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과거로 회귀하지 않아야 할 감염관리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뉴스가 있다. 서울의 한 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만 70명이 넘고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환자가 확인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 발생 규모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C형간염이 전파된 경로이다. 수액치료 중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C형간염은 C형간염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간염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으로는 대개 A형간염이나 B형간염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C형간염 역시 B형간염처럼 만성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특히 C형간염은 A형간염이나 B형간염과는 달리 백신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C형간염은 감염인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될 때 전파된다.그래서 성관계, 수혈,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 문신 등의 과정 중에 전파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로로 전파되는 질환은 C형간염 뿐 아니라 B형간염, HIV(에이즈), 매독 등도 있다. 그래서 이런 질환들을 통칭하여 혈액매개감염질환이라고 한다. 혈액매개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공통적인 예방법은 혈액과 체액이 노출될 수 있는 시술이나 처치가 시행될 때 시술자가 적절한 보호구를 사용하는 것, 침습적으로 사용되는 기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소독하고 주사기과 같은 일회용 기구는 재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이와 같은 예방조치는 현재 의료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자가 부족한 낙후한 국가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나 의료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면 적어도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감염관리가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의료인들이 적절한 손위생을 하는 것이 환자들의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것조차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 감염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도 감염관리가 다른 것들에 비해 그 중요성이 밀려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런데 이번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 더 나은 안전이 아닌 기본적인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 옛날이 더 좋았던 것도 있다. 각박하지 않고 인정이 많았던 때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감염관리와 같은 안전의 문제는 그럴 수 없다.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 과거로 회귀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안전의 문제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경기시론] 새로운 문화콘텐츠 : 상상력이 답이다

아시아의 문화콘텐츠 시장의 확대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문화콘텐츠 시장의 확대는 그 파급력이 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문화예술 콘텐츠의 약진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관광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산업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점에 봉착해 경기도 권역에서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의 관광에 적합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2015 인천한류관광콘서트는 성공적인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올해 7번째 성공적인 개최였다. 한류의 인기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해 유럽, 미국, 터키 등 많은 나라에서 성공적인 진출을 이뤄내고 있다. 한류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콘텐츠는 K-POP, 영화, 드라마이며,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핵심 분야들이다. 한류는 한국어 및 한국인들의 의식주를 포함한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함은 물론 관광산업 및 뷰티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의적인 상상력에 기초한 한류라는 콘텐츠가 막대한 수입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젊은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화예술의 범주 중 하나인 대중문화예술산업은 양적으로 막대한 성장을 가져왔으며, 해외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예술콘텐츠들은 OSMU(One Source Multi-Use)가 가능하고 장르전환에 적합하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대표적으로 장르전환으로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것이 웹툰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전환되어 성공적인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인기를 많이 얻었던 드라마 ‘미생’, 영화 ‘이끼’는 모두 웹툰이 원작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장르전환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하게 됐다. 격변하는 아시아의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한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은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은 없다. 과거 홍콩영화의 한국유입이 우리들에게 많은 문화적 충격을 준 것을 상기시켜보면 한류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다양한 소재를 위해 웹툰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추세이고, K-pop의 아이돌에게도 다양한 볼거리 제공이라는 과제는 늘 주어져 있다. 또 가격 측면에서는 콘텐츠의 질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고, 스타위주의 콘텐츠의 수출 또한 다양화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한류는 계속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주류가 변화하고 있고, 변화에 앞서가는 많은 콘텐츠들이 성공하고 있음을 본다면,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우선 한국의 많은 문화콘텐츠시장을 자체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와 새로운 CT(Culture Technology)기술로 발전하여 콘텐츠의 모방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류가 지속적으로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관광수입을 얻고, 문화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서울, 경기, 부산, 제주도 등 거점도시형태로 특성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육성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관광산업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류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확대되어있는 한국의 자랑이다. 하지만 제작환경과 콘텐츠의 양적확대, 저작권 확보, 다양한 공연콘텐츠 육성 등 많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가치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경기시론] 중국의 광군제와 13차 5개년 경제계획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중국은 최근 젊은이의 쇼핑 축제로 자리 잡은 ‘광군제’로 떠들썩하다. 광군제는 중국의 창조 신화를 일군 마윈이 만든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독신자들에게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랜다”라는 광고와 함께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에 열리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할인행사를 하는데 올해는 당일 24시간 동안 판매된 대금만 912억 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1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그 규모는 미국의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중국의 폭발전인 구매력은 바로 중국 경제성장의 열매를 국민들이 나눠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국 정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을 국가의 가장 큰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국민들의 신뢰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중국의 변화와 혁신은 5년마다 실시하는 경제계획을 통해 청사진을 제공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이번에 통과한 13차 5개년 경제계획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후 첫 번째 계획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면밀히 검토한 후 작성됐다. 그 핵심은 중국의 발전 방향을 덩샤오핑이 설계한 개혁개방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혁명적 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개혁개방 이후 지속된 고도의 성장을 포기한 대신 내수를 중심으로 중국에 맞는 경제적 발전방향을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에 담겨있다. 그 기본 방향은 경제 성장률을 6.5%의 중고속 성장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전 국민의 중산층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창조경제라고 할 수 있는 혁신형 경제로 변화시키고, 지금까지의 대외개방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5개의 핵심영역이 존재한다.첫째는 혁신경제로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환경을 조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권역별 특화와 인터넷 경제의 사회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간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시화 작업이 진행돼 왔고 앞으로 더 강력하게 추진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지금까지 양적 성장으로 소홀했던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에너지 절약형 산업으로 변화시켜 고효율의 자원 이용 개발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넷째는 무역대국에서 무역강국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외향형 경제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자유무역시험구(Pilot Free Trade Zone)를 확대하고 서비스와 금융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동반성장으로 전 국민의 중산층화를 이루기 위해 소득격차 완화와 사회보장제도 등을 강화하고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의 내용들은 중국이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지역 균형개발 정책에 따른 중서부 내륙개발은 한국 기업이 중국의 서부와 내륙으로 진출해 새로운 경제도약의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보다 큰 꿈과 희망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정부는 보다 확실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중국의 광군제와 같은 쇼핑 축제를 즐기는 것을 빨리 보고 싶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장

