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전투구로 얼룩진 세계 1위 기업

지난해 추석 전부터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이 해가 바뀌어 설이 지났음에도 해결 국면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MBK연합 측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 간 공방은 중국 자본 논란, 비밀조항 위반, 불투명한 투자 등 서로 간의 비방으로 갈등 상황이 극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을 해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방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도입한 후 거의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이슈가 등장하는 등 다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 사이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라는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기업 위상뿐 아니라 서로 간에 직간접적인 유무형의 타격을 입고 있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글로벌 1위 회사가 아니라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경제 및 안보에 중요한 기업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돼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이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은, 구리 등 산업계 대표 비철금속 외에도 희소금속 생산과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일부 희소금속은 특정 몇 개 국가만 생산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광산에서 들여온 아연과 납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희소금속인 인듐과 텔루륨, 코발트, 카드뮴 등을 생산한다. 특히 비스무트와 안티모니 같은 희귀 금속은 첨단산업,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원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비스무트와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안티모니와 관련 금속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모니는 원자력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48%를 차지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갈륨,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 미국이 반도체 핵심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핵심 장비를 만드는 원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맞불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원료 통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며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 원자력 등에 쓰이는 다른 광물에도 확대할 것은 명확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비스무트와 안티모니를 대다수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의 안티모니 수출 통제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며 국내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이라는 회사는 사실 소비자 등과는 거리가 먼 대표적인 B2B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이제 고려아연의 경영권 이슈는 비단 기업 간, 자본과 기업 간의 이슈가 아닌 국가의 문제로 봐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직후 내놓은 화해의 메시지에 산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 측에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의장 제도 등을 제안했다. 양측이 향후 공동 경영에 대한 협의를 이뤄낼 수 있는 여지 및 해결의 출구 전략이 열린 셈이다. 양측이 벌여온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지역사회, 정치권에서도 기업간 공동 협력을 끌어내 다시 세계 1위 기업의 명예를 되찾아 줘야 한다.

[경기만평] 급하다 급해...?!

[사설] 경기도의 북자도, 된 것 없는데 자문위원은 왜 늘려

경기도의회 이상원 의원이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추진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북자도는 공감대 형성 외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다...김동연 지사가 핵심 공약으로 밀어붙인 사업이 현재까지 아무런 실적이 없으니 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식으로 늘리려나.” 민선 8기 경기도가 신설한 북자도 추진위원회가 있다. 현재 30명으로 운영돼 온 자문 기구다. 경기도가 이 인원을 39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북부(고양7) 출신의 이 의원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정의 방향을 조언하는 수준의 위원회다. 위원회 자체로 무슨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전개하는 것은 없다. 그러다 보니 추진 과정의 이렇다 할 조력을 보탠 것도 없다. 당장 위원회 개최 횟수나 위원 참여율만 보더라도 그렇다.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네 번 열렸다. 2022년 1회, 2023년 3회, 2024년에 1회다. 2024년은 김 지사의 북자도 활동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총선 공약 캠페인도 했다. 그런 기간의 위원회가 1회에 그쳤다. 위원들의 평균 참석률은 52%로 절반을 겨우 넘긴다. 2022년에는 72%, 2023년에는 52%(6월)·64%(7월)·41%(11월)였다. 한 번 열렸던 2024년에는 50%였다.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이다 보니 참석 여부를 강제할 순 없다. 또 불참 자체가 잘못인 듯 지적할 것도 아니다. 다만, 30명이라는 정족수가 적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다. 이런데도 도가 30%에 달하는 9명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 자문해야 할 현안이 많아질 거라는 근거라도 있나. 없다. 북자도는 김 지사의 의지와 달리 완전 멈춤 상태다. 2022년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역점 사업으로 채택됐다.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도민에게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북자도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역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기본이자 시작이라 할 건 북자도 설립 관련 특별법이다. 하지만 이 문턱은 임기를 1년 반 앞둔 지금까지 못 넘었다. 행정안전부의 비협조도 이유지만 민주당 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도 크다. 작년 말부터는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등장했다. 김 지사의 대선 행보가 더불어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북자도의 민선 8기 실현 가능성은 제로가 됐다. 차라리 실현이 어렵게 됐음을 밝히고 장기적 과제로 삼자는 고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마당에 왜 북자도 자문위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인가. 이 계획에 찬성하고 동의하는 북부 주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상원 의원이 ‘보여주기식’이라고 지적했는데, 크게 틀린 지적 같지 않다.

