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괴한 대남 방송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우·까마귀 울음소리, 쇳덩이 긁는 소리, 귀신 곡소리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듣는 이에게 혐오감과 공포심을 준다. 고대 전쟁사에서나 등장할 법한 유치하고 원시적인 공세다. 이 유치한 공세에 노출되는 주민의 피해가 쌓여 가고 있다. 군사 대치 상황에서 오는 불가피한 피해라며 외면할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형편도 못 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분계선으로부터 2㎞ 정도 떨어진 강화도가 그렇다. 2024년 7월 이후 밤낮 없이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티로폼을 문에 덧대 방음을 시도해보지만 허사다. 밤에는 귀마개까지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캠핑장, 낚시터 등은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폐업 상태다. 주민 민원이 강화군청을 거쳐 국방부에 전달됐지만 돌아온 답장은 매번 같다. “직접적인 해결을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이곳보다 더 심각한 피해 지역도 있다. 본보가 취재한 최전방 대성동마을이다. 북한 최전방 기정동마을과 불과 500m 거리다. 소음 피해가 그만큼 크고 직접적이다. 파주시가 지난해 11월 측정한 소음치는 70~80dB이었다. 기준치 초과를 넘어 청력장애까지 유발할 수준이다. 140여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건강 이상을 호소한다. 수면제, 두통제를 아예 달고 살다시피 한다. 불안 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 증세도 우려된다. 한마디로 일상이 다 붕괴됐다. 북한 대남 방송은 2018년 4월 중단됐다. 판문점 선언의 일환으로 성사된 합의였다. 그러다 2024년 5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우리도 2024년 7월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의 대남 방송도 시작됐다. 같은 방송이지만 내용은 천양지차다. 우리 대북 방송은 여성 아나운서의 선전과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귀신 곡소리까지 틀어대는 북측에 비하면 우리의 대북 방송은 차라리 음악 방송 수준이다. 북한 ‘귀신 곡소리’의 의도는 분명하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작전이다. 대북 방송을 무조건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강화도·대성동 주민의 피해다. 파괴된 일상 생활이 벌써 반년을 넘기고 있다. 이 피해가 현실이면 그 보상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도 “주민 소송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자칫 안보 쟁송으로 번질 판이다. 오물 풍선에 이은 귀신 곡소리 방송까지 북한의 야만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에 상응하는 우리 군의 대응 작전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대의가 특정 지역 주민의 일상 파괴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주민 소송 개시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주길 권한다. 일단 피해 마을에 가서 실상부터 파악해 보라.
설 쇠자마자 저 남녘 바다에서 새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항 앞바다 울릉분지 일대에 석유·가스가 더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귀상어(Goblin Shark)’ 구조가 가장 유망하다는 조사보고서다. 대왕고래 140억배럴에 51억배럴을 추가, 최대 191억배럴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산유국 대한민국‘은 1970년대 이래 갈망해 온 꿈이다. 쉬이 이뤄질 꿈이 아님은 국민들도 안다. 그런데 이런 석유 개발 노력조차 곱게 보지 않으려 하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왕고래 예산 ‘0원’ 얘기다.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 최대 51억7천만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보고서가 최근 한국석유공사에 제출됐다고 한다. 미국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의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보고서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의 물리 탐사 분석을 진행한 곳이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유망 구조는 모두 14개다. ‘마귀상어’ 등 신규 유망 구조의 탐사 성공률은 대왕고래 구조와 비슷한 20% 수준이다. 일부 유망 구조는 성공률이 대왕고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상 수치인 곳도 여럿이라고 한다. 최소 7천만t에서 최대 4억7천만t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원유 매장 추정량도 최소 1억4천만배럴에서 최대 13억3천만배럴이다. 14개 구조 중 탐사자원량이 가장 많은 곳은 ‘마귀상어’ 구조다. 이 한곳에만 최대 12억9천만배럴의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전문가들에게 이 보고서에 대한 정밀 검증을 의뢰, 더 구체적인 매장량 등을 확인 중이다. 아직은 김칫국부터 마실 때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대왕고래든 마귀상어든 본격 시추까지는 험난해 보인다. 정치가 끼어든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동해 가스·석유 140억 배럴 매장’ 발표 이후 성공률 20%를 두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자원 탐사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에 비춰 ‘매우 높은 성공률’이라는 입장이다. 더 어려운 것은 재원 조달이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 편성된 정부 몫 1차 시추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때문에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회사채를 발행, 4억800만달러(5천9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동해 석유 개발은 어느 누구의 치적 사업 차원이 아니다. 험난하겠지만 국민들 산유국 꿈이 걸린 사업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를 위한 예산을 한 푼 남김 없이 잘라 버렸다. 우리 바다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건가. 그러면 어느 나라 국회인가. 국민들이 묻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고.
