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도심 속 하천 구역에서 불법 경작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음에도 관할 지차체들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탑동 912-27. 옆으로 황구지천이 흐르는 해당 토지는 지목상 하천으로 경작이 불가능한 곳. 약 200㎡에 달하는 땅 한가운데엔 ‘무단점용 경작금지’란 팻말이 세워져 있었지만, 그 뒤로는 버젓이 상추·옥수수·고추 등이 자라고 있었다. 또 불법 경작지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1m 높이의 그물망이 둘러져 있어 외부인의 침입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이날 시흥시 능곡동 780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능골공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개천 옆 토지에는 깻잎·가지·상추 등 각종 농작물이 심어져 있었다. 또 주변에는 널브러진 플라스틱 용기와 폐비닐로 인해 환경 오염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 인근 주민 김형심씨(35·가명)는 “시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에 누군가 무단으로 작물을 심고 있는데 지자체는 대체 뭘 하느냐”고 꼬집었다. 권선구는 올해부터 황구지천에서 본격적으로 불법 경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누가 경작을 하는지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도 현장을 2~3번 방문했지만, ‘주인’을 만나지 못해 담당자 연락처만 남겨두고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불법 행위자에게 자진신고를 기다리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흥시는 향후 연락이 닿지 않을 시 토지 원상복구 명령고지를 예고했다. 이 같은 불법 경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지난 2019년부터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9~2021년 3년간 하천 구역을 포함한 도내 무단점유 토지는 총 65만7천8㎡(2019년 4만1천932㎡, 2020년 34만1천644㎡, 2021년 27만3천432㎡)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기도는 지난 4월 공유재산 관리·운영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농업 현장에선 플라스틱·비닐쓰레기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데다 화학비료로 인한 유해 폐기물로 환경 파괴의 우려도 크다”며 “이 같은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는 불법 경작지에 대한 단속에 더욱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무단 점유를 통한 불법 경작에 대해선 지난해부터 종합계획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올해 하반기가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장마 피해’ 수원 광교산 농장 가 보니…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흙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수원특례시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최근 내린 비로 광교산의 토사가 인근 농가를 덮쳤지만, 관련 법령의 한계에 묶여버린 행정 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6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상광교동에서 주말농장을 운영 중인 A씨는 뻘밭이 돼 버린 길과 밭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수원 지역에는 최대 330㎜의 비가 내리면서 인근 밭의 토사가 흘러내린 게 발단이다. 애지중지하게 키우던 토마토와 감자 등 10여 줄기는 흔적도 없이 흙에 파묻였다. 더욱이 주말농장을 잇는 70여m의 비포장 형태의 도로는 진흙탕으로 변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기 일쑤였다. 이번 장마 직전에 미리 물길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지 않았다면 주말농장은 쑥대밭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A씨는 자신의 농장 상단 인근에 위치한 밭에서 이 같은 문제가 비롯됐다고 추정했다. 경사가 급한 지역 특성상 이곳은 계단식 형태로 흙이 쌓여야 빗물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흘러내려 간다. 하지만 인근 밭 주인은 평평하게 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이고 고인 물이 결국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며 흙을 쓸러 내려가게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7일부터 이틀 동안 수도권에 최대 100㎜의 비 소식이 예고되면서 A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피해를 본 A씨는 수원특례시와 장안구에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였다.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제방과 같은 농사 이외의 용도의 시설물은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일한 대책은 A씨가 최대 높이 50㎝의 흙 제방을 쌓는 것이나 이마저도 폭우로 쓸러 내려갈 게 뻔한 실정이다. A씨는 “갑작스럽거나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무너져버린 흙이 인근 민가까지 덮칠 수 있다. 인명 사고가 나면 수원특례시는 그때야 나서겠는가”라며 “매번 비가 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이젠 지겹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장안구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당사자끼리 풀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도 “이번 폭우에 대한 피해현황을 조사한 뒤 대책 마련을 고심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박병규기자
#1. “황금 같은 점심시간, 구내식당 줄 서는 시간이 아까워 외식했는데 이젠 돈이 더 아까워 그냥 기다려요” 광교신도시가 속해 있는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도청 신청사가 문을 열면서 인근 식당가가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점점 발길은 24층 청사 ‘구내식당’에 몰린다. 외식값이 비싸다는 이유다. 도청 공무원 A씨(33)는 “그동안 신청사 엘리베이터가 부족해 많은 공무원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싫다면서 밖에서 빠르게 먹고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최근엔 그렇지 않다”며 “식당에서 먹으면 짧고 간단한 식사에도 1만2천~1만5천원은 들여야 하니까 아깝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점심값 아까워 비대면 수업 그리워요”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원룸, 고시텔 등에 거주하는 자취생을 위한 ‘가성비’ 분식집, 도시락 전문점 등도 메뉴 값을 올렸다.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B씨(23)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만 진행하다 올해부터 대면수업을 하게 됐는데 차라리 비대면 수업 때가 그립다”며 “학교에 나오니까 점심을 사먹어야 해서 돈이 부담스럽기 때문인데, 가끔은 편의점에서 간단히 허기만 채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밥값’마저 골치다. 