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부총리의 국회발언

경제난과 관련, 정치권을 비판한 진념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의 국회발언은 주목할만하다. 국회재경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제고위관료의 고충을 묻는 한나라당 손학규의원의 질문에 정치권에 직간접으로 시달리는 애로를 솔직히 말했다. 진부총리는 또 “IMF사태 이후 무너졌던 경제가 지난해 상반기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회복되자 정부부처가 자만하고 긴장감이 풀어졌다”며 자책도 서슴지 않아 정치권에 대한 그의 비판이 설득력있게 다가선다. “특히 선거등 정치일정이 있다보면 경제를 경제논리로 풀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도 하고 “지난해 12월 정부 예산안의 경우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는 바람에 거의 전부처가 한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정치권이 더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경제총수가 국회에서 이를 공식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국회가 공전돼 시급한 경제현안의 처리가 지연되기 다반사였던 것은 등원여부를 정쟁의 도구로 당리당략화한 여야의 책임이다. 이바람에 지난해 정기국회는 의정사상 새해 예산안처리에 최장 늑장기록의 오명을 남겼던 것이다. 특히 각종 선거에 임한 집권당의 무리한 요구는 정부의 경제시책을 왜곡시키곤 하였다. 지난해 4·13 총선때 정부로 하여금 ‘더이상의 공적자금투입은 없다’는 발표를 하도록 해 결국 투입적기를 놓침으로써 더 많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은 그러한 사례다. 이러고도 당정협의회에서 여당측은 정부관계자에게 실패의 책임을 전가시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가 일쑤였다. 여야는 경제문제만은 상호협력을 거듭 다짐한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는 말뿐,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폐습이 상존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치권의 깊은 각성이 촉구된다. 아울러 정부도 정치권, 특히 집권당의 눈치를 더이상 보지말고 소신을 갖고 일해주기 바란다. (경제)각료는 국정집행의 최고실무책임자이지 여당의 하수인이 아니다. 당에 할말은 해야 한다. 진부총리의 국회발언이 경제팀의 국정수행에 새로운 활력소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가톨릭은 서운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 로마 바티칸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공개 추기위원회를 소집, 44명의 새 추기경의 서임식을 진행한다. 1998년 이후 3년만에 열리는 새 추기경 서임식은 그 화려함만큼이나 전세계 가톨릭신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 교회는 지금 겉으로 내색을 못하지만 속으로는 서운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톨릭의 위상을 상징하는 두번째 추기경의 탄생을 바라고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월21일 37명의 새 추기경 명단을 발표한데 이어 28일 다시 5명의 추기경 명단을 추가 발표했다. 또 1998년 1월 임명한 22명의 추기경 가운데 정치·사회적 파장을 염려해 ‘가슴에 품고’발표하지 않았던 2명의 추기경도 함께 발표했다. 이로써 전세계 추기경은 추기위원회의가 열리는 2월 21일 현재 135명이 된다. 제2의 추기경 탄생을 기대했었으면서도 가톨릭의 특성상 교회 차원의 공식 언급은 일절 없다. 추기경을 새로 임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황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추기경(cardinal)은 라틴어 ‘돌쩌귀(카르도·cardo)’에 어원을 두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에 버금가는 권위와 명예를 누리는 최고위 성직자이다. 추기경은 우선 교황선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80세 이하 추기경에 국한된 경우다. 또 추기경단을 구성해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서 가톨릭 교회의 중요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바티칸 교황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교황의 협조자요 보조자로서 사목활동을 수행한다. 한국 가톨릭은 1969년 4월30일 당시 47세이던 서울대교구장 김수환(스테파노) 대주교가 로마에서 추기경 서임을 받아 교회 창설 184년만에 최초로 추기경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국내 가톨릭 신자는 40여만명이었다. 30여년이 지난 한국 가톨릭은 430여만명의 신자를 보유하는 등 질과 양적인 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신자수만으로 따지더라도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 두번째이다. 세계적으로 9억 가톨릭 신자의 5%에 해당한다. 신자 40여만명 시절 김수환 추기경이 서임을 받았는데 신자가 430여만명인 오늘날도 추기경이 여전히 1명이라는 사실이 아닌게 아니라 서운하기는 하다. /淸河

