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길 한 걸음 두 걸음 또 한 걸음 세월 따라 걷는다 본분 지키며 사노라면 즐겁고 기쁜 날 오고 자식들이 잘 자라 일가를 이루어 그리움은 추억이 된다 나이 들어 찾은 詩의 세계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이웃에게는 기쁨을 준다 시인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詩를 읽고 함께 박수치면 향기로운 웃음꽃이 만발한다 어제보다 밝고 맑게 아침이 열리고 겨울에도 피는 꽃 봄의 노래 소리 들린다 신영희 시인 ‘수원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유엔 193개 회원국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고 2021년 유엔무역개발위원회의(UNCTAD)에서 32번째 선진국으로 지정됐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국력, 삶의 질, 미래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기관들이 여러 분야에 대해 국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경쟁력평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평가, 국력평가, 세계경쟁력평가, 삶의 질 평가 등이다. 제4차 산업혁명(디지털 대전환) 시대인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디지털경쟁력을 보자. 가장 권위 있는 ‘IMD 세계 디지털경쟁력 순위’는 3대 분야, 9개 부문, 54개 세부지표로 돼 있다. 2024년 67개 평가국 중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같은 6위이며 인구 2천만 이상인 나라만을 보면 미국 다음으로 2위다. 한국은 미래준비도와 신기술적용도가 지난해 1위에서 3위로 내려앉고, 지식요인은 10위에서 8위로 오르고, 기술요인은 12위에서 14위로 낮아졌다. 가장 강한 부문은 사업 민첩성 2위, 과학집중성 4위, 훈련과 교육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보기술통합이 12위이며 자본여건(17위), 규제여건(18위) 및 재능(19위)은 처져 있다. AI 경쟁력은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2024년 9월 글로벌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83개국 중 종합 6위로 평가됐다.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은 부문은 개발능력, 정부 전략, 인프라, 규모이고 낮은 부문은 강도, 상용화, 인재, 연구, 운영환경 등이다. 2024년 12월 발표된 미국 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국력평가조사는 10개 부문(1위 국가를 100점)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모험심(22.8·51위), 민첩성(74.8·10위), 문화적 영향력(63.9·7위), 기업가정신(80.8·7위), 문화적 유산(39.0·32위), 발동력(79.1·5위), 사업 개방성(46.4·70위), 힘(64.3·6위), 삶의 질(50.3·25위), 사회적 목적(12.4·42위) 등에서 종합점수 78.1로 6위를 차지했다. 2024년 IMD 세계경쟁력 순위는 67개국 중 20위로 지난해(28위)보다 8단계 올랐다. 4대 분야 20개 부문을 평가하는 데 4개 분야별로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낮은 부문을 2개씩 보면 경제적 성과(16위)는 국제무역(47위)과 물가(43위)이고 정부 효율(39위)은 기업 관련법(47위)과 공공 재정(38위)이며 사업효율(23위)은 생산성(33위)과 노동시장(31위), 인프라(11위)는 보건 및 환경(30위)과 교육(19위)이다. 이런 낙후된 부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나 희망적인 것은 경제 성과의 고용(4위)과 인프라의 과학 인프라(1위)다. 삶의 질의 초점은 과거의 생존과 안전, 물질적 풍요에서 정신적 행복과 만족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은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갈등,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 빈부격차의 심화 등 때문에 삶의 질이 높지 않다. 삶의 만족도 지수(0~10점)를 작성하는 OECD의 ‘삶의 질 2024’ 보고서에서 OECD 평균은 7.4였으나 한국은 6.5로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32위였다. 2010년 가구 소득, 소득 불평등, 고용률, 성별 임금 격차 등에서 OECD 평균에 뒤진 상태였으나 현재는 물질 영역에서 2010년 대비 모두 개선됐다.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음에도 실제 국민 일상에서 완전히 체감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세계 경제력 10위권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으며 개혁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잎에 갈색의 폭신한 털이 나 있어 바위에 펼쳐진 모습을 보면 마치 벨벳을 깔아 놓은 듯하다. 