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사할린동포’를 위한 제언

병들고 나이가 들수록이 정붙이는 마음은 가족이지 고향이 아니다. 고향도 생활근거가 있고 일가친척이 있어야 고향이지 그렇지 못해서는 타향이나 다름이 없다. 얼마전 본지에 보도된 시름잠긴 사할린 동포의 모국생활이 이런것을 생각케 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정부의 도움으로 안산시 고잔동 ‘고향마을’에 정착했다. 482가구에 948명이다. 일제때 2차대전이 한창일무렵 당시 일본땅이던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에 끌려가 해방이 되고나서도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세월이 지나면서 가정을 이루어 아들 손자 증손자 까지 보았다. 사할린1세 동포들의 꿈은 생전에 고향땅을 한번 밟아 보는 것이었다. 모국을 찾는 것이었다. 안산 ‘고향마을’에 살고있는 동포들은 그러한 사할린동포 1세대들이다. 고향은 있어도 막상 삶의 터전이 없으므로 정착할 곳을 마련, ‘고향마을’이란 이름아래 집단촌으로 살게 했다. 그러나 50여년만인 모국방문의 감격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연전에 기억에 조차 잊혀진 고향을 백방으로 수소문, 모국의 친척들과 감격의 재회를 했던 훈 할머니가 나중에 가족이 그리워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간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 ‘안산 고향마을’의 동포들은 거의가 80대들이다. 노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부부가 함께 있을 땐 좀 낫다. 앞으로 어느 한쪽과 사별하고 나면 밀물처럼 엄습하는 고독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한달에 가구당 50만원씩 보조해 주는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생활비가 넉넉하다 해서 고독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할린에 두고온 아들 손자 증손자가 눈에 어른거려 밤잠을 설친다”는 이들의 말은 정(情)에 굶주려 우러나온 절규다. 영구귀국이란 이유로 인간의 본능인 정이 차단되는 것은 인도주의에 합당치 않다. 몇 가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돌려 보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이들이나 사할린에 있는 가족들이 1년에 한두 차례씩 왕복하여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러시아 당국과 협의해 볼 수 있다. 왕복비행기는 물론 정부가 주선해야 한다. 사할린 동포들을 데려온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 할 수는 없다. 이들에 대해 인도주의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믿는다.

한나라당의 공격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비견되는 영의정(領議政)은 조선시대 최고의 중앙관직으로 법제적·실권적 기능을 수행했다. 흔히 영상(領相)으로 불렸으며, 상상(上相), 수규(首揆)라고도 하였다. 법제적으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규정되었지만, 실제의 기능은 왕권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세조(世祖)가 즉위 하여서는 영의정이 실권없는 무력한 지위로 전락하였는데 이는 단종 때 영의정 황보인(皇甫仁)과 김종서(金宗瑞)등의 정적이 세조의 행동을 크게 제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왕권의 강약, 의정부와 6조의 역학관계, 비변사의 설치, 규장각의 운영, 당쟁과 세도정치, 각종 변란으로 인한 정치분위기 등과 연관되면서 영의정은 권한의 번복을 계속했다. 영의정은 전조선 시대를 통하여 존속돼 오다가 1894년 갑오경장 때 의정부의 총리대신으로 바뀌고, 이후 내각총리대신·의정(議政)으로 개칭 되었다. 현재의 국무총리 제도는 1948년 정부수립 이래 설치돼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그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실제 권한은 왕권시대처럼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는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는지 미지수이지만 국회임명 동의안 처리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다. 특별팀까지 구성, 이 총리서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 특별팀은 최근 수년간 이 총리서리의 각종 인터뷰와 연설, 강연 발언 등을 수집해 내용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왕명을 받은 영의정이었으면 인사청문회는 없을텐데 그러나 이 총리서리는 야당의 공격준비에 대범한 자세다. 그동안 작전상(?) 식언 몇 마디 한 일 외에는 꺼릴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淸河