[경기시론] 영웅을 만들어 주는 사회

지난 30일 ‘트렁크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일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김일곤은 법정에서 뉘우치는 기색 없이 도리어 자신의 살생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 달라는 뻔뻔함을 보였다. 잔혹한 사이코패스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명 살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경찰과 시민들의 공이 컸다. 김일곤을 직접 검거한 김 경위와 주 경사, 범인을 처음 신고한 어느 종합동물병원 간호사, 범인이 김일곤임을 특정한 임 경위, 경찰이 칼을 든 범인을 쓰러뜨리자 흉기를 빼앗아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들.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없었더라면 김일곤 검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빨리 검거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큰 사회적 충격과 공포가 휘몰아쳤을까. 경찰청은 김일곤을 직접 검거한 두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을, 검거 작전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는 표창을, 검거 과정을 도운 시민들에게는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했다. 환영할 일이다. 흉악범을 검거하는 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숨은 영웅들을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트렁크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여 범인이 김일곤임을 밝혀낸 감식요원들에 대한 배려는 보도되지 않아 섭섭한 감이 있다. 위와 같은 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작은 영웅들을 잘 대우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경찰이나 군인, 소방 공무원 등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담보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들은 높은 직업윤리와 소명의식으로 무장되어 있다. 지난 6월, 미국 신시내티에서 벌어진 총격전 현장에 출동했다가 숨진 한국계 경찰인 소니 김씨에 대한 추모 행렬은 이틀 만에 10만 달러의 모금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에 대한 우대 풍토와 이름 없는 영웅들을 배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미래 세대 경찰을 양성하는 일원으로서, 후배와 제자들에게 사명의식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사회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에 박한 면이 있다. 코레일은 군 장병 철도이용 할인제도를 올해부터 없앴다가 다시 부활하기로 했다. 국가를 수호하는 군 장병들의 노고를 무시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반면 LG에서는 지난 21일 철길로 뛰어든 장애인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 이기태 경감에게 의인상을 수여하고 위로금 1억 원을 전달했다. 상반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는 OECD에서 치안안전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들도 우리 치안의 우수성을 가장 만족하는 분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기록한 것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자를 맨손으로 제압하는 경찰, 혹한의 추위 속에서 철책선을 지키는 군인, 화염을 뚫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 그리고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발 벗고 나서는 용감한 시민들이 있어 심리적 안전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우리 시대 진짜 영웅들은 이들이다. 숨은 영웅들을 잘 대우하는 사회야 말로 보다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전대양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

[경기시론] 명작과 성경에 나타난 ‘제3의 눈’

셰익스피어가 1596년에 쓴 작품《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유명한 고전이 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가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해 배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만일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의 살 1파운드를 제공하겠다는 증서를 써주었다.그런데 안토니오의 배가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아 채무를 못 갚게 되었다. 샤일록에게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재판관이 된 포샤가 “잠깐 기다려 샤일록! 안토니오 살을 칼로 잘라갈 수 있지만,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채권채무증서에 피까지 준다는 말이 없다!” 하여 샤일록이 패소하였다. 이때 재판관 포샤는 제3의 길을 찾은 것이다.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들린 여인을 반대파들이 예수께 데리고 왔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들렸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시 율법에 의하면 간음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게 되어 있었다.만약 돌로 쳐 죽이라고 하면 사랑과 자비가 없는 예수가 된다. 살려주라고 하면 율법을 어긴 사람이 된다. 예수는 시간을 조금 지체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고 하나둘씩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반대파들은 다시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로마 황제 가이사에게 세금을 내야 합니까? 하나님께 물질을 드려야 합니까?” 그때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마라.’라고 하면 현행법을 어긴 결과가 되고, ‘세금을 내라.’라고 하면 로마에 협조하는 매국노가 된다. 예수님은 말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제3의 눈으로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옛날에 런던의 상인 하나가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막대한 빚에 시달렸다. 고리대금업자는 이 상인의 아름다운 딸에 눈독을 들이며 게임을 제안했다. 대금업자는 가죽 주머니 속에 흰 돌과 검은 돌을 하나씩 넣는다. 딸은 눈을 감고 그중에 하나를 고른다. 검은 돌이 나오면 딸은 대금업자의 아내가 되고 빚은 없어진다. 그리고 흰 돌이 나오면 딸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고 빚도 탕감된다. 대금업자는 상인과 딸을 조약돌이 잔뜩 깔린 정원으로 불렀다. 그리고 스스로 정원에서 돌을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여기서 악랄한 대금업자가 주머니에 넣은 돌은 둘 다 검은 돌이다. 딸은 이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그렇다고 돌을 고르지 않으면 아버지는 감옥으로 보내진다. 이 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이 딸은 고리대금업자와 결혼하기 싫다. 답-고리대금업자의 주머니 속에는 어차피 검은 돌 두 개뿐이다. 어떤 걸 선택해도 같은 돌. 그러므로 딸은 돌 한 개를 잡은 다음 고리대금업자나 제3자가 보지 못하도록 멀리 던져버리거나 돌이 가득한 땅에 버리면 된다. 물론 증인이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단 세명만 있는 곳에서는 이런 지혜를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고리대금업자가 억지를 부리면 소용이 없다. 반드시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해야 한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장

