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의식

아인슈타인(1879∼1955)이 나치에 의해 추방되기전 1920년 독일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세계경제공황이 일어나 아인슈타인의 생활을 걱정한 몇몇 미국인들이 수표를 보냈다. 한달이 지나서 이를 비로소 알게된 부인이 남편의 연구실 책갈피를 뒤져봤더니 그 속에서 수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연구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전에는 사랑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 사랑한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노벨화학상을 받은 퀴리부인은 1906년 남편을 잃고 생활이 어려웠으나 라듐에 관련한 주변의 특허권유를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킬 수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떤 분야든 대가나 거장이 되면 노력에 상응한 처우를 돈으로 따져 환산한다.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킨다기보다는 돈으로 평가한다고 할까, 학문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학문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같으면 직능 자체의 평가보다는 국회의원은 차관급이냐 뭐냐, 지방의원은 부단체장급이냐 뭐냐하는등 관직과 비교하기를 즐긴다. 사회가 벼슬과 황금위주의 양대구조로 의식해온 탓이다. 비근한 예로 교장은 누구나 교육감이 될수 있고 교육감을 그만 두면 교장으로 되돌아갈수 있는데도 교육감을 큰 벼슬자리로 사회는 우월시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돈많은 금만가나 재벌이 의사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인명을 맡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술이든 의술이든 의사가 사회의 존경을 받는 것은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인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에 당치않은 점이 있어 일부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는 있으나 너무 오래 끌어 원성을 듣고 있다. 직능의식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白山

가짜 온천장 난립, 대책 세워라

일부 목욕장업주들의 얄팍한 상혼에 순진한 많은 사람들이 우롱당했다. 맹물을 온천수인줄 알고 좋아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어쩐지 경기도에 온천장이 많다 싶었는데 온천까지 가짜가 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파주, 연천, 포천, 화성 등지에서 대형 일반목욕장 8개 업소가 온천이 아니면서 마치 온천탕인 것 처럼 속이고 영업을 해왔다. 경기도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동안 도내 32곳 온천과 유사 온천 등에 대한 온천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8개 업소가 인근지역이 온천지구로 지정된 점을 교묘히 악용, 방송광고 등 허위 과대광고를 하면서 가짜 온천장 영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가짜 온천장뿐만이 아니다. 안산, 이천, 여주, 화성, 양평, 동두천, 고양, 남양주, 의정부, 포천 등지의 15개 온천은 온천 발견 신고만 해놓고 장기간 개발을 미룬 채 후속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이렇게 가짜 온천과 미개발 온천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온천 이용객들의 혼란은 물론,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가 실시한 이번 온천관리실태 점검 결과 도출된 문제점은 온천지구 지정 후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현행 온천법은 처벌 근거가 없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올해 신고 수리한 온천에 대해 4차례나 조기개발 계획수립을 통보했는데도 행정지시에 그쳤다고 한다. 가짜 온천장 역시 간판 제거 수준으로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앞으로 ‘온천’ 간판을 제거하지 않는 일반 목욕장에 대해서는 위생법을 적용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온천발견 신고를 낸 뒤 개발을 이행치 않는 경우는 온천발견 신고를 취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당연한 조치사항이지만, 이번 온천관리실태 발표로 인해 ‘적법한 온천장’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도민이나 외래 관광객들이 경기지역에서 안심하고 온천욕을 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기 바란다.

나눔의 情 되살리자

고아원 양로원 등 도내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이 외롭고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각종 후원과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든데다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일반인들의 발길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특히 올 추석은 IMF한파가 닥쳤을 때보다 더 썰렁하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사회복지시설엔 갈수록 찬바람만 불고 있는 것이다. 추석이 다른 명절에 비해 의미가 큰 것은 수확의 기쁨을 더불어 나눈다는 점이다. 피땀 흘려 거둔 결실을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감사하고 즐긴다는 데 중추절의 참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송편 한 접시라도 담너머 이웃에 돌리고 여러가지 민속놀이를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김으로써 공동체의식을 다져왔다. 이처럼 흡족해야할 명절이 찾는 사람이 없는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에게는 즐겁기 보다는 오히려 소외감만 안겨주기가 십상인 것이다. 특히 IMF 경제난을 겪는 동안 인심이 메말라 버려 나눔의 미덕을 잊은 것인지, 꺼져가는 온정이 외롭게 맞는 이들의 추석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IMF극복을 자랑하지만 그 한파가 몰고온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현상과 그리고 더 인색해진 부유층의 인정이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더욱 괴롭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몇년전까지만해도 추석같은 명절이면 종교단체나 기업체 등에서 과일상자 등 선물꾸러미를 한아름씩 안은 위문행렬이 복지시설을 찾아 수용자들을 위로했으나 올해는 이런 온정이 아예 끊겼다니 세상사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물을 사려 북적대는 백화점과 상가풍경과는 달리 양로원 고아원 등의 구호시설은 평소보다 인적이 더 뜸해져 대조적이다. 이제 IMF 체제에서 심화된 빈부의 양극화현상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있는 깊은 상흔을 치유하면서 특히 부유층들은 우리 주위의 가난한 이웃 돌아보는 나눔의 정부터 되살려야 한다. 경제가 나아진다해도 그늘진 곳 사람들이 명절에 더욱 더 외로움의 고통을 당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복지사회라고 할수 없다. 지금 버림받은 고아들과 양로원의 노인들은 온정의 발길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외로운 이웃을 찾아 살핌으로써 푸근한 명절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낙과 팔아주기