우단일엽이란 우단 같은 일엽초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야생화들을 찾아 골짜기를 헤매다 보면 어느 정도 습기가 유지되는 바위나 고목의 겉에 일엽초들이 붙어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양치식물 중의 하나로 착생란처럼 바위나 나무줄기 겉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석부작이나 목부작 같은 분경용으로 적합하다. 실내조경용으로 베란다 화단의 바위틈 같은 곳에 붙여도 관상가치가 뛰어나다. 일정한 습도 유지가 중요하다. 추위에는 강한 편으로 가온이 잘 안 되는 베란다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여러 안타깝고 반갑지 않은 뉴스들, 마음 아픈 사고들이 있었던 연말이 흘러가고 어느새 새해는 또 시작됐다. 매일 뜨던 해가 또 뜨는 것이지만 숫자의 바뀜과 함께 새로운 희망, 새로운 계획을 꿈꾸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이때, 모차르트의 심포니 41번, ‘주피터’를 감상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져보면 어떨까. 모차르트의 음악은 대체로 밝고 순수하며 영롱하고 맑다.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선율이 귓가에 맴돈다. 특히 41번 심포니는 시작부터 희망차고 당당하고 기품이 있다. 그래서 신들의 왕인 주피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러나 천재 모차르트가 삶의 마지막 교향곡인 41번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그의 현실은 가혹하고 고통스러웠다. 더 이상 신동이 아닌 30대의 모차르트는 시들해진 인기와 부족한 경제 관념으로 빚에 허덕였고 빈 시내에서 변두리로 이사해야만 했다. 설상가상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 2주 만에 이 작품을 완성하며 당당하게 고통을 승화시켰다. 1악장에 처음 제시되는 오케스트라의 당당하고 위엄 있는 선율은 희망차면서도 기품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1악장의 중간 부분에는 그가 작곡한 서민적인 희극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이 삽입돼 있다. 귀족적인 기품과 서민적인 코미디. 기악과 성악. 즉, 서로 이질적이고 반대되는 요소가 공존하는 세상의 다양성과 복합성이 담겨 있는 듯하다. 2악장의 아름답고 가슴 저미는 시작 선율은 갑작스러운 포르테 음으로 재차 방해받는다. 불안하게 폭풍처럼 찾아오는 한 음의 격정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우리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된다. 4악장은 중세시대 그레고리안 성가 선율을 푸가 형식으로 활용해 작곡했다. 모차르트 41번 주피터 심포니를 들으면 다양한 복합성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불안과 격정의 흔들림이 와도 평화를 유지하며, 과거의 일들을 교훈 삼아 화려하고 당당하게 새해를 살아갈 내면의 힘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안산 ASV(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의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 안산 ASV지구는 첨단로봇·제조산업의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기술 지원에서 인증까지 체계적인 시스템과 기반 시설을 보유한 곳이다. 이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볼륨을 키우자는 것이다. 도는 2032년까지 4천10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정해놨다. 글로벌 연구개발 기반 첨단로봇·제조 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양질의 외국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안산시만한 적지(適地)가 없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에 더없는 여건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를 기존 여건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 한양대 ERICA 캠퍼스를 중심으로 기술 인재 공급 여건도 용이하다. 경기도가 공적으로 보증하는 대규모 투자 청사진까지 더해졌다. 산학연의 모든 것을 갖춘 비교할 수 없는 과학 산단 후보지다. 경기도가 자체 추산하는 기대 효과가 있다. 2조2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됐다. 1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도 이뤄질 것으로 추산됐다. 안산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필요성은 경기도 전체를 보더라도 시급하다. 경기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계속 찾아야 한다.