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제10차 개헌과 제4차 산업혁명

지난해 12월 12일 여야 원내 대표가 국회개헌특위를 설치 합의함에 따라 1986년 이후 30여 년 만에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개헌을 찬성하고 있으며,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의원 다수도 개헌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개헌 찬성론자들 사이 유일하게 일치되는 견해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다. 그 외 개헌 시기에서부터 주체, 구체적으로 헌법 각론의 전문과 총강(總綱)에서부터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 개정의 제10장에 이르는 각론에까지 각계각층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회는 그동안 통치권자와 입법권자 중심의 개헌논의에서 벗어나 개헌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는 상향식 개헌을 실천하고자 개헌 국민자문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적 중대사인 개헌 특위 자문위원에 참여하게 됐다. 국민자문위원단은 기본권 및 총강, 입법부·행정부, 정당·선거제도, 경제·재정분야, 지방분권, 사법부(법원·헌법재판소) 등 6분야로 나뉘어 개헌 특위와 함께 6월 30일까지 활동할 것이다. 개헌 특위는 지난 2월 3일 헌정 사상 최초로 민간자문위원과 특위 위원들이 함께하는 합동회의를 장시간 동안 개최했다. 자문위원들은 회의를 통해 각계각층의 여망을 담은 개헌 논의를 열성적으로 펼쳤다. 개헌 논의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개헌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보다는 개헌의 진로에 대한 우려에 사로잡혔다. 첫 번째 이유는 개헌에 관해 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종합하면 거의 모든 것을 충족시킬 정도의 완벽한 개헌이 아니면 합의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낳은 현행 헌법을 하루빨리 폐기처분하고 정치적 유불리가 계산된 개헌안을 내밀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헌법의 문제점만 지나치게 내세운 나머지 앞으로 몇 년 또는 몇십 년 동안 지속될 지도 모르는 국가의 최상위법인 헌법을 서둘러 개헌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정된 1948년은 20세기 중반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근대 국가로의 이행기에 새로운 통치 기구가 필요했고, 이후 6·25전쟁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 헌법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9차에 걸쳐 개정됐다. 현재 우리는 제10차 헌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국가가 중상주의적 관점으로 산업과 무역을 장려하고 통제하던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시대다. 현재 개헌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일부 조항 중 상당수는 국회 입법활동으로 보완할 수 있다. 설사 개헌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후 이행입법이라는 세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완벽을 바란 나머지 헌법에 너무 지나치게 세부조항에 집착할 경우 오히려 헌법이 국가와 국민을 구속하는 기제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또다시 개헌 후 ‘반헌법적’ 또는 ‘초헌법적’ 발상들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제10차 개헌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종식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정되는 헌법은 제4차 산업혁명, 통일 준비 등 장기적인 비전을 담아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지엽적인 부분에 몰입하여 개헌을 위한 개헌을 한다면 호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외국에서 꿔 와야 해!” 음식점 뒤 좌석에 앉은 손님이 던진 말이다. 정치가 국민을 지치게 한다. 마음이 상한 국민들은 위로를 받고 싶다. 따뜻하고 반듯한 지도자의 진정어린 목소리와 희망찬 메시지를 듣고 싶은 것이다. 최근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행한 그간의 연설과 언행에 대한 칭송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국민이 아닌 데에도 진한 감동 속에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들이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처럼 인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위인들이 아닌 데에도 깊은 영적 울림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 전 그간 어느 대통령도 거의 가지 않았던 교도소를 방문해서 남긴 진솔한 소회가 가슴에 다가온다. 당시 6명의 재소자들과 만나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의 재소자들은 내가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실수를 한 젊은이들”이라며 “다른 점은 그들에게는 지원체계가 없었고, 제2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방황했던 시절 체험했던 마약복용까지를 밝히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제2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자는 호소였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섰던 연설의 장은 국민들을 향한 “Yes, We Can”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지지자들의 “4년 더”라는 외침으로 감동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모든 경쟁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위로했다.패할 때 일지라도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되며, 냉소적으로 변해서도 안 되며, 또한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는 무력증에 빠지지 말 것을 호소했다. 어느 당을 지지했든 누구나 지면 슬프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는 한 팀이며 조국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미국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한 것이다. 미쉘 오바마가 힐러리 대통령 후보를 위해 행한 지지연설은 더더욱 훈훈한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흑인 노예들이 지은 백악관에서 매일아침 잠에서 깨어나며 그 앞뜰에서 아름답고 지적인 흑인여성으로 성장하는 두 딸들이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국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했다.그리고 가혹한 인종차별을 겪은 이 나라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흑인 대통령이 탄생되었듯이, 남녀차별이라는 천정의 벽을 깨뜨리고 이 땅에서 첫 여성대통령을 탄생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하여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누구든 실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꿈들을 품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가자고 한 것이다. 영부인으로서 고별연설에서는, 미국을 다양한 신념과 종교와 인종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빛나는 나라라고 했다. 따라서 이 사회의 어느 누구도 하찮게 여겨져서는 안 되며, 더구나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이것은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소중한 권리는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과거 선조들이 헌신 해왔던 것처럼 모두가 각자의 몫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할 때 지켜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바 대통령이 퇴임마당에도 50%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귀향하는 행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경기시론] 지금의 국회 개헌특위는 주권자 모독

국회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가 지난 3일 위원을 구성하고, 5일 첫 전체회의와 19일 첫 공청회 등을 열어가며 활동 중이다. 자문위원 명목으로 학자들을 동원 중이다.시민들은 21일 촛불집회에서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인용,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사퇴 등을 외쳤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의원들은 박근혜체제의 헌법파괴를 방조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제 아래에서도 국회의 입법권은 국정 운영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는 자본 통제 입법을 게을리 함으로써 재벌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세습과 사면 등의 이권을 챙기는 것을 막지 못했다.교육부장관이 맘대로 국정교과서를 지정할 수 있도록 방관함으로써 교육 농단을 방치했다. 표현의 자유를 농락하는 블랙리스트를 예방하지도 적정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 국정조사에 증인을 불러내지도 못했고, 골고루 얼굴을 내밀고자 시간에 쫓기기만 한 무능한 국회였다. 국회의원들은 헌법파괴의 피해자로서 모욕당한 것조차 모른다. 정부가 사드 배치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독단으로 처리했는데도,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동의권을 써먹지도 못했다. 조약 체결은 대통령과 국회의 공동결정 사항이며, 합의의 파기와 재협상도 가능한데도 묵묵부답이다. 장관들에게 호통치고 공천권을 휘두르는 권력 맛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참담한 삶은 공직자들의 안중에 없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는데도, 정부를 비판하고 비리를 고발하며 국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공무원은 없다. 