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능대학 / 세상을 바꿀 창의적 인재 키운다

재능대학이 지금까지의 각종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실업교육의 산실로 거듭 나고 있다. 졸업생 2만8천명에 3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재능대학이지만 그동안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 현실. 또 업무의 기본인 정관이나 각종 규정이 제대로 정비가 안돼 체계적인 발전을 거듭 하는데 장애로 작용했다. 국내 대학들이 갖고 있는 학사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 낭비적 예산집행 등 각종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재능대학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장이 바뀌면서 과거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학문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재정투자와 불합리한 제도 개선으로 학교발전 기초 다져 그러던 재능대학이 재능교육재단의 대대적인 투자와 이기우(59) 학장 체제를 맞아 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재능교육재단은 대학을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300억 원이 넘는 시설 투자와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조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재정지원을 해도 각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대학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대학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이 학장은 지난해 8월31일 취임과 동시에 구매시스템, 특성화문제, 비효율적 인력구성, 실험실습기자재 활용 미흡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 취임 6개월만에 32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지금은 상당한 발전을 거뒀다는 평가다. ◇국제화 차별전략 교육 재능대학은 교육의 내실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화 차별전략’을 도입, 글로벌 교육체제를 갖춰 나가고 있다. 우선 재능대학은 중국 현지 학기제를 실시해 매년 중국 비즈니스과와 관광경영과 80여명의 학생들을 중국해양대학 등에 위탁해 한 학기 동안 현지 교수진에 의한 중국어 수입 및 중국문화, 경제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선양항공공업대학과는 2004년 기술교류 협정을 맺고 IT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학생교류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 ‘어학연수’의 경우 학과 전공에 상관없이 희망 학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중국 현지 대학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연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살아 있는 실무교육으로 90%가 넘는 취업률 기록 재능대학은 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학문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에 따라 실용, 실기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5년 연속 기술지도 대학으로 선정돼 지난 99년부터 104개 업체에 교수 104명, 학생 230명을 파견, 산업체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정보화 컨설팅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기업발전의 촉매역할은 물론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산학연계는 취업률과도 직결된다. 재능대학은 6년 연속 9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천지역 대학 중에서는 단연 1위이고 수도권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인성교육을 통한 내실있는 인재 양성 재능대학은 최고의 인재가 아닌 반드시 필요한 사람, 기업에 쓸모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인성교육과 내실있는 인재 육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재능대학은 최근 경향이 기업에서도 이기적인 기능인 보다는 사람의 인격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봉사학점제를 도입, 강화하고 앞으로 비중을 좀더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와함께 재능대학은 인성교육 85점과 사회봉사 활동 20시간, 영어와 컴퓨터 90점 이상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는 ‘된사람 인증제’ 자격증을 자체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이영철기자 wyatt@kgib.co.kr <인터뷰> 이 기 우 학장 낭비적 관행 깨고 6개월만에 흑자 ‘작지만 강한’ 글로벌대학 육성 지난해 8월31일 재능대학 학장으로 취임해 1주년을 맞는 이기우 학장에게 학교발전을 위한 노력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6개월 만에 만성 적자에서 32억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 하나하나 개선하다 보니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절약해 흑자로 전환시켰다. 또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효율적인 재정운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관행타파 및 적법한 회계질서를 확립하다 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사회적 수요와 입학지원 등을 고려해 8개 학과의 정원을 조정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한 학과를 통합했다. 그 결과 기존 23개 학과에서 19개 학과로 줄어들어 좀더 효율적이고 내실있는 교육이 가능하게 됐다. -대학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참여없는 정책은 설공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일방통행은 하지 않는다. 모든 논의과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킨다. 그래야만 좋든 싫든 결과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고 주체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갖는 자세는. ▲나는 좌우명을 성실, 진실, 절실 등 삼실로 삼고 있고, 교직원을 만날때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름부터 고향, 특기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한 다음에 만난다. 학장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고, 모든 업무처리에서 좀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교수들에게도 결석이 잦은 학생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결석하는지를 진실한 마음으로 물어 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되면 결석회수도 줄어 들고 학생이 갖고 있는 어려운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졸 출신으로 9급에서 출발해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교육부 차관에 오른 입지전적인 이 학장이 최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매사에 충실하며 혼을 쏟아 붓는 열정 때문이었다.