公團이 명퇴자 구제용인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조정 작업이 겉돌고 있다.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개혁에 솔선해야 할 인천시 관내 기초단체(자치구)들이 시설관리공단 등 불필요한 조직을 만들어 명예퇴직대상 공무원을 책임자 자리에 앉히거나 단체장 주변인물을 직원으로 임명하는 등 편법대응으로 지자체의 구조조정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초 이미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명퇴공직자를 이사장에 임명, 운영중인 부평구와 남구·서구청의 경우 이들 산하기관들은 그동안 지적돼온 정부 산하기관들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위인설관(爲人設官)과 낙하산 인사가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멋대로 책정한 급여지출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면서도 하는 일은 시 본청에서 운영중인 사업과 중복되는 사안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남동구와 동구·연수구도 뒤따라 이같은 낭비와 비효율적인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지방행정의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도 기초단체들이 이처럼 명예퇴직자 구제를 위해 새 기구를 만드는 편법은 겉으로는 구조조정 모양새를 갖추면서 실제적으로는 구조개혁에 역행하는 것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은 지역살림을 맡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조직과 인원으로 인해 예산을 낭비할 때는 지자체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세금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등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산하 기관을 설립, 이들을 채용한다면 이는 구조개혁을 기피하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금 정부는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주요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설립 취지가 비슷한 기관과 기능의 통폐합과 폐지를 단행해야 할 중요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IMF 사태로 사회 각 분야에서 거품 제거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고 공조직 역시 예외가 아닌데 유독 지자체만이 빗나간다면 우선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 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올바른 구조조정으로 낭비요소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는 과감히 시정하고, 이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여타 지자체장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체장 조기공천설

본란은 내년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의 조기실시론을 반대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한술 더떠 조기공천설까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직 시장군수가 후보가 되는 기초단체장선거는 조기혼탁의 조짐을 보여 우려되는 판이다. 행자부의 단체장 사전선거운동 금지지시 공문은 선심성 예산집행에 대한 감독을 다짐하고 각종 축하카드보내기, 지역축제음식접대, 치적홍보 등 사전선거운동 유형을 예시까지 해놓고 있다. 정치권이 단체장 조기공천설의 이유로 내건 충분한 조직기반 강화란 당치 않다. 일상적이 아닌 특정인 중심의 특정목적을 지닌 조직강화는 항용의 정당활동이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이는 또 모든 후보자나 예정자들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평등하게 균점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선거법에 위배된다. 현직 단체장의 선심성예산집행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해석하고 이를 금지하는 연유가 바로 이런 불균점의 위법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볼수도 있는 특정행사가 일상적 시·군정을 구실삼아 자행되고 있어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조기공천까지 겹쳐 놓으면 그 혼탁은 불을 보듯이 훤하다. 현직 단체장의 조기공천자와 그렇지 못한 후보예정자들간의 현저한 불평등 경쟁을 결코 공명선거라 할수는 없는 것이다. 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체장 공천에 상당비율의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조기선거에 조기공천까지 있게 되면 현직 공천자와 현직(공천) 탈락자간의 갈등은 지역사회가 감당하기 벅찬 후유증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여러가지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조기공천설이다. 아니 벌써 그같은 말이 나돈 것만으로도 이미 좋지 않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과 원칙은 편의논리가 아니다. 정치권이 진실로 편의논리가 아닌 법과 원칙을 존중한다면 부질없는 조기선거론, 조기공천설은 마땅히 철회, 지방선거의 타락조짐을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 이를 새삼 논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중앙정치의 횡포에 기인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와 병립의 관계이지 예속이 아니다. 참다운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보는 중앙정치의 인식부터 먼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훼손 왜 묵인하나

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린벨트내 각종 불법행위를 단속하고서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은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후속조치는 고사하고 아예 단속조차 안하는 지자체도 있다고 하니 지방행정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내년에 실시될 지방동시선거를 앞둔 지자체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 인심을 잃지 않으려는 데서 나온 게 분명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어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현재 경기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그린벨트 점유율이 가장 높다. 작년말 현재 도내 21개 시·군에 모두 1천293㎢가 지정돼 개발제한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으며 시·군 등 지자체들이 그린벨트 훼손 행위 등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제한 구역내에서 지역주민들이 축사로 개발허가를 받은 뒤 공장용지로 불법 용도변경하는 등 각종 위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그린벨트 훼손 행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이 단속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치단체장들이 차기선거에서 표를 의식, 강력한 행정집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경기도 그린벨트내 위법행위 단속건수는 지난 99년 2천842건에 비해 618건이 줄어 들었다. 작년에는 그린벨트 해제 및 조정과 관련해 99년보다 단속횟수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적발건수가 줄어든 것은 지자체가 위법행위 단속을 소홀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단속 후 조치사항도 작년 2천224건 중 1천380건만 조치하고 나머지 844건은 미조치해 99년 2천224건 중 1천380건만 조치하고 나머지 844건을 미조치했다. 이는 99년 2천842건 중 2천314건 조치에 528건 미조치와는 대조를 보여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문제는 단속건수, 조치건수의 수치의 가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지방선거 조기열풍과 함께 지자체단체장의 자파 위주의 인사, 선심성 예산 편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터에 이처럼 그린벨트 위법행위가 묵인되고 있다면 기타 다른 위법행위도 단속을 하나마나 한 실태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린벨트 훼손행위에 대해 시·군으로부터 매월 단속결과 등을 보고받아 실태를 파악, 상응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경기도가 지시를 하고 있으나 단속 및 집행권한이 있는 해당 지자체가 묵묵부답이라면 무법천지가 따로 없는 것이다. 차기 선거의 재선을 위해 불법·위법행위를 묵인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소탐대실이 주민은 물론 당사자에게도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나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금연정책과 지방재정

