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공직비리

공직사회가 여전히 혼탁하다. 정부가 지난 11월 하순부터 올 1월말까지 벌인 특별감찰결과 공직자 8천209명이 각종 비위사실로 적발됐다. 불과 두달간의 감찰활동에 걸려든 결과치고는 놀라운 규모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3년이 지났는데도 공직사회에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쳐온 ‘공직비리 척결’이 김대중 정부에서도 헛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복무규정위배와 무사안일 등 공직기강 해이로 적발된 사람이 2천219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것은 개혁에 앞장서서 솔선해야 할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직사회 바로 잡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작업임을 깨닫게 한다. 공직부패의 전형적 유형인 금품수수 향응받기 사례가 449명에 달했고 업무부당처리도 2천583명에 달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무거운 사안은 형사처벌과 함께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번 특별감찰에서 적발된 비위공직자의 직급분포를 볼 때 공직사회에 대한 감찰이 고위직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행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3급이상 고위직이 4.3%이고 6급 이하 하위직이 6천명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우선 표면상으로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자체감찰 등이 혹시 송사리만 잡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만연하다면 사기저하나 냉소주의같은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무조정실이 행정자치부와 교육직 등 각 기관별 비위공직자 적발 건수를 발표하면서 정작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자체 감찰결과의 구체적 내역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핵심 권력 및 사정기관에 대한 감찰결과를 밝히지 않고서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정부의 감찰활동에 대해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직사회의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 단속이 중요하다. 과거 역대 정권처럼 일과성으로 끝낸다면 사정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사정기관의 지속적 감시 단속과 함께 부패방지법의 입법도 조속히 마무리 해야 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비롯 자금세탁규제 강화와 재산등록대상 확대 및 심사 강화, 그리고 수뢰공무원의 취업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 하다.

코미디드라마

창극은 오페라, 개그는 만담과 같다. 전래의 우리 공연문화는 그 장르가 서양과 별 다름이 없다. 고금을 비교해도 역시 비슷하다. 버라이어티쇼는 이를테면 남사당놀이와 맥을 같이한다. 현대 연극의 효시는 신파다. 재래형식을 벗어나 현대의 풍습과 인정가화 등 통속을 소재로 하는 공연이 신파극이다. 1909년 이인직의 신소설 ‘설중매’를 각색, 상연한 것이 처음이다. 윤백남, 조중환 등이 발전시켰다. 신파가 대중문화의 총아로 등장하면서 악극단이 주축이 되는 종합 공연문화가 한동안 성행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상영은 외화다. 1900년대말 서울 정동에 있었던 독일여성 경영의 손탁호텔에서 상류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상영하곤 했다. 우리 영화는 1923년 윤백남 감독이 만든 극영화 ‘월하의 맹서’가 처음이다. 한국영화 초창기의 귀재로 손꼽히는 나운규를 윤백남이 발탁한 것이 그 이듬해 제작한 ‘운영전’에서였다. 텔레비전방송의 발달과 함께 TV드라마가 대중문화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연출기법도 영화와 가까워져 드라마와 영화의 간격이 좁아졌다. 공연문화를 주도하는 텔레비전방송이 드라마의 개념을 코미디와 굳이 구분하는 것은 큰 오류다. 코미디는 곧 코미디드라마를 줄인 말일뿐 똑같은 영상연기의 범주의 속한다. 예를들면 메디컬드라마처럼 코미디드라마인 것이다. 코미디드라마 연기자들 가운데도 코미디언이라기보다는 개그맨으로 불리워야 더 격상되는 것처럼 여기는 풍조는 잘못된 인식이다. 개그는 코미디드라마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 만담이 희극의 한 분야였던거와 같다. 코미디언 김병조씨가 무명시절에 동사무소 주민등록 직업란에 ‘코미디언’이라고 적기가 저어해서 ‘방송인’이라고 했다는 말을 그가 하며 웃은 적이 있다. 코미디드라마는 이유없이 바보스럽고 넘어지고 해야 되는 것으로만 아는 것은 코미디드라마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또 희극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를 ‘코믹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코믹드라마가 아니고 그것이 바로 코미디드라마인 것이다. 비극배우만이 배우가 아니고 희극배우도 배우다. 마찬가지로 연기의 한 분야인 코미디언도 탤런트다. 시청자들에게 개념의 혼란을 주는 방송은 대중문화를 오도하고 있다.

