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남북분산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그간 추진해온 분산개최에 언급, ‘실무적으로 가능한 시한을 넘겼다’고 못박았다. 남한에서 치르는 게임을 남북화해 차원에서 북한에 할애하자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이는 각지역별로 게임이 배정되어 이미 준비가 한창인 마당에 어느 게임을 빼낼 것인가엔 막상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심히 어려운 일이긴 하나 분산개최도 의미가 있다고 보아 그동안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역시 북한은 예상했던대로 계속 난색을 표명했다. 경기장 개조 등에 시일이 없다는게 표면상의 이유이지만 전 세계의 보도진에 빗장을 열어 개방할 수 없는 것이 내심 북한의 입장이다. 남한에 더부살이 게임을 갖는것도 평양시민들에게 설명하기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분산개최 대신, 남북단일팀설이 나왔으나 이 또한 가당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등록된 우리의 개최국 명칭과 태극기 아래 북한이 자기네들 선수를 합류시킬지는 의문이다. 또 북한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과 장기적으로 합숙해가며 생활하는 것을 바랄 것으로 보긴 어렵다. 설사, 분산개최를 가정한다 해도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보는 견해처럼 이제는 준비시한을 넘겼다. 북한은 세계에서 월드컵축구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아시아지역예선조차 엔트리를 내지 않았다. 분산개최의사가 없는 당사자를 붙잡고 더 말하는 것은 당사자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 된다. 우리로서도 혼선만 가져온다. 내년 4월 블레어 FIFA회장의 방북때 최종결론이 날 것이라고 하나 이도 확실치 않다. 방북한다 해도 의례적 방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더이상 환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월드컵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유익하다. 2002년 6월 1일 개막되기까지는 이제 불과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경기장시설을 비롯, 흑자대회의 갖가지 채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비해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경기장시설도 그렇고 흑자대회 준비도 그렇다. 이같은 준비부진이 그간의 남북분산개최 추진바람 때문만은 아니지만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무익한 혼선은 올해로 끝내고 새천년이 시작되는 새해부터는 2002년 월드컵준비에 한층 더 힘을 모으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료를 할증해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더욱이 요즘 한 세기를 보내는 밀레니엄 송년회 등 각종 모임과 행사가 집중된 연말을 맞아 음주운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나 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각종 모임이 빈번해진 지난 11일부터 음주운전 사고가 빈발, 도내에서만 하루 평균 30여건씩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은 아주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경찰통계에 의하면 음주운전사범은 93년말 까지만해도 10만건을 밑돌았으나 97년 20만7천건, 98년엔 34만3천487건으로 급증했다. 이와함께 음주운전사고도 해마다 늘어 94년 1만5천여건에서 97년 2만2천800여건, 98년엔 2만5천269건에 달했다. 이처럼 음주운전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의 잘못된 자동차문화의식 때문이다. 얼마전 형사정책연구원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자들은 음주운전이 살인에 견줄만한 중대한 범죄(72.6%)라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소주 반병이나 맥주 2병이상 마시고도 운전하는 사람이 35.5%에 달해, 잘못인 줄은 알면서도 단속만 피하면 된다거나 혹은 적발되었다 해도 돈을 주고 무마할 수 있다(36.5%)는 그릇된 의식이 오늘의 자동차문화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주운전은 직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널리 퍼져있다. 남자뿐 아니라 젊은 여성의 음주운전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낮음주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음주운전의 가장 큰 문제는 속도감이나 거리감이 둔해져 돌발사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데 있다. 또 자신도 모르게 객기가 발동돼 과속을 하게된다. 더구나 만취상태에 이르면 죄의식은 커녕 정신마저 잃게 돼 엄청난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음주운전은 남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예비살인행위나 다름없는 만큼 밤낮없이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이 자동차문화를 확립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연말연시뿐 아니라 연중 어느 때든 음주운전을 하지않도록 운전자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올 2월 병역법 제65조 6항은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면제나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합격판정을 받으면 현역 등으로 병역처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이렇게 병역법이 개정된 이후 질병 등으로 일단 병역면제 판정을 받고도 군복무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근래 늘고 있다고 한다.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젊은이들이 “남자로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 “2대 독자로 귀여움만 받고 자라 너무 나약한 것 같아서 스스로 나를 단련시키고 싶다”면서 병을 치료한 뒤 다시 신체검사를 거쳐 입대한다는 것이다. 