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일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의 땅 경기도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산시다. 지정해주는 것을 떠나 신속히 지정해야 한다. 지난달 우리는 안산 지역경제의 위기 상황을 논평했다. 안산지역 경제 동향을 기초로 한 분석이었다. 2024년 3분기 실적의 거의 모든 분야가 빨간불이다. 가동률이 전 분기 대비 3.4%포인트나 떨어진 79.8%였다. 전국 평균 82.6%보다 낮다. 생산액도 전 분기 대비 6.5%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호황이라는 수출도 안산시에서는 비상이다. 지난해 9월 실적이 한 달만에 4.0% 떨어졌고, 무역수지도 5.3% 감소했다. 고용률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 살리기를 목표로 말한다. 하지만 공공 분야가 할 수 있는 기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운영 주체가 민간이고, 경쟁 상대가 외국이기 때문이다. 산업 활동을 개선하는 인프라를 확대해주는 것이 그나마 대책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그 대표적인 정책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안산시가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보자며 꺼낸 카드가 ASV 경제자유구역이다. 지정해줘야 할 여건도 완벽하다. 빨리 지정해라.
간병인이 치매 노인 통장에서 13억원을 빼내 가로챘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간병인이 중형에 처해졌다. 2014년부터 무려 6년간 이어진 범행이다. 간병인이 말기 암 환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역시 조선족인 간병인의 폭행 장면이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2022년 국내 방송사가 방영한 장면이다. 피해자는 모두 판단력이 부족한 중증 노인 환자들이다. 그리고 두 사건의 간병인은 중국 국적 조선족이었다. 중국인 간병인 일부의 일탈인가. 그럼 또 보자. 2024년 10월 말 오산시의 한 병원. 조선족 간병인이 중증 치매환자에게 폭언을 했다. 다른 환자의 기저귀를 자신이 샀다며 돈을 요구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의약품을 환자 가족에게 팔기까지 했다. 간병비 외 촌지까지 받아 챙겼다. 환자 가족이 문제 삼자 모든 걸 인정하고 사과했다. 2024년 1월 화성의 한 병원. 조선족 간병인이 중증 치매 환자에게 막말과 폭압적 언사를 계속했다. 가족에게 특정 가정용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가족이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 왜 여기 처박아 놨는가’라며 막말을 쏟아낸다. 시비가 붙으면 같은 조선족 간병인들이 몰려와 위압적 분위기도 연출한다. 피해자는 정신과 몸이 온전치 않은 어르신들이다. 중국인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열거하는 이유가 있다. 한두 병원, 한두 사례가 아니다. 증명이 필요하다면 증빙은 널려 있다. 현장이 목격된 제보가 즐비하다. 얼마든지 밝힐 수 있다. 진짜 인권 침해 피해는 환자들이다. 더구나 이를 구제할 방도가 없다. 간병인은 병원 소속이 아니다. 간병인 소개 업체와 환자의 일대일 계약 관계다. 개입했다가는 병원 측도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인권 침해 현장을 채증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요양병원 100곳 가운데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은 다섯 곳 정도다. 결국 판단력 없는 환자들이 다 감내하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인권침해다. 폭행하는 간병인에게 애원하는 노인을 보지 않았나. 국적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 빈도의 문제다. 간병인의 70~80%가 외국인이다. 그 상당수가 조선족이다. 정상적인 비율로 보더라도 비행 발생률은 당연히 조선족이 많다. 그러니 조선족 간병인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십수년째 요구되는 목소리가 있다. 국가자격증제 도입이다. 요양보호사는 이론·실습에 시험까지 거쳐야 한다. 간병인제도에도 최소한의 자격을 법제화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이다.
