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항일반파시스트 승전 70년 中 열병식의 국제정치학

이번에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거행되는 대규모 열병식의 제목은 ‘중국인민의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으로 명명되었고 내용은 군사퍼레이드로 구성되어 최신예 전투기와 새로운 미사일 등 중국이 생산한 첨단 무기들이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시진핑과 중국이 노리는 이번 열병식의 목적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선 시진핑은 ‘반부패(反腐敗)’라는 사정의 칼날로 자신의 정적을 대부분 숙청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인들에게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하여 국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내부적 자신감과 개혁개방 이후 이제 지금까지의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질서에서 중국이 미국과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G2로서 동시에 아시아에서의 맹주(盟主)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초청한 개인과 정부, 국제기구 중에서 59명이 참석할 것을 확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형식적인 참석만을 할 것이며 국가원수가 참여하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이들이 불참하는 배경에는 복잡한 국제정치학의 방정식이 녹아있다.

첫째 이번 열병식이 중국의 군사적 실력을 과시하는 자리라는 것과 둘째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 셋째 중국의 부상에 대한 불편한 심리적 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일(抗日)’이라는 단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불참을 통보했다.

일본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는 동아시아 근대사의 역사적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잡아왔고,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패권이 중국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의 입장에서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동북아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미국, 일본의 삼자동맹의 균열을 우려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반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북한 지뢰사건에서 대규모 전차부대를 압록강에 배치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등 눈에 보이는 압력을 가했고 한국 측의 참석에 상당한 공을 들여,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불편함이나 일본의 항의도 무릅쓰고 참석하는 이번 열병식은 한국의 외교정책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명 ‘양다리 전략’이라고 불리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서 한국이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국익 우선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에서 충분히 터득해왔다. 그래서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전승절이 가진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해답은 바로 ‘국익에 부합한가’만이 유일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남북한간의 복잡한 구도와 역학관계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외교에 있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미래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정답이 될 것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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