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소심한 뒤끝...

[사설] 경기도의회 컬처밸리 협치, 고양 여론도 품어야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중요한 제안을 했다. 도정 현안인 고양 ‘K-컬처밸리’에 대한 협치 요청이다. 사업의 신속 추진을 위해 힙을 합치자는 제안이다. ‘K-컬처밸리’ 사업은 지난 6월26일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경기도가 시행자 CJ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지체보상금 논란이다. CJ 측은 공사 지체의 불가피성을 감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는 불가능하며 공사를 더 맡길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시급성은 추경안 처리와 관련 있어 보인다. ‘K-컬처밸리’ 토지매각 반환금이 1천524억원이다. 시행사인 CJ 측은 경기도와 GH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입했다. 모두 4만3천㎡ 규모다. 협약이 해지됐으니 경기도는 이 매각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시한은 반환 사유인 해지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다. 오는 9월26일이다. 도의회 민주당은 ‘비용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CJ 측에서) 경기도금고를 압류할 수도 있다’며 시급성까지 설명했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협치의 목적은 분명하다. 조속한 사업 재개를 통한 한류 메카 조성이다. 황대호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이를 강조한다.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여야를 떠나)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밝힌다. 여야 합의를 통한 소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토지매각 반환금도 살피겠다고 한다. 사업 자체를 철저하고 꼼꼼하게 검증하겠다고 한다. 황 위원장의 협치 제안, 담당 소위 구성 제안에 공감한다. 진즉에 도의회가 나서야 할 일이었다. 하나 강조할 건 민의 반영 담보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민의 절실한 현안이다. 냉철히 말하면 고양 뺀 지역은 관심도 없다. 심지어 경쟁적 관계에 있는 곳도 있다. 같은 한류 사업을 펴는 일부 지역이다. 결국 ‘K-컬처밸리’의 수혜자, 피해자는 오롯이 고양시민이다. 이미 고양시민의 뜻은 도민 청원으로 정식화됐다. 해지 사유 설명, 향후 사업 여부, 타임라인 제시 등이다. 비슷한 내용의 국민청원도 현재 3만명을 넘어섰다. 중요한 목소리다. 현재 부각되는 의제는 토지 매각대금 반환이다. 9월 안에 줘야 하고, 도의회의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CJ와의 완전한 결별을 위한 절차 진행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양시민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6월 계약 해지 자체부터 설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여론이 많다. 이런 이견까지 보듬는 협치로 가야 한다. 의제 설정, 소위 구성 등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K-컬처밸리’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사설] 인천 군•구 “민간소각장 쓸 것”... 대체매립지도 민간에 맡길 건가

우려가 현실화하는 듯하다. 인천 10개 군·구 모두 소각장을 따로 짓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민간소각장을 이용할 것이라 했다. 광역소각장 건립을 지레 포기한 것이다. 대신 손쉽게 민간 기업에 생활폐기물 소각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을 바로 묻지 못한다. 태운 후 소각재만 매립지에 묻을 수 있다. 그래서 소각장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했다. 그런데 너무 싱겁게 해결책 아닌 해결책이 나와 버린 것이다. 인천 10개 군·구가 최근 인천시에 자원순환 추진 계획을 냈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른 소각장 확보 등의 대책이다. 열어 보니 광역소각장 신규 건설 등 공공소각장 확충에 대한 계획은 전무했다. 대신 10개 군·구는 민간소각장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공공소각장 건립에 따른 주민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지역의 민간소각장이나 지역 밖의 소각장을 이용해 생활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의 민간소각장은 6곳이 운영 중이다. 중구 1곳, 서구 3곳, 남동구 2곳 등이다. 이들 민간소각장의 총 소각용량은 562t 규모다. 폐기물관리법상 민간소각장은 원칙적으로 산업·건설폐기물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생활폐기물도 소각할 수 있다고 한다. 인천 군·구들의 전면적인 민간소각장 이용 방침은 그 자체로 문제를 안고 있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라는 대원칙에 따라 추진해 온 그간의 자원순환정책이 공공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민간소각장은 공공소각장과 달리 지자체나 주민들이 감시·감독할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 공공소각장은 관련 법에 따라 입지와 증설 등에 관리 감독을 받는다. 주변 지역 주민협의체나 주민지원기금 운영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다. 그러나 민간소각장은 오염물질 배출 등을 지도·점검하는 것에 그친다. 민간소각장을 이용하면 처리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민간소각장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적용받지 않아 서울·경기 등의 생활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다. 소각 수요가 늘어나면 처리비용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현재도 공공소각장은 t당 처리비용이 11만원이지만 민간소각장은 25만원 선이다. 민간소각장이라 해서 주민 수용성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올 들어 서구에서는 민간소각장 증설 반대가 지역 이슈로 떠올랐다. 10개 군·구가 민간소각장을 쓰려면 그만큼 용량을 늘려야 할 것이다. 한 전문가 말대로 악순환을 부를 수밖에 없는 민간소각장 대안이다.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소각장을 짓겠다는 단체장이 단 한 명도 없다니. 그러면 앞으로 대체매립지도 민간매립지를 쓸 것인가.

