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의 호우주의보에도 비가 시원찮게 인색하던 가뭄속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엊그제 300∼400㎜가 내린 비는 분명 단비였지만 적잖은 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만도 주민을 구하려다 숨진 용인경찰서 함용길경사를 비롯, 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 역시 확실한 집계가 나오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에 내린 300∼400㎜의 장대비는 엄청난 강우량이긴 하나 여름철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입어도 생각보다 큰 것은 기초수방대책에 결함이 있다고 보아져 주민생활과 피부를 맞대고 있는 일선 시·군의 성찰이 촉구된다. 첫째, 관리결함을 들수 있다. 수방시설을 두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수해를 당하는 어이없는 사례가 많았다. 평택시 서탄면의 배수펌프장 관리자가 작동법을 몰라 새벽 3시쯤되어 뒤늦게 가동하고, 화성군 매송면의 수문을 안열어 침수피해를 입힌 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로인해 평택시 서탄면은 40만평의 논이 물에 잠겼으며 화성군 매송면은 오수가 역류해 주택가를 덮치는 등 상상조차 할수 없는 수해를 당했다. 둘째, 시설결함을 지적한다. 현대도시는 전 시가지의 완전포장화로 강우량이 맨 땅에 스며들 틈이 없어 고스란히 하수구로 흘러든다. 이에비해 하수구 용량은 대체로 완전 포장화 이전의 근대도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나마 쓰레기등 갖가지 이물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준설해내는지도 의문이다. 소동을 빚은 도심지 곳곳의 주택가 물난리는 이런 하수구시설 결함에 기인한다. 시설결함은 이밖에 제방유실 도로유실 등에도 찾아볼 수 있어 재검토가 요구된다. 셋째, 인식결함을 꼽는다. 예컨대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화산지하차도는 집중호우가 내린 이튿날인 어제 정오까지도 침수된채 방치됐다. 이 바람에 수원의 서부 외곽지대 간선도로 지점이 물에 막혀 다중의 시민들이 인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막심한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늑장대처는 시 당국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앞서 밝힌 시설 및 관리결함도 넓은 의미로 보면 인식결함에 해당한다. 이번 비를 계기로 시·군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주민이 당하지 않을 피해와 불편을 당한 기초수방의 결함이 발견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시장·군수들은 ‘민선유행병’이라 할 신기루같은 구호행사나 전시행사에 급급하기보단 좀더 지역주민 실익의 생활행정 증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 ‘나라문장(汶章)규정’은 대통령령이다. ‘애국가’는 그나마 규정조차 없다. 안익태작곡 작사미상의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일종의 관습법(관행)에 의해 애국가로 부를 뿐 애국가로 규정한 실정법규는 없다. 북측은 국장(國章), 국기, 국가(國歌), 수도를 헌법7장(168조∼171조)에 조문화해놓고 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기는 기발의 가운데에 넓은 붉은 폭이 있고 그 아래우에 가는 흰 폭이 있으며 그 다음에 푸른 폭이 있고 붉은 폭의 기대달린쪽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 기발의 세로와 가로의 비는 1대 2이다.’ 헌법169조 인공기 조문의 내용이다. 지난 정상회담때 남북의 국기가 공식 사용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점을 고려하여 태극기와 인공기 게양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회담기간중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서울의 대학내 인공기게양에 대한 사법처리방침 보도(당일 아침 TV)를 보고 김대중대통령에게 돌아갈 것(회담무산)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는 황원탁청와대외교안보수석의 말(이북도민회주최 강연회)이 있었다. “얘기가 사실보다 더 나갔다”(황수석), “돌아가라고 한 적은 없다”(박준영청와대대변인)는 해명이 나중에 있긴 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어도 회담기간중 일어난 일의 처벌방침보도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평양수행에서 돌아와 적절치 못한 실언을 한 것이 황수석이 처음은 아니지만 말하나 가려서 제대로 할줄 모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답답하다. 그나저나 앞으로 인공기 게양사건이 또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텔레비전의 남북관계 보도에서 태극기와 인공기를 나란히 맞댄 그림을 보이곤 한다. 민족화해의 뜻은 좋지만 아직은 역기능이 우려된다. /白山
2001년 3월이면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2002년에는 인천 문학종합경기장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면 인천에 내외국인이 운집할 것이다. 이러한 인천이 공중화장실 불모지라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인구에 비해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부분 좁고 불결하다고 시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이현식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인천시 공중화장실 실태와 개선방안’을 보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인천시내 공중화장실은 325개소로 평균 시민 7천600여명당 1개 꼴이며 인구 밀집지역인 남동·계양·서구지역은 2만∼2만3천여명당 1개꼴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체 공중화장실의 63%인 205개소의 면적이 환경부 기준치인 10평 미만 정도로 규모가 협소하고 지은지 10년 지난 낡은 화장실도 108개(33%)나 된다고 한다. 인천 사랑여성모임도 최근 인천시내 공중·개방화장실 27개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했는데 74%의 화장실 내부가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중화장실 상태가 엉망인 것은 인천시와 각 구·군의 관련 예산이 크게 부족한 탓이 첫째 이유일 것이다. 또 전담인력 부족과 이용자들의 청결의식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의 지난해 공중화장실 관련 예산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인구가 인천시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수원시의 지난해 관련 예산이 5억5천여만원인 것을 비교하면 인천시가 공중화장실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너무 인식했음이 드러난다. 이는 공중화장실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인천시민은 물론 인천공항이 개항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텐데 이렇게 공중화장실이 크게 부족하고 불결한 위생시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당할 망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인천시는 하루 빨리 공중화장실 관련 조례 등을 제정하고 특별 긴급예산을 세워서라도 공중화장실 증설과 극히 불량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기 바란다.