[사설] 첫발 떼는 인천 청라타워... 안팎 콘텐츠가 핵심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청라·영종 등 3곳 국제도시 개발이다. 개발 활성화를 위해 각각의 랜드마크를 지으려 했다. 송도는 151층 쌍둥이 빌딩의 인천타워다. 청라시티타워는 청라의 랜드마크다. 30층 높이(448m) 초고층 전망타워다. 서울 남산과 북한 개성까지 조망할 것이라 했다. 청라시티타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 초기부터 청라주민들에게 약속한 사업이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기를 거듭했다. 주민 성화에 쫓겨 2019년에는 성대한 기공식도 했다. 그러나 6년째 엎치락뒤치락하기만 했다. 이번엔 주민들의 ‘희망고문’이 끝날 것인가. 인천경제청이 청라시티타워 활용 방안 찾기에 들어간다. 그간 사업을 묶어 놓았던 타워 높이 문제도 해결됐다. 3월부터 ‘청라시티타워 관리·운영 및 타워 외 부지 활성화 전략 수립 용역’을 한다. 448m 짜리 전망대 활용 방안과 타워 내부 시설 구성 계획 등이다. 타워 전체를 활성화할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다. 30만3천㎡(1만평)의 타워 주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포함한다. 인천경제청과 LH는 2023년 청라시티타워 사업 협약을 했다. LH가 사업비를 대고 타워를 건설한다. 인천경제청은 이를 인수, 관리·운영을 맡는다는 협약이다. 이에 따라 LH도 조만간 타워 건설 시공사 선정 입찰에 들어간다. 본래 지난해 8월에 하려 했다. 그러나 타워 높이에 따른 항공 운항 안전 문제로 중단했다. 이 문제도 최근 해결됐다. 서울지방항공청이 관제 영향 용역을 했다. 원안 높이(448m) 건설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LH는 2029년까지 청라호수공원에 청라시티타워를 완공한다. 전체 사업비 8천억원이다.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청라시티타워는 국내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지어진다.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은 555m 롯데월드타워다. 국제표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청라시티타워는 마천루, 즉 초고층 빌딩이 아니다. 관광형 복합문화시설의 타워다. 따라서 국내 최고층의 타워 시설로 태어날 것이다.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로 높은 전망 타워다. 날씨 좋으면 북한 개성까지 바라다본다는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천루든 전망 타워든 사람이 얼마나 몰리느냐로 성패가 결정난다. 전망 타워의 사업성이 걸린 문제다. 청라시티타워 사업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것도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전 민간사업자는 전망 타워에 오피스텔까지 들이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이번 경제청의 타워 활용 방안 찾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성공한 해외 타워들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고래등같이 지어 놓고도 사람이 찾지 않는다면 실패작이 된다.

[지지대] 영통구청에서 예술을 만나다

기나긴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날인 1월23일 영통구청을 찾았다. 영통구민이 구청장을 만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평소 좋아하는 구청장과 명절 인사도 나누고 식사도 할 겸해서 만든 기분 좋은 일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구청장의 손에 이끌려 구청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여기가 구청사야, 갤러리야.” 말로만 듣고 처음 찾게 된 ‘갤러리영통’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구청장은 어느새 ‘도슨트(Docent·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로 변신했고 그 열정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필자는 갤러리영통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행정기관에서 멋진 예술의 한 획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설 명절의 시작을 갤러리영통과 함께했다. 이달 7일까지 열리는 ‘갤러리영통’ 특별기획전은 행정기관의 유쾌한 변신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에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의 생생한 기록물은 수원시민의 자부심을 높였다. 또 홍일화, 김환기, 이배 등 유명 작가 36명의 대표작품 64점은 이곳을 찾은 주민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곳에는 지난해 12월19~27일 관내 수원 매탄고 미술반 학생들의 열정을 담은 회화와 디자인, 공예 등 60여 점이 전시돼 지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박사승 영통구청장은 “구민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 예술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문화적 풍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예술가들의 소통과 성장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도 이렇게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변모하는데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는 도대체 언제쯤 바뀔지. 갤러리영통이 주는 여운이 짙은 오늘이다.

