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보관함 안에 쓰레기만 가득”…시민 안전 지킬 지하역사 공기호흡기 관리 부실

위급 상황에 시민들을 살릴 공기호흡기 보관함에 쓰레기만 있다니헛웃음만 나옵니다 지난 2003년 19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지하역사 내 공기호흡기 비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경기도 역사 곳곳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채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코레일에 따르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하역사 층마다 2개 이상의 공기호흡기가 비치돼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 하루 평균 이용객 3만4천여명의 수인분당선 모란역(성남시 중원구). 지하 2층에 있는 가로 38㎝, 세로 63㎝의 공기호흡기 보관함 두 곳을 열자마자 폴폴 나오는 먼지로 인상부터 찌푸러졌다.이후 확인한 보관함 안에는 공기호흡기는 온데간데없었고 6개의 휴대용조명등과 부서진 비상전화기만 가득했다. 수원역 지하 1층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행법상 공기호흡기 보관함은 사용방법이 기재된 채 보이기 쉬운 곳에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이날 찾은 현장은 옷가게 거치대에 걸려 있는 20여벌의 옷들로 인해 그 형태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코레일 측은 부랴부랴 거치대를 치우게 했다. 용인시 기흥역에서도 공기호흡기 찾기 삼만리는 계속됐다. 지하 2층의 보관함 인근에는 보관함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 소화전과 구분이 안 되는 데다 어렵게 찾은 보관함에는 사용방법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탑승객 문준석씨(39)는 하루 수만명의 유동 인구가 몰리는 역사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에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지하역사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식 우석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지하에서 불이 나면 출입구 방향으로 유독가스가 퍼져 시민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보관함을 찾기 쉬운 곳에 설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 충전상태를 확인하는 등 수시로 공기호흡기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관련기관과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동절기 어선 사고 막아라” 궁평항 합동 안전점검

성육기를 맞아 조업활동이 늘어나자 어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도가 합동점검에 나섰다. 8일 오후 2시30분께 화성시 서신면에 자리잡은 궁평항.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소속 민간전문가 이제호 차장을 필두로 경기도 해양수산과 공무원, 평택해경 등 7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점검반이 도착한 곳은 4.83t 규모의 어선 승진호. 일제히 선박에 오른 점검반은 각자 맡은 위치로 흩어져 점검에 돌입했다. 이 차장은 먼저 배 중간부 하단에 위치한 기관부(엔진룸)의 문을 열었다. 최근 3년간 도내 어선 사고 375건 중 기관 고장에 의한 사고 사례가 259건(69%)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지난 9월 화성시 입파도 남쪽 3.7㎞ 해상을 항해하던 9t 낚시어선의 엔진룸 배터리에서 불이 나 조타기가 고장나고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만큼 기관부는 어선에서 가장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는 구역이다. 이 차장은 플래시로 기관부 내부를 비추며 엔진의 작동 상태와 소화장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나머지 직원들도 구명조끼, 소화기 비치 여부와 기상특보 수신을 위한 통신장비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이날 점검반은 어선 한 척당 20~30분씩, 총 4척을 점검했다. 바닷바람에 녹이 슨 채 방치되던 소화기가 적발됐고, 구명조끼가 없는 어선도 매의 눈에 걸려들었다. 구명설비나 가스시설 등의 관리에 대한 위반사항도 드러났다. 도는 이날 첫 안전점검을 시작으로 이달 중 6차례에 걸쳐 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각 시군도 내달까지 자체 안전점검에 나선다. 점검 대상은 도내 어선 1천5척으로, 주로 10t 이하 어선 중 무작위로 100척 안팎을 선정해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대상 지역은 궁평항과 탄도항, 대명항, 오이도항, 권광항 등 5곳으로 도와 각 항구를 관할하는 5개 지자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이 참여한다. 경기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중대 결함이 발견되면 출항 전까지 수리하도록 조치하고, 시정 여부를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며 철저한 관리ㆍ감독은 물론 지속적인 합동점검으로 어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차도 위로 내몰린 마을 사람들, ‘위험천만’ 지방도

