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年俸이 ‘1억원’

정부의 ‘공무원 보수현실화 및 사기진작대책’과 관련해 몇마디 해야겠다. 내년 1월 1일부터 공무원보수를 9.7%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긴 본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연간 수조(兆)원대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지만 올릴 필요는 있다. 5년뒤엔 민간기업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IMF고통분담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붕괴된 중산층이하 절대다수의 국민은 어두운 고통분담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때에 고관현직의 봉급까지 덩달아 올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이런 일들일수록 인상비율에 따른 금액차이는 높아 연봉이 대통령은 1억4백20만6천원, 국무총리는 8천90만원, 장관들은 5천6백91만3천원으로 뛰어오른다. 공무원을 구실삼아 정부고위직들만 더 좋은 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봉급 인상은 마땅히 직업공무원에 국한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 총리 및 장·차관등 정무직공무원 봉급은 동결, 국민부담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참다운 고통분담의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직업공무원의 사기진작은 자긍심을 살려주는 것이 보수개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분이 보장되고 열심히 일하면 승급, 승진이 내다보이는 투명한 공무원사회가 조성돼야 한다. 걸핏하면 일삼는 중하위직 공무원 사정이다 뭐다 하여 공무원사회를 들쑤셔 마치 우범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사정은 통상적이어야 한다. 정치수단화 하는 사정은 설득력이 없다. 전통적으로 공무원사회 조직은 인간관계가 한 축을 이루었다. 이런 인간관계마저 깨져 공무원조직의 활성화가 저해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과거 문민정부가 실패한 이유의 하나로 직업공무원들에게 복지부동을 유발할 만큼 적대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더했다. 구조조정과 사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효과는 없고 상처만 남았다. 공무원이 개혁의 객체가 아니고 주체라고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어느 정권이든 공무원사회가 등돌리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컨대 부처장악을 못한 장관은 무능하게 보이기 일쑤지만, 부처 공무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그렇게 된다. 정부시책이 수직으로 단순 시달돼서는 별 효력이 없다. 내려가는 단계마다 시책을 위한 가치창조가 구현돼야 살아 숨쉬는 정부시책이 된다. 직업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문교육 정신교육도 필요하다. 지금은 교육도 적지만 그나마 있는 교육마저 지극히 형식적이다.

공권력 깔보는 세태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1명에게 부상을 입힌 구리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의 난동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 경찰에 긴급체포된 36명의 상인들은 농안법(農安法)상의 전대금지규정을 어기고 중도매인들로부터 시장을 재임대 받아 불법영업을 해오면서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단속공무원들을 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엔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도로를 1시간동안 불법점거하고 단속나온 공무원들을 흉기로 폭행하는 불상사를 저질렀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동자들 중에는 청부폭력배가 상당수 끼어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어 더욱 놀랍게 한다. 상인들의 이같은 난동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까지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작태로 이같은 사례 하나만을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질서규범이 얼마나 엉망이고 준법정신이 퇴색했는지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더욱이 단속공무원들이 두달동안 단속때마다 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공권력의 무기력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납치 유괴 강도 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폭력배들이 대낮에도 날뛰는 불안한 치안상태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에는 인천에서 술취해 길거리에서 소란피우던 취객들이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까지 떼지어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난동부리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심각한 사회적병리현상은 공권력을 깔보는 풍조가 국민들 사이에 은연중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공권력의 경시풍조는 공권력과 행정력이 공명정대하게만 집행되지 않은데다 스스로 도덕성을 확립하지 못한 데 대한 불신탓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공권력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무질서로 인해 빚어지는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탈법·위법자들로부터 되레 협박 폭행당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으며 무법천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영업은 물론 이에 기생하는 청부폭력배를 완전소탕해야 할 것이며, 공무집행 방해행위도 엄벌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준법정신과 마비된 도덕성을 하루속히 되찾도록 해야 한다.