교사를 포함하여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해야 관료제의 내부견제 장치가 만들어진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대 등 정권의 이해관계와 조직이기주의에 따라 방해받았던 개혁의 과제를 수행할 때다. 재벌 총수라도 구속영장 앞에서 평등하게 함과 아울러 ‘국민경제’ 관점에서 재벌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헌법 제126조)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해야 할 때다. 지금 국회의 헌법적 구실은 이렇게 산적한 입법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 헌법기관의 권한은 주권자가 명령한 의무다. 개헌보다 제 할 일 하는 입법 책무가 먼저다. 국회 개헌특위 활동은 광장에서 주권자가 써가고 있는 헌법적 개혁 과제를 개헌이라는 블랙홀로 지워나가려는 의도다. 박근혜체제의 헌법파괴가 초래한 권력의 빈 공간을 차지하려는 탐욕의 결과다. 주권 찬탈이다. 이제라도 국회는 주권자의 명령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과거 국민의 경고를 무시했던 박근혜체제의 협력자들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직시하기를 경고한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확인했던 반면교사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요구에 구체적인 입법으로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인적 청산 대상이 되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선거권이 없는 사람들, 소수이기에 낙인과 차별에 신음하는 사람들, 약자이기에 착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 주권자가 나설 것이다.헌법 개정은 국회 의결 절차를 삭제한 채 오롯이 주권자의 몫이 될 것이다. 주권자는 외침과 저항을 넘어 자기조직의 과제를 최종적 해법으로 가지고 있다. 국민을 모독하는 껍데기 대의민주주의를 버릴 수 있어야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정말 뭣이 중헌디? 인성!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도 ‘기승전국정’, ‘기승전그네’, ‘기승전모녀’ 등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여전하다. 또한 유난히 ‘모전여전’, ‘내 자식이 저렇게 클까봐 무섭다’ 등의 말들로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비행기내 불법 행위, 카톡 연하장 스트레스 등 ‘예절’과 관련한 기사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예절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지위에 따라 행동을 규제하는 규칙과 관습의 체계를 말한다. 그 형식은 생활방식, 사고방식, 사회풍조에 따라 달라진다. 기념일이나 명절에 보내는 인사의 경우는 자신이 평소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이 담긴 내용의 인사나 편지를 전하는, 소소하지만 따스한 예절문화이다. 신년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미풍양속이지만 지난 1년간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사이에 덕담 메시지를 복사해 보내는 것이 진정한 ‘인사’일까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카톡 연하장이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말은 과히 충격적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치레이다. 2015년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기’ 등의 캐치프레이즈로 국회,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이 ‘휴마트 인성교육캠페인’을 벌이고 국민이 공감한 결과이다. 여야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 통과된 ‘초중고교 인성교육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란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인 덕목으로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8가지를 들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 등을 통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인성교육’이 중요하고, 그 인성교육을 위하여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 단시일에 부모가 아닌 소위 ‘예절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는다고 하여 변화할까? 그런데도 청학동 서당과 예절학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액의 돈을 내고 전문 강사를 불러 ‘매너교육’을 받는 것이다. ‘갑질하는 아이’로 안 키우려고 영어나 수학 대신 또다시 애먼 데에 사교육비를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인성테스트’를 위하여 또다시 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이 전도유망한 진로와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는 부모의 믿음 때문이다. 인성테스트 항목을 들여다보니, 다른 테스트와는 다르게 오로지 ‘부모의 영향(근면성, 책임감), 어머니의 영향(협동성, 자율성), 아버지의 영향(규범성, 리더십)’뿐이다. 순전히 그 영향요인이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현상에 대한 문제들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여 그 대안을 엉뚱한 데서 찾은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문제를 인식해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발상의 시작부터 문제가 있지 않았겠냐는 근본적 물음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사교육으로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인성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예방이 최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해마다 국가건강검진 수검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국민의 건강 검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질환 예방과 조기 발견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예방 진료는 발병 후 치료에 비해 개인의 삶의 질과 비용측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효과가 높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오래전부터 기업자문을 하면서 사전 법률 자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 특히 계약서에 작성된 애매모호한 내용이나 구두로 정한 계약내용으로 발생하는 법률 분쟁은 사전에 자문만 받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기업을 하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여 법적 분쟁을 수년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 국민들도 집을 매매하거나 전, 월세 계약을 할 때 한 번쯤은 겪어봄 직한 일이다. 요즘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헌법 교과서에 박제되어 있다가 항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 헌법 공부하는 모임이 생겼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은 대한민국은 주권이 전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밝히고 있다. 이어 헌법은 국민이 국가의사나 정책 등을 직접 결정하는 직접 민주제 대신에 간접 민주제인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대의민주제 하에서 국민의 핵심적 주권 행사방법은 현재로서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 등을 선출하는 선거권 행사일 것이다. 이번에 촛불집회를 통해 헌법 제 1조 주권자의 힘을 확인하였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국민의 주권 행사로서 가장 중요한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거나 아예 행사하지 않았을 때 사후적으로 치르는 국민적 상실감, 경제적 손실, 국가의 신뢰도, 국가의 품격, 시간 등 그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일단 한 번 선출된 이상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법적으로 탄핵 외에는 돌이킬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선출 후에는 국민의 주권 행사가 선출 전보다 쉽지 않고 그 대가도 적지 않다. 가능하다면 사전예방이 최선이다.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선거권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고 앞으로 제대로 선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과 방송은 후보자를 보다 철저히 검증하여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짬을 내서라도 선거공약과 제공되는 후보자 정보를 살펴보고 투표장에 가도록 하자. 투표 전 후보 검증에 쏟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1시간이 추후 이 번과 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정부도 국민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여야 한다. 우리도 더 이상 지역주의, 연고주의, 특정 정당 맹목주의에 빠져서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 만큼 이제 서로 부둥켜안아야 한다.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밝은 내일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있을 보선과 대선에서 주권자의 권리인 투표권을 꼭, 제대로 행사하기로 다짐하자. 사전예방으로 2017년 붉은 닭의 해가 우리 모두에게 신명나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정호 변호사·前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경기시론]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 朴대통령의 심리불안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말을 따르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냥 가까운 사이라 의견을 듣는 소위 ‘키친 캐비닛’의 범주는 아닌 듯하다. 