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학생의 성교육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해졌다. 중학생의 성지식이 100점 만점 기준 46.6점으로 매우 낮을뿐 아니라 10명중 4명이 이성교제를 하며 성(性)을 ‘남녀간의 성적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 중학생의 경우 83.3%가 “성관계를 하더라도 꼭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하는 등 혼전 성관계에도 개방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걱정스럽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경기대 교육대학원 김상원 교수 등에 의뢰, 최근 발표한 ‘중학생의 성의식 조사 및 성교육자료집 개발연구’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의식은 개방적, 지식은 낙제점이다. 지난해 7∼12월 전국 중학교 1,2,3학년 학생 2천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성과 교제중인 학생은 41.3%이며 가장 큰 고민이 이성교제, 성충동, 임신·인공유산, 성행위, 자위행위 순으로 나타난 것이다. 첫 성경험 시기는 중2때(32.9%)가 가장 많고 중1, 중3순이었으며 성관계시 76.8%가 피임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학생의 0.8%가 임신 경험이 있고 임신했을 때는 인공유산과 출산 후 입양으로 나뉘었으며 성추행·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22.3%나 된다. 문제는 중학생들의 이성교제는 늘어나고 있으나 성지식은 평균 50점에도 못미친다는 점이다. 또 PC보급과 인터넷 음란물 등의 접촉으로 학년이 낮을수록 성에 대한 개방적 성향이 높다는 것이다. 중학생이 고교생보다 오히려 부모에 더 저항적이라고 한다. 앞으로 중학생들의 성의식은 더 개방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사회적 현상으로는 인정하려 하지만 자기 자녀의 문제로는 받아 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도 성문제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신적·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된다. 성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자녀들의 실수를 막아주고 차선책으로 실수는 따뜻하게 치료해주는 자세를 갖는 것이 이 시대 부모들이 할 일이다. 올바른 성가치관 교육을 위해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당연히 성교육을 정규과목으로 삼아야 한다. /淸河
우리에게 이수현씨(27)의 죽음은 무엇일까. ‘일본 열도를 울린 의인’이란 말을 듣는다. 고려대 무역학과를 휴학하고 일본에 건너가 유학중이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에서 학교장으로 지난 29일 영결식을 치렀다. 영결식장은 모리 일본총리등 각료를 비롯한 각계인사 1천여명이 조문하고 이씨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추모의 글이 2천100여건이나 올라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일본 언론은 이씨가 지난 26일 도쿄시내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살려내고 자신은 숨진날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던진 한국유학생의 죽음을 헛되이 말자’고 했다. ‘한·일 우호증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씨의 의로운 죽음은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을 새롭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 의해 희생당한 이씨의 4대에 걸친 사연은 그의 죽음에 애도의 정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살신성인의 의로운 죽음은 우리 주변에서도 더러 있는 일이다. 입장을 바꾸어 일본인 한국유학생이 서울시내 전철역에서 위험에 처한 한국인을 구하고 자신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에 그런 경우가 이수현씨에 앞에 서울에서 먼저 일어났다면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의인, 이씨에 대한 일본열도의 후한 조의는 어디까지나 인간정신의 발현이다. 일본 사회 역시 점차 삭막해지는 결핍된 인간정신을 한 이국인의 의로운 죽음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역땅에서 목숨을 던진 젊은 의인은 우리들에게 한국인의 긍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하여 일본의 국익을 한국의 국익으로 양보하는 일은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다. 부산에 사는 이씨의 여자친구는 ‘수현아! 넌 지워지지 않아. 항상 널 위해 노래부를게. 천국에서 들으렴…’하고는 흐느꼈다고 전한다. 생떼같은 아들을 놓친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일본으로 달려간 이씨부모는 한줌 재로 변한 유해를 저미는 가슴에 품고 귀국했다. 다시 살아 돌아올수만 있다면 ‘한국인의 긍지’, ‘일본인의 후의’를 다 반납해도 좋다. 그래서 다시 살아날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인생사다. /白山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3월 29일 개항된다고 한다.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역할이 명실상부할 인천공항이 개항되면 인천시는 국제도시로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이 완전하게 개항하려면 아직도 문제점이 많다. 