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주 4.5일 근무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는 ‘사람중심 경제’, 이른바 휴머노믹스다. 그 중 직장인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주 4.5일 근무제’다. 김 지사는 내년부터 일부 산하 공공기관과 도내 50개 민간기업에 시범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임금 삭감은 없다. 주 4.5일제는 격주로 주 4일 근무,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등 방식이 다양하다. 경기도는 10월부터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선 경기도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소요 사업비는 1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도는 주 4.5일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주 4.5일 근무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공기관 최초로 이른바 ‘13시의 금요일’을 도입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 외 4시간 이상을 추가로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하는 4.5일제다. 경기도와 제주도 모두 주 4.5일제를 시행하지만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35시간 근무’라는 게 파격적이다. 그것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주 4.5일제가 낯선 것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몇몇 기업에서 주 4일제 또는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거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주 4일제를 22대 국회 우선 입법과제로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주 4일제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범 적용·도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4일 또는 4.5일 근무제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기고]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공법단체 인정해야

요즘 언론에서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공법 단체 추진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수십년간 국회 보훈법률, 보상, 선양, 의료, 복지 정책을 연구한 보훈 학자로서 늦어도 올해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단체로 공식 인정해야 하는 학술적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순국선열이라 함은 독립운동으로 직접 목숨을 바친 분들로 전사, 형사, 피살, 순절 등 6개항 해당자를 정의하고 있다. 선조들의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를 살펴보면 신라시대에는‘상사서’라는 보훈행정 기관을 둬 전사자 발생 시 왕이 직접 교서를 내려 그 예우를 극진히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려시대엔 ‘고공사’라는 기관을 둬 전사자의 제사를 왕이 직접 제례했고 부인, 자녀들을 홀대하거나 업신여기면 국법으로 엄히 다스리라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충훈부라는 기관을 둬 군사 조직인 충장위에 전사자의 자제를 입대 대상으로 했고 이는 곧 주요 관직에 진출하는 등용문이었다. 한편 정조가 작성한 ‘충무공 이순신 신도비문’을 살펴보면 “죽은 뒤에는 다섯 솥의 융숭한 제물과 제사를 올리며 대대로 녹을 내려 봉양하게 하고 그 공로를 새겨 천지에 빛나게 하라”고 작성했다. 동양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 전한 7대왕 한무제 유철은 전사한 장병의 자제들을 황제의 친위부대에 편입해 국가의 동량으로 육성한 사례가 있다. 당시 황제의 친위부대 근무는 최고의 혜택이자 특권이었고 출세의 첩경이었다. 춘추전국시대 조조는“죽은 병사와 후사가 없는 병사를 위해서는 친척을 찾아내 땅을 나눠 주고 그 자식을 무상으로 교육시켜라”고 전해진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전쟁 중 전사자에 대해 경관 좋은 곳에 국립묘지를 설치해 추모하고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줬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국가는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분들의 자식들과 양친에 관한 법률을 정해 그들을 돌보고 경연제도를 통해 그들을 특별히 예우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는 국왕이 직접 참석해 그 예를 다했다. 특히 자녀들의 교육, 취업 등 국가의 책무도 다했다. 보훈은 은혜에 보답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로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기본 의무로 그 당위성이 인정되고 보훈학술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 단체로 인정해야 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으로 순국선열유족회는 국내 최초의 공식 보훈 단체다.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임시정부 시절 만들어졌는데 1939년 11월21일 상하이 임시정부 제 31차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특히 광복 후 대한민국정부 관할 조직인 보건사회부에서 1960년 국내 최초 보훈단체로 인정한 정통성과 역사성이 있는 가장 오래된 최초 조직으로 보훈학술적 관점에서 역사성과 정통성이 인정된다. 둘째, 희생과 공헌도에 상응하는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국가보훈기본법 18조에 의하면 국가보훈은 희생과 공헌도에 상응하는 예우와 지원을 하도록 성문화돼 있어 순국한 독립유공자의 경우 나라를 위해 바친 고귀한 목숨은 인간의 존엄한 가치에서 생존자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셋째, 순국선열 후손들 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고 소외받고 있다. 순국선열 대상자는 대부분 그 후손이나 가족은 국내외로 흩어져 생사 확인이 어렵고 특히 후손의 다수가 정규 교육을 못 받아 안정된 직업을 얻지 못해 일용직이나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생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소외받고 있는 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 단체로 인정해 국내외 순국선열 후손 전수 실태 조사 연구, 열악한 환경 개선 사업, 사무실 운영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추구해야 할 미래지향 보훈 패러다임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을 적극 발굴하고 소외되거나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보훈 공법 단체를 확대해 국가의 기본 책무인 은혜에 보답하는 세계 최고의 보훈선진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사서고생...