[김윤신 칼럼] 폭염 속 단상 ‘어쩌다 이 지경이’

#삼복과 처서가 지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대야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덩달아 코로자 환자가 증가하는 기현상이 지속되며 한동안 폭염은 계속된다는 소식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운 세상이 된 듯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현 정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국가의 우선 순위 정책에서 환경 문제는 뒷전에 놓인 느낌으로 특히 기후위기와 대기환경에 대한 특별한 정책 제안이 없는 듯하다. 수년 전 떠들썩하던 미세먼지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진 느낌이고 온 세상이 폭염과 폭우의 배경으로 기후위기 문제로 떠들썩한데도 국민들에게는 특별히 와 닿는 해결책이 없어 아쉬운 느낌이다. 재난으로 분류된 폭염은 기후위기가 다가온다는 경고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더 이상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거역한 결말이기에 신음하는 지구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후세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 한여름 밤의 무더위가 계속될수록 변함없이 다가오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가을이 전해줄 고요하고도 서늘한 기운을 기대해본다. #8월19일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시가 1천800억원 상당의 코카인을 밀반입해 판매하려 한 일당이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 국적의 A씨가 들여온 액체 형태의 코카인은 강원도의 한 공장에서 고체 형태로 가공돼 국내도 이제는 더 이상 코카인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하게 됐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은 72% 증가하고 특히 2023년 10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이후 마약 사범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은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수도권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마약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 투약한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마약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동시에 사회를 병들게 한다.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심신을 황폐화시키는 마약으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단체가 마약 중독의 폐해에 대한 올바른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마약 퇴치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녀라면 흘린 땀만큼 ‘훈련은 생명’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 군대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군대 도처에서 하극상(下剋上)이 자주 일어나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저런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가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군 기강 문제는 차치하고 최근 군 정보기관의 기밀 유출과 수뇌부 충돌사태는 충격적이고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은 대남 정보활동과 공작사업을 전시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는 위중한 시기에 발생한 군 기강 해이와 정보 유출 막장드라마는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이 와중에 야당은 특검 추진을 수시로 강행, 표결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복된 정치 작태를 보노라면 정치인들이 정말로 국가만을 생각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자질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여야 국회의원들은 나라의 명운이 달린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모사드 정보요원들의 불굴의 애국심과 희생정신 위에 현재의 이스라엘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거울 삼아 우리 군 정보기관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 곳곳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어둡게 됐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그러나 무여 스님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자기를 개발해도 그 지혜는 반딧불 정도이나 수행으로 마음을 닦으면 그 밝기는 태양과 같다’고 한 것처럼 폭염 속 마음을 닦아 새 희망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싶다.

