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비약물치료의 안전성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치매 환자를 위한 약물 치료는 최근의 혁신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이러한 비약물 치료의 범위는 인지기능 환자들에 대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자극훈련부터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지기능재활 등을 포함하며 넓게는 치매가족교실 등 보호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까지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비약물치료가 약물치료에 비해 환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들이 너무 쉽게 적용되는 모습을 진료 현장에서 종종 보곤 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비약물치료 역시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이므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검증된 치료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치매안심센터 등의 치매 관리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비약물치료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비약물치료가 치매안심센터를 비롯한 지역사회 치매 관련 기관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그 효과와 안정성에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환자 몸에 약물이 투여되지 않아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치료를 무분별하게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약물치료의 진행 과정도 중요한 문제다. 비약물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비약물치료 역시 의료 행위이므로 반드시 자격이 검증된 의료진의 판단이 개입돼야 한다. 약물이 직접 투여되지 않는 비약물치료라고 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의료진 없이 진행된다면 환자의 안정성 확보도 어렵고 의료법 위반의 소지도 발생한다. 최근에는 디지털의료의 발달과 함께 비약물치료에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면서 환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절차가 간과되는 경우 역시 급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약물치료도 의료 행위이므로 반드시 정식 등록된 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논문 자료를 바탕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 통과 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장비들의 비약물치료 적용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이러한 과정들이 생략되고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기기에 불필요한 예산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인지기능 저하로 고통받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는 것은 치매전문가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환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의료 행위는 반드시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하고 진행 과정에서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기고] 전자파에 안심할 수 있는 주거지역을 위해

1992년 부평구에 우리나라 최초의 데이터센터가 준공된 이후 현재까지 인천에 건축허가를 완료한 데이터센터 네 곳을 포함하면 총 11곳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3월 보도를 보면 2029년에는 인천에 123곳으로 증가해 데이터센터 수는 현재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건설된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일반공업·준주거지역(각각 두 곳), 제3일반주거지역(한 곳) 등이다. 해당 용도지역이 경계를 맞닿아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설이 주거지역과 현격히 떨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허가를 완료하고 건립이 예정된 네 곳 데이터센터의 용도지역은 다행히 일반공업지역이다. 서울과 인접하고 전력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여건이라는 점에서 인천시가 분명히 데이터센터 입지로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지자체라는 점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필자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그에 따른 문제도 있다. 바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대규모 전력을 이용하고 활용하기 적합한 위치이며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경쟁력이 있는 지역은 고전압이 시민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을 관통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을 의심하고 해당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설득과 보완 시설의 설치로 불안함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은 미비하다. 지금까진 내가 사는 지역에 고압 전력이 지나간다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한두 번의 검증과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이 있었을 뿐 확실한 대책과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시민의 대표자인 필자 역시 고압 변전과 데이터센터 반대 민원을 마주할 때마다 무척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전자파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계속됨에도 실질적인 검증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방치하는 행정이 과연 옳을지 묻고 싶다. 필자는 시민들이 전자파로부터 안전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공업지역으로 유도하고 공업지역도 주거지역과 인접했다면 해당 지자체장이 관련 인허가 때 해당 시설이 적합한지를 판단해 주거지역에서는 인접한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고, 불가피하게 시설이 입지하게 될 때는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준비 중이다. 28일부터 열리는 ‘제297회 임시회’에서는 방송통신시설 중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제한하고 공업지역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인천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일선 행정에서 수많은 민원과 어려움이 있지만 시민들이 가진 고전압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행정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신설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경기 북부가 순리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스케이트장을 새로 짓는다. 서울 태릉에서 옮겨 가는 대체 시설이다. 400m 링크, 연면적 3만㎡ 규모다. 전체 부지로 5만㎡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투입될 건립비 2천억원은 전액 국비다. 각종 국제·국내 빙상 대회가 개최된다. 엘리트·학생 선수들의 상시 훈련장이다. 가져올 경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지자체가 공모에 참여했다. 김포·양주·동두천시(경기도), 춘천·원주·철원시(강원도), 서구(인천시)다. 김포시는 특출한 교통 접근성이 강점이다. 인천·김포공항과 전철, GTX망을 갖고 있다. 양주시는 과감한 부지 제공을 약속했다. 태릉과 지척 거리에 있는 10만9천㎡다. 동두천시는 빙상의 인적 인프라를 내세운다. 빙상팀을 직접 운영하고 많은 선수를 배출했다. 경기도가 3개 시를 포괄해 유치전을 돕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경기도, 국제스케이트장 IN 경기도’라는 주제의 홍보영상도 배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 등도 계획돼 있다. 낙후된 경기 북부다.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 북부 지원’이라는 도정 방향에도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경기 북부의 적절성은 넘친다. 엘리트·유소년 선수들이 쓸 시설이다. 이 선수들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할 입장이다. 학교 통학과 훈련장 왕래가 모두 용이해야 한다. 3개 시 모두 서울 접근성이 30분 이내다. 교통 수단도 전철, GTX 등으로 다양하다. 기존 태릉과 가장 흡사한 조건을 가진 3개 시다. 인구 배분도 그렇다. 인구 2천500만명의 수도권이다. 국제스케이트장 하나 있는 게 옳다. 강원도에는 대형 스케이트장이 있다. 동계올림픽을 치러낸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이다. 2017년 완공됐으니 사실상의 신축 시설이다. 400m 더블트랙에 지상 2층, 지하 2층이다. 8천명이 입장 가능한 국제 규모다. 건축비용으로 국비 1천240억원을 들였다. 이런 지역에 국제스케이트장을 또 세워야 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강릉스케이트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2018년 올림픽 이후 골칫거리다. 오죽하면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바꾸겠다’는 도지사 선거 공약까지 나왔겠나.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됐지만 일회성 행사였다. 컨벤션센터로 쓴다지만 걸맞은 이벤트가 적다. 이런 강원도에 또 하나를 설치해야 하나. 강원도의 경제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빌딩 세우고 지역균형발전 완성했다며 떠드는 우를 빙상에서도 반복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국제스케이트장은 경기 북부가 순리다.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그렇게 결론 나야 맞다.