[사설] 위기의 ‘경기도 연극’, 지원 늘리고 개념 넓혀야

경기도 연극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연극이 시작됐는데 관객은 두 명뿐이다. 배우는 개의치 않고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 공연 도중 대본에 없던 눈물을 쏟는다. 그 두 명조차 나가고 객석이 비었다. 결국 연극은 중단되고 막을 내린다. 남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연극인의 경험이다. 경기도 연극계가 이렇게 힘들다. 서울 10편 할 때 1편 한다. 경상도에 비해도 절반이다. 월수입 40만원도 어렵다. 겸업하면서 생계 유지한다. 자생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 절멸의 극한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 유일한 지지력이 지자체 지원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원과 과도하게 연계되는 제한이 문제다. 지나치게 지역적 내용을 강조한다. 지역 명소, 지역 문화, 지역 역사를 소재 삼도록 강권한다. 고양의 행주대첩, 용인의 처인성, 수원의 정조대왕 등이다. 지역민들도 달달 외는 지역 문화와 역사다. 신선한 창작물이 도출될 리 없다. 관객이 찾을 리도 없다. 물론 성공한 지역 소재 연극은 있다. 충남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로 연극을 만들었다.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 제주에서는 4·3 사건 연극이 성공했다. ‘바람의 소리’. 하지만 이 현상을 경기도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31개 시•군의 문화가 저마다 다르다. 그 문화의 지명도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지나친 지역화는 연극을 망칠 우려도 있다. 연극 지원 행정의 객체는 연극이다. 지역 홍보가 우선한다면 그건 일반 홍보 행정이 된다.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경기도 연극은 서울과 맞댐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공연 현황이 있다. 서울에서 836건이 공연됐다. 전국 공연의 66.14%다. 티켓판매량 비중은 더 높다. 전국 연극 티켓의 78.87%가 서울에서 팔렸다. 10분의 1에 불과한 경기·인천 연극이다. 그 중심인 서울 대학로가 30분 거리다. 애초에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국토 균형 발전이 국가 정책의 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극도 균형을 이루게 지원해야 맞다. 또 중요한 게 발상의 전환이다. 연극 생태계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 지역마다 ‘~단길 조성’이 붐을 이룬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시작이다. 수원 ‘행리단길’이 생겼고, 경주 ‘황리단길’이 생겼다. 볼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지는 복합 개발 개념이다. 경기도 연극도 이래야 산다. 맛집, 숙소 등이 연극과 어우러지는 상권 조성이 필요하다. ‘수원 연극길’, ‘용인 연극 마을’ 등을 상상해보자. 이 사업은 도시계획 차원이다. 지자체가 나서야 할 수 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맞는 말인데 경기도 연극계에 지금 주문할 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긴급 지원이고, 그 내용은 더 크고 더 자유롭고 더 넓어져야 한다.

[사설] ‘전자발찌’ 성범죄자 활개, 무용론 나올 만하다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일하는 가게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2천여만원을 강탈해갔다. 지난 23일 오후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같은 범행을 대낮에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워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툭하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는데도 개선되지 않으니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전자발찌가 있어도 재범 방지 효과가 없다면 장식용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감독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제도다. 보호관찰관이 중앙관제시스템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화로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대상자의 위치 파악만 가능할 뿐, 전자장치로 행동 감지는 할 수 없어 보호관찰관이 범죄 행위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전자장치는 그냥 위치 추적기에 불과하다. 전자발찌의 허술한 관리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리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야간 외출조차 제한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악질 성범죄자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허점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감시 인력인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기준 전자감독 인력은 323명인데, 대상자는 5천600여명이다. 단순 계산해도 보호관찰관 1명이 17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전자감독제 도입 당시 보호관찰관 1명당 감시 대상자가 3.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우고 24시간 감시만으로 재범이나 훼손·도주를 막기는 어렵다. 24시간 감시라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위치 추적만 하는 전자장치 이외에 처벌을 강화하거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찰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공조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거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의 법률 제정·개정도 필요하다. 전자발찌를 채워놨다고 안심하거나 방치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삶과 종교]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

