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장파들의 작은 반란

“북한 김정일 위원장 답방 이후로 연기”(민주당 김중권 대표), “당장 개정할 정도로 불가피하지 않다.”(한나라당 이회창 대표) 여야 지도부의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소극적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보안법 조기개정을 추진할 경우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선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나라당은 ‘법 개정을 위한 여야 소장파들의 연대가 여권의 야당 흔들기 전략’이라는 의구심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소장파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활발하다. 이들은 미운털이 박힐 각오로 당 지도부의 우보전략에 맞서 ‘작은 반란’을 꿈꾸고 있다. 여야 소장파 초·재선 의원 10명은 지난 7일에도 ‘개혁정책연대기구’ 발족 준비모임을 갖고 “보안법 개정은 이 단체가 채택한 첫 사업”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들이 이처럼 조기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현행 보안법을 위반한 초법적 상태에서 이뤄지는 ‘모순’ 때문이다. 또 보수세력들이 답방 이전에 개정을 추진하면 ‘여건조성 차원’이라고 비판하다가 답방 후에는 ‘밀약설’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이유 중의 하나다. 지금처럼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여야 지도부의 뜻에 밀려 ‘목소리’를 낮출 경우 자칫 법 개정이 영영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여야 소장파들은 오는 14일 재차 보안법 개정을 위한 ‘초당적 연대’ 모임을 갖고 좀더 본격적인 행보를 할 방침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송영길(인천 계양) 의원은 8일 기자와 만나 “세계적으로도 이념이 무너진 상황에서 구태으연한 법을 유지할 까닭이 없다”면서 “나라도 (법 개정에) 총대를 매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장파들의 이같은 반란이 정치적 고려로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는 여야 지도부에 맞서 분단 반세기, 비생산적인 이념대립을 해소하는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자뭇 기대된다./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야생동물 사랑

현재 적멸 직전의 동물들은 지구상에 5천종류가 넘는다. 한반도도 그 멸종의 현장에서 예외지대는 아니다. 1600년 이후 오늘날까지 분명한 기록이 남아 있는 멸종 생물 종(種)의 수는 알려져 있는 것만 726종이나 된다. 그 가운데 포유동물이 59종이다. 또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포유동물은 505종에 이른다. 멸종한 포유동물의 대다수가 1900년 이후 100년 동안에 집중적으로 사라졌다. 지역적으로는 최근 400년간 기록적인 인구확대가 있었던 북미, 카리브제도,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의 섬들이다. 멸종 이유는 대개 인간활동에서 비롯된다. 확실한 멸종원인은 수렵 10%, 서식지파괴 16%, 경쟁과 천적 동물의 유입 17% 등이다. 한반도에서도 1900년 이후 수 많은 생물이 우리의 무관심속에 멸종했다. 기록에만 있을 뿐 아직까지 그 서식이 확인되지 않은 동물도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번식하지 않고 겨울에만 찾아오는 손님이 된 동물들도 수십종에 이른다. 현재 한반도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은 늑대, 표범, 반달가슴곰, 수달, 사향노루, 대륙사슴(일명 꽃사슴), 산양 등인데 늑대는 1980년대 이후 서식정보가 두절된 대표적 포유동물이다. 북한에서도 그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보호동물로 지정돼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밀렵이 야생동물들을 특히 위협하고 있다.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밀렵이 횡행하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은 있으나 마나한 밀렵의 심각성은 국내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한국이라는 국가의 위신을 떨어트린다. 파주지역 민통선 내에서의 독수리 집단 폐사 사건, 구미 낙동강변에서의 재두루미 농약 중독 사건, 캐나다·미국 지역 야생 곰 밀렵에 한국인 관련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몸에 좋다면 체면도 가리지 않고 먹어대기 때문이다. 우리 곁을 떠나는 생물 종류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나뭇잎에 붙어 있는 10㎝의 작은 대벌레로부터 30m가 넘는 흰긴수염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이 주눅들지 않고 공존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생물들의 목숨을 가벼히 여긴다면 우리의 미래도 멸종된 동물들의 운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생동물들이 떠나면 인간도 결국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종말을 우리는 잊고 살고 있다. 야생동물이 사라진 지구에서는 인간도 살아갈 수없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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