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짚고 갈 과천시의 생생한 역사가 있다. 현직 시장이 두 번이나 주민소환됐다. 2011년에는 여인국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보금자리 지구 지정 때문이었다. 2021년에는 김종천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공공 주택 4천호 발표 때문이었다. 두 번 다 ‘막지 못했다’가 사유였다. 결정은 국토부가 하고 단두대에는 과천시장이 끌려 간 셈이다. 어찌보면 정부 청사 이전부터 시작된 과천시의 희생의 역사다. 이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 기대를 모은다. 수도권 광역 철도 위례과천선이다. 2014년 과천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배경에 개발되는 신도시가 있다. 정부가 강제한 과천3지구 등이다. 과천시민의 반대가 지정 과정에서 억눌렸다. 이런 역사에 대한 보상이다. 최소한의 교통 인프라 확충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당위성도 있다. 과천시민이 사업비 분담 4천억원을 안았다. 차량기지까지 포용한 상태다.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노선안이 등장했다. 과천 진입부에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꺾였다. 과천 주암역 대신 서초구 우면역이 만들어지는 그림이다. 노선 평면도가 여간 황당하지 않다. 서초구 주장은 수요와 경제성이었다. 우면1·2지구, 서초보금자리 등 1만1천 가구를 강조했다. 여기서 예상되는 수요로 철도 사업의 전체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서초구의 뜻을 반영한 그림이다. 말 안 되는 논리다. 국토부가 과천시에 신도시를 지정했다. 인구를 이동시켜 서울 집값을 낮춘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노선은 현재 인구만을 기준 삼고 있다. 국토부 역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 단계에서 국토부가 나서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럴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월 신동욱 의원(서초구을)을 만났다. 거기서 “교통 수요, 경제성 중심의 대안”을 말했다. 주시할 일이다. 과천지역 정치권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소영 의원(과천·의왕)이 지난 2월 박 장관을 만났다. 신계용 시장도 박 장관을 만났다. 과천시의회는 ‘과천위례선 4개역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서울과 서초구 정치권도 맞불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 서초구 경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요하지만 정치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노선을 이끌어낼 논리 싸움이 관건이다. 과천은 국토부 정책의 오랜 피해자다. 과천시민의 재산권이 반복해서 제한당했다. 과천시만의 도시계획은 틀어지고 무너졌다. 이제 그 무한 희생에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위례과천선은 그 보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과천시민이 원하는 노선대로 이뤄져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와 함께 사회문제화했다.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 접촉을 거부하는, ‘히키코모리’라 했다. 그들도 나이가 들어 이제 중장년 히키코모리를 걱정한다. 최근 추계치가 146만명이다. 여성 히키코모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부터다. 취업이나 진로 문제 등으로부터 시작했다. 최근 19~39세 대상 조사에서 61만명 정도로 나왔다. 청소년 고립·은둔도 1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었다.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최근 은둔 생활 시민 6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 자살 시도까지 간 사람도 25%에 달했다. 또 37% 정도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은둔 생활 중 외부 도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10% 정도만이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조기 발견이나 전문기관 지원 등이 매우 부족한 실정임을 보여준다. 인천시가 최근 GS리테일과 ‘청년마음으로 편의점’ 협약을 했다. 편의점 12곳과 함께 고립·은둔 청년들의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사업이다. 청년층 이용이 많은 편의점을 통해 마음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고립·은둔 청년을 조기에 발견,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한 사무관이 착안,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사업이다.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그나마 밖으로 나오는 곳이 편의점이라고 한다. 인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편의점 점주 등에게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는 교육을 한다. 이들 편의점에는 마음건강 자가검진 QR코드가 있어 자가 검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전문 상담으로 연결해 준다. 또 청년마음건강 서포터스 ‘청년새봄’도 모집, 운영한다. 고립·은둔 청년과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또래 대학생 서포터스다. 스스로 문을 닫아 건 청년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편의점이다. 그들의 능력과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가 늘어나고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손실도 불어난다. 은둔 생활자 10명 중 7명이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청년마음으로 편의점’을 거점 삼아 그들을 다시 불러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우리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다.
