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서접수가 끝난 2000학년도 경기도내 116개 실업계고등학교가 1.06대1의 지원율로 일부 학교가 미달된 것은 전체고교의 교육환경 악화는 물론 수준별 학습이 더욱 멀어지게 되는 심각한 사태이다.
실업계 미달은 서울의 경우 0.87대1과 같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로 인해 각 실업계고교들이 생존을 건 학생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사례가 난무, 실업계 교사들의 자괴감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최근 교육부 홈페이지 소리함에 “교사가 아니라 학생을 구걸하는 영업사원”이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실업계고교가 산업역군을 길러내는 산실이며 성적이 뛰어난 수재들이 재학하는데도 마치 대학포기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처럼 그릇되게 알려진 것은 우리 사회의 대학만능주의와 구태의연한 교육과정 탓이다. 또 무엇보다 실업계 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다.
정부가 실업교육의 축을 전문대학으로 옮기면서 실업고교를 사실상 포기한 셈인 것이다. 이에따라 기초산업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실업교육의 취지는 간데없고 실업계고교는 마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아주 잘못 인식돼가고 있다.
실업계고교 교육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 또는 진학을 희망하는 실업계 고교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진로변경을 허용토록 하는 ‘통합형 고교’를 2000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가 밝혔지만 시범사업’으로 축소되는 등 실제 추진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근래 고교입학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데다 인문계고교 정원이 폐지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실업계고교 유지가 힘겨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날로 팽배해져가고 있다.
교육당국은 ‘나몰라라’라는 식으로 방관만 하지말고 벼랑 끝에 선 실업계고교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계고등학교 학급정원을 40명 선으로 동결하고 실업고 특성에 따라 대학진학 등 심화학습 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
특히 실업고 교육과정을 재편성하고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실업고(實業高)가 실업고(失業高)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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