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공원 유치, 한 곳만 신청하자

문화관광부가 국고와 민간자본 2천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조성하는 1백만평 규모의 ‘태권도공원’유치를 놓고 전국 각 시·군간의 경쟁이 뜨겁다. 9월 현재 태권도공원 유치를 신청한 곳은 인천시와 경기도를 비롯 전국 각 시·도의 24개 시·군에 달한다. 유치경쟁이 이렇게 과열된 이유는 부지만 제공하면 2천억원의 사업비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태권도 전당, 경기장, 박물관 등 태권도 관련시설은 물론 호텔, 수련장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돼 상시 고용인력 1천500여명, 연간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광객 등 엄청난 부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수입이 보장되는 태권도공원을 자치단체로서는 당연히 유치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유치신청을 한 지자체들은 주민 동원은 물론 태권도 관련 대회 개최, 국내외 인사를 통한 관계부처 민원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경우는 하남시 남양주시 파주시 여주군 포천군 양주군 양평군, 그리고 강화군 등 8개 시·군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태권도공원이 우선 지리적 여건상만으로도 경인지역으로 마땅히 유치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한 곳만 선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치를 희망하는 경인지역 지자체들이 진심으로 가슴을 열고 협의하여 1개지역만 연대 추천하는 대승적인 방안을 강구하기를 권유하는 것이다. 지자체들끼리 화합 단결하여 한 곳만 강력히 신청한다면 지리적 여건은 물론 자연환경적인 면에서 단연 으뜸인 경인지역에 태권도공원이 유치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주민동원이나 외부 압력 등은 태권도공원 선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관광부의 입장이지만 그러나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가는 결국 부지선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하리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인지역의 7개 시·군이 과감히 양보하고 한 곳을 신청한다면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금 이미 조사단의 실사가 시작됐으며 10월말께는 최종적으로 확정된다고 한다. 경인지역 8개 자치단체장이 하루 빨리 한 자리에 모여 1개지역만 추천하는 용단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경의선 복원공사 기공식

오늘 역사적인 경의선복원공사 우리측 기공식이 임진각에서 거행된다. 남북이 한자리에서 기공식을 갖지 못한 것은 좀 아쉬움이 있지만 민족적 대경사다. 남북관계개선, 민족화해, 평화통일로 압축되는 6·15 공동선언 이행의 구체적 결실사업이 오늘 기공식을 갖는 경의선복원인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문산∼장단사이 12㎞ 남측구간과 함께 장단∼봉동사이 8㎞ 북측구간등 20㎞의 중단구간에 대한 복원공사가 완공되면 실로 분단 56년만에 통일열차가 달리는 민족적 감격을 가슴에 품게 된다. 역사의 대전환이다. 냉전과 불신에서 화합과 신뢰로, 반목과 갈등에서 협력과 이해로 새로운 민족자존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과거 앙금에 매달려 지구상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불행한 민족사를 후손들에게 더 물려줄수는 없다. 진정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남북사업에 주저가 있어선 안된다. 목전의 이해관계에 급급하거나 상대를 의심해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 모든 것을 후세를 위한 먼 안목으로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경의선 열차의 남북운행은 곧 통일의 첫 걸음이다. 경부·호남선과 함께 한반도를 종단, 유라시아 횡단으로 연결되는 경의선은 민족중흥과 번영의 대동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동족상잔의 재현을 의미하는 지뢰밭을 걷어내고 통일의 디딤철을 놓는 복원공사는 큰 의의만큼이나 적잖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사기간중 미처 예측지 못한 갖가지 난관이 돌출할 것도 예상된다. 그러나 그 어떤 어려움도 민족의 장래에 우선할 수는 없다. 남북 최고 당국자는 후세에 평가받을 불변의 민족사업으로 초지일관, 내년 가을쯤에는 비무장지대를 거쳐 남에선 개성∼사리원∼평양∼안주∼신의주를, 북에서는 문산∼의정부∼서울을 왕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경의선은 물류등 경제협력측면 뿐만이 아니고 이산가족의 만남의 길로도 이용돼야 하며 나아가선 남북소통의 자유로운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남북을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외국인들에게 개방하는 것도 좋다.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굳게 잠긴 분단의 벽 일각을 허무는 것이 경의선 부활이다. 비록 기공식은 함께 하지 못했어도 내년 준공 및 개통식만은 남북이 함께 한자리에 모여 민족의 새 지평을 다같이 경하해야 할 것이다.

박상천의원

우리 지역사회 일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이 불쾌하다. 한창 지났지만 한마디 해야겠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상천의원(민주당)이 지난 추석 이튿날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귀경하면서 경찰 선도차 안내를 받았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선도차는 지방도와 국도를 약 10㎞ 달리면서 차량이 심히 정체된 곳에서는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다는 것이다. 초법적 선도를 받은 승용차는 박의원만이 아닌 일행을 합쳐 세대나 됐다니 그 모습이 가관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 불쾌한 것은 그들의 변명이다. 경찰측은 박의원 일행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순찰중의 경찰차 뒤를 따라 붙었다하니 ‘새끼줄을 훔쳤더니 줄에 매인 소가 따라오더라’는 옛 속담이 생각난다. 차안에서 졸아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른다는 박의원측 해명도 말이라고 하는 것인지. 차라리 ‘좀 바쁜 일이 있어 그렇게 됐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한번 욕얻어먹고 말 일을 두고두고 욕얻어먹을 짓을 더한다. 박의원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몇달전에 역시 신문에서 본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 이야기다. 5선의 그 상원의원은 의원회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귀가길에 사소한 교통법규위반으로 범칙금이 통보되자 직접 경찰에 찾아가 ‘미안하게 됐다’고 사죄하며 돈을 납부했다는 것이다. 의원처우규정상 그 정도의 위반은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도 면책사유를 대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의 국회는 왜 민주주의 정치를 잘 하고 우리의 국회는 왜 항상 싸움질만 일삼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아 씁쓰레하다. 현저한 의식의 차이가 발견된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고 했으니. /白山

