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에 올랐던 짧은 뉴스가 있다. 포클레인이 기암을 부수고 있는 장면이다. 중국 허난성의 ‘용기를 시험하는 바위’ 얘기다. 두어 평 크기의 이곳이 인증샷 명소였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중장비로 부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호주의 한 대학이 집계한 통계가 있다. 인증샷 찍다가 사망한 사람이 14년간 400명에 달한다. 위험한 인증샷 명소는 이제 세계 각국의 고민거리다. 위험 정도가 특히 높은 게 도로다. 도로 위, 철길 위, 터널 안이 명소인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많다. 보령해저터널도 대표적인 곳이었다. 국내 최장 해저 터널로 유명한 곳이다. 터널 내에서 각종 인증샷 시도가 유행했다. 도로 한복판에 서서 촬영을 하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찍기도 하고, 진입이 금지된 오토바이를 타고 인증샷을 찍었다. 2021년 12월 개통 직후부터 그랬다. 이를 근절하는 데 행정력 소비가 컸다. 수원에 이런 우려를 사는 곳이 등장했다. 영동고속도로 광교 구간 방음터널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112 신고가 접수됐다. “방음터널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2명이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SNS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고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가 한 것이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경찰에 올라간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이 올라간 장면을 보고 따라했다고 했다. 여중생 A양이 지난해 6월 같은 행위를 했다. 투명한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이 기괴한 모습에 운전자들이 경악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 모습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모방한 행위가 이번에 나타난 것이다. 인증샷 명소는 급속도로 알려진다. 광교 방음터널도 그렇게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도로공사 측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접근 예방 조치를 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런데 이게 없다. 통행금지 펜스는 설치돼 있지만 실제 출입을 막을 수준은 아니다. 감시용 CCTV도 없다. 울타리 경고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터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다. 인증샷 장소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통제 조치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방음터널 위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다. 놀라는 운전자들도 위험천만하다.
아주대병원이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과 의료진의 과부하 등에 따라 심폐소생술(CPR) 등 초중증 환자(심정지 환자)만 수용해 진료한다. 시간은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이며, 대상은 16세 이상 성인 환자다.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치료하는 소아응급실은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의대 증원 사태 이후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중 4명도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는데 병원 측 설득으로 사직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경기 남부권의 24시간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110∼120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이 중 60∼70명은 성인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응급 환자의 중증도 또한 전국에서 1∼2위를 다툰다. 이런 병원이 목요일에 심정지 환자 외에 응급실 환자를 받지 않겠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119 구급대원들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크다.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가 진료를 제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병원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사망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 상황은 하루가 다른데 정부는 여전히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원인을 전공의 이탈 탓으로 돌리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여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투입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아주대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배치된다. 하지만 파견 인력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도 환자를 못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내놓아선 안 된다.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다”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교통은 시민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도시의 인프라가 취약한 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는 서울이나 경기 남서부 등지로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주민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실시한 ‘남양주시 행정수요도 조사’에서 시민 등 응답자의 30%가, 민선 8기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시민 의견 수렴에선 36%가 교통의 개선·확충을 최우선으로 꼽았을 정도로 교통에 대한 시민 관심도는 굉장히 높다. 또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핵심 인프라다. 남양주가 주거 위주의 불균형적·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교통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10년 내외로 현실이 될 인구 100만 메가시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통망 개선과 확충에 시장 한 사람의 열정과 역량을 최대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의 행정력도 집중시켜야 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를 지나는 전철은 긴 배차 간격으로 불편과 답답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의중앙선과 경춘선뿐이었다. 