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한 일본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오만방자한 짓을 저질렀다. 2002년 월드컵대회 명칭을 제멋대로 변경,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보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2002 FIFA Word Cup KOREA/JAPAN)’으로 정한 대회명칭을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얄팍한 수단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월드컵 일본조직위의 엔도 사무총장이 한국측에 전화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니 어이가 없다. 한국측을 무시하는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996년 2002년 월드컵 대회국이 한국·일본으로 확정됐을 때 국제축구연맹을 비롯해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와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 등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치르는 대신에 개막식은 한국에서 열고 공식명칭은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으로 하기로 분명히 합의했었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어기고 입장권과 각종 홍보물에 자국 이름을 앞세워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것은 FIFA와 양국 월드컵조직위가 함께 정한 규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인 동시에 한·일 공동개최의 기본정신도 크게 훼손하는 망상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 정몽준 공동위원장이 “만약 일본이 결승전을 양보하고 개막식과 대회명칭을 바꾸는 것을 제의한다면 이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월드컵 대회의 공식명칭을 바꾸기 위해 결승전 개최지를 한국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먼저 밝힌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전화통보’한 일본측의 간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결승전보다는 개막식이 더 중요한 것이다. 결승전은 기량의 성패를 보이는 경기이지만 개막식은 목적을 세계만방에 선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에서 개막식을 먼저 하고 한국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해도 효과는 개막식이 열린 나라가 훨씬 크다. 결승전이 어느 나라에서 열렸다는 데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가 우승, 월드컵을 차지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명칭이 변경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2002 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를 공동위원장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재삼 못마땅하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측을 얕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淸河

김정일정권과 개방개혁

지난해 5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개방개혁을 할 것이라는 현지보도는 관심을 끈다. 바오산(寶山) 철강소,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 쑤저우(蘇州) 정보통신(IT)단지 등을 찾아 표명한 깊은 관심은 변화의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40대 엘리트 경제관료와 당·정·군의 원로들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에 로동신문등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신사고’와도 상통한다. 1995년 이후 누적돼온 절대적 식량부족, 극심한 에너지난은 더 이상의 책임생산제나 독립채산제 독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표방한 북측 정권이 보도된대로 쉽게 개방개혁을 공표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빗장을 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개방개혁이 가져올 체제위협의 상충적 고민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하다. 지배권력의 절대화, 혈통승계의 신성화 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가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한 폐쇄적 통제가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 원로등 수구세력은 물론이고 개혁을 말하는 엘리트 신진세력도 체제를 붕괴해가며 개방개혁을 추진할 것으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모델로 도입하는데도 중국과는 또다른 난관과 고민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신사고의 변화가 많든 적든 불가피한 것은 경제난 해소의 당면과제가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역시 체제유지를 위해서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종전의 틀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신 우리식 사회주의’로 제한적 개방개혁을 추진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구조적 농업침체의 요인이 된 분조관리제의 협동농장 농업관리방식을 본연의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도저도 아닌 꽉막힌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일전불사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더불어 북측의 변화환경을 유연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부시정권의 출범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 할수 있다. 테러국 이미지를 지우는덴 노력하면서도 미사일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중의 잦은 실질접촉에 러시아가 적지 않게 신경쓰는 것 같다.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지나친 대북자극은 평화를 위해 무익하다. 정부의 다각외교가 요구된다. 아울러 북측이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또 이를 지원한다 하여도 아직은 실체적변화가 아닌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항상 이래서 어렵다.