설 연휴에 우울한 소식이 또 들려왔다. 일본 이야기다. 이 나라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한반도 출신 군인·군무원을 명부에서 빼달라는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해서다. 최고재판소는 최근 한국인 합사자 유족 27명이 제기한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소 소송에서 제척 기간인 20년이 지났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원고들은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 등을 대상으로 합사 철회, 손해 배상, 사죄문 게재, 유골 양도 등을 요구했다. 이들이 청구한 배상액은 단돈 1엔(약 9원)이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원고의 청구 중 야스쿠니신사에 합사자 정보를 제공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 여부에 관해서만 판단했다. 사안의 핵심인 정보 제공의 위법성이나 야스쿠니신사 합사 문제 등은 다루지 않았다. 양심이 있는 일본 언론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본질을 회피했다는 게 핵심이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회를 원했던 한국인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 사법부에 대해 “‘시간의 벽’으로 도주했다”고 꼬집었다. ‘시간의 벽’은 최고재판소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정 기간인 제척 기간을 주된 판결 근거로 제시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좀 더 들여다보자. “(한국인) 합사는 1959년 10월보다 이전이어서 이로부터 2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합사와 관련해 (최고재판소가) 1심과 2심에선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옛 민법의 제척 기간을 토대로 위헌 심사를 피한 듯하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언론들은 일제가 전쟁을 벌일 때는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가 사실상 국교였으나 전쟁이 끝난 뒤 제정된 헌법은 국가와 관련 기관에 ‘어떤 종교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윤택할 수 있어도 결코 문명국 지위에는 올라설 수 없는 까닭은 차고 넘친다.
적잖은 사람들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이견과 의문을 제기한다. 타당성과 일리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외래어 전반과 우리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한다. 가장 큰 오류는 외래어와 외국어의 의미 구분과 역할 및 기능을 혼동한 채 외래어 표기를 외국어의 적극적 활용을 위한 잣대로 삼으려 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외래어 표기는 우리 국민의 언어생활을 위해 만든 것이지 외국인이나 외국인용 회화를 위함이 아니라는 것. 이제 세상은 글로벌화됐다. 수많은 경제·사회·문화·정보기술(IT) 분야 신어(新語)들이 명멸한다. 그 많은 용어·개념어를 일일이 순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가령 Taxi라는 단어를 보자. 보통 그 Taxi는 ‘택시’라는 익숙한 한국어식 발음을 탑재할 것이다. 평범하게 ‘택시’라고 부를 때 이것이 외래어적 쓰임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외국인을 위해 “Can I get a Taxi for You?” 했다면 어떨까. 