정부의 금연정책 전환으로 그동안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운동을 벌여온 지방자치단체들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일선 시·군이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지난 1988년까지 정률세였던 담배판매세가 89년부터 정액세인 담배소비세로 바뀌면서 담배공사가 지역별 판매실적에 따라 갑당 일정 세액을 시·군의 살림재원으로 납부케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담배 한갑에 최고 510원씩 붙어 있는 담배소비세를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원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원활한 재정확보로 살림을 원만하게 꾸려나가야 할 지자체가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구호를 내건 것은 일응 이해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금연분위기 확산으로 시·군 세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담배소비세 징수율이 크게 떨어져 재정이 궁색해진 도내 시·군들이 설상가상 정부의 담배정책 전환으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게 흡연 및 과다한 음주가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담배정책은 그동안 국민의 건강과는 모순된 방향으로 시행돼 왔다. 국가가 담배사업권을 독점하고 있고, 시·군세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소비세가 없다면 지방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자치단체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끊으라고 권장하기는 커녕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운동으로 담배소비 촉진을 부추긴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늦게나마 담배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고교생과 성인남자의 흡연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당국의 자료가 말해주듯이 우리 국민들은 어느 나라보다 담배의 해악에 많이 노출돼 있다. 폐암·심장병·만성 기관지염 등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연간 3만5천명이 사망하고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담배를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물론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정부의 담배정책 전환으로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지방재정 때문에 국민건강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흡연피해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자체들은 내고장 담배를 많이 피우게 해 세수를 올리려고 하기 보다는 음성·탈루 세원의 적극적인 발굴과 차적옮기기, 그리고 공영개발사업 등 경영수익사업 확대에 행정력을 집중, 세입증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타산지석, 경기연극계

지금 경기도 연극계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경기도연극협회(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의 대표자가 당국에서 받은 지원금 일부를 유용했다고 하여 경기문화재단이 ‘예산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쓴 것은, 일견 이해는 가지만 너무 고압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이유로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운용관리 및 규정에 따라 3년간 지원자격을 상실했다고 경기도 연극협회에 통보한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경기도청 청소년과도 그동안 지원해온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지원금을 중단했다고 한다. 경기도연극협회 대표자가 고의든 실수든 협회 공금을 횡령했다는 것을 부인하거나 또 아니었다고 두둔하는 게 아니다. 다만 단체장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 단체와 전체 단원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장래적인 안목으로 볼 때 아쉬운 점이 많다는 판단이다. 단체장, 또는 대표 한 사람이 과오를 범한 것이지 전체 단원이 동조하거나 잘못한 것은 아니다. 대표자의 비리 의혹 때문에 문화재단 등의 지원금이 일절 중단된 경기도연극협회의 경우, 예산 지원이 끊기면 연례적으로 주관했던 전국 연극제 경기도대회, 경기도 아마추어 연극인대회, 경기종합예술제 중 경기연극제, 경기도 어린이연극제,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등 많은 공연이 무산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대표자 개인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체계상의 문제여서 지원금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자의 개인비리로 인해 전체 회원 또는 단원이 모두 피해를 입는다면 곤란하다. 더구나 일개 단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경기도, 나아가서는 한국의 연극발전을 생각할 때 경기도연극협회의 예산지원 중단은 재검토 됐으면 한다. 예술단체는 여타 단체와 다른 점이 많다. 대표의 일시적인 실수로 전체가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얼마 전 열린 예총경기도지회 총회에서도 연극협회 문제가 거론됐다. 대표자 한 사람의 문제로 전체가 희생되어서는 안되며 과거지사 때문에 예산지원을 안해 주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예총경기도지회장도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등과 협의하여 경기도연극협회가 실의에 빠지지 않게 선처(?)토록 노력해보겠다고 공언했다. 예술문화단체들이 정부의 도움없이 큰 소리 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연극계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문화단체들도 ‘예술만 알고 행정은 모른다’는 말을 제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淸河

