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속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요즘 대다수의 ‘정치인의 말’을 두고 하는 소리다. 강(江)도 없는데 주민들을 위해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말도 있다. 식언(食言)을 밥 먹듯 하기 때문이다. ‘식언’은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 처럼 꾸미어 하는 말인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식언과 거짓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아주 잘 한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남 몰래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서울에 있는 양 ‘서울사수’ 방송을 내보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5·16 쿠데타 후 수 차례 ‘민정이양’을 공약했으나 이양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당시 임기 2년 후 중간평가를 공약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989년 “3당 합당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듬해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공약으로 “쌀 개방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2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현재 대통령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한동 자민련 총재는 지난 2월 4·13 선거전이 한창일 때 DJP 공조파기와 자민련의 야당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한동 총재는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 22일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끈은 끊으려해도 안되는 숙명적인 것이었으며, 결국 공조로 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들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정치인들의 식언과 거짓말은 알아 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치판은 요지경 속이다. /淸河

세상의 자식들에게!

부모가 미워한다고 잘못 여기는 세상의 자식들아, 열손가락을 깨물어보라! 안아픈 손가락이 있는가? 더러, 잘못돼가는 자식을 나무라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자식이며, 무관심해 보여도 속마음은 잘된 자식보다 잘못된 자식에게 더 걱정이 쏠리는게 부모인 것을. 장가 시집가서 자식낳아 키워보면 알고, 부모가 죽고나면 그 심정을 알겠지만 왜 진즉 깨닫지 못하는가! 하긴, 제 자식은 소중하게 키우면서 부모가 저 역시 그렇게 키운줄은 모르고 있으니 사람의 도리가 왜 이지경이 됐는지. 자식이 부모를 구박하다 못해 때리고, 때리다 못해 죽이고, 죽이다 못해 시신까지 훼손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 됐다. 인종지말은 아닐텐데 왜 이러나? 일상의 대화빈곤, 기계생활이 가져온 정서의 황폐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쳐가야 할 점이긴 하다. 부모가 옛날 생각만 하고 환경변화를 외면한 채 묵은 훈도방법을 우기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긴 하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변하지 않는 것은 인성다움이며 부모형제의 관계는 사람이 사람다울수 있는 영원한 인륜인 것이다. 연전에는 서울서 재산을 탐내 제 아비를 죽인 대학교수가 있더니 이번엔 과천에서 명문대학생이 제 부모를 원수로 생각하고 죽이는 일이 생긴 것은 무엇때문일까? 자식을 돈으로만 키워 커서도 부모의 얼굴이 돈으로만 보이고, 자식 잘 돼라는 질책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어리석음이 가져온 비극은 누구 탓인가. 기왕이면 왜 서울대에 못 갔느냐, 왜 절제있는 생활을 못하느냐는 부모의 나무람, 그리고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면회 한번 안간 것 등을 미워한 것으로 여겨 부모를 원수로 안 것은 지식위주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그렇긴 하나, 세상의 자식들은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제 잘 되기 바라는 부모를 탓하는 자식치고 부모보단 자신에게 문제가 더 많다. 효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효도는 고사하고 자식이 제 앞가림만 잘하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것이 부모의 심경이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아마 자식에게 참혹한 주검을 당한 과천의 그 부모도 혼백이 있다면 죽어서도 자식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그 어떤 인연도 부모 자식간의 인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인륜의 이치인 것이다.

