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로 만 9년2개월을 근무했다.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란 무엇인가.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교육(지원)청에 상근하며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전반적인 컨설팅을 하고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직접 맡아 진행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필자가 교육청에 들어온 시점이 2015년 1월인데 그때만 해도 교육청에 근무하는 변호사 수는 손에 꼽았고 몇 안 되는 전국 교육청 변호사들이 모여 협의하는 자리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들어 학교폭력을 포함한 학교 내 갈등이 눈에 띄게 늘었고 해당 갈등을 대화가 아닌 ‘법’의 논리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교육(지원)청 직원으로 채용된 변호사 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전담 변호사의 역할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며칠 전 한 매체를 통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 제도의 현황이 공개됐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변호사가 총 50명이라고 한다. 변호사 1인당 약 10만2천600명의 학생을 맡는 셈이라 여전히 현실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충분한 법률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 제도란 운영하기 나름이고 업무를 하는 담당자의 역량이나 의지에 따라 많은 것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사안 처리가 점점 구체화되고 관련한 업무 처리 지침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 학생생활지도, 교육활동 침해, 아동학대 사건 등과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 간 갈등이 극심한 경우도 잦다. 이에 따라 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이 느끼는 사안에 대한 무게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교육전문가인 학교 내 교사로서 이러한 업무 처리를 법률전문가처럼 해내기란 참 어려운데 보호자들은 학교와 교사가 변호사처럼 그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내길 기대한다. 학교폭력 관련 법률 정보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만 가도 넘친다. 학교폭력을 검색해 나오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도 어렵다. 나만 정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한 다음에 뒤따르는 건 종종 의심이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이나 진실로 믿고 그와 같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 학교와 교사를 불신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다. 단순히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변호사의 조력 여하에 따라 알게 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지는 것을 막고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이러한 일도 해야 한다. 필자는 아동·청소년과 교육의 문제에 관심이 깊다.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교육의 사법화든 외주화든 그리고 사교육시장의 엄청난 팽창이든 학교와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학교 내 갈등까지 외부의 힘을 빌려서는 안 된다. 대화로 관계의 어려움을 풀 수 있도록 공동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되 혹여 대화로 해결되지 않아 갈등이 사건화됐다 하더라도 교육(지원)청 내 전담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균등한 양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해당 학교폭력이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사안 처리나 추후의 민원 및 불복 대응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교육의 사법화와 외주화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하는 전담 변호사 제도는 필수적이다. 이들로 하여금 학생 및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나 자문을 하게 해 외부로 쏠리던 법률 지원 요청을 교육(지원)청 내 자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교육청에서도 우수한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우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버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 냉전 말기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종말과 함께 세계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마자 우방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자유무역의 종식을 알리는 국수주의와 보호주의를 선포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 세계는 수십년간 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제적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그 규모와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로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20%에서 추가 34%가 부과돼 총 54%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고 베트남 46%, 유럽연합(EU) 20%, 일본 24%, 한국25% 등으로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은 즉각 미국산 농산품과 자동차, 항공기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EU도 미국산 상품에 대해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동차 및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며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황과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여서 이번 관세 폭탄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산업경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불안도 우려된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EU,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자립도와 내수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국제사회와 적극 공조해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지켜야 한다. 다자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외교적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은 지금까지 서방세계의 경쟁자이고 잠재국 적대국이었던 중국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론은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던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는 4월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6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풍찬노숙의 고난과 죽음의 위험을 견디며 평생을 독립에 헌신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선열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광복을 맞이한 그날까지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모으고 독립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했던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서의 ‘독립운동사적’ 측면뿐 아니라 나라 잃은 절망과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을 세우고 27년간의 임시정부 활동으로 자칫 끊길 뻔한 유구한 오천년 역사의 ‘정맥’을 잇게 한, 민족의 심장부로서의 ‘국가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1919년 4월10일 저녁, 나라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념과 독립투쟁 방법의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그려낸 ‘후손들에게 물려줄 나라, 대한민국’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가치를 되새겨 보자. 첫째, 완전한 ‘자주독립국가 대한민국’이다. 1919년 4월10일, 각 도 대표와 비례대표로 구성해 개원한 임시의정원은 4월11일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선포문에 “국민의 신임으로 완전히 다시 조직한 임시정부는 항구 완전한 자주독립의 복리로 아 자손 여민(黎民)에게 세전(世傳)키 위하여… 임시헌장을 선포한다”고 명시했고 이어 광복군 창설, 외교적 노력 등을 더해 자주독립 국가를 물려준 것이다. 둘째,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국호를 대한이라는 이름에 국가의 주권자를 나타내는 민(民)국을 붙여 ‘대한민(民)국’으로 정했다. 