농촌지역 지방도에 인도가 확보되지 않아 주민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광주시 퇴촌면을 가로지르는 325번 지방도. 농장을 향해 길을 나선 정영금 할머니(73)는 왕복 2차선 도로 위로 아찔한 이동을 시작했다. 인도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할머니를 실은 전동휠체어의 폭은 1m 남짓 되는 탓에 50㎝도 남지 않은 갓길로는 지나갈 수조차 없었다. 농장까지 150m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여러 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지나쳤고, 그때마다 정 할머니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마음을 졸였다. 정 할머니는 하우스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차도로 갈 수밖에 없어 쌩쌩 달리는 차량들이 너무 무섭다며 휠체어 크기 때문에 차도 위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특히 농장으로 갈 땐 차량들이 마주 오는 탓에 손발이 떨릴 만큼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여주시 능서면의 341번 지방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마래리 마을을 지나는 도로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속 50㎞까지 속도가 제한됐지만, 별다른 단속 장비가 없어 차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무엇보다 레미콘 차량, 5t 덤프트럭 등이 분당 한 대씩 포착될 정도로 대형 화물차들의 이동이 잦았는데, 마을 노인들은 버스정류장이나 보건소까지 가기 위해 오로지 차도 위로 걸어야만 했다.이 지방도에선 지난해 2월 도로를 횡단하던 6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본보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도내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만8천255건(사망 717명)으로 2.54%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를 지방도로 좁힐 경우 보행자 교통사고 2천490건(사망 88명)으로 사망률이 3.53%까지 올라섰다. 지방도가 전체 도로 대비 1.4배가량 사망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내년부터 마을주민 보호구간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각 시군, 경찰 등과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도가 관리하는 지방도를 대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는 지방도가 있는 시군 15곳에 대해 수요 조사, 현장 방문 등을 거쳐 광주ㆍ여주ㆍ이천 등 7곳(20개소)을 선정했다. 내달 초 예산을 확정해서 각 시군에 내려주면 해당 지자체에서 내년 안에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경기도 도로안전과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국도에서 했던 사업의 결과를 분석해보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와 시범사업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효과가 좋게 나오면 향후 대상지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주말 밤마다 ‘폭주족 굉음’에 잠 못 드는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 중인 남한산성에 주말 심야마다 폭주족이 출현하며 주민들이 안전문제는 물론 기차역 수준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와 경찰은 문제의 지점에 대해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단속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밤 오후 11시께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로터리.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지역이지만 포르쉐, 마세라티, BMW 등 고급 외제차와 스포츠카가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갖 부품들과 스티커로 한껏 치장을 마친 국산 차량들과 특유의 폭발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내 버스 정류장을 기점으로 비상 깜빡이를 켠 채 4대씩 정렬을 마친 차량들은 경적소리에 맞춰 일제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차량들은 마치 팝콘을 튀기는 듯한 굉음을 내며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수도권 8호선 산성역 방면으로 내달렸다. 이곳 산성로터리에서 산성역까지는 경사가 심하고 급커브 지점이 11곳에 달하는 위험 구간이다. 더욱이이 구간은 시속 30㎞로 운행 속도가 제한되며 차선도 왕복 2차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폭주족은 중앙선을 넘나들며 앞 차량을 추월하는 등 아찔한 곡예 운전을 이어갔다. 이날 취재진이 차량들로부터 20m 떨어진 지점에서 소음을 측정하니 차량의 소음은 최대 104dB, 오토바이는 92dB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배기소음 규제 상한기준은 차량 100dB, 오토바이 105dB이며 100dB은 열차가 통과할 때 철도변에서 느끼는 소음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일대에 거주하는 350여명의 주민들은 평화로워야 할 주말 밤마다 소음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산성리 이장 안호명씨(56)는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폭주족을 막기 어렵다며 특히 이곳은 분지 형태라 밤이면 소음이 더 크게 울려 주민들이 자다 깨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관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광주시는 광주경찰서와 함께 지역 내 소음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올 들어 남한산성 일대에선 단 한 번도 단속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른 소음지역에 단속을 나서는 시간마저 폭주족의 활동이 드문 오후 2~4시의 낮 시간대로,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소음 측정은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안전문제로 경찰이 협조하는 형태라면서도 경찰 차원에서도 비정기적 단속을 늘려가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등산객 모르고 안내 표지판 없는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

등산객이 늘어나는 행락철을 맞아 도내 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응급상황을 대비해 마련한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이 정작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 없이 설치,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31일 오전 10시께 의왕 모락산 정상(국기봉)에서 30m 떨어진 등산로 구석에는 관할 소방서가 설치한 간이 구조구급함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본보가 소방당국에 물어 구급함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갔는데도 등산로 한편에 있는 간이 구조구급함을 한번에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이곳을 오가는 등산객 대부분이 간이 구조구급함 존재를 알지 못했다. 등산객 장현상씨(65)는 구급함이 있다는 표시나 위치 표시가 없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성남 불곡산 정상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곳에 설치된 간이 구조구급함의 경우 자물쇠로 잠겨 있어 응급상황 시 등산객들이 신속하게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더욱이 자물쇠를 열기 위해선 119 신고를 통해 번호를 안내받아야 했다. 본보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간이 구조구급함이 설치된 산에서 만난 등산객 20명에게 간이 구조구급함의 정확한 위치를 물어본 결과, 등산객 대부분이 간이 구조구급함의 설치 위치를 알지 못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설치된 간이 구조구급함은 경기남부 72개, 경기북부 60개 등 총 13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부터 도내 산 곳곳에 간이 구조구급함 설치가 이뤄졌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등산객 등이 구급함의 존재와 용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위치를 알지 못해 구급함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 불곡산을 관할하는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자물쇠가 잠긴 건 119로 전화하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제작해 함 외부에 붙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급함에 대해 관할서를 통해 홍보하고 시ㆍ군과 협조해 등산로 입구 표지판에 위치를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현장, 그곳&] 위드 코로나 ‘재택치료’ 전환…재택치료전담병원 가보니