실업자 100만명시대의 과제

우려했던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40만개를 창출해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실업률이 이미 4.1%(인천 4.7%·경기 3.4%)를 기록했고 실업자수는 90만명을 육박,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구조조정 요인으로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밝지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실업자수가 많게는 11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고 LG연구원은 120만명에 연평균 실업률 4.3%,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도 각각 4.4%와 4.3%로 예측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과 공기업 및 공무원 감축조치로 인해 앞으로 20∼3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니 우리 사회가 또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같은 실업문제가 봄철 노사협상과 맞물릴 경우 자칫 심각한 민심 이반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운 실업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실업사태를 미처 예상치 못해 실업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줄여 책정한 것은 근본적인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2조9천억원을 투입 20만7천명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와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 공공근로 예산은 6천500억원으로 작년 1조3천207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물론 정부의 실업대책이 단순한 생계보호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것은 올바른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대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미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 실업정보의 체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했으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번 대책도 쏟아지는 실업자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사회문제를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까지 드러난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부적격자는 없는지 살펴보고 공공근로가 정규취업의 징검다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훈련도 양적 확대보다는 실직자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훈련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반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몸 따로 마음 따로인 간부급 공무원들이 너무 많다. 다름아닌 경기도 제2청에 대한 얘기다. A씨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존재의 이유조차 모르겠다며 직원들은 불만이다. 언제나 그는 직원들에게 간섭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또다른 간부인 B씨 또한 주위의 말을 종합해 보면 걸작이다. 보신주의로 똘똘 뭉쳐져 업무와는 담을 쌓고 어떻게 하면 화살을 피해갈까 하는 생각만을 한다는 것이다. C씨를 포함한 상당수는 주업무가 물밑작업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본청으로 갈까하는 잔꾀만을 연신 내뿜고 있다가 통근버스가 대령하면 훌쩍 차량에 탑승해 하루 일과를 마친다. 이들의 숨은(?) 노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모씨는 이런 말을 한다. ‘간부들이 밖에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길래 시도 때도 없이 자리를 비우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업부서의 경우 각종 지도점검과 단속을 이유로 출장을 나간다고 얘기는 하지만 단속결과를 보면 실망감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2청은 얼굴도 두껍게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며 기세등등하게 지난달 시·군 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도의회 행감때 모의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제2청이 무슨 쓰레기장이냐, 능력없는 사람들의 집합소냐, 지금 간부급들 가운데 본청에 소신있는 의견을 내세울만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 물론 이에대해 반기를 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쯤 신중히, 그리고 심각히 되뇌어봄직한 고언(苦言)이다. 북부지역의 청사진이 펼쳐질 날은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올해는 바뀌겠지’하는 섣부른 기대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르겠다. /배성윤기자<제2사회부/의정부> sybae@kgib.co.kr

막가는 장삿속

요즘,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소위 ‘행운의 부적’과 점 보는 카드의 일종인 ‘타롯카드’를 문구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 걱정거리가 또 한가지 늘었다. 더구나 이러한 상품(?)에는 ‘애인얻는 부적’‘재물 생기는 부적’ 등 어린이들과 전혀 상관없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오늘날 장삿속은 확실히 눈이 멀었다. 원래 부적(符籍)은 민속신앙과 같은 것으로 악귀를 쫓거나 부귀영광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주술적 도구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씨로부터 알 수 없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부적의 기원은 인류가 바위나 동굴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던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각화(岩刻畵)가 그런 주술적인 목적을 지닌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처용(處容)이 그의 아내를 범한 역귀를 노래와 춤으로 감복시킨 뒤 처용의 화상(畵像)을 그려서 벽에 붙인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시켰다는 설화는 당시의 주문(呪文)과 주부(呪符)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동학혁명 때에 궁을부(弓乙符)를 사루어 먹으면 총과 화살을 피할 수 있다고 하여 부적이 쓰였다고 전한다. 현재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는 부적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한자로 엮어진 것 가운데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고, 불사(佛寺)에서 나온 것 중에는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 부적을 황색 바탕에 붉은 색깔로 그린다는 것은 색채 상징에 비추어 그럴듯한 일이다. 황색은 광명이며 악귀들이 가장 싫어하는 빛을 뜻한다. 부적에 日·月·光자가 많은 것도 이에 비추어 이해할만 하다. 주색(朱色)은 중앙아시아 샤머니즘에서 특히 귀신을 내쫓는 힘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적색은 피·불 등과 대응하며 심리적으로 생명과 감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불은 정화하는 힘을 지닌 것이고 보면 주색이 악귀를 내쫓는데 적절한 주력(呪力)의 색깔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방에서 주사(朱砂)를 약재의 하나로 쓰이는 까닭의 일부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겠다. 부적의 효험이 정말 있었다면 동학혁명군들이 죽었겠는가. 가난하고 원통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겠는가. 동심을 현혹, 멍들게 하는 우표 크기만한 부적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니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부모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 /淸河