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교목성 낙엽과수다. 봄에 피는 배나무밭의 배꽃은 순백인 것이 가히 장관을 이룬다. 근대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梨花)학당 이름이 하얀 배꽃의 순결을 상징한 것으로 생각된다. 배는 맛도 있지만 해열에 좋고 이뇨에 도움이 되어 한약재로도 처방된다. ‘고려사’의 경제편이랄 수 있는 식화지(食貨志)에 배나무식재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당시의 배는 거의 야생의 돌배였고 1906년 뚝섬원예모범장이 설립된 뒤 개량품종 보급과 함께 1910년대엔 일본품종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배다. 태풍 프라피룬이 몰고온 비바람으로 배나무의 낙과가 절반 가까이나 되어 경작농가 피해가 막심하다. 당장 수출물량을 대지못할 형편이라니 여간한 낭패가 아니다. 수출선적도 큰 일이지만 쌓인 낙과처분이 어려운 형편이어서 낙과 팔아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알고보면 잘 농익을수록이 역할을 다한 꼭지가 약해져 피해를 당한 것이 낙과다. 까치가 종이봉지에 쌓인 배를 어떻게 잘 알아보는지 종이를 찢고 쪼아먹다만 배일수록 맛이 꿀맛인 것과 같다. 배는 다른 과일과 달라서 심지어 썩어도 먹을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맛이 더 있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는 속담이 이래서 나왔다. 낙과는 겉모양의 상품성이 떨어져 비록 수출은 못해도 실수요의 내수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낙과가 실속은 더 있다 할수 있다. 낙과 팔아주기 운동에 많은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 /白山

쓰레기와의 전쟁과 주민의식

수원시는 지난달 1일부터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언, 깨끗한 수원시를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반드시 정착시킨다는 각오 아래 분리안된 쓰레기나 규정된 쓰레기 봉투에 넣지 않은 쓰레기는 현재 시에서 수거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시내곳곳에는 수거하지 않은 스레기로 인한 악취가 대단할 뿐만아니라 이로 인한 주민들간의 마찰까지 야기되어 시급한 해결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시내곳곳에 널려 있는 악취풍기는 쓰레기, 쓰레기 하치장 같이 되어버린 버스정류장을 보면 과연 수원시가 2000년 월드컵을 제대로 개최할 수 있는 문화도시인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현재 수원시에서 행하고 있는 쓰레기와의 전쟁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한지 벌써 수년째되고 있다. 또한 시에서는 분리수거 정착을 위하여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분리수거를 위한 시설도 하였으며, 또한 반상회의 등을 통하여 수많은 홍보활동도 했다. 심지어 쓰레기를 불법으로 투기하는 사람들을 적발하여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까지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도 쓰레기 분리수거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깨끗한 지역 만들기와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민들이 솔선수범해야 될 과제이다. 또한 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가동하고 있는 영통쓰레기 소각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는 필수적이다. 쓰레기와의 전쟁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들의 철저한 환경의식이다. 과거에 비하여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이 제고된 것도 사실 이기는하나 아직까지도 분리수거는 물론 ‘나 하나쯤이야’하는 의식에 젖어 쓰레기 분리수거가 일상화되어 있지 않다. 나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쓰레기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결국 나 자신에게 온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수원시도 지금같이 분리안된 쓰레기를 안내스티커나 부착하여 그대로 방치하여 악취를 풍기고 도시미관을 해치기 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주민들 스스로 쓰레기와의 전쟁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된다. 분리수거가 잘 안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을 비롯한 시청 간부들이 집중적으로 계몽활동을 전개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된다.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효과적인 성공이 없으면 수원은 문화도시, 월드컵의 도시가 될 수 없다.