환자분, 증상은 좀 어떠세요? 28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10층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팀 사무실에는 수화기 너머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기준 약 70명의 재택치료 대상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전담팀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및 증상 등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살폈다. 이들 간호사는 매일 오전 9~10시, 오후 5시 전후로 하루 두 차례 환자 모니터링과 더불어 24시간 대응체계를 통해 환자들이 재택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재택치료전담팀 관계자는 재택치료 환자가 퇴소할 때까지 팀원들과 사명감을 갖고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며 진료가 필요하거나 환자 요청 시 교수의 비대면 진료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부터 기존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기본 치료 방침이 재택치료로 바뀌면서 도내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병원 지정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도내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 의료기관은 동탄성심병원, 분당제생병원 등 모두 29곳으로, 총 1천171명의 도민이 치료를 받고 있다. 중수본은 중증도에 따라 무증상ㆍ경증, 중등증ㆍ중증 두 분류로 환자를 나누고, 무증상ㆍ경증 환자에 대해선 원격 모니터링과 24시간 응급대응 이송체계 등 재택치료 시스템을 적용,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70세 이상, 의식장애ㆍ호흡곤란ㆍ조절되지 않는 발열ㆍ당뇨ㆍ정신질환 등의 사례는 재택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택치료 대상자에 대한 분류는 보건소 시ㆍ도관리반에서 담당 중이다. 또 현재 사용 중인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재택치료와 입원치료의 완충 역할로 사용하되, 확진자 추이와 재택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단계적으로 숫자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재택치료관리팀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확진자의 기본 치료 방침이 재택치료로 전환되는 만큼 관련 사항을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앉을 권리 ‘의자 투쟁’ 13년…여전히 ‘서서 일하는 알바생'

앉을 권리요? ,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죠 군포시 부곡동의 한 빵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은명씨(25ㆍ가명)는 하루 5시간 가운데 4시간 넘게 서서 근무한다. 퇴근하기 1시간 전인 오후 5시에 갖는 20분여간의 휴식만이 그에게 망설임 없이 오롯이 앉을 자격을 주는 유일한 시간이다.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 이씨의 다리에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자주 찾아왔고, 결국 압박 스타킹을 신지 않으면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이씨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탓에 압박 스타킹을 자주 꺼내 신으며 통증을 참는다며 매장 뒤쪽에 조그만 의자가 있지만, 매장을 비울 수 없어 앉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안양시 동안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최병선씨(26ㆍ가명)도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다리 통증을 안고 온종일 서서 일한다. 최씨는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의자는커녕 카운터용 매대에 몸을 기대 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씨는 한가한 시간대라도 언제 손님이 올지 몰라 매대 안쪽에 있는 의자로 갈 수가 없다며 임시방편으로 박스나 버리는 물건으로 간이의자를 만들어 틈틈히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눈치가 보이는 실정이라고 한숨쉬었다. 지난 2008년 대형마트 계산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서비스직 근로자의 앉을 권리가 13년이 지나도록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의 휴식을 위한 의자를 갖춰야 하지만, 현재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는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곳곳에서 나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마트산업노조가 마트근로자 5천여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78.6%가 하지 정맥류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 정맥류는 주로 앉아서 쉬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이들에게 발현되는 증상이다. 또 하지 정맥류나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는 25.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사업주의 눈치 등의 이유로 의자에 앉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 하지 정맥류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 근로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매년 근골격계 질환 예방점검을 벌여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 찾기 캠페인 등을 통해 앉아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점심시간 앞두고 발생한 느닷없는 통신장애…식당, 손님, 배달기사는 혼란

코로나19 시대에 QR코드도 안 되고, 기본적인 카드결제도 안 되니 정말 미치겠습니다 25일 오전 11시20분부터 40분가량 이어진 KT 인터넷 접속 장애로 경기도와 인천시 곳곳에서 일상 생활에서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정오께 수원시 장안구의 한 회전초밥집. QR코드 확인이 안된다는 손님들의 항의에 직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히 명부와 펜을 추가로 비치했다. 손님들이 수기로 방문자 명부를 일일히 작성하며 입장이 더뎌지자 일부 손님들은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더 큰 혼란은 식당 안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일찍이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하던 손님들은 수차례 카드를 긁고 있는 직원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10여분을 대기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일부 손님들은 명함을 주고 급하게 편의점 ATM 기기를 향해 뛰어가 현금을 찾아오거나 계좌이체를 위해 KT가 아닌 다른 통신사의 와이파이망을 찾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접속 장애는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에게도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점심시간 배달 주문이 하루 매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1시간 동안 주문 접수가 안 되자 군포시 당동 상인들은 KT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상인 김대엽씨(39ㆍ가명)는 코로나19 사태로 하루하루가 죽을 맛인데 배달 주문마저 못 받아 하루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날아갔다며 하필 전산 오류가 나도 왜 점심시간대인지 작정을 하고 상인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목적지를 찾는 배달기사들도 울분을 토했다. 광주시 한 침대 렌탈점은 전산시스템 먹통으로 배달기사들에게 목적지를 공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통화 장애로 지점과도 연락이 두절된 배달기사들은 일정이 꼬여 결국 모든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건물에선 주차시스템이 마비, 차량이 출입구에 줄지어 있어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학교도 혼란에 빠졌다. 인하대는 온라인 시험을 시행하던 도중 전산망 마비로 치르던 시험을 중단하고 중간고사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초등학교에서도 원격 수업이 끊겨 아이들이 수업을 듣지 못하고 놀이터를 배회하기도 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에 이용자 피해현황을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한편 사고 원인 조사 후 재발방지 대책 등 후속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민ㆍ김지혜기자

