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미리 크리스마스...

[사설] 계속 틀리는 정치권 판결 예상, 이유가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의 다수 예상은 빗나갔다. 법정구속까지 거론했던 호언이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사건의 정범으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보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에는 일부 무죄 또는 무죄 예상이 많았다. 계속 빗나가고 있다. 주목해 볼 것은 재판부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다. 유죄 예상의 핵심 근거는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취였다. 이 대표가 사건 내용을 언급했고 변론요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충분한 물증이라는 주장이 다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발언별로 분석했다.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시했다. 또 ‘김진성이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 위증은 유죄인데, 어떻게 위증교사는 무죄냐’는 반박이다. 이 역시 판결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김씨의 위증이 반드시 이 대표의 교사에서 비롯됐다고 연결짓기 어렵다는 종합적 판단이다. 범죄의 유죄 판단에서 행위와 결과의 인과관계는 범죄 구성 요건의 핵심이다. 이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통화가 곧 위증교사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논리가 무리였던 것 같다. 15일 선거법 1심 선고에서도 정치권은 틀렸다. 이 대표 측은 시종일관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 ‘이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다수의 예측대로면 여기서 무죄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달랐다.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진실까지 부인한 것으로 봤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80만원 벌금’이라는 정치권 예상이 거기서 크게 빗나갔다. 15일, 25일. 두 번의 재판에서 보게 된 정치와 재판의 차이다. 정치는 부분만 보고, 재판은 전체를 본다.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여론을 몰려는 정치공학이 있다. 유리한 부분은 강조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한다. 이런 왜곡과 축소를 통해 사법부도 압박한다. 불리한 판결에 대한 불신까지 미리 준비한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두 번의 이재명 판결이 이런 정치공학적 노림수에 망신을 줬다. 법조 속어에 ‘오만한 예언이 판결문을 바꾼다’고 했다. 정치인 빼고는 이런 오만한 피고인이 없을 것이다.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모두 항소심으로 갈 것이다. 정치는 또다시 부질없는 예언을 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에 돌아갈 건 배가된 충격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고, 판결은 통념의 상식이다. 정치도 법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게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사설] 레일바이크 해도 또 200억... 솔로몬의 묘책 어디 없나

월미바다열차는 인천의 오랜 걱정거리다. 월미관광특구를 살리기 위한 관광전차사업이었다. 처음 월미은하레일로 시작했다. 부실 시공, 안전성 논란 등으로 개통에 10년 걸렸다. 전체 공사비만 1천억원이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개통은 했지만 만성 적자가 또 문제다.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월미바다열차 논란이다. 이번엔 레일바이크 전환 구상이다. 10여년 전에도 한번 시도했다 거둬들인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선 또 수백억원이 필요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월미바다열차다. 월미바다열차는 경인전철 인천역~월미도 6.1㎞를 왕복 순환하는 관광모노레일이다. 인천시가 이를 레일바이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만성 적자 때문이다. 해마다 운영 적자만 30억원이다. 여기에 열차 및 구조물 감가상각까지 반영하면 60억원으로 늘어난다. 2019년 개통 이후 5년간 누적 적자가 이미 292억원이다. 월미바다열차는 어렵사리 개통했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잔뜩 안은 채였다. 게다가 차별화한 관광콘텐츠도 별로 없다. 이러니 고가 요금 정책도 어렵다. 현재 요금은 8천원(인천시민 기준)이다. 운영사인 인천교통공사는 요금을 2만~3만원대로 올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의 레일바이크 전환 구상도 여기서 출발한다. 월미바다열차는 태생부터 적자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낙동강레일바이크나 의왕레일바이크 등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레일바이크가 월미도 일대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가능할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일바이크가 해결책이 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레일바이크 전환을 위한 시설 투자만 200억원 이상(2014년 기준) 필요하다. 또 수익을 내려면 요금을 2만원 이상 받아야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인천시도 “중장기적 경영개선의 한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만성 적자로 시민의 짐이 된 월미바다열차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도 지속가능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는 월미관광특구 일대의 상권 활성화가 먼저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레일바이크로 바꾼다고 이용객이 늘어나겠느냐는 것이다. 바다 조망의 월미도 장점을 살린 특화 콘텐츠로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미바다열차의 시작도 이 일대 활성화였다. 말처럼 쉽지 않은 상권 활성화요, 원도심 살리기다. 과거 한때 월미은하레일을 아예 철거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런데 그 철거 비용 또한 수백억원에 달했다.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는 인천의 흑역사다. 국제공모 등으로 솔로몬의 지혜라도 빌려야 하나.

