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해촉통지를 받은 전 도립극단 예술감독 주요철씨는 최근 경기도문화예술회관장과 경기도지사 앞으로 해촉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보냈다. 주씨는 한동안 어수선했던 도립극단을 맡으면서 지난 3년 동안 ‘불의 나라’ ‘영원한 제국’ ‘정조 1796’등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으며 나름대로 성실히 도립극단을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주씨는 올 1월1일 새벽 1시까지 임진각에서 열린 ‘평화의 종 타종식’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해촉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듣지못했고, 그래서 재임용이 되는가 생각하다가 지난 5일 갑작스레 해촉(재위촉 중지)통지를 받았다. 도립예술단 예술감독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이 만료된 감독의 임명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재위촉 여부는 임기 말일 전에 명분있는 이유와 함께 당사자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주씨의 경우는 임기가 지난 후에 특별한 사유를 듣지못한채 물러나야 했다. 이에 도문예회관장은 ‘도의 방침’이라며 정작 자신은 재위촉 임명에 결격사유가 없다는 기안을 올렸는데 도에서 해촉을 해 본인도 분명한 사유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도문화정책과에서는 문예회관에서 해촉관련 문건을 받아 이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있다. 주씨는 이의신청서에서 “뚜렸한 사유도 없는 상태에서 물러나와 여러가지 유언비어 때문에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히면서, “다시 감독직을 맡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동안 열과 성을 다했는데 한 예술가를 이런 식으로 푸대접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국립극단, 인천시립극단 등 전국 13개 국공립극단 협의체인 한국공립극단협의회는 ‘예술단체장 교체에 따른 협의회 의견’이란 문건에서 외부의 갖가지 추측성 루머에 명예가 실추된 주씨에게 합당한 해촉사유를 제시할 것을 회관장과 도지사 앞으로 보냈다. 또한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27일 이사회에서 이번 사태는 예술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연극연출가협회의 입장을 곧바로 도지사와 회관 관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예술감독 재위촉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유능한 인재로 대처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무시하고 정당한 명분없이 내모는 예술행정은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복기자
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 다음으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자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도 최근 들어 세계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자살’이라는 검색어로 무려 몇 만개의 웹사이트를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촉탁살인에 까지 이르는 자살사이트들이 유행(?)하는 지경이 되었다. 쥐, 다람쥐, 토끼 등 설치류에 속하는 ‘레밍’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 유일하게 자살을 한다고 알려졌었다. 주로 북구에 서식하는 이 작은 동물들은 이른 봄 미처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차디찬 강물에 엄청난 숫자가 함께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처럼 보였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광경을 먹이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살겠다고 발버둥치다보면 함께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레밍들의 일부가 다른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환상적인 논리를 부여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레밍들은 그저 미끄러운 얼음판을 달리다 미처 멈추지 못해 익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자살하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뿐인 것이다. 유교에서는 어버이로부터 받은 자기 몸을 함부로 해 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기독교도 자살이란 살인과 마찬가지이며 영혼에 큰 벌이 내린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살로 인생의 종말을 장식함으로써 오히려 유명해진 예술가들도 많다. 요즘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를 받고 결백을 증명한다는 명분으로 자살한 사람들도 있다. 학교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가엾은 여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꾸어 쓴 돈 몇 만원을 값지 못해 괴로워 연탄불을 피워놓고 유서를 남긴 여공들도 있었다. 얼마 전엔 80대 노부부와 장애인이 생활고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 극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사실 자살충동을 한번도 안느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좋아 죽겠다, 슬퍼 죽겠다, 기분나빠 죽겠다는 등 사람들은 자살 가능성을 무심코 시사한다. 