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性범죄 세계 3위

최근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성(性)범죄 발생은 지난 해의 경우 총 8천500여건으로 97년에 비해 1천500여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범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신고율은 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러나 이런 신고율도 인구당 비교하면 세계 3위에 해당된다고 하니 이는 이미 성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뜻하는 것이며, 따라서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연일 신문에 보고되는 성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은 올바른 성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시민단체의 주요 임원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어 충격을 주는가하면 사장이 여직원을, 의사가 환자를, 교수가 조교를 성추행 또는 성희롱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피해자인 여성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때로는 신고를 해야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에 신고를 기피하여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해 7월부터 성추행 범죄에 대한 법적 제재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피해 여성들의 인식이 변화하여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성범죄가 노출되어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나 고발이 있어야 된다. 검찰이나 사법기관도 성범죄에 대하여는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기소율과 유죄판결 비율을 높여야 된다. 지금과 같이 기소율 48%, 유죄판결 비율 39%를 가지고는 성범죄 퇴치에 큰 효과가 없다. 남성들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된다. 현재의 여성은 과거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에 살던 여성들과는 다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부문에서 남성 못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더구나 힘으로 여성을 억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성범죄율 세계 3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잘못된 음주문화, 여성 경시의 사고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된다. 사회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성범죄가 퇴치될 수 있도록 올바른 성문화를 확립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충일을 맞아…

제45회 현충일을 맞는 소회가 여느 해보다 새롭다. 6월은 현충의 달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족화해가 싹튼다. 오는 12일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이 최초로 평양을 방문한다. 민족분단 55년, 한국전쟁 50년만에 갖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순국선열, 특히 전몰장병 영현들에 대한 추모의 정이 각별하다. 남북대치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남북화해는 이데올로기의 청산이다. 근래 좀 발빠른 변화를 보이곤 있지만 낡은 이념주의를 청산했다고 보기엔 아직 멀었다. 그렇긴하나, 공존공영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지금만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이념주의 추구에 희생된 영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농사를 짓다가, 장사를 하다가, 사무를 보다가, 학교서 공부하다가 저마다 전선에 달려가 젊음을 바치신 그 무렵은 농경사회였다.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의 정보사회 풍요를 살아남은 사람, 전후세대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구가하고 있는 것 또한 영현들의 희생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되도록 아물수 없는 상흔은 너무나 아프다. 오늘도 동작동 국립묘역에서 탄우가 비오듯 퍼붓는 산야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를 지키다가 숨진 아들의 묘비를 끌어 안은채 그칠줄 모르는 노모의 오열은 살아남은 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영현들의 순국이 마치 역사책의 이야기처럼 희석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생명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 다 더할 수 없이 소중하다. 이처럼 소중한 목숨을 돌보지 않은 전몰 영현들의 희생은 과거사가 아니다. 현실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다시는 또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영현들을 우리 가슴속에 두어야 한다. 남북왕래가 잦아지고 금강산구경을 할 수 있게 됐다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든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방심이나 맹목적으로 얻어질수 없다. 평화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다. 뜻깊은 현충일을 맞아 이같은 의지와 노력을 다같이 다짐해야 한다. 가무를 즐기고 골프나 치라고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 아니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은 오늘의 몸가짐에 이탈이 있어서는 안된다.