[경기시론] 감염질환 예방, 기본이 중요하다

10월이 되어도 여름이 계속되는 것처럼 더웠던 날씨가 어느새 싸늘해졌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폐렴과 같은 급성감염질환으로 필자가 진료하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도 늘어난다. 이 맘 때면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감염질환에 잘 걸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런 질문에 대해 필자는 거의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적절한 손 씻기와 같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가질 것,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할 것, 적당한 운동을 할 것,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잘 조절할 것,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백신을 접종할 것. 필자가 이와 같은 대답을 하면 질문한 사람 중 절반 정도는 실망한 표정을 보이며 그것밖에 없느냐고 다시 되묻는다. 감염질환의 전문가라면 뭔가 새롭고 획기적이고 남들은 잘 모르는 비방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묻는 분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답변을 한다. ‘그것밖에’가 아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감염질환에 잘 걸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몸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시켜준다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과 방송에 범람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제왕’, ‘황제’, ‘묘약’과 같은 휘황찬란한 미사여구가 붙어 있다. 마치 그것만 먹으면 어떤 질병도 걸리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특정 음식이나 건강보조제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의학적으로 어떤 것이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려면 이론적인 배경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매우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약물이나 음식을 사용했을 때 보여지는 효과가 우연히 나타났을 확률이 5% 미만이어야 증명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던 것이 실제로는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서 조용히 사라진 경우도 부지기수이다.사실 건강에 좋다고 거론되는 많은 것들은 그러한 효과가 증명된 것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점에서 몸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배경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10여 년 전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다. 필자도 유치원생인 아들이 유치원에서 배웠다면서 정말 꼼꼼하게 손을 씻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경험이 있다. 편식을 하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배웠다며 그동안 먹지 않던 채소와 같은 음식을 먹을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건강을 지키고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롭고 획기적이거나 남들이 잘 모르는 비방이 아니다. 앞으로 감염질환의 예방법이나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새롭게 등장해서 검증된다고 할지라도 실제 이러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것들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감염질환의 예방에는 묘약도, 비방도, 왕도도 없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경기시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놓치고 있는 가르침

지금의 학생들에게 미디어는 가깝고 친근한 존재다.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미디어의 장벽은 낮아졌다. 방송사가 딱 두 개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밤 아홉시가 되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시다”라는 멘트에 맞춰 잠을 자야 했다.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은 새로운 정보를 깨알같이 전달해 주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위대한 종이였다.그 시절 미디어는 넘기 힘든 벽이었고 전통적 미디어로부터 전달되는 일방향(one-way)의 정보는 권위 그 자체였다.하지만 이제 TV채널은 수백 개가 되었고 다수의 방송사가 등장했으며 언론사를 자청하는 군소 온라인 매체들까지 등장하면서 미디어는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개념을 재정립하게 되었다.여기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개인 미디어 시대를 활짝 열면서 정보 소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미디어의 권위나 벽은 사라졌고, 정보는 대중으로부터도 생산되고 공유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사고 현장을 취재한 일반인의 영상이 미디어 보도보다 더 신속하게 확산된다. 예컨대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던 시리아 난민 아동 쿠르디의 사진은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은 물론, 유럽 지도자들로 하여금 난민정책을 되짚어보게 만들었으니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주체는 바로 대중이며, 대중에게 얼마나 많이 공유되는가가 콘텐츠의 영향력이나 성패를 좌우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언론사도 시청률 집계만으로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 파워지수(CPI) 등을 보완책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당연히 미디어를 교육하는 방식과 내용은 또한 달라졌다. N-스크린 시대에 걸맞는 미디어 시장의 프레임을 새로 제공해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것은 이미 필수코스이고, 새로운 미디어 이론과 정책, 뉴미디어 기술 등을 가르쳐야 하는 미디어 교육 현장은 기술 진화의 속도에 맞춰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학생들이 기술의 환상에만 젖게 하고 기술 발전에 비례해 성숙된 의식과 문화를 고양하는데 소홀했다는 점이다. 너무 빨리 발전해버린 테크놀로지만 탓할 수는 없다. 미래의 희망인 학생들이 스마트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아노미 상태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뉴미디어 환경에서 필수적인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면대면(face-to-face) 상황에서 같이 사이버 공간서도 같은 수준의 예의교양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디어는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윤리적으로 그릇된 언행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 접근이 가능한 미디어 환경의 장점을 활용해 편향되고 왜곡되지 않은 관점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경기시론] ‘신형대국관계’ 부상과 한반도의 세력균형

최근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과 중국이 미래의 패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형대국관계’라는 단어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미국과 중국이 게임이론에서의 ‘제로섬(Zero-sum)’ 관계가 아니라 상호이익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윈윈(win-win)’ 관계가 되도록 미국이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9월말 시진핑이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제 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면서 중국은 유엔과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G2로 인정받으려고 하였고 미국과 세계를 향해 경제, 외교, 군사, 문화 등에서 미국과 나란히 하는 ‘신형대국관계’가 되었음을 입증하려고 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유엔총회의 연설에서 8천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을 추가로 파병하고 10억달러의 유엔발전기금을 내놓고, 아프리카와 최빈국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하였다. 세계를 무대로 중국은 국제질서에서의 참여자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변화를 시킬 수 있는 체인저(changer)가 되었으므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국제질서에서의 ‘신형대국’ 관계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있다. 중국이 올해 5월에 발표한 ‘2015년 국방백서’에는 해군의 작전범위를 확대하고 핵심이익과 안전을 수호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건설은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며, 필요시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압박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 섬들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자신의 영토이고 정당한 해양 권익을 보전할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앞으로도 이 지역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분쟁을 촉발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 현재 진행형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태평양에서의 ‘대전략(Grand Strategy)’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지역이 한반도이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투자개발은행(AIIB)’에 창립멤버로 참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 및 반파시스트 승리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여 한중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통일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식기도 전에 북한의 노동당 창당 70주년에 중국의 서열 5위인 류윈산이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시진핑은 ‘북중관계의 개선을 강조하고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 사회주의 혁명을 높게 평가한다’ 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고, 관영매체들은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과정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그리고 이번의 류윈산의 북한 방문들을 분석해보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 관계의 새로운 정립과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전략 한가운데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강대국의 새로운 대국관계 형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자의 역할을 할 것인가를 국익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할 때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장