어떤 대학생은 징병검사에서 눈이 나빠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나 현역으로 병역을 마치고 싶어서 레이저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뒤 올 3월 재신체검사를 신청, 1급 현역판정을 받고 육군에 입대했다고 한다. 또 한 대학생은 척추디스크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으나 1년6개월동안 치료를 받은 뒤 올 3월 재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 소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다한증(多汗症)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나 피부과에서 수술을 받은 뒤 올 4월 재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고 입영 대기중인 젊은이도 있다. 잊을만하면 병무비리사건이 터지고 권력과 금력이 많은 일부 사람들이 멀쩡한 아들들을 체중이 적다, 눈이 나쁘다는 등 거짓 서류를 꾸며 군대에 안보내는 마당에 굳이 안가도 될 군대를 스스로 가려는 이들 젊은이들의 심신은 참으로 건강하다. 이렇게 건강한 젊은이들이 있어 한국사회는 혼돈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절망은 없다는 것인가 보다. /淸河
조선조 세종은 승정원(비서실)과 육조(내각)의 역할에 균형을 잘 갖춘 분이다. 현군(賢君)은 이러한데 비해 암군(暗君)은 측근(승정원)등의 말만 믿어 모함이 자심하였다. 승정원과 육조의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는 현대판 비서실과 내각에도 해당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조율하느냐 하는 것은 양쪽을 다 부리는 이, 즉 대통령의 능력에 속한다. 클린턴이 근래 외교정책 주도권의 힘을 국무장관인 올브라이트에서 안보담당 보좌관 버거에게 더 실어주는 것은 올브라이트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경제안보를 내세운 버거의 온건론으로 실리외교를 챙기는 것뿐, 발칸과 유럽문제는 이에 해박한 올브라이트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 이것이 양쪽을 다 부리는 클린턴의 관리 능력이다. 이승만 정권이 지탄받게된 것은 비서정치의 폐해가 그 발단이었다. 이 이후에도 정권에 따라 국정의 중심이 비서실인지 내각인지 구분이 잘 안될만큼 적잖은 혼돈이 있었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 벽두, 내각이 국정의 중심임을 강조하고 수석들에겐 비서실 임무 이상의 돌출이 없도록 자제를 당부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 비서실개편때 친위대로 재구성하면서 달라지더니, 이제는 비서실에서 장관들 ‘고과표’를 만들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 지시사항이행, 부처장악력, 업무추진력 등을 종합 점검토록 했다는 것이다. 장관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비서실의 장관들 복무실태 파악은 방법상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그나마 사실대로 정확하게 전달되면 다행이지만 은밀성, 모함성, 왜곡성이 개재되는 측근의 횡포가 있지 않을까 하여 걱정스럽게 보는 눈들이 있다. /白山
최근 원서접수가 끝난 2000학년도 경기도내 116개 실업계고등학교가 1.06대1의 지원율로 일부 학교가 미달된 것은 전체고교의 교육환경 악화는 물론 수준별 학습이 더욱 멀어지게 되는 심각한 사태이다. 실업계 미달은 서울의 경우 0.87대1과 같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로 인해 각 실업계고교들이 생존을 건 학생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사례가 난무, 실업계 교사들의 자괴감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최근 교육부 홈페이지 소리함에 “교사가 아니라 학생을 구걸하는 영업사원”이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실업계고교가 산업역군을 길러내는 산실이며 성적이 뛰어난 수재들이 재학하는데도 마치 대학포기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처럼 그릇되게 알려진 것은 우리 사회의 대학만능주의와 구태의연한 교육과정 탓이다. 또 무엇보다 실업계 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다. 정부가 실업교육의 축을 전문대학으로 옮기면서 실업고교를 사실상 포기한 셈인 것이다. 이에따라 기초산업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실업교육의 취지는 간데없고 실업계고교는 마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아주 잘못 인식돼가고 있다. 실업계고교 교육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 또는 진학을 희망하는 실업계 고교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진로변경을 허용토록 하는 ‘통합형 고교’를 2000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가 밝혔지만 시범사업’으로 축소되는 등 실제 추진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근래 고교입학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데다 인문계고교 정원이 폐지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실업계고교 유지가 힘겨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날로 팽배해져가고 있다. 교육당국은 ‘나몰라라’라는 식으로 방관만 하지말고 벼랑 끝에 선 실업계고교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계고등학교 학급정원을 40명 선으로 동결하고 실업고 특성에 따라 대학진학 등 심화학습 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 특히 실업고 교육과정을 재편성하고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실업고(實業高)가 실업고(失業高)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고작 1.4㎝의 눈에 교통대란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난 14일 오후부터 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린 1.4∼3㎝의 눈에 교통이 마비되고 다음날 아침에도 출근길의 시민들은 전철과 버스정류장에서 교통대란에 허둥거려야 했다. 