적당히 추울 때 발생하는 ‘도로 위의 암살자’다. 블랙아이스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어떻게 생길까. 기존에 내려 쌓인 눈이 녹으며 지표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다. 기온이 영상이었다가 밤이나 새벽에 영하로 떨어질 때도 빈발한다. 노면 온도가 지상 도로보다 낮은 교량,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터널 출입구 등지에서 자주 발생한다.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도 가능성이 높다. 운전자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블랙아이스에 의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본보 15일자 8면)했다. 밤 사이 내린 눈과 한파 등으로 도로가 얼어붙으면서다. 지난 14일 오전 5시15분께 고양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44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6t 화물차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전 5시50분께 고양 덕양구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 방향 고양분기점 인근에서도 43중 추돌 사고로 한 명이 중상을 입고 12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전 6시40분께 서울문산고속도로 고양휴게소 후방인 흥도IC 인근에서 차량 18대가 연쇄 충돌했다. 블랙아이스에 의한 사고는 다른 사고보다 훨씬 위험하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새 도로 결빙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4천609건이며 사상자는 7천835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5년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블랙아이스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170명)가 적설로 인한 사고 사망자(46명)보다 3.7배 많았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급제동이나 방향 전환 시 차량 제어가 힘들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터널 출입구, 고가도로, 그늘진 커브길 등 결빙 위험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긴 요즘 정국에는 불확실성이라는, 훨씬 더 무서운 블랙아이스가 곳곳에 숨어 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해 경쟁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40대 젊은 기수’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체육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8년간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이기흥 현 회장과의 다자 대결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유 후보는 1천209표의 유효표 중 417표(득표율 34.5%)를 얻어 이기흥 회장(379표)에게 불과 38표 앞선 신승이었지만 예상 밖 결과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 후보 승리의 원동력은 변화를 바라는 체육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직무정지와 여러 권력 기관의 감사 및 수사를 받은 이 회장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표심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는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반(反)이기흥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의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필패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6명의 출마자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유 후보가 역대 최연소 대한체육회 수장이 된 것은 그의 진정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 당선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치러진 IOC 선수위원선거에서도 23명 후보 가운데 2위로 당선됐다. 3년 뒤에 치러진 대한탁구협회장선거에서는 탁구계 대선배를 압도적 차로 제치고 당시 최연소 대한체육회 종목 단체장에 피선됐다. 이 같은 선거 ‘불패 신화’에 그의 측근들조차 ‘믿기지 않는 결과’이자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1994년 경기도 탁구대회에서 당시 초등 5학년이던 유 당선인의 비범함을 목격했다. 또래의 선수 중에서도 유난히 날카로운 눈빛과 집중도에 놀랐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중학 2학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서 금메달을 차지해 ‘탁구 황제’에 등극했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와 체육 행정가로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그에게 변화 혁신을 바라는 체육인들이 참신성에 기대어 대한민국 체육 수장의 중책을 맡겼다. 이 같은 체육인들의 바람에 유 당선인은 “변화의 열망에 몸이 부서져라 화답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체육은 혼돈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6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물리적 통합은 이뤘으나 아직도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했다. 