박 대통령 스스로는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에 대한 경계의 담장을 소홀히 한 탓이라고 답하고 있지만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혹시 무슨 특별한 약점이라도 잡힌 것인가, 또는 재산 형성을 비밀리에 공유해 왔기 때문인가, 여러 추론이 가능하지만 최태민과의 만남에서부터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최태민은 스스로 영의 세계에서 온 칙사라 하며 몸에는 흰 피가 흐른다고 했다. 황당하지만 적어도 최면술에 능통하며 주문을 외우면서 원을 주시하는 방법으로 보통의 무당들을 압도한 것 같다. 일종의 큰 무당으로 통했다는 얘기다. 특히 ‘위’ 세계를 ‘아래’ 세계에 중계하는 ‘중계방송 무당’으로서 망자의 특유한 목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이 있었던 듯하다. 만약 박대통령이 20대 초반에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총탄에 잃고 이런 기술에 포획되었다면 최태민에 의존하는 성향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펴낸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IV)에 의하면 의존성 성격장애에 대해 ‘보호받고 싶어 하는 지나친 욕구로 상대방에게 복종적이고 의존적이며 헤어짐을 두려워하며, 성인기 초기에 시작된다고 정의한다. 의존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고 양자는 악순환의 고리다. 혼자서 일을 감당하긴 벅차고 두렵다. 그래서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일단 의존하게 되면 백해무익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게 된다. 따라서 의존 대상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 때문에 무엇이든 해주려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영애와 최태민의 관계에 대하여 친국을 하고, 전두환 대통령 역시 최태민을 강원도에 유배시켰음에도 결국 박대통령이 구명호소를 한 것은 의존성 성격장애의 모습인 것으로 의심된다. 현재에 이르러 최순실이 정부인사 및 정책까지 개입하고 국가권력으로 사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했던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박대통령은 최씨 일가가 사다 준 속옷을 입고, 담가준 김치를 먹고, 옷을 입는 과정에서 대통령으로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대통령 역시 최순실을 통해 부모를 갑자기 흉탄에 잃은 상실감과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으며 최순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준 셈이다. 일종의 관계중독이었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는 불안에 기인한 박대통령의 독특한 행동에서 나타난다. 2013년 인천시장 집무실에 잠깐 들리면서 변기 자체를 통째로 뜯어 교체하거나, 2014년 부산 벡스코 ‘한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전용변기가 급조된 것이 사례이다. 특히 영국 순방 시에는 개인화장을 위하여 특정형태의 장막과 조명을 설치했다. 이러한 행동은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과 유사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출 시에는 꼭 올린 머리를 해야 하고 화장도 일정한 조명 등의 시설 하에서만 고집했다면 역시 강박행동으로 볼 수 있다.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이 불필요하고 일상생활에도 장애가 됨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특히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게 느끼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개인의 불안감이 나라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중간평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통칭되는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은 역대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는 결과를 가져올 만큼 중대한 이슈가 되었다. ‘최순실 게이트’는 사건의 명칭에서와 같이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범위와 진실규명실체는 어디까지인지 단정 지을 수 없다. 이에 국회차원에서는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이 말해 주듯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여·야가 합의를 이루었고,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조 특위를 신설했다. 특위는 60일 동안 진상규명활동을 할 수 있다. 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본회의 의결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조사가 여·야의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과 더불어 평가할 만한 부분은 시작에서부터 ‘파행(跛行)’을 면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회 국정조사에서 ‘파행’은 일종의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파행의 원인은 주로 증인 및 참고인 채택에 있어 여야의 이해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야 간사가 순조롭게 증인 채택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국회 국정조사는 초기의 순조로운 출발과는 달리 우려점과 개선과제를 낳고 있다. 우선 청문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 온 증인의 답변 태도와 불출석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반복되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말해주듯,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으로 대표되는 그 주변 핵심인물은 모조리 불출석했다.어렵사리 출석한 증인들도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증인들 간 엇갈린 진술로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고 가 청문회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핵심 증인의 불출석에 대한 실효적인 조치 미비로 이번에도 ‘맹탕청문회’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증인들의 태도 등 못지않게 국회의원들의 태도 또한 문제다. 국회 청문회는 국회의원의 태도에 따라 검찰에서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밝혀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부 조사위원들의 ‘중복질의’ 및 ‘집중질의’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3차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 9명이 출석했지만 대부분의 질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었다. 집중질의를 통해 새로이 밝혀진 것은 거의 없었다.또한 답변이 포함된 심문시간이 7분이다 보니 증인의 발언보다 조사위원의 발언으로 7분을 채우기 일쑤였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증인으로부터 듣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의원 위주의 발언은 본래청문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이외에도 의원들의 청문회 준비 미비로 실시간 네티즌의 독촉을 받기도 하고, 국정조사기간 중 조사위원의 사보임 등 내실 있는 청문회와는 거리가 먼 행태들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현재까지 국정조사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티즌을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이미 알았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했고, 최씨 일가에 지원된 16억의 출처가 삼성전자라는 점 등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최순실 국정조사는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국정조사는 연장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활동 종료 시 결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남은 기간이라도 구태 국정조사의 틀에서 벗어나 국회 스스로 제시한 16여 개 의혹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내용이 결과보고서에 담기길 희망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정치권력과 신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요즘 정치권력의 행태를 보면 수많은 기관차들이 마주 보고 마구 치닫는 것처럼 보인다. 타협의 정신은 보이지 않고 불신과 책략만이 난무하고 있다. 어느 측에서도 자아 성찰과 상호 이해의 겨를을 찾지 못한 채 요행만을 바라며 불확실한 미래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 외교, 국방은 물론 서민들의 생업에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서 국가의 백년대개 마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유학시절 토론의 주제였던 우화가 생각이 난다. 사막에서 갑작스런 폭우로 형성된 작은 삼각주에 미처 피난 못가고 갇힌 전갈과 어린 거북의 이야기이다. 살길이 막막한 전갈이 어린 거북에게 애걸한다. 너는 헤엄을 칠 수 있으니 나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 둘 다 살자는 제안이다. 등위에서 독침으로 공격할 것을 염려한 어린 거북은 당연히 이를 거절하자 전갈이 다시 설명한다. 강 가운데에서 너를 공격하면 우리 둘 다 죽는데 왜 내가 너를 해치겠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첫 질문은 거북이 전갈을 등에 태워줄 것인가?이고, 다음 질문은 만약 등에 태워주면 전갈이 거북의 목에 독침을 꽂을 것인가?이다. 일종의 사고실험이었는데 두 가지 사실이 추론되었다.첫째는 상호 신뢰가 없이는 등에 태워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갈의 속성상 등에 타는 선의(善意)의 기회를 얻는다 하더라도 독침을 사용하고 본다는 것이다. 