[경제프리즘] ‘돌봄종사자’들의 여름나기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돌봄종사자’들의 삶은 더욱 고되기만 하다. 한낮이면 35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문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다 보니 거동조차 어려운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서 거의 나오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환자 등을 찾아가 돌보는 ‘돌봄종사자’들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종이 ‘요양보호사’다. 인천사서원은 재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를 부평구와 강화군에서 운영하고 있고 미추홀구재가센터도 곧 문을 연다. 여기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서비스 이용자를 돌보러 가야 한다. 창문을 열어도 아스팔트 위에서 달궈진 공기가 오히려 숨을 막히게 하는 날에도 센터에서 지급한 작은 휴대용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간병, 가사일을 도와야 한다. 이용자들은 대개 취약계층으로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에너지 비용이 무서워 틀지 못하고 쪽방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올여름은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돼 여름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돌봄종사자’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름철 뜨거운 햇빛과 폭염, 후덥지근한 날씨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물론 지속적인 폭염은 자연재해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질환이나 사고는 막을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 홍보, 경보발령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특단의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돌봄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된다면 이용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로 행복한 돌봄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4만명에 육박하는 요양보호사가 일하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상징되는 직종이지만 중장년층의 일자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연령도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늦었지만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우리 사서원에서는 상황별 현장 대처방법과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사고 예방수칙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집 안에서 일하고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오늘도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돌봄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돌보기 위해 무더위와 분투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돌봄종사자들이 건강하게 폭염을 이겨내도록 돕는 데 다함께 앞장서자.

[경기시론] 초고령사회와 국가•지자체의 역할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오늘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은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고령자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 개선 또한 필요하다. 최근 정년 연장과 고령자 일자리 창출, 고령자를 위한 복지와 돌봄제도 개선, 연금제도 개혁 등 다양한 제도 개선책이 논의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고령자의 법적 지위와 보호를 다루는 주요 법률로는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질환을 사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복지법 등이 있다. 특히 고령자의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고 추가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법률이 존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법률 규정이 산재해 고령자 관련 법률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체계 정합성이 무너지거나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생활 밀착형 돌봄 서비스가 제공돼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경기도는 고령자 보호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 시니어 돌봄타운’, ‘인공지능로봇 활용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 등 다양한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로봇 활용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은 인공지능 로봇이 음성 대화를 통해 정서 안정을 돕고 약의 복용 시간과 식사 시간 등을 관리하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24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고령자의 생활 전반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령의 삶을 단순히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에 지혜를 전파하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주체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지대]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 논란

동두천 하면 미군 부대와 클럽, 기지촌 여성을 떠올린다. 양공주로 불린 기지촌 여성은 6•25전쟁 이후 주로 주한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한 주한미군 위안부다. 동두천은 면적의 40% 넘는 땅을 미군이 점유했다. 보산동과 광암동 일대엔 4천여명에 달하는 기지촌 여성이 있었다. 끌려오거나 팔려온 이들도 많았다. 정부는 매춘을 장려했다. 달러벌이 수단이었고, 미군과의 정치사회적·군사적 문제가 얽혀 있었다. 대법원은 2022년 “국가가 성매매를 중간 매개하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부는 성병관리소인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시설’을 운영했다. 1970~80년대 미군 클럽에 등록된 여성들은 주2회 의무적으로 성병 검진을 받았고, 이를 증명하는 검진증을 소유해야 했다. 불시 검문 때 검진증이 없으면 성병관리소에 수용됐다. 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성병에 걸렸다. 병 걸린 이들은 성병관리소에 구금됐다. 관리소는 수용자들이 철창에 갇힌 원숭이 같다해서 ‘몽키하우스’라고도 불렸다. 성병관리소는 경기도에 동두천과 양주, 의정부, 파주(두 곳), 평택 등 여섯 곳에 설치됐고, 1993년 대부분 운영을 중단했다. 남은 건물은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유일하다. 소요산 자락 6천766㎡에 2층으로 지어진 시설에는 방 7개에 14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관리소는 1973년부터 운영해 1996년 보건소 내 성병관리팀이 없어지면서 폐쇄 됐다. 28년간 방치됐던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동두천시가 이 시설을 철거하고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전국 59개 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 철거 저지에 나섰다. 성병관리소가 한국 근현대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인신매매, 성폭력, 임신, 유산, 약물중독, 자살 등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 침해가 있던 곳이다. 부끄럽고 슬픈 역사지만 지워버리기보다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현장이다.