이전의 왕이 주인인 나라에서 역사상 최초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운 것이다. 셋째, 정부와 의회를 갖춘 ‘민주공화제’ 나라다. 임시헌장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제2조에서 “임시정부는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해 통치함”이라고 규정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 국가임을 선언했다. 넷째, ‘모든 국민이 평등하며, 평등하게 참정권’을 갖는 나라다. 임시헌장 제3, 제5조에 모든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실제 임시의정원의 여성 의원 7명이 배출됐다. 미국의 1920년 여성참정권제, 영국의 1928년 남녀평등선거제 도입보다 앞선 것이다. 독립선열들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나라는 ‘완전한 자주독립국가’이면서 기본권이 보장되고 자유평등, 성별·빈부·지역·계층·이념을 아우르는 ‘화합과 통합’의 나라였으며 그 정신과 가치는 고스란히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신 독립선열들께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그 정신과 뜻을 받들고 모두가 하나 돼 발전된 미래 대한민국을 열어 가도록 하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는 이재명 대표다. 9일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알려졌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독주를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 비명계에서 경선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현 국민참여경선은 국민 50%, 당원 50%다. 이를 100% 완전 국민경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그러면 사실상 추대 경선’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이 대표가 강력한 대선 후보라는 얘기다. 민선 제7대 이재명 경기지사다. 민주당 후보군은 많다. 박용진 전 의원이 의사를 밝혔다. “평당원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경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7일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출마도 점쳐 진다. 이번 주 중으로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진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김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있다. 경선 출마 의지가 가장 크다. 탄핵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지를 노출한 바 있다. ‘닥치고 경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런 의지를 믿고 그의 주변에 형성된 세가 만만치 않다. 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 고영인 경기도경제부지사 등이 도정을 통해 공식 합류한 부류다. 여기에 박광온 전 의원 등 비명계 유력 인사들 일부가 외곽에 포진해 있다. 민선 제8대 김동연 경기지사다. 국민의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대중적 인기와 정통 보수라는 장점이 크다. 범보수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있다. 젊은 표 흡입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모두 ‘명태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추락시킨 ‘추문’이다. 해명을 해야 할 부담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거취는 당의 가장 큰 변수다. 외부 인사 영입설도 비중 있게 나온다. 중심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있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 1위 자리를 지켰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신 있는 언행에 힘입었다. 여기에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주는 차별화도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은 결국 본인과 부인 김건희씨의 비위 잡음이었다. 유력 야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게도 사법리스크가 있다. 지사 8년 구호 ‘부패즉사(腐敗卽死)’가 자산일 수 있다. 민선 제4·5대 김문수 경기지사다. 대선은 하루 앞도 알 수 없다. 심한 격랑이 몰아칠 두 달이다. 예상해 본들 다 부질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찾을 의미가 두 개 있다. ‘보수 진보가 공존할 수 있는 경기도’가 하나고, ‘여야 대선 후보가 동시에 거론되는 경기도’가 다른 하나다. 이념으로 쪼개진 대한민국 지방이다. 그런 곳에선 허락되지 않을 상상이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국회는 여야정당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돼 더불어민주당은 명실공히 제1당, 국민의힘은 제2당이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사실상 국회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그동안 국회는 여소야대로 극단적인 정치판이 됐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대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가 독점 운영됨으로써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야당에 의해 탄핵과 입법 폭주가 남발되고, 야당이 통과시킨 상당수 법안은 여당과 정부에 의해 번번이 거부권이 행사되는 등 여야 간 사사건건 갈등 속에 파행 운영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정당은 국회보다는 광장정치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지지자들과 더불어 한남동 대통령관저 등에서 개최된 시위에 앞장서서 참가해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했는가 하면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탄핵반대 지지자들의 열기가 고조되자 이에 맞서기 위해 당 차원의 당원 동원령을 내렸는가 하면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도보행진까지 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러한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하에서도 이번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후 탄핵찬반 시위자들 사이에 우려했던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갑호비상령까지 내렸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 민주정치가 상당 수준 성숙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헌재의 선고문에서도 재판관들은 정치권에 대해 협치정치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즉, 선고문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꾸짖은 것을 정치권, 특히 국회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광장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에 의한 협치정치를 해야 한다. 국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합하는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산기슭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달렸다. 도토리라고도 불렀다. 깍정이 겉면 비늘 조각은 뒤로 젖혀졌다. 떨어진 걸 주워 가루를 내 떡이나 묵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상수리나무 이력서다. 더 들여다보자. 키는 15~20m다. 웃자라면 그랬다. 가을에는 단풍도 들었다. 꽃은 매년 이맘때 피었다. 수꽃은 10㎝ 이삭이 작은 꽃들을 붙이고 밑으로 늘어졌다. 암꽃은 매우 작고 빨갛게 보이는 작은 꽃을 붙인 꽃차례가 곧게 선다. 성장은 빨랐다. 심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 다시 여러 해가 지난 뒤에는 생육 상태를 회복했다. 재질은 다른 참나무속 나무처럼 딱딱하고 건축재나 기구재, 차량, 선박에 사용되고 땔나무로도 쓰였다. 갑자기 금이 가고 쪼개지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울타리 만드는 목재로 전락했다. 낙엽도 쓰임새가 있었다. 작물의 비료에 쓰였다. 껍질은 염료로도 이용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탄소) 흡수량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근 상수리나무 465그루를 심어야 국민 1명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나무 중 탄소흡수량이 많은 10종을 선정해 2023년부터 연평균 탄소흡수량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연간 탄소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탄소를 연평균 30.12㎏ 흡수했다. 이는 공단이 탄소흡수량을 조사한 나무 84종의 평균(7.37㎏)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상수리나무 다음으로는 물박달나무(21.51㎏), 소나무(20.07㎏), 졸참나무(20.04㎏), 들메나무(19.01㎏) 등이 연평균 탄소흡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덕꾸러기라도 꾸준히 심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찰스 다윈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이다.”