정치권력 싸움에서 신뢰란 얻기도 지켜지기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게임이론의 모형인 ‘죄수의 딜레마’ 역시 신뢰문제를 잘 보여준다. 공범(共犯)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각각 격리되어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모형은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여 협조하면 모두 큰 이익을 얻고, 불신으로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둘 다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여기에서 제기되는 요지는 자신은 신의를 지켰는데 상대가 배신했을 경우, 저 혼자만 크게 손해 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결코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우왕좌왕 벌어지는 권력의 주도권싸움 역시 이와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들만의 승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국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TV에서 고릴라가 어린 사자들을 자기 새끼처럼 품에 안고 키우는 장면을 보곤 한다. 이는 종(種)을 국경으로 삼지 않는 삶의 모습이다. 악어새는 자신의 새끼도 잡아먹는다는 흉측한 악어의 입속에서도 먹이를 쪼아 먹고 살아간다. 이는 상생의 원리일 것이다. 성경에서는 사자가 새끼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며, 젓 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치며 사는 세상을 예언하고 있다. 이는 집단을 가르지 말고 상호간의 신뢰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이루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서울 시내 한복판을 휩쓸고 있다. 다행히도 질서 있는 외침에 외신마저도 성숙한 시위문화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작금의 역사적 사명을 무섭게 받아들이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용담(勇膽)있는 정치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경기시론] 헌정파괴와 헌법부칙의 역사가 주는 가르침

헌정파괴 죄책을 추궁 당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국회에 요청했다. 적반하장이다. 지난 10월 24일 헌정파괴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블랙홀’로서 개헌을 말했던 그였다. 그날 저녁 죄과의 일단이 드러나자 바로 다음날 거짓 사과를 했던 그였다. 촛불집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주권자의 파면 결정을 무시한 그였다. 지금도 헌정파괴를 은폐하고 주권자의 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교언영색 하는 그다. 지금은 주권자의 헌법과 그 뜻을 담아 적은(written) 성문헌법 그리고 대의적 의사(意思)로서 법률 차원이 각각 뒤엉켜 있는 상태다. 주권자의 헌법이 성문헌법보다 우위에 있다. 주권자는 장래의 헌법 부칙을 지금 거리에서 써나가고 있다. 성문헌법‘만’을 거론하는 이들은 주권자의 헌법을 두려워하는 이들뿐이다. 헌정사에 나타난 헌법 부칙에는 헌법 파괴의 역사와 그 파괴를 딛고 일어난 주권자의 뜻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일제의 불법강점기에서 해방한 후 정부수립의 근거를 마련한 1948년 헌법 부칙은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을 명했다. 이승만의 3·15부정선거를 4·19혁명으로 응징한 1960년 헌법 부칙은 부정선거 관련자와 항의하는 국민에게 부정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반민주행위자의 공민권을 제한하고, 권력을 이용한 부정재산축적자의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명령했다. 그러나 쿠데타를 기정사실화하는 헌법 부칙도 있었다. 박정희의 5·16쿠데타 이후 1962년 헌법 부칙은 입법·행정·사법을 농단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불법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봉쇄했다. 유신쿠데타 후의 1972년 헌법 부칙은 비상국무회의의 헌정파괴를 정당화하고, 박정희가 행한 특별선언과 비상조치에 대하여는 제소할 수 없게 했다. 광주민주항쟁에 폭력을 가한 전두환·노태우의 쿠데타 후 1980년 헌법 부칙은 국가보위입법회의의 헌정파괴를 정당화했다. 1987년 헌법은 민주화의 산물이었지만, 그 부칙에 불법을 청산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지 못했다. 훗날 쿠데타 세력을 법정에 세웠다. 형법은 체제권력을 이용한 헌정파괴를 단죄하기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민주공화국 헌법의 몫이다. 국가권력을 이용한 헌정파괴의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헌법이다. 예를 들면, 세월호 참사의 대량학살, 4대강 사업 등을 통한 환경파괴, 재벌과 결탁하여 노동자의 생존권 탄압과 생명권 박탈, 미·일의 군국주의를 추종한 ‘위안부’ 문제와 군사적 조치 그리고 핵에너지 정책을 통한 평화적 생존권 박탈 등이다. 국회 입법권과 국정조사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권은 모두 ‘정상적인 헌법규범’을 전제한 대의기관의 권한이다. 박근혜의 탄핵 파면은 성문헌법이 제시한 헌법적 해법의 종착역이지만, 주권적 헌법의 해법은 이제 시작이다. 법률 차원에서 최순실과 박근혜의 죄를 논하는 것은 ‘(박근혜)지배체제 적폐’의 헌법적 죄책을 묻는 입구일 뿐이다.누구라도 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통해 향후 민주공화국의 항로를 말하고 토론할 수 있다. 그것을 방해하는 행위는 반(反)헌법적 행위로서 박근혜체제의 헌정파괴 죄책을 은폐·축소하는 공범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주권자는 정치권과 국가권력기관은 물론 자본과 언론까지 심판대에 올릴 것이다. 헌법파괴의 불법에는 예외도 시효도 없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빛은 어둠을 이긴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행의 자발적 참여는 이제 국민 대다수의 일상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과 가족은 달콤한 휴식과 주말 늦가을 단풍 구경도 마다하고 기꺼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한다.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운집했던 지난 토요일 날씨는 구름이 많고 비가 올 확률이 있다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눈이 왔다.올겨울 첫눈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추위에 떨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강원도민들은 촛불 집회 폄하 발언 국회의원 사무실 앞으로 모였고, 남녘의 농민들도 트랙터를 끌고 긴 여정 끝에 광화문에 집결하였다. 국론은 통일되었고, 국민은 하나가 되었다. 지식인이 아닌 대중이 주도한 촛불집회의 성격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한다. 직접 행동에 나서는 ‘군중의 지혜’를 봤다는 긍정적 의견과 제한된 정보와 소수가 선동하는 ‘파시즘적 행태’라는 일부 부정적 의견도 있다. 긍정적 견해로 국내의 촛불집회는 2002년 효순과 미선 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 평화적으로 치러졌다.한편 부정적 견해를 주장하는 측은 군중집회가 벌어지면 으레 배후에 북한과 불순한 세력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몽니를 부린다. 설령 그런 세력이 있다고 해도 이번 평화로운 시위문화를 보고 있자면 그러한 세력들이 숨어있을 곳은 없을 듯하다. 일각에서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유혈과 폭동이 없는 개혁이나 혁명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평화 집회로는 어느 것 하나 바꿀 수 없으며 성취할 수도 없다고 일갈한다. 최소한의 무고한 희생은 수반되어야 하며, 그래야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하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책임을 지고 하야하는 것을 염원하는 평화 촛불 집회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이루어졌다. 집회 내내 광장의 국민들은 ‘질서유지선(police line) 제도’를 잘 지키고 목이 터지게 함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등의 법을 준수하였다.이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국민과 경찰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서로를 보호하는 마지노선이었다. 그러한 심리적 무장해제는 시민이 추위에 떠는 경찰을 포옹하는 일도, 경찰차에 다양한 꽃 스티커를 붙이는 일도 가능하게 했다. 새삼 미국 덴버대학교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주장인 ‘3.5% 법칙’이 공감이 된다. 전체 인구의 3.5%가 지속해서 비폭력 시위를 벌이면 어떤 정부라도 버티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내 인구 5천100만 명을 기준으로 3.5%는 약 180만 명이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50% 가까이 된다고 지적한다.비폭력 시위일 경우에만 갈수록 힘을 얻으면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비폭력 시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공감대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목적을 달성한 시위는 모두 비폭력이었다는 말도 지금의 평화 촛불 집회에 힘을 실어준다. 이제 더 큰 추위가 찾아올 테지만 추위에 위축되기는커녕 단합된 국민의 촛불은 횃불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 이번 평화 촛불 집회가 우리 국민에게 ‘진리가 죄악을, 정의가 불의를, 자유가 억압을, 사랑이 미움을,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본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탄핵은 면죄부가 아니다