[현장 그곳&] 무늬만 교통약자 우선 지하철 엘리베이터…일반인에 밀려 이동권은 뒷전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데선착순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죠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 등 교통약자들이 먼저 이용해야 할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일반이용자들의 전유물로 전락,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오후 5시 수원역 지하 4층 엘리베이터 앞. 수인분당선 지하철 출입문이 열리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30여명 시민이 마치 경주를 하듯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0대 여학생 3명도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 앞 줄에 도착해 수다를 떨었다. 경쟁에서 밀려나 맨 뒷줄에 선 70대 여성은 휠체어를 탄 채 길게 늘어진 줄을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2시간 동안 총 16대의 수원역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대부분 교통약자는 뒷줄에 밀려난 채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정자역(수인분당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붙여진 교통약자가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하게 20여명의 일반이용자들이 앞다퉈 줄을 섰다. 구부정한 자세로 가장 뒷줄에 선 70대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시민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원 성균관대역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역시 일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장애인 박영백씨(63ㆍ가명)는 아무래도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까지 갈 때 일반인보다 뒤처질 수 밖에 없다며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엘리베이터 1번 타려면 최소 2~3회 대기는 기본이다. 무늬만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수단일 뿐, 정작 대부분의 이용자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인수씨(77ㆍ가명)도 말만 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만든 엘리베이터라고 한다면서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직접 보고 대책을 만들어야지, 문구만 붙여 놓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교통약자들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캠페인도 진행해 교통약자 배려 문화를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 등 교통약자는 총 369만1천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1천353만519명)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어린이보호구역 주ㆍ정차 전면 금지 첫날…불법 여전

10초 정도 정차했는데 불법이라고요? 21일 오전 8시30분께 수원시 영통구 신풍초등학교 앞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주ㆍ정차 전면금지 시행 첫날임에도 이곳 도로 위에는 자녀를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어린이보호구역을 나타내는 붉은색 도로와 문구, 표지판이 곳곳에 있었지만, 일부 학부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 차량을 멈추고 아이를 직접 학교까지 바래다줬다. 이곳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 A씨는 법 개정 시행 첫날이라 그런지 학부모들이 법 개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며 벌써 10여대 차량 이상이 보호구역 내 주ㆍ정차를 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인시 수지구 풍덕초 앞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교문 앞 차로마다 수십m 길이의 학부모 차량이 긴 줄을 이었다. 본보가 이날 30분간 이 도로를 살펴본 결과, 14대의 차량이 불법 주ㆍ정차 등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 이날 어린이보호구역 주ㆍ정차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도내 곳곳에선 여전히 불법 주ㆍ정차가 성행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도 별도로 주ㆍ정차 금지 장소로 지정돼 있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주ㆍ정차할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별도 표시가 없어도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ㆍ정차를 할 수 없다. 다만, 시ㆍ도경찰청장이 안전표지로 허용하는 구역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한해 어린이 승ㆍ하차를 위한 주ㆍ정차는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C씨는 학교 안내문을 통해 법 개정안 시행 소식을 들었는데, 아침 등굣길을 가보니 주ㆍ정차 차량이 많았다면서 단속 없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제도 변경에 대한 내용을 시민에게 홍보 중이며, 9월 개학에 맞춰 일제 단속을 시행한 바 있다며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순찰 강화는 물론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불법 주ㆍ정차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또는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도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스쿨존 불법 주ㆍ정차 신고 건수는 11만6천86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기도 내 신고 건수는 전국 최다 수치인 4만2천313건(36.2%)으로 나타났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노조 떠난 경기 889개 학교…“학생들은 빵과 우유로 배 채웠다”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점심 급식이 중단된 경기도의 한 학교 급식실에 빵과 과일, 음료로 구성된 대체 급식이 준비돼 있다. 김시범기자 20일 오후 12시40분께 경기도 A 중학교 2층 급식실. 평소 밥 짓는 냄새와 조리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이곳에선 낯선 비닐봉지 뜯는 소리가 가득했다. 오늘의 급식 메뉴로 짜장밥과 바비큐 폭립 요리를 식판에 가득 담아야 할 학생들 손에는 50g의 모닝빵과 100g의 초코빵이 주어졌다. 학교비정규직 근로자 총파업이 시작된 이날, 이 학교에서도 급식 조리원 9명 중 6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급식 대상자인 학생과 교직원 총 759명이 파업 탓에 따뜻한 밥을 못 먹게 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은 듯 절반도 먹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또 알레르기 등 대체식이 걱정돼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이 급식실 한 곳을 차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도내 B 초등학교에선 1ㆍ2학년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돌봄교실이 텅 비어 있었다. 돌봄교사 2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의 온기로 채워져야 할 돌봄교실 운영이 중단된 것이다.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도내 학교비정규직 근로자 7천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상당수 학교가 급식ㆍ돌봄교실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학비연대)는 이날부터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 교육 현장을 이탈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교육공무직원 3만7천357명 중 7천495명(20%)이 파업에 참여(경기도교육청 오전 10시 기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급식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2019년 7월 학비연대 총파업 당시 참여 인원보다 많다. 직종별 파업 참여율은 학교급식 종사자가 32%(1만5천527명 중 5천11명)로 가장 높았으며, 초등보육 전담사 26%(2천972명 중 757명), 특수교육지도사 18%(1천138명 중 207명)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도내 805개 학교(전체 급식 대상학교 중 31%)에선 급식이 빵이나 우유, 과일 등과 같은 간편식으로 대체됐고, 84개 학교에선 급식을 하지 않는 등 총 889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생겼다. 또 전체 1천327개 초등학교 2천963개 돌봄교실 중 671개실(23%)이 미운영되고, 유치원 방과후(돌봄 포함) 수업도 35개원(전체 1천243개원 중 3%)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이 같은 총파업 상황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새어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특히 맞벌이 엄마들은 돌봄 때문에 머리를 싸맨 하루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파업에 동참한 경기지역 조합원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갑작스레 들이닥친 한파…더 시린 취약계층의 하루