[사설] 문턱 높은 무더위쉼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해야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기도 전역에 한 달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경기도내 온열질환자가 누적 600명을 넘었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한다. 고령층과 폭염 취약계층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폭염을 피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도 31개 시·군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가 확보된 경로당, 마을·복지회관, 관공서, 은행 등에 8천200곳의 무더위 쉼터가 있다. 무더위 쉼터의 80% 정도는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편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을 제외한 더위 취약자들은 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노인이라 해도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은 그 아파트 거주자 위주로 이용해 출입이 어렵다. 일반 경로당의 경우도 회원제로 운영해 이용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다가구주택 거주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취약계층은 갈 엄두도 못 낸다. 그들에게 무더위 쉼터는 무용지물이다. 본보가 평택지역 무더위 쉼터를 점검했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평택의 무더위 쉼터는 모두 540곳에 이른다. 이 중 80%인 432곳의 쉼터가 아파트 단지나 마을 경로당 등의 노인시설로 경로당 회원만 이용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문이 잠겨 있거나, 주소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있다. 쉼터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주말에는 열지 않는 곳이 많다. 야간에 문을 여는 곳은 평택시립배다리도서관이 유일하다. 한 지자체에 500~600개씩의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수혜를 보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모든 에너지 취약계층에 개방해야 한다. 평택시 관계자가 ‘경로당 무더위 쉼터의 경우 지자체 운영 시설이 아니라 개입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안일한 태도다. 회원제라 해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에서 무더위 쉼터를 점검한다. 냉방기기 정상 작동, 쉼터 내부 청소 상태, 쉼터 안내표지판 부착 여부 등을 체크한다. 시민 전체에게 개방하고 있는지는 점검하지 않는다. 개방 권고도 거의 없다. 무더위 쉼터 운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복지시설, 마을회관, 주민센터, 금융기관, 보건소, 도서관 등 가능한 한 공공시설에 더 많은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등 개방 시간도 늘려야 한다. 냉방비 지원도 필요하다. 세금이 들어갔으니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라는 권고가 먹힐 것이다. 폭염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는 시민 협조도 절실하다.

