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싶지 않은 참변이었다.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이었다. 생산 중인 일차 리튬전지가 폭발했다. 배터리 연속 폭발로 진압이 어려웠다. 소방 인력 159명과 소방 장비 63대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23명이 근로자들이 화마에 숨졌다. 외국 국적자는 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하는 화마’로 규정했다. 리튬전지의 특성이 화재를 키웠다고 했다. 그런데 다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는 인재였다. 엉터리 납품 비리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군에 일차전지를 납품하고 있었다. 2021년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했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 남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였다. 이렇게 납품한 전지가 올 2월까지 47억원어치다. 올해 4월분 납품 검사에서 사달이 났다.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때 모든 납품이 중단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납품 양을 재생산해야 했고 이미 계약된 납품 양까지 겹쳤다. 또 불법이 시작됐다. 하루 5천개 생산을 밀어붙였다. 평균 생산량의 두 배였다. 다른 업체에서 근로자 53명을 공급받았다.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했다. 파견법에 규정된 파견근로 허용 업종이 아니었다. 불량률이 치솟았다. 3~4월 2.2%였는데, 5월 3.3%, 6월 6.5%까지 갔다.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고,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고, 메시 절단은 일용직이 작두로 했다. 이런 엉터리 작업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미숙련 근로자들이 절단한 면에 뾰족한 형태의 잉여 부분이 생겼다. 이게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함께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이다. 참변 이틀 전인 6월22일 발열 전지 1개가 폭발했지만 무시하고 돌렸다. 이때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이 사고 장소로 옮겨졌고 이 전지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적어도 화재 발생은 리튬전지의 특성과는 전혀 상관 없다. 군 납품에 불법이 확인됐다. 그때 제조 중단은 불가능했을까. 근로자 53명 충당에 불법이 있었다. 그때 부당 노동 행위 적발은 불가능했을까. 이틀 전 폭발해 불까지 났었다. 그때 화재 예방 매뉴얼을 적용할 수는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비극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짧게는 48시간 전, 길게는 3~4년 전부터 내달리고 있었다. 경찰이 아리셀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과연 이들 외에 책임 질 사람들은 없을까. 더 있지 않겠나.
지난 22일 발생한 부천 원미구 소재 호텔 화재 사고로 사망자 7명, 부상자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호텔은 9층으로 64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스프링클러 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 이에 대한 대책을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가 난 부천 호텔은 2003년 완공된 이후 21년째 운영되고 있는 노후 건물이다.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2017년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m 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 호텔은 2017년 이전 지어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부천 호텔과 같이 2017년 이전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화재 위험성이 높아 2020년 국토교통부는 3층 이상이면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화재 안전성능 보강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성능 보강 지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나 아직도 전국에는 화재에 ‘시한폭탄’인 건물이 즐비하다. 특히 경기도는 화재에 취약한 사업장이나 건축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화재 안전성능 보강 건축물’이 572개동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다치를 기록,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구나 화재 발생 시 숙박시설보다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급 의료시설은 2026년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어 화재 위험에 노출된 시설이 더 많을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려 23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천 호텔 화재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수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화성 화재사고는 무리한 공장 가동이 빚은 인재(人災)로서 안전 교육도 없었으며, 비상구도 막혀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사고의 경우 2명은 공기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사망한 문제점도 관계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호텔 등 숙박 시설은 물론 노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료 기관에서 화재가 나면 매우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건축물에 대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11일 끝난 제33회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타이인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메달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중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금메달 5개와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 모두 7개의 메달을 휩쓰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남자 양궁 김우진(청주시청)은 남자 단체전 3연패와 혼성 단체전 2연패, 그리고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까지 따 남자 선수로 첫 3관왕이 됐다. 올림픽의 기본원칙은 건전한 경쟁이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별도의 상금과 포상금 없이 금·은·동메달만 수여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와 후원 협회 그리고 기업은 자국을 빛낸 메달리스트들에게 각종 포상금과 혜택을 주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포상금과 연금, 후원 협회와 단체 그리고 기업에서 주는 포상금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부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금메달을 딴 선수는 6천300만원, 은메달은 3천500만원, 동메달은 2천500만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아직 파리 올림픽 포상금 지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5% 정도 증액돼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포상금으로 6천600만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로 평생 연금으로 금메달은 월 100만원 또는 일시금 6천720만원, 은메달은 월 75만원 또는 일시금 5천600만원, 동메달은 월 52만5천원 또는 일시금 3천920만원을 선택해 받는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은 문체부 포상금과 연금뿐만 아니라 소속팀이 속한 ‘충청북도체육회 전문체육 유공자 포상금 지급 규정’에 따라 2천만원과 ‘청주시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3천만원의 포상금을 추가로 받는다. 경기 성과에 따른 상금, 포상금과 연금은 종합소득세 중 기타소득으로 받는 금액의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해 22%를 원천징수하고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그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상금과 부상은 세금이 붙지 않아 남자 양궁 김우진이 문체부, 충북도, 청주시에서 받는 포상금과 연금에는 세금이 없다. 