비빔밥 논술

▲교과서에서 찾은 논술 : '교과서에서 찾은 논술’에서는 철학·역사·사회·문학을 번갈아 연재합니다. ‘철학’코너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봅니다. ▲데카르트는 왜“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을까? ● 데카르트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 흔히 데카르트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여러분은 데카르트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나요? 아마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일 거예요. 이 명제는 서양 근대철학의 시작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예요. 최근에는 “나는 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식의 패러디까지 등장할 정도로 너무나 익숙한 문구가 되었지요. 그런데 데카르트는 왜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을까요? 그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와 이 말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데카르트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중세 철학을 벗어나 근대 철학의 출발점을 제공했기 때문이에요. 우선 두 철학이 근본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서양의 중세는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대였어요. 다시 말해 신의 ‘말씀’이 세상을 지배하고 통치하던 시기였던 것이죠. 신의 말씀은 성직자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진리에 대해 고민할 것도 없이 성직자의 말만 따르면 되었어요. 무엇이 진리인지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가 보장해 주었으니까요. 학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신학이 모든 학문을 지배하고, 철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요. 신학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철학이 존재할 수 있었고, 신 안에서만 철학적 사고가 허용되었어요. 중세의 철학은 신학의 교리를 증명하고, 신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을 논박하고, 신학을 변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지요. 그 때문에 중세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고 불렸어요. 이러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확실성의 근거를 신에게서 찾았죠. 신은 한 마디로 의심해서는 안 되는 절대 진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이런 중세 철학의 룰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나갔어요. 이 과정에서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랍니다. 데카르트는 더 이상 신에 의지하지 않고 신에게서 독립한 ‘나’란 주체를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거예요. 즉, 그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인 이성의 힘을 신뢰하여, 이성으로 지식의 확실성을 밝힐 수 있다고 봤어요.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리는 기준이 더 이상 신에게 있지 않고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했죠. 신이 독점했던 지혜의 권위를 인간이 빼앗은 거예요. 이제 인간은 성경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릴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죠. 이렇게 근대철학의 출발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 기초를 데카르트가 닦아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근대철학의 기초를 세웠고, 이성을 중시했다는 걸 그저 지식으로만 안다면 여러분의 철학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스스로 데카르트가 되어 그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며 논리를 확장시킬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될 겁니다. 자 그럼 데카르트는 어떻게 근대철학의 기초를 놓을 수 있었는지 교과서를 통해 살펴봅시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_교육인적자원부_111쪽 합리론의 대표자는 데카르트(Descartes, R., 1596~1650)이다. 그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단편적이고 우연한 것이어서, 명백한 진리로 믿을 수 있는 것이 못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하여 일단 모든 것을 의심해 보았다. 이것이 이른바 ‘방법적 회의(懷疑)’이다. 그 결과, 아무리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해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의심(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확고 부동한 명제를 얻을 수 있었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태도에는 인간의 사유 능력, 즉 이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합리론자들에게 공통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데카르트가 진정 알고 싶었던 것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진리가 무엇인가 하는 거였어요. 그는 열 살 때부터 9년 동안 예수회 신학교에서 신학 중심의 철학인 스콜라 철학을 배웠어요. 하지만 데카르트는 신학에서 얘기하는 견해들을 도무지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즉, 신의 말씀이 모두 옳은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런 이유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이전에 배운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완전히 다시 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요. 데카르트는 가장 확실한 진리에서 출발하려고 그 진리를 발견하는 데 전력을 다했지요. 일단 모든 것을 의심해 보고, 또 의심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이런 그의 철학적 방법을 소위 ‘방법적 회의’라고 불러요. 그는 명증성의 규칙, 분해의 규칙, 합성의 규칙, 열거의 규칙, 네 가지 규칙을 만들어 철저히 학문적 방법론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명증성의 규칙은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예요. 조금 더 풀어보면, “속단과 편견을 신중히 피하고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고 뚜렷하게 내 정신에 나타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이죠. 분해의 규칙은 “검토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누라는 거예요. 세 번째 합성의 규칙은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대상에서 출발하여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조금씩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에까지” 도달하라고 요구하죠. 네 번째 열거의 규칙은 “아무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전반적인 검사를 어디서나 행”할 것을 요구하는 규칙이에요. 사실 이 네 가지 규칙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그가 얼마나 진리를 찾기 위한 방법에 철저했는가 하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이 규칙들은 모든 학문에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용되었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어찌됐든 데카르트는 그렇게 해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진리를 발견하게 돼요. 바로 “의심(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내가 철수인지, 영희인지 본래부터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는 거죠. 어찌 보면 대단한 발견도 아니에요. 어떻게 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지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인간과 자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의 창조물이라고 여기던 시대에, 신을 제쳐두고 ‘생각하는 나’란 주체가 모든 지식과 사고의 기초이자 출발점이라고 생각한 것은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이었지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데카르트에게는 생각이 존재보다 우선하고 있어요. 즉 생각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주체는 생각하는 나, 곧 정신을 의미해요. 그렇게 설정하는 순간, 육체는 주체와 분리되는 대상인 객체가 되어버려요. 그리고 정신이 육체나 물질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데카르트의 철학은 관념론이라 할 수 있어요. 성경에서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고 말한 것과 똑같이 생각, 정신, 관념이 우선한다는 거지요. 한 인간만을 놓고 보면 그런데요, 인간과 자연으로 관계를 좀더 확장시켜 보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주체이고 누가 객체가 될까요.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 주체가 되고 자연은 대상, 곧 객체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주체인 인간이 대상인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게 되는 거예요. 진리를 위해 자연을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은 후에 자연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돼요. ● 진리에 이르는 길 데카르트는 확실한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다가 결국 신으로부터 독립된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요. 하지만 신으로부터 독립하는 그 순간, 이전에 진리임을 보장해 주었던 절대자까지 사라지고 말았어요. 이제 무엇이 진리인지는 인간이 이성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거예요. 데카르트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요? ‘생각하는 나’에서 사고를 출발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의미해요. 이성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은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원의 개념은 ‘완전히 둥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완전한 원을 그리기란 쉽지 않고, 완전한 원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데카르트는 실제 모습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성을 통해 인식하고 있는 완전한 원의 개념이 훨씬 더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수학이야말로 확실하고 완전한 지식, 즉 진리의 모델이라고 생각했지요. 데카르트의 인식은 자연에 대한 것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어요. 데카르트는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 자연을 알아야 하듯, 우리 자신의 육체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육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육체에 작용을 미치고, 육체에서 파생하는 감정, 정념을 규제하고 그 힘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정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성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육체가 제멋대로라면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겠죠. 그래서 그는 ‘어떻게 육체를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다루는 도덕론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때문에 데카르트는 감정과 정념, 욕망과 육체적 활동을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가진 이성이 통제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돼요. 결국 도덕론에 관한 데카르트의 생각을 정리하면, 이성에 의해 통제되는 상태를 위해서 제멋대로인 육체를 통제하고 욕망을 억제하라는 것이지요. ● 데카르트의 철학이 미친 영향 이러한 데카르트의 철학은 어떤 변화들을 일으켰을까요? 먼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과학의 발전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게 돼요. 역으로 과학의 발전으로 데카르트의 사고가 태동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신의 말씀이 아니라 실제 세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게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도 있어요.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를 분리시킨 동시에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주장하게 돼요. 즉,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낳은 것이죠. 자연은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진리를 찾기 위해 자연을 실험 대상처럼 조작하고 실험하는 인간의 행위들이 모두 정당화되는 거예요.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자연파괴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과 복제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은 자연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는 근대철학적 사고가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른바 과학만능주의 사고를 낳는 뿌리를 제공한 거죠. 또한 데카르트는 이성의 힘을 중시했기 때문에 이성으로 대중의 편견과 무지를 일깨우고, 이성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라는 계몽주의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어요. 신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생각하는’ 독립된 주체로 인간을 자리매김함으로써 훗날 개인의 자아를 중시하는 인권 개념을 발전시키는데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요. 진리를 향한 한 철학자의 열정이 근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죠?

동영상 지식e채널 활용 논술

EBS 지식e채널은 300여개의 완성도가 높고 주제 의식이 분명한 동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은 4분 내외로 흥미 있는 자료를 통한 감성적인 읽기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시선으로 삶과 사회 문제 등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거꾸로 보기’, ‘무엇이 진짜’, ‘게이트 키핑’등의 지식e채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동영상을 통해서 소감과 문제 의식을 확인하고 정리해보는 것에서 사고 훈련이 가능하리라 본다. 이렇듯 논술의 소재가 어려운 책이나 글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짧지만, 완성도가 높은 동영상을 통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주제에 접근 할 수 있다. ◇동영상 광고 활용 광고는 15초의 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표현력과 전달력, 구성력이 뛰어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외국 텔레비전 광고(면도기 광고)에 나오는 장면을 통해서 논술을 위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세 번째 그림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일까? 다양한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정답은 ‘엄마 고마워요.’이다. 광고 속에 나오는 카피나 장면 등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뽑아내고, 소감을 적거나 비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질 수 있게 된다. ‘메가패스’ 광고를 통해서 속도만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가능할 것이고, 천만인의 선택을 강조하는 ‘LG카드’ 광고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숫자 숭배의 일면을 진단해 볼 수 있다. >> 지식e채널 활용 논술 수업의 실제 동영상을 감상하고 1.‘이 동영상에서 나타난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의 의미를 쓰시오’, 2.‘킹콩과 금발녀의 관계에서 진실은 무엇이고, 뉴스를 통해서 어떻게 왜곡됐는지 쓰시오’ 등의 직접적 발문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게이트 키핑으로 진실이 왜곡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 사례를 찾아 적어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 (500자 내외)’로 구성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2003년 연세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로 연결시켜 ‘이미지와 본질’이라는 주제로 심도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 ◇동영상 지식e채널 활용 논술 EBS 지식e채널은 300여개의 완성도가 높고 주제 의식이 분명한 동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은 4분 내외로 흥미 있는 자료를 통한 감성적인 읽기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시선으로 삶과 사회 문제 등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거꾸로 보기’, ‘무엇이 진짜’, ‘게이트 키핑’등의 지식e채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동영상을 통해서 소감과 문제 의식을 확인하고 정리해보는 것에서 사고 훈련이 가능하리라 본다. 이렇듯 논술의 소재가 어려운 책이나 글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짧지만, 완성도가 높은 동영상을 통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주제에 접근 할 수 있다. ◇동영상 광고 활용 광고는 15초의 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표현력과 전달력, 구성력이 뛰어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외국 텔레비전 광고(면도기 광고)에 나오는 장면을 통해서 논술을 위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세 번째 그림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일까? 다양한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정답은 ‘엄마 고마워요.’이다. 광고 속에 나오는 카피나 장면 등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뽑아내고, 소감을 적거나 비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질 수 있게 된다. ‘메가패스’ 광고를 통해서 속도만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가능할 것이고, 천만인의 선택을 강조하는 ‘LG카드’ 광고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숫자 숭배의 일면을 진단해 볼 수 있다. /권 윤 호 풍덕고 교사

