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기억이... 안나?!

[사설] 경기도지사의 K-컬처밸리 공영개발 약속이 사라졌다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 추진 구상을 밝혔다. 사업 일부를 민간공모로 추진한다고 했다. 전체 사업부지 30만4천여㎡ 가운데 15만9천여㎡다.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등의 제반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공모가 4월 초에 이뤄지면 올해 재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도는 그동안 고양시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용역을 했다. 이에 대한 중간 설명회 형식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민간에 맡긴다는 부분이다. 당초 경기도의 약속은 ‘건공운민’이었다. 건설 개발은 공공에서 하고 운영은 민간에 맡긴다는 의미다. 기존 CJ라이브시티의 공사 지체 책임을 지적하면서 강조했다. 더구나 이 구상은 김동연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도민 청원에 답변하면서 밝힌 세 가지 핵심 원칙이다. GH 출자, 건공운민,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다. 이번 민간 추진 계획 발표는 그 약속과 다르다. 김성중 행정1부지사가 설명했다. ‘아레나 건립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경기도가 CJ 측과의 계약을 해지한 것은 지난해 6월 말이다. 당시 아레나는 공정 17%였다. 7개월이 흐르고 ‘시간과의 싸움’ 주장이 나왔다. 더구나 공영개발 포기의 주된 이유로 설명됐다. 당연히 계산했어야 할 타임라인이다. 민간·공영개발의 시차도 일반적 사항이다. 기본적인 검토도 없었나. 시민의 걱정은 또 있다. 민간업자 참여 여부다. 용적률 등 대대적으로 문을 연 것을 보면 여의치 않음을 경기도도 예상한 것 같다. 공모는 4월에 한다니 판단은 그때 다시 할 일이다. 다만, 시민 관심이 높은 만큼 살펴볼 설이 있다. 많이 거론되는 그룹이 국내 4대 엔터기획사다. 하이브, SM, YG, JYP 등이다. 일부 주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예상이다. 연예 기획사인 이들이 개발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다른 한 그룹은 SK,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이다. 주로 고양지역 정치인들이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체제 출범에 비상이 걸린 반도체, 자동차 업계다. 전혀 가능성 없다는 게 해당 업계의 전언이다. 또 하나의 추론은 ‘도로 CJ’다. CJ라이브시티가 다시 사업을 맡는 방향이다. 사업 속도를 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지체상금, 손해배상 등 쟁송이 막고 있다. CJ 측에서도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항간에는 CJ 측이 ‘제3의 장소도 생각한다’는 얘기도 떠돈다. 고양시민에게는 뭐 하나 속 시원한 소식이 없다. 도의 주장처럼 ‘시간과의 싸움’이 맞고, 민간개발이 속도감 있다는 분석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시민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왜 계약 해지라는 선택부터 한 것인가. 이렇게 지연될 줄 몰랐는가. 전에 없던 답답한 도정을 보고 있다.

[사설] 합병증에 사망까지... 지금이라도 독감백신 맞아야

올겨울 특히 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다시 마스크를 꺼내고 병원·약국마다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고열과 기침, 인후통 등 증세가 심하고 오래가는 그야말로 독감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1월 첫 주를 정점으로 다소 수그러들었다. 외래환자 1천명당 1월 첫 주 99.8명이었다가 둘째 주엔 86.1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인천은 갈수록 환자 수가 급증하며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독감 합병증에 따른 첫 번째 사망자까지 나와 보건 당국이 비상이다. 지난 20일 기준 독감으로 인한 입원환자 수가 179명이다. 지난 4일(82명)과 비교,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 등 고위험군 백신 접종률은 현재 그다지 높지 않다. 곧 명절이 닥칠 참이어서 더 걱정이다. 지난 1월 5~11일(1월 2주 차) 기준 인천의 독감 환자 수가 외래환자 1천명당 109.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주 차의 6.4명과 비교, 무려 17배다. 인천은 지난 12월 1주 차 7.7명, 2주 차 16.0명, 3주 차 34.4명, 4주 차 64.6명 등으로 독감 환자 수가 줄곧 불어났다. 올해 1월 1주 차에도 86.5명이었다. 주로 18세 미만 연령층에 쏠려 있다. 특히 최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 환자가 독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독감은 폐렴,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 등 고위험군에는 치명적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면역력이 더 약해 합병증에 걸리기 쉽고 자칫 사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요즘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도 합병증 의심 환자가 많다고 한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 준다. 그러나 인천의 백신 접종률은 평균 75%에 그친다. 어린이 70.3%, 임산부 66.7%, 어르신 80.2%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큰 때문으로 본다. 그래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합병증 등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따른다. 이번 독감은 2016년 이래 9년 만의 가장 심각한 확산세라고 한다. 이참에 이례적으로 긴 설 연휴에 들어간다. 다 아는 얘기지만 전문가들의 예방수칙을 귀담아 들을 때다.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강조한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찬 기운에 몸을 오래 노출시키는 것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과로 과음 등도 마찬가지다. 세심한 개인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지대] 베트남에 K-9 자주포 수출