“자고 나면 주변을 기어다니는 생물들이 한 마리씩 늘고 있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불안이 엄습하고 있었다.” 생물학자인 프랑스 출신 장 앙리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이란 벌레의 이름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큰활무늬수염나방이나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도 마찬가지다. 이름도 별나지만 낯설기조차 하다.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녀석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학계 연구보고 결과다. 원인은 기후변화 영향이다. 신종·미기록종 아열대성 곤충이 발견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연유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2024년 발견된 아열대성 곤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에 따라 한반도 곤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종·미기록종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을 분석해 왔다. 그 결과 아열대성 지역 곤충 비율은 2020년 4%, 2021년 4.4%, 2022년 5%, 2023년 6.5%, 2024년 10.2%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미기록종 후보 38종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됐다. 이 중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 큰활무늬수염나방,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 21종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무릇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이동성이 강하다. 그래서 환경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반도로 북상한 종들이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지역인 제주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건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자생 중인 아열대성 곤충들을 계속 관찰해 관련 정책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았던 생물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딛고 사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유산이다.
지난 2일 미국이 모든 교역국에 10∼50%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이틀 동안 다우존스지수 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0.5%, 나스닥지수는 11.4%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급속하게 확산됐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으로 인해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약 6조6천억달러가 감소했다. 이 금액은 관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확보할 수 있는 6조달러의 세수보다 더 컸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율을 낮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복 대신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 따르면 이미 70개국 이상이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 46%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 또럼 공산당 서기장은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를 0%까지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5년 연속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세율 인하를 요청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8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상호관세를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상 시도는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질서를 교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상품 무역수지(국가별)를 상품 수입액(국가별)으로 나눈 상호관세율에는 비관세장벽, 보조금,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취한 대미 보복 조치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2018년 제1차 무역전쟁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을 추구했다. 이번에 중국은 보복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104%까지 상승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및 테슬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테무와 쉬인 등에서 저렴한 제품을 수입하는 소비자도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관세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적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는 손을 떼고 떠나라’는 시위가 1천200건 넘게 발생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호관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이 상원에서 발의한 캐나다 관세 철폐안에 4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상호관세정책을 설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월스트리트의 후원자들도 상호관세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상호관세가 2만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후버 대통령은 1930년 6월 관세법에 서명했다. 1929년 8월에서 1932년 7월 사이 다우지수는 380 선에서 40 선으로 거의 90% 하락했다.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후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플라워 산업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꽃을 소비하면서도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곤 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나 먼 나라에서 수입한 꽃들이 환경에 미치는 탄소발자국은 결코 적지 않다. 플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환경 보호와 결부해 생각한다. 플라워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포장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요즘은 꽃 포장 때 종이 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비닐류 사용이 많다. 플라스틱 포장재 역시 사용이 빈번한데 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꽃을 가꾸거나 판매하는 이들, 혹은 소비자들은 자연과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다. 이를 가꾸거나 포장하는 방법 역시 자연과 식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안을 활용한다면 더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재배된 친환경 꽃을 선택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남은 꽃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창의적인 방법이다. 시들어가는 꽃잎을 모아 천연 염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플라워로 변환해 장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공정 무역 꽃을 선택하는 것은 생산자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혼식 장식 후 남은 꽃을 활용해 기념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버려질 뻔한 꽃을 재활용해 고객은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고 플로리스트 역시 꽃의 아름다움에 사회적 가치와 의미까지 더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지속가능한 플라워 산업은 소비자와 플로리스트가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예술의 경지로도 발전할 수 있다. 