그러나 너무 행복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 자살을 택한 사람은 아파서, 배고파서, 억울해서 죽은 것이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고 한다. ‘개똥 밭에 이슬 내릴 때가 있다’‘개똥 밭에 인물 난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고파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는가. /淸河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초래될 경기연안 갯벌의 소실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로 충격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연안 습지 생태계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끝나서 화옹호와 시화호가 담수화되는 2008년쯤이면 경기연안 갯벌이 전체면적의 51.3%나 되는 1억6천192만7천㎡가 소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연안 갯벌이 이렇게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갯벌은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갯벌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분석한 갯벌과 농지의 가치비교를 보면 1에이커당 갯벌은 수산물 생산 365만3천원, 정화기능 155만2천원 등 819만9천원인데 비해 농지는 미곡생산 247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논리의 우세로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됨에 따라 간척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사화호연안과 인천연안을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따른 것이다. 간척사업을 지양하고 연안보전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개발’보다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을 둔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갯벌의 대규모 소실이 뻔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그동안 대규모 간척사업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오염된 호수만 남긴 시화지구개발이 그렇고 현재 공사중인 화옹지구 간척사업도 시화호 못지 않은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란은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연안 갯벌보존을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관리 등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가장 효과적 대책은 ‘간척사업중단’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부부가 이혼할 때 자식만은 서로 자기가 키우겠다고 싸움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가 자식은 네가 키우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이혼도 하기 전에 ‘재혼이나 취업에 방해가 된다’고 미리 자식부터 보호시설에 맡기려고 하는 철부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호시설에 맡겨진 지 3개월이 넘도록 부모의 연락이 없으면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이 아이들은 엄연히 친권자가 있기 때문에 입양도 할수 없다.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의 경우 최근 이곳에서 돌보고 있는 80여명도 대부분 부모가 ‘맡긴’ 아이들이다. “혼자 도저히 못기르겠다”“재혼한다”는 등 이유로 자식을 쉽게 포기하려는 부모들의 상담이 한달 평균 6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들에게 버림을 받는가 하면 학대받는 아이들도 많다. 지난해 11월말 생후 15개월된 딸이 “자는 도중 갑자기 숨졌다”는 아버지의 신고가 있었다. 단순변사로 처리하려던 경찰은 아이의 몸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앙증맞은 몸뚱아리가 피멍으로 뒤덮여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구타에 의한 간파열’이었다. 1년 전 실직 당하고 아내마저 가출한 뒤 혼자 아이를 키워오던 아버지의 화풀이성 상습폭행이 원인이었다. 아버지라는 말이 무참해진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지 주부는 왜 15개월된 딸을 놔두고 가출했는가. 이 역시 어머니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다섯살배기 아들을 폭행하며 거리로 내몰아 혹한 속에서 구걸행위를 강요해온 비정한 어머니도 있다. 7살배기 어떤 남자아이는 학대를 하도 받아 기억상실증에 걸려 제 이름도 잊었다. 공포증은 상실되지 않았는 지 어른만 보면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벌벌 떨기만 한다. 신체적 성장도 더뎌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한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이의 3분의 1은 정신지체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학대 받고 자란 어린이는 나중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학대의 경험을 ‘세습’한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천벌을 받으려고 부모들이 어리디 어린 자기 아들 딸을 학대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거리를 걸으며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고, 또는 유원지에서 먹을 것 사달란다고 어린 아이를 때리는 잔인한 엄마들을 가끔 본다. 학대 받는 어린이들이 불쌍하다.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원망스럽다. /淸河
연천군의회를 비롯한 연천·포천·철원군 등의 시민·환경단체와 많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탄강댐 건설이 그동안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안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수립, 오는 2003년까지 설계를 마친 후 2004년에 착공, 2009년 댐을 완공할 계획임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교위 이재창의원(파주)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 계곡인 한탄강 상류에 이 댐을 완공하면 총저수량 3억1천103만㎥, 홍수조절량이 250만㎥에 달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댐 고갈시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등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삶의 터전인 20㎢의 농경지와 400여가구의 집이 수몰되는 것은 물론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등이 철저히 파괴된다. 