겪는 업체의 부당한 대우,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등이 외국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도 피해자” 양주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K씨(34)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다. K씨는 10년째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공장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동안 K씨가 담당해온 업무가 공백이 생길 경우 생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몰래 계속 일을 시키고 있다. K씨는 오랜 한국생활 탓에 한국어가 유창했다.K씨는 “체류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됐다”며 “이게 잘못된 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가족의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다 보니 주변 시선도 불안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공장측에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다”며 “일부 동료 외국인 근로자는 업체 대표에게 구타를 당했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고 억울한 상황을 설명했다. K씨는 또 “돈을 받고 일하는 공장측의 부당한 대우는 그나마 참을만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받는 모욕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휴일에 친구들과 거리를 지나거나 식당을 갈 경우 주변에서 욕을 하고 지나가는 등 싸늘한 시선을 매번 느껴서다. K씨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느낄 만큼 여러가지 나쁜 상황을 겪는다”며 “이 때문에 우리들 가운데 경제적 이유도 있고 한국사람이 싫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씨의 말처럼 지난 3월 필리핀 국적의 T씨(40 여)가 의정부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운 명품지갑을 돌려주지 않고 지갑 안에 있던 카드를 사용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T씨는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려다 분실된 신용카드로 확인돼 경찰에 붙잡혀 강제추방 됐다. 조사결과 T씨의 범행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배경이 됐다. ■ ‘다문화 사회’ 바라보는 의식부터 개선돼야 외국인 범죄의 급증이 외국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등에서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불리는 ‘제노포비아’ 현상이 이미 자리 잡았고 외국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가 않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지 않으면 ‘차별’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했다.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이사장 김해성 목사는 소수 외국인들의 범죄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우선 한국인의 의식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국사회가 단일민족을 주장하며 가난한 나라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많이 발생되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김 목사는 피부색, 국가, 언어 등 외국인들에 대한 인권을 보장 할 수 있는 사회구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목사는 “의식 개선에 이어 둘째로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그들이 올바른 사회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어느나라 국적인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외국인 범죄의 겉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범죄를 일으켰는지를 봐야 한다”며 “사회안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비판의 시선 반대편을 볼 때”라고 당부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을 촉발한 건 결국 이민자 문제가 컸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이민자들에게 느낀 제노포비아(xenophobia), 즉 이방인 혐오가 브렉시트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체류 외국인 200만시대를 맞은 대한민국도 손놓고 지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송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