시든 꽃잎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꽃을 말려 북마크 같은 실용적인 소품으로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은 환경 보호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꽃을 활용한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지속가능한 우리 삶의 미래를 함께 꿈꿔 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 도시 경쟁력 순위 1, 2위를 다투는 뉴욕은 관광 수입만 해도 엄청나다. 뉴욕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6천430만명이고 경제효과는 무려 114조원(790억달러)에 달한다. 뉴욕이 처음부터 세계적인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경기는 내리막길이었고 재정은 파산 직전이었다. 실업자가 3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도시는 빈곤과 범죄로 얼룩졌다. 파업은 계속됐고 그 사이 중산층이 줄줄이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뉴욕의 도시 리브랜딩이 시작된다. 1975년 밀턴 글레이저가 식당 냅킨에 초안을 디자인한, ‘I♥NY’ 슬로건이 만들어지면서 뉴욕시민들은 점차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소속감을 느꼈다. 외부 투자와 관광객이 늘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좋은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한다. ‘아이 러브 뉴욕’처럼 함께 만들고 싶은 도시의 모습, 도시 명칭만 들어도 그 도시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성공한 도시 브랜드다. 인천 서구에도 이런 잠재력을 지닌 브랜드가 있다. 2011년부터 주민과 행정이 소통해 뭉근하게 만들어 오던 ‘정서진’이 그렇다. 시작은 주민의 요구였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을 꾀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의 서구 브랜드를 갈망한 주민의 요청에 행정은 그 답을 찾아갔다. 해돋이 하면 정동진이 연상되는 것처럼 해넘이와 낙조 하면 자연스레 서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정서진을 통해 도시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1년 처음으로 ‘정서진 해넘이 축제’를 열고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정서진 일대에 아라뱃길과 서해를 조망하는 ‘정서진 광장’, ‘석양 전망대’, ‘정서진 노을종’을 조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2014년에는 서구의 대표 재래시장인 가정 중앙시장을 ‘정서진 중앙시장’으로 리브랜딩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부흥에 성공했다. 지역주민들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서구와 영종을 잇는 제3연륙교의 명칭을 정서진대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인천 서구 명칭 공모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서진’은 인천서구를 대표할 자격이 충분하다. 오랫동안 인천의 변방이었던 곳, 불편한 교통에 기피 시설만 가득했던 곳,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이 만연했던 곳이다. 그러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열렸고 북항과 아라뱃길을 통해 바닷길이 열렸다. 인천 2호선, 7호선이 연결되면서 육로의 관문이 열렸다. 청라국제도시, 루원신도시, 검단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인구 64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하는 레저도시로, 지속가능한 생태 미래도시로 가꿔 왔다. 이처럼 정서진은 서로 다른 문물과 문화를 잇는 ‘관문’으로 서구의 지리적 철학과 ‘노을’이 지니는 쉼과 여가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 왔다. 결국 해법은 주민과의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인천 서구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행정과 주민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걱정스럽다. 도시의 명칭은 행정의 독선적 결정이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 오던 대표 명칭이자 브랜드를 애써 지우려 하는 행위는 주민에 대한 무시이자 도시 브랜드에 대한 몰이해로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기간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주민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주민의 참여와 노력으로 가꿔 온 ‘정서진’은 이제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서구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주소에 얽매이는 좁은 시각을 넘어 서구 전체에 대한 미래 발전의 차원에서 ‘정서진’을 값어치 있게 더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이 필요할 때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난히 길고 눈도 많이 내린 겨울이 이제야 지나가나 했던 3월, 대한민국을 화마가 집어삼켰다. 화마가 토해내는 불길이 전국으로 퍼져 우리의 일상과 생계를 무너뜨려 버렸다. 특히 이번 화재의 원인이 사람의 안일한 생각과 부주의한 행동이라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아프고 안타깝게 만든다. 사람에서 시작한 불길이 자연으로 넘어가 다시 사람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대재앙이 돼 돌아온 것이다. 예부터 사람이 살아가며 반드시 주의하고 피해야 하는 세 가지 재앙을 ‘삼재(三災)’라 불렀다. 민간에서는 인생의 9년 주기마다 이 삼재가 찾아온다고 해 지금도 매년 초가 되면 자신의 나이에 삼재가 들었는지를 확인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풍습에서 가장 조심하던 것 중의 하나다. 삼재는 물에 의한 수재(水災), 바람에 의한 풍재(風災), 불에 의한 화재(火災)로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겪지 않도록 매사에 주의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유례없는 괴물 산불은 단순한 화재의 불을 넘어 삼재 그 자체가 돼 버렸다. 비가 오지 않는 수재로 곳곳에 불길이 번졌고 태풍과 같은 바람이 부는 풍재로 불길이 가라앉지 않았으며 불길이 화마가 돼 모든 것을 집어삼킨 화재를 겪었다. 불교에서는 삼재와 더불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하는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인재(人災)를 더욱 주의시키는데 이번 화마의 삼재는 그 원인이 사람에게 있어 삼재의 모든 것과 인재까지 더해져 차마 우리의 힘으로 버틸 수 없는 대재앙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 하루를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의 손에서 시작한 화마와 삼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보조 지눌 스님의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딛고 일어나라’는 가르침과 같이 그 터전에서 넘어진 우리와 이웃과 인연들의 손을 잡아 그곳에서 일으켜줘야 한다. 비록 사람에 의해 일어난 화마와 삼재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탓하고 원망만 하기에는 너무 힘든 순간이다. 오히려 우리 곳곳을 살펴보고 그분들의 손을 잡아주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불교에서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것은 깨달음이지만 삶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화합’이다. 화합은 단순히 함께하는 의미를 넘어 화목하게 함께하는 것이다. 다행히 피해가 없던 우리의 안심에 감사하고, 이제 그것을 도움을 드려야 하는 분들과 오늘의 인연에 전해줘야 한다. 화목하다는 것은 서로에게 정다운 것을 말한다. 나만이 아닌 우리로 있을 때 화목과 화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진 이 봄, 다시 우리의 손으로 봄을 불러와야 한다. 우리의 봄이 모두에게 따스함을 줄 수 있도록 오늘 하루 가족과 이웃과 인연에 우리의 손길을 전해주자.