더구나 깊이가 40m나 되는 계곡으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이나 물을 가둬 홍수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며 비홍수기 때 물을 빼서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의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인데다 지하동굴 등의 지층구조로 돼 있어 댐 붕괴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과거 일제시대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도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지질문제는 ‘그라우팅 공법’으로 건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댐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발생될 극심한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댐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본란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한탄강 댐이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제2의 동강댐 사태’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는 한탄강 댐보다는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한탄강 댐 건설 강행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다수가 긍정하는 공사여부를 확정, 추진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경찰관 파출소는 범죄예방과 단속을 위한 민생치안의 최일선 보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국가치안의 최일선 기관이 또한번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설 연휴를 앞둔 21일 아침 용인경찰서 구성파출소가 음주운전단속에 앙심품은 범법자 승용차의 돌진으로 1층이 전소됐고 2층에서 자던 경찰관이 연기에 질식되거나 뛰어내리다 다쳤으니 우리 공권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공권력 훼손행위에 대한 검찰의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마치 이를 비웃듯이 파출소가 돌진하는 승용차에 피습돼 전소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이전에도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이같이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경찰 공권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경찰에 비해 위상도 낮아졌고 기능도 약해졌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공정치 못한 인사 등으로 사기도 크게 저하돼 있다. 경찰 스스로의 부끄러운 비리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경찰을 보는 시민의 눈도 예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파출소에서 난동부리는 등 경찰알기를 우습게 알고 공권력을 얕보는 요즘의 풍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구성파출소의 승용차 돌진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찰관과 경찰서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범법자 같으면 감히 어떻게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할 마음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의 공권력은 위험수준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국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 스스로가 자신에 엄격함으로써 위상을 높이는 한편 공권력 도전행위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출소 피습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권능자체가 공공연하고도 예사롭게 공격당한 중대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서가 이처럼 무방비적으로 범법자에게 유린당할 정도로 자체 경비 및 보안이 취약한 상태라면 관내 치안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출소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서의 경비·보안태세를 전면 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자세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오늘 오후부터 설맞이 대이동이 본격화한다.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 그제 오후부터 설귀성에 나선 이들도 많다. IMF사태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로 어느 때보다 썰렁한 설명절을 맞고 있다. 아니 IMF때보다 더 어려운 설을 맞는다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세월이 어떻든 명절은 명절이다. 예년보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고향을 가든 비록 못가든간에 설명절의 감회가 없을수는 없다. 설은 조상들 생활이 우리 핏줄에 면면한 전래 최대 명절이다. 세수의 개념은 양력 정초가 일상화됐다 하나, 정서적 정초는 역시 음력설인 것이 민족의 고유 전통이다. 양력 정초를 지나면 더욱 춥지만 음력 정초를 쇠고나면 겨울이 풀리기 시작한다. 올 겨울은 특히 그러하여 20년만의 대설과 강추위로 한바탕 치도곤을 치르고나서 설을 맞는다.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을 앞두고 있다. 올 설은 설을 고비로 춘색이 더욱 완연할 것 같다. 벌어먹기 어려운 민초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계절이 겨울이어서 가는 겨울 오는 봄은 반갑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올 가을 추석도 있고 또 내년 설도 있다. 살다보면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귀성길은 언제나 복잡하다. 어디를 어떻게 가든 어차피 차가 막힌다.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귀성길도 그렇고 귀경길도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가족이 무사히 다녀오는 것이 곧 행복이다. 오랜만에 고향가서 재회하는 친·인척이나 친지들에게도 좋은 만남이 돼야 한다. 설명절에는 윗분, 친구 그리고 아랫사람들에게도 덕담이 제격이다. 제 자랑이나 일삼고 남을 헐뜯는 쓸데없는 말로 모처럼의 만남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슨 일을 두고 의견이나 생각이 달라도 자기 고집만 부리는 것은 어리석다. 남의 말도 들을줄 알아야 한다. 인사를 해야 하는 예의가 있는 것처럼 인사를 받을줄 아는 예의가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남을 대접할줄 알아야 한다. 좋은 설명절이 되는 것은 물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白山