간척사업이나 댐건설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간척사업을 가리켜 국토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라고 극찬했고, 댐건설을 일컬어 자연의 재해를 극복한다고 했다. 허망한 인간의 오만이다. 간척사업은 갯벌을 죽여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댐건설은 홍수 및 물공급의 조절기능이 생각처럼 큰 것이 아니다. 이 모두가 환경파괴다. 댐은 인간의 기본생존권마저 위협한다. 낙동강의 안동댐은 기후변화를 가져와 농작물피해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충북 보은군은 청평댐 건설 이후 여름철마다 전례없는 큰 비에 시달린다. 댐이 안겨주는 재앙은 외국에서도 허다하다. 중국의 삼협댐은 1000여종의 고고학적 유물이 수장되면서 물흐름이 막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됐다. 인도의 사로마크댐은 1억2천만평 규모의 숲과 농경지가 매몰돼 이상한발을 가져왔다. 일본은 ‘공공공사 통제법’을 제정, 댐건설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림자원개발에 치중하고 도시계획을 친환경적으로 세우는 것이 홍수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물 절약과 재활용 등을 통해 물의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댐위원회(ICOLD)자료에 따르면 세계담수어종의 20%가 댐건설로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 ICOLD는 언젠가는 인류가 멸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댐건설을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댐건설을 반대하였다. 정부가 동강댐에 이어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 白山

앞뒤 바뀐 의회 결정

고양시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선출직답게 합리적이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내로라 하는 지역 인사들이다. 그러나 3일 폐회된 제66회 임시회에서 ‘출판단지 용도변경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을 처리한 결과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사항이 있다. 먼저 이번 임시회에서 승인한 제1차 추경예산안을 보면 출판단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신축될 경우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도록 3천만원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 주민·시의원들간 찬반양론이 아직 팽팽하므로 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켜본뒤 의견청취의 건을 채택하던지 부결하던지 하면 될 일이다. 마침 김유임 의원 등이 이같은 사유로 계류를 제안했다. 시나 의회로서는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24일 도시건설위에 이어 이달 3일 전체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의견청취의 건이 서둘러 채택돼 집행부로 곧 이송되게 됐다. 이미 승인을 다 해놓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뒤바뀐 행정이다. 또 개인적 의견을 들어보면 고양시에 이제 아파트가 그만 들어서고 인구도 증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그래놓고 인구증가와 특정기업에 막대한 특혜가 뻔한 이번 안건을 신속히 처리해 주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동안 고양시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앞두고 도와 도의회 주변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항간에 ‘고양시에서만 통과되면 경기도에서의 절차는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으나 근거없는 헛소문이길 기대해 본다. /고양=한상봉기자<제2사회부> sbhan@kgib.co.kr

매향리

매향리일은 주민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50년을 그렇게 살았으면서 새삼 왜 항의냐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누구도 그들에게 인내를 더 강요할 권리는 없다.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피해는 없다’는 한미합동조사단발표에 이어 폭격훈련이 재개된 2일 매향리주민들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렇찮아도 조사단발표가 미덥지 못한 터에 19일만에 다시 시작된 폭격기 10여대의 농섬사격훈련 굉음은 주민들을 자극했다.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씨(44)는 사격장 철조망을 뜯어내고 들어가 주황색 사격예고깃발을 끌어내린 뒤 찢어버렸다. 경찰은 전씨를 군사비밀보호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전씨의 행위는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지 군사기밀을 탐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를 구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2 전만규’ ‘제3 전만규’가 나올수록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내일은 사격장 주변의 인간띠 잇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매향리사태는 언젠가는 결국 수습된다. 주민들을 자극시켜 사태를 점점 악화시킨뒤에 수습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훈련하는 상대가 미군이어서 미국을 말할뿐 주민들이 미군에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공군의 훈련장 같았으면 정부를 상대로 성토했을 것이다. 순수한 주민의 생활욕구, 기본적 인권주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시누이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白山