쇠고기 구분판매제, 지속해야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우리나라의 ‘쇠고기 구분판매제’와 소 수매보조금의 지급에 대해 ‘농업협정’ 위반이라는 잠정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의 쇠고기 전문매장 운영은 수입 쇠고기가 마치 품질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며 미국과 호주가 지난해 WTO에 잇따라 제소한 결과다. 그러나 쇠고기 구분판매제는 우리가 유통업자의 부당이득을 막아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공정한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한 내정간섭이다.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될 경우 무엇보다 수입 쇠고기의 한우고기 둔갑판매가 성행할 것이다. 그동안 한우고기는 한우 전문점과 일반 정육점에서, 수입육은 수입 쇠고기 전문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둔갑판매를 차단해왔다. 그런데도 수입육을 한우고기로 속여 파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구분판매제마저 폐지된다면 유통단계에서 분명히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특히 쇠고기가 대량 수입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루인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된다면 사육규모가 매우 영세한 40만 한우농가들의 생존권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에 우리는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 앞으로 쇠고기 유통은 판매창구의 구분이라는 도식적 방법에서 탈피해 유통단계별로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수입육과 한우고기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하기 바란다. 또 소매단계에서 원산지 표시제는 물론 부위별·등급별 판매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해 내년에 쇠고기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육질이 좋은 냉장육의 수입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고 있는 바 WTO의 잠정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추진돼온 한우 고급육 브랜드화, 냉장육 유통시스템 확대 등 쇠고기 유통정책 전반에 걸친 대책을 세워 구분판매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이와 같은 정책수립은 물론 먼저 미국과 호주로 하여금 쇠고기 구분판매제에 대한 WTO 제소를 즉각 철회토록 하는 한편 WTO분쟁조정기구에도 소수 강대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각국의 특수성과 상대성을 고려해 객관적 판단을 내리도록 촉구해야 한다. 미국과 호주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내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위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기를 바란다.

‘現代’어떻게 되나?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퇴진 선언은 재벌1세대를 생각케한다. 개발독재시대에 재벌1세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한다. 국민경제의 대표로 제벌이 누구이든 간에 필요했던 것이 당시의 사정이었다. 은행의 사금고화가 용인됐던것도 이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금융특혜와 부동산 투기, 중소기업 몫까지 잠식하는 선단식 족벌경영은 국민경제의 저해요인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온갖 특혜로 성장한 재벌이 경영의 세습을 당연시하는 것은 인식의 착오다. 재벌이 아니면 실업사태가 나고 경제가 망가진다고 아직도 여기는 것은 오만이다. 재벌은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재벌이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은행 빚 때문에 천문학적 수치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수도 있는 돈이다. 한국적 재벌은 청산돼야 할 유산이며 재벌개혁은 시대의 요청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하고 재무구조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3부자 퇴진선언은 신선하다. 대주주로 전문경영인 영입등에 영향력 행사는 능히 예견되긴 하나, 사실상 재벌 해체로 가는 3부자 퇴진은 지지부진 했던 재벌개혁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주영 명예회장 선언의 배경에 추측이 엇갈리고 몽구회장의 거부 등 내부적으로 겪는 진통을 시급히 수습하는 것이 정상화의 첩경이다. 퇴진 결단못지 않은 발빠른 경영형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안정을 위한 급선무다. 물론 여기에는 계열사끼리 얽힌 이해 관계가 있어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선진형 구조를 지닌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이 이길뿐이다. 환골탈태의 아픔을 극복해내야 하는 것은 일종의 소명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가 공헌한 것은 부인 될수 없는 절대적 사실이다. 이에이어 시대에 새롭게 부응, 어느 재벌보다 앞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결심 또한 그다운 결단이라고 보면서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부채비율 감축, 지배구조개선으로 압축되는 재벌개혁을 연내 마무리 짓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을 크게 저해한다. 대외신인도 역시 치명적 영향을 가져온다. 현대의 신선한 충격파가 다른 재벌에도 파급이 미치는 전기가 돼야 하는것이다.

학교사랑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는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 등이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자문·심의하는 기구이다. ‘심의’와 ‘자문’을 통해 학교 운영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학운위가 최근 포천 등 도내 여러 곳에서 학교와 교직자, 학생사랑을 실천하고 있는데 수원의 M초등학교 경우도 그 한 예이다. 지난 달 12일자 ‘지지대’란에 실린 ‘설마’라는 제목의 글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사실 확인을 제기한 것이다. ‘설마’는 지난 달 초순 어느 학부모가 한 전화내용 일부를 인용하면서 ‘이 학부모의 호소가 오해이거나 인신공격이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쓴 졸고였다. ‘교직원이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목례를 하면 반드시 교장선생님, 이라고 호칭하고 얼굴을 확인한 뒤 인사’하라고한 것은 교직원이 아니라 평소 학생들에게 친절인사의 생활화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물 절약을 위해 ‘화장실의 물 소리에 신경’을 쓴 것이며, 복사기 등을 구입하면 교장실에 설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교실의 이중 유리창문틀을 교체한 것은 너무 낡은 시설환경 일신을 위해 교육청의 예산을 받아 시공한 것이지 학교재정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영양사가 밥그릇을 가져다 바쳐야만 식사’를 했다는 것은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좁은 식당을 피해 다른 사무실에서 식사한 경우 자리 옮기는 과정을 오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 교장이 부임하여 학교발전을 위해 소신껏 의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권위적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무릇 어떤 상황과 사물은 보는 이에 따라서 인식과 시각의 차이가 있다.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며칠간 전부는 아니지만 교직자들과 학부모들을 면담한 결과 M학교 학운위의 이러한 주장이 적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사랑 정신을 구현하는 모든 학운위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淸河

