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특히 EU 회원국들의 우려 또한 계속되고 있다.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기까지는 아직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남았다. 브렉시트로 계속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중간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실제 영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브렉시트는 어떨까. 11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영국의 심장 런던은 무척이나 평온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세찬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었다.
■ 지하철에서 만난 영국 민심…EU 탈퇴 결정하는 2년, 영국의 ‘분수령’ 될 듯
빨간색 원형 가운데에 파란색 바탕, 흰 글씨로 적힌 ‘언더그라운드’ 앰블럼은 또 다른 영국의 상징이다. 튜브(Tube) 또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로 칭해지는 세계 최초의 런던 지하철은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비슷한 파란색 ‘오이스터(Oyster) 카드’ 하나면 서울의 2.6배 크기에 달하는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전역을 누빌 수 있다. 그만큼 런던 지하철은 바닥 민심을 알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난 런던 시민들의 브렉시트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 역에서 만난 필씨(42)는 “처음에는 EU 탈퇴만이 영국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해 찬성 표를 던졌다”면서도 “EU 분납금 등이 모두 부풀려졌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속았다는 느낌에 실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버로우(Borough) 역에서 만난 올리프씨(48)는 “이주민들이 병원 병상을 모두 꿰차고 있다”며 “EU와 결별하고 영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민심으로 봤을 때 영국이 EU 탈퇴를 최종 결정하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영국은 앞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안갯속’을 헤쳐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시민들은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찬란한 역사를 기억해서일지도 모른다.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에 이어 영국 제2의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는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역에서 만난 은행원 캠벨씨(36)는 “EU 탈퇴까지 2년이 걸린다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럽에서 영국이라는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이관주기자
김윤태 KOTRA 런던무역관장
“대부분 지사·지점 EU와의 관계보단 英 내수시장 공략 아직 큰 피해 없어”
코트라(KOTRA) 런던무역관은 우리나라의 브렉시트 대응 ‘최전선 기지’를 담당하고 있다.
현지인을 포함해 20여명이 근무하는 런던무역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내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브렉시트 관련 각종 정보를 파악ㆍ전달하고 영국 내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21일(현지시간) 템스강변 랭커스터 플레이스(Lancaster Pl)에 위치한 코트라 런던무역관에서 김윤태 코트라 런던무역관장을 만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현지 반응과 우리나라의 대응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현지 반응은 어떤가.
국민투표 이후 초기에는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EU에 복귀하자는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한 달 사이에 많이 정리됐다.
혼란스러웠던 집권 보수당이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빠르게 안정화됐다.
-최근 영국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초기에는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브렉시트 여파 속에도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뱅크오브잉글랜드(BOE)’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8월4일 0.25%로 인하)하고 안정화 정책을 펼치면서 큰 동요는 없었다.
내수 시장 역시 움츠려들긴 했으나 갑작스런 감소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중이다. 영국 국민이 찬반 의견과 상관없이 차분히 대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파운드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는 계속되는 상태다.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
코트라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국 내 한국상공회의소에는 12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최초에는 우리 기업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출한 기업들 상당수가 영국지사나 지점이다 보니 EU와의 관계보다는 영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국에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본부를 설치한 기업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삼성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경우 EU와 영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유럽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브렉시트 진행 상황을 예상한다면.
영국의 체감경기는 정체되거나 약간 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EU 탈퇴까지 걸리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으로의 2년은 계속된 논쟁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한-영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영국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진행해 우리 기업들의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영국 런던=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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