2022년 3월 진접선(4호선 연장)이 개통되면서 숨통이 일부 트였으나 여전히 부족했다. 게다가 3개 전철 모두 동서축만 연결하는 노선으로 남북축은 가로막혀 있다. 그러나 그간 부족했던 남북축 철도망 확충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8월10일 8호선 연장인 별내선(암사~별내∙12.8㎞)이 착공 8년여 만에 개통한 것이다. 남양주(별내·다산)와 강남지역이 직결돼 시민 이동권의 대폭적인 향상이 이뤄졌다. 이전에는 별내에서 잠실까지 두 번 환승에 44분이 걸렸다. 이젠 환승 없이 단 27분 만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 이용 수요가 큰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은 4분30초로 평시보다 대폭 줄어든다. 한편 개통 전부터 이용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일에 힘썼다. 올해 초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변 도로 정비, 연계 버스 확충, 역사 시설 점검 등에 집중했다. 개통 10일 후인 지난 20일에는 별내·다산역의 주요 시설을 살펴보고 주민 불편 사항을 파악하는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기본계획 대비 82.7% 수준인 3만여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두 역사의 혼잡도 완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이용객 편의 증진 대책 등을 추진 중이다. 별내선에 이어 현재 남북축으로도 청신호를 더욱 밝혀줄 1개의 전철 노선이 그려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왕숙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의 핵심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을 더욱 높일 강동하남남양주선(17.6㎞)이다. 9호선 연장인 강동하남남양주선은 서울 강동구(기점)~하남 미사~남양주 진접2지구(종점)를 연결하는데 남양주 구간이 가장 길다. 2022년 6월 경기도가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지난 상반기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도 마쳤다. 올해 중 국토부의 기본계획 승인이 전망되고 있으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착공은 2026년 상반기, 준공은 2031년이 될 예정이다. 수도권 내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해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을 실현할 광역급행철도(GTX) 역시 남양주시민들에게 희소식이다.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GTX-D·E·F 노선에 팔당, 덕소, 왕숙2 등 남양주 주요 지역이 각각 포함됐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건의도 했다. 3월 초에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B(인천대입구~남양주 마석·82.8㎞) 노선의 착공식이 열렸고 시민 및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특히 남양주 구간은 20㎞로 기초지자체 중 가장 길고 4개 역(별내·왕숙·평내호평·마석역)에 정차한다. 아울러 경기도가 정부에 건의한 GTX-G 노선안에도 남양주 별내가 들어갔다. 이처럼 5개 전철과 5개 GTX가 연결되는 청사진이 그려진 곳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남양주가 유일하다. 100만 메가시티와 미래형 자족도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최고의 교통 허브 도시 도약이 머지않다. 교통혁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마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진정한’ 교통혁명을 이끌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정부·관련 지자체 및 기관·지역사회 등과 함께 충분한 논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면서 목표를 향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36년 덕수 이씨 원수 공과 평산 신씨 사임당 사이에 태어났다. 이미 8세 때 ‘화석정 시’, 10세 때 ‘경포대 부’를 지었고 29세까지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해 이조·병조판서와 대사간을 지냈다. 그의 저술 자경문(自警文)과 성학집요(聖學輯要), 격몽요결(擊蒙要訣)에 그의 교육사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이기일원론과 민본사상으로 압축되는 정치철학과 정의로운 경제활동, 부국강병 등을 주장해 류성룡으로부터 “율곡은 참으로 성인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율곡의 학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 근거해 합리적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근본으로 인격과 학문을 닦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율곡은 후학 양성에 주력한 이황과 달리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조선 사회를 개혁하는 데 힘썼다. 이황이 성리학의 기틀을 닦았다면 율곡은 그 토대 위에서 ‘경세(經世)’로 나아갔다. 특히 기호철학의 중심 인물인 우계 성혼과 율곡은 임진강변 율곡리와 늘노리를 번갈아 오가며 아홉 차례나 서신을 주고받았다. 이때 두 사람의 사단칠정(四端七情)과 인심·도심(人心·道心) 논쟁을 통해 조선 성리학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는데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원리주의에 머물렀던 성리학을 세계적인 동양철학으로 발전시킨 전성기로 높이 평가한다. 기호철학은 휴암 백인걸을 비롯해 율곡, 우계, 구봉 송익필, 남계 박세채,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등 수많은 학자를 배출했고 이들을 모시는 향교와 서원이 6개소에 이른다. 문묘에 배향된 동방 18현 중 파주와 관련된 분이 여섯 분이나 된다는 것은 파주가 동양철학의 본산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화는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수기치인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K-컬처의 바탕에도 유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안동에는 1995년 경북도가 설립한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 논산에는 2022년 충남도가 설립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유교 철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파주에는 이런 연구·교육시설이 없다. 