이럴 땐 아마 최대한 영어식 원어 발음으로 Taxi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을 터. 이때의 Taxi는 외국어적 활용이라고 하겠다. 정리하면 이제 개별 단어가 더는 외국어인가, 외래어인가의 원천 속성을 타고 나지 않는다. 우리 국민끼리의 의사소통을 위한 한국어식 발음이면 외래어, 외국인용 회화를 위해 원음처럼 소리 내면 외국어인 것이다. 그러니 서로 내국인이라는 조건에서 외국어식 발음을 고집하는 축은 이 기준에 무지하거나 이를 무시·왜곡하는 경우가 되는 셈이다. 10여년 전 불행했던 ‘오렌지·어륀지’ 사건(?)이 바로 이 대목과 관련이 있다. 외래어 표기는 원지음(原地音)에 최대한 가깝게 적되 우리 음운체계와 법칙에 합당해야 한다. 이 둘이 상충하는 경우 후자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게 옳다. 가장 논란이 많은 ‘f’ 발음의 경우를 보자. 우리 표기법은 이를 ‘ㅍ’ 하나로 대응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한 불만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f’를 한글이 못 살리니 새로운 기호로 대체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ㅎ’이나 ‘후’로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새 기호 운운은 외래어 표기를 위해 제 나라 자음을 일그러뜨려야 하는 부담에다 ‘v’ 발음도 고려해야 하며 그 밖의 주요 외국어의 독특한 자음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ㆄ’를 만들어 ‘f’로 하자는 주장은 시기상조다. 무엇보다 새 자음에 대한 필요성이 보통의 국민에게 그토록 절실할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것을 새로 익힌다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까다로울 것인가. ‘f’의 ‘ㅎ’ 적용 주장은 설득력이 더 약하다. 예컨대 ‘fight’를 ‘파이트’로 적으면 이상하니 ‘화이트’로 하자고 하면 ‘white’는 어떡할 것인가. 무엇보다 ‘f’가 뒷음절에 자리하면 치명적 결함을 드러내고 만다. ‘커피’, ‘골프’를 ‘커휘’, ‘골후’로 하란 말인가. 결론적으로 ‘f’의 ‘ㅍ’ 대응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다음은 파열음과 마찰음 표기 문제다. 라틴 계통의 언어에 있어 특히 무성파열음 ‘p t k’는 ‘ㅃ ㄸ ㄲ’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더 큰 가치, 즉 외래어 표기의 간결성·체계성·규칙성을 앞질러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한글로 옮겨야 하는 단어는 너무나 많다. 타갈로그어, 스와힐리어, 플랑드르어까지도 그 대상이다. 그 많고 많은 언어를 이건 격음, 저건 경음 하며 구분하는 게 어차피 불가능하며 필요하지도 않다. 통일해 표기하는 게 바람직하며 설사 원음(原音)과 좀 멀어진다 해도 감수하는 게 나은 길이다. 어떤 언어든 전사(全寫)는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우리 외래어 표기법은 고심 끝에 격음을 택했고 최선의 방법이다. 경음을 전면적으로 인정해 버리면 기존에 굳어진 ‘피자’, ‘쿠바’, ‘캉캉 춤’ 같은 걸 어떡할 것인가 등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부작용이 동반된다(물론 호찌민, 푸껫 등 태국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언어 가운데 약간의 예외가 있긴 하다). 마찰음도 ‘service·써비스’, ‘circus·써커스’가 실제 발음과 가깝다며 쌍시옷이면 깨끗이 해결될 것 같지만 cider·사이다, soda·소다, slump·슬럼프 등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또 ‘ㅆ’ 등이 마구 등장하면 소리 자체도 사나운 데다 활자 꼴이 미워지고 거칠어진다. ‘뻐쓰’, ‘쎈쓰’ 등이 만연할 때를 상상해 보면 감지할 수 있으리라. 외래어 표기를 관통하는 굳센 정신은 조화, 타협, 균형임을 기억할 일이다.