신도시나 오피스 상권에선 한 끼 식사가 1만5천원을 웃도는가 하면, 대학가에서도 김밥·도시락 같은 음식 값이 줄줄이 올라 남녀노소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외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김치찌개는 지난해 6천615원에서 올해 7천241원으로 약 9% 가격이 올랐다. 칼국수도 같은 기간 7천308원에서 7천897원으로 비싸졌고, △냉면(8천577원→9천259원) △백반(6천615원→7천241원) △자장면(5천692원→6천원) 등도 잇따라 값을 올렸다.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올해 외식에 드는 비용이 8%p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발 전쟁 여파로 원재료가 되는 각종 곡물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비단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만 보더라도 지수는 지난달 111을 넘겨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통 식료품 값을 100%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 111% 비싼 값에 사야하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선 ‘구독권’이라는 대안도 꺼냈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사류를 구독하면 온·오프라인에서 정해진 횟수 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달 간 10회에 걸쳐 20% 할인이 가능한 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경우 올해 1~5월 구독 서비스 사용을 분석한 결과 전국 사용량이 전년 대비 49.3% 늘었다”며 “외식 가격이 부담스러워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법으로 편의점을 찾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언제쯤이면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된 가운데 반지하 주택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 힘겨운 ‘장마나기’를 하고 있다. 28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사는 김명식 할아버지(89)는 장마를 대비해 집 앞에 물길을 만들고자 모래주머니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김 할아버지 집은 비가 많이 오면 언덕 위쪽에서 빗물이 다량으로 흘러 내려와 침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새벽 폭우가 쏟아질 당시 물이 새지 않을까 걱정이 돼 마음 편히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시흥시 신천동의 한 반지하 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일대 반지하 주민들도 행여 막힌 배수로는 없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고, 집 앞마다 설치된 모래주머니들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더욱이 이 동네는 지대가 낮아 높은 고도에서 물이 빠르게 모이는 지역으로 반지하 주택들의 침수가 잦은 곳. 이정훈씨(56·가명)는 “매년 장마철만 되면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지낸다. 언제쯤이 돼야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런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지하 주택은 약 9만 가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군별로 따져보면 시흥(약 1만5천)·수원(약 1만4천)·성남(약 1만2천)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지하 주택은 대개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이 많은데, 실내 오염에 취약하고 자연배수가 어려워 최저 기준 미달 주거시설로 분류된다. 더욱이 장마철이면 창문이나 대문 등으로 노면수가 유입돼 침수 우려마저 커진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장마전선이 큰 비를 뿌릴 것이라고 관측했는데, 이 때문에 각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는 집중 호우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들을 위주로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지난 달부터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들을 직접 방문해 하수 역류 방지시설·하수시설 등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반지하 주택의 경우 매년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주택들은 애초에 주거지로 사용돼선 안 되는 곳들”이라며 “침수 피해로 문제가 되는 주택들은 폐쇄 조처를 할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지원 확대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11개 이상의 시군에서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 비상 1단계를 발령하는 등 호우 상황에 따라 모니터링 수준을 조절한다”며 “반지하 주택 등의 침수 상황은 각 시군에서 담당하지만 일선 지자체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규·노소연기자
“도로 표지판을 따라 운전했더니 신청사가 아닌 구청사가 나왔네요” 23일 오전 본보 취재진이 경기도청 신청사를 목적지로 정하고 팔달산 청사가 위치했던 팔달구 인근부터 이정표를 따라 운전했다. 팔달문을 지나 직선으로 뻗은 정조로와 매산로의 표지판을 따라가니 도청을 우측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오며 경로 이탈을 유도했다. 반대편인 수원역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매산사거리를 거쳐 도청오거리에 다다르자, 표지판은 좌측의 옛 청사를 가리켰다. 이정표대로 팔달산 청사에 도착했으나 대부분 신청사로 떠나 썰렁한 공기만 맴돌았다. 수원특례시청 앞 편도 5차로 아스팔트 바닥 전면도 진하게 직진 방향의 팔달산 청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지어 신청사가 위치한 광교 부근도 상황은 마찬가지. 창룡대로의 동수원IC 진입로 앞은 경기도청을 전방으로 안내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팔달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창우(37)씨는 “수원분들은 신청사로 옮긴 점을 잘 알겠지만, 타 지역에서 오면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도청이 하루아침에 지어진 것도 아닌데 아직도 준비를 안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황당해했다. 경기도청이 광교신청사 시대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시내 곳곳에는 옛 팔달산 청사로 안내를 유도하는 도로 표지판들이 버젓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 대대적인 표지판 정비 사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본보 취재 결과, 수원특례시 내 최소 14곳의 도로 표지판이 광교신청사 대신 구청사로 경기도청을 표기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정표 및 도로 관리 기관인 수원특례시는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본 예산안에 이와 관련한 재정 계획을 세우지 않은 데다 도청과의 협의를 이유로 곧장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당분간 시민 불편은 이어질 전망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문제점을 알고 구 도청과 관련해 문헌설정을 했다”며 “표지판은 도청과 협의를 계속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을 걸리겠지만 잘못된 표지판들을 최대한 빨리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박병규기자
