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지방도에 인도가 확보되지 않아 주민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광주시 퇴촌면을 가로지르는 325번 지방도. 농장을 향해 길을 나선 정영금 할머니(73)는 왕복 2차선 도로 위로 아찔한 이동을 시작했다. 인도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할머니를 실은 전동휠체어의 폭은 1m 남짓 되는 탓에 50㎝도 남지 않은 갓길로는 지나갈 수조차 없었다. 농장까지 150m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여러 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지나쳤고, 그때마다 정 할머니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마음을 졸였다.
정 할머니는 “하우스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차도로 갈 수밖에 없어 쌩쌩 달리는 차량들이 너무 무섭다”며 “휠체어 크기 때문에 차도 위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특히 농장으로 갈 땐 차량들이 마주 오는 탓에 손발이 떨릴 만큼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여주시 능서면의 341번 지방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마래리 마을을 지나는 도로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속 50㎞까지 속도가 제한됐지만, 별다른 단속 장비가 없어 차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무엇보다 레미콘 차량, 5t 덤프트럭 등이 분당 한 대씩 포착될 정도로 대형 화물차들의 이동이 잦았는데, 마을 노인들은 버스정류장이나 보건소까지 가기 위해 오로지 차도 위로 걸어야만 했다. 이 지방도에선 지난해 2월 도로를 횡단하던 6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본보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도내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만8천255건(사망 717명)으로 2.54%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를 지방도로 좁힐 경우 보행자 교통사고 2천490건(사망 88명)으로 사망률이 3.53%까지 올라섰다. 지방도가 전체 도로 대비 1.4배가량 사망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내년부터 마을주민 보호구간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각 시군, 경찰 등과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도가 관리하는 지방도를 대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는 지방도가 있는 시군 15곳에 대해 수요 조사, 현장 방문 등을 거쳐 광주ㆍ여주ㆍ이천 등 7곳(20개소)을 선정했다. 내달 초 예산을 확정해서 각 시군에 내려주면 해당 지자체에서 내년 안에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경기도 도로안전과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국도에서 했던 사업의 결과를 분석해보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와 시범사업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효과가 좋게 나오면 향후 대상지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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