우선 공항 주변의 개발이 늦어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살벌하다. 당장 환승탑승객들이 쉴만한 호텔이 하나도 없다. 관광객들이 찾아가 볼만한 관광지도 개발이 안됐다. 인천공항주변에 도시기반이 아직 조성안된 것도 문제점이다. 이러한 것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특히 1천300억원을 들여 설치한 수하물처리시설이 미비한 것은 개항예정일이 차질이 생길만큼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연말 여객터미널 3층에서 실시한 출발수하물처리 시험 결과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모듈당 컨베이어 처리능력이 1시간에 600개로 설계돼 있으나 이보다 훨씬 떨어진 평균 429개가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비상버튼이 불필요하게 작동돼 컨베이어벨트가 정지되고 일부 컨베이어는 장애발생으로 처리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더욱 우려되는 사태는 인천공항에 입주할 예정인 항공사측에서 인천공항의 수하물처리시설이 100%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600개 처리용량으로는 여행객 짐을 원활히 처리할 수 없다고 지적한 점이다. 적정수하물 처리용량이 최소 900개 이상돼야 적체현상이 해소된다는데 600개로는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간 2천700만여명의 탑승객을 수용할 인천공항이 여행객 짐처리가 늦어지면 탑승수속과 항공기 출발지연으로 이어져 공항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될 게 아닌가. 공항운영의 중요한 부분인 수하물처리시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개항을 늦추는 문제가 그래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은 수하물처리시설은 약 20㎞에 이르는 컨베이어와 4천개 이상의 센서 및 각종 제어시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성능 발휘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개항에 따른 본란의 지적을 유념, 모든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 분석하여 대책 마련과 함께 개선작업에 주력하기 바란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행정제도 개선 및 규제개혁이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자치단체를 비롯 교육청과 지방국세청 및 지방경찰청 등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조사 결과를 보면 이같은 현상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규정상 제한 연령이 서로 다르거나 방화시설 시정 보완명령이 행정기관과 소방기관으로 이원화 돼 있는 등 664건의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 및 국민편의 저해 행정제도가 드러났다. 정부가 아무리 위민(爲民)행정을 구현한다며 제도개선과 규제혁파를 부르짖어도 일선 행정기관에선 이 외침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완화는 변화된 환경에 따라 불필요하고 잘못된 법규·규정 등을 고쳐감으로써 민원인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95년부터 행정쇄신위원회를, 98년부터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가동해 수만건의 비능률적 제도를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조치 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민원창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받는 국민들의 느낌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전히 공무원이 복잡한 모순투성이의 규정을 내세워 ‘처리불가’를 주장하고, 규제철폐 사실조차 모르면서 고자세로 우기는 일도 없지 않다. 또 불필요한 구비서류를 과다하게 요구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다가 ‘처리불가’를 통보함으로써 민원인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재량권 거머쥐기 같은 욕심이나 공직자들의 권위주의적 규제 위주 사고방식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저해하는 법령개폐와 함께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규제개혁 불이행 사례를 찾아내 중대한 잘못이 드러나면 문책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공복으로서 스스로 봉사하려는 정신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제 모든 공무원들은 그동안 민원인들의 편의를 저해하고 불편을 주던 폐습을 버리고 인허가 업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재량권 남용과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잔재도 말끔히 털어버려야 한다.