오는 29일부터 8월6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수원에서 제4회 ‘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다. 그러나 행사내용을 홍보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포스터 한장, 플래카드 한장 거리에 없어 시민들은 ‘화성’국제연극제가 도대체 어디에서 며칠간 열리는 것인지를 모른다. 국비·도비·수원시비까지 합쳐 2억4천여만의 공연비를 지원받은 국제적인 행사가 이렇게 홍보가 안돼있다면 곤란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화성’국제연극제는 지난 1996년 8월 ‘수원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이래 매년 실시해온 연극축제다. 그동안 일부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연극예술 활성화에 기여해 온 점은 누구나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행사 준비상황을 보면 우려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연·城·인간’을 주제로 한다는 이 연극제에 미국 일본 스웨덴 독일 캐나다 러시아 영국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의 외국공연단체와 국내 35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과연 국제적인가’‘통역은 완벽한가’ 등에 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29일의 개막식만 해도 그렇다. ‘한국적’이거나 ‘연극적’, 아니면 ‘수원적’인 성격은 없고 어느 행사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청가수 공연은 너무 성의가 없다. 만일 가수를 앞세워 연극관람객을 동원하려는 발상이라면 스스로 연극인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또 국내작의 경우 한국을 대표할만한 작품인가, 지역단체 참여라는 명분하에 참여한 단체나 학교의 수준은 어떠한가 등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을 주최측에선 소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연극예술과 지역발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프게 비판하고 성의껏 건의하는 것이다. 제2회 때인 1998년 여름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개막했다가 홍수로 인해 무대가 떠내려가 수원야외음악당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했었는데, 올 행사 때 공연중 계속되는 만일의 장마에 대책을 세웠는지도 궁금하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고 첫술에 절대로 배부르지 않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華城)의 문화적·역사적·교육적인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수원을 21세기 세계속의 문화예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2000 수원 ‘화성’국제연극제가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경매절차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비리가 수년간 상습적으로 저질러져온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수원지검은 수원·안양·안산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거치지 않고 수산물을 불법 유통, 폭리를 취한 중도매인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경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준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대표, 그리고 이를 묵인한 공무원 등 123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수산물 유통구조를 장악한 중도매인들이 산지에서 자신들이 결정한 가격대로 수산물을 사들이거나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의무화 하고 있는 상장경매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매상에게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것은 일반 상도의적 차원에서 도저히 용인못할 파렴치 행위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이같은 불법 상거래는 매점매석에 의한 가격조작을 막기위해 농안법에 의해 개장한 당초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정상적 시장원리를 믿고 거래해온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인 것이다. 더욱 더 괘씸한 것은 관계 공무원의 묵인아래 이들 도매시장에서 경매절차없이 거래된 금액이 최근 3년간 1천억원이 넘고, 도매시장법인이 서류를 조작해주고 받은 부당 수수료가 50억원이 넘는 등 위장상거래비율이 47∼92%에 이르고 있었는데도 감독기관이 모른체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관계공무원의 묵인과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을 틈타고 시장유통구조를 장악한 중도매인들의 횡포로 수산물을 헐값에 넘겨준 어민들이 손해를 봤고, 또 멋대로 값을 비싸게 매겨 판 생선을 멋모르고 사먹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한 것이다. 더욱이 중도매인들이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경매절차를 거친 수산물을 구입해 도내 도매시장에서 유통시킬 경우 유통마진이 덧붙여져 도민들은 서울 시민보다 10∼20%나 비싼값에 사먹어야 했으니 분통터질 일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해 당국이 온갖 혜택을 주어가며 공익목적으로 세운 도매시장이 선량한 소비자를 우롱한 기만행위는 마땅히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시장관리당국은 앞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비도덕적 상술과 농간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지도기능을 한층 강화, 하루속히 시장질서를 바로잡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도깨비 장난 같다’는 까닭을 알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짓을 이르는 말이다. ‘도깨비 놀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어 가는 일이다. ‘도깨비 살림’은 있다가도 별안간 없어지는 불안정한 살림이다. ‘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 모인다’‘도깨비 달밤에 춤추 듯’ 등 도깨비의 행동을 비유한 말은 꽤 많다. ‘도깨비’를 국어사전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된 귀신의 하나로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 사람을 호리기도 하고 짖궂은 장난이나 험상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도깨비는 귀신인 듯 하지만 귀신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도깨비는 본디 ‘돗’과 ‘아비’를 합쳐 ‘돗아비’라고 했다. ‘돗’이란 ‘도섭’이라는 우리의 옛말이다. 