입춘(4일)이 벌써 지나고 우수(18일)를 앞두어서인지 대기에 춘색이 완연하다. ‘우수 경첩이 지나면 대동강 물(얼음)도 풀린다’고 했다. 올엔 절후가 빨라 겨울을 일찍 넘긴 탓으로 우수 경첩전인 지금쯤에도 아마 대동강의 얼음이 풀렸음직 하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다. 예전 같으면 그만한 추위나 눈은 으레 있었던 일이지만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많았던 근래에는 오랜만에 보는 동장군의 매서운 맛을 단단히 치렀다. 20년만의 폭설이라고 했으니 고등학생 또레엔 생전 처음보는 눈이 내린 것이다. 절기는 생활과 참으로 민감하다. 길가의 군고구마 장수도 음력 대보름에서 하루만 지나도 그만 사람들 입맛이 변해 매상이 뚝 끊긴다고 말한다. 봄은 서민들에겐 희망의 계절이다. 가진것 없는 사람들은 무서운 것이 겨울철이다. 가진 이들은 오히려 겨울이 지내기 좋다지만 없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고 지겨운 것이 겨울넘기기다. 난방이다 뭐다 하여 생활비는 더 많이 들면서 벌이는 신통치 않는 것이 겨울이다. 높은 정액소득자 말고는 대개의 서민층 겨우살이가 이러하다. 대지가 기지개를 펴기시작하는 봄은 이래서 서민들 가슴에도 막연하나마 새로운 삶의 희망이 싹튼다. 뭔가 일꺼리가 많아져 벌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 봄이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어 때론 겨울의 마지막 뒷맛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이삼월(음력)에도 장독 깬다’는 옛 속담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젠 추워봤댔자 봄이다. 성미급한 개나리가 잎보다 먼저 터뜨리는 꽃망울이며 땅김을 타고 솟아오르는 봄나물의 생동을 막을 수는 없다. 대자연의 섭리, 봄의 약동은 이래서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해마다 맞는 것이 봄이지만 올 봄이 더욱 반가운 것은 지난 겨울에 치룬 치도곤이 유별났기 때문인 것처럼, 어려운 겨울을 넘긴 것 만큼 좋은 봄이 됐으면 좋겠다. 만물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이 봄에 매마른 우리의 가슴과 생활에도 새로운 윤택과 광명이 움트는 그런 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대학 등록금 인상 재고해야

요즈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어려운 입시과정을 거쳐 대학에 합격 하였으나, 턱 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기쁨도 잠시, 오히려 등록금 마련에 근심만 늘고 있다. 신입생들의 경우 공과대학은 무려 400만원이나 되며, 재학생들도 지난 해에 비하여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7∼10%가 인상되어 새학기를 앞둔 대학가에 학내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마찰은 매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양상은 아니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분쟁은 수년전부터 야기된 문제이며, 특히 한국 대학에서는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제기되어 매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인상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학생들과의 등록금 분쟁은 연례적 행사가 되었다. 등록금 인상문제는 사립대학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에 의거 5%를 인상하였으나, 기성회비 등은 서울대가 신입생의 경우 11.3%나 인상하여 등록금을 편법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국립대학도 비슷한 실정이기 때문에 사립대와 비슷한 등록금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열악한 대학 재정을 타개하기 위하여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여건을 감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학 등록금 인상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당국도 등록금 인상 이전에 재정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지혜가 요구되며, 특히 사립대의 재단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여야 된다. 재단의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지원을 확대, 의무를 다해야 된다. 등록금 책정 이전에 대학 당국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 재정 운영에 대한 의혹을 갖지 않도록 학교 재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요망된다. 형식적인 자료 공개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개를 통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등록금 분쟁이 확산되어 새학기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전에 대학 당국이 등록 결정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시화호 실패의 교훈