김봉석의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

<자전거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 그 성장의 발자취> ▲내 파란 세이버 평소에 한국만화보다 일본만화를 많이 본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일본만화가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도 <바벨 2세> <우주소년 아톰> <내일의 죠> 등 일본만화를 보고 성장했기 때문에 일본만화에는 익숙하다. 지금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만화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고우영의 <삼국지> <일지매> 등을 수십 번씩 보았고 박수동, 김수정, 강철수 등의 만화도 탐독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등장하고, 허영만이 <카멜레온의 시>와 <고독한 기타맨>을 발표하고 <오! 한강>을 연재하면서부터는 한국만화에 빠져들었다. 순정만화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북해의 별>과 <아르미안의 네딸들>도 보고 감동했다. <주간만화> <만화광장> 등 쏟아져 나오던 만화잡지들도 놓치지 않고 구독했다. 어느새 한국만화에 열광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열혈강호> <누들 누드> 등의 히트작도 있었지만, 한국만화를 보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과거의 작가들도 하나 둘 잊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만화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를 다시 만나면서, 과거에 보았던 한국만화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흥용을 처음 만났던 기억도. 박흥용의 만화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때 본 만화월간지 <만화광장>에서 본 단편들이었다. 그 단편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오토바이광이라는 이력에서 나온 듯한 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말더듬이 배달부. 그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은 오토바이뿐이다. 속력이 높아질수록 그는 세상에서 멀어진다. 아니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속도의 세계에 홀로 존재하게 된다. 에서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도피의 공간에서라도 이루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도피가 헛된 것이라고 몰아붙이지 않고, 도피 자체가 얼마나 절박한 현실과의 부대낌인지를 보여주는 만화였다. 박흥용의 만화는 현실을 말하면서도, 결코 현실에 짓눌리지 않았다. 현실을 제대로 지켜보고, 거기에서 일어서는 법을 늘 이야기했다. 반성과 성찰 그리고 희망이 늘 존재했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지라도. 박흥용의 만화에서 초현실주의적인 장면들, 판타지가 수시로 튀어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언제나 현실에 굳게 발을 딛고 있기에 화려한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함께 박흥용의 대표작이라 할 <내 파란 세이버>는 자전거에 인생을 건 소년의 이야기다. 시작은 1969년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산비탈의 미끄럼질을 중학생보다 잘했던 소년 최대한. 반드시 쌕쌕이를 모는 파일럿이 되겠다는 목표는, 일단 현실적인 자전거로 바뀐다. 멀고 먼 학교까지의 통학을 위해 자전거를 택한 것이다. 대한의 천부적인 체력과 재능은 자전거부 감독인 이영수 선생의 눈에 뜨이게 된다. 이영수는 대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기 시합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지 아저씨가 대한의 자전거에 부딪쳐 목숨을 잃는다. 충격을 받은 대한은 잠시 넋이 나가버리지만, 결국은 자신의 운명인 자전거로 돌아온다. <내 파란 세이버>는 성장만화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은 자전거를 통하여 인생을 배운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바로 그가 죽인 거지 아저씨 때문이다. 폭우 때문에 다리가 떠내려간 것을 모르고 달리던 대한의 앞을 막아선 거지 아저씨.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대한은 급류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다. 자신 때문에 목숨을 버린 아저씨를 생각하며, 대한은 자신 속으로 침잠한다. <내 파란 세이버>의 핵심에 있는 단어는 ‘생명’이다. 대한은 말 그대로 ‘생명의 채무자’다. 대한은 거지 아저씨의 생명을 담보로 나머지 인생을 살고 있다. 그것을 갚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많은 방황을 거쳐서 대한은 알게 된다. 생명을 대신하는 것은, 생명밖에 없다는 것을. 빚을 졌기 때문에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인생 즉 생명을 소중히 하며 앞으로 나갈 때 채무도 사라지는 것이다. 생명을 갚는 길은, 자신의 생명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박흥용의 만화는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도 고루한 교훈에만 갇혀있지 않다. 박흥용이 던져주는 교훈은,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관계와 세부의 묘사 덕분에 생명을 얻는다. 최대한은 두 명의 여자를 사랑한다. 이영수 선생의 딸이며 대학생이 되어서는 학생운동에 뛰어드는 이주미. 방황하던 대한이를 다시 자전거에 뛰어들게 도와주고 서울로 가서 가수가 되는 도미현. 그들과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이 얽히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었다가 이주미의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기 경주를 하다 하반신 불구가 되는 양영식, 흑인 아버지를 둔 탓에 천부적인 체력과 함께 검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박영자, 최대한의 중국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잠언을 던져주는 화교 슨허민, 최대한의 라이벌이자 친구이기도 한 차봉태, 박판주 등등. <내 파란 세이버>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최대한의 주변에서 거미줄처럼 얽혀들어 광활한 우주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개인적인 역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그들이 서로 만나 이루어지는 황홀한 순간들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내 파란 세이버>는 자전거 경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인생을 빼고, 단지 자전거에 대한 정보만으로 <내 파란 세이버>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국의 만화가 방대한 정보를 통해 만들어지는 서사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일상사에 치우쳐 있는 현실에서, <내 파란 세이버>의 성취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박흥용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연구를 통해 자전거 경주에 대한 사실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자전거 경주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잠언을 이끌어낸다. <내 파란 세이버>야말로 대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걸작으로 부족하지 않다.