남양만 개펄 살려야 한다

서해안 일대 생태계가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점점 파괴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LNG 3차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 앞바다에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는 물론 남양만 일대의 다양한 어족산란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남양만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대 해안과 개펄은 각종 해양생물의 산란장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산란기에는 꽃게 숭어 등 다양한 어족이 몰려 청가리 도요새 등의 철새 도래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환경전문가들은 한국가스공사가 LNG 3차기지 조성을 위해 24만7천여평의 공유수면을 매립하면 남양만의 이같은 해양생물 산란장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서 쓸려 내려오는 토사와 부유물질로 개펄에 이상현상이 일어나 갯지렁이 고동 등의 이동에 따른 생태계 혼란이 초래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당국은 건교부에서 관계부처와 협의, 사업을 승인한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사업을 승인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시 한번 해양환경전문가들의 이같은 우려를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시화·화옹지구 등 크고 작은 간척사업으로 경기만 일대 470여만평의 개펄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다. 그나마 남아있는 남양만 개펄을 황폐화 시킬수는 없다. 그동안 개펄은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다. 그래서 서해와 남해의 넓은 개펄은 갖가지 이유의 간척사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실질적으로 국토를 넓혔다는 자랑스런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개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됨에 따라 간척 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이제 개펄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국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학계나 해양환경전문가들이 주장하듯 개펄을 잘 보존해 어민들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야 한다. 당국은 연안 생태계파괴만을 초래하게 될 남양만 공유수면매립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오히려 개펄보존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교육

동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 이는 공자(孔子)다. 논어(論語)를 보면 공부하라는 이야기부터 나온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리요?라고 했다. 공자는 교육에 힘써 3천명의 제자를 두었다. 그 공자의 정신을 잘 이어받은 이에 맹자(孟子)가 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려서부터 훌륭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체험했던 이다. 과연 맹자는 ‘교육(敎育)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군자(君子)에게는 삼락(三樂·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득천하지영재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니라’고 말한 것이다. ‘영재’라는 말도 맹자가 만들었다. 그 이후 역대로 공부와 교육이 중시돼 과거(科擧)라는 것이 나왔으며 그것은 다시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출세의 유일한 첩경으로 통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고들 탄식한다. 돈 주고 배우니 선생 알기를 지식 전달하는 기술자쯤으로 안다고 비관한다. 그러나 아니다. 과거에 스승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나마 살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사가 제정한 제11회 경기사도대상 시상식이 있는 오늘, 교육과 스승이라는 말이 더함 없이 소중스럽게 생각된다./淸河

역경을 이기는 교사들

작금의 우리 교육 현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정년이 단축돼 수많은 교사들이 아쉬움을 남기고 교단을 떠났다. 정년단축에 따라 교육계 일부의 세대가 교체되긴 했으나 교사부족으로 수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 교실붕괴 현상도 심각하다. ‘사랑의 회초리’를 든 교사가 폭력교사로 몰리는가 하면 훈계하는 교사를 다른 학생이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최근에는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외교습이 전면 허용되면서 당국과 사회로부터 교사들이 오히려 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참교육과 공교육이 강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당국의 시행착오로 야기된 교실부족 문제도 마치 교사들의 잘못인 양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열악한 교육풍토에서도 일선 교사들은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올 곧은 사도(師道)의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경기일보사가 제정, 오늘 시상하는 제11회 ‘경기사도대상’은 이렇게 어려운 교육계에서 참교육을 위해 신명을 바치고 있는 스승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요소이자 미래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는 시대를 밝히고 역사를 창조해가는 선구자라고 하여도 조금도 과찬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새로운 21세기 새 시대를 이끌어갈 기틀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교육자들이 온 몸을 불살라 교육의 지표를 밝힌 희생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우물을 파는 일이 근본 치유책이다. 학교교육은 바로 우물을 파는 일과 같다. 교사들은 바로 우물 파는 작업을 직접하고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단의 중심에 서서 오로지 후학양성에 전념하여 제11회 경기사도대상을 수상하신 아홉분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드린다. 아울러 경기·인천지역의 모든 교사들에게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도의원인가

