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권리요? ,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죠…”
군포시 부곡동의 한 빵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은명씨(25ㆍ가명)는 하루 5시간 가운데 4시간 넘게 서서 근무한다. 퇴근하기 1시간 전인 오후 5시에 갖는 20분여간의 휴식만이 그에게 망설임 없이 오롯이 앉을 자격을 주는 유일한 시간이다.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 이씨의 다리에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자주 찾아왔고, 결국 압박 스타킹을 신지 않으면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이씨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탓에 압박 스타킹을 자주 꺼내 신으며 통증을 참는다”며 “매장 뒤쪽에 조그만 의자가 있지만, 매장을 비울 수 없어 앉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안양시 동안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최병선씨(26ㆍ가명)도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다리 통증을 안고 온종일 서서 일한다. 최씨는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의자는커녕 카운터용 매대에 몸을 기대 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씨는 “한가한 시간대라도 언제 손님이 올지 몰라 매대 안쪽에 있는 의자로 갈 수가 없다”며 “임시방편으로 박스나 버리는 물건으로 간이의자를 만들어 틈틈히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눈치가 보이는 실정”이라고 한숨쉬었다.
지난 2008년 대형마트 계산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서비스직 근로자의 ‘앉을 권리’가 13년이 지나도록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의 휴식을 위한 의자를 갖춰야 하지만, 현재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는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곳곳에서 나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마트산업노조가 마트근로자 5천여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78.6%가 하지 정맥류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 정맥류는 주로 앉아서 쉬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이들에게 발현되는 증상이다. 또 하지 정맥류나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는 25.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사업주의 눈치 등의 이유로 의자에 앉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 하지 정맥류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 근로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매년 근골격계 질환 예방점검을 벌여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 찾기 캠페인 등을 통해 앉아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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