지난 20일 검찰이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3명에 대한 기소를 하면서 박 대통령이 미르, K 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국가기밀 문건 유출 등에서 이들과 공범관계라며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임을 밝혔다. 단순한 방조나 묵인 정도가 아니라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에 해당하지만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 때문에 기소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 8명이 모여 헌법 제65조 1항에서 정한 탄핵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 밝혀졌으므로 퇴진운동과 탄핵을 병행하겠다는 8개 합의문을 발표하고, 새누리당 비박계 국회의원 32명도 탄핵에 동의하는 등 여당내에서도 탄핵 찬성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청와대와 대통령의 변호인은 검찰 발표에 대하여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전혀 사실과 다른 불공정한 검찰조사에는 더 이상 응하지 않고 공정한 특검과 탄핵절차를 통해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 아님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촛불 민심이 요구한 하야나 퇴진을 통한 정국 해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핵 절차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징후는 며칠 전에 대통령이 인사권을 다시 행사하고 청와대가 다음 달 열리는 한, 중, 일 정상회의에 대통령 참석을 발표하면서 이미 나타났고 이번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에서 분명해졌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 국회의원 23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고 탄핵심판결정이 날 때까지 즉시 권한이 정지되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과 탄핵결정이 되면 공직에서 파면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어 고건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였고 헌법재판소에서 기각결정이 나서 다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바 있다.당시 기각사유는 대통령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의 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파면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압도할 수 있는 중대한 법 위반이 존재해야 하는 데 그 정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경우는 검찰 발표대로라면 위법의 중대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법조계와 헌법학계도 공소장 내용이 탄핵사유로 충분하다는 입장이 많다. 현재 야권에서 탄핵은 하야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배치되고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안 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도 고려하여 탄핵절차 착수 시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거나 26일 촛불집회까지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 있다.이는 검찰 수사 발표가 잘못되었다며 탄핵절차를 통해 판단을 받겠다는 의사를 이미 분명히 한 청와대의 입장이 혹시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것밖에 안 되는 것으로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다. 현재의 혼란정국을 신속하게 풀어가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탄핵절차를 바로 진행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검찰 수사발표를 반박하며 퇴진도 거부한 이상 국민을 혼란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게 하려면 탄핵절차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여 시간 벌기를 한다는 의혹을 증폭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한 대통령도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게 그 억울함을 벗는 길이다. 탄핵 절차는 면죄부가 아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밝히며 지켜 볼 것이다. 이정호 변호사

[경기시론] 검찰 조사받는 비정상화 의혹 朴 대통령

초등학교 학생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 어찌하여 최순실이라는 강남 아주머니에게 넘어갔나를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이러려고 내가 초등학교에서 말하기를 배웠나?’라고 하면서 박대통령의 2차 담화를 패러디했다. 초등생 스스로의 창작인지 여부가 중요하지는 않다. 바로 이것이 지난 주말 모였던 약 100만 명이 대통령에게 외쳐댔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거꾸로 정상의 비정상화를 만든 의혹 탓에 국민들은 패닉상태다. 대통령 지지율 5%가 말하듯 박대통령의 뒷배 없이는 최씨 일가의 비정상적 영향력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국민생각이다.최씨 딸에 대한 2020년 올림픽까지 승마훈련 지원계획도 그렇고, 최씨 조카의 평창올림픽 이권사업도 그렇다. 문화 창조 사업도 마찬가지다. 최씨와 친분이 있으면 갑자기 공인이 되어 사업을 수주했다. 최씨와 친분 있는 단골의사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할 수도 있었다. 공식 절차는 이처럼 쉽게 무시되거나 형식적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 최씨 딸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돈도 실력이고, 빽도 실력이 되는 나라가 된 꼴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우리 사회의 절차적 공정성이 근본적으로 깨졌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모든 정책 자체를 따르지 않게 되며 대통령의 모든 것에 대한 정당성(legitimacy)을 부정하게 된다. 고등학생들은 고등학생대로 대학입시 절차에 의문을 갖고, 중소업체들은 업체대로 공정 경쟁에 의심을 품게 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승진 절차에 승복하지 않으려 하고 상사의 명령도 냉소적으로 여긴다. 국가적 아노미상태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탄핵, 즉시 하야, 질서 있는 퇴진, 또는 현상유지 등 어떤 방식으로든 한 나라 대통령의 정당성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박대통령은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으로서 의심받는 비정상적 행위 때문이다. 예를 들어, 17명의 대기업총수와 간담회 이후 어떤 경위로 이튿날 7명의 특정 대기업총수와 별도의 독대를 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민원성 부정청탁 해결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의 자금 출연을 주문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또한 박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넘기게 되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또는 외교상기밀누설죄의 혐의도 의심된다. 특히 극도의 보안 속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2014년 신년기자회견이나, 이후 드레스덴 선언에 나타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도 최씨로부터 제공 받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분히 외교 및 안보의 헌법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으로서는 비정상적 행위다. 여러 가지 비정상적 행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더 시급히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법 절차에 철저히 따르는 모습을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검찰 청사의 포토라인에 직접 나와 철저한 대면조사를 받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한 조사를 전후하여 법적 혐의 대상 이외의 모든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모습도 있어야 한다.민심 수습을 위해선 앞으로 있을 대통령의 어떠한 3차 담화 내용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흠집난 절차적 공정성이 치유되고, 대통력직에 있는 기간 중 대통령의 정당성을 찾게 될 여지가 있게 된다. 또한 그래야 새로운 보수가 재탄생 할 수 있는 토양도 생기게 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안보·경제·민생을 휩쓴 ‘최순실 쓰나미’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클래스(class)’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자격,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강남 아줌마’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은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루를 넘길 사이도 없이 시시각각 제기되는 새로운 의혹들에 국민들의 공분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해도 국가의 토대가 되는 안보, 경제,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한편에서 꾸준히 챙기고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중대 사안들은 사실상 방치되어 국가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존립의 근간인 안보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가져오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알려지자 북한은 발 빠르게 이를 남남갈등에 이용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 등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의한 제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그 어느 때 보다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태 발생 전 국민 상당수가 동의했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한·일정보보호협정, 한·중국방전략대화 등 안보 관련 국제 외교도 올 스톱 된 상태다. 