파주문화원에 율곡학 사업단이 설립돼 콘텐츠 개발과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나서 전통문화 유산의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를 확립하고 유교문화의 전통과 가치를 인류 유산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 최근 자운서원 내 ‘율곡연수원’을 폐지하고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 결정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연수원 시설을 존치해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본산이자 경기도 기호철학의 본향인 파주에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수마발(牛溲馬勃)’. 국문학자인 무애(无涯) 양주동 박사의 어록 중 한 구절이다. ‘삼인칭야(三人稱也)’라는 어미가 붙었다. 고교시절 국어 현대문 교과서에도 나왔던 표현이다. 당시 대학 입시는 물론이고 대기업 입사시험에서도 자주 출제되던 문항이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우수와 마발의 뜻을 헤아려 보자. 우수는 한자로 소의 오줌이다. 마발은 말의 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양주동 박사가 구태여 이런 어줍잖은 어휘를 사용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처럼 쓸모 없고 하찮은 것들도 다 소중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명쾌한 반전이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도 그랬다. “우수마발을 모두 거둬 저축해 놓고 쓰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것들을 자양분으로 식물이 자라나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어서다. 따지고 보면 소와 말의 분비물도 다 후손들로부터 빌린 일종의 채무다. 고스란히 보전된 자연은 결국 후손들에게 내야 하는 이자인 셈이다. 무릇 환경을 그렇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순환이 최우선이다. 한정된 자원이나 제품 등도 그래서 되돌려 써야 한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 바람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분출돼 온난화도 가속화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순환은 필수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등은 분해가 어려워 그대로 버려질 경우 토양이나 지하수 등을 오염시킨다. 지구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5천200만t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순환이 최대의 덕목이어야 하는 대목이다. 매년 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정부가 지구온난화로부터 환경 보호의 필요성 및 자원 낭비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정했다. 지원순환의 날을 맞아 턱을 괴고 지고지순한 취지를 일깨워 보자. 그만큼 자연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정조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壯勇營)이 주둔한 청사의 본영을 1799, 1801년에 그린 계화(건축화)로, 채색화 1점과 일종의 평면도안인 간가도 2점으로 구성됐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및 고려대 박물관에 각각 소장돼 있다. 장용영은 1793년(정조 17년) 정조가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호위부대로 도성 안에 본영(本營), 수원화성에 외영(外營)을 두고 운영됐다. 따라서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은 도성 안(지금의 서울 종로4가 이현궁 터 추정)에 설치된 장용영 본영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과 관청의 변화를 기록해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다. 정확한 축척에 기초한 평면도를 통해 상세한 건물의 배치를 그렸고 정교한 필치로 건축물을 묘사해 당시 장용영을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로써 지금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장용영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세부 건물의 배치와 기능을 알 수 있게 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국가유산청 제공
악마는 패거리 연줄의 불순한 목적의 뻔뻔함에서 나온다. 불순한 목적은 언제나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희생시킨다. 지난 8일 청탁금지법 담당 부서의 책임자인 김모 국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부패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패방지국 국장 직무대리를 수행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지휘했다고 한다. 숨진 김 국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자 주변 지인들에게 “사건 처리가 잘못 됐다”, “막지 못해 죄송하다”, “상부에서 이 사안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고, 나의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사망한 김 국장이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 권익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고 출범한 정부의 권익위가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추락했는가. 권익위는 신뢰를 잃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권익위는 부패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중앙 행정기관이다. 특히 ‘권익위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헌법기관을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직유관단체에 부패 방지 정책을 시달하고, 대한민국의 부패 방지 정책을 총괄하며 권익위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권익위 김모 국장이 올바르게 일하려다 죽음을 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대한민국의 최고 공직기관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가. 왜 올바르게 일하는 사람이 다치고 희생돼야 하는가. 주목할 것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이나 김건희 명품 가방 사건의 공통점은 양심에 따라 사건을 조사한 실무 책임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처벌받고 희생되는 참담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직책을 올바르고 정직하게 수행하던 공직자들이 인정받기는커녕 왜 괴로워하고, 왕따당하고 처벌받거나 죽음을 택해야 하는가. 이런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가. 공정과 정의가 얼마나 더 망가져야 정신 차리겠는가. 이제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는 권력이나 힘 있는 패거리가 결정하는 세상이 됐다. 힘없는 약자가 아무리 올바르고 정의롭게 행동해도 패거리의 목적과 어긋나면 매장되고 희생되는 사회가 됐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힘없는 약자가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참담하다. 