오메가 시계에서는 파리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남자 펜싱의 오상욱과 여자 사격의 오예진 선수에게 각각 시가 1천290만원, 1천420만원 상당의 파리 2024 올림픽 기념 에디션 시계를 증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협회와 단체, 기업에서 받는 상금과 부상은 종합소득세 기타소득이고 소득 금액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20% 세율로 분리과세 받거나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합산해 신고할 수 있다. 오메가 시계를 받는 오상욱과 오예진은 시가 300만원이 넘어 시계 가액을 내년 5월 주소지 세무서에 종합소득세 기타소득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신고하고 과세표준에 따라 1천400만원 이하 종합 소득세율 최소 6%에서 10억원 초과 45%의 세율을 적용한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세금도 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포상금과 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올림픽 10연패(連霸)’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력이 워낙 월등하다 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런 우리의 활 솜씨를 ‘동이(東夷)’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東夷’는 오랜 옛날에 중국 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비롯해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살던 사람들을 ‘동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낮춰 불렀던 말이다. 이 중 ‘夷’는 언뜻 ‘大(큰 대, 뛰어날 대)’와 ‘弓(활 궁)’을 합친 글자로 보인다. 그래서 ‘夷’를 ‘큰 활을 가지고 다니는 민족’이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풀이하곤 한다. 하지만 한자의 출발점인 갑골문(甲骨文)에서 ‘夷’는 ‘矢(화살 시)’와 ‘己(몸 기)’가 결합한 형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己’는 새끼줄을 뜻해, ‘夷’는 화살에 새끼줄이 감겨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동이족이 유목민족이라서 활을 잘 쏠 뿐만 아니라, 줄을 이용해 짐승을 잡는 데도 능숙했기 때문에 그런 특징을 표현한 글자라는 얘기다. 어떻든 우리가 활과 무척 가까운 민족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는 신궁(神弓), 곧 ‘신과 같은 활 솜씨를 가진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조선을 세운 이성계를 꼽을 수 있다. 옛 자료에서 이 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함께 사선(射線)에 세워놓고 누가 더 잘 쏘는지 한번 겨뤄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날 우리 양궁계에도 신궁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종종 등장한다. 신궁은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분명 피나는 노력으로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한국 양궁팀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데는 신궁의 등장보다 신궁의 등장을 가능케 하는 공정한 선수 선발 체계에 더 큰 이유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쓴 김우진 선수는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한국 양궁”이라며 “새로운 대회에 나가려면 전 대회의 3관왕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신궁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경쟁 방식이 불공정하면 대표선수로 뽑힐 수 없을 텐데 대한양궁협회에서는 그런 부정(不正)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話頭)처럼 떠돌지만, 곳곳에서 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밥 먹듯 일어나는 세상이다. 이번 양궁 대표팀의 성과가 이런 세상에 큰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보고, 화장실에서도 본다. 심지어 운전을 할 때도 본다. 길을 걷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본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 ‘스몸비(smombie)’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매인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다. 현대인의 스마트폰 사용은 지나치다. 상당수가 중독자다. 걸을 때나 운전할 때도 시선이 스마트폰을 향해 있어 각종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고, 귀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 눈과 귀를 닫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도내 횡단보도 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연 평균 1천38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당수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 AXA손해보험이 운전면허 소지자 1천4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1%가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며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를 경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4%는 주행 중 스몸비족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걷게 되면 거리 감각은 40~50% 떨어지고 시야 폭은 56%로 좁아진다. 이어폰까지 끼면 자동차 경적 등 소리가 안 들려 사고 위험이 더 크다. 지자체와 경찰서 등에서 스몸비족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교통안전표시를 하고 바닥 LED 보행 신호등, 음성 안내 보조장치 설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해외 사례처럼 스몸비 사고 방지를 위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말~ 한국 사람들은 참 똑똑한 것 같아.” 몇 해 전 지방을 함께 여행하던 독일 친구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뜬금없이 나타난 고층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나에게 툭 던진 말이다. 내 눈에는 우리 주변에 흔한 그런 성냥갑 아파트였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독일에서는 이런 고층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집을 짓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녹지가 훼손되고 있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고층아파트를 짓고 거기에 모여 사는 것이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며 주택난도 해소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었다. 덕담성 발언이었지만 제법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얼마 전 방문한 LH 토지주택박물관의 기획전 ‘아파트: 새로운 삶을 담다’에서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마포아파트는 당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중앙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10층 11개동의 최신식 아파트단지로 설계됐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무슨 중앙난방이냐는 비난 여론에 못 이겨 결국 연탄보일러를 설치했다고 한다. 마실 물도 없는데 수세식 화장실은 물 낭비라는 서울시 수도국의 반대가 심했지만 다행히 수세식 화장실은 관철됐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전력 낭비의 원흉으로 지목된 엘리베이터를 없애기 위해 결국 6층 6개동으로 규모가 축소돼 1962년 준공된 마포아파트에는 총 450가구가 입주했다. 그때는 아무도 전 국민의 63%가 아파트에 모여 살게 된 오늘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파트는 전시 제목처럼 우리의 새로운 삶을 담는 그릇이 됐다. 이제 우리의 주거문화에서 아파트는 주인공이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흔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이 말에는 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비록 최선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주거환경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우리의 새로운 삶을 담았던 아파트의 미래는 어떨까?