[경기시론]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아래 내용은 홧김에 가스밸브를 열어 폭발사고를 낸 기사의 주요 내용들이다. 며칠 전 경북 안동에서 혼자 살고 있던 6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참다못해 자신의 아파트 LP가스 밸브를 열어 폭발사고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살던 아파트 4층이 새까맣게 불탔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이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이 나자 집주인 60살 김모씨가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크게 다쳤다. 경찰은 집주인 김씨가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필자가 지하철에서 당한 일이다. 한 젊은이는 내 앞에서 앞뒤좌우로 건들거리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마침 엄지발가락을 다쳐서 병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치료받은 곳이 욱신거려 신경이 곤두선 차에 만약 저 구둣발에 내 발가락이 밟히기라도 한다면 하는 마음에서 본능적으로 나의 왼팔이 건들거리는 그의 등에 한두 번 닿았다. 그는 내가 자기를 밀쳤다고 생각했던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큰 소리로 아저씨, 왜 밀어요? 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아니, XX 뒤에 있는 아저씨가 나를 자꾸 밀잖아 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내려버렸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저 젊은이 기가 막히네 하셨다. 나는 홧김에 따라 내려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다. 몇년 전 필자가 다니던 성당 신부님이 겪은 이야기다. 당신이 믿었던 사무장 겸 신자에게 성전을 짓기로 한 헌금 전액을 맡겨 관리를 하게 하였는데, 사무장이 그 돈을 갖고 어느 날 잠적을 해버렸다. 사무장을 너무 믿은 자신을 탓하면서 연일 폭음을 하여 몸을 상하게 하다가 새벽미사에 늦기도 일쑤였다. 마침내 가슴에 칼까지 품고 다니면서 보복을 다짐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노숙자로 전락해 있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너무 가엽고 측은하여 얼싸안고 엉엉 울었단다. 그 순간 모든 원망과 괴로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생겼단다. 신부님은 사기 당한 헌금을 그 후로도 한참을 개인적으로 갚아 나갔다고 했다. 요즈음은 앞에 가는 차량의 운전 습관이, 지나가는 사람의 눈초리가, 길을 가다가 몸을 부딪치거나, 친구와 놀다가 다쳐도 소위 너 때문에라는 명목으로 앙갚음이 꿈틀거리는 험한 세상이 되었다. 팍팍한 세상에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낄 때, 사회로부터 무시와 멸시를 당했을 때, 소위 갑질에 당해 자존심에 금이 갈 때면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다. 이런 범죄들의 이면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가스밸브를 연 김씨도, 필자도, 신부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슴 속에 시한폭탄 하나쯤은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인백락(一忍百樂)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한 번 참으면 백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뜻이다. 욱하는 마음에서 저지르는 범죄들이 우발범죄이다. 옛말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오히려 따뜻한 말과 관심으로 보듬어 주면 어떨까. 욱하는 마음이 생길 때면 보복을 기도로 승화시킨 신부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좋지 않을까. 남의 처지를 한 번 더 생각하면 보복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않을까. 전대양 한국범죄심리학회장

[경기시론] 제3의 눈을 떠라

제3의 눈이란 미래를 보는 지혜, 통찰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와 이를 토대로 하여 기적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미래를 잘 보지 못하는 사례, 즉 제3의 눈을 뜨지 못하는 실례는 너무 많다. 특히 20세기에는 미래를 잘못 본 사람들이 유독 많은데, 그중에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행운을 거머쥔 빌 게이츠도 있다. 이하의 글은 어느 라디오와 테이프에서 들은 이야기를 옮겨 쓴 것이다. 빌 게이츠는 1981년에 640KB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처럼 수백 기가, 아니 테라바이트, 킬로바이트를 쓴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듯하다. 샘 월튼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할인 소매점 시스템을 기획하고 이 아이디어를 팔려고 노력했지만 사 주는 데가 없어 그가 직접 가게를 차렸다. 월튼은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월마트를 키워 세계 5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가족간에도 서로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디슨을 초등학교 1학년 때 퇴학시켜 버린 교사가 있는가 하면, 아인슈타인에게 미래가 전혀 없는 학생이라고 비아냥거린 교사도 있었다. 몰락 왕손인 이하응을 보고 궁(窮) 도령이라며 손가락질하던 안동김씨 세도가들은 불과 몇 년 만에 그의 손에 줄줄이 숙청당해야 했다. 이처럼 변화를 눈치채거나 대비하지 못하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손해를 보고, 위기에 빠져들 수가 있다. 사실 너무 평범한 진실조차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을 두개 가진 사람들은 끝내 그런 기적을 보지 못한다. 브레인워킹을 부지런히 해야만 제3의 눈을 뜰 수 있다. 엘리베이터 발명 초기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신기하다고 생각해 다투어 타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느리냐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자 제품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발명품이 될 지경이었다. 이때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학이나 수학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제3의 눈으로 풀어보자. 사람들은 빌딩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걸 좋아한다. 다만 너무 느리니까 불평이 많다. 어떻게 해야 이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을까? 이 문제 앞에서 제3의 눈을 뜬 사람은 놀랍게도 발명가도 기술자도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거울이 설치되자 승객들의 불만은 깨끗이 사라졌다.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조금도 빨라지지 않았지만 승객들은 엘리베이터의 속도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울이 탑승객의 시간 감각을 늦춰준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울을 보게 되고,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순간적으로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잊어버린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올리고, 옷깃을 정돈하는 사이 어느새 문이 열리는 것이다. 이 여성 관리인은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 감각을 늦춤으로써 엘리베이터의 상대 속도를 올렸다. 제 3의 눈을 떠야한다. 송하성 한국공공정책학회 회장