선관위 재정신청 주시한다

지난 5월 26일 중앙선관위는 제16대 총선 출마자 가운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2명에 대하여 서울시 선관위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 16일 선거법개정 이전에 선거법위반 혐의로 각급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은 모두 46건이나 이중 재정신청 대상이 되는 14건중에서 선관위가 정밀검토를 거쳐 2명에 대하여 재정신청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선관위의 재정신청은 개정 선거법에 의하여 선관위의 권한을 강화시켜준 이후 처음으로 행사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법원의 처리 결과에 주시하고 있다. 이는 이번 재정 신청의 처리 결과 여부에 따라 선거때 여하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당선지상주의에 대하여 강력한 제동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재정신청 행위에 대하여 검찰은 수사 현실을 모르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재정신청은 선관위 권한을 강화하기 위하여 선거법 위반사범에 대하여 법원이 불기소 처분한 것을 직접 법원에 재정 신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관위 권한 강화는 물론 선거사범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선거때만 되면 선거사범에 대한 강력한 법규 적용을 주장하였으나, 선거 후 관계기관이 온정주의적 입장을 취하여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가 흐지부지되어 깨끗한 선거풍토 정착에 걸림돌이 되었다. 이는 검찰이나 법원 모두 비슷한 입장을 취하였으며, 때문에 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였다. 최근 검찰에서 제16대 총선 당선자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키로 한 내용을 보더라도 선관위의 재정신청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할 것 같다. 야당은 편파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선관위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사범이 법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하여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였다. 때문에 선관위의 재정신청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법원도 재정신청을 조속히 심사숙고하여 처리해야 될 것이다.

준농림지 폐지에 대해…

준농림지를 녹지지역으로 묶는 정부의 국토기본법(가칭)제정 방침에 이해는 간다. 난개발의 대명사처럼 된 준농림지 폐지는 극약처방이다. 지난 93년 8월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 용도지역을 10개에서 5개로 개편하면서 생긴 준농림지(26%·78억평)는 처음부터 마구잡이 개발의 소지를 안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로인해 생긴 논바닥아파트가 약 550건, 35만가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로운 국토기본법제정은 주택공급에서 환경우선으로 전환하는 선언적 의미로 보여진다. 또 선계획 후개발 원칙의 철저한 도입의지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준농림지 지주들의 땅값하락에 따른 집단민원과 아파트 업계의 채산성 악화로 예상되는 주택수급에 미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토정책을 바꾼 것은 일단 평가할만 하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도권 일원의 많은 준농림지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마당에 사후약방문으로 역기능이 더 드러날 우려가 없지 않다. 법적용까지는 3∼4년이 걸리는 것도 깊이 고려돼야 할 점이다. 올 정기국회에 상정해 모법이 제정된다해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이어 행정구역별로 구체적인 용도지역, 지구계획 등 토지이용의 세부계획을 수립하는데는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이 기간동안엔 준농림지의 용적률은 100%에서 60∼80%로, 건폐율은 60%에서 20∼40%로 낮추어 비록 관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같은 경과조치가 허점이 될수 있다. 과거의 준농림지 건축에 제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소규모 연접개발 등으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마저 피해가는 교묘한 편법을 일삼았다. 이같은 경험으로 미루어 자칫 잘못하면 또다른 형태의 난개발이 촉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실현의지가 주목된다.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집단민원에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수 없게 된다. 여기에 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입김이 드세지면 결국 흐지부지하게 끝날 공산이 짙다. 더욱이 준농림지 폐지를 골자로 한 ‘국토기본법’ 제정 발표는 급조됐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다. 국토는 제한된 후대의 자원이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준농림지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환경보전은 개발보다 더 높은 가치를 예약하는 것으로 보는 안목의 접근이 절실하다.