스쿠루지

부처님이 아시세왕의 초대를 받았을 때 일로 ‘아시세왕 수결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왕은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고 돌아갈 무렵이면 밤이 깊을 것을 염려해 길에 등을 달았다. 왕궁에서 부처님이 머무르는 기원정사까지 만등을 달아 불 밝혔다. 한 여인이 있어 등을 밝히려 했으나 너무 가난하여 양초 살 돈이 없었다. 궁리끝에 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등 하나를 사서 바쳤다. 이윽고 부처님이 기원정사로 돌아가는 도중에 돌연 일진광풍이 일었다. 왕이 밝힌 만등은 일시에 꺼졌다. 오직 가난한 여인이 바친 등불만이 꺼지지 않고 부처님의 발길을 밝혔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썰렁하다고 한다. 동전 아니면 천원짜리 몇장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도 뜸해 매서운 강추위가 더욱 춥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다가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이가 더러 있다는 이름없는 시민, 자선냄비속의 외로운 온정은 가난한 여인의 등불과 같은 ‘빈자의 한등’일 수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욕심 많은 고리대금업자 스쿠루지앞에 나타난 유령은 7년전에 죽은 동업자 마테였다. 생전의 업보로 무거운 쇠사슬을 메고다니는 친구유령의 안내로 스쿠루지는 자기의 미래유령이 보여주는 종말을 보게 된다. 찢기고 더러운 시트에 싸여 돌보는이 없이 팽개쳐져 있는 가엾은 자신의 시체를 보는 순간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선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 영국의 디킨즈가 쓴 ‘크리스마스 북스’의 첫번째 작품에 나오는 내용이다. 스쿠루지가 친구유령을 만난 것은 크리스마스 자선모금을 하는 조카의 권유를 냉정하게 뿌리친 후였다.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이기적인 스쿠루지가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白山

두 특검팀

우리가 특별검사제를 도입한 것은 공교롭게 미국에서는 1978년 도입 21년만에 폐지하던 무렵이었다. 모두 20명의 특검이 있었다. 지난 2월 12일 미상원에서 부결되긴 했으나 클린턴을 탄핵까지 몰고간 케네스 스타는 최후의 특검이었다. 스타특검은 1994년 임명돼 5년동안에 무려 4천만달러의 수사비를 썼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해에 90억4천만원을 쓴 셈이다. 이렇게 5년동안 돈을 물쓰듯 해가며 캐낸 것이 클린턴 부부의 ‘화이트워터’, 즉 부동산스캔들과 클린턴의 르윈스키 성추문폭로였다. 클린턴은 한동안 정치적 타격이 크긴했으나 다시 회생한 반면에 스타 특검은 인기하락 속에 물러갔다. 미국도 특검활동엔 고위관리들의 증거은폐, 수사방해가 지능적으로 행해져 어려움은 있었다. “정치적 스캔들을 수사를 통해 파헤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 특검제는 이미 실패한 제도다” 케네스 스타 특검이 남긴 말이다. 옷로비, 파업유도사건 등에 대한 두 특검수사가 마무리 돼가고 있다. 옷로비의 최병모 특검수사는 평가를 받는데 비해 파업유도의 강원일 특검수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같다. 만약에 두 특검이 사건을 바꾸어 맡았으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실체적 진실이 강희복 전 조폐공사장과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합작품인게 맞는데도 강원일 특검이 의심을 받는다면 그로썬 억울한 노릇이다. 더 두고 볼 수밖에 없다. 특검수사를 재수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든 최초로 시행된 특검제는 미국과는 달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우리에겐 역시 특검제가 필요하다. 두 특검팀이 그동안 쓴 수사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白山

過消費 자제해야 한다

소위 황제 양주라고 불리는 루이 13세(Louis ⅩⅢ) 양주가 3백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금년분은 다 팔려서 동이 났다고 한다. IMF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에는 단 한병도 팔리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우리나라에 배당된 수는 이미 다 팔리고 추가로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세관에도 금년 하반기에 여행객들이 이런 비싼 양주를 많이 가져 오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120만원의 관세를 물고 루이 13세 양주를 찾아 갔다고 한다. 요즈음 호텔이나 고급 룸살롱도 망년회로 붐비고 있다. 송년회 등 각종 연말 행사를 위한 호텔 예약이 이미 만원이기 때문에 예약을 할 수 없으며, 새로운 천년을 위한 신년회로 호텔 예약은 물론 해외로 관광을 가는 여행객으로 인하여 비행기 예약도 어렵다고 한다. 금년은 20세기가 마감되고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연말 연초에 많은 행사가 예상되고 있으나 과연 지금 우리 현실에 비추어 이같은 소비행태가 바람직한 상황인지 되묻고 싶다. 물론 최근 실물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실업자가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업체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또한 외환보유고도 6백억달러가 넘어 환율 하락을 걱정해야 될 지경이라니 다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실물경제 회복세를 훨씬 웃도는 소비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또다른 거품이 일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더구나 석유값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각종 생활필수품 값이 폭등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런 과소비가 IMF체제 탈피에 있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직도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서울역 등지에는 추운 겨울에도 수많은 노숙자가 일자리와 집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데 이런 300만원짜리 황제 양주가 모자랄 정도로 과소비만 증가한다면 언제 IMF체제를 극복할 것인가. 아직도 우리는 과소비보다는 절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니新市’조성, 부당하다