[경기시론] 의료기관 감염병 관리, 의지만의 문제 아니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한 여성 그룹 가수들이 팀 내에서 분열이 생기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의지라는 글을 올렸고 한동안 의지라는 말은 유행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2015년 5월20일 우리나라의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고 난 후 4개월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전에 겪어보진 못한 신종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총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36명의 환자분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메르스에 걸려 직접 피해를 본 환자분들과 가족, 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되었던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메르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역학조사관, 보건소의 감염병 담당자, 검사요원, 소방서 구급대, 콜센터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메르스 발병 기간 동안 밤낮없이 현장을 지켜야 했다. 사명감 하나로 환자 진료에 임했던 의료진의 어려움도 상당했다. 의료진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 속에서 진료에 임했는지는 전체 환자 중 20% 이상이 의료인력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가져온 피해는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가 위축되고 관광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메르스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10조원 내외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와 같은 사태를 다시 겪지 않겠다고 정부는 얼마 전 감염병 관리 핵심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가 의료기관 내 감염 질환의 전파였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내 감염병 관리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의료기관 내 감염병 관리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함에도 현재 정부의 계획이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규제만으로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려 하는 것은 의료기관 내 안전의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과 같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지의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특히 안전의 문제가 그러하다.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초인적인 의지나 헌신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하지 못하다. 매번 위기의 상황이 올 때 그러한 의지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조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희생이 아닌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의 문제에 있어 의료기관이 가져야 할 의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사실 각 의료기관이 이러한 의지를 갖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감염내과 의사들은 자신이 속한 의료기관 내에서 수많은 설득과 싸움의 과정을 겪어왔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어왔던 대부분의 감염내과 의사들도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의 문제가 의료기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규제와 재원의 투입은 병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관리와 대비를 할 수 있는 재원의 투입 없이 규제만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는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문서상의 규제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많다. 진정으로 정부가 의료기관 내 감염질환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재원의 투입이 규제와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경기시론]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교육부는 2015년 교육개혁 6대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목표는 꿈과 끼를 실현하고, 창의인재를 기르며, 산업과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하며,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교육개혁 6대 과제는 △자유학기제 확대 △공교육 정상화 추진 △지방교육재정개혁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일학습병행 확산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이다. 교육부의 자유학기제는 어느 정도 꿈과 끼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중학교 교육혁신의 촉진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교육을 내실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중등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진로교육 발전을 위해 진로교육법이 제정되었고, 교육부는 진로교육법시행령을 입법예고 중이다. 진로교육법과 진로교육법시행령에 제시된 대로 진로교육 활성화 중장기계획이 마련되고 시행된다면, 중학교교육만이 아니라 초중등교육 전반의 발전과 학생들의 진로개발역량 신장에 도움이 된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 실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대입제도, 대입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만약 대입전형이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꿈과 끼 실현, 진로개발역량 신장은 요원하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진로교육 발전과 함께 진로맞춤형 대입전형이 정착되어야 한다. 진로맞춤형 대입전형이 만들어지면, 중학교만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의 다양한 진로교육도 촉진될 수 있다. 교육개혁 과제를 통해 공교육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정상화의 개념과 의미가 제대로 확인되거나 공유되지 못한 측면은 앞으로의 정책노선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선행교육 규제만 가지고는 공교육정상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더욱이 방과후학교에서의 선행교육 여부를 둘러싼 혼란도 발생하여 사교육비 경감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공사교육에서의 선행교육은 학생부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와 연계되어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부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개념과 의미를 구체화하고, 비전과 목표를 도출한 다음, 목표 실현을 위한 전략적 과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를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전반적인 학교혁신 전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합형 교육과정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교육부 의도와는 다르게 통합형 교육과정이 학습부담을 증가시키고, 진로교육을 저해하며, 교육과 학습을 획일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기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수능과 EBS 연계정책은 암기중심의 교육과 학습을 유발하기에 창의인재 육성을 장애가 되기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결 개선과제다.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교육정책 추진을 통하여 정부의 교육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경기시론] 항일반파시스트 승전 70년 中 열병식의 국제정치학

이번에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거행되는 대규모 열병식의 제목은 중국인민의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으로 명명되었고 내용은 군사퍼레이드로 구성되어 최신예 전투기와 새로운 미사일 등 중국이 생산한 첨단 무기들이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시진핑과 중국이 노리는 이번 열병식의 목적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선 시진핑은 반부패(反腐敗)라는 사정의 칼날로 자신의 정적을 대부분 숙청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인들에게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하여 국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내부적 자신감과 개혁개방 이후 이제 지금까지의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질서에서 중국이 미국과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G2로서 동시에 아시아에서의 맹주(盟主)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초청한 개인과 정부, 국제기구 중에서 59명이 참석할 것을 확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형식적인 참석만을 할 것이며 국가원수가 참여하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이들이 불참하는 배경에는 복잡한 국제정치학의 방정식이 녹아있다. 첫째 이번 열병식이 중국의 군사적 실력을 과시하는 자리라는 것과 둘째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 셋째 중국의 부상에 대한 불편한 심리적 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일(抗日)이라는 단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불참을 통보했다. 일본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는 동아시아 근대사의 역사적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잡아왔고,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패권이 중국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의 입장에서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동북아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미국, 일본의 삼자동맹의 균열을 우려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반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북한 지뢰사건에서 대규모 전차부대를 압록강에 배치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등 눈에 보이는 압력을 가했고 한국 측의 참석에 상당한 공을 들여,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불편함이나 일본의 항의도 무릅쓰고 참석하는 이번 열병식은 한국의 외교정책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명 양다리 전략이라고 불리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서 한국이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국익 우선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에서 충분히 터득해왔다. 그래서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전승절이 가진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해답은 바로 국익에 부합한가만이 유일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남북한간의 복잡한 구도와 역학관계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외교에 있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미래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정답이 될 것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경기시론] 우리는 서로를 품을 수 있을까