인천 앞바다 오염 막아야

인천 앞바다가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쓰레기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70㎞ 떨어진 덕적도 해상의 그물에서 냉장고가 발견될 정도라고 한다. 쓰레기는 비닐류와 목재 등이 대부분으로 특히 잘게 부서진 비닐이 어망의 새우에 섞이면 골라 내기가 어려워 어민들뿐만 아니라 구매자들까지 골탕을 먹고 있다. 그물을 올리면 고기 반, 쓰레기 반이어서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기를 고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원대 환경공학과가 조개잡이 형망 그물을 이용, 인천 덕적도 바다 밑바닥을 조사하면서 ㏊당 4.568㎏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으며, 지난 달 30일 인천항만, 월미도, 연안부두에서 행정선 등 선반 12척을 동원해 바다 대청소를 실시한 인천시는 1년 동안 22만9천350t의 바다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파도를 따라 먼 바다로 이동한 쓰레기가 전체의 반 정도라고 감안하면 30년 동안 344만여t의 쓰레기가 인천 앞바다 바닥에 쌓여 있거나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폐비닐 등 바다 쓰레기는 분해되지 않고 개펄에 파묻혀 물고기의 산란장을 없앨뿐만 아니라 개펄 진흙 속의 산소공급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하여 어획고를 감소시킨다. 바다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는 아직 심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아 더욱 답답하다. 1996년 수도권행정협의회에 바다 쓰레기문제가 처음 제기된 후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바다 쓰레기 대책비 35억원을 걷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 돈은 바다 쓰레기 분포실태 조사와 청소전용선 구입에 쓰일 뿐 차단막 설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 앞바다를 치유하려면 먼저 한강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근절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천 강화 북단 4∼5곳에 차단막을 설치해 청소전용선이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어부들이 바다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올 경우 일정액을 보상해 주거나, 어부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정부나 행정당국에서 처리해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해양오염은 일단 발생하면 제거하는데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한 뒤의 사후처리보다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인천 앞바다가 더이상 쓰레기로 오염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기를 바란다.

의약분업준비 잘되나?

오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국민들은 웬지 불안하다. 의료관행의 혁명을 가져오는 의약분업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 선진국의 의약분업은 생활화된 것 역시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의사와 약사간에 철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어설픈 토양에서 시행되는 의약분업은 자칫 소비자들만 골탕먹기가 쉽다. 예컨대 대체조제는 선진국에서 대부분 허용되고 있다. 의사가 약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조제시 그로인해 잘못된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생각지 않을수 없다. 소비자가 의사의 처방전대로 조제해주는 약국만 찾아다니거나 아니면 대체조제에 의사의 소견을 묻는 번거로움이 없지 않을수 있다. 의약품 분류 또한 일부는 모호하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61.5%, 약사가 임의로 팔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38.5%로 구분돼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예를들어 감기약은 약국에서 살수 있지만 몸살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 즉 환자의 부담이 막상 어떨지도 궁금하다. 병원에서는 약값대신에 처방전료가 새로 생긴다. 처방전료와 약국의 약값이 종전의 병원비와 같을 것인지, 어떨 것인지 잘 알수 없다. 약국의 약값이란게 지금처럼 심히 들쭉날쭉해서는 더욱 그렇다. 또 정부가 조만간 의료보전책으로 수가를 올리면 국민부담은 더 늘어난다. 의약분업을 제대로 하려면 의료보험료를 올리든지, 국고지원을 늘리든지 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간접으로 다 국민부담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편익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어느정도 감안한다 해도 국민편익과는 거리가 멀것만 같다. 의약분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실시돼야 한다. 그동안의 정부대비가 지나치게 미흡했다. 의약업계의 대립을 정책화 시책으로 유도하지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다. 단순한 직능이기로 보아 중재에만 급급하다가 더 악화시킨 결과를 만들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이에 근원적 시각으로 접근, 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연기하는 것이 더 낫다.