약 5년전인가. 그 무렵에 개봉된 ‘쉰들러’란 영화가 있었다. 제작사, 감독, 주연배우등 이름은 잊었지만 미국영화임은 분명하다. 쉰들러는 독일사람 이름이다. 2차대전이 한창인때 독일군을 상대로 군수품장사를 했다. 돈버는 일이라면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던 쉰들러가 인간애에 눈을 뜬 것은 유태인들이 대량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나서였다. 죽음의 현장으로 끌려가는 벌거벗은 유태인들 가운데 남자는 멀리 성기까지 노출됐으나 혐오스럽기보단 처참한 장면이 리얼리티하게 연출된 명화였다. 쉰들러는 이토록 불행한 유태인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빼돌려 살려내기 위해 독일군 장성들에게 번 돈을 다 털어 뇌물로 바친다. 쉰들러는 실존 인물의 실화다. 50년전 한국전쟁판 쉰들러로 불리는 러셀 브레이즈델씨(91) 방한이 무척 감동적이다. 전쟁 당시 미공군중령으로 군목이던 그는 전쟁고아 1천여명을 미군 당국에서도 불가하다는 것을 끝내 설득시켜 제주도로 무사히 피란시킨 전쟁고아의 아버지다. 그제는 반세기만에 양주군 장흥면 한국보육원을 찾아 황온순원장(101세·여)을 비롯 30여명의 전쟁고아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진데 이어 어제는 고양시에서 역시 전쟁고아들과 해후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벌써 60대를 바라보는 전쟁고아 20여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재회의 감격을 나누고 스님이 된 황병진 장안사주지(고양시 일산구 풍동)는 큰 절을 올렸다고 본지기사는 전한다. 그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은 당시의 전국 전쟁고아들을 다 만날수 없겠지만 치열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국에 꽃피운 인간애는 아마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미 아흔을 넘긴 브레이즈델 목사가 방한한 것은 생전에 전쟁고아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직접 보고 싶어서이겠지만 전쟁고아들 역시 다시 보고싶었던 여간 고마운 은인이 아닐수 없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은인이다. 전쟁은 인간을 추하게 만든다. 인성을 잃게 해 자신만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사악해지기 쉬운 것이 전쟁이다. 이런 가운데서 인간애를 살린 박애정신은 쉰들러 이상이다. 우리는 그의 방한으로 전쟁의 참화와 사람이 더불어사는 인간정신에 다시 한번 일깨움을 받는다. 브레이즈델 목사의 남은 여정이 아무쪼록 편안하고 귀국후에도 하느님 뜻을 이루는 여생이 되기를 빈다. /白山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1·29보각은 두가지를 생각케 한다. 첫째, 정부조직의 비대화는 개혁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17부2처에서 18부4처로 확대됐다. 국무위원도 19명으로 늘면서 부총리가 또다시 2명이나 된다. 국무위원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부처 감축인력은 2만1천350여명이라지만 정년 또는 명예퇴직등 자연감소가 태반이다. 퇴출인력도 타 부처 또는 산하기관으로 옮기거나 국가직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겉치레 구조조정을 일삼았다. 청와대 비서실 인력도 늘렸다. 김대중대통령이 취임초 강조한 ‘작은 정부’의 구호가 그야말로 공허한 구호로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하다.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일 먼저 해야할 터인데도 어떻게 된판인지 거의 무풍지대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하여도 공기업 자리를 정권쟁취의 전리품삼아 낙하산인사로 임명한 비전문가 일색의 정치꾼 임원들을 퇴출시킬지는 막상 의문이다. 정부부터가 이러면서 지방공무원의 구조조정을 다그치는 것은 난센스다. 또 금융, 기업, 노동분야의 구조조정에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 가장 앞서야 할 정부가 개혁성을 위배하는 것은 개혁의 구심이 되는 신뢰성 상실을 의미한다. 둘째, 두 부총리의 기용이다. 진념 재경부장관겸 부총리가 신임포부로 ‘미래지향의 개혁’을 강조하였지만 그는 이미 능력의 한계가 검증된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엔 ‘아니다’란 말을 못해 신임을 받고 있을지 몰라도 공적자금 과다투입에 책임을 모면키 어렵다. 암울한 민생경제를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언제나 조금도 미안한 표정을 지을줄 모르는 그의 논리는 책임의식의 실종이다.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겸 부총리를 개혁성 인물로 보는 것은 진보적 관점이다. 교육분야의 개혁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상하지만 현정권들어 벌써 다섯번째 장관이 되는 한장관겸 부총리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역시 의문이다. 신설된 여성부에 한명숙장관이 임명됐지만 나라안팎으로 전례없는 여성부부처가 여성복지를 위해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경기도청 이전 문제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이에대한 항설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인근 시·군에서는 땅을 무상제공하겠다며 도청 유치에 나서는 판에 수원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수원시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가 요구한 이의동부지를 거부한다’ ‘경기도가 수원시에서 이미 사업을 추진한 이의동 컨벤션센터 부지를 도청부지로 요구해 마찰을 빚는다’는 등 갖가지 말이 많다. 