범법자 만들기

농촌지역 지하수시설에 대한 정부의 갑작스런 단속이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법을 명분으로 그동안 ‘생계용’으로 사용해왔던 농가 지하수시설에 대해 올초부터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규정시설로 변경할 경우 1개 공당 100만원이상 추가비용이 발생돼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일부 농민들이 범법자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중 전국에 산재한는 지하수시설에 대해 이 기간중 허가 및 신고 대상인 불법지하수시설을 자진신고토록하고 현행법에 맞게 개보수해 사용토록 했다. 신고기간 이후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현행 지하수법(제37조)을 적용, 1년이하의 징역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법은 지난 94년 제정이후 지난 97년부터 1일 최대 양수능력이 100t이상이면 허가를, 100t 이하일때는 신고토록 개정했다. 이에따라 지하수 공구주변 일대는 체적 1㎥를 콘크리트 박스포장하고 관정의 투껑을 씌운뒤 수질검사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에 맞게 추가시설을 할 경우 기존 관정보유 농가는 100만여원이 넘는 가외의 목돈이 들게 된다. 상수도보급율이 전체의 38%에 달하고 있는 여주군의 경우 전체 관정보유 농가수가 3만가구로 이들 대부분이 순수농촌지역 지하수시설로 나타나 농업용 또는 공업·가정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농가가 관정시설을 새로 설치시 많게는 총 30여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될 지경에 처한 셈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제정한후 한번도 지도나 단속이 없다가 갑자기 ‘처벌할테니 기존의 지하수시설물들을 개보수하라’는 것은 농촌현실를 외면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싶다. /류진동기자<제2사회부/여주> jdyu@kgib.co.kr

비정규직

한국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이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일제(Full-time)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인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파견 등 간접고용노동자, 고용기간 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본다. 비정규직이 최소한 1천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IMF사태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것도 비정규직 양산의 한 원인이다. 지난 1998년 금융 구조조정 당시 은행들은 정규직 10∼20%를 정리해고한 뒤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했다. 금융계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들이 봉급을 삭감하면서 비슷하게 정규직을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추락시켰다. 비정규직은 주로 여성과 저학력층, 24세 이하 및 55세 이상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서비스직, 기능직 등 저숙련 직종에 집중돼 있다. 임금은 정규직의 72.1% 정도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고위협에 따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문직·사무직도 ‘계약직’으로 내몰렸고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신세에 처해 있다. ‘法 밖의 근로자’인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공포는 월평균 80만원대의 봉급생활도 ‘싫으면 말고’라는 경영자의 위협이다. 흔히 하는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싫어한다고 절을 옮기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하자는 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기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한 경영자가 기업을 망치고 근로자를 굶주리게 한 사실을 과거는 물론 지금도 말해 주고 있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나 벌어 나 먹는다’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무시하고 경시하면 지진보다, 화산폭발보다 더 가공할 재앙을 자초한다.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그리고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들 가슴은 용암과 같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영부실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을 계속 자행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淸河

통행료 싫으면 시내로 가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말고 시내구간을 이용하면 된다.’ 이 말이 고속도로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불평을 하는 운전자에게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한 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도로공사 직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으나, 과연 이렇게 쉽게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는 4월부터 한국도로공사는 신갈-안산간 고속도로의 동수원-북수원간 6.4㎞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에 대하여 9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아래 톨게이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물론 이는 예정사항이고 현재 도로공사가 관계기관과 요금체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요금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으나, 통행료 징수 방침은 분명하며, 더구나 관계자에 의하면 900원 내외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수원-북수원간 거리는 고속도로 통행료 최저 요금 거리인 20㎞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900원이라는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고속도로를 만든 것은 원활한 교통체계를 위하여 만든 것이지 여러 곳에 톨게이트를 만들어 통행료를 징수, 도로공사의 수입이나 올리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불과 6.4㎞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 지금 현재 곳곳에서 짧은 거리에 통행료를 부과하여 운전자들로부터 불만이 대단한데, 이를 해소할 생각은 하지않고 또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이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일산, 구리 등등을 가려면 수차례의 통행료를 지불하여 짜증도 나고 또한 통행료 부담도 적지 않다.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시내구간을 이용하라는 안일한 도로공사 직원들의 태도는 문제이다. 통행료가 비싸 시내로 차가 몰리면 시내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내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고속도로 아닌가. 6.4㎞정도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서비스 구간이다. 서비스 구간에까지 통행료를 받아야 고속도로공사의 수지가 개선된다면 운영상의 문제이고 또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은 최하위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새삼 공기업으로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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