경기도는 더이상 서울의 도시문제처리장이 아니다. 건설교통부가 고양 일산2, 용인 구성 및 보라, 화성 봉담 등지에 2002년까지 조성한다는 미니신도시 조성계획은 심히 부당하다. 자족도시가 되지 못한 기형적 형태의 미니신도시는 상·하수도, 쓰레기, 교통환경등 제반분야에 지방행정수요만 가중시켜온 것이 그동안 나타난 폐해였다. 건교부의 미니신도시구상은 국토이용계획의 형평성에 배치되는 것으로 지극히 무모하다. 이미 역기능이 심각한 수정법 하나 개폐하는데도 늘 부정적입장을 취해온 이유로 인구집중을 들먹거려온터에 인구유입의 직접요인이 되는 신도시조성은 시책모순으로 질책받아 마땅하다. 미니신도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도내 조성 내용이 청주·공주·제주등 타시·도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한 것도 문제다. 도내 규모(4곳)는 1백19만2천평에 3만1천550가구로 가구당 면적이 평균 37.8평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타시·도(5곳)는 68만3천평에 1만3천540가구로 가구당 평균 면적이 50평에 이른다. 미니신도시조성이 경기도민의 주택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강변은 무의미하다. 그동안 많이 만든 신도시 및 미니신도시가 절대다수의 서울 인구 유입으로 베드타운화 한것은 누구보다 건교부가 더 잘 알것이다. 각종 산업개발을 위한 법규 완화는 인구집중을 구실삼아 제동을 일삼는 건교부가 토공과 주공을 앞세운 택지 및 주택개발로 날이 갈수록 땅장사 집장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심히 경계돼야 할 현상이다. 경기도 땅은 지방자체의 이용계획이 있으며 이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미니 신도시조성에 도와 해당 시·군의 협의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지방행정의 동의가 있었다면 그 단견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협의가 없었다면 건교부의 횡포를 지탄한다. 몇달전에도 건교부는 화성군 동탄을 중심으로 하는 미니신도시조성계획이 있었다. 상당수 주민들의 반대로 이 계획은 결국 백지화 되고 말았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보배로운 땅을 자연 그대로 지킨 주민들의 장래성있는 먼 안목은 현명한 것이었다. 미니신도시는 도시의 부스럼과 같다. 도시형태상 그렇게 낙인돼 있다. 교통 및 환경재앙의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잡다한 행정수요만 대량 유발하는데 비해 지역사회엔 별 도움이 없는 베드타운을 더 허용할 수는 없다. 경기도 땅은 서울의 도시문제 처리장이 아니다.

오해받을만한 주차단속

부천시의 불법 주·정차량에 대한 스티커 남발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면도로에 세워뒀던 차량이 감쪽같이 견인된채 사라져 버리고 비상등을 켜놓고 잠시 수퍼라도 들렀다 나오면 어느 순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제조업체가 밀집된 공단근처와 유흥업소가 즐비한 상가지구의 일방통행로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가 골목길과 아파트 단지도‘눈뜨고 코 베이는 꼴’은 마찬가지. 심지어 공터에 세워둔 차량이 인도를 침범했다며 스티커를 발부하는가 하면 내집앞 골목길 차량까지 소리소문없이 견인해 가고 있다. 시는 지난 1일부터‘불법주정차 천국’이란 시의 오명을 불식시키고 건전한 주차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36대의 단속차량을 풀가동해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루평균 1천100여건, 이번달 들어 벌써 1만6천여대의 불법주정차 차량이 된서리를 맞았다. 견인된 차량만도 1일 70여대에 1천여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단속활동이 주요 간선도로는 외면한채 노상주차장 주변과 상대적으로 불법차량이 많은 주택가나 이면도로를 집중 단속하는 것은 공무원의 고질적인 실적위주의 단속이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계도위주에서 탈피, 무조건 스티커 발부·견인 등 무차별적인 단속과 영업용과 자가용, 버스나 택시 등 차종과 목적에 따라 스티커 발부, 보류·금지 등 형평성이 결여된채 단속하고 있다며 불만의 원성이 시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시의 독선적인 주정차 정책이 자칫 이유있는 운전자들의 항변마저도 쓸데없고 귀챦은 어린아이들의 어리광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겨울을 겁내는 아이들’