비빔밥논술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사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 흔한 소재입니다. 드라마, 영화, 문학작품, 광고에서는 온통 사랑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흔해 식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사랑이 인류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설렘이나 뜨거운 열정 같은 어떤 특별하고도 좋은 감정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랑을 두고 고통이나 인내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사랑이란 지극히 자연스럽고 근원적인 감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도 많이 접합니다. 이웃을, 인류를, 이 세계를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적 차원의 요구입니다. 모든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넓게 보아 사랑이 의무인 경우가 있을까요? 그러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김경미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사랑을 소재로 한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랑이 그처럼 많은 예술을 낳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사랑이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에 대한 정의도 아주 다양합니다. 여러분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사랑이란… 다음은 사랑에 관한 명언들을 모은 것입니다. 이를 읽고 물음에 답해봅시다. 사랑이란 마치 열병 같아서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생겼다간 꺼진다.(스탕달) 사랑은 규칙을 알지 못한다.(몽테뉴) 사랑은 삶의 최대 청량, 강장제이다.(피카소) 모든 사람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묵가) 사랑의 본질은 개인을 보편화하는데 있다.(콩트)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톨스토이) 사랑은 의지의 실천이다.(M.스코트 팩)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다. 헌신에 의해 사랑은 자란다.(로버트 스티븐슨) 사랑의 손길이 가장 적게 닿는 곳에 가장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칼릴 지브란)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발자크) 사랑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도스토예프스키) ▲Yes No 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사랑은 의무일 수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사랑이 의무일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의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지 함께 토론해봅시다. 명제Ⅰ. 사랑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 행위다! -Yes(있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무엇을 돌려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사랑을 베풀 때 상대가 그만큼 사랑으로 나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본래 그 근원적 활동에 있어 타자를 위한 조건 없는 정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대상에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이러한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때론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버리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인류애도 헌신적인 사랑의 한 예다. 사랑이 이타적 행위라 함은 자신의 이기적 욕구를 억누르고 자제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자연스런 감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사랑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강한 의지로 행하는 사랑의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해 헌신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 각인시킨 결과이다. -No(없다) 사랑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상호적인 감정이다. 물론 짝사랑과 같은 일방적인 사랑도 존재하지만 이는 불완전한 상태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더욱 배가 될 수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아 부모의 일방적인 헌신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부모 역시 자식이 보내는 사랑의 눈길이나 작은 행동으로 보상받는다. 물론 그 행위가 보상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은 순수하게 일방적으로 주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다만 사랑을 일방적인 이타적 행위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부단하고 자연스런 상호작용이 사랑이며 그러한 사랑이야말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헌신이나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생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의 순수한 마음과 무조건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은 의지에 지배되지 않는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마음이 진정한 사랑을 가능케 한다. 교과서 속으로! 통합형 논술대비를 위한 코너입니다.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어떻게 심화·확대되었는지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해봅시다. <가> 공동체 의식이란,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한 마을조차 공동체가 되기 어렵고 반대로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세계 전체가 공동체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은 공동체의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일체감’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 감정’, ‘역할 감정**’, ‘의존감정***’으로 구성된다. * 우리 감정 :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하나 됨을 느끼는 것 ** 역할 감정 : 구성원 각자가 공동체 안에서 의미 있는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 의존 감정 : 구성원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는 것-고등학교 도덕_교육인적자원부_68~69쪽 <나> 간디 사상의 요체인 비폭력주의는 하나의 유효한 정치적 투쟁 수단이기 이전에 근원적으로 만유의 법칙을 사랑으로 파악하는 위대한 종교적, 철학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폭력주의 운동은 결코 수동적인 저항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악에 대한 보답을 악으로 하지 않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는, 거의 불가사의하게 깊고 부드러운 영혼 속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적 행동이었다. *만유(萬有)의 법칙 :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 -고등학교 국어(하)_교육인적자원부_242쪽 <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실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고등학교 국어(상)_교육인적자원부_240쪽 1 [가]에서 나타난 공동체 의식과 [나]의 간디 사상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을 써봅시다. 2 [나]의 간디와 [다]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공통점을 적어봅시다. 3 간디와 [다]의 시적 화자가 행한 사랑이 의무적인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그 이유를 말해봅시다. <쟁 점 이 술 술~> 사랑이란 자연스러운 감정일 텐데 왜 의무일 수 있다는 물음이 나온 것일까요? 사랑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며 토론에 앞서 그 배경을 알아봅시다. 1.사랑이란 무엇인지 정의 내려 주세요.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에요. 하지만 제한된 분량에 정의를 내려야 하는 사전에는 사랑의 다양한 속성과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어요. 고등학교 시민윤리 교과서에서는 사랑을 “영혼 속에 감추어져 있는 열정을 활성화시키는 정신적인 힘”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어찌됐든 사랑이란 작은 설렘의 감정에서 시작해서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선 그 무엇이며, 열정을 부여해 강한 실천에 이르게 하는 힘을 의미해요. 사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류를 지탱해 온 힘이며 동물과 다른 생활을 가능케 한 요인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진정 인간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랑을 느끼는 열정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정신이 황폐화된다고 말하죠. 사랑은 미움의 대립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인 생명의 원리로 볼 때 그러한 감정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사랑의 감정이나 대상, 방식 등이 모두 달라 사랑을 정의 내리긴 쉽지 않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는 데는 모든 종교나 문화권에서 공히 인정하는 점이에요. 2. 사랑에 대해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랑을 뜻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며 꼭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한정짓기 힘들어요. 이는 사랑이 다양한 인격적 교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랑의 대상 및 방식, 교제 형태는 모두 다르고 매우 다양해요. 또한 개별 주체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 역시 미묘하게 달라 그 감정이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쉽지 않죠. 사랑이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처럼 사랑이 다양한 유형을 지니고 있으며 개별 사랑마다 미묘한 감정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3. 사랑에는 얼마나 다양한 유형이 있나요? 흔히 사람들은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구분하기도 하며, 홀로 하는 짝사랑을 별도로 취급하기도 해요. 서양에서는 사랑을 세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에로스(eros)’라 말하고 정신적·인격적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와 성스럽고 은총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아가페(agape)’로 구분하죠. 서양과 달리 동양의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하지 않아요. 친구 사이의 우정(信), 부모 자녀 사이의 자애(慈愛)와 효(孝) 등은 일방적인 관계라기보다 호혜적인 관계를 의미해요. 공자는 이러한 사랑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나는 것을 인(仁)이라 말했어요. 그 외 사랑에는 동물에 대한 사랑, 자연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사랑을 비롯, 비인격적인 대상에의 사랑도 있어요. 일에 대한 사랑이나 음악에 대한 사랑 등 비정형적인 대상을 사랑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이번 토론에서는 인격적 대상에의 사랑만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로 해요. 남녀 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 등을 모두 포괄해서 논의하는 것이죠. 4.‘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남녀의 사랑을 포함해 모든 개별적인 사랑이 항상 의무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사랑에는 책임과 희생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요. 특히 자녀에 대한 사랑과 효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의무인 것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또한 우리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거나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죠. 이런 경우 사랑은 하나의 의무로 인식될 수 있어요. 물론 이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어요. 사랑은 의무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랑이 의무가 될 때 구속으로 변질되고 진정한 사랑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해요. 그들에게 사랑은 본능이자 열정이고 감정적 차원의 어떤 것인 셈이에요. 반면 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은 사랑이 온전히 감정적 차원의 것은 아니며 이성적 판단이 결합될 때 온전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요. 인류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인 만큼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5. 의무는 강제적인 속박 아닌가요? 의무란 어느 정도의 강제나 구속을 수반할 수밖에 없죠.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의무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예요. 사회의 유지나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도덕이자 윤리적 차원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죠. 기독교에서도 그런 차원으로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사랑을 의무로 설정하고 있어요. 이는 권리의 반대 개념으로 법률적인 구속이 작용하는 의무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죠.