정부가 담수호포기를 선언한 시화호는 1987년 4월 첫 삽을 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화성군으로 연결되는 12.7㎞의 방조제 축조는 대역사였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준비없이 7년만에 완공된 시화호는 민물을 가두면서부터 썩기 시작해 중금속 오염투성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두환, 노태우정부에서 김영삼정부를 거쳤다. 지금에 이르러 결국 담수호를 포기한 결단은 예상됐던 일이어서 이해는 한다. 그렇긴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어 영 개운치 않다. 담수호 가운데 유람선이 떠돌고 시화호 물은 농·공업용수로 쓰겠다던 당초의 청사진이 얼마나 허황했던가를 실감한다. 방조제건설비만도 6천220억원이 투입되고 수질개선에 2천79억원이 들어갔다. 무려 8천299억원의 국민들 혈세를 쏟아 붓고도 결과가 이 모양이다. 해수호가 돼도 방조제건설에 따른 경제적효과가 살아 있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은 듣기 좋은 말일뿐 아직 실효가 없다. 앞으로 시화호 주변 개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해양자연사박물관, 물류기지 등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좋은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긴 하지만 투자비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 관리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시화호개펄은 1994년의 COD 5.2ppm에서 한동안 26ppm으로까지 악화됐다가 얼마전부터는 6ppm으로 회복돼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여름철이면 수위를 낮춰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펄이 장기간 노출돼 개펄의 생태계가 위협당하는 위험은 계속 상존한다. 방조제 축조로 전래의 자연생태계는 이미 파괴됐지만 새로운 생태계 생성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장차 후대의 환경재앙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화호사업의 실패는 이처럼 환경문제에 중차대한 교훈을 일깨워주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시사해준다. 사전사후 검증이 없는 주먹구구식 대단위 국책사업의 시행착오는 이제 시화호로 끝내야 한다. 한푼의 달러라도 벌어들여야 할 실정에서 무책임한 국책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막심한 내부 손실을 입히면서 국토이용에 훼손을 가져오는 것은 반국가사범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면 세간의 현저한 과실에도 상대의 손해에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현저한 과실에도 국민에게 손배책임을 지는 마당에 정책입안의 현저한 과실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정의 문란이다. 더는 국책사업에 국정의 문란이 없는 책임의식이 발현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하고자 한다.

인구 1000만평 시대

인구 1000만평 시대 용인시 수지 아파트단지에 사는 A씨는 시장이 누구인지 모른다. 시·도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에 나가 투표한 적이 없다. 굳이 누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가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는 투표했지만 사람은 역시 잘 모르므로 소속 정당만 보고 투표했다. A씨 뿐만이 아니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대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수지뿐만이 아니다. 수원 시내에 빽빽히 들어선 신규아파트를 비롯, 도내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이 거의 비슷하다. 살기는 도내에 살지만 생활은 도외에서 한다. 대부분은 서울이 생활권이다.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곤 한다. 가장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부인네들도 그렇고 고등학교나 대학다니는 아이들도 서울인 경우가 많다. 경기도 집은 이를테면 잠만 자는 곳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이들의 무관심은 어쩜 자연현상일 수 있다. 생활권에서 겪는 일만으로도 골치아픈 판에 가정에까지 돌아와 머릴 썩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나, 경기도 인구의 베드타운화는 실로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역사회의 소속감을 근간으로 하는 지방자치 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 행정수요 유발도 큰 문제다. 이들이 내는 취득세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 세입보다 몇배 더 높은 쓰레기처리 상·하수도 등 환경비 교통시설비 경상비 등이 나간다. 이렇긴 하지만 베드타운 인구도 경기도 도민이긴 마찬가지다. 자치단체마다 이젠 유입인구가 지역사회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개발이 요청된다. 지역사회에 정을 붙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경기도 인구가 작년말 현재 928만13만명으로 1천만명을 내다본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 인구의 역류로 서울은 감소, 경기도는 증가경향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수도권 인구증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도내 인구는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집만 하지 말고 탄력성있는 개정으로 1천만명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구증가가 물론 반가운 현상은 아니긴 하나 1천명시대예고는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의미가 많다. /白山