‘매스미디어(mass media)’라고 불리는 대중매체는 특정되지 않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대량 정보 전달 역할을 수행하는 매개체다. 즉, 대중 사이에서 의사를 전하고, 수용하고, 답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대중매체는 인간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높은 사회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발전시켜 왔다. 대중매체의 발달은 TV의 발명으로 뉴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접할 수 있게 해 대중매체의 전성기를 열었다. 컴퓨터의 발명은 쌍방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대중매체로서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등장은 대중매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정보와 지식, 감정과 의사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지구촌을 만들었다. 이 획기적인 의사 전달 수단은 인간과 기업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기업정보를 대부분 대중매체 통해 얻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얻은 정보로 사업 방향을 정하거나 투자를 결정할 때가 많다. 중소기업은 작은 시간이라도 쪼개 써야 하기에 접하는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시간적 여유나 역량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검증하기가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특정한 정보를 잘못 알고 투자하거나 시간을 허비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주로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전달하는 정보에 민감하다. 문제는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에 거짓을 섞어 보내거나 거짓에 참을 섞어 보내면 보통 집중하지 않으면 걸러내기 매우 어렵다. 시간이 지나 걸러낸다 해도 이미 늦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속성을 교묘히 이용해 대중을 속이는 가짜가 많아지면 그 사회는 불신의 사회가 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 대중의 정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전달해야 할 책무가 있다. 특정 이익을 위해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교묘하게 던져 놓고 도망가 버리면 그 피해는 모두 기업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문, 라디오, TV 등 공적 언론매체는 1차적으로 자체 검증을 거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 경제의 허리와 같은 중소기업을 위해 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정보가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확인하고 경영 방향을 정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열풍이 뜨겁다. 우리나라 설 연휴가 시작되던 1월27일, 미국 증시는 딥시크 충격으로 흔들렸다. 독보적 그래픽 처리 장치(GPU) 공급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폭락해 시가총액 5천888억달러가 사라졌다. 중국 AI 발전을 견제해 미국이 수출을 금지했던 GPU H100보다 하위 제품인 H800을 딥시크가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궁즉통’(窮則通)의 살아있는 증거라는 칭찬이 딥시크에 붙여지기도 했다. 가장 크게 충격받고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미국이다. 과거 미국은 소련보다 과학 분야에서 훨씬 우월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차에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미국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중국의 딥시크는 AI 분야에서의 또 다른 스푸트니크 충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AI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마다 미국은 2위인 중국(65점)보다 월등하게 높은 1위(100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순위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10일 취임 후 3일 만에 향후 4년 동안 5천억달러(약 700조원)을 AI 인프라 조성에 투자하겠다는 ‘스타게이트’ 법인 설립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 ‘저비용 고성능’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내세운 딥시크의 출현은 미국의 열정과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왔다. H800마저 중국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로의 출력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학습데이터로 사용함으로써 챗GPT의 핵심 기술을 추출했다는 의심을 가지고 사실 조사에 들어갔다. 다른 나라에도 딥시크의 불똥은 튀었다. 2년 전 챗GPT가 출시됐을 때 개인정보 위법성을 근거로 3주간 전면 사용 금지를 명령했던 이탈리아 개인정보감독청이 이번에는 딥시크에 동일한 조치를 내렸다. 개인정보 처리 실태에 대해 20일 이내에 소명하라고 통보하고 딥시크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설 연휴 때문에 겉으로는 조용했던 우리나라이지만 700명 이상의 AI 전문가가 모여 있는 카톡방에는 수백개의 글이 올라왔다. 