3개여월전 경기도 제2청사 개청식에서 잠시 접할 수 있었던 경기도의회 기획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4일 가진 ‘모처럼의 방문’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주고 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도의원들의 행차를 맞이하기 위해 집행부측은 이른 아침부터 현관을 지켰고 주차관리자들은 이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며 애를 먹었다. 이로인해 차량을 주차하지 못한 민원인들은 여기저기서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방문예정이 확실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의 말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도의원들의 방문을 놓고 공무원들은 내심 뭔가 선뜻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에 갖기로 한 간담회가 30여분 늦게 열게 되면서 이들 의원들의 방문은 속살을 드러냈다.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3명이 불참한 간담회는 간단한 업무보고와 질의로 시작됐다. 소관상임위의 결성이 무산된 것을 적극 반기고 있다는 일부 직원들의 말을 감안한다면 감시자의 전문성이 너무나 미약해 보였다. 북부지역 최대의 이슈인 접경지역지원법에 대해 의원들은 대상지역 등 상식적인 데이터만을 되풀이하는 질의에 그쳤다. 수방대책에 대한 정곡을 찌르며 집행부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의원은 눈을 씻고 봐야 할 정도였다. 구 청사의 건물이 경기북부벤처센터로 집중 육성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2청이 겪는 인력난 역시 의원들의 안중에는 없는 듯 했다. 간담회가 끝난뒤 무슨 대단한 일을 성사시킨 양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의원들의 뒷모습에 씁쓸함을 갖게 된 것은 비단 기자만이 느끼는 심정이 아닌 듯 싶었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버스料 20%인상 너무 높다

경기도가 곧 결정할 버스요금 인상폭 20%는 너무 높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도 당국은 버스요금인상요율 조정 용역결과를 토대로 구체화하고 있는 20%인상안을 백지상태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개발연구원등에 의뢰, 도내 버스업체 수입금 및 운송원가 조사를 벌인 결과 10∼20% 인상안이 제시됐으나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감안 7월부터 최고 20%는 인상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이같은 버스요금 대폭인상방침은 정부의 물가정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치(0.8%)를 기록했다고 자랑으로 삼아왔던 물가정책을 무색케라도 하는 듯한 인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힘입어 올해는 적어도 목표치 3%선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 경기도가 연초에 올해 역시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다짐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물론 버스요금 인상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언제까지 눌러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인상폭은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또 정부의 물가정책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마땅하다. 터무니 없는 인상안은 소비자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경영합리화나 서비스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인상요인을 서민들의 부담으로만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버스요금 등 서비스요금 인상은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다른 서비스상품의 가격을 덩달아 오르게할 가능성도 있다. 시내버스와 같이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는 특히 서민층이 주된 이용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주체자들이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또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라도 가능하면 소폭적인 분할인상이 바람직하다. 서민을 위한 서비스가 거꾸로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이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앞으로 최종 인상안은 도의회 의견수렴과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마련될 것이지만 이에 앞서 버스업체내 경영의 비합리적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 이를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다. 버스요금 인상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하고 객관성있는 산출근거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농지훼손 처벌강화해야

최근 농지불법훼손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큰 걱정이다. 이는 정부가 94년이후 각종 토지이용규제를 마구 풀어버림으로써 일어나는 부작용의 결과로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는 수원 용인 등지의 대규모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토사·잡석 등을 인근 농지에 불법매립해 10여만평을 훼손한 업체대표등 32명이 검찰에 적발됐고, 가평에서도 농지를 훼손, 전원주택지로 조성한 업자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수원시 광교동 그린벨트내 농경지도 수원시 간부소유 논 등 곳곳이 불법성토돼 농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고 한다. 일정조건의 농지에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게한 준농림지제도 등 국토관리와 환경보전정책과는 어긋나는 토지규제완화조치들이 농촌지역의 난(亂)개발을 부추기니까 인근 농지를 중장비로 뭉개버리거나 토사·잡석으로 매립, 형질을 변경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사장의 토사운반업체들은 수송비를 줄이고, 땅주인들은 이를 방치함으로써 불법전용을 노리고 있다. 그린벨트해제 등 토지규제완화로 인한 난개발의 폐해가 논과 밭을 잠식하고 있으며 급기야 그린벨트내 농지도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농지불법전용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당국으로부터 고발된다해도 거의가 벌금형으로 처벌되고 그 벌금액수가 불법전용으로 돌아올 부가가치와 비교해볼 때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벌금만 물면 된다는 범법자들의 면죄의식이 불법적 농지훼손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농경지의 형질변경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논밭의 훼손을 방지 보전하고 그 이용도를 높여 농업생산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에 때에따라 농지가 공공용 목적으로 전용이 불가피하더라도 관계당국의 동의나 승인을 받는 엄격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급속한 도시화로 해마다 농지가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식량증산을 위한 미개간지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따라서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아 부가가치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고 처벌 또한 단호해야 한다. 훼손된 농지는 반드시 원상회복시켜야함은 물론 재산형을 우습게 여기는 범법자는 체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군 땅 반환 환영한다

