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

겨울스포츠는 주로 실내경기다. 배구슈퍼리그가 곧 개막된다. 오빠부대는 이색 관중이다. 지역경기마다 제각기 스타플레이어를 환호하는 아니 열광하는 오빠부대들이 있다.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이 적힌 피켓이나 현수막을 내거는 것쯤은 약과다. 미친듯이 몸부림치며 연호하기가 예사다. 선수대기실이나 체육관통로를 점검, 사인공세를 벌이기가 일쑤다. 천마리의 학을 접은 선물같은 것을 전하지 못해 안달인 오빠부대 팬들도 있다. 여고생의 우상은 잘 알다시피 대중가요 가수들에게도 많다. 우상이 남자가수인 경우, 오빠부대가 움직인다. 극성팬은 참으로 집요하여 용케도 집을 알아내어 아침저녁으로 대문을 두들기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옛날의 스타들도 그랬다. 가수 조용필, 배구선수 장윤창은 20년전 사단규모의 오빠부대가 동원된 슈퍼스타였다. 조용필은 콘서트를 마쳤으나 문마다 오빠부대가 점거해 경비중인 전경의 옷과 방석모를 빌려 전경으로 위장, 간신히 탈출하기도 했다. 경기장 및 공연장의 이같은 오빠부대 학생을 두고 걱정스럽게 보는 눈들이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오히려 운동선수든 가수든 우상이 있는한 적어도 이들이 다른데로 탈선할 틈은 없다. 그리고 때가 지나면 다 추억으로 남는다. 엊그제 오랜만에 조용필콘서트가 텔레비전으로 방송됐다. 30대후반의 여성들이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관중석을 찾는 다복한 모습이 많았다. 그들중엔 왕년의 오빠부대도 있을 것이다. 농구큰잔치, 배구슈퍼리그를 찾는 지금의 오빠부대들 역시 이상스럽게 볼 것은 없다. 다만 그들은 이색관중일 뿐이다. /白山

연말연시를 뜻있게

요즘 각처의 유흥가와 번화가가 세기말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연일 새벽까지 흥청망청대고 있는 모습은 비정한 사회의 한 단면이다. 나이트클럽, 주점, 여관 등이 초저녁부터 만원사례를 이루고 유통업계들은 소위 ‘세기말 특수’를 노린 ‘밀레니엄 상술’로 과소비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형백화점들이 일정액수 이상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돋이 비행기 여행과 스키여행을 내거는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과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온통 낭비풍조로 들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주가상승률은 세계 8위를 기록했고 백화점의 연말세일은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외 휴양지로 향하는 비행기표는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호화아파트 분양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호텔마다 송년회로 흥청거리고 고급 음식점과 호텔 식당은 지난 11월 거의 예약이 끝났다. 사치성 수입도 급증하고 기업들은 돈이 남아돈다고 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세상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는 방문객이 줄어 더욱 쓸쓸하고 가장의 실직으로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들이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 늘고 있으며 의탁할 곳 없는 노인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다. IMF를 극복했다고 정부는 자랑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극심해졌다. 어려운 이웃은 아랑곳 없이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심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맥빠지게 한다. 내돈 갖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사회연대의식을 깨뜨리고 있다. 경제는 호황이라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IMF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지탱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을 줄여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 과소비성 쇼핑을 자제하여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성금을 내야 한다. 우리의 작은 도움이 온정의 강물이 되어 이 춥고 메마른 사회를 적셔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이웃사랑이 화톳불이 되어 꽝꽝 얼어붙은 이 사회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이다.