지원 시급한 폭설피해 농가

최근 내린 폭설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각종 사고 중 농촌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채소공급지인 남양주, 하남, 용인, 평택지역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번 폭설로 도내에는 채소재배시설, 인삼차광시설, 축사, 양어장 하우스 시설 등 모두 1천 27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피해농가에는 국비 241억원, 도·시·군비 13억원 등 모두 254억원밖에 지원하지 못해 나머지 1천 24억원은 농가에서 부담해야할 딱한 형편이다. 피해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처럼 턱없이 부족하자 아예 피해 복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자동시설, 과수농가 방조망 시설 등 고가의 시설·장비 등도 16억5천400만원 상당의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도내 축산·과수 등 100여 농가들은 주택의 경우 무허가 주택을 적법하게 복구할 때에는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축사나 과수농가의 방조망 시설은 보상이 전혀 안되는 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해구호 및 재해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무허가 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가들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고 이번에 또 설해를 당한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경기도 당국은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 군부대·유관기관과 연계,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손돕기의 복구작업 지원도 좋지만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먼저 보상지원비를 현재보다 대폭 상향조정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축산·과수농가의 미허가 대상 시설은 중앙정부에 하루 빨리 보상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입 농산물 범람에다 경기침체, 수요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함은 물론 앞으로 또 있을 강설피해 재발방지책 등 범정부차원의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복구 지원대책을 마련, 시행하기 바란다.

地自體長 벌써 선거운동인가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선심행정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 특차 합격자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내고 연말에 관내 교회에 일일이 케익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축제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들의 선심행사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이 시·군 소식지와 공무원을 동원한 업적 및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단체장들의 생색내기와 업적자랑 홍보책자 발행에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경제상황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혈세낭비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민선시대에 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접촉하고 위로하며 행정홍보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생색내기 행사와 업적과시 책자 발행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6월 선거를 치를 현 단체장들은 사실상 내년초부터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 기승을 부리는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이같은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같은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심리가 선심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 행사에 실·국·과장이 따라 다니느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경기도 선관위가 지난해 기초단체장들의 금품제공과 홍보물 발행 배포 등 23건의 사전선거운동을 적발한 예를 보아도 잘 알수 있다. 지금 국정난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고 지방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 일선 행정을 맡은 단체장들마저 차기선거에 마음이 쏠려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도 1년6개월이나 남은 선거를 위해 단체장들이 선심쓰기와 업적과시로 사회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민선 지자체장답게 자세를 가다듬고 민생챙기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관위와 사정기관들도 불법사례가 더 늘기 전에 감시와 단속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불친절의 극치 ‘고양시’

어떤 자료에 따르면 고객을 잃는 이유는 ‘사망 1%, 이동 3%, 변화 5%, 경쟁 9%, 제품 14%, 태도 68%’라고 한다. 나의 태도 하나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고 고객은 나 한 사람을 보고 기업 또는 그 조직의 전체 이미지를 그려 낸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나 민선이후 지방 정부들이 직원들에게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반동안 기자가 느낀 것은 ‘경찰 공무원은 매우 친절해졌는데 고양시 공무원들은 그 반대’라는 생각이다. 10여일 전, 고양시가 홍보자료 1장을 기자실에 배포했다. 내용은 좋은데 설명이 부족해 말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했다. 담당 공무원에게 이것 저것 물었으나 대답을 제대로 못하더니 새마을지회 소관이니 그곳으로 전화하라며 끊으려 했다. 한가지만 더 묻겠다고 말했더니 그 여직원은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신경질적으로 “되게 성가시게 구네”라고 했다. 16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편리하도록 알고 싶은 점(복지관의 법인 전입금 규모 등)을 백지에 적어 전달했으나 4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어 찾아갔더니 대뜸 “왜 이걸 알려고 하죠?”라고 물었다. 그 공무원과 대화를 하면서 기자가 불쾌했던 것은 자료를 못주겠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의 반발섞인 말과 건방져 보이는 태도 때문이었다.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왜 이제야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하느냐”고 따지자,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먼저 전화했으면 됐잖아요.” 지난해 10월말에는 일산구청 공무원에게 큰소리 쳤다가 트집이 잡혀 경찰에 고발된 환갑이 훨씬 넘은 시골 노인도 있었다. 선진국의 특징은 질서와 친절이라고 한다. /고양=한상봉기자<제2사회부> sbhan@kgib.co.kr

예술감독 1년 임기는 도의 방침?