지식 암기식 교육의 탈피

논술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논술은 무엇인가?’, ‘논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논술을 왜 해야 하는 것인가?’, ‘논술의 미래는?’ 논술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입시를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이라는 높은 이상에 오르기 위한 든든한 사다리로서의 논술은 그것으로 그 효용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입시가 아닌 보다 이상적인 삶에 이르는 통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고, 두껍게 읽을 수 있다면 그 만큼 개개인의 삶은 풍요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도구였지만, 그 끝은 본질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논술을 바라본다면, 논술은 교육과정의 본령과 맞닿아 있다. 논술은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에 그치는 교육에서 탈피해서 교과적 지식의 배경, 영향, 삶의 문제와의 관계에 의문을 가지는 교과적 깊이를 더하는 활동이다. 논술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긴 호흡을 가지고 교과적 지식을 뛰어 넘는 깊이 있는 원리적 개념과 통합 교과적 논의와 고민이 가능했겠는가. 하지만 쉽지 않다. 왜냐 하면, 그것은 창의적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남보다 새롭게, 다르게, 두껍게 생각한다는 것은 고도의 전문적 훈련 과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두껍게 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민감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감하게 보기의 전략을 매체(만화, 동영상, 그림) 활용에서 찾고자 한다. 어려운 책 읽기만을 강요하고 학생들의 배경지식을 확장시키기 위해 일률적인 주제 위주의 공부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만화, 사진, 영화, 미술 작품, 광고, 동영상, 신문 자료 등의 다양한 매체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함께 보고, 느끼고,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의미나 이치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짧은 글부터 써 나가면서, 어렵고 딱딱한 주제나 개념들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몸소 알아 나갈 수 있게 된다. ▷ 만화 활용 논술 논술을 막연히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만화 자료를 활용하여 사고 훈련과 배경 지식 활성화, 표현의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다. 추천할 만한 만화로는 주제가 분명하고, 깊이 있는 사고와 삶의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이원복의 『고전만해(古典漫解)』, 『신의 나라 인간 나라』,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박재동 공저의『십시일반』, 송주성의 『만화로 끝내는 논구술』 등이 있다. 만화를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느낌을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교육과정이나 기출 문제와 연계하여 고민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다양한 사고와 교양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도울 수 있다.

<유레카>2008학년도 수시2학기 전략

이번 호는 2008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의 특징과 대비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논술은 지원자 간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남은 기간 학생들이 전력을 다해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2008학년도 수시2학기에서 논술은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학생부 성적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은 논술이나 구술 등의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이는 정시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들이 정시는 수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동점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입시는 결국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지원한 학생들 간의 경쟁이다. 당연히 이들의 수능이나 학생부 성적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같은 등급의 지원자 안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는 논술 혹은 구술인 것이다. ▲인문계 논술의 특징과 대비법 지금까지 모의논술고사를 실시한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이다. 이들 대학이 실시한 모의논술고사가 실제 시험과 똑같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모의논술고사가 2008 통합논술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만큼, 학생들은 이것들을 바탕으로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의논술고사를 통해 본 인문계 논술의 특징은 인문계와 자연계의 통합이 아닌, 인문계 내의 과목에서 통합하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것이다. 언어 논술에 수학 개념을 적용하는 수리논술은 사라졌고, 인문계 내의 과목에서 언어와 정치, 경제, 문화 등이 통합된 문제가 주로 출제되고 있다. 또 복수 제시문과 복수 문항 즉, 한 문제에 여러 논제가 나오는 유형이 많아졌다. 이는 사고의 과정을 평가하는 문제로, 제시문을 요약하고,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등 문제가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짧은 분량의 논술을 여러 편 써야 한다. 2008 통합논술의 다른 특징은 교과서 활용 제시문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대 모의논술고사의 경우 제시문에서 교과서의 비중이 47.1%에 달했다. 이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반영해 학생들이 별다른 기본지식이 없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대학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문계 논술 대비방법은 기존의 준비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학생들은 논술의 기본기를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 우선 학생들은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교과서 활용 제시문이 많아지고, 제시문의 난이도도 낮아졌기 때문에 쉬워졌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채점을 해보면 논제의 요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쉽다고 생각해 오히려 문제의 요구를 꼼꼼히 파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문제와 제시문을 꼼꼼히 읽고 분석해 출제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지문이 나오더라도 그 제시문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독해력과 이해력을 키워야 한다. 평소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통합형 논술을 대비하는 방법이다. 특정 교과의 단원이 다른 교과의 어떤 부분과 연관되는지 혹은 실생활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많이 써봐야 한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손으로 써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많이 써보면서 시간 배분이나 작성 요령 등도 함께 습득하도록 한다. ▲자연계 논술의 특징과 대비법 자연계는 2008학년도부터 논술고사를 대폭 확대 실시한다. 하지만 기출문제 같은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학생들이 갖는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모의논술고사를 통해 분석한 자연계 논술의 특징은 계열 내 통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언어와 수리의 통합이 아닌, 수학과 과학 혹은 과학 내에서 물리와 생물, 지구과학과 화학 등이 결합된 형태의 문제들이 출제된다. 또한 실생활과 연관된 문제들이 많이 나온다. 자연계의 원리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에 자연계 학생들은 교과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논제 대부분이 개념의 이해와 적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상시에 수능 수리탐구영역이나 과학탐구영역을 공부할 때 공식이나 원리를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도출됐는지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다른 것에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기본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관련 문제들을 많이 접해봐야 한다. 자연계 논술이 단순히 수학문제를 푼다거나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그것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훈련을 많이 해 두어야 한다. 연관된 배경지식을 폭넓게 학습해두고, 개념이나 원리 등은 과목을 구분 짓지 않고 유기적으로 학습해 두는 자세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자연계 논술도 결국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논술’이다. 언어논술과 별도로 출제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논술의 기본이 잡혀 있지 않으면 자연계 논술도 제대로 풀어내기 힘들다.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 논리적인 사고과정, 제시문 독해 능력 등은 자연계 학생들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읽기, 쓰기 훈련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제 수능이 9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수시를 쓸 것인지, 정시를 쓸 것인지 정리되지 않은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지금쯤에는 자신이 수시 올인형인지, 정시 올인형인지, 수시와 정시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형인지 확실하게 파악이 돼 있어야 한다. 사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즉, 학생부 성적은 좋으나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수시에 올인하는 등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수시만 준비하느냐, 정시만 준비하느냐 하는 것은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수시 2학기 전략을 마무리 지으며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하루 빨리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유레카논술아카데미 입시연구소 평가실장