아직도 ‘천막수재민’이라니

수천억원대의 수해복구, 이재민 대책이 발표됐었다. 수해예방을 위한 항구복구를 말하고 생계지원차원의 이재민구호에 만전이 강조됐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경기 북부지역이 전례없는 엄청난 물난리를 당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도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수재민지원에 줄을 이었던 자원봉사자들은 이젠 좀 괜찮을 것으로 여겼다. 수많은 모금에 참여한 성금기탁자들은 지금쯤 좀 나아졌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정부나 행정당국의 지원비는 고사하고 그 많은 성금은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할 만큼 이재민 현장은 참혹하다. ‘수해가 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변한것은 없다. 밀레니엄이라고 들떠있지만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다.’ 이같이 절규하는 수재민들은 썩은 냄새가 나는 집에서 늘어나는 빚더미속에서 무관심의 고독속에서 미지의 공포에 떨며 살고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침수가옥 4천900여가구 가운데 740여가구는 개보수가 필요했으나 350여 가구만 복구됐을 뿐 370여가구는 아직도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연천군 군남면 등지에서는 5∼6가구가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이들의 천막생활을 두고 나름대로는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사치스런 변명이다. 이 엄동설한의 강추위를 천막생활로 견뎌내야 하는 수재민들 사정은 행정당국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절박하다. 수해지역에 아직도 폐가가 즐비한 것은 ‘냄비행정’의 고질적 병폐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 흐지부지 되곤하는 것이 ‘냄비행정’의 속성이다. 사회는 잊어도 행정은 일관해야 하는데도 사회가 잊으면 행정도 일관성을 잃는다. 중앙행정, 지방행정 가릴 것 없이 다 이 모양이다. 북부지역이 지난 4년동안 한해를 걸른 3년에 걸쳐 해마다 수해를 당한것도 다 이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우선 노숙이나 다름없는 천막수재민에게 거처를 알선해줄 책임이 있다. 방관만 하는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지방행정의 자세가 아니다. 아울러 수재민 전반에 걸친 현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수해시설 복구도 말처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 수재민대책이 아직껏 미흡한 것이 수해시설 복구인들 온전하겠는가 싶어 내년 여름이 웬지 자꾸 불안하기만 하다.

갯벌 살리기에 나선 인천

인천시와 인천의 제21 실천협의회가 인천 연안 갯벌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각종 어·패류 및 희귀철새 도래지로서의 친환경적임은 물론 경제적 가치가 높은 갯벌의 중요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갯벌은 육상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의 정화장소로 오염물질들이 갯벌에서 다양한 생물들에 의해 섭취·분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어민들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인천 연안 갯벌면적은 지난 87년까지는 923㎢였다. 그러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송도 신도시 조성사업, 시화호 매립 등으로 22%가 감소돼 현재 685㎢밖에 안남았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미국·캐나다 동부해안, 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중 하나로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국토확장이라는 개발논리에 밀려 크고 작은 매립공사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독일 등 선진외국처럼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는 못할망정 정부 당국의 겉도는 갯벌보호정책으로 매년 큰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Nature’는 ‘갯벌의 경제적인 가치는 전체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지구 생태계 총가치의 5%로 추정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갯벌이 전체 지구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단위면적당 경제적 가치면에선 숲보다는 10배, 농경지보다는 100배 정도 높아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이다. 비록 때는 늦었지만 인천 연안 갯벌을 살리기 위해 ‘갯벌보존 인천시민헌장’까지 제정한다고 하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갯벌헌장의 전문에서 “갯벌과 물새 및 서식지의 보호관리를 위해 정책·법률의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국가와 자치조례의 정책과 법률을 바꾸도록 추진한다”하니 더욱 안심이 된다. 차제에 경기도도 서해안 갯벌 살리기에 능동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경기도는 지금 평택·화성 등 남양만 간척사업과 대부도·제부도 부근 간척사업, 특히 화성 화옹지구 간척사업 등으로 갯벌이 막심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갯벌의 감소로 갯벌에서 채집되는 어종별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심각하지만 자연생태계 훼손은 문제가 더욱 크다. 분별없는 간척사업으로 더 이상의 갯벌 파괴가 있어서는 안된다.

‘군복무 가산점’

위헌 결정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위헌여부,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국가기관 상호 및 지자체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목적으로 출범한지 만 11년이 넘었다. 그동안 긍정적인 성과가 많았다. 법률생활 및 법익추구의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면서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활성화 한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부정적 경향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에 대한 헌법소원이 1년이상 미뤄지면서 주심 재판관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엔 소신을 펼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93년 재산공개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재판관들의 재산은 부동산투기의 흔적이 발견돼 도덕성 시비가 일었다.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복무가산점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결정에 사회적 물의가 일고 있다. 여성고용할당제도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는 군복무를 마친 남성 이해당사자들, 즉 사회구성원 일부가 제기하는 이의다. 또 재판이 여론몰이로 왜곡될 수 없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이 판단이 아닌 법률해석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해서 대법원기능의 중복인상을 주어서는 법질서 체계에 우려되는 점이 많다. 최고법원은 어디까지나 대법원이다. 헌법재판소는 별도의 헌법기관이지 대법원의 상위기능을 지닌 4심제 법원은 아니다. 본란은 군복무 가산점 위헌결정 자체에 시비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사회의 동적안정을 위해 이번 결정이 얼마나 유익한가에 의문을 표명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내려진 합격자 발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나 현재 채점중인 경우에는 위헌결정이 적용된다’는 헌법재판소 발표는 판단의 한계를 넘어선 사족이다. 1차시험에서 가산제 적용으로 합격돼 최종합격을 기다리는 수험생의 경우, 어느 것을 발표로 보느냐에 혼란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아홉명의 재판관이 출석, 일정한 다수결 정족수로 정하는 결정이 과연 언제나 법리적이며 사리적인가 하는데 대한 부단한 내부성찰이 있어야 한다. 행여 무소불위 권능의 인상을 주어서는 본연의 권위를 훼손한다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변형결정을 조심스럽게 확립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연구와 판례를 십이분 축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