2월초 수원시향에 부임예정인 신임 상임지휘자는 7천만원이 넘는 연봉과 1년에 15회 정도의 지휘가 계약조건이다. 여기다 대학교수직도 겸임한다. KBS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의 경우는 3년 계약에 정기연주·지방·공중파방송 연주를 통틀어 1년에 20여회 공연을 한다. 연봉은 7,8천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경기도립예술단 예술감독들은 정기·지방순회공연·도행사 등 연중 60회 내지 70회의 공연을 한다. 지난 한해 4개 도립예술단은 당초 계획이었던 174회를 초과한 258회를 기록, 148%의 놀라운 공연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타 자치단체의 3∼4배가 넘는 횟수다. 현 도립무용단과 국악단, 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들은 모두 경기도 출신에다 중앙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실력파들로 그동안 경기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도립예술단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수원시향이나 KBS의 절반밖에 안되는 연봉과 겸직금지, 3∼4배 많은 공연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펼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감독의 계약기간을 갑작스럽게 2년에서 1년으로 줄여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것인가, 배신감마저 느꼈다. 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에 의하면 예술감독의 임기는 분명히 2년으로 되어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조례’운운하는 행정가들이 조례에도 어긋날 뿐더러 합당한 이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1년으로 줄인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도문예회관측은 1년 계약이 ‘도의 방침’이라며 동의를 거부한 감독들을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회관관장 등은 어느 감독의 집까지 찾아가 1년 재계약을 종용해 팝스와 무용단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 무용단 감독은 ‘사정해서 계약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더이상 예술활동을 할 수가 없어 사표를 낼 것’이라고 짐을 싸 떠났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예술단원이며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예술감독의 임기를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도의 방침이라며 1년으로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에 부응해 감독들을 쫓아다니며 도장을 받으려는 문예회관 관장의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진정 문화예술을 아끼는 관장이라면 예술감독의 대변자로서 도지사라도 찾아가 지사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관장이 확실히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이상한 정부

우리나라는 청소년 기준 연령도 제대로 못 정하는 딱한 국가다. 지난 해 2월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보호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연 나이 19세 미만’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 (2001년)에서 출생연도를 뺀 숫자이다. 그러니까 생년월일이 1982년 7월1일인 사람은 2001년에 연 나이로 19세가 됐지만 만 나이로는 7월1일이 지나야만 19세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 개정안대로 법이 바뀌면 1982년생 모두가 태어난 달에 관계없이 ‘19세’를 인정받아 성인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각종 문화관련 법안의 개정을 준비하던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애매한 보도자료를 냈었다. 현행 영화진흥법, 공연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 3개 문화관련법은 청소년보호법과 달리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했다. 규제개혁위는 “문화관련법 연령규정을 청소년 보호법처럼 ‘19세’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이 19세가 ‘만 19세’인지 ‘연 19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혼란은 올해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가중됐다. 규제개혁위가 당초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던 ‘19세’개념을 ‘연 나이 19세’로 바꾸어 제안하긴 했으나 국회 문광위 소위가 지난 5일 “대학 1학년생 중 연 19세가 안되는 사람도 많으므로 잘못하면 이들에게 문화 접촉의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다”며 정부안을 거절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만 18세’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 19세’를 기준으로 청소년음주를 단속하고, 청소년보호위는 ‘연 19세’로 보호법 개정을 마련했으며, 국회는 ‘영화나 음반에 대해선만은 ‘만 18세’가 청소년 기준’ 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성년의 날’은 그해에 만 20세가 되는 사람을 위한 행사이다. 국어사전에는 ‘성년’을 “신체나 지능이 완전히 발달되어 완전한 행위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나이·만 20세이상·성인(成人)”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상 투쟁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여당이 규정하는 청소년 기준 연령 하나 통일안되는 판국이니 국론이 어떻게 일치되겠는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닌 청소년 연령 규정을 놓고 이렇게 각 부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게 한심스럽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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