[김종구 칼럼]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어 무죄”라면

황운하 사건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총장 취임 두 달 만인 2019년 11월 본격화했다. 울산지검에 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겼다. 윤 총장이 꾸린 핵심 수사라인을 투입했다. 청와대의 공약 지원, 경쟁 후보 매수까지 뒤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수사팀을 해체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황 의원 등 13명을 모두 기소했다. 조국 수사에 이은 문재인 정부 초토화였다. 윤 총장은 영웅이 됐고, 이후 대통령까지 올랐다. 그 황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이었던 1심의 반전이다. 하명 수사에 의한 선거 방해 혐의는 이런 내용이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황 의원, 송 전 시장, 청와대 관계자 등이 짜고 상대 후보(김기현)의 비위를 청와대에 넘겼고, 이를 하명받아 김기현을 수사했다.’ 판사의 무죄 판결 이유는 이렇다. “직접 증거가 없고 관련 증언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비위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언제부턴가 정치인 재판에는 공식이 생겼다. 판결에 불만 있으면 판사 이력부터 들춘다. 뭣뭣 소속이라고 욕하고, 누구누구 계보라며 탓한다. 이번 무죄 주심 판사도 예외 없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고 공격한다. 장하성 동생 사건, 안태근 검사 사건 판결도 꺼낸다. 글쎄다. 그런다고 판결이 뒤집힐 것도 아닌데.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게 편하지 않겠나.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다고 하지 않나. 판단 자체에 오류는 없다. 사실 세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황운하 판시(判示)를 윤석열 사건에 대입하는 시도다. 판결 직후 이미 유튜브에 등장했다. ‘황운하 무죄면 윤석열도 무죄다.’ 정말 그럴까. 4일 헌재에서 재판이 있었다. 이날 재판이 주목받은 이유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에도 출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란 사건은 각자 주장했다. ‘내란 유죄 윤석열’·‘내란 무죄 윤석열’. 증언·증인이라는 것도 전부 따로 말하는 거였다. 처음으로 부딪힌 게 이날 재판이었다. ‘체포조’를 증명하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 ‘군 투입’을 지휘한 이진우 수방사령관, ‘요인 체포’ 부대장 여인형 방첩부사령관이 다 나왔다. 보고 싶은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윤석열이 이겼다’고도 하고, ‘내란이 증명됐다’고도 한다. 각자의 판단인데 함부로 평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내가 본 기준은 다른 데 있었다. ‘서로 뒤엉키기 시작한 정황’이다. 거기서 윤석열 대통령의 특기가 떠올랐다. 특수부 검사였다.’ 특수 수사의 속성은 말싸움이다. 내란죄를 증명하는 것도 말싸움이다. 그 첫 번째 쟁송이었다. ‘체포조 운영’, ‘군 투입’ 증언이 마구 뒤섞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수 위 달 그림자 쫓는 느낌을 받았다.” 이 또한 배수의 진을 친 ‘말’이다. 최악에 대비한 방어 논리다. ‘내란 행위는 실행되지 않았다. 지시나 말로 내란 죄는 안 된다’. 초반인데 벌써 증언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충돌시켰다’는 표현이 옳아 보인다. 내란 혐의의 정점에 그가 있다. 증언의 대부분은 전언(傳言)이다. 표현 하나로 모든 게 달라 질 수 있다. 사형 또는 무기를 때릴 중죄라서 더욱 그렇다. 황운하 무죄 판결을 이해하는 이런 견해가 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피고인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 견해를 윤석열 내란에도 대입하면 이렇다. ‘내란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윤석열 내란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적(敵)에서 같은 법리에 올라탄 윤황동주(尹黃同舟)를 보는 듯도 하다.

[천자춘추] 고용의 미래 ‘창업’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기술과 산업이 바뀌면서 대기업은 더 이상 과거처럼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 새로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창업’이다. 창업은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일이자 기존 대기업과는 다르게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일반 회사보다 약 3배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팁스(TIPS)’ 프로그램이다. 팁스는 초기 자금과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팁스에 참여한 기업은 2년 만에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린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약 3조원 규모의 예산을 창업 지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은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창업을 두려워하고 실패를 걱정한다. 특히 창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청년, 시니어들에게 창업의 중요성과 도전정신을 가르치는 창업가정신 교육도 필요하다. 창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꼭 필요하다. 대기업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창업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는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창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창업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이제 모두가 창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함께하는 미래] AI 빈부 격차