한때는 우리와 총부리를 겨눴던 국가다. 숱한 젊은이가 이 나라와의 전쟁에서 숨졌다. 그런 나라에 우리의 무기가 수출된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베트남 얘기다. K–9 자주포 20문의 베트남 수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300억원 규모다. 공산권 국가에 대한 첫 방산 수출이다. 이 무기를 한번 들여다보자. 포탄의 발사속도, 반응성, 생존성, 기동성 등이 최대한 발휘된다. 탄 취급장치와 뇌관추출기구 등도 자동화됐다. 격발기구가 유압식으로 작동된다. 급속발사 때는 15초 이내에 초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3분간 분당 6~8발, 1시간 동안 분당 2~3발 사격이 가능하다. 자주포로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 업계와 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은 K–9 자주포 베트남 수출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베트남이 이 무기를 도입하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 11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된다.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는 베스트셀러인 K–9이 동남아에 처음 진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간 방위산업계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와중에도 암묵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나 군부독재정권 등과는 거리를 뒀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베트남 측이 적극적으로 K–9을 검토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나라는 최근 스프래틀리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구식 무기체계로는 중국에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부대에서 복무했던 필자로선 만감이 교차한다.

[함께하는 미래] 외교 동물의 삶

1479년(성종 10년) 당시 백성들은 처음 보는 생명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끼리 두 마리. 이 거대하고 이국적인 동물은 명나라 황제의 선물이었다. 처음에 코끼리는 조선 백성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코끼리는 너무 많이 먹었고 풀, 곡류 같은 농작물 조달은 점차 비용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코끼리 탈출 사건과 코끼리로 인해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만을 품는 백성들이 늘었다. 천덕꾸러기가 된 이들의 기록을 종합하면 오랜 귀양살이와 영양 부족, 추운 조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가 간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 정치적 목적이 담긴 동물, 이들의 이름은 외교 동물이다. 과거 이들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으로서 거래의 대상이 됐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목이 쏠렸으나 실제 그들의 삶은 매우 열악하고 비참한 것이 현실이었다. 19세기 문화적 연결을 상징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 호주 캥거루는 부적절한 영양과 날씨로 질병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 유럽 왕실로 간 아라비아말은 역시 음식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른 나이에 폐사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사육정보를 통해 여러 건강 문제를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교 동물의 삶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중국의 외교 동물 판다는 임대 형식으로 고액을 받고 제공되며 기간이 종료되면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만일 타국에서 새끼가 태어나도 이들은 중국의 소유가 돼 번식 적령기가 오기 전에 자국으로 반환돼야 할 의무가 있다. ‘푸바오’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판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푸바오는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이동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정서적 단절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현재의 외교 동물이 여전히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되며 동물 자체의 행복과 복지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교 동물에 대한 충분치 못한 배려는 인류 사회와 정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상업 논리와 화려한 외교 정치의 그늘에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생명을 다루는 윤리적 문제와 정서적 상실감에 직면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국가 간 신뢰를 강화하고자 했던 외교 본연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교 동물의 삶에는 국격이 보인다. 이제는 푸바오의 이야기를 통해 외교 동물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판다를 귀여운 동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생명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준 사랑만큼 그들의 삶에도 존엄과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 외교 동물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 푸바오 같은 외교 동물이 우리의 삶에 준 기쁨이 그들 스스로에게도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몫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할 때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표 현금 정치, 또 나올 때 됐다

