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만큼 값진 결실 “땀의 가치를 믿어요”
비닐하우스 안에는 옆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동그란 안경테를 쓴 젊은 청년이 일정한 간격을 맞춘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나무에 심어진 표고버섯을 능숙한 솜씨로 따고 있었다.
청년은 버섯을 자식 다루듯 정성껏 바구니에 하나하나 담은 뒤 1t 트럭에 옮겨싣는데 여념이 없었다. 온누리버섯농장 성백용 사장(33)이다.
“이게 바로 화고버섯(표고버섯 중 하얗게 말린 버섯)이에요. 화고는 크게 색깔별로 백화고와 흑화고로 나뉩니다” 젊은 농군 성 사장의 입에선 버섯의 종류부터 쉼없이 쏟아져 나왔다.
■ 영농후계자로 농업에 발을 들이다
고향이 충북 영동군인 성 사장은 3살 때 용인으로 이사를 와 이 곳에서만 수십년간 표고버섯 농사를 한 아버지 성옥한씨의 1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버섯과 농업을 보며 자랐다. 그의 둘째 누나인 인경씨 또한 충남 청양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채소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농업에 대해 공부하게 된 그는 보다 체계적인 농업이라는 학문을 위해 한국농업대학교 채소과에 진학, 본격적인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성 사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용인 농장에서 부친의 지도 아래 버섯의 길에 들어섰다. 영농후계자로 농업에 인생을 건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아버지는 농장 운영에서 물러났고 성 사장은 독립했다.
성 사장은 현재 이 곳 포곡읍 외에도 처인구 양지면과 남사면 등 모두 3곳에서 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동만 10여동에 이른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만 버섯을 재배하는 참나무가 1천500여개라고 하니 기르고 재배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한해 농사 과정은 보통 이렇다.
매년 12월 인부를 고용해 산에서 직접 참나무를 벌목한다. 그런 후 약 100여일 간 나무에 수분 관리를 한 뒤 2~3월이 되면 나무 곳곳에 구멍을 뚫는 타종 작업을 한다. 이후 이 구멍에 버섯씨앗인 종균을 접종한다. 한마디로 씨앗을 나무에 심는 과정이다.
이렇게 약 1년간에 배양기간을 거치고 나면 여름에서 가을 사이 잘 자란 버섯을 수확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품종을 다양화하고 적절히 배합해 1년 내내 출하하고 있다.
말이야 쉽지, 과정 하나하나 어느 한 부분 방심하고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농장 비닐하우스 천장에도 차광막을 쳐 직사광선과 높은 습도를 피해야하며, 온도와 채광까지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차광막도 계절에 따라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적절히 버섯에 물도 줘야 한다.
온도와 습도관리가 안되면 버섯균이 나무에 활착(접목한 식물이 뿌리를 내림)하는 데 방해를 줘 버섯이 잘 자라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지만, 버섯은 어떻게 심었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나오는 작물”이라며 “그만큼 반응이 바로 나오는 민감한 품목”고 말했다.
■ 철저한 관리로 이겨낸 자신과의 싸움
성 사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버섯 농사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버섯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3년간 사용한 참나무는 폐목 처리하기 때문에 전혀 환경파괴 요인이 없다고 자부했다.
“버섯은 다른 작물과 달리 농약을 전혀 쓸 수가 없다. 버섯자체가 균이기 때문에 잡균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면 버섯균도 같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찬 젊은 농군에게도 어려고 힘든 점이 전혀 없었을 리 없다. 참나무를 벌목하고 버섯을 재배할 때 등 일부 과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혼자서 버섯 농사를 해내야 한다는 외로움과 중국산 종자를 사다가 재배해 국산으로 내놓는 대부분의 농가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바로 그것이다.
성 사장은 “현재는 중국산 종자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심으면 국내산 버섯이 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며 “내년부터는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들었는데 진정으로 우리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버섯을 키우는 상당수 농가는 이러한 방식을 택하지만, 항상 참나무와 국산 종균을 고집하고 여기에 자신만의 노하우와 철저한 관리는 성 사장만의 성공 비결이다.
그가 키운 버섯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한번 맛본 소비자는 무조건 단골 손님이 된다.
그는 전체 수확량의 절반에서 많게는 전체의 양을 단골고객에게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성 사장이 재배한 버섯 품질에 대한 신뢰가 입증된 것이다. 나머지는 농협을 통해 농수산물시장 등에 출하하고 있다.
“젊은 인력이 농업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위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줄이려면 젊은 인력이 다양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성 사장은 젊은 농업인이 사회적으로 위축감을 느껴 영농 현장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농업 현장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이 지금껏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각종 농업인 단체는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젊은 농업인으로 구성된 4-H(HeadㆍHeartㆍHandㆍHealth) 활동을 시작해 용인시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용인시농업경영인연합회 최연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농업 후배들에게 이 같은 사회활동이 큰 힘이 된다며 활동에 참여할 것을 조언한다.
이런 단체에서 젊은농군끼리 정보 공유는 물론 각종 체험교육과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외부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물론 농업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젊은 농업인의 사회적 활동은 영농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내년에는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냉난방시설을 도입한 배지재배 방식을 추가해 버섯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흔히, 특히 젊은 층에서는 농업은 어렵고 다른 산업에 비해 위축돼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작물을 선택하고 여기에 모든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농업에서의 성공도 분명히 가능하다. 젊은 농업인이 많이 육성되길 기대한다”는 성 사장의 말에서 젊은이가 많이 참여해 새로운 꿈과 이상을 키우는 우리 농업의 미래상을 보는듯 했다.
용인=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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