도섭은 ‘능청맞고 수선스럽게 변덕을 부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고 ‘아비’란 한 가족에서 아버지가 가장 윗사람이듯이 작은 무리의 우두머리인 남자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돗’이 ‘불’이나 ‘씨앗(種子)’의 뜻을 지녀 ‘돗’은 곧 풍요로움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 고로 도깨비는 곧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신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 ‘돗아비’가 ‘돗가비’로 변하였고 그것이 다시 ‘도깨비’로 변한 것이다. ‘돗가비’라는 표현은 조선 7대 왕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불릴 당시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써서 1447년(세종 29년)에 펴낸 <석보상절>이라는 책에 ‘돗가비에게 부탁을 해 복을 빌었다’라고 처음 등장한다. 그러고보니 옛날 이야기에도 귀신은 원한을 품는 경우가 많고 인간을 해치지만 도깨비는 조금은 멍청하고 짖궂어 자기 꾀에 속아 넘어가 인간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복을 가져다 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요즘 ‘도깨비 놀음’같은 일이 많이 벌어지지만 그래도 까닭을 모르게 재산이 부쩍 부쩍 늘어감을 이르는 ‘도깨비를 사귀었나’같은 긍정적인 말도 여름밤에 가끔 생각해 보자. /淸河
최근 포천군의회의 의원들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5만 군민들이 지역대표로 13명의 의원들을 뽑아놓았지만 지역의 각종 현안은 뒷전인채 자리다툼에만 연연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군의회는 제3대 전반기 의장으로 농업경영인 출신인 이모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농업경영인 출신 8명과 비농업 경영인출신 5명으로 양분되면서 보이지 않는 암투와 힘겨루기가 이뤄져왔다. 이같은 힘겨루기는 후반기 의장단선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농업경영인 출신 서모의원 (42)과 최연장자인 윤모의원(62)이 각각 의장출마를 선언, 막후접촉에 들어갔으나 윤의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의장입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서의원이 18일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어 열린 71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서의장은 허모의원(47)의 의사진행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등 독선으로 회의를 진행, 허의원과 박모의원(41)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농업경영인 출신 이모(45)의원이 부의장으로 뽑혔다. 더욱이 19일 오전에 선출된 내무위원장 최모의원과 산업건설위원장 이모의원마저 농업경영인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는등 비농업 경영인 출신의원들이 철저히 배제당함으로써 앞으로 의회구성에서부터 모든 업무처리에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주민들은 군의회가 그동안 의장단 선출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양분된 군의회로 인해 산적한 민생관련업무에 소홀할 수 밖에 없어 결국 군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군의원은 자신의 입신영달만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다. 성숙된 의회상을 보여주어야할 의무를 망각하고 자리다툼에만 연연하는 처사는 15만 군민들의 실망감은 물론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직무유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포천=이재학기자 jhlee@kgib.co.kr
우리나라 왕권시대에는 왕의 호칭에 태조(太祖)·정조(正祖)·태종(太宗)·세종(世宗)과 같이 조(祖)나 종(宗)을 붙였는데 이러한 호칭이 그 왕들의 이름은 아니다. 왕들이 죽은 뒤에 그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종묘 사당에 붙인 칭호로 묘호(廟號)라고 했다. 묘호는 그 왕이 죽은 뒤 신주를 종묘에 올릴 때 조정에서 대신들이 추천하고 왕의 결재를 받아 정했다. ‘조’나 ‘종’을 붙이는 원칙을 ‘조공종덕(祖功宗德)’이라고 했는데 공이 많은 임금은 ‘조(祖)’, 덕이 많은 임금은 ‘종(宗)’자를 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애매한 원칙이다. 공이 많은지 덕이 많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은 한 왕조를 건국하였거나 거의 망한 왕조를 부흥시킨 왕에게만 ‘조’를 붙이고 기타 왕들에게는 ‘종’을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도 태조(왕건)외에는 모두 종을 붙였다. 조선시대에는 ‘조’를 붙이는 것이 ‘종’을 붙이는 것보다 더 권위있고 명예로운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후계자인 왕이나 실세 신하들이 아첨하느라고 억지로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여권에 의해 좌지우지된 격이다. 조선 왕조 10대 왕으로 조신유생(朝臣儒生)간에 당쟁이 격심한 혼란중에 ‘무오사화’ ‘갑자사화’를 일으켜 폭군으로 지탄받아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폐위된 연산주(燕山主·1476∼1506·재위 1495∼1506), 그리고 조선 15대 왕으로 당쟁에 휩쓸려 임해군·영창대군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인목대비를 서궁에 유폐하여 서인파에 의한 인조(仁祖)반정으로 폐위된 광해주(光海主·1575∼1641·재위 1608∼1623)는 군(君)으로 봉작돼 종묘에도 들어가지 못해 묘호가 없다. 당쟁에서 이긴 쪽의 권세가 막강했기 때문이다. 예나 오늘이나 냉혹하고 인정사정 없는게 당쟁이다. /淸河