지난 한 주간은 뒤숭숭한 일주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DMZ에서 목함 지뢰가 터져서 우리 군인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포격 도발, 극한 대치, 최후 통첩 등의 어쩌면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쓰일 수 없는 어구들이 언론 매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SNS 등에서도 가득 메운 한 주간이었다. 일촉즉발의 전시에 가까운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소리는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내수 시장도 초 불황으로 얼어붙어 있는 데 북한마저도 초긴장 대치 국면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해방 70년 동안 겪었던 격동과 발전, 아픔과 성공 등의 이분법적인 논리들이 우리의 역사 안에서는 오묘하게 서로를 품으며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는 기쁨도 잠시, 바로 일주일을 지내면서 다시 분열과 갈등, 위기 등의 단어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고슴도치의 특성 상 어미가 제 새끼를 품으려고 하면 온 몸에 돋아 있는 가시덩어리를 품어야 하는데, 그 어미가 제 새끼를 품을 때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나온 표현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새끼 고슴도치가 어미의 품에 안길 때에도 온 몸에 돋아있는 가시를 바짝 세워서 그 품으로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고슴도치의 가시는 자신을 위험에서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위급 상황일수록 고슴도치의 가시는 더욱 날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미 고슴도치의 품이 자신의 보호이고 안식처라고 여긴다면 가시이기는 하지만 날이 선 가시는 아닐 것 같다. 광복 70주년의 해인 2015년, 해방과 함께 항상 우리의 가슴 깊숙한 어느 곳에는 분단과 갈등, 분열 등의 내재해 있는 우리의 과제가 있었지만 그 부분을 어쩌면 매번 잊어버리고 있었기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닐까. 조그마한 소규모 조직 내에서도 갈등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 경영차원에서 추구하는 것은 갈등을 없애거나 일거에 갈등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조직 내에서 갈등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거나 더욱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 버린 결과를 가져오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항상 있는 요소가 갈등이다. 즉, 공동체의 기본 구성요소로서 갈등을 바라봐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를 마치 고슴도치의 어미가 새끼를 품는 것과 같이 되기는 힘들다. 상대를 품기 위해서는 이해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서로 있어야 가능하다. 서로의 바라는 바가 비슷한 만큼이나, 어디서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품으려고 서로가 모두 노력할 때 공존과 함께 하는 평안은 있기 마련이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경기시론] 수원시장이 팔아치운 것

지난 7월 어느 날 평상시와 달라진 것 없는데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늠하지 못했는데 눈썰미 있는 이가 보내 준 사진 한 장을 보고, 불쾌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도로 표지판이 달라져 있었다. 표지판에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쓰여 있었다. 영문 표기는 시립 조차 넣지 않은 Suwon I Park Museum of Art 였다. 수원시의회는 5월 21일 미술관 운영조례를 통과시키며 명칭과 운영에 대해 빠른 시일 내 개정안을 상정하라는 단서 조항을 명시했었다. 시민들 반대에 부딪혀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후 몇 달 수원시는 현대산업개발 측과 성의 있는 대화를 진행한 흔적이 없다. 오히려 10월 개관 앞두고 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기정사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을 뿐이다. 그깟 이름이 뭐라고? 양측이 똑같이 듣는 질문이다. 기업 이름도 아니고 고작 브랜드 이름을 시립미술관 명칭으로 밀어붙인 수원시나 이를 반대하는 이들 모두 말이다. 그러나 그깟 이름이 아니기에 몇 달째 씨름중인 것은 분명하다. 이름이 중요해지는 순간을 돌아보면,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 창씨개명 거부가 지금이야 숭고한 결단으로 존중받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어땠을까? 창씨개명 선택하고 강요하던 이들 입장에서 그깟 이름이 뭐가 중요하냐며 지조 지킨 이들을 폄하하지 않았을까? 목숨보다 중요해? 자식새끼 앞날보다 중요해?라고 하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지나 보니 이름 지킨 것과 지키지 못한 것이 얼마나 큰 차이로 돌아오는가. 물론 다카기 마사오처럼 후대가 누리는 영광과는 무관한 일이다. 제대로 과거청산 된 사회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조차 부친 과거 이름에 영향 받는 걸 보면, 이름이 그깟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IMF 즈음 한국사회 모든 가치가 돈에 사고 팔리기 쉬워진 어느 날, 대학건물 이름은 기업 브랜드로 바뀌기 시작했다. A관, B관, C관. 그와 동시에 밀고 들어온 프렌차이즈 업체들. 건물 지어주고 이름 하나 붙인 건데 무슨 상관있나 싶었다. 유명 상품들이 들어오니 나쁠 것도 없다 싶었다. 영세한 업주들이 눈물 흘리며 쫓겨났다. 그들 같은 규모로 다시는 호시절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리둥절 있어보니 공공기관들도 기업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 평범한 엄마나 아빠들이 들어 설 자리는 없어졌다. 장애인 재활을 위한다거나 명분을 만들지 않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너무 스리슬쩍 당해버렸다. 문제제기 조차 없이, 그냥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여 버렸다. IMF라는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하루살이처럼 잘려 나갔다. 삶이 나락으로 추락할 때, 그깟 이름이 뭐가 대수였겠나. 그러나 돌아보니 알토란같던 모든 것은 거대한 공룡들이 모두 잡아 드시는 무림이 되어있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정상질서가 되어 있었다. 2015년. 기업 이름도 아니고 기업이 파는 물건 이름을 공공기관에 갖다 붙인 첫 사례가 수원시에 탄생하게 되었다. 해괴한 일, 어디 전례가 있나 찾아 봤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권선동에 아파트 지어 수천억인지 수조원인지 알 수 없는 이문 얻었으면 이익 환수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 기업이 지불하는 돈 몇 푼에 감지덕지. 수원시장과 의회는 수원시와 수원시민의 낯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단지 이름이라고? 이름 아래 팔리는 것이 무언지, 역사를 돌아보라 조언할 뿐.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경기시론] 교통질서 준수,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의 파수꾼