평년 가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 갑작스레 한파가 몰아치며 취약계층은 더 춥고 고달픈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수원역 환승센터. 수원역 건너편 로데오거리에서 지내던 노숙인 무리는 칼바람을 피해 이곳 고가도로 밑으로 모여들었다. 체감온도 1도의 냉기가 고스란히 관통하는 모기장 속에 몸을 뉘인 이들은 박스를 겹겹이 쌓아 만든 조악한 수준의 바람막이로 추위를 견뎠다. 방한용품은 선교단체에서 나눠줬다는 얇은 담요가 전부였다. 자정에 이르러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차가운 빗방울에 잠을 설치던 몇몇 노숙인은 튼튼해 보이는 박스를 골라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리 생활 3년차인 황덕규씨(58ㆍ가명)와 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건물 기둥을 비롯해 몸을 기댈 만한 공간마다 자리를 선점한 노숙인 11명이 눈에 띄었다. 대합실 의자 옆에 박스를 펼친 황씨도 팔짱을 낀 채 어렵사리 잠을 청했다. 해가 떠오른 뒤로도 취약계층의 고달픔은 계속됐다. 설안산에서 첫눈이 내린 이날 오전 9시께 광명시 소하동의 한 판자촌. 수백대의 차량이 내달리는 서해안고속도로 아래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스티로폼과 슬레이트를 허술하게 덧댄 지붕에는 여러 개의 돌들이 놓였다. 안식처를 지켜줄 자재들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집앞에선 김한성 할아버지(73)와 이해주 할머니(68)가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참이었다. 흔한 보일러조차 없어 따뜻한 물이 필요할 때마다 끓여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 남성 2명이 누우면 가득 찰 법한 좁은 방안에는 닳고 닳은 전기장판 하나와 낡은 옷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구멍이나 빈틈마다 뽁뽁이가 바람을 막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날이 추워지면 폐지를 어떻게 줍고 다닐지 걱정이라며 작년에 지원받고 아껴둔 연탄을 하나씩 피워가며 근근이 버티는 중인데, 올해는 언제 지원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읊조렸다. 할머니가 열어준 연탄창고에는 스무 장 남짓의 연탄만 남은 상태였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 취약계층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혈연관계의 문제로 복지 네트워크가 끊긴 경우가 많은 만큼 한파 시기에는 지자체 차원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취약계층이 겨울에도 따뜻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주거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 자연재난대응과 관계자는 통상 11월15일부터 3월15일까지 겨울철 중점관리 대책기간인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하게 한파가 일찍 찾아왔다며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추진하고, 각 지자체별로 파악 중인 취약계층 네트워크를 토대로 재난도우미가 난방 여부,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때 이른 10월 한파, 경기도 농가 ‘발동동’