현금 지원에 반대한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 뿌리는 건 반대한다. 2009년 무상급식 이래 죽어라 써댔다. 단 한 음절도 바꾼 적 없다. 하도 여러 번 써서 새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거다. 경제를 이루는 일정한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의 재화(財貨)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현금이라는 통화만 추가된다. 투입된 통화는 모두 재화의 가격으로 옮아간다. 투입된 통화량이 곧 물가인상 폭이다. 뻔한 공식이다. 이 증명을 혼돈시키는 완충지대가 있다. 경제 단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행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경기도-대한민국’의 구분이다. 통화 투입의 영향이 이 경계를 만나면 왜곡된다. 성남시 부작용을 경기도가 덮어주고, 경기도 부작용을 대한민국이 덮어준다. 성남시-경기도의 경계가 실물경제에서는 섞였기 때문이다. 이 연쇄 흡수의 끝이 국가 단계다. 국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돌려 막을 곳이 없다. 물가 폭등이다. 40년 전 ‘경제학 개론’에서 ‘D’를 맞았다. 이런 내게 무슨 학문적 깊이가 있겠나. 그저 ‘그럴 거라는’ 저잣거리 생각이다. 그나마 경제 관료들의 비슷한 생각이 비빌 ‘언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현금 지원을 경계했다. 끝내 정치에 굴복했지만 기조는 그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보편적 복지를 우려했다.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했다. 그렇다. 정치인은 현금 지원을 주장하고, 경제 관료는 현금 지원을 걱정한다. 그 이유라야 뻔하지 않나. 표(票)다. 나라가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탄핵을 비교했다.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잡혔다. 하나는 가계·기업심리 위축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박’ 때는 9.4포인트 하락했고 ‘윤’ 때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박’ 때는 우상향이었고, ‘윤’ 때는 ‘우하향’이다. 금융시장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박’ 때는 7%까지 올랐지만 ‘윤’ 때는 5% 오르다 좀 내렸다. 경제 요소만 따진 KDI 분석이다. 금융 시장이 끄덕 없다는 건 아니다. 12·3 계엄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분명하다. 내란·폭동은 미래 법으로 따져질 일이다. 경제 피해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일이다. ‘윤석열 지키기 국민’에게도 경제 위기는 진실이다. 20일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최근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달갑지 않다. 민주당 하락과 국민의힘 상승 추세다.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권력기관이나 지방정치에 예민한 문제다. 이 대표의 민생 선언이 이런 때 나왔다. 이쯤 되니 예상되는 ‘JM노믹스’ 순서가 있다. 시장-도지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청년 배당·지역화폐(성남시), 기본소득(경기도).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강력하면서 유일한 그의 무기다. 패턴으로 볼 때 나올 때 됐다. 때마침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여기에도 ‘JM노믹스’가 오버랩됐다. 기업인을 부르지 않고 은행장을 불렀다. 생산이 아니라 통화에 비중을 둔다는 얘긴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통화를 이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국민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행정.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곧 조(兆) 단위 지원이 뜰 것 같다. 윤 정부 최대 불신은 물가였다. 그 불신이 비극까지 왔다. 이런 난리통에 또 돈을 넣자고 할 것인가. ‘현금’은 늘 성공했다. ‘표’는 뿌린 만큼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안 뿌렸으면 좋겠는데.... 반대했으면 좋겠는데.... 또 그럴까 봐 걱정이다. 진보의 역사, 권영길씨가 있었다. 국민 계몽에 악전고투하던 그다. 그의 유행어를 허락 없이 인용한다. ‘지원금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천자춘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존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에서 챗GPT를 공개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의 존재 의미라고 여겼던 일들을 인공지능(AI)이 하나둘 해내고 있는 현 상황을 목도하면서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고유한 능력을 잃게 되면 혹은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그 무엇인가(예로 인공지능과 같은)에 압도당한다면 사람은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벌인 바둑 대결이다. 당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고 사람이 인공지능에 질 수 없다는 일종의 자신감 혹은 무한 신뢰에 기반한 당위성에서 많은 사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 실망과 함께 놀라움이 밀려 왔고 영화에서 보던 상상의 미래가 현실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2025년인 지금 인공지능은 로봇과 함께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반려로봇, 피아노 치는 로봇, 집사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아직까지는 로봇의 움직임과 피부가 사람의 그것과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로봇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술 발전 속도라면 로봇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닮은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미래 사회에 인공지능 로봇과 대결을 할지 아니면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지는 로봇이 아닌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사람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우리 일상에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서는 안 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과 함께,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겸손과 자신감으로 인간다움을 찾고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경기만평] 전세계 일진이 돌아왔다...