환경파괴, 난(亂)개발로 전국이 떠들썩한데 모처럼 그린벨트 해제가 아닌 지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민과 환경단체에 의하여 제기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도내 용인의 서북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택지지구에 포함되어 사라질 위기에 있는 대지산 일대를 살리기 위해 엊그제 용인 시청과 건교부를 방문, 이 일대를 그린벨트 지역으로 공식 지정해 줄 것을 청원했다. 그린벨트에 관한 한 지금까지 주민의 청원은 수 없이 많았으나, 대부분 생활불편, 재산가치 하락, 불평등한 규제 등의 이유로 해제를 요구한 내용이다. 관계부서에 청원뿐만아니라 물리력을 이용한 시위까지 벌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권력 동원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주민과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를 염려하여 그린벨트로 지정해 달라고 청원한 것은 71년 그린벨트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있는 사례이니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용인지역은 현재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난(亂)개발 지역이다. 이번 청원을 한 지역은 용인시 죽전지구로 대지산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청원 대상 토지가 약 31만평으로 이미 2년전 토지개발공사가 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시민과 환경단체는 이 지역이 예정대로 개발될 경우, 임야는 60% 이상이, 지구 면적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농지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비록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더라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산과 숲을 지켜야겠다는 것이다. 주민 청원에 대해 건교부는 대상지역이 그린벨트 지정 요건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밝혔으며, 토지공사는 이미 일부 토지는 건설업체에 분양됐기 때문에 역시 그린벨트 지정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토지공사는 이 지역을 싼값에 사들여 업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분양하여 상당한 이익을 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건교부와 토지공사는 형식논리에 의거 주민의 청원을 이유없는 것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오직하면 시민들이 자신들의 재산권을 제한 받으면서까지 환경을 지키겠다고 하겠는가. 국토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야 될 정부가 오히려 훼손에 앞장서서는 안된다. 대지산을 살리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난(亂)개발, 환경파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난개발지역의 물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도내 화성·용인·고양 등 지역이 무절제한 개발로 습지·늪지·논 등의 지표수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대규모 아파트건설업체와 난립한 공장들의 무분별한 지하수개발로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돼 이로인한 시공업체 등과 주민간 분쟁이 심상치 않다. 상수도 보급률이 저조한 신흥개발지에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대단위 아파트 건설업체와 공장들이 건설용수와 공업용수로 지하수를 빼쓰는 바람에 무진장 뽑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지하수가 고갈돼 인근 주민들이 식수마저 위협받기에 이른 것은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3년에 유엔으로부터 ‘물 부족국가’로 분류됐고 지금처럼 ‘물 쓰듯 물을 쓰는’ 추세라면 머지않아 물 기근국가가 되리라는 경고까지 나왔었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도 98년 조사에서 부천·광명·의정부 등 지역이 빗물로 채워지는 지하수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하수를 빼내 쓰는 바람에 머지 않아 고갈이 우려된다는 결과를 내놓은바 있다. 지하수는 고갈이 시작되면 오염이 가속화돼 이용이 어려워지고 지반침하가 이뤄져 건물붕괴 등의 재앙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지하수의 재앙성 고갈이 시작됐는데도 대책없이 이를 마구 뽑아 쓰는 바람에 식수등 생활용수마저 걱정하기에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용수확보없이 무턱대고 아파트나 공장을 짓고 보자는 배짱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물관리 체계는 지표수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고 있으나 지하수에 대해선 손을 대지 않을 만큼 소홀했다. 95년에야 지하수법이 마련됐으나 겨우 개념을 정리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무절제한 난개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지하수에 대해서도 공(公)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전국 지하수의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지역을 좀더 세분해 수맥의 흐름과 고갈의 원인 등을 정밀조사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제도도 보강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하수의 효율적이용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지하수 보전구역지정 등의 규제조치도 과감히 단행할 수 밖에 없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건설이나 저수지 축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갈수록 지하수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정책당국은 명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