무너진 정의는 비단 권익위뿐만이 아니다. 가장 정의롭고 청렴해야 할 국방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채 상병 사건에서 경북경찰청 이첩 서류를 회수 후 국방부에서 재검토할 때 박 전 국방부 보좌관이 “직접적인 책임 관계가 드러나는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라”는 지시를 해 이미 작성된 중간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통화 기록이 나왔다고 한다. 국방부 박 전 보좌관의 이런 지시로 이미 작성된 박정훈 대령의 조사 보고서 내용의 결과가 바뀌었다는 것이 공수처가 최근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국방부 박 보좌관은 누구를 위해 이런 지시를 내렸는가. 공적인 권력은 국가의 것이지 사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공직자가 공적인 권력을 사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면 공직자 자격이 없다. 나라가 얼마나 망가져야 공직자들이 정신 차릴 것인가. 더 이상 올바르게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권익위나 공수처는 정치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권력형 비리 의혹들의 진상을 특검이나 국정 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나들이나 운동, 야외에서의 활동이 잦아진다. 야외 활동과 함께 가을철에는 열성 질환의 발생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철에 유행하는 주의가 필요한 대표적인 급성 열성 질환으로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털진드기 유충을 매개로 하는 질병이다. 이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1986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으며 가을철 급성 열성 질환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관목 숲에 살고 있는 매개충인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에 우연히 부착되면서 조직액을 흡인하게 되는데 이때 쯔쯔가무시가 인체 들어가면서 감염이 발생한다.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두통, 피부 발진 및 림프절 비대가 나타나며 피부 발진은 발병 후 5~8일경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진다. 이때 간비종대, 결막충혈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진드기에게 물린 부위에 가피(eschar)가 형성된다. 가피는 유방 밑, 겨드랑이, 서혜부 등에서 흔히 관찰된다. 중증으로 진행할 경우 기관지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으며 수막염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독시사이클린이나 아지쓰로마이신과 같은 항생제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 치료하면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한다. 유행성출혈열은 한탄바이러스에 의한 발열, 출혈, 신기능 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급성 전염성 질환이다. 들쥐나 집쥐의 폐 또는 배설물에 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호흡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1년 이후 매년 수백명의 환자가 신고되고 있고 치명률도 7% 정도로 높은 질병이다. 늦가을인 10~11월경 주로 발생한다. 잠복기는 평균 2~3주이며 급격히 발현되는 고열과 오한, 결막 충혈이나 출혈, 안와 주위의 부종, 안면 홍조, 두통, 안구통, 늑척추각 압통, 연구개, 액와 등의 점상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열이 발생하고 혈압이 저하된 후 소변이 감소하는 증상이 연이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이러한 과정이 2주 정도 나타난 후 회복이 되지만 저혈압이 나타나거나 소변이 감소하는 동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야생동물이나 가축의 소변이 사람의 피부나 점막에 닿아 발생하는 질병이다. 직접 동물과 접촉하지 않더라도 감염된 동물의 오줌에 오염된 젖은 풀, 흙, 물 등과 점막이나 상처 난 피부가 접촉할 때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농촌에서 태풍이나 홍수로 인해 쓰러진 벼를 세우는 작업을 할 때 집단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7~11월 자주 발생한다. 잠복기는 7~12일이며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발열 증상만 나타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고열, 오한, 두통과 뇌막 자극 증상, 발진, 포도막염, 근육통과 더불어 폐렴이나 간부전, 신부전 및 심근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일반적으로 사망률이 낮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한다.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있는 경우 주의 깊게 치료하지 않으면 2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인다. 가을철 열성 질환은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 다음의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행 지역 및 관목 숲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되도록 긴 옷을 입어 유충이 피부에 부착되지 않도록 하고 곤충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있거나 피부 발진이 있으면서 급성 발열 증상이 있다면 쯔쯔가무시병을 감별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성출혈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행 지역의 산이나 들판에 가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야외에 갈 때에는 긴 옷을 입어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눕거나 자는 것을 피하고 귀가 시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몸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을철 농경지 주변의 고인 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야외 작업을 할 경우 장화나 장갑 같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상처가 있는 맨살에 젖은 풀, 흙이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을철에 발생하는 열성 감염은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을철에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한 후 원인 모를 열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조기에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