전시행정의 경찰대개혁

영화‘투캅스’는 현실과 타협하며 온갖 비리를 서슴지 않는 고참내기 경찰관과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민중의 지팡이로 남을 것을 역설하지만 끝내 고참보다 더 지독한 찰거머리 비리 경찰관으로 변질되는 신참내기 형사의 이야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재차 확인시켜준 영화다. 경찰은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부천남부서가 개최한 ‘부정부패추방을 위한 사례발표’는 눈여겨볼만한 행사였다. 남부서는 사례발표에서 음주운전 단속과 비리업소 단속과정 등에서 자신들이 겪은 금품수수나 향응제공의 유혹을 뿌리쳤던 사례를 발표하고 부정부패에 절대 물들지 않는깨끗한 경찰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날 발표자 18명중 14명은 파출소에 근무하는 1∼2년차 순경들이었다. 이들중에는 아직 시보도 벗지 못한 신참경찰관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개혁하자고 경찰서장과 과장 등 높은 분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어야만 했을까? 여기에 경찰은 한술 더 떠 사례발표에서처럼 깨끗한 경찰상 구현은 곧 경찰대개혁의 성과라며 치켜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일관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 남부서의 사례발표는 자기반성을 계기로 부정부패추방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분명 획기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진정 개혁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윗물들이 아랫물만의 깨끗함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개운찮은뒷맛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교사부족, 대책 세웠나

오는 2학기에 경기도내에서 명예퇴직,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만 170여명이 교체되는가 하면 교감 이하 교사들도 570여명이 교단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에 의하면 교원정년 단축에 따른 명예퇴임수당을 받기 위해 초·중등 모두 650명에 이르는 교원들이 무더기로 명퇴신청을 한데다가 정년퇴임 96명을 포함, 744명이 교단을 떠난다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22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말 인천교육청이 명퇴 희망자 신청을 받을 때 보다 170명이나 늘어난 숫자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도와 인천시 교육계에 교사의 인력난이 극심해지게 됐다.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말 1천950명의 초등교사를 모집했으나 970명만이 지원했고 올해초 또 다시 450명에 대한 모집공고를 냈으나 166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더구나 오는 8월말 303명이 빠져 나가게 돼 교사수급계획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렇게 교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주요원인은 교원들에게 자긍심과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교육계를 개혁한다고 교원들의 정년을 줄였다 늘렸다 해 일관성이 없었고 연로한 교사들을 마치 급여나 축내는 무능력자로 몰아 긍지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교실붕괴현상, 그리고 수업 외의 과중한 잡무도 원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교육정책이 시류에 따라 갈팡질팡해온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교사들이 교직자의 성스러운 꿈을 접고 교단에서 물러나는 것을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8월말 명퇴하는 교사들에게 퇴직 후에도 기간제 교사로 근무, 담임을 맡긴다는 계획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우선 오는 8월까지의 65세 한정으로 지급되는 명예퇴직 수당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것도 교원부족 사태를 막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교사부족이 없는 교단안정을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한다.

접대

한국 기업들은 96년∼98년 3년동안 기밀비, 교제비, 사례금 등을 포함 총 9조9천898억원을 접대비로 썼다고 한다. 국세청이 지난 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96년 2조9천656억원, 97년 3조4천988억원, 98년 3조5천254억원이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접대비 지출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지방도청에 근무하는 모국장은 1년에 20∼30차례 서울에 올라와 예산지원이나 숙원사업 진척을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접대를 벌인다. 실정이 이러하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접대비 지출을 위해 각 예산 항목에 은닉예산을 만든다. 접대에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왜곡시킬 만큼 막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나 일반회사의 봉급체계에는 ‘업무추진비’ ‘기밀비’ ‘정보비’등 불투명한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접대를 ‘업무의 연장’이자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세칭 ‘술상무’는 접대를 주업무로 하는 직장인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밤 질펀하게 벌어지는 접대는 아직도 일과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우리 같은 접대문화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인이나 관리들은 2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식사를 접대받을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정·관·재계의 유착을 비유해 ‘철의 삼각구조’라는 비난까지 샀던 일본은 요즘 ‘접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4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중앙부처 과장보 이상이 업자로부터 5천엔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근 ‘광주술판사건’이나 잇따라 터져나온 공인들의 성추문 등은 접대자리에서 일어난 아노미 현상이다. 공익적 요소가 사적 이익으로 전환되고 이를 공동으로 묵계하는 현장이 바로 술자리 접대문화다. 박주산채(薄酒山菜)로도 정겨운 접대문화가 새삼 그리워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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