북한이 과거 미국 대선 전후로 도발을 일삼은 점에 비추어 보면 외교·안보라인을 정비하여 엄중한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 ‘최순실 게이트’는 경제를 수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3·4분기에 0.7%를 기록하였고, 지난해 4·4분기 0.7%, 올해 1·4분기 0.5%, 2·4분기 0.8%를 각각 기록하는 등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경제의 적신호로 지적되었던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가 스마트화, 서비스화, 플랫폼화, 친환경화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편승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한국은 뒤처질 위기에 놓여있다.연일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도심에서 쇼핑을 즐길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니 내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함에도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에 묶여 속수무책이다. 셋째, 최순실 사태는 민생을 돌봐야 할 국회가 위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여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야당은 건건이 대안 없는 반대와 길거리 투쟁으로 수권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제출한 법안 1건을 통과시킨 것이 현재까지의 유일한 입법실적이다. 이러고도 국회의원 약 1/3은 의원외교를 명분으로 국외로 나갔다. 이들이 해외로 나간 사이 ‘서비스발전법’, ‘규제개혁특별법’ 등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될 법안들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잠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정위기에 수반되는 안보, 경제, 민생의 위기는 시스템으로 수습이 가능하다. 서양 속담에 ‘The show must go on’이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보, 경제, 민생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마약사범 ‘배제와 처벌’에서 ‘통합과 치료’의 길로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4천여 명의 마약사범이 사살되었다. 앞으로도 2만~3만 명 정도가 더 죽을 수 있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는 심각한 마약문제가 한 국가를 재앙의 상태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의 사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그간 수십 년 동안 다행스럽게도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 정도로 취급돼 왔던 마약관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자에 대검찰청이 발표한 지난해 마약범죄 검거자 수는 1만1천91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형사사법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마약류 실사용자들을 차치하더라도, 한해 마약류 검거사범이 1만 2천 명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우리나라가 유지해 온 UN의 마약청정국 지위가 박탈될 수 있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40%에 가깝다. 한 해 마약류 범죄로 검거되는 사람의 40%가 마약류 전과자로, 이는 재범률이 높다고 알려진 성범죄에 비해서도 약 4배가 높은 수치다.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높은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마약류 투약으로 인한 중독이 대뇌 보상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신체에 강한 내성을 일으키는 뇌 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약사범에 대한 대책으로 강력한 형사적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대책은 철저한 마약 유통 단속과 마약사범에 대한 엄벌주의로 특징 지어져 왔다. 물론 마약류 사범에 대한 엄중한 형벌집행이 갖는 순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마약범죄의 사전예방과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UN에서 발간된 2015년 ‘세계 약물 보고서’(World Drug Report 2015)에 따르면, 서·중부 유럽의 경우, 약물남용자 4명 중 1명은 약물남용 치료를 받고, 특히 ‘의학적 개입이 수반된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물남용이 뇌 질환이라는 인식하에 많은 대상자에게 의료적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최근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재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활용도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발적 참여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마약중독자에 대한 편견과 처벌 우선적 형사사법 정책으로 인하며 스스로 치료시설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재활정책들이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약류 중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변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책이 ‘배제와 처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통합과 치료’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마약류 재투약률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고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도 아주 먼 과거의 일로 기억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경기시론] 국가 훈육이 필요한 까닭

훈육은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훈련하는 일이다. 권위적 훈육은 강제적인 통제로써 복종을 가르친다. 교육적 견지에서는 자기 규제의 발달로 이해한다. 흔하게 거론하는 훈육 대상은 아동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자기 규제다.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 훈육은 헌법에 따라 행동하도록 국가권력을 단련하는 일이다. 헌법은 국가권력에게 자기 규제 원리에 따라 행동할 것을 명령했다. 입법과 행정 그리고 사법의 권력을 나누고, 그것을 서로 다른 기관에게 나눠줬다.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어느 한 쪽에 권력이 쏠리지 않도록 명령했다. 아동에게 강제적 통제는 금지이지만, 국가 훈육은 다르다. 국가가 자기 규제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다면, 주권자로서는 그것을 용인할 수 없다. 국민에게 그것은 시민에서 신민으로 추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에서 저항권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민주화’ 실패감이 크다. 상호 견제해야 할 권력들이 짬짜미 의혹을 살 정도로 그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남기 시민의 사망 사건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무리 발전해도 소수이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정치적 집회와 결사는 가장 원초적인 헌법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정치적 구호를 외치면 불법집회라는 식의 규정은 헌법을 통째로 부정하는 일이다. 민주적 통제 없는 권력은 폭력적 자기 방어를 정당화한다. 경찰은 차벽과 물대포 등을 동원한 원천봉쇄와 폭력진압을 손쉽게 택한다.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경찰의 물대포 가격을 받은 시민이 사경을 헤매다 죽음에 이르렀다. 의학적인 판단보다도 더 자명한 것은 국가 폭력이었다. “부검의 최대 목적은 억울한 죽음을 찾아내어 침해된 인권을 회복”하는 데 있다. 시민의 죽음 자체가 경찰의 인권 침해를 증명했다.경찰의 부검 집행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책임을 면하려는 자기 사면의 시도이다. 국가의 자기 규제 원칙에 따르면, 법원은 부검영장을 기각했어야 했다. 유족의 협의를 조건으로 내건 법원의 영장은 경찰의 인권 침해 결정의 자기 책임을 피해자인 유족에게 전가한 것에 불과했다.법원 본연의 임무인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포기하고 유족 뒤로 숨었다. 유족에게는 부검은 물론 협의 자체가 고인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민주시민도 마찬가지다. 가해자인 국가권력이 자기 사면을 위해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려는 이차적인 폭력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검을 용인하는 일이 정치적인 죄임을 인식해야 민주시민일 터이다. 부검영장의 헌법적 시한은 이미 종료했다. 25일이라는 날짜는 무의미하다. 경찰이 부검 영장을 재신청하는 일은 집회를 폭력으로써 해산한 것, 부검 영장을 신청한 것에 이은 세 번째의 헌법 범죄다. 이것을 단호히 처리하지 못하는 법원을 상상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끔찍하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 폭력 앞에서 시민의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동안 ‘민주화’의 세월 동안 무심했던 또는 방관했던 자책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자책을 넘어 각오와 실천이어야 한다. 국가권력이 헌법의 명령에 충실하도록 기초부터 훈육을 시작해야 할 때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영웅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나 영웅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기장 설리와 부기장을 대상으로 ‘허드슨강에 착륙한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가?’를 규명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과정에 초점을 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상조사위원회에 화를 내는 부기장에게 “그들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야”라고 설리는 말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장과 진상조사위원들은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적절한 근거와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그에 반하여 ‘MS 논란’의 국정감사는 어떠한가? 