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도 아파트고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도 아파트다. 우리 주변이 아파트로 꽉꽉 채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부족하다. 아파트가 우리 시대의 욕망이 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가 현실이 될 미래에도 지금 같은 대단지의 고층아파트가 여전히 대세일까.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아파트의 미래는 불안하다. 아파트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잘 지은 아파트라도 50년을 넘기기는 어렵다. 이쪽에서는 헐고 저쪽에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새로 짓고야 마는 무한 반복의 아파트 공화국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변화하는 삶을 담을 새로운 그릇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주도면밀한 혜안의 대책이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치매 환자를 위한 약물 치료는 최근의 혁신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이러한 비약물 치료의 범위는 인지기능 환자들에 대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자극훈련부터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지기능재활 등을 포함하며 넓게는 치매가족교실 등 보호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까지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비약물치료가 약물치료에 비해 환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들이 너무 쉽게 적용되는 모습을 진료 현장에서 종종 보곤 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비약물치료 역시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이므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검증된 치료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치매안심센터 등의 치매 관리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비약물치료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비약물치료가 치매안심센터를 비롯한 지역사회 치매 관련 기관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그 효과와 안정성에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환자 몸에 약물이 투여되지 않아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치료를 무분별하게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약물치료의 진행 과정도 중요한 문제다. 비약물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비약물치료 역시 의료 행위이므로 반드시 자격이 검증된 의료진의 판단이 개입돼야 한다. 약물이 직접 투여되지 않는 비약물치료라고 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의료진 없이 진행된다면 환자의 안정성 확보도 어렵고 의료법 위반의 소지도 발생한다. 최근에는 디지털의료의 발달과 함께 비약물치료에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면서 환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절차가 간과되는 경우 역시 급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약물치료도 의료 행위이므로 반드시 정식 등록된 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논문 자료를 바탕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 통과 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장비들의 비약물치료 적용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이러한 과정들이 생략되고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기기에 불필요한 예산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인지기능 저하로 고통받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는 것은 치매전문가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환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의료 행위는 반드시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하고 진행 과정에서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1992년 부평구에 우리나라 최초의 데이터센터가 준공된 이후 현재까지 인천에 건축허가를 완료한 데이터센터 네 곳을 포함하면 총 11곳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3월 보도를 보면 2029년에는 인천에 123곳으로 증가해 데이터센터 수는 현재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건설된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일반공업·준주거지역(각각 두 곳), 제3일반주거지역(한 곳) 등이다. 해당 용도지역이 경계를 맞닿아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설이 주거지역과 현격히 떨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허가를 완료하고 건립이 예정된 네 곳 데이터센터의 용도지역은 다행히 일반공업지역이다. 서울과 인접하고 전력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여건이라는 점에서 인천시가 분명히 데이터센터 입지로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지자체라는 점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필자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그에 따른 문제도 있다. 바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대규모 전력을 이용하고 활용하기 적합한 위치이며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경쟁력이 있는 지역은 고전압이 시민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을 관통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을 의심하고 해당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설득과 보완 시설의 설치로 불안함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은 미비하다. 지금까진 내가 사는 지역에 고압 전력이 지나간다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한두 번의 검증과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이 있었을 뿐 확실한 대책과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시민의 대표자인 필자 역시 고압 변전과 데이터센터 반대 민원을 마주할 때마다 무척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전자파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계속됨에도 실질적인 검증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방치하는 행정이 과연 옳을지 묻고 싶다. 필자는 시민들이 전자파로부터 안전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공업지역으로 유도하고 공업지역도 주거지역과 인접했다면 해당 지자체장이 관련 인허가 때 해당 시설이 적합한지를 판단해 주거지역에서는 인접한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고, 불가피하게 시설이 입지하게 될 때는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준비 중이다. 28일부터 열리는 ‘제297회 임시회’에서는 방송통신시설 중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제한하고 공업지역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인천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일선 행정에서 수많은 민원과 어려움이 있지만 시민들이 가진 고전압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행정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도리깨 매질에 구르는 백태 씨 톨 고집불통 건드리면 동글동글 튀는 너 불볕 타작에 나뒹굴며 가을을 주워 담네 땅거미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솔바람이 돌려가는 맷돌 소리 간수 물에 도란도란 내려앉는 별꽃 무늬들 찬 이슬 덮어가는 달빛도 환하게 물들이네 졸고 있는 국화 송이 우물가로 빠져들고 몽올몽올 피어오른 순두부 꽃 객지 나간 자식들 영상으로 불러내어 한 그릇씩 퍼담아 전송하는 어미 마음 조병하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