<유레카>비빔밥논술

<爭 點 討 論>비정규직 보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이랜드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랜드가 뉴코아와 홈에버의 비정규직 노동자 1천명을 대량 해고하면서 시작된 이 문제는 점거농성, 불매운동, 강제 연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란 이름 그대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일진대 왜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가 발생한 것일까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그 중간에 이랜드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비정규직 해고법’이 되고 있다며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며 노동계와는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일까요? 비정규직 보호법은 사회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비정규직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봅시다./김인규 상임연구원 <생각열기>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사태가 정부와 노동계의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사적(私的)인 사업장에 두 차례나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이랜드 노사분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적인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정당한 행위일까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 [상황]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홈에버와 뉴코아는 비정규직 노동자 천명을 대량 해고하였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이랜드 노동자들은 해고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7월 1일부터 20일 동안 매장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이랜드 사측은 매장 점거농성을 먼저 해제하지 않으면 노조와의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 7월 20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뉴코아 강남점에 46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매장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이랜드 노조원들을 전원 연행했습니다. 경찰은 연행된 노조원들에 대해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노사분규 중인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 [시민 반응] [시민1] 점거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40이 넘은 아줌마들이에요. 아이들 학원비라도 마련해 볼까 해서 현금계산원으로 취직한 거죠. 그들이 하루 8시간 내내 현금계산대에 서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며 일해서 받는 월급이 고작 80만원이에요. 그런데 그것마저 하루아침에 아무런 이유 없이 잘린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그런 아줌마들에게 경찰 투입은 벼랑 끝으로 내모는 꼴 아닌가요? [시민2]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매장을 점거하며 20일 넘게 영업활동을 못하게 하는 건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농성을 강제 해산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봐요. 불법행동을 정부가 좌시할 수는 없잖아요. 또 경제적인 손실도 생각해야죠.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의 처지를 악화시키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되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함께 토론해봅시다. 명제Ⅰ. 비정규직의 확산은 기업이기주의로 빚어진 심각한 사회문제다! YES (악화시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50%를 넘고 있다. 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분야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말이며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 수준의 50~60%만 받고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나마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를 조직해 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확산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을 방치하면 사회혼란과 분열, 계층 간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내수 성장기반까지 무너뜨릴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전담시키며 위기를 극복하려 한 기업들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기업 차원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로 내맡겨서는 안 된다. NO (개선시켜) 비정규직의 확산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은 세계화 속에서 경쟁 우위를 위해 고용을 시장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의 변화는 고용 환경의 변화를 야기했으며 이에 따라 평생직장, 평생고용의 개념이 무너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하니 비정규직 자체를 마냥 부인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을 적정 수준에서 활용토록 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이 용이해진다. 해고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손쉽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유연성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비정규직 상황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비정규직의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자체에 대한 부정보다 이러한 현실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명제Ⅱ. 비정규직보호법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시킬 것이다! -명제Ⅲ.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명제Ⅳ. 대량해고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당장 재개정해야 한다! <쟁 점 이 술 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정규직이란 무엇인지부터 하나씩 짚어봅시다. 1.비정규직이란 무엇인가요? 정규직은 지극히 일반적인 고용 형태를 말해요.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주와 계약을 하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죠. 회사의 정해진 노동시간에 따라 일하며 임금 수준 역시 회사의 기본적인 급여체계나 직급에 따라 정해져요. 그에 반해 비정규직은 일정 기간 동안만 계약해 일하는 노동자를 말해요. 흔히 임시직, 계약직이라 부르기도 하죠. 정해진 기간만 일하며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일하는 파트타임직인 경우도 있어요. 또한 파견직의 경우도 일종의 비정규직인데, 파견직이란 일하는 기업에 직접 고용되어 있지 않고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있으면서 파견되어 일하는 경우예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수준이 낮고 복지 차원에서도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또한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곤 하죠. 우리나라에는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 사회문제화되고 있어요. 2.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비정규직은 늘기 시작했어요.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건비 부담이 큰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임금이 적게 들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은 늘리게 된 것이죠.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만 하더라도 570만 명이며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37%에 달하는 규모예요. 그리고 지금도 비정규직은 꾸준히 늘고 있죠. 노동계는 노동자 중 800만 명 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3.비정규직 급증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요? 사실 오랜 기간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맞아요. 그래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죠. 하지만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고용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있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고 사회보험가입률은 40%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는 일한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죠. 또한 비정규직 확산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그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어요. 그 결과 정부와 경영계, 일부 노동계가 6년이 넘게 논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물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아요.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화 시대에 쉽게 해고되고 다시 재고용되는 고용 유연성 확보가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를 통한 고용 유연성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4.비정규직 보호법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나요? 비정규직 보호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첫 번째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처우를 금지하고 있어요.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여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어요. 세 번째는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대신에 그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에요.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여 사회양극화 해소와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5.비정규직 보호법은 왜 논란이 되고 있나요?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년 이상 고용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노동계는 이 조항이 그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2년마다 대량 해고를 양산시킬 것이라 주장해요. 이번 이랜드 문제 역시 계약기간 2년을 앞두고 1천명의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시키면서 발생했죠. 노동계는 이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해 비정규직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또한 차별금지 조항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해요. 그 기준이 추상적이고,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피해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경영계 역시 비정규직 보호법에 불만이 많아요.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죠. 비정규직 문제는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되기 힘들며 법은 최소한의 규칙만 정하고 기업의 자율에 맡길 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유레카>한계령-'원미동 사람들'중에서