입추가 지나니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다. 음력 8월은 오행으로 볼 때 금(金) 기운이 왕성하다. 금속은 딱딱하고 밀도가 높은 성질이 있다. 금 기운이 왕성한 이 시기에는 모든 만물도 이제 왕성한 성장을 멈추고 단단하게 안으로 응축해 결실을 맺는 때다. 지수화풍, 흙과 물과 햇볕과 바람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기나긴 시간이 열매로써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24절기로는 백로(白露)가 들어있는 때다. 일교차가 커져 밤을 지새운 풀잎마다 하얀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백로이니 본격적으로 가을을 체감하는 절기다. 벼 이삭도 이 무렵에는 여물어야 하기 때문에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왕성하게 성장해야 할 때 성장했기 때문에 밀도를 응축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때에 맞게 성장하고, 익어가고, 열매를 맺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 가을은 한 호흡 쉬어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힘껏 달리기만 했다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할 당시 아테네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를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알렉산더는 직접 그를 찾아 나섰는데, 가서 보니 한 늙은이가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했는지 산발한 채 나무통 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쳐다보았으나 철학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 온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 그때쯤이면 쉬면서 인생을 즐기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은 쉬지 못합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당신은 곧 이 말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철학자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 쉴 수 있을까. 계속 달려가기만 하기에는 인생은 매우 짧고 무상하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도 알렉산더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를 채우면 둘을 채우려고 하고 둘을 채우면 셋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탐욕 때문에 마음은 늘 괴롭고 공허하다. 이제는 밖으로만 치닫던 마음을 안으로 돌려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채우려고만 했던 탐욕심 때문에 가려진 진짜 마음으로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추고 호흡해보자. ‘금 가운데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지금 실재하고 있는 우리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진정한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천자춘추]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

얼마 전 필자의 큰딸이 손목이 아파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병원에서 비급여 주사를 꽤 큰돈을 지불하고 맞았다고 한다. 동일한 주사에 대해 다른 병원에 문의해 보니 가격이 달랐다. 비급여 항목은 왜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비급여’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를 ‘급여’, 적용되지 않고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진료를 ‘비급여’라고 한다.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의 예시로는 시력교정술, 도수치료, 진단서 발급비용 등이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소중한 보험료라는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해야 하니 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은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 있다. 이러한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에서 가격을 정하지 않으며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므로 병원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은 국민이 병원을 이용할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큰 규모의 병원은 2013년부터, 동네 의원은 2021년부터 비급여 진료비용을 매년 공개하고 있으며 전체 항목은 623개에 해당한다. 비급여 진료비 정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해 보자. 심사평가원 누리집 혹은 모바일앱 ‘건강e음’에 접속해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클릭한다. 상세 검색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지역, 의료기관 규모, 항목’을 필수값으로 입력하면 병원 목록이 검색 결과로 나온다. 병원의 세부 버튼을 누르면 가격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고 병원별 가격 비교도 가능하다. 미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검색하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병원 홈페이지, 병원 내 인쇄물, 책자 등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므로 병원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비급여 진료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설명토록 하는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이제 비급여제도를 알게 된 독자는 병원에 가기 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비급여 진료의 병원별 가격을 먼저 비교해 보고 필요시 비급여 진료에 대해 설명을 요청해 알 권리를 보장받고 현명한 의료 선택을 하길 바란다.

[지지대] 벌 쏘임 주의보

해마다 이맘때면 이행해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벌초가 그렇다. 불청객이 있다. 벌 쏘임이다. 최근 관련 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심화하고 있다. 벌에 쏘이면 심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벌 쏘임 관련 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천81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804건)보다 40% 늘었다. 월별 증가율은 6월 48.2%, 7월 47.3% 등으로 말벌의 왕성한 활동 시기인 여름철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지고 등산이나 벌초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8~9월(57.8%)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도 2020년 7명, 2021년 11명, 2022년 11명, 지난해 11명, 올해는 최근까지 8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벌 쏘임이 늘고 가을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 벌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강한 향이 나는 제품 사용을 피해야 한다. 검정 등 어두운 색보다는 흰색 계열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와 긴 소매 옷을 착용해야 한다. 벌이 주위에 있으면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이동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다면 신용카드 등으로 살살 밀어내듯 벌침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호흡 곤란, 입술이나 목의 부기, 심한 두드러기나 발진,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해 치료받아야 한다. 추석을 2주일 앞두고 있다. 조상 묘에 무성한 잡초들을 솎아 내야 하는 시기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말이다.