때 이른 폭염에 더위를 피해 지하철 등으로 ‘피서’를 떠나는 노인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관계 단절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낮 수원역. 30도에 육박하는 바깥 온도와 달리 역사 안은 20도를 밑돌 정도로 시원한 상태였다. 자신의 열차시간을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로 노인 3명이 역사 안 의자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이명국 할아버지(83)는 “역사나 열차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 없어 여름이면 자주 찾는다”며 “그간 코로나19로 경로당도 못 가 아는 사람도 없어 눈치 볼 바엔 올 여름도 지하철에서 보낼 것”이라고 속삭였다. 이날 오후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죽전역. 이날 용인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낮 최고 기온이 31도를 웃돌았지만 열차 안은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에어컨으로 시원한 상태였다. 청량리행 열차엔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시민들 사이로 김명자 할머니(78)는 별다른 이유 없이 수서역까지 향하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전기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데 경로당에 가도 눈치만 주는 것 같아 여름엔 자주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용인·안성 등에서 처음 발효된 폭염주의보는 이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가평에서 발효된 도내 첫 폭염주의보가 7월1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첫 폭염주의보는 이보다 10일이나 앞선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30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폭염 특별 대책기간’을 운영하며 도내에 무더위 쉼터 7천511곳을 지정해 냉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의 85.5%가 경로당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노인 커뮤니티와 단절된 노인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지하철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코로나19로 다른 노인들과 관계를 맺지 못한 노인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건데, 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노력과 함께 이동이 불편한 75세 이상 노인들도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이동서비스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로 향하지 않고 지하철 등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있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안타까운 부분이 충분히 있다”며 “시설 자체가 부족하다기 보단 스스로 꺼리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어르신들의 무더위 쉼터에 대한 문의 등이 들어오면 최대한 잘 안내해 쉼터로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폐지되면, 국민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합니까?” 22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이곳에서 만난 김진원 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사무국장은 “업종 폐지는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새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양손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시설물 안전 외면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정책 철회해주세요’라는 전국 7천300여(경기도 1천70개)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들의 염원이 담긴 피켓이 들려 있었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가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4년째 파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개편안은 입법권 침해 및 위헌·위법임을 지적했으나, 국토부의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업계는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폐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시설물의 유지·보수만을 하는 전문건설업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신축과 유지관리 간 애매모호한 경계로 전문건설업과 업무 영약 등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업종 폐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업계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시설물의 보수, 보강, 개량을 업무 영역으로 하고, 신축이나 재축, 대수선 등은 할 수 없어 국토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업계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세종 국토교통부 본사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수진기자
“부생연료유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수사를 벌여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16일 오전 경기 북부지역의 한 부생연료유 판매업체.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사법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 3명이 단속에 앞서 치밀하게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를 끝낸 이들은 비릿한 기름 냄새를 뚫고 불시에 이곳으로 들이닥쳤다. 이 업체는 경기 북부지역의 세탁 공장에서 사용되는 부생연료유를 대량으로 납품하는 곳. 부생연료유는 석유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된 석유로 제4류 위험물로 분류, 화재 시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날 단속은 배수로, 소화기 보관상태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별사법경찰관들의 ‘매의 눈’이 가동되자, 업체의 불법 사항이 하나 둘 걸려들기 시작했다. 이들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배수로의 관리 상태. 옥외 저장탱크 4대에서 부생연료유가 누출될 시 배수로를 따라 하수구 격인 유분리장치까지 흘러 들어오게 되는데, 화재 위험이 큰 만큼 이물질이 없어야 했지만 배수로엔 각종 모래·나뭇가지·쓰레기 등이 잔뜩 껴 있었다. 소화기 배치와 관리 상태도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예리한 눈길을 피해갈 순 없었다. 옥외 저장탱크 옆에 배치된 소화기 저장소에선 충전압력이 미달된 소화기도 일부 발견됐다. 소화기는 충전압력이 부족할 경우 제기능을 하지 못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지장을 초래한다. 앞서 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부생연료유를 취급하는 세탁공장에 대한 기획수사를 진행해 세탁공장 24개소 중 15개소(63%)에서 부생연료유 무허가 저장·옥외저장소 무단 설치 등을 적발, 입건 및 과태료 등의 절차를 밟았다. 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절반 이상의 세탁공장에서 부생연료유 취급 시 불법 사항이 발견된 만큼, 공급업체를 대상으로도 단속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파주·포천·연천 등의 판매업체 7개소에 대해 불시단속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방화문 기능장애·이동탱크 저장소 상치장소 위반 등이 적발돼 행정명령 5건·과태료 부과 2건을 조치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사법팀장은 “최근 유가 상승, 석유제품 가격의 불안정으로 무허가 위험물이 유통되거나 취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기획 수사를 통해 재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방할 것이며, 연중 점검도 지속해 도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노소연기자