<한계령> 양귀자씨 ‘원미동 사람들’ 중에서 1. 한계령 줄거리 어느날 나는 전화를 받습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목소리 주인공은 자신을 박은자라고, 어릴 적 동무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 나는 찐빵집 딸이었던, ‘검은 상처의 블루스’라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불렀던 은자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은자는 부천 지역 밤업소에서 ‘미나 박’으로 꽤 유명해졌다면서 꼭 한번 자신이 노래하는 업소를 찾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그 순간부터 나는 은자와 함께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다방 레지로 취직했던 언니와 아내와 딸들을 항상 때렸던 은자 아버지. 그리고 큰오빠가 떠오릅니다. 추억 속에서 큰오빠는 항상 꿋꿋하기가 대나무 같고 매사에 빈틈이 없어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맛있는 음식도 큰오빠와 함께라면 다들 어려워했지요. 하지만 요새 어머니의 전화 내용의 대부분은 큰오빠가 술을 마시고 자꾸 먼산을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 소식에 가족들은 늙어가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기려 하지만, 나는 오빠의 상심의 정체를 알 것만 같다고 고백합니다. 사는 데 바빠 아버지 추도예배를 가지 못하는 형제들. 술이 들어가면 어머니를 붙잡고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자는 큰오빠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계속 무겁게 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심하게 가난했던 일곱 형제들의 생계를 오빠는 야간 대학을 다니면서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아침마다 회비, 참고서 값, 성금, 체육복 값 등을 달라고 내밀 때마다 공장에서 돈으로 찍어도 모자라것다 라면서도 큰오빠는 돈을 내밉니다. 이런 추억에 잠겨 있을 무렵, 은자가 전화를 걸어 왜 찾아오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은자는 첫아이를 임신하고도 빚에 쫓겨 유흥업소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다가 유산한 자신의 고단한 삶을 들려줍니다. 나는 그 속에서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창가에 붙어 앉아 귀를 모으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넘어져 상처 입은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는 실패의 되풀이 속에서도 그들은 정상을 향해 열심히 고개를 넘고 있었다. 정상의 면적은 좁디 좁아서 아무나 디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현실도 그들에게는 단지 속임수로밖에 납득되지 않았다. 설령 있는 힘을 다해 기어올랐다 하더라도 결국은 내리막길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수긍하지 않았다. 부딪치고 아등바등 연명하며 기어나가는 삶의 주인들에게는 다른 이름의 진리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다음날 고향집 동생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고향집을 팔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큰오빠가 종일토록 홀로 술을 마셨다는 거지요. 식구들 모두 조마조마하다고 동생은 전합니다. 큰오빠의 뒷바라지 속에서 자란 여섯 남매는 의사로, 고급공무원으로, 작가로, 음악선생으로 번듯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일상 속에서 바삐 살아갑니다. 큰오빠는 한때 동생들에 대한 부양의 책임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지금 노쇠해가는 삶의 깊은 구멍은 큰 오빠를 무너지게 하지요. 몇 년 전 대수술을 받은 후 기다리는 것은 허망함 뿐이라는 큰오빠의 낙심이 무엇일지 나는 떠올려 봅니다. 나는 결국 은자의 무대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한 여인이 무대에 올라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이란 노래 ‘한계령’을 부릅니다. 나는 그 속에서 오빠의 지친 뒷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은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돌아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잿빛 하늘 아래 황량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꿈을 꿉니다. 그 속에서 나는 형제들도 봅니다. 큰오빠는 앞장을 섰고, 다른 남매들이 뒤를 따르는 꿈입니다. 며칠 후 은자는 전화를 걸어 내가 오지 않았음을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창업할 가게 이름이 “좋은 나라”라면서 한번 찾아오라고 권하죠. 나는 그 가게 이름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좋은 나라에 갈 수 있을지, 아니 좋은 나라에 가서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 왜 나는 은자를 만나지 않나요? 원미동은 물질만능과 극도의 개인주의 속에서 서로 소외되고 고독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그 속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나’ 또한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던 나에게 걸려온 은자의 전화는 예전 궁핍한 시절의 어린 추억을 떠올려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그때 생계를 책임졌던 무섭고 어렵기만 하던 큰오빠는 현재 허무함 속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월의 양극단에서 지은이는 ‘한계령’이란 노래 속에서 형제들의 모습을 발견하죠. 나에게 고향은 현재를 살기 위해 그저 그렇게 버티는 편안한 일상과 달리 고단하지만 생기가 넘치고 활력이 넘칩니다. 꿈이 있었고,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 치열했던 공간이지요. 은자 역시 고생스럽게 살아왔지만 가수라는 꿈은 이루지 못하고 그저 유흥업소 가수로 만족하면서 가게를 차리는데 만족해하잖아요. 결국 고향의 추억과 꿈은 은자를 만남으로써 그 모든 것은 이미 퇴색되어 버립니다. 고향의 옛 추억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은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지요. ▷ 왜 제목이 한계령인가요? 은자의 노래를 듣고 꾼 꿈속에서 큰오빠를 선두로 해서 모든 남매가 저마다의 큰 짐을 지고 걸어가는 것을 봅니다. 이제는 번듯하게 자라서 큰오빠의 근심이 되지는 않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삶에 막혀 아버지의 추도예배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나’의 처지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은자에게 한번 가려고 해도 남편이 두 아이를 봐야지 가능한 처지이지요. 힘겹게 살아왔지만, 자신들의 삶의 무게로 자유롭지 못한 80년대 소시민들의 모습을 한계령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특히 큰 고개를 넘었으나, 이제 왜 내려가야 하는지도 모른채 우두망찰한 큰오빠를 가장 직접적으로 비유했다고 볼 수 있지요. ▷ 왜 나는 은자의 이야기에서 오빠를 떠올리나요? 은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마자 나는 찐빵집 은자를 떠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항상 가장의 책임을 지고 있었던 큰오빠도 동시에 떠오르죠. 큰오빠는 자식과 동생들을 다 키워놓고 그리고 집까지 판 후 진이 다 빠진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큰 수술 후 쇠약해진 몸은 다 커서 이제는 아버지 추도예배에 전원 다 참석시키기 어려운 동생처럼 허망합니다. 술을 마시면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자며 어머니를 붙잡고 우는 큰오빠. 나는 은자의 가게에서 한계령의 노래를 들으면서 오빠를 곧장 연상하죠. 결국 은자는 나에게 큰오빠가 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지요. 그리고 그곳은 큰오빠 혼자서 모든 가족의 생계와 미래를 짊어졌던 공간이기도 하고요. 동생들 때문에, 살기 위해서 6,70년대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등바등 살아왔던 큰오빠는 이제 ‘자신의 존재’가 하나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나는 은자의 가게에서 한계령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오빠를 떠올리는 것도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자신의 삶에 안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오빠의 현재의 모습을 알기 때문이죠. 결국, 이농한 시골 사람들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떤 형태로 유랑하고 있는가를 다룬 작품으로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성실했던 소시민들에게 그들의 삶은 통과해 온 지난 추억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 왜 ‘나’는 은자의 가게 좋은 나라에 가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나요? 은자는 곧 열게 될 자신의 카페 ‘좋은 나라’로 작가를 오라고 합니다. 나는 참 좋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좋은 나라로 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하죠. 여기서 은자의 가게 이름은 중의적으로 곧장 “좋은 나라”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제 안정을 찾아가지만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겪었던 은자. 그리고 가장으로 책임졌던 큰오빠의 고생은 모두 훗날 “좋은 곳”에서 살게 될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힘겨운 삶의 희망이었을지 모르지요. 고단한 삶을 버티어 내도록 우리가, 누군가가 제시한 희망의 봉우리는 아닐지. 그래서 한계령이란 노래처럼 저산은 내려가라 내려가라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지요. 힘겹게 올라왔으나 결국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인생처럼 “왜 사니?”라는 물음에 “좋은 곳에서 살려고.”라는 대답은 그저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 가능할 뿐입니다. /조주희 (대광고등학교 국어 교사) ▲빅터 플랭클 박사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을 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그는 로고테라피라는 학문을 만듭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도대체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심리학자 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됩니다. 80년대 <나는 소망한다 내가 금지된 것을>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양귀자 작가는 ‘소설이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질문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이에요. <원미동 사람들>은 11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미동은 한자를 풀면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가 되지요. 80년대 가정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가장 평범한 우리네 삶을 담고 있습니다.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건, 민주화 열풍과 함께 이기주의가 급속도로 펴졌던 우리네의 밋밋한 일상입니다. 그 속에서 양귀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왜 사는지 묻고, 이웃의 폭력에 눈 돌리는,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원미동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다룰 작품은 바로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연작 소설의 맨 마지막을 장식한 <한계령>입니다. ▷교사 주도의 논술수업 한계…문제 만들고 제시문 편집 즐겨야 논술 수험생들은 대부분 논술 문제집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논술 문제집은 논술 전문가가 만들었기에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문제를 푸는 것뿐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학생들은 논술 시험 출제 의도조차 잘 파악할 수 없다. 논술이 어렵다는 인식만 가중될 뿐이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스스로 논술을 즐겨야 한다. 그 대안으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제시문을 편집하는 ‘스스로 논술학습법’을 제시한다. 다음의 <경기일보> 기사를 보자. 위의 기사 제목은 각 분야별로 선정한 것이다. 우선 학생 스스로 신문의 각 분야별로 6편 정도 선정한다. 이어서 선정한 제시문 중에서 또 제시문을 마음대로 골라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 중에서 관련 없는 제시문은 뺄 수도 있다. 이른 바 학생 마음대로 제시문을 편집하고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위의 ‘⑴,⑵에서 문제점을 찾아 제시하고 ⑶의 관점을 참고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즉, ⑴의 내용 중에 ‘경기,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비수도권에 비해 3배나 높다’를 통해 문제점을 생각해낼 수 있다. 또한 ⑵의 ‘급식위생 관리를 부실한 운영’에서 문제점을 잡아낼 수 있다. 그 해결방안으로 ⑶의 ‘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아파트 값 조정 기구 설치’, ‘보육시설 급식 운영의 주민 적극 참여’ 등을 제시할 수도 있다. 또한 ‘⑹에서 문제점을 ⑷의 관점으로 비판하시오’라고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전통을 중시하는 ⑷의 입장에서 이기주의 앞에 당을 바꾸는 ⑹의 내용을 비판할 수도 있다. 각 신문 기사의 요약과 공통점과 차이점 파악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간의 연관 관계를 파악해 나름대로 문제를 만들면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든 문제에 대한 500~1000자 정도의 답안을 작성하여 학교의 논술교사에게 첨삭을 받아보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논술의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해보는 것으로 ‘논술 즐기기의 극치’를 느낄 것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논술 문제와 편집된 제시문에 대하여 애정을 느낀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 또한 느낀다. 이런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나만의 논술 즐기기는 끝없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논술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어왔다. 창의성이 중시되는 논술 시험에서 교사 주도 논술 수업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이제 논술 수험생들은 신문의 기사를 가지고 이런 저런 논술 문제를 마음대로 만들어보자. 학생들의 ‘스스로 논술학습법’을 통한 노력은 고득점 논술 답안을 예약할 것이다. /이도희(송탄여고 교사 한국언론재단 NIE 논술강사)