본란은 도청이전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을 배제하면서 지금은 이전 시기가 아님을 강조하였고 이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시내 이전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기왕이면 여러기관이 함께 있는 행정타운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도청 이전 부지를 결정해도 약 10년은 지나야 신축이 가능하고 다른 기관 역시 당장은 이전계획이 없어도 장차 시세변화에 따라 외곽지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력관계에 있다. 이전 후보지로 말하면 컨벤션센터 부지가 제격이다. 또 대규모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는 컨벤션센터가 수원시 재정에 과연 도움이 될것이냐 하는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도청이전과 연계 지을수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파트건립 또한 이미 시내 도처에 임립한 아파트숲으로 인해 재정수입보단 행정수요가 늘어난 상태에서 청정의 이의동 땅마저 아파트로 훼손하는 것은 불가하다. 확인된바에 의하면 항설은 대부분 낭설인듯 싶다. 수원시가 아직은 아파트를 세울 계획을 갖지도 않았고 도청 이전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아니며, 도가 굳이 컨벤션센터부지를 요청했거나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도청부지와 행정타운 유보지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안과 제2안의 복안을 수원시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1·2안이 사실이라면 조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경기도가 인지 못했거나 인지했어도 내용이 미비하다고 여긴지 어쩐지는 알수 없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협의는 능히 가능하다. 지역정서와 지방문화에 위배되는 도청 시외이전은 일대혼란을 일으키는 역리로 예상조차 불허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로 도청의 신부지를 확보해두는 것은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책임에 속한다. 경직성보다는 매끄러운 대처가 요구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순리에 따라 좀더 긴밀한 협의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다같은 지역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는 잡음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식 정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의 말이 법에 우선하기도 한다. 지난해 4·13 총선시 있었던 이른바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대통령의 공연한 선거법 불복종발언이 빚은 결과다. 목적보다 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이다. 목적을 빙자한 실정법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정치운동은 민주주의의 미숙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실정법 위반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척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다는 총선연대측 이의는 어떤 국민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낙선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적잖았다해도 말없이 거부한 국민은 훨씬 더 많았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말도 의문이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참정권이 법률을 위반하면서 주장될 수는 없다. 낙선운동이라는 것을 과연 참정권으로 볼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낙선운동 당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일반 시민운동으로 보는 두 시각이 병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설사, 낙선운동금지가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길 일이지 현행법 무시가 능사일수는 없다. 모든 법률은 기속력을 갖는다. 복종할 법과 불복종할 법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 선거법 불복종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 이같은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비롯된 것은 나라를 위해 심히 유감이다. 법의 불복종을 한번 말하고나면 법의 준수를 아무리 강조해도 권위가 서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에서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난게, 또 사회일각의 법경시풍조 만연이 선거법 불복종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판단이 있다. 어떻든 울산에서 있었던 낙선운동관계자 2명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은 앞으로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불복종 실언은 벌써 10개월전의 일이다. 이미 오래됐지만 그 파장은 그침이 없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래서 신중이 요한다.