도심 속 공사현장마다 마구잡이로 나뒹구는 자재들이 점자블록을 가리면서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3일 오전 군포시 송부동의 한 복합상가건물 신축현장은 주변으로 나무 자재들과 철근, 파이프가 나뒹굴며 점자블록을 가려버린 상태였다. 인도 위로 2m 높이로 무단 적재된 건설자재들을 둘러싸고 라바콘이 세워져 있었지만, 여유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미리 위험을 인지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곳 상가단지를 오가는 행인들은 인도를 차지한 자재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날 낮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공사현장도 안전관리가 엉망인 건 마찬가지. 6층 높이 상가를 올리는 현장 주변으로 라바콘과 벽돌 무더기, 공사가림막 등이 널브러져 보행자 대신 인도를 장악했다. 특히 공사현장에서 나온 모래가 점자블록을 덮어 발의 감각으로는 선형인지 점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자칫 방향을 잘못 틀었다간 바로 옆 차도로 내몰릴 정도로 위험했다. 교통약자법상 선형블록의 외곽선을 기준으로 최소 60㎝ 내엔 어떤 장애물도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서, 교통약자로 꼽히는 시각장애인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사 여부를 알면 멀리 돌아서라도 가겠지만, 모르고 공사현장을 향해 걸어갔다가 흙에 미끄러지거나 자재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보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장들이 많아 시각장애인에겐 상당히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군포시 측은 현장 파악을 마친 뒤 도로를 원상복구하도록 명령하는 행정절차를 예고했다. 마땅한 이유 없이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 고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담당 공무원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세세한 단속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무단적치 여부를 파악하고 현장을 확인해 조치하고 있다”며 “각 구청에 담당 공무원이 1~2명에 불과하다 보니 미리 모든 현장의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소연기자
빠르게 찾아온 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실외기 관리가 화재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12일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 죽전로의 한 상가. 상가 2~3층 베란다엔 에어컨 실외기 약 80대가 겹겹이 늘어서 있었는데, 여러 대의 실외기가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 보니 전선은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상태였다. 또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실외기들은 이날 약 30도에 육박하는 온도 탓에 쉴 새 없이 가동 중이었다. 이들 실외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내뿜는 열은 1층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같은 시각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2층부터 7층까지 베란다마다 빼곡히 배치된 실외기 30여대가 쉬지 않고 작동 중이었다. 무엇보다 일부 가동 중이지 않은 실외기의 날개 사이엔 닦이지 않은 먼지가 그대로 붙어 방치돼 있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김영문씨(43)는 “깨끗하게 관리돼도 오랜 시간 가동되면 가열돼 화재 위험이 커지는데, 관리까지 안 돼 있으니 이런 실외기들이 작동된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통상 에어컨 화재는 7~8월에 집중된다. 하지만 2017~2021년 5년간 경기지역에서 6월에 발생한 화재 비율도 약 13%를 차지해 적지 않은 비중을 나타냈다. 더욱이 지난달엔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해 전력수요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증가한 6만6천243㎿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향후 더위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6월의 에어컨 사용량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컨 실외기 등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소비자원은 실외기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4개 제조업체와 ‘가전제품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꾸려 매달 소방청으로부터 에어컨 화재 관련 자료를 받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소비자원은 이들 제조사와 함께 지난 4월25일부터 한 달간 여름철 에어컨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 사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는 한 번 설치되면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며 “미흡한 실외기 관리가 화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은 실외기 관리에 대한 적극적 홍보와 함께 계도활동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외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무상점검을 통해 성능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소비자들도 화재 예방을 위해 실외기 설치 시 벽면과 10㎝ 이상 거리를 두는 한편 사용 전 먼지 제거·전선 훼손 유무 등을 확인하는 점검도 자주 시행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우회전 때 불법 주차한 시내버스 때문에 반대편 차량은 물론 길 건너는 사람도 안보여요.” 지난 9일 오전 7시10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구석말 삼거리 일대 편도 2차선 도로에 34번 시내버스 3대가 불법 주·정차해 있다. 이 때문에 우회전을 하려던 승용차 4대가 불법 주차를 한 버스들을 피해 곡예운전을 한다. 출·퇴근 길 이곳을 지날수 밖에 없는 인근 인천환경공단 직원 A씨는 “우회전 시 불법 주·정차한 시내버스 때문에 마주오는 차량과 보행자를 볼 수 없어 항상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했다. 이날 동구 방축로 9번길 57 일대의 편도 4차선에도 도로에도 510번 시내버스 4대가 불법 주·정차해 있다. 구 단속반이 주변에 불법 주·정차한 승용·화물차량엔 ‘과태료부과 대상차량’ 안내문을 붙인 반면, 이들 시내버스는 전혀 단속하지 않는다. 