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병원 지정 무시하고 강제퇴원… 67명 대량 확산 불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들렀다가 수십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를 발생시킨 슈퍼감염자 14번 환자(35)는 당초 평택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는 5월15일부터 17일까지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1번 환자(68)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다. 퇴원 후 일주일 가량 일상생활을 하던 14번 환자는 5월25일 고열 등으로 평택 굿모닝병원에 재차 입원했다. 증세가 심해진 그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2주 후인 10일 현재 16명에게 직접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47명의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5월18일 평택 성모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16번 환자(40)는 충청권으로 메르스를 전파시켰다. 5월22~28일 대청병원, 5월28~30일 건양대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으면서 각각의 병원에서 8명, 9명 등 모두 17명의 메르스 추가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또 15번 환자(35)도 평택 성모병원을 거쳐 평택 굿모닝병원(5월25~27일)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5월29일)을 들렸고 4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했다. 전체 메르스 확진 환자 108명 중 이들 3명으로부터 직접 감염된 환자 수만 36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평택 성모병원에서 5월27일 퇴원한 51번 환자(72여)는 자가 격리 대상이었으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고향인 전북 순창의 한 마을로 내려갔다. 51번 환자가 이 곳에서 이웃주민과 10여일동안 생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마을은 통째로 격리됐다. 보건당국이 평택 성모병원에서 요구한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통제를 무시하고 일반 환자 등 60명을 강제로 퇴원(또는 이송) 조치하면서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8일자 1면)됐다는 지적이 현실로 드러났다. 10일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평택 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모두 35명(12번 환자 제외)으로 이중 일반 환자는 21명, 가족 등 방문자는 12명, 의료진은 2명이었다. 특히 평택 성모병원의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통제 요구를 무시하면서 각각 삼성서울병원,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은 3명(141516번)의 환자는 이들 병원에서 36명의 메르스 추가 환자를 발생시켰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메르스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것이다. 또 지난달 28일 보건당국에 의해 평택 성모병원에서 강제퇴원 및 이송조치된 60여명 중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도 13명에 달했다. 27번 환자(55)와 29번 환자(77여), 39번 환자(62), 40번 환자(24) 등은 자가 격리 후 타 병원 내원 또는 강제 이송 등으로 평택 굿모닝병원과 수원빈센트병원, 경기도립 수원의료원, 고양 명지병원, 서울중앙의료원, 동국대경주병원, 수원빈센트병원, 서울대병원 등으로 이동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택 성모병원 의료진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7명도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자가 격리 또는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메르스는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최해영 안영국 송우일기자

[단독] ‘메르스’ 삼성서울병원 뚫리고 성빈센트병원은 막았다

47명 추가 감염자 발생시킨 삼성서울병원과 대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이 국내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5월20일)하기 전부터 의심환자를 1인 병실에 격리하는 등 신속한 대처로 추가 감염자 0을 기록,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급증으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됐던 시점(5월27일)에 감염자가 내원한 후 47명(10일 현재)의 추가 전염자가 발생한 것과 대비된다. 10일 질병관리본부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에 따르면 성빈센트병원에는 3번 환자(76), 9번 환자(55) 등 2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입원했다가 양성 판정을 받고 각각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3번 환자는 메르스가 국내 알려지기도 전인 5월16일 위장관출혈 증세로 성빈센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병원 측은 호흡기 전염병을 의심해 곧바로 1인실에 격리 조치,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어 메르스 환자가 급증했던 지난달 27일,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아온 9번 환자 역시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해 즉각 격리 병실에 입원시켰다. 이 환자는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에 이송됐다. 병원 측은 동시에 두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20여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보호자와 일반 입원 환자 등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1인실로 옮긴 후 증상을 확인했다. 현재 3번 환자와 접촉자들은 최장 잠복기간(14일)이 지나 격리 해제된 상태다. 오는 12일로 잠복기간이 끝나는 9번 환자와의 접촉자 30여명 역시 지금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아 성빈센트병원에서의 추가 감염자는 아직 없다. 이에 비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응급실을 다녀간 후 해당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해 10일 현재까지 47명으로 가장 많은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성빈센트병원은 또 병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 전 구역에서 방역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지난 2일부터 병원 입구에 별도의 임시진료소를 마련해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해 진료에 앞서 의료진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병원 1층 로비에 적외선 체열 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전 출입구에서 모든 사람의 체온을 측정한다. 특히 보건 당국의 폐렴 환자 전수조사 지시(10일)보다 앞서 폐렴 등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중인 모든 환자를 1인실로 옮기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공식적으로 메르스가 국내 알려지기도 전에 3~5일이나 감염자가 머물고 수 십 여명의 접촉자가 있었음에도 기본 매뉴얼을 지켜 병원 내 감염을 막았다. 이에 대해 위성헌 성빈센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전염병을 예방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지켰다며 입원 중인 폐렴 환자도 1인실로 옮길 경우 비용 부담이 크지만 일단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조치했다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30년 가꾼 배나무 갈아 엎어… 앞날 막막”

