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과거로 회귀하지 않아야 할 감염관리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뉴스가 있다. 서울의 한 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만 70명이 넘고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환자가 확인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 발생 규모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C형간염이 전파된 경로이다. 수액치료 중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C형간염은 C형간염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간염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으로는 대개 A형간염이나 B형간염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C형간염 역시 B형간염처럼 만성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특히 C형간염은 A형간염이나 B형간염과는 달리 백신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C형간염은 감염인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될 때 전파된다.

 

 그래서 성관계, 수혈,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 문신 등의 과정 중에 전파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로로 전파되는 질환은 C형간염 뿐 아니라 B형간염, HIV(에이즈), 매독 등도 있다. 그래서 이런 질환들을 통칭하여 혈액매개감염질환이라고 한다.

 

혈액매개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공통적인 예방법은 혈액과 체액이 노출될 수 있는 시술이나 처치가 시행될 때 시술자가 적절한 보호구를 사용하는 것, 침습적으로 사용되는 기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소독하고 주사기과 같은 일회용 기구는 재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예방조치는 현재 의료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자가 부족한 낙후한 국가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나 의료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면 적어도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감염관리가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의료인들이 적절한 손위생을 하는 것이 환자들의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것조차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 감염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도 감염관리가 다른 것들에 비해 그 중요성이 밀려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런데 이번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 더 나은 안전이 아닌 기본적인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

 

옛날이 더 좋았던 것도 있다. 각박하지 않고 인정이 많았던 때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감염관리와 같은 안전의 문제는 그럴 수 없다.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 과거로 회귀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안전의 문제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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