수의 계약 문제와 교육청의 일괄 예산집행을 불법으로 몰아세우려는 의원의 우문이 시작점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질문하려 했는지에 대한 이해보다 질문 자체가 황당하다는 식으로 일관한 교육감의 태도가 합쳐져 웃지 못 할 일화를 탄생시켰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나 공적 영역의 해당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와 지식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한 국정감사 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정보 제공을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상식적인 국정감사 활동 중에 왜 국회의원과 교육감은 각자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되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국회의원이 교육감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의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데 의원은 자기 말만 하면서 사퇴하라고 윽박만 지른다. 국정감사는 제한된 시간에 질의와 응답을 통해 이루어지는 데도 말이다. ‘MS 논란’의 국회의원을 보면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나라 왕이 “저 놈의 목을 당장 쳐라”라고 명령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신하들은 가차 없이 실행한다. 그 곳에서는 국정감사 따위는 필요가 없다. 왕이 백성과 신하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발언을 우선 주의 깊게 경청한 후 그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자신의 주관적인 잣대로 상대방의 발언을 곡해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이다.자신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분명한 표현만을 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애매모호하거나 비유적인 표현 등은 삼가야 한다. 상대방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윤리적논리적으로 올바른 자세이다. 상대방 발언이 너무 불분명해서 글자 그대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에는 그 다음 시간을 활용하여 상대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후 답변하거나 질의를 다시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설득을 통한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는 개인의 인격적 성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적 의견 교환을 통한 사회공동체의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사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는 국정감사를 하는 국회의원이나 유관 기관의 장들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다.이런 과정을 통한 국정감사만 진행된다면 영화 주인공의 기장 ‘설리’의 대사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를 국회의원과 대상 기관의 관계자인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사랑받지 못할 청소년은 없다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는 이 맘 때쯤이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2000년대 초 무료로 맡은 한 청년의 모친 살해사건이다. 모친 나름의 자식사랑이 안타깝게도 그 청년에게는 어릴 때부터 견디기 힘든 고역이었던 것 같다. 재판하는 동안 내내 모친과 청년 간의 소통만 제대로 되었더라면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 사건으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소년사건 국선보조인으로도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다. 법원은 소년법상 1호 내지 10호 처분을 하기 전에 사안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에 2주 정도 입소시켜 반성의 기회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청소년 중에서도 국가나 지역사회가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할 정도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이거나 이미 한 두 차례 입소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재판결과 부모나 보호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소년분류심사원을 거쳐 6호 이상의 처분을 받아 보호시설이나 소년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호자가 사실상 없거나 보호자의 보호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주로 받는 6호 처분의 경우는 처분 시설이 국가가 운영하는 소년원과 달리 민간인이 운영주체다.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주로 서울이나 대전 지역 시설을 6호 처분 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에 필자가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관계자에게 수원지역이나 경기도에 마땅한 6호 처분 시설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6호 처분 시설은 민간시설이라 그런지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구 1천만이 넘는 지역사회에 마땅한 6호 시설이 별로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러한 민간 시설이 마련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등 관심과 배려가 아쉽다. 안양시 소재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서울과 인천, 수원 등 경기도 전 지역 법원에서 보내오는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수용인원이 150명 정도인데 실제로는 평균 200명 또는 그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소한 청소년들에게는 소년분류심사원 생활이 교육과 단체생활을 통해 재범가능성을 없애주거나 감소시킴으로써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하고 있어 적정한 수용인원 유지와 시설 여건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역은 지역대로, 법원은 법원대로,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다 사정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위한 문제보다, 특히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갱생하는 시설을 개선하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이들 청소년 중에는 가해자인 동시에 애정이 결핍된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자신들을 아직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만난 그 초롱초롱한 눈들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맨 먼저 ‘꿈이 뭐냐’고 묻는다. 20대 중, 후반인 10년 뒤쯤에는 ‘생활의 달인’에 꼭 나오기로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걸기도 한다. 미숙한 탓에 저지른 잘못으로 낙인찍히기에는 이들에게 살아갈 날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지역사회와 국가가 자칫하면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이 생활하는 시설부터 관심을 가질 때 그 청소년들에게 주는 희망은 의외로 클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 어른들이 희망을 주었는지 곰곰이 자문해 보자.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랑받지 못할 청소년은 없다. 이정호 변호사·前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경기시론] 이정현 대표의 단식 중단과 국감복귀 자세

7일간의 새누리당 이정현대표의 단식이 끝났다. 하지만 정치권은 갈등을 풀어주거나 성숙한 의회민주주의 모범을 보여주기는커녕 국민에게 정치혐오를 키웠다.민생 없이 헛싸움만 한 탓이다. 시간을 반추해보면 국회가 사달이 나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 만에 거부한 때부터다. 이후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감을 보이콧했고, 이정현 대표는 목숨을 담보로 단식을 이어갔다.이후 정국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국회에서의 안건 상정이 ‘맨입’으로는 안 된다는 정세균 의장의 녹취도 들을 수 있었고, 이정현 대표를 조롱하는 듯 짜장면을 먹고 있는 SNS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분명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3류라는 자괴감을 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던 것은 여당 대표의 단식의 정당성에 관한 것이다. 본인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에게는 진정성 있게 와 닿지 않았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것에 대한 것도, 기본권적 자유에 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권력놀음으로만 비쳐졌다. 특히, 다른 다양한 수단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그것도 여당 대표가 약자의 최후 수단인 단식이라는 과거 회귀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국민에게는 마뜩잖다. 국회의장의 편파성을 바로잡겠다는 단식의 진정성은 의심만 받고 오히려 다른 의혹만을 낳았다. 즉, 국감 보이콧을 통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의 청와대 개입설을 덮고, 박근혜 대통령의 장관 해임 거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축소하는 데 일조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던가 하는 것이다. 