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드디어 파면됐다.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 승리다.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볼 법한 불법 계엄을 접한 국민은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알렸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는 편견을 깨고 MZ세대는 적극 탄핵 집회에 합류했고 새로운 집회문화를 이끌었다. 종이컵에 끼운 촛불 대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휴대전화 플래시가 등장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민중가요와 함께 케이팝이 함께 어우러졌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획일적인 피켓 대신 개성 있는 문구가 적힌 각양각색의 야광봉과 깃발을 들고 각자의 방식으로 탄핵 집회에 참가했고 ‘선결제’, ‘SNS’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와 화합의 정신을 실천했다. 중앙무대의 일사불란한 통제하에 진행된 기존의 집회와 달리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드러난 MZ세대의 참여는 윤석열 탄핵 집회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결국 윤석열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윤석열과 검찰 정권이 층층이 쌓아 놓은 낡은 적폐와 내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王’자를 써 놓고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이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권력은 오랫동안 한곳에 고이면 남용되고 부패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예산과 권한을 지방정부로 과감하게 이양해 대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또 지방의회법을 제정해 과도하게 쏠린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지방의회와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 장강(長江)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야 흐른다. MZ세대가 탄핵 집회 현장에서 보여준 새로운 시대정신은 다양성, 즉 분권과 자율성이다. 낡은 시대의 상징인 중앙집권화된 권력구조를 과감하게 깨고 지방분권과 자율의 시대를 향해 전진할 때다.
꽃을 볼 때 영혼이 차오르는 느낌 꽃과 꽃사이로 시간이 흘러가고 소의 뿔처럼 초승달이 차오르고 작은 추억이 지그재그 팽창할 때 초식동물 닮은 턱이 넓적한 남자가 육식동물 닮은 날씬한 여자를 본다. 넷째 손가락의 낀 꽃반지는 사랑의 붉은 피가 약지를 통해 심장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네만 무의식의 뿌리는 유혹이라 두렵다. 네가 나를 믿고 의지하는 존재라면 이야기는 더욱 슬퍼져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질곡을 비판한 빚을 탕감하기 위하여 이성을 원해 고양이를 키우고 감성을 원해 키 작은 개를 키운다. 김어진 시인 2017년 계간 ‘리토피아’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항아리 속의 불씨’, ‘붉은 수염의 침대에서 자다’, ‘그러니까 너야’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의 5분 발언이 있었다. 내년 출범하는 용인FC(시민프로축구단)에 대한 걱정이다. 연 100억원의 운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60%인 60억원을 시가 출연한다. 가입 첫 해인 내년에는 가입비 등 10억원이 더 든다. 매년 300억원을 경전철에 쓰고 있는 용인시다. 발행된 지방채도 이미 399억원에 달한다. 유 의장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 의장의 또 다른 지적도 있다. 용인FC 창단이 내년 2월로 잡혀 있다. 내년 6월은 시장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사전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투입 걱정은 충분히 새겨들어야 할 소리다. 기존의 프로축구 구단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상당 기간 투자에 따른 재정 악화를 각오해야 한다. 창단 시점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건 무리다. 아마 시즌 개막과 맞춘 일정일 것이다. 지방자치에서 프로 스포츠가 갖는 의미는 많다. 종목 자체에 대한 팬들의 바람이 있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도 있고, 시민을 묶어 내는 정체성 확립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많은 시·군이 투자하고 있다. 성남시는 프로야구 11구단을 추진한다. 화성시는 차두리 축구 감독을 영입했다. 안양시는 안양FC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수원특례시는 축구, 야구, 배구, 농구 4대 프로 스포츠가 역동적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직접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많게는 1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인 곳도 있다. 그런데도 투자하고 유지한다. 앞서 살핀 합목적성 때문이다. 용인특례시는 명실상부 1급 지자체다. 재정자립도에서 화성·성남시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적 첨단 산업단지가 두 개나 조성 중이다. 원삼 중심의 SK반도체 산단, 남사 중심의 삼성반도체 산단이다. 프로 스포츠를 시작해 볼 여건과 능력이 충분하다. 선택된 종목이 축구라는 점도 설득력 있다. 축구 관련 기존 인프라가 넉넉하다. 2001년부터 용인시축구센터를 운영했다. 국가대표 12명을 비롯해 164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현재 용인 소속 유소년 축구 선수만 700명에 달한다. 3만7천석 규모의 미르스타디움도 자산이다. 