TV드라마

한국텔레비전방송연기자협회에 가입된 탤런트가 약 8백명이다. 이 가운데 배역을 갖는 출연자는 평균 2백여명이다. TV3사의 드라마 편성률은 높다. 주간 방송시간대의 27%가량을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배역을 갖는 탤런트는 4분의1밖에 안된다. 항상 4분의 3은 배역이 없는 잠재실업자인 셈이다. 드라마출연이 없으면 수입이 없다. 탤런트들에겐 방송사가 출연여부에 관계없이 전속금을 주는 전속계약제가 없다. 배역 따내기가 가히 경쟁적이다. 톱스타급을 제외하고는 배역얻기가 쉽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톱스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KBS별관이나 MBC, SBS로비는 이를테면 탤런트들의 사랑방이다. 따로 탤런트방이 있긴 있어도 대개는 로비에서 지낸다. 로비라지만 소파며 탁자같은 응접세트가 수십개가 놓여 마치 개방형 응접실 같다. 커피도 마시고 한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운다. 새로운 배역자리를 두고 혼자 신경을 쓰던 PD가 지나다가 마침 적역을 발견하곤 하는 곳이 바로 로비다. 로비는 탤런트들의 캐스팅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감독(PD)이 마침 잘 만났다며 당신 고정(고종)이니까 이따 보자고 해서 연속극에 고정출연이란 말인줄 알고 갔더니 고종왕 역할이었다”는 것은 그 탤런트의 얘기다. 새천년을 맞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탤레비전방송마다 특집극이 쏟아져 나온다. 특집극은 비록 단막극일지라도 배역의 활성화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그렇긴 하나 식상한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의 세가지 병폐가 제발 시정되면 좋겠다. 엿가락처럼 늘리기, 비슷비슷한 소재,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은 고질적인 3大 병폐다. /白山

무엇이 두려운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시정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달말 제88회 의회정기회 본회의장에서 김기형 의정부시장이 밝힌 지난 1년이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오는 2000년 시를 정보화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시정 제1과제를 위해 시 공무원들은 연말분위기를 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런 시 당국의 자화자찬(?)이‘빛좋은 개살구’라며 실소를 내지은다. 극명한 예로 지난달 26일부터 7일동안에 걸쳐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철지난 자료도 집행부 공무원들은 공개하기를 꺼려한다. 무슨 거창한 비밀정보라도 있는듯 시정을 감시하는 의원들에게만 국한해 배부한다. 그리고 사안을 축소시키기 위해 의원들에게 갖가지 로비를 벌이는 것이 그들의 정해진 수순이다. 의회사무국의 인사권을 쥐고있는 시 당국의 허락없이는 의회 직원들은 그 누구에게도 시정을 공개하지 않는 철칙을 지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민원해결과 정보욕구가 제대로 채워질리는 만무다. 힘없는 시민들의 민원과 정보욕구는 시 당국에게는 소리없는 아우성에 그칠 뿐이다.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다. 잘못은 밝히고 고쳐나가는 것이 시가 추구해야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알권리를 보장하고 책임행정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행정정보공개조례가 있어도 소용없다. 시정전반에 시민참여기회를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시의 허구성 말은 유리잔속의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완벽만을 위해, 아니 완벽으로 가장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공직자들의 행태가 이제는 바로서야 한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黨政이 웬 프로스포츠까지