정부와의 갈등으로 1천억원의 예산이 삭감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집행하는 상황이다. 체육회의 자율성과 재정 자립 문제, 민선 체육회 출범 후 5년이 지나도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체육회의 예산 집행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0대 젊은 리더에게는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에 대한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자신감과 도전을 즐기며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체육계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구태를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펼쳐야 한다. 그리고 체육인들이 대한민국 체육이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줘야 한다. 유 당선인 역시 지난 선거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탕평 인사를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기용하는 포용책으로 체육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 야성미 넘치는 시베리아 대평원 북쪽 도시 ‘스코보로디노’로 올라 갈수록 활엽수인 자작나무는 적어지고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림이 많아진다. 목적지인 북위 54도 스코보로디노로 향하고 있다. 북극해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하늘은 회색 구름이 많고 수시로 이슬비가 내린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고위도 지방으로 올라가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침엽수림을 통과하며 하루 종일 비슷한 풍경을 계속 보면서 운전하고 있다. 시베리아 대평원의 경이로운 야성미, 압도적인 원시적 풍경이 우리를 자연인으로 만든다. “자연은 모든 아름다움의 으뜸이며 진실한 모성적 원천이다.” 독일의 헤르만 헤세는 자연을 이같이 예찬했다. 시베리아 대평원을 방랑하는 나그네처럼 달려가며 박목월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방랑과 청춘과 사랑도 때가 있고 끝이 있습니다. 나의 나그네 길은 어디로 가나요?” 건너편 차선에서 마주 오는 러시아 트럭 기사들이 앞쪽에 교통경찰이 단속하고 있다고 서치라이트를 한두 번 깜박여 주며 달려간다. 선두 차를 운전하는 일행이 경찰과 눈을 맞추지 말라고 무전기로 연락해 준다. 러시아 경찰은 생트집 잡는 데 악명이 높다고 조언한다. 중간에 우리에게 반갑다고 인사하는 러시아인을 가끔 만난다. 점심에 휴게소에서 만난 트럭 기사는 한국 친구와 과거 일주일 동안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했다며 이름이 김은호라는 사람의 사진을 휴대폰에서 꺼내 보여준다. 도로 옆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을 때 어떤 러시아인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3년 동안 일했다며 한국 사람 만나 반갑다고 한다. 헤어질 때 한국말로 ‘잘 가세요’ 인사를 한다. 작은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을 때마다 북새통이다. 일시에 8명이 주문을 하면 러시아 식당 종업원이 돈 계산을 못한다. 시베리아 휴게소 식당 여주인은 대부분 무뚝뚝하고 인상이 굳어 있다. 평생 시베리아 숲속에서 살아가는 단순한 삶일 것이다. 러시아어 통역을 위해 출발 전에 러시아어를 잘하는 대학생 윤군을 알바생으로 채용해 동행하고 있다. 동해항에서 출발해 목적지 이스탄불, 그리고 서울까지 전 구간을 함께한다. 윤군이 우리 일행의 식사 메뉴를 취합해 주문하고 식대를 루블화로 계산하는 절차가 매번 복잡하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제재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기 때문에 항상 현금 지불이 번거롭다. 휴게소에서 파는 소고기, 닭고기, 러시아 빵, 각종 러시아 음식은 이미 만들어져 진열돼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종업원이 음식 한 개씩 전기레인지에 2, 3분 데워 팔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어가 전혀 안 통하기 때문에 통역을 맡은 윤군은 식사 때가 가장 바쁘다. 우리가 지나갈 러시아, 몽골,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조지아 등 옛 소련권 국가는 러시아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알바생으로 러시아어과 대학생을 두 달 고용해 함께 여행하고 있다. 시베리아 이동 중 가장 곤욕스러운 일은 불결한 화장실이다. 휴게실 부속 화장실은 20루블( 300원), 30루블, 40루블(원화 600원) 요금을 받는다. 쪼그리고 앉아 사용하는 재래식 변기는 우리의 40년 전 변기라 너무 불편하다. 