30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나무인데 하루아침에 잃으니 눈물밖에 안 납니다 9일 오전 10시30분께 안성시 서운면 현매리 송교마을. 350여가구가 주로 배농사를 짓는 이 마을에 때아닌 굴착기 굉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주황색의 대형 굴삭기 6대가 배과수원에 들어선 채 배나무를 연신 뽑아내면서 마치 대형 벌목장을 방불케 했다. 굴착기가 뽑고 있는 것은 모두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과수세균병(화상병)에 감염된 배나무로 나무마다 알사탕 만한 크기의 배 열매가 맺혀 있었다. 일부는 줄기 끝이 검게 타들어 갔고 한켠에서는 뽑아 낸 배나무를 구덩이를 파 묻고 있었다. 이미 작업이 끝난 한 과수원은 석회가루가 배나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농민들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쓴웃음을 짓는다. 농장주 최종순씨(58)는 28년 동안 과수원(규모 1만9천834㎡)에서 배농사만 해왔다며 생때 같은 배나무가 땅에 묻히는 걸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다고 한숨만 쉬었다. 이어 최씨는 실성한 사람처럼 연신 배나무 수명 50년 중 가장 절정기가 올해였는데라는 혼잣말만 되풀이 했다. 이날 최씨 농장에서 100여m 떨어진 정기훈씨(54) 농장에서도 320여그루의 배나무가 매장됐다. 정씨는 17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과수원을 일궈왔는데 모두 땅에 묻혔다며 앞으로 5년 동안 배를 심을 수 없다는 말에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성과 천안지역에서 배나무 화상병이 처음 창궐하면서 매몰작업이 진행, 배 농가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안성의 배 과수원(1만7천㎡, 6그루)에 화상병이 발견된데 이어 이 병이 곤충이나 비바람 등 다양한 경로로 전염, 천안 지역까지 확산됐다. 화상병은 9일 기준 안성과 천안지역에서 총 26만7천㎡ 37곳 농가에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발병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발생지 주변 반경 5㎞를 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메르스 확진자 증가세 주춤… ‘2차 유행’ 진정 기미

이번 주말이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확진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며 2차 유행이 진정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메르스는 잠복기가 2~14일에 달하는 만큼 이번 주말께 3차 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양산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지난 4일 5명, 5일 9명, 6일 14명, 7일 23명이 나오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8일 8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대책본부는 평택성모병원의 1차 유행에 이어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다수 방문자를 감염시켜 2차 유행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확진 판정일 기준 2차 유행의 정점은 지난 7일이었다. 이날 추가된 23명의 확진자 중 17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지만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평택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대책본부는 메르스 잠복기를 고려할 때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환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30일 이후 환자들의 평균 잠복기인 67일이 거의 다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메르스 2차 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이번주 중 확진 환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주말께 3차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등을 거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듯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양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6번 환자(75여)가 지난 56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과 6일 서울 성동구 건국대병원을 각각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차 유행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단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환자 증가세가 꺾이긴 했으나 다른 병원으로 유입된 환자가 있어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9일 기준 메르스 확진 환자는 95명이며 격리조치를 받은 사람은 2천892명, 격리 해제자 607명, 퇴원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메르스 환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과 지역은 계속 늘고 있다. 김예나기자

메르스 경유지서 ‘감염지’ 된 동탄성심병원

병원 측 추가 확진 2명 관리대상 벗어나 현재 확진환자 없다 병원내 메르스 감염이 없다고 확신하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3차 감염자 2명이 발생하고,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2의 평택성모병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메르스 검사 결과 8명이 양성으로 확인, 확진자로 추가됐다. 이 가운데 94번 환자(71)는 15번 환자(35)와 지난달 27~28일 동탄성심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으며, 93번 환자(64여)는 지난달 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 병원에 체류한 간병인이다. 앞서 1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발열 증상으로 이 병원을 내원해 29일 오후 보건 당국으로부터 메르스 의심 환자라는 통보를 받고 격리조치 후 31일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94번 환자가 당국의 감시망이 가동되기 전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93번 환자 역시 의심 환자로 분류된 이후 보건 당국의 자가 격리 조치를 무시한 채 경조사를 이유로 외출하는 등 일부 개별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94번 환자의 경우 15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의심 환자 통지가 나오기 전날인 28일 요양병원으로 가겠다며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감염 위험에 대한 관리나 메르스 검사 제의를 받지 못했다. 아울러 93번 환자의 경우 병원측으로부터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임을 통보 받았지만, 검사를 거부한 채 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환자가 요양병원 등에서 시민들과 접촉하면서 메르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나쁘고 당뇨 등 만성 질환이 잦은 고령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간병인으로 근무하던 93번 환자가 다른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추가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동탄성심병원은 지난 7일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타 병원의 경우처럼 옆에 있던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전파된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되지 않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93번 환자는 통제불능으로 병원을 벗어났고, 94번 환자는 15번 환자가 의심 환자 통보를 받기 전에 퇴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성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화성에 사는 A씨(여)가 15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한 아버지를 간호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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