수원시가 수원가정법률상담소에 의뢰하여 남녀차별 자치법규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가 전문가의 자문과 간담회를 통해 최근 지적한 수원시 조례 및 규칙의 문제점들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의 분석에 따르면 수원시의 조례·규칙중에는 남녀를 성차별하고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조항들이 상당수 있다. 이번에 지적된 문제조항은 30여가지로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 고용직 공무원 선발요강의 경우 응시자격에 여성의 연령을 남성에 비해 10여살이나 어린 나이로 제한하는가 하면 환경미화원 등 응시자격에 여성은 아예 명시돼 있지도 않다. 수원시의회위원회 조례는 상임위원회의 설치 항목에 여성상임위나 여성특위 설치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육성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상 융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한국여성경제위원회가 추천하는 지역여성기업인을 융자심의위원으로 추가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지원할 때 여성기업의 활동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여성기업을 우대하고 중소여성기업을 융자대상에 명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수원시 여성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서도 기금지원 대상사업 및 활동내용에 ‘여성의 국내외 교류 및 협력사업’을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항목중에 사용된 ‘요보호’라는 용어는 의미가 모호하므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시립예술단체 단원 복무규정 중 출산과 질병을 동일시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국민주택 등 일반분양 1순위 선정시 영구불임시술을 한 자를 우선 선정하도록 돼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당장 삭제돼야 할 조항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가정과 사회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성차별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면 성비 불균형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수원시만의 현상은 아닐터이지만 우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조례 및 규칙을 과감히 개정하기를 바란다. 수원시가 앞장 서서 성차별이 심한 각종 조례를 고친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서 개정할 것이다.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의 활동에 기대를 건다.
정부가 ‘2001년 20대 국정과제 추진계획’의 하나로 발표한 인사시책은 황당하다. 고위요직의 특정지역, 특정고 출신의 편중을 배제한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능력저해, 인사운용의 경직성 등 부작용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 부서에서 3급이상의 핵심요직에 특정지역 특정고출신이 30% 이상이 되면 연고주의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이한동총리의 설명인 것 같다. 그럼, 예를들어 이에 가까운 30% 미만의 편중은 연고주의 인사가 아니란 말인지 기준설정부터가 해괴하다. 핵심요직이라는 것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연의 개념 또한 코걸이 귀고리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발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인사편중시비를 없애려는 것일지 몰라도 되레 30% 한도 내에서는 편중을 양성화하여 능력중심 실적중심의 인사를 저해할 역기능이 다분하다. 궁금한 것은 이런 시책을 무엇에 근거하여 하겠다는 것인지 도시 알수 없다. 설마 관련법규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졸렬함을 저지를 것으로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방침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방침이란것이 원래 무상하고 이런 것을 명색이 방침으로 내거는 정부가 국민이 보기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권의 도덕성, 정부의 양식으로 해결할 문제다. 어거지 안배로 지역편중 시비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시행대상인 3급이상의 공무원은 중앙부처외에는 검찰 경찰직에 많다. 정부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2월중 핵심요직에 한해 분포를 조사하여 발표하겠다는 것은 조사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편중시비를 모면해보자는 정치적 의도로 국민들 눈엔 비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사편중시비를 모면하려면 실제로 자행해온 특정지역, 특정고출신 편향을 종식시키는 의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번 경찰수뇌급 인사같은 추태를 더 보여서는 안된다. 특정지역, 특정고 편중 인사잡음은 비단 3급이상 고위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중·하위직에도 그런 잡음은 없어져야 한다. 또 인사편중 시비는 공무원사회가 더 잘 안다. 공직사회서부터 그같은 인식을 불식시켜 직업공무원제에 부합하는 인사안정을 기하려는 정부의 원천적 노력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