수확이 코앞인데때 이른 한파가 야속하네요 올해 느닷없이 불어닥친 늦장마에 이어 기습적인 한파로 경기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육장애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확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8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배추 농장. 지난 17일부터 최저 기온이 0~2도로 뚝 떨어지면서 된서리를 맞은 배추의 겉잎이 축 처져 있었다. 배추는 통상적으로 7월 말께 파종해 정식(모종을 밭에 내어다 심는 일) 과정을 거쳐 11월 초 수확한다. 그러나 늦장마에 이은 기습 한파로 3천㎡가 넘는 밭의 배추는 속이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작물의 성장이 저하되면서 농장주는 수확 시기를 늦추거나, 속이 꽉 차 있지 않은 상태로 상품을 출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30년간 배추를 재배해온 김우신씨(50ㆍ가명)는 이상기온 여파로 올해 배추 출하량이 전년보다 20% 정도 감소할 것 같다면서 수확하는 수량만 감소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품성까지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포천시 창수면의 사과 농장(2만1천500㎡)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2천700그루에 달린 사과들이 농장을 붉은빛으로 물들여야 하지만, 올해는 사과가 착색되지 않아 출하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면교 참살이농원 대표(58)는 16년간 사과를 재배해왔지만, 올해처럼 착색되지 않아 곤란한 적은 처음이라며 평소대로라면 20일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늦장마와 기습 한파로 아직 사과가 농익지 않아 수확 시기를 어쩔 수 없이 늦춰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재해보험에 가입은 돼 있지만, 이상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보상받기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면서 수확 때까지 해가 잘 들어 사과의 상품성이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기습적인 한파인 만큼 노지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철저한 보온 관리를 통해 저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를 입은 농가는 즉시 신고센터 또는 각 시ㆍ군청에 민원을 접수해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중순 기준 수도권 최저기온이 0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57년 이후 64년 만이다. 이번 추위는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짐과 동시에, 북쪽에서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가 급격히 유입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경수기자

[현장, 그곳&] 가성비 좋은 ‘배관용 보온재’ 화재 때 불씨 키운다

건물 배관에 주로 쓰이는 건축설비용 보온재가 화재 때마다 불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17일 용인시 수지구의 한 복합건축물.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천장에 줄줄이 늘어선 배관들이 빨간색의 포장재로 감싸져 있었다. 이 소재는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보온성으로 건축설비용 배관에 주로 쓰이는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확인됐는데, 가연성이 높아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더욱 크게 번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에도 배관을 덮은 보온재 탓에 불길이 더욱 크게 확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물 역시 연간 이용객이 30만명에 달하는 스포츠센터가 입주해 있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주민센터 등 시설과 연결돼 있어 불이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845세대가 거주하는 이곳 단지 지하주차장에선 더 많은 배관들이 천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하 1층 천장 한 켠에는 12개의 배관이 달려 있었고 모두 형형색색의 보온재로 둘러쌓인 상태였다. 이 보온재 역시 가연성이 높은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확인됐다. 앞서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8월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때도 이런 보온재가 불길을 더 키운 요인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당시 세차 차량 폭발로 시작된 불은 배관 보온재를 타고 번졌고, 차량 666대를 태웠다. 천장으로 타고 불이 퍼진 탓에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관련 제도의 규제를 받는 건축용 단열재와 달리 이 같은 건축설비용 보온재는 내부 마감재로 인정되지 않아 별도의 제한 기준에서 벗어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배관을 감싼 경우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살수 반경에 들지 않아 의미가 없다며 또 배관은 천장이나 기둥에 직접 부착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를 내부 마감재료가 아니다라고 유권 해석을 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안전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발포 폴리에틸렌과 같은 보온재는 작은 불꽃인 소화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난연성을 갖고 있지만, 큰 불길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이런 재질이 위험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가성비를 보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발포 폴리에틸렌 등의 소재가 불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재는 벽체를 통과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난연 재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사라지는 성매매 집결지, ‘파주 용주골’도 폐쇄 기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를 시작으로, 경기도에 성 상품화의 오명을 남겼던 이른바 3대 집창촌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 본격적인 도시 개발에 착수한 평택 쌈리(경기일보 8월19일자 1면)에 이어 마지막 파주 용주골도 재개발 논의와 함께 폐쇄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8시께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육군 제1보병사단에서 4차선 도로를 건너자 깜깜했던 어둠 속에서 붉은빛으로 물든 홍등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저녁부터 차량 수십대가 몰려 들었고 유리방에 앉은 여성들과 흥정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여성들이 밖으로 나와 차량 유리창을 두드리기도 했다. 6ㆍ25전쟁 당시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 용주골엔 한때 업소가 200곳에 달했으며, 성매매 종사자는 600명을 넘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업소 30곳 안팎에 성매매 종사자 70명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나 평택 쌈리와 다르게 비교적 젊은 20대 여성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용주골에선 지난해 11월 지적장애 여성들을 팔아넘긴 조폭 11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피해가 확인된 건 10~20대 여성 3명이었지만, 조폭들은 최소 10명 이상의 여성들을 업소에 팔아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일당은 전남지역에서 피해자를 꼬드겨 400㎞ 떨어진 용주골로 끌고 왔고, 건당 소개비 수백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조폭 일당 중 주범 2명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징역 3년이 선고됐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후로도 경기북부경찰청과 파주경찰서는 용주골 일대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며 올해 1~8월 포주 5명을 붙잡았다. 또 여성가족부와 파주시ㆍ여성인권단체 등과 성매매 집결지 관련 지역협의체를 구성, 업소 폐쇄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성 상품화와 범죄로 물들었던 용주골에 변화의 기미가 찾아왔다. 용주골 일대 포함 19만416㎡ 부지는 지난 2014년 파주1-3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어 2017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이달 2일 총회에서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며 변곡점을 맞게 된 것이다. 현재 구체적인 착공 일정이나 시설 종류,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니 신도시급의 아파트 3천278세대와 상가 등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축심의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며, 세부 계획 수립에는 6~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주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 자활 지원을 위한 별도 조례는 수립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성매매 근절 정책 추진을 위한 젠더 거버넌스 운영 사업이 여성가족부 심사를 통과했다며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초등학교 앞 ‘키스방’…의미 없는 교육환경보호구역