최근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등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 등을 비롯한 각종 현안이 제기되어 주한미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6년 한국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토지와 시설을 공여받아 사용해오던 주한미군이 종합적인 토지관리계획을 마련하여 각종 기지와 훈련장을 재조정 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토지 등은 한국측에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우선 환영한다. 미군측이 구상하고 있는 연합 마스터 플랜(Combined Master Plan)의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어느 지역의 기지를 반환하고 또한 축소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군은 현재 보유중인 7천445만평의 부지중 2천만평을 한국측에 반환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대신 주한미군은 600만평의 새공여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주한미군 땅 반환과 중소규모기지를 대규모 기지에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그동안 미군기지와 관련된 각종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이기에 이런 계획이 시행되면 기지와 관련된 민원이 줄어들 전망이기에 환영한다. 특히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지역에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토지가 많으며, 이들과 관련된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많다. 이 계획은 주한미군이 현재 보유한 토지의 25%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협상이 1∼2년 동안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아야 되겠지만 국방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작업을 해야 될 것이다. 더구나 미군이 새로 공여를 희망하는 지역이 대부분 도시지역이기 때문에 부지매입 비용 마련과 민원해소 과정에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계획의 시행에 있어 주한미군과와 관계는 상호 호혜적인 상황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더구나 최근 문제가 되는 있는 한미행정협정 개정 협상 등은 갈등보다는 호혜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따라서 주한미군기지 전면 재조정 문제도 이런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21세기를 맞이하여 한미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립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화해하는 종교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제사(祭祀)는 온 인류가 그러했듯이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영고(迎鼓), ‘동맹(東盟)’ 등의 제천의식이 있었다. 국가적으로는 ‘원구(園丘)’, ‘방택(方澤)’과 사직(社稷)’의 제사가 가장 중요했고 왕가에서는 종묘(宗廟)의 제사를 으뜸으로 삼았다. 일반 사가에서는 가묘가 있어 조상제례를 정성껏 받들었다. 이러한 제례는 모두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주자(朱子)의 ‘가례(家禮)’를 기본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제사를 매우 중요하게 봉행해왔는데 그리스도 교인들은 조상의 제사지내기를 꺼려왔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1만여명의 순교자를 낸 뒤 1939년 제사를 허용했지만 처음에는 ‘제사금지령’을 내려 유교는 천주교를 ‘무부(無父)의 사학(邪學)’이라고까지 금기시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이 24일 유학자 묘소에 ‘예(禮)’를 올렸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설립자로 항일 독립투쟁과 반독재에 생애를 바친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1879∼1962)선생 묘소에 분향하고 ‘예’를 올렸다는 것이다. 제13회 심산상(心山賞) 수상자인 김수환 추기경은 “조상제사는 미신이 아니라 부모 사후에도 계속 효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교가 부모에 대한 효를 통해 천(天)에 대해 대효(大孝)로 올라가는 상향식이라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대효를 바탕으로 부모께 효를 하려는 하향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는 천주교 성직자이지만 한국인이기에 내 몸 안에도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했다. 유교의 인(仁)사상, 불교의 대자대비(大慈大悲)사상, 그리스도교의 사랑정신으로 생명의 문화를 회복하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새삼 성스럽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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