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 인플레

동창회 총무를 ‘사무총장’이라고 부르는 동창회가 있다. 그냥 총무라고 하기가 뭣하면 ‘사무장’이라고 해도 될것을 굳이 ‘사무총장’이라고 직함을 매기는것은 과시욕이다. 동창회만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일반적으로 직함인플레 현상이 심하다. 동창회 사무총장은 그래도 하는 일이라도 뚜렷하다. 명함을 받아보면 별볼일 없는 어마어마한 직함이 많다. 이밖에도 또 있다. 구두닦는 이를 미화원(美靴員)이라고 한다. 구두를 아름답게 닦는다는 뜻이지만 미화원이라고 해서 쉽게 알아들을 이는 별로 없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 이라고 한다.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청소원들의 바람은 명칭보다 아마 처우를 더 잘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간호원을 간호사라고 부른다. 당초엔 간호부(婦)였던 것을 간호원 이라고 했다가 간호사로 고쳤다. 간호사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일본은 지금도 간호부라고 부른다. 아마 남자 간호사는 간호부(夫)라고 할지 모른다. 미화원, 환경미화원, 간호사 등 명칭은 정부의 행정기관에서 모두 바꾼 말이다. 이는 몇가지 사례만 들었을 뿐 행정기관이 듣기좋게 바꾼 명칭은 이밖에도 많다. 명칭을 듣기좋게 바꾼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부총리를 없앤 정부가 다시 부총리제를 부활한다고 한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곧 생긴다. 부총리로 한다 해서 경제가 더 나아지고 교육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직함 인플레에 지나지 않는다./白山 /白山白山

이한동총리(서리)를 환영한다

우리는 이한동 국무총리서리 임명을 환영한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는 총리임명이 누구이든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총리 서리만은 다르게 보고자 한다. 또 총선기간에 자민련이 선언한 야당의 길은 이한동총재의 총리취임에 도의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이상(理想)도 현실을 떠나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이 정치다. 공조파기에서 공조순리로 말을 바꾼 이총리서리는 말에 부담에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 정치도의 수준이 그렇지 못한 마당에 유독 이총리서리에게만 말의 부담을 추궁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우리는 그대신 연부역강한 경륜을 십이분 발휘하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기전(畿甸)출신의 정치인이 재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마 건국이후 처음인 것으로 안다. 경기도는 선거때마다 정국을 가름하는 핵심지역이면서도 역대정권의 정치인 기용에서 인사 푸대접을 받아온 것은 솔직히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다른데 비해 뒤떨어지지 않은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이총리서리의 취임을 환영하는 것도 이런 지역정서가 깔린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총리로서는 국정을 잘 이끄는 명재상이 될 것을 희망한다. 우선 누구보다 내각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으로 믿어 내각과 대통령의 가교역할, 야당과의 국정동반, 국회와의 원만한 협의를 잘 이룰 수 있는 적임자로 보는 기대가 저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만 지역사회 문제를 하나 당부하자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을 희망한다. 현안의 이 문제는 기실 국민경제성장의 첩경인데도 늘 정치적 이유로 저지당해왔다. 이총리서리 재임중 이 문제만은 꼭 해결해줄 것을 믿고자 한다. 아울러 역대 어느 총리보다 소신있는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힘있는 총리다운 총리의 길이 바로 소신있는 총리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총리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소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기대에 부응해주는 것이 곧 총리를 처음 배출한 지역사회의 자긍심으로 아는 비상한 관심속에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명재상의 평가가 있게 되기를 거듭 바라마지 않는다.