경기지역 학교 주변에서 청소년 유해업소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6일 오전 광명시 철산동 광명광덕초등학교 일대. 6차선 도로를 건너 번화가로 들어서자 유흥주점, 모텔 등 유해업소가 즐비했다. 현행법상 학교 경계에서 직선 200m 거리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이 같은 업소들의 운영이 제한된다. 밀실 형태로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장소도 포함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불과 130m 거리의 한 건물에는 2~4층에 걸쳐 키스방, 성인 컴퓨터방 등 신변종업소 4곳이 몰려 있었다. 해당 건물에 위치한 마사지업소의 경우 이용을 문의하자 선예약 후 현금 결제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유사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부천시 중동 미리내유치원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m 반경 안에 불법 마사지업소 7곳과 퇴폐 노래방 등이 버젓이 문을 연 상태였다. 한 노래방의 경우 입구부터 미녀 도우미 상시대기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또 다른 노래방은 싱글 도우미가 있다고 홍보했다. 아들과 함께 이곳을 지나가던 학부모 심지연씨(41ㆍ여)는 아이를 데리고 지나갈 때마다 낯이 뜨거울 정도라며 청소년 유해업소라고 지정해놓고 이렇게 수년 동안 방치해놓을 것이라면 교육환경보호구역이라는 개념을 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경기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유해업소는 3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1곳에서 더 늘어난 데다 전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업소 63곳 중 과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의왕시의 한 중학교는 교문 앞 횡단보도 건너 87m 거리에서 키스방이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탄희 의원은 학생들이 하루에 두 번씩 등하굣길에서 유해업소에 노출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철저한 지도ㆍ단속으로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안전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의 업소들은 표면적으로는 정상 업소처럼 등록해놓고 그 안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벌여 적발이 쉽지 않다며 지자체와 경찰에도 연 2회 이상 단속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꿀 생산량 감소에 설탕 가격 상승까지”…경기도 양봉업계, 이중고 심각

잦은 비에 꿀 생산량은 감소하고, 설탕가격마저 상승하니 막막할 따름입니다 경기도 양봉농가들이 올해 잦은 비에 따른 꿀 생산량 감소와 설탕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5일 오전 11시 화성시 팔탄면의 한 양봉농가. 주인 조성우씨(60)가 벌통을 열자 100여마리의 꿀벌들이 폭 45㎝ 높이 20㎝의 사각형 형태의 벌집에 듬성듬성 붙어 있었다. 이 안에 꿀벌들 먹이로 사용한 설탕물이 남아 있는 것을 본 조씨는 벌들이 설탕물보단 천연꿀을 먹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씨가 애타게 찾는 천연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마저 생산량이 감소, 사용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봄에 자주 내린 비와 지구 온난화로 아카시아 꽃이 빨리 지어 벌들이 꿀을 모으는 기간이 30일에서 20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3년 전보다 60%가량 감소한 꿀 생산량으로 조씨는 평년보다 최대 4천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 천연꿀이 부족하자 설탕물을 먹이로 주고 있으나 이마저도 궁여지책일 뿐이다. 설탕물을 먹은 벌들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진드기 등에 의해 폐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조씨는 석 달 전부터 8천원 상당 진드기 살충 약품(20개 묶음)을 매주 구입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은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 공급 부족으로 한 포대(15㎏)당 1만2천500원하던 설탕값이 1만5천원으로 증가하면서 3~4일에 한 번씩 설탕물을 만드는 조씨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빗물을 머금은 아카시아 꽃을 통해 만든 꿀은 수분이 많이 함양돼 있어 제품의 질도 떨어져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또 면역력이 약해진 벌들이 올해 겨울을 제대로 날지 걱정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주시 양봉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강우와 냉해로 70% 양봉농가에서 벌들이 채밀(꿀을 뜨는 행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양봉농가들은 국유지 등에 아카시아 묘목을 심어달라고 여주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벌들이 채밀하는 꽃을 늘리기 위해 추진 중인 화분 지원 사업의 예산을 내년에 더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꿀 생산량은 지난 2018년 4만1천588t에서 2019년 8만4천957t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엔 1만4천345t로 급락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언제 도착할까” 하염없이 버스 기다리는 외곽지역