정부가 프로스포츠운영에 관여하려드는 것은 월권이다. 그것도 프로스포츠 내부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점이 있으면 또 모르겠다. 설사, 그런다해도 관련부처의 역할은 중재에 그쳐야지 관여하려해서는 역시 잘못이다. 하물며 프로스포츠가 아무 문제없이 잘해나가고 있는 드레프트제에 관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단견이다. 문화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구단에서 공동으로 선수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구단 동의없이 팀을 옮길 수 없도록 한 현행제도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은 비전문가 수준의 짧은 생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단체가 이의 두 조항을 삭제하면 스타플레이어 편중현상으로 팀간 실력차이가 두드러져 흥행이 불가능하다는 반론은 지극히 당연하다. 승부가 자명한 게임에 어느 팬들이 흥미를 갖고 돈을 내고 입장할 것이며, 흥행이 안되는 게임이 어떻게 프로스포츠라 할 수 있겠는가. 관권의 발상은 프로스포츠기반을 위협, 오히려 프로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무모한 처사다. 되레 프로스포츠를 붕괴시켜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거나 같다. 프로선수들은 프로선수로서의 데뷔자체가 직업선택이지 팀의 소속이 직업선택은 아니다. 드레프트제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드레프트를 폐지하고 나서 한동안 겪은 스카우트잡음은 유망선수를 망치고 스카우트 과당경쟁으로 팀의 존속이 어렵기까지 했던 잘못된 전철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프로스포츠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 미국 및 유럽등 프로스포츠 강국에서도 구단의 독과점 특성을 프로스포츠기반으로 인정하고 있다. 설령, 드레프트제에 지엽적인 문제가 있다해도 자율적으로 조정돼야 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성질은 아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배하는 권력만능의 비정상적 속성을 모르지 않으나 관권의 간섭이 해도 너무한다. 이를 정부측만이 아니고 국민회의까지 합세, 당정회의 의제로까지 삼은 것은 실로 난센스다. 프로선수들의 연봉 억대계약은 예사다.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아무 불평이 없는데 당정이 일으키는 호사가적 평지풍파는 권력을 스포츠에도 한번 휘둘러 보겠다는 것인지. 프로스포츠는 프로스포츠 사람들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방사선처리 식품의 안전성

최근 들어 식품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잇따라 일어나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유럽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는가 하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선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 검출돼 국민들을 공포속에 몰아넣더니 이젠 살균을 위해 방사선으로 처리된 외국 농축산물이 무방비 상태로 수입돼 또 다시 놀라게 하고 있다. 전체 먹거리의 60% 가량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식품의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로서는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식중독균 감염소식과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검역체계 보도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농축산물 방사선 처리는 코발트-60 같은 방사선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 등을 농축산물에 쬐어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을 박멸하는 것으로 미국 등 세계 30여국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멸균방법이다. 그러나 감마선 투사량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오히려 농축산물의 부패와 발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식품공학계에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검역당국은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방사선 처리여부는 조사하지도 않고 병해충이나 각종 병원균만 검출되지 않으면 그대로 통관시키고 있다. 미국 등 30여개국은 농축산물을 수출할 때 방사선 처리여부를 표기토록 하고 있으나 국제적인 협조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관대하고 무심하기까지하니 위협받는 것은 국민의 건강뿐이다. 특히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방사선투사 허용기준치도 모를 뿐 아니라 검사기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그만큼 그에 대한 위험성 평가와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신경 할 수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헌법규정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불량 유해식품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정부당국은 수출국에 끌려만 갈 게 아니라 수입국으로서 협상력을 확립, 수출국으로 하여금 농축산물의 방사선처리여부를 꼭 표기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새롭게 등장하는 유해물질에 대비해서라도 인력·장비 등이 부족한 것이 있으면 서둘러 보강해 완벽한 검사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민을 유해식품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올리브나무

기원전 2세기의 작가 파우사니아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아크로폴리스에는 아테나 여신이 심은 올리브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페르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에리크토니오스의 사당과 함께 불탔다. 화재가 나고 나서 하루가 지났다. 아테네 사람들이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보니 타버린 나무 줄기에서 길이 50㎝가량의 가지가 돋아나 있더라고 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제일 먼저 새 가지를 뽑아올리는 ‘올리브나무’를 그리스에서는 ‘엘라이아’라고 부른다. 로마시대에 쓰였던 라틴어로는 ‘올레움’이다. 이 ‘올레움’이 현대 이탈리아에서는 ‘올리오’로 변했다. ‘기름’을 뜻하는 ‘오일(oil)’의 진화사 정점에는 올리브가 있는 셈이다. 우리 말로는 한역(漢譯)하여 감람(橄欖)나무라고 한다. 감람나무는 예수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히브리에서는 올리브 도유의식(塗油儀式)을 받은 사람을 ‘마시악’이라고 부른다. ‘메시아(구세주)’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이 마시악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크리스토스’, 즉 그리스도가 된다. ‘도유의식을 받은 이’ ‘기름 부음을 받은 이(anointed one)’ 곧 ‘성별(聖別)된 이’라는 뜻이다. 이 도유의식에 쓰이는 기름은 올리브 기름이다. 올리브는 그리스와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나무다. 현자(賢者) 솔론이 아테네를 다스리고 있을 당시 시민들은 올리브 나무를 자를 수 없었다. 올리브나무가 서 있으면 반경 3m 안에는 다른 나무를 심어서도 안되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올리브나무가 생각난다.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감람나무 열매되어 귀엾게 자라세’라는 찬송가를 부르고 다니던 어린 시절도 떠오른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올리브나무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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