인근 자동차 정비소 직원 B씨는 “구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는것은 종종 보지만, 시내버스를 단속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인천 시내버스들이 버스차고지 일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인근 주민 차량의 안전 운행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 불법주차 단속반은 버스차고지 인근에 불법 주·정차한 버스를 단속하지 않는다. 단속반은 시내버스 불법 주·정차 민원이 들어와도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단속반은 시내버스 운전자와 업체에 계도하는 게 전부다. 이 때문에 차고지 인근에 시내버스 불법주차는 반복하고 주민의 불만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달리 계양구는 지역 시내버스차고지 일대 불법 주·정차 단속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불법 주·정차 시내버스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했다. 이날 계양구 효성동 효서로 56에 위치한 시내버스차고지 일대를 확인한 결과, 도로에 불법 주차한 시내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시내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지 않는 한 기초단체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시내버스도 불법 주차할 경우 단속 하는게 맞지만, 기사가 버스에 있으면 이동해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시내버스업체에 불법 주차하면 단속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기자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의왕ICD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기한 총파업이 사흘째에 접어들며 점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화물기사들의 운송 거부로 물동량이 바닥을 치면서 수도권 물류의 중심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선 물류 호송작전까지 진행됐다. 9일 오후 2시30분께 의왕ICD 제1터미널 출구 방면에서 경찰의 호위 속에 화물차량들의 출차가 시도됐다.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들이 게이트에 들어설 때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운전자를 막아 세우고 파업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물류 운송이 시급했던 기사들은 쉽사리 설득되지 않았고 끝내 차량은 게이트를 넘어 서서히 내리막길을 달렸다. 대로변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대기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50여명은 차량이 출차할 때마다 연신 차량번호를 외쳤다. ‘당신들은 안전운임제를 보장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과 함께 욕설이 오가면서 다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첫 출차 이후 1시간에 걸쳐 총 10대의 차량들이 출차에 성공했다. 특히 마지막 차량은 화물연대 가입 운수업체의 것으로, 노조의 반발과 항의가 가장 격렬했다. 몇몇 조합원은 운전석 창가를 두드린 뒤 운전대를 잡은 화물기사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와의 충돌을 각오하고 의왕ICD에서 출차가 시도된 배경에는 파업 사흘 만에 바닥을 친 물동량이 있다. 파업 첫날이던 지난 7일 의왕ICD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14.4% 수준인 631TEU에 그쳤다. 전날(수요일) 역시 요일 평균 4천436TEU를 한참 밑도는 392TEU에 그쳤다.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뜻한다. 항만도 비상이다. 평택항은 평시의 2~3%수준으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급감했고, 인천항의 경우 10~20% 선까지 떨어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의 인천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천157TEU로, 지난달 동시간대의 23% 수준이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의 주요 시멘트공장이 봉쇄되며 건설현장까지 피해가 번지거나, 완성차 납품업계 또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공장 가동이 반복해서 일시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파업의 주된 이유인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법 개정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불법 집회를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무더기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 이천경찰서는 화물연대 대전본부 하이트진로 지부장 A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석방 조치됐다. 장희준·노소연기자
‘동네 약국’ 효자 품목인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공급가가 오르면서 약국계가 시름에 빠졌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현상임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의 거부감을 생각하면 약국 입장에서 판매가를 높여야 할지,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수원 화서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56)는 8일 오전 진열대를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손님들의 손이 자주 닿는 곳은 비타민이나 파스와 같은 일반의약품 코너. 이날 A 약사는 그 ‘반가운 코너’를 정리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제약업체가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공급가 인상을 예고한 탓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제약업체가 공급가격을 올리면 중간도매상은 물론 소매상인 약국까지 따라서 가격을 올린다. 그런데 그 대상이 가정용 일반의약품이 타격이 더 크다”면서 “병원 앞 약국이나 대학가 근처 약국이 아닌 동네 소규모 약국들은 처방전 없이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먹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손님들이 비싸다고 구매를 포기해버리면 운영이 힘들다. 대부분 손님들이 찾던 제품만 찾지 않는 편이라 약국 입장에선 판매가를 높여야할지 말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올 하반기께 공급가가 높아질 예정인 일반의약품은 일동제약 비타민(아로나민씨플러스·10%)과 GC녹십자 파스(제놀쿨·10%) 등이다. 앞서 지난달엔 일양약품 자양강장제(원비디)의 공급가가 올랐고, 광동제약 종합감기약(쌍화탕)도 현재 공급가 인상이 검토되는 중이다. 지역 약사계는 보건복지부가 가격을 조정하는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시장 상황상 가격이 달라져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경기도약사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원인으로 제약사들이 공급가를 올리는데, 의약품 제조 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사실상 약사계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약국별 고민이 많겠지만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일반의약품 공급가 인상에 소비자 부담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인 한국부인회의 김경숙 경기도지부장은 “모든 제품의 공급가가 오르면 구매가도 오르기 쉽다. 더욱이 가정용 일반의약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하고 자주 이용하는 제품인데 10%가량 오르면 타격이 크다”며 “물가 변동을 반영한 적정 금액이 오를 순 있으나 그보다 과한 인상은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연우·이은진기자