교통문화 수준 왜 낮아지나

한국의 교통문화 수준이 저질이라는 악명은 수치스럽게도 외국인들의 머릿속에 먼저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거나 체류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적하는 사실이다.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통계에도 분명히 나와 있다. 집계에서 빠진 상당수까지 합치면 더욱 심각할 것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1994년을 고비로 4%대에서 3%대로 어렵사리 내려간 사고율이 작년 4.8%로 급반등, 1992년의 4.7%보다 더 못해졌다. 교통사고 사상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사회비용 십수조원을 계산하기에 앞서 하루 평균 1천926명이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경찰청의 1999년 경찰백서의 분석에는 질(質)의 차원에서 교통사고 원인의 99.99%가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규만 준수하면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형별로는 안전운전의식 결여가 63.7%, 중앙선 침범이 12.9%, 신호위반 8%, 안전거리 미확보 6.3%의 순이다. 당국의 잘못도 매우 많다. 교통의 흐름을 끊어 놓기 일쑤인 신호체계의 정비도 그렇고 잘못된 도로표지판이 버젓이 서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와 같은 환경여건도 즉시 개선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운전자는 물론 보행인 개개인의 교통관련 준법의식이다. 오토바이 폭주와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그리고 인도에서의 주정차, 주행도 엄금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교통사고 전체건수는 늘고 있지만 음주 운전사고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이 확산된 현상도 있지만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 결과라고 생각된다. 음주운전 단속은 한층 강화되어야 하며 경찰의 주업무가 교통지도 단속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도로가 늘고 있는데 교통경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아직도 교통사고를 남의 불행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미한 교통위반 행위는 계도위주로 단속하되 음주, 과속 등 대형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위반행위는 보다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투명한 공적자금 운영을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금까지 금융구조 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01조9천억원이며, 앞으로도 연내에 30조가 더 필요하나 이를 국회에 요구하지 않고 부실 자산의 매각을 통하여 또는 남아 있는 공적자금을 동원하여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 장관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혈세로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잘못된 관행은 없어질 것 같아 우선 장관의 말과 같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은 과연 이 장관의 말대로 더 이상 국민의 혈세에 의한 공적자금의 투입이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최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공적자금 운영의 난맥상은 국민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수준이다. 공적자금조달과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계획성 없는 무절제한 자금 운영은 이들이 과연 국민재산의 선량한 관리자들인가를 의심할 정도이다. 정부는 최초에 금융권 부실을 정리하려면 64조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25조가 더 투입된 상황이며, 앞으로 추가 자금 30조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니 그동안 정부의 공적자금 정책운영이 얼마나 엉터리였나를 증명하게 된다. 최근 재정경제부 장관의 공적자금 운영 내역에 대한 발표는 금융연구원 보고서가 공개됨으로 국민들로부터 그동안 정부의 공적자금 운영의 난맥상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자 이를 해명한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민들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국민의 혈세에 의하여 충당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 운영이 잘못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내역을 벌써 소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또한 그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때로는 제2의 위기설까지 유포되고 있을 정도로 지금의 경제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투명한 경제정책의 운영이 요구되며, 이는 공적자금 운영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이 두려워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 정당한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적자금을 운용해야 된다.

납투성이 황동구이판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황동구이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많든 적든 황동구이판에 쇠갈비나 돼지갈비를 구워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며칠전 본지에 난 황동구이판이 납덩어리라는 보도내용은 충격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군에서 관내 음식점의 황동구이판을 수거 의뢰한 것을 감정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모두 49개 가운데 59.2%에 해당하는 29개에서 가장 많은 것은 허용기준치보다 26배나 되는 납성분이 검출된 것은 실로 가공할 노릇이다. 황동구이판에서 납성분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수년전에도 나온적이 있다. 그랬으면 벌써 시정됐어야 할 일인데도 여전히 나도는 것은 관계 당국에서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제작과정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 헐값인 폐황동을 재료로 하여 연마기법이 아닌 주물기법으로 만들어 이같은 납투성이 구이판이 나온 것이라고 기사내용은 전했다. 주로 영세업체에서 만드는 모양이지만 영세업체라 하여 유해품 제조를 묵인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대한 제재는 지방에서도 간과할 수 없겠으나 근원적인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전국에 유통되는 납덩어리 구이판을 어느 지방 한두군데서 단속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단속계획을 세워 일제히 없애도록 나서고, 만약 이와 관련해 법규가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야 할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는 것이다. 납성분을 오래 섭취하면 인체에 중금속 중독을 일으켜 만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갖가지 성인병이 늘어나는 판이다. 중금속 중독은 어른만이 아니고 아이들에겐 더 치명적이다. 이같은 위험이 출입이 일상화된 음식점에서까지 도사리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의무소홀로 국민건강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대서야 무슨 면목으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받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이나 불량취사품은 사회의 공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중금속 오염행위는 만성적 살인행위다. 정부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개운찮은 수원국제음악제