유쾌 통쾌 비빕밥 논술 / 김봉석의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

의대생 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체 해부는 사실 좀 오싹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 나와 마찬가지로 웃고 울고 했던 누군가의 몸을 가르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다. 의학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여전히 거리낌이 남는다. 이런 거리낌에서 출발하는 <해부학교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공포를 보여줄 만한 이야기다. 의대라면 능히 떠돌만한 괴담, 밤늦게 홀로 해부를 하던 의대생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를 끈다. 의대 본과에 올라간 선화는 은주, 기범 등과 같은 해부학 실습 팀이다. 그들에게 배정된 카데바(해부용 시체)는 젊고 예쁜 여성이다. 그런데 첫 실습을 마친 날 밤부터 선화는 외눈에 다리를 저는 의사와 살아난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게 된다. 어느 날 선화의 룸메이트인 은주가 해부학교실에 갇혀 심장이 도려난 시체로 발견되고, 선화의 팀원들 모두가 동일한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공인 선화의 과거에 얽힌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국 공포영화들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 죽은 이의 얼굴을 복원하는 이야기 <페이스>나 같은 시각에 아파트의 불이 일제히 꺼진다는 설정의 <아파트> 등은 충분히 매력적인 공포영화가 될 수 있다. <해부학교실>도 시작은 나쁘지 않다.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 움직이고, 뭔가 원한을 풀기 위해 꿈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오싹해진다. 그러나 <해부학교실>은 먼먼 길을 돌아간다. 일단 대부분의 공포영화나 미스터리가 그렇듯 과거로 향한다. 해부학을 강의하는 교수 지우는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비밀이 아니라 병원 전체에 얽힌 어두운 과거다. 선화에게도 비밀이 있다. 선화의 아버지는 아내를 죽이고, 지금 정신병원에 있다. 그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에 얽매여, 현재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에게 과거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해부학교실>은 단절된 과거들을 깔끔하게 이어주는 데 실패한다.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기는커녕 너무나 진부하고 늘어진다. 공포에서 원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래서 지금 어떤 무서운 것이 존재하는가이다. 해부학 교실의 서늘한 풍경 자체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씩 교실 안으로 끌어들여 살해하는 방식을 보면 <해부학교실>도 꽤 흥미롭게 보인다. 하늘에서 붉은 꽃잎이 날리다가 손바닥에 떨어져 핏물로 바뀌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유를 찾아가는 순간부터 <해부학교실>은 말이 많아지고 안개 속을 헤맨다. 한마디로 말해 요령부득이다. 선화와 해부학 교수인 지우의 과거가 얽혀들기 시작하고 계속된 살인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꼬여만 간다. 문제는 꼬이는 이야기가 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속 뭔가를 보여주기만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적어도 사다코를 재탕하지는 않는다는 점만은 인정해줄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은 공포의 근원을 파고들기보다는, 무서운 장면을 몇 개 늘어놓고 뒤죽박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바람에 한없이 지루해진다. 귀신이 왜 그들을 죽여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대부분의 한국 공포영화들처럼 <해부학교실>도 공포를 보여주기보다는, 그 원인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과시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해부학교실>은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다. 할리우드의 SF나 호러 영화에는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로 불리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미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사회적 금기를 깨거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과학자를 말한다. 전형적인 예는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다. 그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겠다면서 시체를 훔쳐와 생명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결국 생명체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연구 과정에서의 금기만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결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연구에만 몰두하는 과학자들도 간혹 ‘미친 과학자’라고 불리게 된다. 이를테면 군사무기나 생물학병기 등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이 그런 경우다. 생체실험을 했던 일본의 731부대의 군의관들도 미친 과학자였다. <해부학교실>의 지우도 ‘미친 과학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우는 인공 심장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벌인 다른 연구팀에서 더 앞서가고 있다는 정보를 얻자, 금기를 뛰어넘어 버린다. 병원에 들어온, 연고가 없는 여성 환자의 심장을 실험재료로 쓴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말리던 동료 의사까지도 실수로 죽여버린다. <해부학교실>에 등장하는 원혼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지우는 자신의 실험을 위해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고, 그 결과 다시 해부학교실에서 끔찍한 살인들이 벌어지게 된다. 앞뒤가 맞지는 않지만 어쨌건 <해부학교실>은 그런 이야기다. 이 세상에서 <해부학교실> 같은 일은 자주 벌어진다. 귀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타인을 희생시키는 경우 말이다. 특히 국가에서 벌어지는 실험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1950년대 미국의 네바다주에서는 많은 핵실험을 했다. 핵폭탄을 터트린 후 그 지역에 군인들을 투입하여 작전을 펼치게 한 실험도 있었다. 당시는 방사능에 대해 무지했기에 행한 실험이었지만, 그 결과 수많은 군인들이 방사능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방사능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1945년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진 후 그 후유증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분히 의도적인 실험이기도 했다. 이렇듯 ‘미친 과학자’의 만행이 종종 저질러지는 이유는, 자신들의 연구가 대의 혹은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맹신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를 희생해도 된다는 전체주의적인 사고가 결국 미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다. <해부학교실>의 지우 역시 한 사람을 희생하여 인공심장을 만들 수 있다면,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변명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극악한 실험이 선의의 의도로 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우의 연구는 단지 자신의 명예를 위한 이기적인 행위였을 뿐이다. 대의는 자신의 부도덕과 이기심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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