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도 ‘기승전국정’, ‘기승전그네’, ‘기승전모녀’ 등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여전하다. 또한 유난히 ‘모전여전’, ‘내 자식이 저렇게 클까봐 무섭다’ 등의 말들로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비행기내 불법 행위, 카톡 연하장 스트레스 등 ‘예절’과 관련한 기사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예절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지위에 따라 행동을 규제하는 규칙과 관습의 체계를 말한다. 그 형식은 생활방식, 사고방식, 사회풍조에 따라 달라진다. 기념일이나 명절에 보내는 인사의 경우는 자신이 평소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이 담긴 내용의 인사나 편지를 전하는, 소소하지만 따스한 예절문화이다. 신년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미풍양속이지만 지난 1년간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사이에 덕담 메시지를 복사해 보내는 것이 진정한 ‘인사’일까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카톡 연하장이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말은 과히 충격적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치레이다. 2015년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기’ 등의 캐치프레이즈로 국회,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이 ‘휴마트 인성교육캠페인’을 벌이고 국민이 공감한 결과이다. 여야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 통과된 ‘초중고교 인성교육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란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인 덕목으로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8가지를 들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 등을 통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인성교육’이 중요하고, 그 인성교육을 위하여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 단시일에 부모가 아닌 소위 ‘예절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는다고 하여 변화할까? 그런데도 청학동 서당과 예절학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액의 돈을 내고 전문 강사를 불러 ‘매너교육’을 받는 것이다. ‘갑질하는 아이’로 안 키우려고 영어나 수학 대신 또다시 애먼 데에 사교육비를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인성테스트’를 위하여 또다시 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이 전도유망한 진로와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는 부모의 믿음 때문이다. 인성테스트 항목을 들여다보니, 다른 테스트와는 다르게 오로지 ‘부모의 영향(근면성, 책임감), 어머니의 영향(협동성, 자율성), 아버지의 영향(규범성, 리더십)’뿐이다. 순전히 그 영향요인이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현상에 대한 문제들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여 그 대안을 엉뚱한 데서 찾은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문제를 인식해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발상의 시작부터 문제가 있지 않았겠냐는 근본적 물음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사교육으로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인성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오피니언
서정미
2017-01-16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