비록 이날 기상청 예보가 ‘차차 흐려져 한때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이어서 예보없는 눈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오후 8시부터 눈이 내린 곳곳의 도로에는 제설차량이 보이지 않아 시민들은 한결같이 ‘한심스런 행정’을 질타했다. 눈내린 다음날 아침에도 제설관계 직원들이 아예 출동하지 않았거나 늑장을 부려 대부분의 도로와 고갯길이 빙판을 이뤄 출근길 시민들의 지각사태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눈내린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구리 안성 평택 등 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2백여건으로 11명이 숨지고 2백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란을 겪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일선 시군 등 지자체들이 제설담당 부서에서 나름대로 ‘제설대책’을 발표하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막상 1.4㎝의 강설에 이처럼 속수무책의 무능을 드러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날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수원(3㎝)의 경우 각 구청에서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간선도로에만 뿌리는데 그쳐 제설작업을 하는 시늉만 보였을뿐 다음날 아침에도 시본청과 구청의 제설관계 직원과 작업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도로가 빙판을 이뤄 출근길 혼잡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눈내린지 이틀이 지난 16일까지도 이면도로는 물론 간선도로의 응달진 보도는 치우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었다. 눈이 내리면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에 비상 동원되어야 하거늘 시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시공무원이 눈이 와도 꼼짝않는 기강해이가 어떻게 가능한지 자문자책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시장과 지자체장들 중에는 제설작업을 게을리 하였다고 하여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자체장들은 이런 일을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말고 타산지석으로 삼고 명념해야 할 것이다.
‘성남지역 10대 조직폭력배 69명 무더기 검거’ 어제 본보 사회면을 장식한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지난 10일 양평에서는 일본 폭력조직원들을 모방해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은 10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또 학교후배들이 인사를 90°각도로 하지 않는다며 몽둥이로 때린 혐의로 여고생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10대들의 폭력, 원조교제, 윤락행위, 절도 등이 이제 우리에게 쇼킹한 사건으로 다가오기에는 미약하다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은 교육뿐이다. 초등학교 22개, 중학교 10개, 고등학교 9개 등 모두 41개의 학교에서 5만8천여명의 학생들이 자라나고 있는 의정부.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학습으로 심신이 지친 학생들이 이제 이번 주말께면 동계방학을 맞아 어느 정도의 여유를 만끽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육성하고 보호할 쉼터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콜라텍, 노래방, 게임방 등 각종 애용시설들은 자칫 탈선의 장소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어른들이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정부교육청이며 교육당국이 청소년선도를 위한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또 일선 학교역시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얼버무리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1000년이 가고 있는 지금, 청소년들은 들떠 있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올바른 교육이 무엇보다도 먼저 바로잡혀져야 할 때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집단이기를 말하곤 하지만 정치권처럼 집단이기가 철저한데는 아마 다른데선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단연 챔피언감이다. 여야가 사사건건 맞서 산적한 민생법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세비인상엔 짝짝궁이 맞아떨어지더니, 정치개혁특위에서 ‘불공정언론’ 제재라는 해괴한 여야합의사항을 내놨다. 이는 선거법협상과정에서 역시 여야합의에 의한 선거비지원에 이어 나와 또한번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관련 보도를 불공정하게 보도한 취재기자나 편집기자는 ‘심의위’결정으로 1년동안 취재 및 편집업무를 중단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 선거법개정안의 요지다. 말이 1년동안의 업무정지지 사실상 직장을 박탈하겠다는 어마어마한 협박이다. 불공정보도의 객관화된 기준도 없다. ‘심의위’의 주관적 판단은 남용될 우려가 다분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덮어놓고 불공정보도로 매도하는 정치권 풍조에선 더욱 그러하다. 불공정보도를 제재하는 장치는 지금도 있다.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 말고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보도에 책임을 따지는 민·형사소송이 증가추세에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의 ‘불공정언론’ 제재 조항은 언론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다. 기본권에 속한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짙다는 비판이 높다. 정치개혁특위에서 한다는 짓이 기껏 이정도인 것은 실망이다. 정치개혁이 마치 거꾸로 가는 것같다. 미국의 언론은 선거때면 각사가 지지하는 정당을 공개 선언한다. 이에대한 심판은 독자가 내린다. 차라리 우리도 이같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白山