[데스크 칼럼] ‘잠룡’ 김동연호 친노·친문 집결의 의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입지가 좁아진 친노와 친문 정치인들이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구도는 민주당 내 권력 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으며 김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 특히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 강화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민주당 내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빠르게 당권을 장악했다. 이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의 노선을 주도하며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당내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주 체제는 그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는 당내 세력 분화와 권력 재편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 김동연 지사와 친노·친문 세력의 결집 김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경제 관료로서의 경력을 쌓아 왔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정책적 역량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신뢰를 쌓아 왔고 이러한 점이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 대한 반발심과 더불어 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내 다른 세력들이 김 지사에게 눈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그가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친노·친문 세력의 지원은 그가 이 대표와 다른 노선을 취하면서도 당내 기반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으며 이는 그가 향후 민주당 내에서 대권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 김동연의 대권 도전 가능성과 과제 이 대표가 법적 문제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거나 당내 지지를 잃게 되면 김 지사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의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와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은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 이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는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넘어 당내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이 대표의 지지층과도 일정 부분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또 이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반(反)이재명 세력의 집결체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 김 지사만의 정치적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통합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이 대표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할 때 김 지사가 그 요구에 부응하는 인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고] 대형사고 예방은 나부터 실천

1949년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 에드워드 A. 머피는 항공기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있던 미 공군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급속한 감속이 일어났을 때의 관성력을 인간이 얼마나 견뎌 낼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고속 로켓 썰매에 탄 사람의 몸에 여러 개의 센서를 부착해야 했다. 머피는 이 일을 조수에게 맡겼다. 센서를 거꾸로 부착할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조수가 설마 그런 실수를 하랴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조수가 모든 센서를 거꾸로 부착하는 바람에 테스트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머피는 화가 나서 조수를 향해 말했다. “저 자식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싶은 일을 하면 꼭 실수를 한다니까.” 머피의 이 말은 그의 동료들 사이로 퍼져 나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이른바 머피의 법칙으로 발전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과 상통하는 이 비관주의의 법칙은 ‘버터 바른 토스트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버터 바른 토스트를 떨어뜨리면 언제나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닿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법칙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우리들 주변의 산업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흔히 “조심해서 기계를 다루었다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걸”, “주변을 좀 더 확인했더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사고의 원인을 부주의나 운으로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들의 작업현장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하고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고 지게차가 뒤집혀졌을 때 흔히들 작업자 또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운으로 결론짓는다. 그렇다면 주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주의력이란 항상 일정한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활이나 행동에 필요한 것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실수나 오류를 일으키며 살아가는 것이 이러한 이유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사고원인을 모두 사람의 부주의나 실수와 같은 의식과 태도 문제 또는 운으로만 돌리는 현상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산업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계·기구등은 자신이 사람에게 위험함을 알려줄 만큼 똑똑하지 않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도 완전하지 못해 수시로 실수를 범한다. 그러니 안전하다고 한 기계조차도 기계를 다루는 사람의 안전의식에만 의존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같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타고난 인간이 실수를 덜 범하게 하는 훈련과 교육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간이 실수해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계를 만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자동변속기가 변속기어 D(주행) 또는 R(후진)의 위치에 놓으면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차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행속도가 30~40km를 넘어가면 차량의 도어 시건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되어 잠긴다. 이런 것을 풀 프루프(Pool Proof)안전설계라고 한다.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탑승구를 잡고 있는 로프가 마모되어 승강기 운행 중에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엘리베이터 탑승구는 평소 오르내리는 속도보다 이상적으로 빨라질 경우 자동으로 이것을 잡아주는 안전장치가 작동돼 타고 있던 사람에게 약간의 충격은 있을 수 있어도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이것이 페일 세이프(Fail Safe)안전설계이다. 안전 확보의 수단으로 풀 프루프는 인간의 불안전성에 주목한 조치이고, 페일 세이프는 기계장치의 결함 가능성에 주목한 조치이다. 그러면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안전만 확보하면 과연 안전할까. 불행히도 그러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상위에 실천에 대한 과제가 존재해야 만 궁국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언제 리더에 대한 신뢰가 생기느냐”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원의 70%가 리더가 솔선수범할 때 신뢰가 생긴다고 대답했다. 일터의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이나 절차를 반드시 지키며 안전하게 일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지, 즉, 경영방침과 솔선수범하는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업주는 안전을 가장 중시한다며 안전제일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품질이나 납기 등의 문제로 작업의 효율성에 치중해야 한다며 안전은 적당하게 도외시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은 철저하게 사업주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 사업주의 의지가 곧 안전정책이자 리더십이다. 기업 내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사업주의 의지만 명확하면 관리자와 근로자는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이처럼 산업현장의 안전은 설비적인 안전조치와 실천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노력 그리고 경영자의 의지와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보다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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