1970년대, 미국 작가 게리슨 케일러는 워비곤 호수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라디오 쇼를 진행했다. 이 마을은 모든 여자가 강인하고, 남자는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인 허구의 세계다. 이 쇼는 큰 인기를 얻어 2006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고,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는 신조어도 생겨난다. 다른 사람들보다 재능이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워비곤 호수 효과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도로 위 운전 상황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신은 평균 이상의 숙련된 운전자라 믿는다. 평소에 조용하고 온화하며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더라도 운전대만 잡으면 과격해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 안 하기, 교통신호 준수 등은 종종 무시하곤 한다.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충분히 교통사고를 회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2명 중 1명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도로 위 워비곤 호수 효과는 운전자 자신뿐 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뿐이다. 많은 실험과 연구들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통연구소(VTTI)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음성 통화 시 사고 위험성이 1.3배 증가했다. 음성통화를 위해 다이얼을 누를 때는 2.8배로 더욱 높아졌다. 문자 메시지 전송은 평상시 대비 교통사고 위험성을 무려 23배 증가시켰다.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DMB 시청 등은 운전자의 반응시간을 현저히 떨어트렸다. 이는 도로교통법에서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콜농도 허용치 0.05% 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도 치명적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2년 운전 중 DMB시청과 같은 부주의로 인한 충돌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 정도를 측정했다. 80㎞h와 100㎞h의 속도에서 충돌할 경우 각각 8층 높이와 13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상해에 가장 영향이 큰 머리 상해치를 분석한 결과, 100㎞h에서는 중상가능성이 99.9%까지 치솟았다. 교통질서를 지키고 방어운전을 실천하는 확실한 예방만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에 탑승하면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 한다.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78%에 머물러 있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승합차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상해가능성이 16배나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에 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안전띠 착용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서 위험 상황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 없는 기대는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일 뿐이다.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 교통사고로부터 우리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경기시론] 휴가철 전 좌석 안전띠 착용

휴가철을 맞아 대자연과 벗하며 휴식과 활력의 재충전을 위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초행길이나 익숙하지 않은 길을 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초행길은 알고 있는 도로와는 달리 도로 상황이 익숙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운전상 위험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요즈음은 네비게이션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여행계획은 여유 있게 세워야 하는데 피로운전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고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피로한 상태에서는 운전에 집중이 잘 안되어 좌우 및 후방 교통상황도 정확히 파악치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야가 좁아진다. 따라서 자주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푸는 것도 필요하다. 휴가철에 또 조심해야 할 것이 음주운전인데 음주운전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야간운전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밤에는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고 운전자 시야가 전조등이 비치는 범위로 한정되기 때문에 특히, 보행자에 유의해야 한다.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 불빛이 마주칠 때는 시력장애를 가져오므로 주행속도를 낮추고 가급적 중앙선에서 조금 떨어져서 주행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안전띠는 사고 시에는 물론 운전 시에도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므로 반드시 착용토록 하고 앞 좌석에 탄 사람만 착용할 것이 아니라 뒷좌석에 탄 사람도 반드시 착용토록 한다. 휴가철 교통사고 중 안전띠를 매지 않아 더 다치거나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장거리 운행을 할 때에는 예외 없이 모두 안전띠를 착용하여 사고 없는 안전한 휴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교통안전공단이 2014년 전국의 성인남녀 9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운전자 심리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25%가 운전 시 안전띠를 매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불편해서(31%), 습관이 안돼서(29%), 귀찮아서(19%), 필요성을 못 느껴서(11%) 등 이었고, 연령별 안전띠 미 착용률은 20대(28.8%), 30대(25.1%), 40대(22.2%), 50대 이상(26.6%)로 20대의 미 착용률이 가장 높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교통안전공단은 교통사고 시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상해 가능성이 안전띠를 맸을 때 보다 18배나 올라가서 사망 가능성도 2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안전띠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차량 실내의 직접 충돌 외에도 차량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 이렇듯 안전띠 착용만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가 있으므로 안전띠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안전띠는 사고 발생 시 승차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또 다른 의미의 든든한 자동차보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전띠를 제대로 매는 것도 중요하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느슨하게 맨다거나 어깨 밑으로 안전띠를 매 운전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 운전 습관은 단속을 피할 수 있지만 사고 발생 시에 자신의 목숨은 피할 수가 없다. 안전띠는 생명띠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안전띠를 매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자신과 동승자의 소중한 생명을 생각한다면 단 몇 초만이라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안전띠를 착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교수