‘장애인의 달’을 맞아…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 직업적응훈련과 함께 고용업체와 장애인근로자에게 고용보조금, 고용환경개선, 직업안정자금등 파격적인 자금지원을 한다. 장애인 창업자금도 융자하고 있다. 고용촉진공단 수원사무소의 경우, 올 상반기동안 124명을 취업시키고 393명의 취업을 확정시킨 가운데 4억6천여만원을 지원하고 32억6천여만원 규모의 지원 및 융자가 확정된 상태다. ‘순간의 관심보다 평생의 일터’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이같은 정부사업은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9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지난 1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대상을 심신장애자까지 개정 확대한 이후 새천년들어 처음 맞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회일각의 인식은 아직도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등록장애인수는 도내 13만8천33명을 비롯, 전국에 79만5천408명이나 추정수는 도내 18만여명 전국은 105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비해 300인 이상의 고용의무사업체 고용율은 등록장애인수 대비로도 선진국수준의 반에 반도 안되는 0.91%에 머문 실정이다. 복지사회 건설은 장애인의 사회참여 활성화가 없고서는 참다운 복지사회라 할수 없는 것이 선직국사회의 인식이다. 신체장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산재사고, 교통사고 등의 증가추세는 선천성 장애를 훨씬 능가해가고 있다. 선천성이든 후천성이든 장애인은 기능에 따라 사회기여 참여의 길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함에도 예컨대 각종 시설물에 장애인 편의시설조차 거의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장애인 전용주차장 하나 보장해주지 못해 마구 침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제반환경을 극복, 산업사회와 직장사회에서 비장애인 이상으로 활약하는 장애인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장애인은 결코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활의 대상인 것이다. 이같은 자활의 길을 사회가 가로 막아서는 안된다. 넓게 개방유도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장애인의 달’을 맞는 의의, 이달에 즈엄하여 여러 형태의 캠페인을 갖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정보산업의 발달은 장애인 참여의 폭을 넓게 해주고 있다. 장애인의 분발, 사회의 새로운 인식속에 다같이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통령의 말

말이란 정말 무섭다. 말한마디 잘못하여 손해가 막심하거나 봉변을 당하고 반대로 말한마디 잘해서 이득을 보거나 인심을 얻는 예가 범사에 허다하다. 이때문인지 말을 두고 일깨움을 주는 경구 잠언이 유별나게 많다. 잘못한 말은 나중에 취소하거나 사과해도 안한것만은 못하다. 말은 범인의 범사에 이처럼 중요하지만 사회지도층엔 더욱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말은 더더욱 막중하다. 우리같은 정치후진국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법률에 우선한 기속력을 갖는다. 예컨대 ‘골프대중화론’이후부터는 조심조심하던 공무원 골퍼들이 드러내놓고 즐기는 골프해방을 만끽하고 있다. 박봉에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골프가 과연 서민대중 스포츠인지는 잘 알수 없지만. 지난 4·13 총선때는 선거법 불복종선언이 나오기 바쁘게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어 검찰과 선관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1일 민주당 최고위원초청 청와대 만찬에서는 지방의원 외유의 당위론이 나왔다. “지방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을 언론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으나 배우는 것이 많은 만큼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당최고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바람에 한동안 자제하는 쪽으로 기울던 지방의원들 외유가 “장려해야 한다”는 대통령말에 기가 살아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성일정 투성으로 짜여지곤 한 과거의 외유에 그래도 배울게 많다면 더 할말은 없다.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지방의원 외유가 잘못된 것인지는 지역주민들이 더 잘 알아 판단할 것이다. /白山

위기에 처한 용인지역 문화재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난(亂)개발로 용인시에 산재한 문화재들이 폐가(廢家)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당국이 속수무책상태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보도에 따르면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의 용인향교(향토유적 제1호) 주위에는 최고 18층짜리 고층아파트 1천4백여가구를 건립중이고 이미 440여 가구가 입주한 상태여서 용인향교는 ‘아파트 속의 섬’이 될 처지이다. 수지읍 상현리 심곡서원(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호)과 42번 국도 건너편에 있는 조광조묘·신도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동안 주변에 2천여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가 건립돼 최근까지만 해도 웅장했던 심곡서원내 3개동 고건물들이 왜소해졌고 인근 조광조묘 터 주변 1만6천평 중 5천평도 아파트 건립 예정지로 매각됐다. 특히 세계 4대 야외 박물관 중 하나인 기흥읍 보라리 민속촌의 경우 앞쪽에 아파트가 우뚝서 있어 경관을 해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흥읍 보라리에 있는 임진산성터를 비롯, 구성면 마북리의 민영환선생묘(경기도 문화재기념물 제18호), 채제공묘(용인시 문화재기념물 제17호), 양지면 평창리의 평창유적지, 이동면 서리의 고려백자요지 등 용인지역 문화재와 유적지·박물관이 온통 아파트나 대규모 전원주택지, 지방도 확장공사 등으로 존재가치가 파묻혀 버리게 됐다. 사유지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는 당국과 공사강행에 급급한 건설업체들 때문에 유적지와 문화재가 이렇게 아파트 숲에 갇혀 조망권을 잃은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亂개발 속 문화재 보존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유적지 등과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 확보를 의무화하는 등 법령을 제정하면 된다. 또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문화·관광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택지조성 지역은 사전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이미 지정된 문화재·사적지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개발하도록 조치하면 된다. 이와 같은 규제사항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문화재는 도심의 그늘에 파묻힌다. 당국의 특별대책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지방의원 유급제?