지난주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접속 중단 사태는 현대사회에서 인공지능(AI)이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렸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챗GPT가 다운됐다고? 그럼 이제 나보고 ‘생각’을 하란 말이야”라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저의 농담은 AI가 현대인의 사고와 업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한 지 2년 남짓. 이제 AI 없는 세상은 점점 과거의 일이 돼 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내비게이션 및 구글 맵 없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낯선 길을 운전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AI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AI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기술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정보 격차는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AI 활용 능력은 이제 경제적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챗GPT의 경우 누적 사용자 수가 약 1억8천만명에 달하지만 월 20달러의 유료 버전 사용자는 3~5%, 월 200달러의 프로 버전 사용자는 1% 미만에 그친다. ▲추론 능력 ▲데이터의 질 ▲응답 속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에서 고가의 서비스가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제공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도대로 월 2천달러의 초고가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이러한 AI 성능 격차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AI 빈부 격차는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한국 정부의 연간 예산에 달하는 720조원을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 메타는 맨해튼 면적에 버금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약 9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민간 영역과 함께 2027년까지 65조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지난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AI 패권 구도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혁신적 사례를 제시했다. 젊은 천재들이 모여 있는 이 회사는 물량보다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AI 개발 모델의 5% 정도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성능의 AI를 개발했으며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개인용 PC와 전기료만 있다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AI 산업을 주도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시가총액 900조원이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딥시크의 기술력,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딥시크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이 막대한 자본과 물량 공세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는 투자와 인프라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으로 여전히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더 많이’와 ‘더 크게’가 어려울 때는 혁신으로 무장한 ‘더 스마트’한 접근이 해결책인 것이다.

[삶, 오디세이] 차별과 폭력의 발아 순간

돌아보면 10대와 20대에는 유독 한국 밖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 어느 옷가게에서 옷을 구매하고 공짜로 받은 아이비리그 달력이 필자에게는 그렇게 소중했다. 그 달력에는 네이비색 바탕에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풍경이 월별로 펼쳐져 있었다. 어느 달에는 초록색 담쟁이 넝쿨이 고풍스러운 빨간 벽돌의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이 클로즈업돼 있었는데 그 장면만으로도 막연한 위엄이 느껴졌다. 그때 그 달력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다짐 혹은 소원 같은 게 박혔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저곳에 가리라고. 물론 그것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나 자신이 그러한 다짐이나 소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한국에서 평범한 대학원생으로 살던 어느 날,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미국의 한 대학에 펠로우십(일종의 교환연구원 장학)을 지원받게 됐다. 비행기삯만 지불하면 현지에서 생활비를 받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변 대학의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미국 체류 기간에 거주할 수 있는 집 또한 이미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상황이었기에 나로서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꿈꾸던 것이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까지도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불안감도 컸지만 기대감만 못했다. 그렇게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한 미국 생활은 적어도 초반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출근할 학교의 건물은 중학교 때의 그 아이비리그 대학 달력 속 건물과 거의 차이가 없었고 교직원들 또한 하나같이 친절했을 뿐 아니라 거주지의 이웃마저 갑작스럽게 이사온 이방인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 줬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우리 삶에는 늘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 나의 미국 생활에서 그것은, 정말이지 이것이 문화 이론서에서만 봤던 문화 적응의 허니문 단계임을 실감하며 미국 생활에 한껏 취해 있을 때쯤 자동차 사고처럼 다가왔다. 거주지 근처에는 마트가 없어 제대로 된 식자재를 사려면 30분쯤 걸어 큰 슈퍼마켓으로 가야 했는데 그날은 오랜만에 그곳으로 가는 날이라 이것저것 사다 보니 비닐봉투에 든 짐이 여러 개가 돼 버렸다. 참고로 미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라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아서인지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필자가 거주한 애틀랜타 교외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슈퍼마켓 근처에서 버스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펠로우십 연구원 주제에 한번 타면 기본적으로 100달러는 족히 깨지는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짐이 든 비닐 봉지 여러 개를 양 손목에 걸치고 두 손으로 잡고 하면서 낑낑대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도로를 가로지르던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안에 타고 있던 청년들이 창문을 내리려고 했다. 내심 내게 도움을 주려고 그러나 싶었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할리우드 영화로만 봤을 뿐 내 생애 결코 들어본 적도 없는 욕설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망언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그렇게 내게 조롱 섞인 차별의 말만 남기고 총기 사건 등의 물리적 폭력은 없이 순식간에 떠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들은 나를 도대체 얼마나 안다고 저런 저주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퍼부을까. 자신들이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그리고 본인들이 방금 내게 한 것이 범죄에 해당하는 폭력인 것은 인지하고 있을까 등등의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 끝에는 내 안에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분노만 남아 있음을 봤다. 그것은 내가 조금만 덜 도덕적이었다면 살기로 이어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 차별과 폭력은 누군가의 일상과 행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그 사람이 다시는 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면 또 다른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으며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그 광기의 사슬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되풀이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그 옛날 나의 미국 생활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이라도 우리 각자의 언동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성찰해야만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의 발아 순간을 막을 수 있다.

[경기만평] 말해봐야 본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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