도민의 배신감이 적지 않을 일이다. 임명된 지 얼마 됐다고 수당 편취인가.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확인되면 가장 강한 징계로 다뤄야 한다. 당사자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도의회 정책지원관의 업무는 입법 보좌다. 일반 임기제 6급, 최대 연봉 6천여만원이다. 2023년 채용 때 경쟁률이 4.4 대 1이었다. 시의원 출신, 공공기관 1급 경력자, 60대 이상 합격자도 많았다. 옥상옥의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출범의 대의가 더 컸다. ‘지방자치 완성’이라고 여겼다. 거기서 수당 부당 수령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서 시작됐다. 정책지원관이 24명이다. 이들이 낸 초과 근무 시간이 5천17시간이었다. 상위 10명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업무 편중이 심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이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자료 곳곳에서 부당 수당 신청 의혹이 불거졌다. 출장 복명서 등에서도 불법이 줄줄이 확인됐다. 그때만 해도 강원도의 일이었다. 이런 비위가 최근 경기도의회에서도 불거졌다. 일부 정책 지원관들이 새벽 시간대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 그런데 별다른 업무가 없어 보인다. 유연 근무를 새벽 이른 시간대에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른 퇴근을 위한 편법이라는 정황이 엿보인다. 장시간 근무지를 이탈한 사례까지 지목됐다. 모든 의혹은 결국 부당 수당 문제로 옮아갔다. 일을 하지 않고 받은 수당 또는 적정 업무와 무관하게 받은 수당이다. 도의회 사무처가 일부 확인했다. 아직 비위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도의회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최종 몇 명이 연루됐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무처는 철저한 조사와 엄한 조처를 말한다. 당사자에 대한 소명 절차를 거친 후 징계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속 부서와 소관 업무 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를 접하는 도민의 분노다. 정책지원관에게 드는 인건비 등이 연간 50억원을 넘는다. 그만큼의 전문식견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살핀 대의 때문이었다. ‘지방자치 완성’이라는 명분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터진 게 수당 편취다. 도민이 용서하겠는가. 시민단체가 침묵하겠는가. 과거 한 지자체에서 ‘333억원 수당 편취 사건’이 있었다. 시민단체의 감사청구·형사고발이 2년간 이어졌다. 철저한 조사와 결과 공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위 정책지원관 해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최근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 갑질’ 신고가 있었다. 현장체험학습 계획이 발단이었다. 1학년 담임교사들이 걸어서 가는 근거리 생태체험계획을 짰다. 5개 학급 110명 학생이 전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를 걱정해서다. 그러나 교장은 버스를 타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원거리 체험학습을 요구했다. 담임교사들을 교장실로 부르거나 여러 차례 메신저를 보내 계획 수정을 요구했다. 이런 갈등이 갑질 신고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교육 현장의 체험학습 갈등이 보통 아닌 듯하다.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난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의 파장이다.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선 교사들은 이제 가급적 체험학습을 피하려 한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이 ‘2025학년도 현장체험학습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별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라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안전사고 시 교사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라 했다. 안전계획 수립,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 등 단계별로 나눴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안전관리 체크리스트도 배부했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적 보호조치도 담았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학교안전공제회, 교원보호공제회와 함께 보다 강화된 법률 자문을 지원한다는 정도다. 인천시교육감이 교육부에 관련 제도적 절차 마련을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당 교육감이 체험학습 안전사고의 맥락을 감안해 사법당국에 선처를 요청할 수 있는 채널에 관한 것이다. 체험학습에 동행하는 보조인력의 안전 전문성도 강화한다. 현직 소방대원이나 경찰·소방 경력자 등을 포함하는 ‘안전요원 인력풀’을 운용한다는 내용이다. 인력풀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또 올 상반기 중 ‘학교현장교육 학생안전관리 조례’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장체험학습 안전 지원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 정도로는 일선 교사들을 설득시킬 것 같지 않다. 법률 자문이라면 현재도 그 비슷한 지원이 있다고 한다. 안전요원 인력풀을 강화한다 해도 인솔 교사에 대한 무한 책임은 그대로다. 중과실의 경우만 아니라 부주의나 실수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니 기피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가족여행이 일상화한 요즘이다. 지켜주지 못한다면 강요만 할 현장체험학습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