민주당 최고위원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김대중대통령이 지시한 지방의원 유급제화 법개정이 올 정기국회에서 추진될 모양이다. 여당이 이를 추진하면 야당도 지방의원들을 의식, 적극적인 반대는 여려울 것으로 보여 유급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전에도 광역의원들이 요구해 논란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찬반이 엇갈린다. 현행 명예직으로는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긍지충족이 어려움으로 제대로 처우를 해주면서 제대로 일을 하도록 뒷받침 해야 한다는 것이 유급직 찬성의 요지다. 이와는 달리 지역사회봉사를 다짐하고 나선 명예직이 오히려 의정활동의 순수성을 돋보이는 것으로 지금의 실비지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유급직반대의 논리다. 지방의원의 명예직이나 유급직은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실정에 따라 달리 시행하고 있으므로 어느 것이 딱부러지게 좋다 나쁘다고 단정짓기는 난해한 일이다. 다만 여기서는 우리의 실정에 따른 몇가지 문제를 검토에 참고코자 한다. 우선 지방재정이 과연 지방의원 유급제가 가능할 만큼 건전한지가 의문이다. 16개 시·도가 진 빚만도 18조원에 이르러 눈더미처럼 쌓이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지방공무원은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감원하면서 지방의원을 무더기로 유급직화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취의에 반한다는 이견이 나올수 있다. 지방의원의 유급직화는 광역의원만해도 문제점이 따르고 기초의원까지 다 포함해도 문제점이 따르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유급으로 하면 처우를 어느정도의 수준으로 할 것인가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직간접으로 거액의 자치비를 부담해 왔다. 자치비부담에 비해 자치효율은 지극히 의문에 속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가 되고나서 자치행정의 실익이 무엇인지 감이 잘 안잡힌다고들 말할 지경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허실에 지방의원 유급직화로 충족을 기할수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유급 보좌관제는 광역의원들이 전에 끈질기게 주장한 다른 또 하나의 요구사항이다. 유급제가 되고나면 이어 보좌관제를 다시 들고 나오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방의원 유급제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아직은 주민부담의 어깨를 짓누르는 거액의 유급직화를 굳이 할 시기인가 잘 가려 신중을 기하길 당부코저 하는 것이다.

제청(提請)

경제는 경국제민(經國濟民)의 준말로 본래는 정치적 용어였다. 문화 역시 문치교화(文治敎化·왕이 문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며 계도함)의 준말로 정치용어였다고 할수 있다. 요즘 단명 사고가 자주 생겨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드는 ‘장관’이란 용어도 원래는 자신의 상관이나 기관의 장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국무를 맡아보는 각 부(部)의 으뜸가는 벼슬로, 국무위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부장(部長), 상(相·대신)으로 칭하고 북한도 상으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에 령(令)이라 했고 백제는 좌평(佐平), 고려시대에는 상서(尙書)라고 불렀다가 몽골침략 후에는 판서(判書)로 고쳤다. 조선시대에도 판서라고 했다가 고종 때 대신으로 바꿨으며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에는 총장이라 했다. 장관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이다. 송자(宋梓) 교육부장관이 취임 23일만에 도덕성시비로 퇴진하고 새 장관이 임명됐다. 국민의 정부에서 임명된 지 두 달도 안돼 물러난 ‘단명장관’이 송 전 장관을 포함 4명으로 늘어났다. 주양자(朱良子) 전 복지부장관이 두달만에,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이 보름만에, 연극배우 출신 손숙(孫淑) 전 환경부장관이 한달만에 낙마했다. 낙마원인은 4명이 모두 임명 직후 개인비리 의혹이나 신상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도중하차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提請)은 ‘임명하도록 정식으로 추천’한다는 뜻이다. 입각대상자는 물론 대통령이 인선한다. 그렇다고 말썽이 생겨 낙마하는 장관을 제청한 국무총리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수 없다. 국무총리가 우선 철저히 검증한 후 제청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비난이 또 나와서는 안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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