그중 인공지능 3위 G3 국가를 표명하는 우리나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과 재촉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물론 매스컴의 보도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달리 침소봉대한 부분도 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딥시크는 R1이라는 추론 모델이다. H800 GPU를 기준으로 278만시간, 총 55일 동안 훈련했으며 훈련비용은 겨우 558만달러밖에 들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은 R1의 이야기가 아니다. R1의 토대가 되며 R보다 한 달 전에 나온 딥시크 V3 모델의 이야기다. R1은 V3-Base를 기반으로 기계 대 기계의 강화학습을 사용해 만든 추론형 모델이다. 따라서 기계가 출력을 생성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대상으로 강화학습을 진행하는 부분에도 엄청난 계산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이 부분은 완전히 생략됐다. 그런데도 가성비가 기존 AI 모델보다 현격히 줄었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MoE’라는 최신 전문가 알고리즘을 전폭적으로 사용해 그런지, 아니면 저비용 고성능의 일반적인 AI 트렌드를 조금 일찍 앞서갔을 뿐인지는 좀 더 따져 봐야 한다. 딥시크 열풍에서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은 AI의 품질이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법을 만든 나라는 유럽연합이 아니라 중국이다. AI가 제공하는 답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부분을 걸러내도록 생성형 AI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중국이 시행한 것은 2023년 7월쯤이다. 당시 중국 기업들은 생성형 AI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에 앞서 이 법을 기다려야 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공개된 거대언어모델(LLM)이라는 명예를 중국이 네이버에 넘겨준 것도 이 법의 실행 시기와 관련 있다. 이 법에 적용해 당성(黨性) 검사를 최초로 통과해 공개된 중국 제품은 바이두의 어니봇(Ernie Bot)이었다. 그날이 2023년 8월30일이다. 네이버의 하이퍼 클로바 X 공식 발표일인 8월24일보다 6일 뒤의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당성 검사가 AI의 품질, 특히 공정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글로벌 AI로서는 부적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기업 솔루션이므로 모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서버에 저장하며 법적 분쟁도 중국 법원에서 진행한다는 이용 약관이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딥시크 열풍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성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하며 따져볼 사항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유례없이 긴 설 연휴를 보냈다. 우리 청년들에게 명절은 또 하나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래서 고향 내려가 잔소리 듣느니 혼자서 설을 보낸다. ‘혼설족’이다. 명절 잔소리에 벌금을 매기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아직도 노니’ 50만원, ‘결혼해야지’ 100만원 등이다. 명절 대이동에도 끼지 못한 청년들을 다시금 생각한다. 지난 설밑에 통계청 자료 하나가 나왔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그냥 쉬는’ 청년들 현황이다. 1년 전보다 더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15~29세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는 41만1천명이다. 2023년 12월엔 36만6천명이었다. 12.3% 더 늘었다. 그런데 이 기간 청년층 전체 인구는 3% 줄었다. 결국 전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그냥 쉬는’ 청년 비중이 한층 늘어난 셈이다. ‘쉬었음’은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이다. 통계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간다. 12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최근 매년 줄었다. 2020년 48만5천명, 2021년 40만9천명, 2022년 40만6천명, 2023년 36만6천명이었다. 지난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청년층 실업자 역시 12월 기준 전년보다 2천명 늘었다. 실업률도 2023년 5.5%에서 지난해 5.9%로 높아졌다. 코로나19 기저효과의 고용 훈풍이 사라진 것으로 본다. 경기 회복세도 예상보다 더뎌 청년 고용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는 흐름이다. 계엄·탄핵 사태 등의 내수 악재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 무안공항 참사까지 겹쳐 연말 특수가 사실상 실종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쉬었음’은 아니지만 더 많이 일하기를 원하는 불완전 취업 청년도 늘었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수가 13만3천명이다. 이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37%나 늘었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주당 일하는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더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말한다. 취업자로 잡히지만 임시 또는 단기 일자리가 많아 ‘불완전 취업자’로도 불린다. 한 설문조사에서 ‘쉬었음’에 대한 원인을 물었다. 