[세상읽기] 격변의 시대, 희망찬 발걸음

입추가 지나면서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기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예년에 체험해 보지 못한 한낮의 폭염이 조금씩 물러나면서 자연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우리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에 더해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생산 인구가 감소하며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서 부양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어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양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시스템을 혁신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사회시스템을 개편하고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당초 예상했던 5개의 금메달을 훌쩍 뛰어넘어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땀과 노력으로 일궈낸 값진 성과는 우리나라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줬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꿈꿨던 평등한 세상처럼 이웃 나라와 협력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룩하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자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지구 열대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극심한 기후 변화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 보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어 사회 통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민족은 역경을 이겨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저력이 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혁신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대 국가의 위협에 맞서 강력한 안보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일자리 창출에 힘써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출산장려정책을 강화하고 양육환경을 개선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다양성의 존중 및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경제 활성화와 출산력 회복, 사회통합 등을 이룩한다면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지대] 다섯 쌍둥이의 희생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폭격에 열 살배기 다섯 쌍둥이가 희생됐다는 외신을 읽고서다. 포성이 멈추지 않는 중동 가자지구에서다. 헤드라인도 끔찍했다. ‘가정집 폭격에 엄마·동생까지 일가족 참변’, ‘휴전협상 와중에도 가자 전역 포성으로 얼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가해자 측은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집에 머물던 10세 다섯 쌍둥이와 엄마, 동생 등 일가족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휴전 협상 와중이었다. 가자지구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측에 따르면 가정집에서 폭격으로 성인 여성 한 명과 함께 있던 자녀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아이들의 할아버지를 비롯해 교사인 딸도 숨졌다. 사망한 손주들 중 가장 어린 아이의 나이는 불과 18개월이었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열 살 된 다섯 쌍둥이였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가 직접 시신을 확인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사체포 한 개에 담았다. 이 아이들이 뭔 잘못을 했느냐. 이들이 유대인들을 죽였느냐. 이것이 이스라엘에 안보를 가져다 주는 일이냐”라며 절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도시에선 또 다른 공습으로 적어도 4명이 더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 북부 자발리야의 한 마을에서 공동주택 두 채가 공격받아 성인 남성 두 명과 모녀가 숨졌다. 가자 중부에서도 두 건의 공습으로 9명이 사망했고 난민촌이 있는 누세이라트에서도 공습으로 한 명이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등은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휴전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다음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무릇 참화는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하지만 전쟁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자. 어떠한 논리로도 민간인 학살을 합리화할 순 없다.

[천자춘추] 친환경 파리올림픽의 힘

연일 무더위와 열대야로 지친 일상에서 이번 여름은 지구촌 최대 축제인 2024 파리 올림픽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전해오는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의 감동과 반가운 메달 소식을 접하며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개막식 장소와 콘셉트, 페스티벌 형식의 행사를 보면서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다. 이번 대회는 역사상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으로 파리의 대표적 장소인 상젤리제 거리의 그랑팔레, 베르사유 궁전, 에펠탑 광장 등 역사적인 장소를 활용해 친환경 경기장을 조성했다. 또 재생 가능한 전기 사용 등 탄소배출 최소화 노력, 수질 문제로 논쟁이 많았던 마라톤 수영 등 센강이 경기장으로 재탄생, 골판지 침대 등 선수들 숙소의 파격적 조성까지 상상 이상의 도전과 모험으로 시작한 창의성도 눈에 띈다. 반면 저탄소 운영을 위해 각국 선수단 숙소에 골판지 침대 설치와 자연 냉각을 유도, 공기순환을 촉진하겠다며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다. 폭염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으로 더위와 싸워야 하는 이중 부담까지 주는 선수촌 환경은 무리한 친환경 실천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과거 우리나라 올림픽의 사례로 볼 때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종목별 경기장과 선수촌을 건립하며 화려한 대회를 마쳤지만 지금처럼 심도 있는 환경 문제는 접근도 못하고 축제로만 마무리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기를 거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3개 경기장 건립비로 8천956억원의 예산 투입, 그나마 환경을 생각해 녹색 건축물 인증과 중고 컨테이너 재활용 방안을 접목했으나 이 또한 경기장 시설에 대한 뚜렷한 사후관리 방안 없는 국제대회 유치에 한계성을 느꼈다. 이런 관점에서 2002년 월드컵의 사례를 보면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 종료 후 스타디움과 부속시설에 대한 사후관리 고민을 통해 도시민들의 생활체육시설과 복합구장으로 탈바꿈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축구진흥 및 사회공헌과 친환경 구현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공실 없이 목적과 트렌드에 맞는 공간활용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예산 지원 없이 독립채산제로 매년 흑자경영을 달성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건립된 축구전용 경기장인 이곳을 관리운영하는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목적사업 외에 ESG 경영의 핵심 가치를 수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더 나은 기회’를 만들고자 RE100,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확충, 경기장 내 ‘No Plastic’ 일회용품 제로화 선언, 주경기장 및 중앙광장 외부트랙 친환경 코르크 산책로(도심 속 맨발걷기) 조성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까지 영역 확장은 물론이고 태양광발전 사업을 올해 말 1차 기반구축 완료 후 2025년 2차 기반 구축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인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를 되새기며 재단도 친환경 경기장으로의 탈바꿈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경기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환경오염의 위기를 내세우며 긍정적인 역동성 창출과 친환경 원칙을 고수한 파리의 전략과 리더십은 과거 어느 대회보다 환영받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관련 시설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사후 활용까지 고민해 친환경 행사 콘셉트가 퇴색되지 않게 다양한 가치를 전파한 성공적인 사례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사설] 경기도 업무협약 900건, 전시행정 구태 아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많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또는 광역-기초단체 간의 체결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과 협약을 맺기도 한다. 행정의 다변화와 효율성을 모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1999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다른 광역단체, 국가·지방 공기업, 도내 일선 시·군 등과 진행한 업무협약은 모두 903건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80.4건, 월별로 환산하면 한 달에 6건 정도의 협약이 이뤄졌다. 민선 8기 들어 체결한 업무협약은 175건이다. 민선 7기(404건), 민선 6기(227건)에 비해 적지만 남은 임기 2년을 감안하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협약의 성과는 얼마나 될까. 한마디로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관리도 안 되고, 통계도 없고, 평가도 안 되고 있다. 협약 건수만 늘렸지 보여주기식 행정, 무분별한 협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업무제휴 및 협약에 관한 조례’에 따라 체결기관, 체결일 등을 담은 업무협약 현황이 매달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각 부서에서 진행 상황을 취합한 것으로, 현재 진행 644건에 미진행 259건이다. 미진행의 이유는 모른다. 중단 또는 취소에 대한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 진행 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통합관리 시스템이 있어야 각 실·국이 진행한 업무협약 내용을 파악하고 중단, 취소 등의 상황도 체크할 수 있는데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협약을 체결한 지 오래돼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업무협약 자체는 좋은 제도다.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는 2017년 세종보건환경연구원이 개원(2019년 9월)할 때까지 시민 건강과 밀접한 환경 및 보건 업무를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해 보건 분야의 공백을 메웠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약제도 도입방안’에 우수 사례로 소개된 내용이다. 경기도는 업무 제휴·협약과 관련, 정비를 해야 한다. 평가위원회 등을 구성해 협약의 지속 여부를 점검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언적 의미의 협약이나 전시용 협약을 가려내고 도정과 도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들을 추려내야 한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업무협약은 자치단체장의 인적 네트워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이 바뀐 후에는 협약이 이행되는지 무관심하고, 또 새로운 협약을 맺는다. 지자체 업무협약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업무협약 상황을 점검하고 통합관리할 시스템도 구축해 효율성을 모색해야 한다.