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민통선 군사보호구역 내 비무장지대(DMZ)는 문화유적들이 산재한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반세기동안 남북왕래를 가로 막은 국토분단의 현장이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문화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술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파주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인천시 강화군 일대 등의 문화재는 모두 70여 곳이며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유적은 3곳이라고 한다.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에 위치한 연천군과 파주시의 경우 구석기 유적 외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지역이어서 강안(江岸)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귀족무덤으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연대가 알려진 파주 장단지역의 ‘서곡리 벽화고분’과 고구려시대의 무덤으로 남한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돌무지 무덤인 연천군 중면의 ‘삼곶리 적석총’ 등이 있다. 또 민통선지역인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서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와 연대가 비슷한 구석기 유물들이 발굴돼 조사중이며 임진강 주변에는 삼국시대 산성들이 널려 있고 강화도 북방지역에는 ‘돈대’와 ‘연미정’이 있다. 비무장지대의 문화재 가운데 최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후삼국시대 마진국의 궁예가 도읍을 철원으로 옮길 때 세운 궁예도성으로 실제로 일부 성곽과 궁전터가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후 개경으로 천도하면서 자신이 살던 집터에 지었다는 ‘철원향교’와 ‘포충사’ ‘심원사’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민통선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 연천군, 강화군과 철원군 등이 보호대책 수립 및 조사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과 학계는 민통선내 문화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단을 하루 빨리 구성, 동참하여 경의선 복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화유산 훼손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능서불택지필’(能書不擇紙筆)이라고 했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은 종이나 붓타박을 않는다는 뜻이다. 서양속담에도 ‘서투른 목수가 연장만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당나라의 명필가로 저수량, 우세남, 구양순이 있었다. 어느날 저수량이 우세남을 찾아가 자신과 구양순을 비교해 물었다. 우세남은 “그대와 나는 붓과 종이를 가려서 글씨를 쓰지만 구양순은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고 글씨를 쓰니 어찌 그와 비유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우세남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었고 저수량은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개헌론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운다. 김중권민주당대표에 이어 한화갑최고위원이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4년 중임제도 해봤고 정부통령제도 이미 해봤다. 4년 중임은 촉박하게 겹치는 대통령선거가 미국 정치토양과 다름으로써 빚는 지나친 폐단으로 인해 1980년 10월 7차 개헌에 의해 5년 단임제가 됐다. 이승만, 박정희대통령의 3선 개헌 장기집권에 질려 단임제를 채택한 면도 없지 않다. 이 헌법에 의해 전두환정권의 5공이 생겼고 6공은 1987년 10월 직선제를 골자로 한 8차 개헌에 의해 노태우정권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른다. 부통령은 이시영 초대부통령이 ‘하는 일 없이 국록만 축낸다’는 뜻으로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자리’란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이승만대통령시절엔 야당출신의 장면부통령이 고령의 이승만 유고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이 두려워 장부통령의 권총암살을 기도, 손바닥을 관통시키는 부상을 입혔다. 이밖에 4·19 의거후 제2공화국시절에는 참의원(상원), 민의원(하원)의 국회 양원제도 해보았다. 현행 5년 단임제, 부통령제 배제가 절대적으로 좋은 정치 제도라고는 물론 말할순 없다. 그러나 어떤 정치제도든 장·단점이란게 다 있다. 요체는 운용의 묘에 있다. 여권의 개헌론배경이 상대적 장기집권(5년 단임보단 8년 중임), 그리고 정부통령후보의 지역안배로 지역감정에 의한 득표공작에 있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맞다면 동기부터가 순수치 않다. 개선 명분으로 단임제가 조기 레임덕을 말하는 것은 한낱 구실에 불과하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글씨를 잘 쓰는 선비가 붓타박을 않는 것처럼 헌법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도탄인 지경에 개헌을 입에 담을 때가 아니다. 지필묵을 가리는 저수량처럼 자신을 모르는 위인들이다. /白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