준농림지제도 개선 목소리

정부가 수도권 일대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문제의 근원이 됐던 준농림지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보전할 지역은 보전하고 개발할 지역은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국토이용관리정책의 기조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용인을 비롯해 김포, 고양, 구리, 남양주, 화성 등 준농림지가 상당부분 훼손된 뒤에야 나왔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난개발 문제가 사회의 이슈가 되기 수년전부터 경기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난개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찾는데 골몰해 왔다. 또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제의 근원인 준농림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법개정안도 내놓았고 준농림지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숙박시설, 음식점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서도 걱정해 왔었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태에서 정부가 난개발 방지에 칼을 뽑아들었다는 것에 씁쓸한 맛이 있지만 뒤늦게나마 대책안을 내놓아 체계적인 개발 및 보전을 유도한다는 것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가 과연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또 다시 산하가 무참히 짖밟히고 건설업자들로 부터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된다. 이번 대책은 토지시장이나 주택시장 등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이고 지자체의 지역경제에도 핵폭풍으로 등장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또 다시 주공이나 토공의 집장사, 땅장사의 논리에 밀려 보전지역을 풀고 개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면 도루아미타불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준농림지가 준도시지역으로 용도변경된 경우를 보면 민간건설업자들의 공동주택 건설을 위한 면적보다는 공공기관이나 토공, 주공 등의 땅장사, 집장사로 인한 훼손면적이 더 많다는 것이 이같은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강력한 정책추진 의지가 필요하고 지자체의 개발논리보다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란 점을 생각하는 행정추진 시각이 필요한 때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해안의 ‘철조망 설치’, 재고해야

내년 3월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과 해안경비를 위해 군부대가 영종도와 용유도 전체 해안 61㎞의 77%인 47㎞에 철조망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조망 설치를 추진중인 인천지역 주둔 군부대는 지난 98년 서해교전 이후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는 해안경계를 강화하고 국가시설인 공항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국가 기간시설인 국제공항과 해안의 방위는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군 당국은 철저한 방위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철조망 설치는 재검토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의 대부분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관문에서 외국인들에게 살벌한 철조망부터 보여준다면, 한반도의 불안한 군사대치 상황을 마치 ‘홍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받게될 것이다. 더욱이 인천시가 외자를 유치해 용유도와 인근 무의도 일대 213만평에 2010년 완공목표로 해상호텔 1개, 카지노호텔 5개, 일반호텔 5∼6개, 3만평 규모의 전통민속마을 등을 갖춘 대규모 국제관광 단지를 조성, 연간 3천7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인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철조망을 친다면 과연 관광객이 찾아올 마음이 생길 것인지부터 우려된다. 또 그런 관광단지 조성에 투자할 외국인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항주변에 철조망이 쳐진 곳이 없지만, 군 당국이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굳이 구시대의 유물인 철조망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적외선 감지기나 진동 감지기 등 첨단 장치를 활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해안에서 시민단체들이 ‘바다 되찾기 운동’ 등을 벌여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철조망이 철거돼 가고 있는 실정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일대 해안의 철조망은 개펄에서 조개 등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는 3천여 공항주변 주민들의 생존권도 위협하게 된다. 영종도와 용유도 전체해안 중 47㎞에 철조망을 설치하려는 군부대의 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亂개발 수사 주목한다

검찰이 수도권 일대의 마구잡이 개발(난개발)과 관련한 비리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전국 지검 특수부장회의를 열고 지자체장 및 관련 공무원들과 개발업자들의 유착비리를 수사토록 지시한 것은 지자제가 정착되고 대부분의 개발허가권이 자치단체로 넘어가면서 개발허가를 남발해 국토가 망가지고 주거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수도권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구잡이식 개발은 정책 입안과 인허가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미 내사를 통해 수도권 일부 지자체가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준농림지역을 개발가능한 다른 용도로 변경해 주는 등 다수의 비리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리는 심각해진 수도권 난개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한 바 있거니와 앞으로 정책당국의 행정적인 제도보완과 함께 수사당국에 의해 개발허가 남발과 관련한 비리가 철저히 파헤쳐지기를 기대한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고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강도 높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사실 수도권 난개발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개발 독재시대에는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국토가 마구 파헤쳐졌고, 최근에는 중앙정부로부터 개발권한을 이양받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개발허가를 내주었다. 선거와 지방세수를 의식한 지자체의 무분별한 허가와 개발이득을 챙기려는 개발사업자의 잇속이 맞아떨어져 마구잡이 개발이 가속됐다. 따라서 검찰당국은 기왕에 검찰권을 발동한바에야 지자체가 개발업자들에게 난개발과 관련한 각종 허가를 남발한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관련 공무원들이 부당한 압력이나 청탁에 의해 허가를 남발하고 불법행위 단속을 묵인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소규모 연접개발 등 편법동원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비리 등 공무원 사회와 업계간 뿌리깊게 형성된 부패구조를 차제에 척결해야 할 것이다. 고질적 부패구조를 놔두고서는 사정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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