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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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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노당익장, 봄날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조용경 작곡가·공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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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이 비록 62세이지만 아직도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출정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후한서’의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마원의 이야기다. 마원은 광무제를 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군으로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장부위지·丈夫爲志)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궁당익견·窮當益堅),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노당익장·老當益壯)”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서 ‘노당익장(노익장)’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노당익장은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육십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예요. 공로상이 아니라.”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순재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의 아카데미를 언급하며 연기는 인기나 다른 조건이 아닌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어쩔 수 없어요.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하는 거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기회를 기다리며 늘 준비된 자세로 성실히 임해온 그의 연기 철학을 보여줬다.

 

‘윤여정 신드롬’을 기억할 것이다. 윤여정은 74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윤여정은 자신을 일컬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그가 한 말이다. 생계를 위해 그는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너무 부끄러울 때는 안경을 벗고 연기했을 정도로 열심히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엄마가 열심히 일해 이런 상을 받게 됐단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위의 두 노당익장의 사례는 열심히 노력하며 늘 준비돼 있는 자에게 온 기회야말로 천재일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이 시대의 우리 청년들에게 이 두 배우의 삶은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까.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음악인의 꿈을 꾸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중 한 학생은 자신이 그동안 만들었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제작했다. 자신의 감성이 가득 담긴 곡들을 만들고 직접 연주해 녹음한 다음 아트웍 디자인까지 뽑아냈다. 유통사를 선정해 계약하는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물이 아직은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작금의 청년 음악가가 적지 않다. 그중 대중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얻지 못해 간절히 꿈꿔 오던 길, 그 모퉁이에 주저앉아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반딧불’의 노랫말처럼 지금 처한 현실이 간절히 꿈꾸는 예술을 펼치기에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스스로가 눈부신 존재임을 잊지 말자. 늘 준비된 모습의 우리 청년들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천재일우로 만들 수 있길 빌며, 위 노당익장의 이야기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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