지난 15,17,18일 화려하게 펼쳐졌던 ‘2000 수원국제음악제’.‘음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정작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수원시의 이벤트적 기질이 돋보인 행사였다. 먼저 17일 수원야외음악당에서 펼쳐진 안드레아 보첼리와 조수미, 정명훈의 공연에 참석한 인원은 무려 1만5천여명. 비싼 공연입장료(7만원, 5만원, 3만원)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객이 유료관객이었다는 점과 관람객들의 매너 또한 좋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또 출연진뿐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와 유명 연예인, 외국인 대사등이 대거 참석해 국제음악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으며 시가 수원국제음악회를 수원양념갈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묶어 100여명의 문화회원을 유치한 것도 좋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날즈음 분위기가 한창 무르 익었을 때 수원시장이 출연자에게 명예시민증과 선물을 준다며 무대에 올라가 ‘깜짝쇼’를 연출한 것은 공연의 맥을 확 끊어놓은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꼭 그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줄 수 있었던 것인데 굳이 음악회의 열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줄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연주자와 관객을 무시한 ‘국제음악회’라는 이름에 걸맞지않는 행태로 주변에선 시장의 얼굴알리기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아냥 거렸다. 또 무리하게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바람에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도 그렇다. 15일과 18일 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연주회는 상당히 의미있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17일 공연에 가려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스타성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성황리에 열린 17일 공연도 지난해 수원국제음악제의 기획을 맡았던 공연기획사 CMI가 모두 맡아서 했다는 점을 든다면 수원국제음악제는 CMI의 기획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행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음악회의 성패여부가 표면적으로 동원된 관객수가 말해준다면 언제나 관객이 따라붙는 스타의 공연보다는 비교적 덜 집중되는 공연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기위해선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더욱 더 비중을 두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범여의 故事

범여는 월(越)나라 왕 구천의 충신이다. 춘추전국시대 동상이몽의 오월동주(吳越同舟)끝에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크게 패한 구천은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채 도망쳤다. 범여는 와신상담 설욕을 노리는 구천을 무려 17년동안 도와 마침내 오나라를 항복시켰다. 그 세력이 회하유역까지 뻗쳐 구천은 패왕을 자처했다. 범여는 마땅히 대장군에 올랐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왕이 곤궁에 처했을때는 자기가 필요 했지만 승승장구한 형세에서는 자신이 후환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諸)나라로 간 범여는 변성명하고 산업을 크게 일으켜 부호가 됐다. 이소문을 들은 왕이 그를 불러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얼마후 더이상 부귀 영화를 누리는것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보고 벼슬을 그만 두었다. 모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는 이번엔 도(陶)나라로 갔다. 그곳에서는 장사를 하며 여생을 편히 마쳤다. 더이상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덧없음을 알고 몸을 낮춰 은둔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를 가리킨 도주공(陶朱公)이라는 별명은 훗날 속편한 부자의 대명사가 됐다. 범여의 얘기는 권력의 속성에 따른 처신을 일깨우는 고사(故事)로 전한다. 원(元)나라때 편찬된 중국의 저명한 역사책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공석중인 총리 지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수는 있지만 정가주변에서 거목(巨木)을 발견할수 없는 것이 어쩐지 허전하다. 새삼 범여의 고사가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白山

비무장지대의 남북공동방역 필요성

경기북부와 강원지역에 만연하고 있는 말라리아 발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지적인 방역보다는 남북이 공동으로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북한지역까지도 방역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말라리아 환자는 전국적으로 지난 93년 1명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증가해 95년 107명, 97년 1천274명, 98년 3천932명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3천621명으로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차원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경기북부지역과 강원일원 등 13개 시·군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성충 및 유충구제와 작업복·방충망에 모기기피제설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리 만무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당국이 말라리아 치료약품을 요청해 가져간 것을 보더라도 북한에 말라리아 모기가 많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런 모기가 점차 남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을 비롯한 비무장지대 항공방역과 북한에 말라리아 모기퇴치를 위한 방역 지원은 시급하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말라리아 모기때문에 해마다 여름만 되면 불안해 하는 터에 현재처럼 지엽적인 방역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방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남북이 협력해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인근지역 등에 대한 항공방제 등에 공동 노력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의료분야에 있어 남북공동이 말라리아 발병을 퇴치하는 노력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파주=고기석기자<제2사회부> koks@kgib.co.kr