국감 대신 정세균 의장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상호공방 프레임이 설정되면 대통령을 향한 시선의 분산 효과도 생기고, 국감 결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권력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셈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의도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별안간 정세균 의장의 부인 동반 미국출장 및 부인의 백화점 호화 쇼핑카드 소지를 문제 삼으며 신상털기식 공격에 몰입하는 모습에서도 읽혀졌다.또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날짜별로 결사대장과 결사조원의 임무를 띤 배치표까지 만들며 국회의장 공관에 몰려가 밤샘 농성을 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났다. 사생결단식 투쟁 정치를 통해서 국감 3주를 그냥 넘기는 명분을 만드는 노력으로 해석될 여지도 컸다. 이러한 의혹들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거의 절반을 소진해버린 국감기간을 연장하여 고품격 국감을 하는데 새누리당은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정현 대표의 단식 중단 이후에도 새누리당이 국감에 임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곱지 않은 시선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이번 사례에 드러났듯이 당론에 반기들면 ‘헌법위에 의리 있다’는 식으로 자당의 국회국방위원장을 무섭게 왕따시키는 패거리 위계적 정당이라는 국민의 시각도 새누리당은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계파보다는 국민과 국가 이익을 위해 국감에 임해야 한다. 단식 중단을 하면서 내세운 ‘정세균 법’ 논의 같은 명분 역시 여소야대의 현실을 감안할 때 감동과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해마다 반복되는 구태 국감, 대안은 무엇인가

오늘부터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아니 예정되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이 이미 예고되었기 때문에 오늘 국정감사가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의 절차상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을 하기로 했다. 이번 20대 국감에서 논의될 위원회별 쟁점사항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해운구조조정, 법인세 인상, 북한 핵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인양, 청년수당, 4대강 사업 등으로 여야 입장차이가 첨예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감 구태(舊態)는 어김없이 반복될 것이다. 무분별한 민간인 증인 채택과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출석요구는 반복되는 구태 중 하나다. 국정감사는 국정을 감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민간인, 민간인 중에서도 기업의 총수나 CEO를 불러 하루 종일 대기시키는가 하면 죄인 다루듯이 호통치고 다그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설사 증인 신문에 대한 발언 기회를 가져도 단답형이거나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이 가능한 것들이 다수다. 다음으로는 의원들의 막말, 인신공격, 기이한 퍼포먼스 등도 빠지지 않는 구태다. 동료 의원, 증인, 피감기관의 기관장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막말은 쏟아지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스스럼없이 의혹으로 제기한다. 책임은 면책특권에 의해 면제된다. 또한 연중 365일 중 언론과 방송매체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국정감사 제도를 선출직 의원들이 그냥 놓칠 리 없다. 동물, 성형기구, 모의 총기 등 온갖 소재로 기인한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의정활동을 홍보한다. 이외에도 무리한 자료요구 등 국감구태의 레퍼토리는 우리 국민들의 기억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정치 불신만 높일 것이다. 이러한 구태 국감을 우리는 언제까지 반복해서 지켜봐야 하는가? 구태 국감의 원인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으로는 연중 20일간 실시되는 현행 국감제도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는 제9차 헌법개정에 의해 1988년에 부활되었는데, 2012년 개정을 거치면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거대 행정부와 수많은 산하기관에 대해 국회의원 300명이 그것도 약 20일 만에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한다는 거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당초 정책감사는 기대하기 힘들며 자연스레 졸속감사, 몰아치기 감사로 변질된 것이다. 따라서 현행의 이벤트 국감을 폐지하고 상임위원회별 연중 상시 국감으로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더구나 현재 국정감사와 형식과 내용상 거의 구별이 없이 운영되는 국정조사제도도 있다. 헌법 제61조에 근거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3조에서 감사와 조사를 구별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정감사의 상당부분이 대정부질문과 예결위 정책질의 등과 중복되기 때문에 정기국회 기간 동안의 이벤트식 국감을 폐지하면 정기국회 기간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국회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개헌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이해타산에 의한 정치인들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정치 발전을 위한 국감 개헌이야말로 현재 필요한 개헌이다.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법교육과 보호관찰소

우리나라의 범죄는 연평균 약 200만 건 정도가 발생한다. 그리고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범죄자는 극히 일부로 약 4만5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 상당수의 범죄자는 교도소 밖 지역사회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그 인원은 연간 약 20만 명에 이른다.그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보호관찰소다. 최근에는 경미범죄뿐만이 아니라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범죄까지를 지역사회에서 관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소위 님비현상의 희생자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호관찰소는 사회에 널리 알려진 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인들로부터 배척되는 님비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 기관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은 반인륜적 성폭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혁신책으로 실시된 소위 전자발찌제도에 기인한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보호관찰소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게 됨에 따라 흉악범에 대한 이미지와 보호관찰소가 덧입혀져 혐오시설로 급변한 것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대부분 경미범죄자들로서, 전자발찌 대상자는 보호관찰 대상자의 약 1%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보호관찰소에 출입하는 경우는 드물고 직원들이 대상자를 찾아가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최근 법무부가 각 보호관찰소의 이름을 ‘준법지원센터’로 바꾸고 업무의 패러다임을 확장하여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즉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준법지원센터’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법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까지 각 급 학교, 노인 회관, 문화센터 등에서 교육한 학생 및 일반인이 약 2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다행히 각급 단체들의 신청이 증가일로에 있어 지역과의 소통과 범죄예방이라는 두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준법지원센터’로의 기관 명칭 변경과 법교육의 실시는 단순히 부정적인 이미지의 개선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이는 기관의 업무 범위를 범죄자에서 일반 국민에게로 까지 확장시키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기 때문이다. 준법지원센터는 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존 역할에서 더 나아가는 의미가 있다. 즉 일반 시민의 법적 소양을 넓혀 지역사회 범죄 피해를 능동적으로 예방하고 법문화를 진흥시키는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종국적 목적인 선진 법질서 확산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기관 이미지 개선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법교육’이라는 단어가 갖는 고루한 이미지 때문에 시민을 단순히 계도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준법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법교육은 일반인에 대한 ‘계도’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가정폭력 예방, 아동학대 예방, 학교폭력 예방, 보이스피싱 예방 등 지역 내 흔히 발생하는 범죄피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을 우선해야 한다.이와 같은 업무의 접목을 통해 보호관찰소가 인근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님비기관과 지역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성공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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