“상류에선 물을 사용하고 잠가버리니…하류에 있는 마을은 농번기에 농사도 못 짓고 죽을 맛입니다” 무책임한 수문 관리로 인해 농번기를 맞은 시화호 하류 지역 농민들의 가뭄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시화호 상류에서 물이 흘러오지 않아 하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고사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시화호 상류 지역. 해당 지점은 안산 반월저수지부터 흘러오는 반월천, 동화천 등이 합류되는 곳으로 이곳엔 커다란 배수갑문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배수갑문 앞쪽 하류 방향으론 하천이 거의 흐르지 않아 메말라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물이 있는 곳에서도 물 자체가 공급되지 않다 보니 녹조까지 자욱하게 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화호 하류에 위치한 장전리 일대 농민들은 농업용수가 없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 중 일부는 농번기임에도 모내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해당 마을엔 물을 끌어오기 위한 펌프장이 있지만, 물 자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역부족이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홍선재 장전리 이장(70)은 “동네에서 적어도 6~7㎞까진 용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상류에서 물을 쓰고 보를 잠가버리니 하류에 있는 우리 마을까지 물이 도달할 턱이 없다”고 호소했다. 하류를 따라 이동해도 ‘물 부족’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상류에서 물길이 막히니 해수가 섞인 하류의 민물 물고기 고사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 실제로 이날 시화호 내 갈대습지 바로 옆의 어도엔 치어와 성어들이 갇혀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어도는 하천에 물고기의 이동을 막는 방해물이 있을 때 이를 가능케하기 위해 조성된 수로인데, 수면 자체가 낮다 보니 물고기들이 오가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보를 관리하며 수문의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화성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애초에 올해 초부터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던 데다 화성 매송면 등 상류에 있는 마을에선 수문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문을 열게 되면 상류 지역에 가둬 놓고 사용하던 물이 흘러나가 상류 지역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원은 “안산시 갈대습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물 부족’이 아닌 ‘물 관리 소홀’”이라며 “해당 수문에 대한 관리 주체가 바뀌며 안산시가 갖고 있던 노하우가 사라진 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안산시가 다시 전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성시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그간 농업용수 부족과 관련된 민원은 주로 상류 지역에 위치한 마을들에서 접수돼 하류 지역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동화천 쪽 수문을 여는 방법을 포함해 장전마을 등 하류에 있는 마을들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구재원·김정규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머리에 빨간띠를 두른 화물기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나섰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7일 오전 10시께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투쟁을 선포했다. 출정식에 앞서 5t 윙바디 차량을 단상으로 세우자 ‘요소수 대란! 기름값 폭등! 안전운임제가 정답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빨간 피켓을 든 조합원 수백명이 한 줄에 12명씩 줄지어 앉았다. 투쟁을 외치는 붉은 물결은 육안으로 끝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였다.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물류 거점으로 모여든 화물차량들의 종류는 대형 화물트럭부터 트레일러, 카캐리어(완성차 운반 트레일러) 등으로 다양했다. 다만 하나같이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혹은 ‘투쟁’이라 적힌 현수막을 건 모습이었다. 2시간에 걸친 출정식엔 1천명 안팎의 조합원이 참가했으며,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 등이 나서 투쟁을 독려했다. 출정식을 마친 뒤 400명가량은 평택항으로 이동했고, 각 거점에서 물류 출하를 저지하는 거점봉쇄에 들어갔다. 화물연대의 주된 요구사항은 일몰제로 도입돼 오는 연말 폐지를 앞둔 ‘안전운임제’의 확대 시행이다.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차량 등 전체의 6.5%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을 전차종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최저 운임마저 보장받기 어려워진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경유값 역시 큰 반발요인이다. 경기 지역 경유값은 지난해 6월 ℓ당 1천357원에서 이날 기준 2천37원으로 1.5배 급등했다. 증가세는 올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정세의 여파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40년째 화물운송에 종사하고 있다는 권정만씨(68) 역시 경유값이 올라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5t 윙바디를 몰고 전국을 누비던 권씨는 낮은 운임 대비 높은 기름값으로 차라리 운행을 멈추는 게 이득인 처지가 됐다. 권씨는 “통상 월 1천만원의 수익이 나면 기름값으로만 450만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경유값이 오르면서 최소 월 200만원은 더 쓰고 있다”며 “한 달에 서울~부산 장거리 운송을 8번 뛰어도 수중에 남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라고 하소연했다. 평택항에서 투쟁을 외치던 비조합원 김윤중씨(58)도 “평택에서 양산까지 운임비로 94만원을 받는데 기름값만 50만원”이라며 “보험료와 차량 유지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안전운임제마저 사라지면 과로·과적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파업 첫날을 보낸 화물연대는 의왕ICD, 평택항 등 주요 물류 거점마다 천막을 차리고 화물 운송을 저지할 계획이다. 평택항의 경우 검역본부를 제외한 4·7·8 정문과 현대글로비스 터미널에 대한 거점봉쇄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그간 최저입찰로 운반비가 내려가고 화주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과거 총파업 때와 달리 터미널로 오는 화물차량이 없다는 건 42만명의 화물노동자가 안전운임 확대를 위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경계’에 해당하는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수송 대책본부장을 행정2부지사로 격상했다. 아울러 일선 지자체의 자가용 유상 운송 허가를 지원하고, 운송거부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질 경우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대응 수준을 높일 방침이다. 장희준·안노연기자