버스 도착시간? 우린 그런 거 몰라대충 언제 즈음 오겠거니 하고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 거지 지난 1일 양평군 강하면의 한 마을.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김정숙 할머니(78ㆍ가명)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버스 6대가 지나가는 이곳 정류장엔 벤치와 비를 가려주는 작은 처마가 있을 뿐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알림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면 인구 4천826명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천586명(32.9%)에 달하는 이 마을에서 버스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터미널로 향하는 4-9번 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최대 3시간을 넘기는 데다 매번 도착하는 시간마저 달라 주민들은 20~30분씩 미리 나와서 기다려야 한다. 이날 광주시 퇴촌면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고개를 연신 두리번대던 신영자 할머니(83ㆍ가명)는 버스가 언제 지나갔느냐며 불만 섞인 혼잣말을 되뇌였다. 30분이 흘러도 읍내로 가는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신 할머니는 시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신 할머니는 시장이나 병원에 가려면 우리 같은 노인네는 버스 말곤 방법이 없는데, 매번 도착하는 시간을 몰라 자주 낭패를 겪는다며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적응은 됐지만, 짐이 많거나 시간이 촉발할 때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도심 속 버스정류장과 달리 외곽지역에는 별다른 안내 장치가 없어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 설치율은 올 상반기 기준 40.8%로 집계됐다. 그러나 양평ㆍ광주ㆍ여주 등 비교적 외곽에 위치한 12개 시군은 설치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지역은 대체로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안내단말기가 없어도 앱 등을 통해 버스 도착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은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2022년 3년간 외곽지역을 대상으로 버스정보 안내단말기(BIT) 확대 지원을 추진 중이다. 도비 10억원을 포함, 총 3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며 지난해엔 화성ㆍ파주ㆍ양주 등 9개 시군이 지원을 받았다. 도 교통정보과 관계자는 도민들의 버스 이용에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곽지역 시군들의 BIT 설치율을 높여 도내 시군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게 주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정민ㆍ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더 많이 죽고 다쳐도, 외면받는 ‘실버존’

노인들이 어린이보다 교통사고에 더욱 취약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외면 속에 노인보호구역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10월2일 찾아오는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30일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노인보호구역. 도로 위엔 시속 30㎞ 제한을 알리는 그림이 선명했지만, 차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특히 바로 옆에 공공실버주택과 요양병원이 있어 이곳을 지나가는 노인들이 많았으나, CCTV나 과속경보시스템 등 안전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화성시 병점1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의 상황도 비슷했다. 주민자치센터와 병원이 있어 다른 곳에 비해 노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지만, 노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도로 위 노인보호라는 글씨뿐이었다. 화성시 측은 노인 통행량이 많아 표시를 했다면서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ㆍ관리하진 않는다고 했다. 인근 시설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지자체가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는 의미였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는 2018년 3천612명, 2019년 3천803명, 2020년 2천838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만 65세 이상 노인 사상자는 8천552명, 8천916명, 7천836명으로 어린이보다 연평균 5천명 이상 사고를 당했다. 특히 해당 기간 어린이 19명이 숨질 동안 노인 사망자는 702명에 달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은 그 수와 안전장비부터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7월 말 기준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3천892곳인 반면, 노인보호구역은 341곳에 불과하다. 또 시속 30㎞로 주행 속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노인보호구역은 교통 원활 등의 이유로 시속 50~60㎞의 무의미한 제한을 두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노인보호구역에서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까지 제한할 수 있도록 하지만, 강제가 아닌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책적으로도 노인들은 외면받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집행 중인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 예산 2천511억원 중 79.2%에 달하는 1천988억원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에 집중됐다. 노인보호구역에 배정된 예산은 고작 70억원(2.8%)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건강 증진 등의 이유로 최근 노인 보행량이 늘고 있는데, 노인은 보행속도가 느리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보호구역의 확대가 절실하다며 노인 보행자가 많은 지역의 횡단보도 길이를 줄이는 등 교통시스템의 전반적인 차원에서 노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도심 속 ‘시한폭탄’…방치되는 폐업 주유소

친환경차 바람 속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안전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토양 오염과 폭발의 위험까지 우려되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9일 북한강을 따라 뻗은 46번 국도에서 남양주시 화도읍에 이르자, 허름한 주유소가 나타났다. 960㎡ 면적의 주유소엔 사람이나 차량 대신 잡초가 무성했고, 주유기를 허술하게 둘러싼 안전띠는 바닥까지 늘어진 상태였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휴업에 들어갔지만, 3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기름냄새를 풍기며 방치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의 폐업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2011년 8월 문을 닫은 뒤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폐허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주유기 위 천장에는 패널들이 뜯겨져 나간 채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주유소 부지의 경계를 따라 행인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 임준호씨(22ㆍ가명)는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내내 방치돼 있었는데, 군대를 전역한 뒤에도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주유소는 언제든지 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인데 저렇게 내버려둬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지역 휴ㆍ폐업 주유소는 2016년 112곳, 2017년 90곳, 2018년 185곳, 2019년 131곳, 2020년 112곳으로, 연평균 130곳의 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에 대한 의무가 없어 아무렇게나 방치되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0월 안산시의 한 폐업 주유소가 철거 도중 유증기로 폭발해 행인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 이상 영업을 중지할 경우 14일 전까지 의무적으로 ▲위험물 제거 ▲출입제한 등 안전조치를 마치고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위험물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내달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미 휴ㆍ폐업 상태인 수백곳의 주유소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위험을 안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안전조치를 한 뒤 관할 소방서로 자진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10월부터는 신고가 의무라며 지난해 9월 도내 휴ㆍ폐업 주유소에 대해 점검을 실시했는데, 올해도 하반기 중 일정을 잡아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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