거리의 판사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돼 있으며, 그리고 번영하고 있는 사회”라고 평가한 싱가포르는 이른바 ‘클린 앤드 그린(clean and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초질서 확립에 주력한 결과 맑고 깨끗한 환경의 보전은 물론 국가 청렴도도 상위 그룹에 들어가 있다. 이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반(反)사회적 행위에 대해서 아주 강경한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 물을 내리지 않은 경우 처음 적발되면 우리 돈으로 9만7천500원 정도 물지만 두번째는 65만원을 물어야 된다고 한다.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기초질서를 안지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통질서문화는 그래서 아마 세계 제1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의식은 낮아도 한참 낮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의경(義警)들이 교통단속을 할 때 “의경한테는 장관도 안통한다”거나 “의경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원리원칙대로’ 교통단속을 실시하는 의경은 가히 ‘거리의 판사’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 특히 힘있는 사람들에겐 ‘원리원칙’이 불편하고 무례한 것으로 비쳐졌는지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작년 6월부터 의경은 교통단속에서 손을 떼게 했다. 지난 6월 현재 의경 1천336명을 포함, 외근을 하는 교통경찰은 모두 4천985명이라고 한다. 1999년말 전국의 차량수가 1천300여만대라고 하니까 외근 교통경찰 한 사람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3천500대쯤 된다. 의경편에서 생각하면 거리에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고 인심만 잃는 일이겠지만 교통경찰 인력이 보강될 때 까지만이라도 교통단속에 의경이 다시 투입됐으면 좋겠다. 강경한 법을 집행, 기초질서를 확립한 싱가포르가 생각나고 우리나라 교통질서가 하도 엉망이어서 하는 이야기다. /淸河

대통령의 현실인식 결함

몇가지 문제에 대한 김대중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정운영의 권력이 수평분산되지 못하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수직집약된 경직체질에선 정확한 현실인식이 더욱 중요하다. 원유정책만 해도 올 봄부터 이상징후가 있어왔던 것을 미온적으로 대처, 결국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결과가 됐다. 엊그제 민주당의 당무보고자리에서 보인 대통령의 현실인식 또한 심히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의약분업으로 겪는 국민적 고통, 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이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부정대출사건의 국민적 의혹에 원칙론만 되풀이 하였다. 도대체 그 원칙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의약분업의 원칙을 위해 국민이 말못할 고통속에 헤매도 참아내야 한다는 원칙은 있을 수 없다. 박장관에게 의혹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므로 미흡한 것은 국회에서 따져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이상한 원칙이다. 부정대출의혹 이면에는 모 실세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세간의 시선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미진한 수사로 규정짓는 한빛은행 부정대출 수사를 두고 하자가 없음을 강변하는 것은 결국 덮어두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정감사를 통해 추궁할 수도 있다는 것은 편의적 논리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적에 국감을 통해 집권의 비리를 규명하는데는 늘 한계가 있음을 누구보다 더 체험한 사실이다. 국감은 어디까지나 국감으로써의 기능이 따로 있다. 부정대출사건에 진정 아무 관련이 없다면 왜 기를 써가며 특검을 굳이 안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알수 없다. 특검 수사에서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오히려 야당의 정치공세가 허구로 입증될 수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히 자존심 때문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대통령의 민심파악은 결함인사가 낀 당지도부 공식채널로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현실인식에 대한 결함이 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왜곡되지 않은 민심동향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정권출범이래 최대 위기로 규정, 당내 20여명의 초·재선의원들이 추진하는 지도부 인책의 집단요구를 유의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개선이 아무리 고무적이라해도 대내문제에 잘못을 저질러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시드니 올림픽에 아무리 시선을 빼앗긴다 해도 국민들은 거듭되는 실정의 고통을 잊지 못한다. 남북관계개선 또한 대내문제에 지지를 받아야 힘을 받는다. 현실을 직시할줄 아는 대통령의 형안이 회복돼야 한다.

地自法개정 왜 강행하나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지방자치법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보면 지자체장의 위법·부당한 명령·처분에 대해 장관 등이 서면경고 및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이행치 않을 땐 위임인을 선임, 직무를 수행케 하는 대리집행제 도입과 현재 지방직인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이 주요 골자다. 그야말로 지자체장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내용들이다. 행정자치부는 민선 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 행위를 막고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들이라는 주장이다. 행자부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자제 실시 5년간의 양상을 감안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방안들이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개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부 지자체장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과 지나친 정치적 인사 등이 질타의 대상이 됐다. 주민을 위한 효율적인 복지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차기를 위한 업적쌓기나 홍보차원에서 예산을 흥청망청 쓴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지자체장들의 방만하고 월권적 행태들로 인해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행자부가 내놓은 개정안들 중엔 지방자치를 왜곡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은 시·군·구 부단체장 임명때 시·도지사가 배제됨으로써 광역·기초단체간 행정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더구나 2년만에 부단체장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행자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지방공무원을 장악하기 위한 조령모개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다. 이밖에 단체장 서면경고제와 대리집행제도 등도 지방자치의 본령인 행정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으므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자제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선 이같은 수단들 보다는 지자체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따라 예산을 차등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는 지방의회가 있는 만큼 이들의 기능을 한층 강화시켜 단체장의 독선을 효율적으로 견제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는 관치(官治)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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