화장실 물이 잘 안 나와 매우 지저분하고 휴지도 없어 화장실 갈 때마다 절차가 복잡하다.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칭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남자들은 도로변 산속에 적당히 해결할 수 있는데 아내는 휴게소 갈 때마다 매번 울상이다. 화장실에 돈 받는 사람은 대개 나이 든 할머니다. 화장실이 시베리아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하나구나 생각하며 웃고 만다. 좋은 점은 나무와 목재 펄프가 많은 지역이라 식당이나 휴게소의 종이컵 인심은 후하다고 아내가 말해 모두 웃는다. ■ 불타는 시베리아 산림 점심 식사 후 스코보로디노 200㎞ 못 미쳐 간헐적으로 산불 연기가 대평원을 덮고 있다. 땅속에서 발생한 ‘토탄 불’ 때문에 나무가 말라 죽고 토탄에서 나오는 유독한 연기와 냄새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토탄은 석탄 중에서 역사가 가장 짧은 것으로 사람들이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초기 석탄의 일종이다. 유독성 냄새와 짙은 연기 때문에 야생 짐승이나 새들도 살기 어려울 것 같다. 토탄 불은 땅속의 광맥을 옮겨 다니며 불이 나기 때문에 진화가 안 된다고 한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잠시 꺼진다고 한다. 눈이 쌓인 겨울은 땅속에 불씨로 남아 있다가 다음 해 여름철 건조해 되면 다시 불꽃이 되살아나 숲은 태운다고 한다. 대자연의 섭리에 인간의 능력은 제한적이다. 짙은 연기가 자욱해 하늘을 볼 수도 없다. 침묵의 원시림에 지옥의 불이 난 것 같다. 이러한 화재는 오래된 자연 현상인데 지구온난화 현상이 산불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연기 자욱한 불길 옆 도로를 지나가면서 자동차에 불이 옮을까 걱정된다. 이러한 불길이 수백㎞ 이어지고 있다. 화물차들은 토탄 불 연기에 익숙한 듯 잘도 달린다. 스코보로디노로 가는 중간에 북극해 도시 ‘야쿠츠크’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야쿠츠크는 이곳에서 800㎞ 떨어진 북극해 툰드라 지역의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라고 한다. 유전 개발로 만들어진 도시다. 겨울철 영하 50도 이하가 돼야 학교는 휴업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영하 50도 추위를 기다린다고 한다. 툰드라 지대의 타이가 등 원시 생태계를 꼭 보고 싶은데 일정이 허락하지 않음을 아쉽게 생각하며 북쪽으로 달린다.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체험하러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라고 한다. 환경이 변하면 사람의 성격도 변함을 경험하게 된다. 후미에 따라가는 우리는 선두 차에 목적지가 얼마 남았는지 무전기로 물어본다. 앞에서 무전기로 150㎞ 남았다고 말한다. 두세 시간 가야 할 먼 거리임에도 아내는 ‘얼마 안 남았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얼마 후 70㎞ 남았다고 무전기 연락이 온다. 아내는 ‘이제는 남은 거리가 정말 껌이네’라고 말해 웃으며 운전한다. 인간의 상황 적응력은 뛰어나다. 광활한 대지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대륙성 만만디, 대륙성 기질로 변하고 있다. 이곳에 우리도 몇 달만 살면 성격이 대륙성 기질로 변할 것 같다. ■ 스코보로디노 도착 ‘한대기후’ 지역이라 주변에 농경지도 없다. 경작 한계선을 넘어선 것 같다. 토탄 연기 자욱한 시베리아 평원을 달리며 낭만적인 겨울 설원을 상상해 본다. 바이칼호 설경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4년 전 시베리아 눈 덮인 자작나무 숲길이 생각난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낭만적 설원 풍경을 상상하며 자욱한 연기 속을 지나가고 있다. 이곳은 봄과 가을은 매우 짧고 긴 겨울과 여름 두 계절만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생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거 몽골족은 수렵으로 야생 동물을 잡아 모피는 팔고 고기는 식용했다. 현재는 목재 산업 등 임업이 주된 업종일 것이다. 7월 중순 북위 54도인 이곳 낮 시간이 하루 17시간 준백야 지대다. 인구 1만명의 작은 도시다. 손님이 적으니 한곳에서 식당, 휴게소, 잡화점, 여관, 주유소를 함께 운영한다. 숙소의 침대 쿠션이 엉망이라 누우면 몸이 쑥 들어간다. 뚱뚱한 러시아 운전사들이 사용하는 아주 오래된 침대인 것 같다. 침대 시트도 언제 세탁했는지 지저분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따뜻한 목욕물도 잘 안 나오는 낙후된 여관이다. 여관방에 비치된 물 끓이는 커피포트도 언제 세척했는지 알 수 없다. 야외 저녁 날씨는 쌀쌀해 이불이 필요하다. 토탄 타는 냄새가 이곳 숙소에도 심하다. 오늘 저녁도 피곤을 이기기 위해 반주로 러시아 보드카를 몇 잔 마신다. 서울 살 때 안락한 좋은 침대에서 잠을 잘 때도 밤중에 한두 번 깨어 뒤척이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쁜 침대에서도 피곤함에 잠을 잘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