우라늄탄 시비

퀴리부부가 우라늄의 방사능 연구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하는데 성공, 원자핵 물리학의 선구자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 1903년이다. 소르본 대학 교수인 남편 피에르가 마차사고로 숨진 뒤에도 혼자 연구를 계속해 1911년엔 방사성물질량의 측정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또 받았다. 폴란드계 프랑스사람인 그녀의 딸 졸리오 퀴리도 역시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남편을 여의고 난 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이자 주위에서 라듐연구에 관한 특허를 받도록 권유했으나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킬 수 없다”며 끝내 거절,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지켰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방사능 치료반을 조직하여 부상당한 군인들의 구호에 진력하기도 했다. 말년엔 방사능실험연구소 소장으로 여전히 연구에 골몰했다. 퀴리부인이 세상을 뜬 것은 1934년 그때 나이 67세였다. 오랫동안 방사성물질을 다룬 관계로 악성 빈혈을 일으켜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핵분열성의 상대성이론 확립으로 원자탄을 만들게 한 아인슈타인이 평화운동을 주창하였고, 이에 훨씬 앞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폭약무기의 획기적 개발을 가져온 노벨이 인류평화와 복지를 위해 노벨상을 제정한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방사능 연구의 효시를 이룬 퀴리가 방사능 피해를 입은 군인들을 직접 진료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를 위한 과학연구는 엉뚱하게도 이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의 무기로 둔갑한다. 쿠니사격장의 우라늄탄 시비도 그렇다. 군사무기측면에서 보다 과학문명의 인류애적 양식에 비추어 판단되기를 촉구하며 기대하는 것이다. /白山

‘반미’ 이념화를 경계한다

한미행정협정(SOFA)개정등 현안의 한미관계 개선문제를 두고 이념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현안은 어디까지나 국민생활분야에 속한 일이지 이념논쟁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이념적 한미분쟁이 있을때마다 이를 이념화하려는 불순세력이 있어왔다.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쿠니사격장 분쟁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불순세력의 개입우려를 심히 경계하는 것이다. 불법활동을 일삼는 반미주의자들 개입은 주민들 의사와는 동떨어져 오히려 사태해결을 저해한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이 운동권학생들의 미국대사관 불법침입 및 불법 반미시위와 관련, 대학생 등 55명을 입건하고 주동자 5명을 구속한 것은 사회방어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남북 당국자간 접촉과 한미분쟁 분위기에 편승, 반미이념화 확산을 기도하는 한총련과 일부 재야단체의 불법활동은 마땅히 엄단돼야 하는 것이다. 이들의 불법 활동이야말로 진정한 남북화해와 한미분쟁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여러 분야에 걸쳐 교류가 많다. 교류가 많으면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그러다보면 쟁점화가 생기는 것은 일상적 현상이다. 그러나 그 어떤 한미관계 쟁점도 이념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역·사회·군사분야를 비롯한 제반분야가 다 그렇다. 그런데도 불순세력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이를 이념화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최근의 SOFA개정, 매향리 사건을 두고도 예의 그런 조짐이 없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다. 더러 현안해결에 임하는 상대측의 성실치 못한 자세에 분노를 느껴 감정을 들끓게 하는 일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념과는 무관하다. 물론 여기엔 구실을 만들어주는 미국측에 일말의 책임이 있긴 있다. 그렇긴 하나, 분쟁은 문제 자체가 지닌 속성에 따라 해결돼야 할 일이므로 불순세력의 개입은 엄히 차단돼야 한다. 한미분쟁은 우리에게 반미의 입장인 것은 맞지만 이념적 반미는 아니다. 구 세기와 함께 퇴조한 20세기 산물의 이념주의가 분쟁을 틈타 고개를 들고자 하는 것은 착각임을 강조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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