현재 삼성블루윙즈의 임시 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최근 국가대표 경기도 완벽히 치러냈다. 축구가 가장 가까운 종목이었다. 많은 시민의 지지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도 용인FC 창단을 지지한다. 다만, 짚고 가야 할 한 가지는 있다.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 것이다. 관중석은 텅 빌 것이다. 예산 비난이 등장할 것이다. 앞서 갔던 지자체들이 대개 그랬다. ‘유 의장’의 지적은 그때를 걱정하는 소리다. 이런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충분히 듣고 함께 품고 가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마음을 잡아 둘 수 있을까. 새내기 공무원들의 퇴직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신규 공무원 퇴직률은 23.7%다. 20, 30대 공무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7년 1천600여명에서 2021년 3천100명으로 늘었다. 2024년 9급 공채 경쟁률은 21.8 대 1이었다. 32년 만에 최저 경쟁으로 기록됐다. 2016년 이후 8년간 계속해서 하락했다. 올해 소폭 올랐다지만 추세로 보기엔 이르다. 공직사회는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골격이다. 젊은 공직자들은 그 골격의 미래다. 이들의 이탈을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청년 공무원 이직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여럿 있다. 조직문화의 경직성을 들기도 한다. 수직적 보고체계, 연공서열 중심 인사 등의 현실이다. 감정 노동 스트레스도 지적된다. 악성 민원 등에 노출된 업무 성격이다. 그중에도 가장 많이, 그리고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임금 등의 복지 체계다. 출발 임금 자체가 적다.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도 더디다. 민간 기업, 특히 IT, 금융 등 전문직군과의 차이가 크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원인이다. 정부 대책도 이 방향에 맞춰지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관련 대책을 내놨는데 그 핵심이 임금 인상이다. 9급 초임 공무원의 월급은 현재 269만원이다. 2027년까지 3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1년 미만 공무원에 대한 정근 수당도 신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워라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넓은 의미의 복지다. 앞서 임금 조정은 정부 인사처의 업무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워라밸 개선은 지방정부가 다룰 영역이다. 조례로 언제든 개선할 수 있다. 이 시도를 모처럼 도내 지자체가 시작했다. 부천시가 만든 ‘새내기 도약 휴가’다. 1년 이상 5년 미만 공무원이 대상이다. 기존 휴가에 3일을 추가해 지급한다. 조례로 제도화했다. 조용익 시장이 “일하고 싶은 공직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동의한다. 작지만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본다. 신생아 저하는 국가를 위기로 몬다. 출산율 높이는 데 천문학적 예산을 쏟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의 이탈은 공직의 미래를 망친다. 이를 막을 실천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부천시의 이번 실험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워라밸이 더 좋다’는 좋은 경쟁으로 확산되면 참 좋을 것이다.
“석탄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지구촌 강대국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씻어도 검은 물만 나올 텐데 말이다. 이 연료는 고생대 석탄기 무렵 식물에서 유래한 유기퇴적물이 오랜 세월 지압 및 지열 등을 받아 분해돼 만들어진다. 검은색 또는 검은 갈색을 띠며 탄소, 산소, 질소, 수소가 주성분이다. 약간의 황과 많은 양의 회분 및 수분이 들어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석탄은 3억4천만년에서 3억년 사이 석탄기 6천만년 동안 생성됐다. 석탄기에는 목질부를 구성하는 리그닌을 생성할 수 있는 식물과 나무가 나타났다. 나무는 단단하고 높이 자랄 수 있고 벌레 먹기 어려운 목질성 줄기로 크게 번성했다. 당시의 벌레나 세균, 곰팡이 등은 나무가 죽고 남은 목재 리그닌을 거의 분해할 수 없어 죽은 나무는 분해되지 않았다. 나무 사후에 열과 압력 등을 받아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나가고 남은 탄소 성분만이 퇴적돼 석탄이 됐다. 이후 목재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흰개미가 나타나며 죽은 목재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석탄기처럼 지구 전체에서 생성되는 일은 없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내 석탄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모든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 등에 석탄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중단하고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중단도 포함됐다. 석탄산업 발전을 통한 전력망 안정을 꾀하는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안전하고 강력한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석탄을 포함한 저렴한 미국 에너지 활용을 계속하겠다고도 천명했다.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에서 날이 갈수록 논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말 큰일이다.