단독주택의 재활용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 도입 6개월이 지나도록 인천지역 단독주택가 곳곳에서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시를 비롯한 10개 군·구가 이를 위해 분리배출대 1만여대를 마련했지만, 대부분 군·구가 인력 한계를 이유로 사실상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어 제도가 겉돌고 있다. 6일 환경부와 시 등에 따르면 단독주택·다세대주택 입주민들은 투명 페트병 및 비닐 등을 분리배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에는 여전히 플라스틱과 일반 생활 쓰레기 등이 뒤섞여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남동구 만수동의 한 분리배출대 앞. 분리배출대마다 ‘비닐류’와 ‘투명플라스틱’·‘캔’·‘종이류’등 재활용 품목이 적혀 있지만,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상자 안에는 배달용기와 스티로폼을 섞어 버렸고, 배달용기 세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중구 송월동의 한 골목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투명페트병을 수거하는 노란 봉투에는 종이가 한 데 섞여있고, 비닐류를 수거하는 보라색 봉투에는 페트병이 담긴 채 버젓이 놓여있다. 인근 주민 A씨(30)는 “테이크아웃 컵이나 재활용이 안되는 과자봉지를 분리배출대에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분리배출대가 아니라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께 연수구 청학동의 한 분리배출대에도 재활용 품목마다 다른 색의 봉투가 걸려 있지만 대부분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한 데 버려뒀다. 라벨을 뜯지 않은 페트병과 과자 포장지, 음료수 캔, 종이컵 등이 다른 생활 쓰레기 더미와 함께 같은 봉지에 담겨있다. 인근 주민 B씨(60)는 “여기 상가 주인이나 빌라 관리인들에게 관리하라고 하는데 생업이 바빠 어렵다”며 “관리 시스템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구는 분리배출대만 설치할 뿐 별다른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처음 분리배출대를 보급할 당시 번호를 매겨 1만개를 보급했지만, 위치가 달라지거나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구 관계자는 “공동주택 분리수거와 달리 단독주택·다세대주택의 분리수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공공 일자리를 통해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좀 더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투명 페트병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 등을 통해 분리배출 구조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촌마다 농번기를 맞고도 제때 일을 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2일 낮 12시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농촌. 1천㎡에 달하는 메마른 들녘에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자, 밭을 바라보는 오형식씨(70)의 낯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올해로 4년째 마늘과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하고 있는 그는 날씨가 가물어서 어린 아이의 주먹 만큼도 자라지 못한 마늘 탓에 매일 속이 타들어 간다. 오씨는 “통상 6월 말이 되기 전에 마늘을 수확해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작년의 3분의 2 정도만 큰 것 같다”며 “매일 멀리서부터 물을 길러다 주고 있지만 아무리 많이 물을 뿌려도 비가 한 번 제대로 내리는 것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햇살이 더 뜨거워진 오후 2시께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의 밭은 마른 흙이 ‘바스락’ 부서지다 못해 쩍쩍 갈라진 상태였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고추와 배추, 마늘, 들깨 등의 작물들을 기르고 있다는 김성호씨(65·가명)는 작물들이 말라 비틀어져 ‘반 포기’ 상태라고 털어놨다. 물이 없다 보니 3천㎡짜리 밭 곳곳에 설치해둔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이 됐다. 김씨는 “마늘은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말라버렸고, 배추도 자라다 말고 누렇게 말랐다”며 “고추 같은 작물들은 꽃을 틔운 뒤 열매를 맺는데, 비가 내리질 않아 다 자라지도 못한 채로 꽃을 틔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기준으로 지난 5월31일까지 올해 누적 강수량은 14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73년 강수량을 집계한 뒤 50년간 여섯 번째로 비가 적게 오고 있는 것이다. 평년값 252.0㎜와 비교하면 56.7%의 평년비로, 올 들어 강수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비 소식이 끊겨버린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촌마다 ‘고난의 행군’에 들어섰다. 모내기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나, 노지 밭작물은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 생육이 저하되고 생산량 감소까지 이어지는 탓에 사안이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급수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비 소식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를 대상으로 가뭄 취약지역에 대한 수시 점검을 요청했으며, 지역 사정에 따라 절약 급수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며 “우선 지자체에 가뭄대책비용으로 25억원(경기 3억원)을 투입했으니 가뭄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농민들과 지자체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희준·노소연기자
경기도 내 곳곳에 방치된 빈집들이 미관 저해와 범죄 발생 등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도심과 농어촌지역으로 나뉘어 빈집이 관리되는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주택.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담쟁이 넝쿨이 2m 가까이 자라 주택 벽면을 휘감고 있었고, 벽면엔 내부 골조물이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슬레이트 지붕은 세월의 풍파에 부식됐고, 유리창 곳곳은 깨진 상태였다. 인근 주민 이영숙씨(56)는 “이 근처에서 5년 이상 살았는데,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막혀있고 이 곳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에서도 비슷한 광경은 이어졌다. 이날 오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의 한 단독주택. 