[사설] 5%대 넘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학교 밖 청소년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코로나19 이후 그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인가. 과거에는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학업 부적응, 학교폭력, 또래 친구와의 갈등 등이었다. 최근에는 자기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는 긍정적 유형도 많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관계 단절에 따른 심리적 위축은 채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을 좌절케 한다. 나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주도 학습도 쉽지만은 않다.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했다. 2021년의 인천 학교 밖 청소년은 1천482명이었다. 이듬해는 2천109명이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2천582명으로 늘었다. 2년 사이 1천100명, 74.2%나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누적된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은 최대 1만5천752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인천의 전체 청소년은 30만6천493명이다. 이 중 5.1%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20명 중 1명 이상꼴로 학교를 벗어나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가정 환경과 학업 부적응 등이었다(63%). 유학과 출국을 위한 학업 중단도 32%나 됐다. 대부분은 자퇴 뒤 대인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51%가 ‘학교를 그만두고 힘들다’고 답했다.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 및 새로운 친구 만들기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32%를 차지했다. 12%는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무시 등이 힘들다고 했다. 진로 찾기의 어려움이나 무기력함 등에 대한 고민도 컸다. 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식비와 교통비 등 실질적 도움을 필요로 했다. 급식도 끊어지고 스스로 학원 등을 다녀야 해서다. 인천시가 9곳 구에 이들을 위한 꿈드림센터를 열고 있다. 그러나 예산 등의 제약으로 활성화해 있지 못하다. 교통비 지원은 부평구 꿈드림센터가 유일하다. 이런 탓으로 실제 꿈드림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7.6%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이 지역사회 안에서도 저 혼자 헤쳐가고 있는 셈이다. 한때는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2%를 넘어가면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라 봤다.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인천시와 구·군은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꿈드림센터의 프로그램 협력 등에 그칠 일이 아니다. 학교 안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정책과 예산에서 인천시교육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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