최근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나라 전체가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성묘객의 실화(失火)에 의해 발생한 산불이 초기 진화에 실패해 대형화로 연결됐고 산불 진화 과정에서 드러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산불 대책과 산불 진화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2019년 4월 강원 고성 산불, 2022년 3월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대표적인데 올해 영남지역 산불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앞선 두 번의 초대형 산불에서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도는 전체 면적의 42%가 산림지역이고 도시 외곽 산지에 전원주택과 펜션, 텃밭 농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산객 유입이 많아 입산자에 의한 실화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동안 경기도의회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산불 방지대책 및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관내 산불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수도권이라는 특성과 함께 도심과 산지가 맞닿은 구조가 많아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잠재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도의회 3선 의원이면서 경기도산림보호협회 고문으로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통해 경기도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봄·가을 건조기에 도심 인접 지역 산림에 산불감시원을 집중 배치해 인화물질 소지자의 입산 통제 및 화재 위험 지역의 사전 감지 후 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은 강풍에 의해 고압전선이 끊겨 발생한 전기 아크로 추정되고 있기에 경기도 관내 산림을 지나는 고압선에 대한 예찰 활동을 한국전력과 협력해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산림·도시 경계의 완충지대를 확보해 경계 방화선을 구축해야 한다. 수원, 용인, 남양주, 가평, 포천 등 지역 외곽 산림 인접지역에는 농가, 전원주택, 노후 마을이 조성된 지역이 많아 주거지역과 산림지역의 방화선이 짧을 경우 대형 인명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경기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주민의 협조를 얻어 경계 방화선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주민 대피 시스템의 전면 보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산림에 인접한 농촌마을이 많고 거주자 대부분이 산불 재난 등의 스마트폰 알림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도와 재난당국은 기존 스마트폰 알림 외에 지역 거주자의 특성을 고려한 재난 알림 시스템을 주민 친화형으로 전면 보완해야 한다. 또 주민 대피 시스템을 보완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사생활 보호 기능이 있는 모듈주택을 각 지자체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도의 산불진화 장비 현대화 및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초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 중의 하나가 산불진화 인력의 전문성 부족이다.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산불진화인력 전문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공동 대응 체계’ 쇄신안을 마련해 정부와 경기도의회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산림 녹화와 산림자원의 관리, 이용에 대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산불 발생으로 훼손된 산림이 복구되는 데는 30년이라는 긴 시간과 인내 및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와 산림당국은 시대적 변화 요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에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푸르고 아름다운 산림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밥 한 그릇이 주는 감동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끼 식사로 끝나는 것 같지만 그 뒤에는 수천년을 거쳐 쌓인 땅의 역사, 자연의 환경,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여주쌀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흔히 ‘맛있는 쌀’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여주쌀의 맛은 단순한 미각의 만족이 아닌, 과학적이고 환경적이며 역사적인 DNA 위에 세워진 결과물이다. 여주쌀의 첫 번째 DNA는 기후와 일조량이다. 여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벼가 알곡을 맺는 출수기 40일 동안 평균 6.4도의 큰 일교차가 유지된다. 이 일교차는 벼 알 속 전분과 당분의 농도를 높여 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여주는 높은 산이 적고 햇살이 고르게 퍼져 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물과 토양이다. 여주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해 있어 연중 맑고 깨끗한 남한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토양 또한 도자기의 원료로 사용될 만큼 규산과 유기물 함량이 풍부한 황토 사양토로 벼 생육기 내내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이러한 물과 흙은 쌀의 찰기와 윤기, 조직감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세 번째 DNA는 품종이다. 여주는 조선시대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자채쌀(紫彩米)의 고장이었다. 자채쌀은 그 빛깔과 밥맛이 탁월해 임금이 직접 ‘홍자광(紅紫光)’, ‘옥자광(玉紫光)’이라 명명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진상벼’라는 전용 품종을 개발했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아 밥이 찰지고 시간이 지나도 식감이 유지되는 진상벼는 여주시와 품종 개발자가 공동으로 전용실시권을 보유하고 있어 오직 여주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여주쌀의 고유성이 여기에 있다. 