[경기시론] 상대평가 사회에서 삶의 만족은 어렵다

지난 한 주 동안 휴가를 보내면서 간간히 식당에서 듣게 되는 뉴스를 통해 사건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 세상이 각박하다, 무섭네 등의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식당 주인들과도 쉽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한 동안은 막장드라마와 같은 뉴스가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살인이나 자살 등 참극을 보도하는 타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도 한 순간에 끊어버리는 사건도 다반사인 것 같다. 소위 말해 욱 범죄가 두려운 수준이다. 범죄의 발생 건수뿐만 아니라 그 수위도 높아서 한두 번 주먹이 오가는 수준을 넘어 평생의 불행으로 남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의 고도성장시기와 같이, 앞으로 더 잘 될거야라는 식의 긍정적 사고나 계층 상승의 기회가 없고 무엇을 해도 평생 알 수 없는 불안의 시대라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서,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가 유치원 때부터 끝없는 상대평가를 강요해 온 결과가 아닌가한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사실, 같은 결과를 놓고 해석하는 접근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같은 결과로 느껴질 수 없는 차이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같은 경우는 1등과 꼴등뿐이다. 1등과 꼴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절대평가의 결과와 상대평가의 결과가 같게 나올 수 없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상대평가가 사람들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1등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절대평가와 같이, 일정한 수준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수준에 얼마나 도달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지, 다른 사람의 노력 여부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그러나 상대평가에서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보다도 남과 비교해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또는 얼마나 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 또는 어느 수준에 도달했느냐는 그 다음이다. 가장 큰 불행은, 절대평가에서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보거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상대평가에서는 그런 일은 위험한 일이다. 상대방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일을 수행하기 전에 동기를 갖게 된다. 동기이론 중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일 자체를 수행하고 완성하는 것이 즐거워서 하고자 하는 동기가 내재적 동기라고 하면, 어떤 일을 수행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 때문에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는 외재적 동기라고 한다. 즉, 일 자체 보다는 그 일에서 얻어지는 돈이나 명예, 진급 등을 말한다. 우리는 외재적 동기에 의해서 일을 하게 되고 또한 그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행복해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서 내재적 동기로 인해서 일을 하는 것이 외재적 동기보다 우리에게 더욱 크고, 오래 가는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즉, 일 자체를 즐길 때 우리는 더욱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재적 동기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형성되기가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소탐소행(小探小幸),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피곤함은 잊어버릴 정도로 어렵겠지만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작은 것을 찾고 거기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경기시론] 5163부대와 그들의 적반하장

이탈리아 해킹전문업체 판매 내역이 해킹되어 공개됐다. 고객명단에 대한민국 정부 5163부대가 있었다. 오고 간 영수증 주소는 국정원 공개 민원 창구 접수처와 같았다. 국정원은 프로그램 사용을 시인했다. 그러나 대북해외 정보전 차원이라고 변명했다. 국내 민간인 사찰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정원 직원이 자살했다. 이번 일의 기술 담당 직원이었다.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선거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쓰여 있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물고 늘어져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정치공세를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국정원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분노했다. 19일 야당은 이탈리아 해킹팀이 시도한 국내 아이피 주소 중 KBS와 KT다음카카오 등 방송통신사 등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정원 주장대로 대북용 이나 연구용이든 아니든, 국내 아이피 주소들이 해킹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암약하는 간첩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에 전방위적 사찰을 했다 한다면, 그것도 두려운 일이다. 도대체 간첩은 얼마나 있는 것이며 국정원은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지난 대선 국정원 직원 김아영이 여당 후보, 대통령을 도왔던 열정이면 나라가 이 꼴이 되었을까 말이다. 덮어 놓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향은 누가 만들었는가. 국민들이 국가 안보에 여념 없는 정보기관 존재를 일년 내내 사찰 시비로 왜 만나야 하는가.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말이 되는가. 당신들이 결백하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 국민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런 것을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않겠나. 도둑이 되레 매를 들고,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 말이다. 하긴 여당 대표 김무성씨는 국가 안위를 위해 해킹 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 아니냐했다 하니, 그게 국내용이든 불법이든, 사적이든, 이미 논할 가치조차 없을지 모른다. 솔직한 말이었을지 모른다. 국가정보기관이 언제는 정부여당 것 아닌 적이 있었는가,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이다. 국정원 직원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 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정보기관 직원 일동이라는 본적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성명도 어이없다. 조만간 부서 직책 연명도 불사할 기세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보기관 기본도 지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근거 없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공했던 성찰은 단 한 줄도 없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졌던 국내용 사찰과 고문의 역사를 국민이 잊었다고 하는 소린지 실소가 나온다. 이번 죽음조차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정부 들어 증언자들은 결정적 순간에 죽었기 때문이다. 정적 제거를 위해 어떠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던 박정희와 중앙정보부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때를 우리는 독재시대라 부른다. 그 시대 망령을 불러온 것이 누군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국민이 문제인가, 당신들이 문제인가. 5163부대 명칭이 516 쿠데타 때 박정희 소장이 새벽 3시에 한강철교를 넘었다는 데서 따온 숫자라고 하던데 말해 무엇하리요. 국정원의 거처를. 입만 아프지.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경기시론] 어릴때부터 안전띠 착용 습관화를

지난 4월28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버스 3대가 충돌했다. 화물차 낙하물 때문에 관광버스가 멈췄고, 뒤따르던 광역버스와 공항버스가 이를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광역버스 승객 29명 중 1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하지만 관광버스와 공항버스 승객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광역버스 승객과 달리 대부분 안전띠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띠는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교통사고 통계나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교통안전공단 시험에 따르면 승합차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상해가능성이 16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안전띠가 생명을 보호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78%에 그쳤다. 일본(98%)이나 독일(98%) 등 교통선진국과 비교해 20%p이상 낮은 수치다. 특히 시내와 고속도로를 모두 운행하는 광역급행시내버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광역버스의 안전띠 착용률은 22%에 불과했다. 안전띠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안전 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차종이나 도로에 관계없이 자동차에 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안전띠 착용이라는 인식을 체화시켜야 한다. 안전띠 착용을 강제하는 제도개선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일반도로에서도 뒷좌석까지 모두 안전띠를 매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신속한 시행을 통해 전좌석, 전도로, 전차종 안전띠 착용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한다. 또한 이러한 법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위반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미국은 안전띠 미착용 시 초범도 6만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영국과 스웨덴은 더욱 엄격하다. 무거운 벌금과 함께 재범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처분까지 내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전띠 착용 위반 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실수로 인한 인적오류를 바로잡아주는 첨단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은 안전띠 착용률이 저조한 광역버스의 승객 안전띠 경고장치, SBR(Seat Belt Remin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다. SBR은 버스에 탑승한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승객에게 경고등을 통해 안내한다. 우선 수도권 버스에 시범운영 후 확대할 계획인데,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 6세 미만의 유아에 장착하는 보호용장구도 확대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매년 1천개 이상의 카시트를 무상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시트 착용률은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고, 나와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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