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주말 밤마다 ‘폭주족 굉음’에 잠 못 드는 남한산성

31일 오전 광주시 남한산성 로터리 인근 도로에서 레이싱카들이 질주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30일 밤 광주시 남한산성 로터리 인근 도로에서 레이싱카들이 질주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 중인 남한산성에 주말 심야마다 폭주족이 출현하며 주민들이 안전문제는 물론 ‘기차역 수준’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와 경찰은 문제의 지점에 대해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단속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밤 오후 11시께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로터리.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지역이지만 포르쉐, 마세라티, BMW 등 고급 외제차와 스포츠카가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갖 부품들과 스티커로 한껏 치장을 마친 국산 차량들과 특유의 ‘폭발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내 버스 정류장을 기점으로 비상 깜빡이를 켠 채 4대씩 정렬을 마친 차량들은 경적소리에 맞춰 일제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차량들은 마치 팝콘을 튀기는 듯한 굉음을 내며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수도권 8호선 산성역 방면으로 내달렸다.

이곳 산성로터리에서 산성역까지는 경사가 심하고 급커브 지점이 11곳에 달하는 위험 구간이다. 더욱이 이 구간은 시속 30㎞로 운행 속도가 제한되며 차선도 왕복 2차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폭주족은 중앙선을 넘나들며 앞 차량을 추월하는 등 아찔한 곡예 운전을 이어갔다.

 

30일 밤 광주시 남한산성 로터리 인근 도로에서 레이싱카들이 질주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이날 취재진이 차량들로부터 20m 떨어진 지점에서 소음을 측정하니 차량의 소음은 최대 104dB, 오토바이는 92dB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배기소음 규제 상한기준은 차량 100dB, 오토바이 105dB이며 100dB은 열차가 통과할 때 철도변에서 느끼는 소음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일대에 거주하는 350여명의 주민들은 평화로워야 할 주말 밤마다 ‘소음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산성리 이장 안호명씨(56)는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폭주족을 막기 어렵다”며 “특히 이곳은 분지 형태라 밤이면 소음이 더 크게 울려 주민들이 자다 깨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관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광주시는 광주경찰서와 함께 지역 내 소음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올 들어 남한산성 일대에선 단 한 번도 단속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른 소음지역에 단속을 나서는 시간마저 폭주족의 활동이 드문 오후 2~4시의 낮 시간대로,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소음 측정은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안전문제로 경찰이 협조하는 형태”라면서도 “경찰 차원에서도 비정기적 단속을 늘려가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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