[천자춘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인천시청 본관 앞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 맨 앞자리가 5년에서 4년으로 바뀌었다. 산업화 이전 시기 지구 평균 기온보다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줄었음을 뜻한다. 인천시는 급박함을 알리며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근절 등 일상생활에서의 탄소중립 실천을 적극 독려했다.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쓸 수밖에 없고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생산해내는 세상에서 시민들에게 친환경 생활 실천을 독려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탄소를 무참히 내뿜는 발전소, 기업에 더 강력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다. 기후위기의 여파가 어떤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가 닿는지 살피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다.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 갇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들을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긴다. 정부와 지자체는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고 타협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오히려 산업 부문 탄소 저감 목표치를 완화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토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며 개인의 실천을 독려한다. 경제 성장을 위해, 편리한 생활을 쫓아 살아온 인류의 역사가 기후위기 시대를 만들어냈다는 언어로 뭉뚱그려 누구 책임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 어떤 이들은 급격한 기후변화 앞에 속수무책이다. 기후재난이다. 우리는 이제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문제를 구체화할 때 문제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기후위기는 어떤 경로로 발생했는지, 현재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향하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어떤 이들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사회정치적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가 놓친 많은 질문만큼 많은 시간을 놓쳐 왔다. 더 이상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년 9월이 되면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목소리를 낸다. 올해 9월7일 열리는 기후정의행진 슬로건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대상을 구체화하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재난 현장에 있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많은 시민이 9월7일 광장으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란다.

[기고] 저마다 이유로 불행한 위기 가정

긴급 지원의 이면에는 공감의 문제가 숨어 있다. 많은 사람이 빈곤은 잘못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럴까. 우리 주위에는 갑작스러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의외로 많다. 빈곤층의 삶은 경제 문제, 사회 지지 체계의 부재,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에 빈곤이라는 늪 속에서는 작은 위기에도 쉽게, 그리고 크게 무너진다. 그렇게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자아를 지키며 삶을 개선하기 위한 굳은 의지를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시스템이 크게 바뀌었지만 이후로도 2022년 수원 세 모녀, 2024년 태안 일가족,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사망 사건 등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012년 복지 공백을 메우기 위한 ‘희망풍차 지원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원 인원과 금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민들이 납부한 회비로 위기 가정과 사회적 약자 55만명에게 275억원을 지원했다. 취약계층 지원 거점인 적십자 봉사관에 있다 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가장 안타까웠던 분은 자활근로를 해야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홀몸노인이었다. 조건부 수급자였으나 질환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병원은커녕 식사나 화장실조차 해결하지 못했고 고독사를 걱정한 80대 고령의 집주인이 하루에 한번 음식을 가져다주던 상태로 적십자 긴급 지원에 연계됐다. 하지만 지원 결정 후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그만 심정지로 돌아가셔서 장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집은 휴식처다. 하지만 삶이 녹록지 않은 빈곤층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에 방문한 지적장애인 가정도 그랬다. 75세 아버지와 39세, 37세 지적장애 아들이 사는 빌라 지층은 입구에 서자마자 악취가 났는데 숨을 참아가며 돌아본 집은 어두침침했다. 누렇게 변색된 싱크대, 집 안의 가구며 물품에 잔뜩 핀 곰팡이가 옷가지와 이불에까지 번졌지만 수급비가 전부인 아버지는 몸 누일 곳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사례는 박시현 대한적십자사 성남중앙봉사회장이 주기적으로 상태를 살피며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성남시와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도배와 장판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돼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다. 반지하의 삶은 정말이지 힘겹다. 나쁜 환경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5월 청주시 발달장애 일가족 사망 사건도 일가족이 공적 급여를 지원 받아 단전, 단수 등 체납 위기가 없어 관찰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끝내 생활고와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일가족 사망이라는 비극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가난은 사건 사고일 뿐 거기에 개인에 대한 공감은 없다. 어디에나 있지만 눈여겨 찾아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위기 가정. 긴급 지원은 일시적 해결책일 뿐이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위기 가정을 찾아내고 아픔에 공감해 지원한다면 우리 사회의 고통과 아픔도 분명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힘든 이들을 위한 공감과 연대 의식이 절실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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