지난 9월 10일 회기 100일의 정기국회가 개회되었을때만 해도 그 동안 식물국회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던 국회였지만 혹시나 하면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거의 다 끝나는 이 시점에서 국회에 대한 기대는 ‘혹시나’에 대한 기대는 ‘역시나’로 변해 마찬가지로 실망스럽다.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제15대 국회의 활동을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의 틀을 준비하는 국회이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오는 토요일인 18일로 끝나 오늘부터 비록 사흘 남은 회기이지만 국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재삼 요구ㅎㄴ다. 오늘부터라도 지역구에 가서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사전선거운동이나 하지말고 여의도로 돌아와 산적한 각종 민생법안을 입법화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 될 것이다. 지금 얼마나 많은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의원세비나 인상할 생각말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된 각종 중요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최선의 심의로 15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정치개혁관련법은 이미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되고 있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의원들 대부분 알고 있다. 결코 당리당략이 아닌 21세기에 걸맞는 정치개혁안을 여야 합의로 만들어야 된다. 선거구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민주화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자금법의 개정이다. 아무리 선거구를 고쳐도 정당민주화와 투명한 정치자금 구조의 정착없이 민주정치는 발전되지 못한다. 아울러 한국정치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반부패기본법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켜야 한다. 다소 미흡한 내용이 있더라도 반부패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는 결국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반개혁적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국회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영통아파트입주민과 수원시간 극도의 대립을 보여온 수원 영통 소각장 문제가 해결점 없이 드디어 항의주민의 분신(焚身)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전개되었다. 지난 14일 오전 수원시가 소각장 가동을 위하여 쓰레기 반입을 시도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이 분신,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수원시와 주민은 소각장 문제 해결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양측의 주장이 어떠하든 귀중한 인명에 손상을 가져 온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려 1천원억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 소각장은 지난 5월21일 점화식을 갖고 같은 달 21일부터 쓰레기를 반입해 시운전을 거쳐 지난 10월2일 정식으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지금은 본격적인 쓰레기 처리가 되어야 하나 소각장은 가동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준공된 지 2개월이 되었으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의 배출을 우려한 주민들이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가동 중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최근 재검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호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이번 분신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영통 지역 소각장 시설은 아파트 단지 조성계획때부터 이미 발표된 것이며, 또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된 것이므로 당연히 소각장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만 확인되면 즉시 가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주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수원시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재검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안전성에 자신있다면 당당하게 재검사에 응하는 것이 수원시의 도리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의 합의아래 대학연구소와 같은 객관성이 담보되는 검사 기관을 선정하여 재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소각장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확대된 것은 수원시와 주민과의 상호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측은 서로 양보하여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된다. 특히 수원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인내심 있게 받아주고 또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세가 아쉽다. 양측의 성의있는 대화를 통하여 영통 소각장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