체전 성화 채화는 마니산에서

최근 대북화해분위기에 편승,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강화 마니산(摩泥山)이 아닌 금강산, 묘향산 등에서 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마디로 타당치 않다. 이는 올림픽대회 성화 채화지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하려는 것처럼 무모한 발상이다. 마니산이 인천·경기지역에 있는 성산(聖山)이라서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마니산 참성단에서 매년 실시했던 성화 채화를 지난 해 제81회 전국체전 개최지 부산시가 금강산과 포항 호미곶, 마니산 등 3곳에서 한 것도 잘못된 처사였다. 마니산 한곳에서 채화하도록 노력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도 크다. 더구나 올해 전국체전 개최지인 충청남도가 국태민안과 통일기원을 이유로 묘향산과 백두산에서의 성화 채화 계획을 수립, 검토중이라는 것도 부산시의 전례가 있어서다.이는 마니산의 역사성을 격하하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마니산이 어떤 산인가.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까지와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특히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塹城壇·사적136호)이 있는 신성한 산이다. 고려시대에도 왕과 제관이 찾아가 하늘에 제사를 올렸고, 조선시대에도 제사를 지냈다. 물론 오늘날에도 개천절에 제전이 올려 지는 곳이다. 산 이름도 역사성과 그 뜻이 매우 깊다. 마니산은 마리산·머리산으로도 불리는데 ‘마리’란 고어로 머리를 뜻한다. 가장 높은 땅의 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상에 홍익인간과 국태민안을 기원한 참성단 성역이 있다. 우리나라 전민족, 전국토의 머리라는 뜻과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다. 강화군이 ‘전국체전 성화 채화는 강화 마니산으로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인천시와 국회, 청와대, 문화관광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강화군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전국체전 성화는 반드시 마니산 참성단에서 계속 채화돼야 한다.

신문의 불공정거래행위

오늘 일부 중앙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조사가 시작된다. 언론사가 다른 것도 아닌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결국 자초하게 된 것은 유감이다. 조사대상이 된 거대자본에 의한 무가지배포, 경품제공 등은 불행히도 신문업계 내부의 오랜 병폐였음은 독자들이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를 금지하는 업계 내부의 자율적 협약과 규제조항을 마련한 적도 있었으나 휴지화돼 마침내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경위가 어떻든 신문사가 공정거래위의 조사를 받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기왕 조사가 불가피하다면 근절돼야 한다고 보아 고언이 없을 수 없다. 자본을 무기화한 경쟁은 인정한다. 처우개선이나 재교육 및 취재비투입, 제작시설의 첨단화 등 신문의 품질을 제고하는 거대자본의 경쟁은 평가한다. 그러나 신문판매에 무가지를 무려 6개월 넘게 무차별 배포하고 이도 모자라 경품제공까지 일삼는 거대자본의 횡포는 모든 신문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이같은 무가지배포끝에 신문을 구독않거나 구독하다 끊으려면 차마 듣지 못할 막말까지 듣기 일쑤라는 독자들의 오래된 개탄이 높다. 강제투입된 신문을 거두지 않아 문전에 나뒹군채 홑날린 것을 볼때면 그것이 누구의 신문이든 똑같이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마치 천대받는 자신의 시신을 보는 것처럼 참담할 지경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마다 이사오는 사람들 이사짐을 다투어 거들며 경품제공과 무가지배포 경쟁에 혈안인 것은 정말 목불인견의 추태다. 신문은 고급상품이라는 것이 본란이 생각이다. 고급인력과 첨단시설에 의해 제작되는 높은 긍지가 담겨진 것이 신문이다. 하물며 일반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비판하는 언론이, 그것도 거대자본의 신문사가 추태를 불사한 비지성적 불공정거래를 일삼다가 정부의 조사를 불러들인 것은 언론의 명예를 위해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받는 신문사는 지국이나 보급소에서 한 불공정거래는 본사와 무관하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지국에서 서로 불공정거래 경쟁끝에 폭력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그렇게 변명하였다. 그러나 고용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의 지국이나 보급소가 저지른 행위일지라도 책임을 모면키 어려운 잘못된 생각이지만 본사 지원없는 불공정거래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독자들은 먼저 알고 있다.