눈이 무릎까지 쌓이도록 내리고 처마밑 고드름이 한자(1尺)가 넘도록 얼어붙기가 예사였다. 30∼40년전만 해도 겨울은 그토록 매서웠다. 겨울들판은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됐다.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은 으레 하는 장난이었다. 빙판에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언덕을 넘나들며 연을 날리기도 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썰매 빨리지치기, 팽이쓰러뜨리기, 연줄끊기 싸움을 즐겼다. 남자아이들만이 아니고 여자아이들도 대개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그렇게 놀다가 싫증나면 남자아이들은 자치기, 구슬치기를 하고 여자 아이들은 줄넘기 땅뺏기놀이 같은 것을 했다. 그 무렵엔 먹거리가 귀하던 때여서 영양실조로 코를 흘려 훌쩍거리면서도 겨울 들판을 누볐다. 먹거리 뿐만이 아니고 입성도 볼품없어서 방한복이란 것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옛날 아이들은 이렇게 겨울을 도전적으로 넘겼다. 영하의 강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춥다고들 야단이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겨울다운 겨울이 실종되다보니 이만한 추위가 무척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골목길에도 아이들 노는 모습이 사라졌다. 텔레비전을 누워 들여다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방안퉁수가 돼가고 있다. 부모들도 밖에 나가면 ‘감기걸린다’고 야단이다. 시대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겨울을 겁내는 아이’를 만들어가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엊그제 초등학생의 방학이 시작됐다. 날마다 진종일 방안퉁수 노릇만 시키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의 겨울놀이가 무엇인가도 연구해 볼만한 일이다. /白山

Y2K대비에 만전을

컴퓨터의 서기 2000년 인식오류, Y2K가 새천년의 첫날이 밝으면서 지구상의 문명사회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대통령직속 Y2K특별대책위원회가 조사한 세계 각국의 대비상황에 따르면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은 철저한 대비책으로 별다른 사고없이 지나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는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두 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러 면에서 관계가 깊은 우리로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Y2K 대책에 따르면 천만다행스럽게도 파국적인 혼란은 무난히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들이 각각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부심해왔으며 그 결과 각 분야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원전과 환경, 해운항만, 전력 및 에너지, 운송, 수자원, 통신, 국방 등 8개 분야는 100% 대책이 마련되었고, 금융과 중앙·지방행정, 의료, 산업자동화설비, 중소기업 등 5개 분야도 문제해결진척도가 거의 100%라고 정보통신부가 지난달말 자신있게 밝혔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Y2K문제를 치료한다는 프로그램이나 공개용 게임자료 수신 때 ‘Y2K바이러스’를 조심”하라는 ‘Y2K컴퓨터 바이러스 발생시 대응방안’을 인터넷 홈페이지(www.nis.go.kr)에 올렸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월 1일을 기해 Y2K오류해결 프로그램을 위장한 전자우편 형태의 컴퓨터바이러스, 일명 Y2K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 25일부터 내년 1월 1일 사이에 최신판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해 바이러스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Y2K대비가 100%라는 정부의 낙관에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믿고자 한다. 만약 그 낙관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오판의 결과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10일 후 엄습할지도 모르는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재차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道와 의회’에 대한 간곡한 당부

2000년도 경기도 예산안을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양상이 심각하다. 우리는 일을 두고 두 기관이 갖는 자치수준의 갈등은 이해하기에 인색하지 않는다. 행여 감성적 대립양상으로 치닫지 않을까하여 걱정이 된다. 집행부가 예산안 편성권, 의회측이 예산안 심의권을 말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너무도 당연한 원론적 쟁점은 문제해결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그보단 서로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는가 하는 성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예결위가 집행부에서 제출된 3조6천809억5천만원보다 더 많은 3조6천837억1천만원 으로 27억6천만원을 증액한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된다. 물론 계수조정과정에서 224억3천여만원을 삭감하기는 했다. 그러나 삭감 및 증액부분을 합치면 모두 251억9천만원의 계수를 조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같은 계수조정이 주민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예산효율의 극대화에 목적을 갖는 예산심의 기능에 과연 합치된 것인지 잘 알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아울러 지출예산 각항의 증액과 새 비목의 설치에 수반하는 집행부측과의 협의에 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만약에 의원들과 관련된 예산의 항목신설이나 증액을 위해 다른 항목을 임의로 삭감했다면 현대적 예산원칙에 속하는 ‘행정부재량의 원칙’을 일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집행부측도 무조건 예결위 확정안을 부동의로 맞서 파행을 자초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는 계수조정소위 및 예결위심의과정에서 얼마나 성의를 갖고 대했는가를 집행부측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서로 보복성 언행을 표출하는 것은 지역사회를 위해 백해무익하다. 결국 내년도 예산을 확정 짓지 못해 ‘준예산’으로 간다면 그 책임은 집행부, 의회 양쪽에 다 돌아간다. 도의회 연회기 120일이 오는 23일로 만료된다고 한다. 시일이 급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면 불가능 할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9백만 웅도의 자긍심이 내부갈등으로 훼손되는 것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기대에 대한 배덕이다. 본회의가 열리는 오늘이 고비다. 의회와 집행부측은 성숙된 지방자치의 면모를 보여 줄 것으로 믿는다. 희망이 약동하는 새천년의 첫살림 틀이 진통은 컸지만 건강하게 태어날 것으로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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