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입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안 됐다

국내로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 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 서열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건당국이 6일 밝혔다. 이로써 국내 확진 환자들에게 전파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유행한 바이러스보다 감염이 더 잘 되도록 변이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립보건연구원이 2번 환자의 검체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해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전체 염기 서열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가진 최소 정보 단위의 순서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는 약 3만여개로 보건연구원은 2번 환자의 객담(가래)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배앙했다. 보건연구원은 이렇게 배양한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국내 바이러스 학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의과학연구센터(EMC) 등과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유해 특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2년 EMC가 한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로부터 분리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유전자정보은행에 보관 중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표준주 'JX869059'와 99.55%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55개 유전자 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분리부 'KF600628'과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국내 기후가 중동보다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확산 과정에서 변이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바이러스학 측면에서 볼 때 중동 지역과 같은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보건당국도 동일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현지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인 10번 환자에 대해 3일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전염성을 강화하는 바이러스 변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메르스와 전쟁’… 진료병원 공개 목소리 커져

정부 방역대책 못 믿겠다 병원 공개 사이트까지 등장 시민단체 환자 거쳐간 병원 알려 추가 감염 막아야 확진 환자 35명 보건당국은 비공개 방침 요지부동 메르스 감염환자 5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모두 35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메르스 여파가 계속되자 발생 지역과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여전히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감염 환자가 거쳐 간 것으로 파악되는 전국의 병원을 모두 정리했다고 주장하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하는 등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는 웹 페이지 전면에 전국 지도를 펼치고 오른쪽 메뉴에 메르스 환자가 진료 또는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격리된 병원을 나열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구체적인 이름과 지역이 공개된 병원은 총 14곳으로, 전날 보건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거쳐갔다고 밝힌 병원 수와 일치한다. 사이트를 살펴본 한 의사는 메르스 확산 지도 덕분에 환자를 보는 데 안심이 된다며 병원이 공개되면 오히려 철저히 소독하고 격리된 모습을 보여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도 기자회견 등을 갖고 국민 불안과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해 병원명과 감염경로를 투명히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모든 정보를 국민에 신속, 정확히 공개하고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홍콩은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확산 차단을 위해 치료병원 명단을 공개했으며,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홍콩 당국의 정직한 정보 공개가 전염확산을 막았다고 평한 바 있다. 또 에볼라 발병 당시 병원 이름을 비공개했던 미국도 지난해 2명의 메르스 환자 발생 시 즉시 병원 명단을 알렸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날 발생 병원 등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의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의료기관을 위해 기관명 공개를 꺼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이나 애로사항 발생을 우려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5명의 감염환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메르스 환자는 모두 35명이 됐다. 의료진과 3차 감염 환자도 2명씩 늘어 각각 5명이 됐다. 이와함께 의심 환자로 분류돼 병원에 격리돼 있다 숨진 80대 남성이 메르스 감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로 확인되면 이 남성은 3차 감염자 중 최초의 사망사례가 된다. 격리 관찰자도 1천667명으로 전날보다 303명이 늘었다. 자가격리자가 1천 503명, 기관에 격리된 감염의심자가 164명이다. 격리 기간에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격리가 해제된 인원은 전날보다 10명이 증가한 62명으로 집계됐다. 안영국송우일기자

[단독] 메르스 자가격리자 “창살없는 감옥, 눈물로 살아요”

확진 어머니 병원 간후 소식 끊겨 남편아이는 시댁 가고 홀로 남아 정부는 대책없이 집에만 있으라 전국 자가격리자 1천500명 넘어서 제발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 이틀 전부터 연락도 되지를 않아요 친정 어머니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일주일 넘도록 자택에서 자가(自家) 격리 중인 A씨(30여)는 4일 전화 수화기 너머로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메르스에 감염돼 서울의 한 지정병원으로 옮겨진 어머니 B씨(54)와 이틀 전부터는 연락도 되지 않은 채 생사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살배기 아들과 남편도 시댁으로 떠난 뒤 자택에 홀로 남겨지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라는 외로움이 사무치다 못해 정부에 대한 분노로 변해가고 있었다. A씨는 이달 2일 서울 병원 의료진이 (어머니가)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전화를 걸어온 뒤 이틀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서 병원에 전화해도 다들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하루종일 집안에 혼자 갇혀있는데다 정부에 대한 불신만 쌓이다 보니 무섭고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면서 아빠랑 여동생은 엄마가 입원한 뒤 얼굴도 못봤다. 우리 엄마 좀 꼭 찾게 도와달라고 말하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앞서 A씨는 도내 한 병원(현재 휴진)에 입원해 있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지난달 28일부터 보건당국에 의해 자가 격리됐다. 이 병원은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A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19일 대상포진으로 입원했었다. 이후 고열 등의 의심 증상을 보인 뒤 지난달 30일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A씨의 어머니는 감염 확정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의 지정병원으로 옮겨졌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A씨의 어머니가 메르스 감염확진자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어머니 생사도 불분명한 상황에 남편과 아이 없이 홀로 집안에 남겨진 A씨는 집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TV와 인터넷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집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눈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자신과 남편, 아이까지 메르스에 감염됐을까 하는 두려움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일주일 넘도록 메르스 검사는커녕, 체온계와 손 세정제, 마스크까지 물량이 부족하다며 주지 않았다면서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씨처럼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는 자가 격리자는 모두 1천503명에 달하지만 보건당국은 그 어떤 조치 없이 격리 하나만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가 격리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하루 두 차례씩 보건소에서 모니터링 전화를 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메르스 발병 보름여가 흐른 현 시점까지 제대로 이뤄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오후 6시 이후에는 보건소 직원이 퇴근, 자가 격리자의 전화를 받는 이가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가운데 A씨 주장처럼 어머니는 현재 감염확진자 명단에 기재된 35명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확진자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방역대책본부 등에 수차례 확인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해영안영국기자

‘메르스 비상’ 학교들 부랴부랴 대책마련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경기지역 학교들이 서둘러 방역 작업에 나서는가 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메르스 예방법을 교육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3일 오후 4시30분께 경기지역 A초등학교 교실. 4명의 방역 업체 관계자가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텅 빈 교실과 복도 등 학교 건물 곳곳에서 살균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부터 휴업에 들어간 이 학교는 당초 이달 말 방역 작업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메르스의 공포가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메르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불안한 마음에 휴업을 결정하고 예정됐던 방역작업을 앞당겨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해당 방역업체 관계자 역시 이 학교 뿐만 아니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을 기점으로 방역을 앞당겨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 도내 B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사의 메르스 예방 교육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보건교사의 지도에 따라 고사리 손을 대야에 담근 채 올바른 손씻기 방법을 실습하는 한편, 메르스 감염을 피하기 위한 기침 에티켓 등을 배우고 있었다. 학교장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오늘 하루 동안 보건교사와 담임교사가 반별로 순회하며 메르스 예방법을 교육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전국에서 치러지는 대입 수능모의평가와 관련, 휴업을 결정한 고교는 희망자에 한해 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달 체험수련활동을 예정했던 1천46개교 가운데 976개교가 이를 취소하거나 연기보류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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