네 번째는 역사적 맥락이다. 여주지역은 조선시대 영조, 순조, 철종 대에 이르기까지 왕실 진상답이 운영되던 곳이다. 왕실 내수사와 수진궁에서 직접 관리한 쌀이 바로 여주쌀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약 3천년 전 여주 점동면 흔암리에서 출토된 탄화미는 여주가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지 중 하나임을 증명한다. 여주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여주쌀의 품격을 완성하는 요소는 제도와 브랜드다. 여주는 2006년,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지정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대왕님표 여주쌀’이라는 브랜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빌려 고급화의 상징이 됐다. 여주 8개 농협은 공동조합법인을 통해 전량 계약재배를 시행하고 품질 매뉴얼에 따른 과학농법과 유통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쌀을 공급하고 있다. 여주쌀은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여주의 땅, 물, 햇살, 역사, 과학, 그리고 사람이라는 여섯 가지 DNA가 스며 있다. 밥 한 그릇의 감동 뒤에 숨겨진 수천년의 시간과 수많은 손길을 떠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밥맛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맛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쌀, 그것이 바로 여주쌀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긍정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법은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이천시는 중첩 규제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잃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천시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도시다. SK하이닉스는 한때 누적 적자 10조원이라는 위기에 몰렸지만 이천시민들은 기업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다. 삭발을 감행하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시민들의 노력은 하이닉스를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오늘날 SK하이닉스는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천시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천시는 자연보전권역, 팔당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 기업들의 공장 증설은 물론이고 산업단지 조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한 이천이 아닌 용인에 조성되고 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시 이전, 칩팩코리아와 듀폰 등 대규모 기업의 이탈 사례는 이천시가 겪는 규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첩 규제는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천시를 떠난 기업 중 현대엘리베이터와 칩팩코리아 등 SK하이닉스 단지 내 기업 이전은 더 이상 증설이 어려워지자 단지 내 기업을 이전시키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또 다른 기업들도 더 이상 공장 증설이 어려워지자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경제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천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의 지속은 결국 지역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한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송석준 국회의원이 제안했던 상생협력지구 제도가 주목받을 만하다. 상생협력지구는 자연보전권역 같은 규제 지역에서도 첨단산업, 교육, 복지, 문화 시설을 집적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규제를 단순히 완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국가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천시는 상생협력지구 도입의 최적의 사례다. ‘반도체 파크’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첨단 연구기관, 특성화대학, 창업센터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혁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천시는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받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이천시만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첩 규제를 개선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과 상생협력지구의 도입은 이천시가 특별한 희생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이천시는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이천시의 잠재력을 해방시켜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70세가 넘은 신하에게 공경의 뜻으로 나라에서 지팡이 ‘장(杖)’과 의자 ‘궤(几)’와 가마 등을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에 따라 왕이 내린 물품이다. 현종 9년(1668년) 11월 왕이 당시 원로대신인 이경석에게 공경의 뜻으로 내린 궤 1점, 장 4점, 이를 받는 장면을 그린 그림 1점 등 총 6점의 유물이다. 궤장을 내릴 때에는 반드시 잔치를 열었는데 의정부의 동서반을 비롯한 대신들을 참석하게 하고 예문관이 작성한 교서를 낭독하게 했다. 이 그림은 바로 이런 장면을 세 부분으로 나눠 그린 것이다. 궤장은 조선 중기 국가에서 운영하던 공전에서 제작된 것으로 그 당시 제작 규정과 양식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공예품이며 ‘연회도첩’은 당시 풍속도로 회화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