매실나무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 ‘결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꽃을 관상할 목적으로 정원에 심기 시작했다. 꽃을 이용해 술을 담그기도 하며 차로 마시기도 한다. 매실나무의 열매는 여름철에 노란색으로 익는데 한약재로도 쓰이지만 술 만드는 데도 많이 쓰인다. 장미과의 낙엽성 작은 키 나무다. 중국 원산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꽃은 4월경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흰색에 가까운 녹색으로 향기가 강하다. 개나리처럼 줄기에 꽃눈이 가을에 만들어져 겨울을 지나면서 잠을 잔 뒤 봄에 온도가 올라가면서 꽃이 핀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언니가 매생이를 보냈다 매생이 뭉치는 삶 만큼이나 거친 파도를 겪어낸 것이다 술에 취해 속이 쓰리다는 남편을 위해 매생이 국을 끓인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끓어 오르는 물에 매생이를 넣으면 둥글게 말고있는 다리를 쭉 펴고 한 올씩 풀려 나온다 어느새 솥안은 바다가 되고 갯내음 갈매기 울음소리 들린다 작은 욕심도 부릴줄 모르는 언니의 한 맺힌 남도의 창이 흘러 나온다 언니는 초록의 매생이다 마음이 들꽃보다 향기로운 것은 거친 비바람을 겪었기 때문이다 매생이 국을 먹을 때마다 언니의 푸른 갯벌이 걸어온다 장경옥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2021년 ‘시인마을 문학상’ 수상 시집 ‘파꽃’ ‘구름 같은 세월’
111일간 이어진 탄핵 레이스는 8 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책에 민감한 부동산시장 입장에서 정권이 바뀌는 대선이라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한 조기 대선 이후 집값이 급등했던 학습효과가 있어 이번에도 조기 대선 결과가 나오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다르다. 상승기 구간에서 발생했던 그때의 탄핵과 달리 조정기 구간에서 발생한 이번 조기 대선은 불확실성이 제거되더라도 큰 폭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규제와 저성장과 불경기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 때문이지 부동산시장 흐름이 상승기여서 오른 것이 아니다.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서울 강남 집값이 이상 급등을 하면서 계엄과 탄핵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녹은 상태이고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이미 숨 고르기 보합세로 접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까지는 정중동 보합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기 대선 이후에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요동칠 수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 둬야 하니까. 국민의힘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여당과 야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입법 지원을 받기 어려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를 통해 시장을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먼저 정리를 해보면 취득세 중과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될 것 같다,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 폐기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브레이크가 걸리며 전국 개발사업을 대규모 조정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하고 전세 갱신 10년을 추진하며 국토보유세도 추가될 것이다. 예전 공약이나 추진하려던 정책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행정권과 입법권의 절대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책임이 따른다. 누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기에 야당 시절 쉽게 반대하고 쉽게 내지르던 말의 무게를 강하게 느낄 것이기에 시장이 우려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취득세 중과는 이미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서울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하고 있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민주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기에 중단할 수는 없다. 전세 갱신 10년은 이미 이재명 대표 입으로 안 한다고 한 정책인데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추진할 만큼의 명분은 없다. 반시장적인 정책을 밀어붙일수록 절대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 절대 일방적인 도주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념보다는 눈치가 빠르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이 대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시 추진할 것이고 강남 집값이 다시 폭등하면서 과열되면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하겠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면 굳이 선제 규제를 해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남발의 부작용을 몸소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며 공급 확대 정책은 더하면 더했지 중단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극화 문제는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결하기는 어렵다. 부자 감세 논란을 무릅쓰고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할 수 있겠는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출산율을 올리면서 지방의 인구와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하겠는가. 결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책은 시장이 만드는 것이기에 시장이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으면 급격한 부동산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