[사설] 억대 연봉 경기도 산하기관 채워가는 전직 정치인들

경기도 직업 공무원 가운데 최고위직은 행정 1부지사다. 1급(관리관)으로 통상 3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했다. 부지사의 연봉이 1억100만원 정도다. 경기도지사가 뽑는 산하기관장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평균은 1억2천900만원이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1억2천400만원이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억4천500만원이다.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은 1억300만원이다. 도지사 선택으로 보장되는 돈이다. 그 좋은 자리 몇 개가 비었다. 유력 후보들이 거론된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에 전 국회의원 B씨다. 문화계에 부적격 논란이 있다. B씨는 학교와 사회 활동을 모두 부산에서 했다. 부산 국제광고제 조직위원회 홍보실장,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실 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했다. 그 뒤 부산광역시당 사상구 지역위원장도 역임했다. 출신지로 적합성을 볼 순 없다. 그럼 경력은 맞나. 경기아트센터는 행정직 예술직 포함 500명이다. 연습과 공연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직의 근무 체계가 특별하다. 이른바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GPS 논란’도 그래서 있었다. B씨는 부산 문화재단 근무 경력이 있다. 아트센터와 연속성을 찾을 수 있나. 경기아트센터는 공연단 운영, 외부 공연 유치 등이 업무다. 굳이 찾는다면 경기문화재단이 가깝다. 안 그래도 낙하산의 업무 미숙이 지난해 행감에서 불거졌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전직 국회의원 Y씨가 거론된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딸이다. 해당 작품을 새롭게 론칭해 성공했다. 서울 출신이다. 사실 자체 승진의 염원이 가장 큰 곳이 경기문화재단이다. 전임자들의 면면이 그만큼 개인적 활동으로 소일했던 문화를 갖고 있다. 임기 2년을 지내면서 경기 북부에 산하기관을 한 번 들르는 게 일상이다. Y씨 유력설을 접한 경기 문화계가 또 낙담하고 있다.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에는 전 국회의원 S씨가 유력하다고 한다. 서울 출생으로 의사 출신인 그도 이렇다 할 기관장 경력은 없다. 살폈듯이 아트센터 사장, 문화재단 대표이사, 복지재단 이사장 유력 후보군의 공통점이 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이고 경기도 출신이 아니며 직접적 업무 경력이 전무하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어떤 적합성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결국은 이들이 낙점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1년간 경기도 인사가 이랬다. 고영인 경제부지사, 윤준호 정무수석,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김경협 경기도시장상권징흥원 이사장이 전부 낙선 국회의원이다. 김 지사의 선택으로 억대 연봉자가 됐다. 과연 이들이 주권자인 도민을 위해 일하겠는가. 아니면 인사권자인 김 지사를 위해 일하겠는가. 도민 참모를 뽑은 것인가. 아니면 대선 참모를 뽑은 것인가. 김 지사의 대선용 인사, 지나치다.

[사설]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매립지 인천 자원화의 첫발이다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에 드림파크승마장이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408억원을 들여 지었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냥 방치돼 왔다. 전형적인 일회성 체육시설로 남았다. 한 해 관리비만 2억원씩 날렸다. 20여차례 운영사업자 입찰에도 늘 유찰됐다. 승마가 대중 스포츠가 아니어서 사업성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의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개발 소식이 전해졌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지난주 한화 측과 수도권매립지(승마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넥스트㈜, 한화아쿠아플라넷, 환화푸드테크㈜ 등 4개사가 함께했다. 전체 승마장 부지의 절반인 8만2천600여㎡(2만5천평)가 사업 부지다. 이곳에 아쿠아리움, 놀이시설 등을 갖춘 돔 형태의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협약이다. 2천500억원(토지 비용 제외)을 들여 2027년 개장이 목표다. 현 드림파크 승마장은 전국대회 개최 경기장 정도(1천500㎠ 이상)로 줄여 리모델링한다. 이 승마장은 한화넥스트가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의 연습장과 말보건소, 마사 등을 철거하고 테마파크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아쿠아리움은 한화아쿠아플라넷이 운영을 맡는다. 놀이기구 등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푸드테크가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처럼 실내 테마파크로 조성하되 돔형으로 짓는다. BTO(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립해 소유권을 지자체에 이전하고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창출) 방식으로 한화가 50년간 운영하는 사업구조가 유력하다. 한화그룹은 이 테마파크에 연간 2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서울 롯데월드는 연간 방문객이 540만명 정도다. 이 같은 사업계획이 나오자 일부 언론이 화제성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유통·엔터테인먼트 대기업들의 인천 서부권 테마파크 격돌’ 등이다. 신세계도 청라국제도시에 2027년 말까지 돔구장과 복합쇼핑몰의 스타필드 청라를 완공한다. 여기에 한화가 수도권매립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놀이·문화공간을 선보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천으로서는 듣기 좋은 얘기들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사업 추진이다. 그간 MOU가 MOU로만 끝난 것이 어디 한두 곳이었는가. 이제부터 인천시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차례다. 수도권매립지에서만은 ‘사업 표류’니 ‘MOU 해지’ 등의 우울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30년 이상 인천시민의 짐이 돼 온 곳이다. 이번 사업은 그런 매립지를 인천의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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