취업 준비 과정의 극심한 경쟁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맨 앞이다. 노동시장의 불평등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그냥 쉬는’ 청년 문제는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미래 동력의 문제다. 기성세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제는 문제의식도 흐려진 채 피하려 한다. 진짜 일자리는 활기찬 기업 활동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기국제공항에 무안공항 참사 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공항을 반대하는 논리로 등장하는 무안공항 참사 우려다. 대표적인 논리가 철새 안전 문제와 정치 공항 자제 여론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철새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철새 개체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무안공항의 철새 개체수는 전국 공항 중 낮은 수치였다. 정치 공항 문제도 경기 남부와는 무관하다. 수요는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중요한 면이 있다. 무안공항 참사가 준 충격은 크다. 참사와 연결하는 논리가 그만큼 자극적이다. 공항 찬반을 떠나 바로잡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이 역할이 경기도에 있다. 민선 8기 공약으로 경기국제공항 관련 업무를 경기도가 해오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권의 최근 공세가 경기도를 향하는 이유다. 무안공항 참사에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적극적인 해명은 없다. 과연 도는 경기국제공항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을까. 2023년 1차 연구 용역이 있었다. 2024년에도 2차 연구 용역이 발주됐다. 각각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 방안 수립 연구 용역’과 ‘경기국제공항의 첨단물류공항 개발 전략 및 역할 분담 방안 연구’다. 지난해 11월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복수다.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세 곳이다. 향후 최종 한 곳을 고른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과 수원 군 공항을 별도로 설명한다. 군 공항에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 중심에는 군 공항이 있다. 수원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한 건 2015년경이다. 그때도 화성, 평택, 이천 등이 있었다. 그 중 국방부가 화옹지구를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2017년 4월16일이다. 경기도가 2024년 세 곳을 복수 후보지로 지목했다. 시점을 7년 되돌린 측면이 있다. 용역의 실효성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달에도 3차 용역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후지 개발과 관련된 용역으로 알려졌다. 살폈듯이 후보지는 현재 세 곳으로 복수 후보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발을 연구한다는 배후지가 어디를 말하는지, 모든 후보지를 연구한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특정 지역 선정을 반대하는 단체들조차 “전혀 다른 후보지들을 두고 개발 방안을 논의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어느덧 민선 8기 남은 임기도 1년6개월여뿐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한 번의 용역 완료와 두 번의 용역 진행뿐이다. 맺어진 결실은 후보지 세 곳 복수 선정이다. 검토 연구만 있고 절차 진행은 없다. 그 사이 ‘수원 군 공항 이전’은 금기어처럼 묻혔다. 최근에는 부당한 무안공항 참사 공세에 반박도 안 나온다. 민선 8기의 근본 의지를 따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에 기대를 걸어온 수원시민들이 특히 그렇다.
초등생 학부모 시절에는 대학 입시에 관심이 없었다. 아이가 학교에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정도가 궁금했고 대입은 까마득한 미래였다. 중학생 학부모가 되고 보니 누구는 외고를 준비한다더라, 누구는 자사고를 간다더라 하는 대화에 ‘도대체 어떤 학생이길래’ 하는 부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학부모가 되고 나니 ‘아이고, 늦었구나’ 싶은 생각이 입학하자마자 밀려왔다. 다급한 마음에 수학학원을 찾아갔는데 선행학습이 돼 있지 않다며 받아주지 않았고 국어학원도 준비가 안됐다는 한숨 섞인 평가를 마주하고서야 대입의 무게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큰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뒤이어 둘째가 수능을 봤다. 두 번째인데 새삼스러울 게 있을까 싶지만 다시 다가온 현실은 처음인 양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과탐, 사탐 등 교과목을 공부하지만 자녀의 합격이 절실한 학부모는 입학전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6장의 수시원서와 3장의 정시원서를 내면서 대학마다 다른 입학전형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2025학년도 수능에는 2004년 이래 가장 많은 18만1천891명의 N수생을 포함해 52만2천670명이 응시했다. 수능이 끝난 지 두 달여가 훌쩍 지났지만 정시 응시생들은 여전히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정시 합격자가 대학별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름과 수험번호, 주민번호를 차례로 넣고 조회를 눌렀을 때 ‘합격’이 뜰까, ‘불합격’이 뜰까. 그래도 마지막 남은 정신줄을 부여잡고 행운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