지난 1962년 지어진 이 집의 누런색 외벽은 곳곳에 균열이 간 상태였고, 집 주변엔 플라스틱 병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10년 넘게 이 주택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호 할아버지(82)는 “이 동네로 이사 온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이 집 주인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시골엔 빈집이 자꾸 늘어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경기지역 빈집은 총 5천518호로 집계됐는데, 이 중 도심지역엔 2천824호(51.1%), 농어촌지역엔 2천694호(48.9%)가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은 미관 저해·범죄 발생 등의 온상이 되는 상황. 지난 2020년 5월엔 화성시 장안면의 하 빈집에서 남녀 4명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심지역과 농어촌지역이 빈집 관리 주체가 달라 정비사업이나 현황 파악 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경기도는 도심지역 빈집 파악을 도시재생과에서 진행하지만, 농촌지역 빈집 조사는 농업정책과에서 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시군 단위에서 통계를 일원화 해 일선 지자체의 혼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빈집에 대한 정의도 혼재돼 있기 때문에 우선 관련된 모든 부처가 정의를 통일하는 한편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일선 지자체에서 이후 관리 계획을 세울 때 도시·농촌·노후화·신축 빈집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중으로 일원화 작업을 마무리 해 빈집 정비사업 등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론 농어촌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으로 이원화돼 있던 현행법상 관련 규정을 통합해 입법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아무리 재개발을 앞둔 동네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돌아다닐 때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온통 쓰레기 천지에요.” 31일 오전 8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18의1 일대 숭의3 재개발구역.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가벽 아래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다. 가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적은 ‘쓰레기 금지’라는 문구마저 무색하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검은 비닐봉투에서는 심한 악취를 풍기는 구정물이 흘러나온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악취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재촉한다. 쓰레기가 산을 이룬 장소는 이미 숭의3 재개발구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관리처분 인가를 통해 원주민의 94%가 떠난 이곳은 쓰레기 지옥으로 전락했다. 같은날 오전 10시께 동구 송림동 77 일대의 금송재개발구역은 거리 곳곳에 쌓인 쓰레기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관리처분 인가를 거쳐 원주민의 75%가 떠난 이곳은 빈집마다 서랍장, 의자, 냉장고 등의 대형폐기물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일부 쓰레기는 도로로 흘러나와 차량 통행을 막아선다. 한 골목에서는 우편배달 오토바이가 쓰레기더미를 피해 곡예운전을 펼친다. 금송재개발구역 주민 A씨(65)는 “재개발로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버리는 쓰레기들이 동네를 뒤덮었다”며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벌레까지 꼬이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치우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 관리처분 인가 이후 원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한 재개발구역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상금 문제가 남아있거나 이사할 집 등을 구하지 못해 남아있는 주민들을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재개발구역의 쓰레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 쓰레기 투기·방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동구·미추홀구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에 원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민원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순찰을 주기적으로 돌아 현장을 파악하는 등 계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여기서 이렇게 쉬다가는 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30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 이곳은 노동자 200 여명이 야간 연장 근무와 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이 없다. 쉴 곳이 없는 이들은 30㎏의 부품이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사이마다 의자와 상자를 쌓아 간이 휴게실을 만든다. 잠시 쉴 곳을 찾던 A씨(35)가 컨베이어벨트 옆 플라스틱 상자를 찾아 앉는다. A씨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료에게 방해가 될까 몸을 한껏 웅크리고 스마트폰에 몰두한다. A씨(35)는 “작업장에서 쉬다 보니 시끄럽고, 부품 먼지에 기관지도 안 좋아진다”며 “휴게실이 없어 이렇게 작업장 한 편에 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12시께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더워지는 날씨에도 휴게실이 따로 없어 공사 현장 한 편이나 인근 편의점이 유일한 휴식처다. 점심식사를 마친 B씨(60)가 편의점 앞 보도블록에 걸터 앉는다. B씨는 “햇볕이 강한 날엔 공사장 한 가운데 나무판자를 두고 눕는다”며 “휴게실이 따로 없으니, 위험하더라도 이게 최선”이라고 했다. ‘무늬만 휴게실’인 곳도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인천의 한 중소기업 청소원 휴게실엔 곰팡이가 벽을 타고 천장을 뒤덮었다. 휴게실에는 대걸레 3개와 빗자루 2개, 손걸레 5개가 걸려 있다. 스티로폼을 쌓아 만든 간이 침대는 성인 1명이 다리를 펴고 앉기도 힘든 면적이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C씨(55)는 “누워서 쉬다가 (곰팡이 때문에)등이 너무 가려워서 상자와 스티로폼을 가져와서 쌓았다”며 “곰팡이 냄새에 제대로 쉴 수가 없어, 경비실 가서 잠시 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피로 회복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휴게실을 만들지 않거나, ‘무늬만’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 휴게실을 만들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장안석 노동건강세상 사무국장은 “휴게실 유무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작업장에서 쉴 경우 작업장의 유해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피로 회복도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8월부터 모든 사업장은 휴게실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경비와 청소원 같은 취약 노동자의 휴게실은 집중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위한 휴게실 지원 사업 등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