국회 3당대표 연설을 듣고

여야 3당대표는 국회연설에서 한결같이 정쟁중단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제도화된 정치개혁(한나라당), 법과 원칙이 통한 신뢰회복(민주당), 정치개혁위구성(자민련) 등을 제의했다. 정치개혁의 방법은 앞으로 정치권의 협의과제이나 우선 보아 민생정치, 상생정치의 인식을 같이 한 점은 평가할만 하다. 아울러 정쟁중단은 양보와 호혜가 전제된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로 가는 극한대립은 실로 무위무모한 것임을 너무나 지겹게 체험하였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국가보안법개정 시기상조론에 민주당이 여야협의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대북정책이 북에 끌려다닌다(한나라당), 끌려다니지 않았다(민주당), 일방적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자민련)는 3당의 판단은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개방유도의 방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이렇긴 하나 본란은 지금까진 끌려다닌 경향이 없지 않았다고 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또 유연한 상호주의의 적절한 촉구는 정부의 대북협상 테이블에 도움이 된다 할수 있다. 3당은 첨예한 안기부자금에도 각각 언급했다. 정치보복(한나라당), 국고횡령사건(민주당), 대표적 정치부패사례(자민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 본질은 국고냐 아니냐에 있다. (아니더라도 문제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는 이제 사건을 소추한 검찰측 책임과 장차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미리 예단하여 더이상 정쟁화할 이유는 못된다.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은 끝내야 한다. 경제구조조정을 두고 한나라당은 신관치, 민주당은 부실기업 은닉재산의 추적, 자민련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탕빙구어수랄까, 끓는 물이나 얼음이나 결국은 다같은 물이다. 3당의 주장은 똑같이 경제를 걱정하는 말이다. 다만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신정경유착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는 있다. 생각하면 다같은 보수정당이다. 차기 정권을 위한 공방은 이해하지만 유연성과 포용력을 가질줄 아는 정치활동의 신축성이 요구된다. 어느 당을 불문하고 투쟁일변도나 무작정 고집만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민생정치, 상생의 정치에 노력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국회대표연설에서의 말 뿐만이 아니고 실제의 정치활동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죽전지구 개발 왜 서두나

경기도가 말썽많은 용인 죽전지구의 대규모 택지개발 실시계획을 서둘러 승인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당초 죽전지구는 지난 98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마구잡이 개발로 피해를 본 용인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택지개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역이다. 더욱이 죽전지구내 대지산 일대는 지난해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훼손된 산림의 원상복구명령이 내려졌던 신봉지구처럼 한국토지공사의 영향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환경단체로부터 재조사 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무엇에 쫓기듯 죽전지구의 택지개발계획을 승인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108만3천평의 죽전지구가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공동주택 1만4천여가구와 단독주택 1천200여 가구가 입주, 5만7천여명을 수용하는 미니 신도시가 형성하게 된다. 물론 토공측은 일산이나 분당과는 달리 저밀도의 환경친화적 도시로 개발한다고 하나 죽전지구가 이미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분당과 인접해 있어 교통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군다나 수도권 최대의 난개발지역으로 만성적 교통체증에 빠져 있는 용인서부지역에 아무 대책없이 미니 신도시를 또 건설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죽전지구가 개발될 경우 임야의 61%가 훼손되고 전체 면적의 32%(36만평)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는 등 환경훼손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는 죽전지구내 대지산 인근 3만여평이 작년 토지공사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산림훼손 개발이 가능한 ‘6등급’으로 평가됐지만 환경정의시민연대가 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결과 상당지역이 보존가치가 높은 ‘8등급’으로 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연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공측이 이에대해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신봉지구 환경영향평가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기관이 바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기에 환경단체의 이의제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국은 죽전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앞서 광역도시계획과 용인도시계획을 먼저 세운후 추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로 녹지보존 대책을 세우는 한편 광역교통망 등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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