[지지대] 은퇴

그녀는 올해 세 번째 스무살 생일이 지났다. 곧 정년(停年) 퇴직을 한다. 36년6개월을 한 회사에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은퇴를 한다. 어떻게 한 회사를 그리 오래 다녔을까 스스로 신기하다. 근무 조건이 좋다거나,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닌데도 말이다. 무던했던 걸까. 그 일이 적성에 맞아서였을까. 두 가지가 함축된 것 같다. 정년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 인생의 젊은 날들인 20, 30대를 거기서 보냈다. 시간은 흘러흘러 갔고, 인연의 끝이 왔다. 어디나 그렇지만 희로애락이 있었다. 잘 견디고 버텨냈다. 스스로에게 애썼다고 토닥인다. 직장생활 동안 얻은 여러 경험은 소중하고 감사하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를 걱정한다. 수십년간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은 뭔가 모를 공허함과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다. 중독된 듯 일만 했으니 쉴 줄도 놀 줄도 몰라서다. 드디어 자유다. 이젠 돈에 묶인 노동보다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며 살자 생각하면서도 싱숭생숭하다. 회사 다닐때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에 지치거나 지겨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데 은퇴하고 계속 쉰다 하니 잘 지낼 수 있을까를 염려한다. 꼭 돈이 필요하거나 일(직장)이 필요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인생은 습관화된 존재여서, ‘관성’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마주쳐야 하는 게 은퇴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때가 온다. 은퇴를 서글퍼하거나 은퇴 이후 위축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일하느라 아등바등 살았으니, 이제 당당하게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에선 위에서 시키는 것들을 해내야 하거나 회사 이익을 위해 달려 왔다면, 은퇴 후의 삶은 자기 주도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일만 하며 지낸 시간을 넘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퇴직 후 제2의 삶은 ‘일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지내는 게 좋다. 은퇴는 자신의 삶을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문화산책] ‘K밴드 붐’과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최근 대한민국 음악 시장에서 DAY6와 QWER이 주목받고 YB와 잔나비 같은 베테랑 밴드들이 여전히 음악 페스티벌의 중심에 서며 밴드 음악의 부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K밴드 붐은 정말 기대해볼 만한 걸까. 신진 밴드인 DAY6와 QWER의 활약이 대단하다. DAY6는 3월 발매한 미니앨범 Fourever의 타이틀곡 ‘Welcome to the Show’로 벅스와 바이브 국내 급상승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HAPPY’는 멜론 톱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QWER 또한 9월 발매한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의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이 발매 직후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와 멜론 톱100 2위,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사례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DAY6는 대형 기획사의 지원을 받으며 아이돌 팬덤과 밴드 팬덤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고 QWER은 BJ(방송 진행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참신한 콘셉트로 주목받으며 독자적인 팬층을 토대로 빠르게 팬덤을 확장했다. 이는 일반적인 밴드들의 성공 사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대부분의 밴드 활동은 어떠할까. “주 수입원은 직장이고 음악이 본업이에요.” 과거 인디밴드를 인터뷰할 때 자주 듣던 이야기다. 물론 스타가 되고 많은 수익을 얻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오랜 기간 음악 활동을 즐기는 데 목적을 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거나 소규모 공연을 개최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당장 작업한 곡이 음원 차트에 오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서서히 인지도를 넓혀 간다. 과거 인디밴드가 펑크 음악을 중심으로 ‘저항과 반항’을 내세웠다면 현재는 다양한 장르를 통한 ‘스타일과 패션’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가사와 사운드 또한 과거의 진지하고 난해한 영역에서 벗어나 간단한 코드 구성과 가벼운 사운드로 변화하고 있다.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인디밴드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례들도 많아졌는데 최근에는 ‘실리카겔’, ‘여유와 설빈’, ‘서울전자음악단’, ‘마하트마’ 등의 밴드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밴드의 기본인 록 음악이 재즈같이 다양한 장르로 파생되며 음악적 도구를 확대하고 실험적 사운드를 추구한 점은 밴드 음악이 단순히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다매체 시대에 대중음악 취향의 세분화와 아날로그적 감정 소통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다양한 밴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 시장이 부상한 점 역시 밴드 신과 관객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밴드 음악이 경험해보지 못한 ‘쿨함’ 그 이상, 이하가 아니라 해도 또 다른 판타지와 붐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 시장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생활예술 지원 비전을 마련하고 밴드 음악이 미래 세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미리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K밴드 붐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 기획사의 도움도 없고 매니지먼트 개념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음악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그 결과물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생활예술의 정수다. 혼자 음악을 연주하며 만족한다면 단순한 취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러한 활동이 관객과 소통하며 전달될 때 ‘딴따라질’에 힘이 실리고 ‘창작과 예술’로 가는 길이 더욱 넓어진다. DAY6와 QWER의 사례를 통해 단순히 ‘밴드 붐’을 기대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경기시론] 교사에게도 맞춤형 통합지원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열망과 교권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등 교권보호 5법이 지난해 개정됐다. 그럼에도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연 2천건 이상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약 5천건으로 2년 새 2배 수준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이르지 못한 숨겨진 교육활동 침해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교육활동 보호 예방 교육을 하다 보면 왜 ‘교권’만을 교육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아마 교권을 교사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탓일 것이고 교권의 강화가 학생 인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교육활동 방해를 넘어 교원의 안전을 위협하며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해 공교육을 흔드는 원인이 된다.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수업 분위기가 망가져 공교육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 학생들과 보호자들에게 이 지점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까지 하게 된다. 지난 20일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2024년 6월 초·중·고교 교원 6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직문화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학생 규정 위반 행위, 학부모 항의’를 스트레스 원인 1위로 꼽았다고 한다. 전체의 39.8%라고 하는데 2004년 조사에서는 올해 응답률의 3분의 1도 안 되는 11.6%였다는 점, 이번 조사에서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전체의 64.1%가 ‘학생·학부모의 비협조적 태도와 불신’이라고 응답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20년 사이에 학교 현장이 ‘관계’의 문제로 참 어려워졌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교사 개인이 감당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공교육’을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교육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실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복합적 어려움에 대응해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이 한창이다. 사후처방 중심의 지원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복합적 지원을 해준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교원맞춤통합지원’은 어떠한가. 교사에 대한 지원도 맞춤통합지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한 이후 처리 중심의 지원이 아닌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전에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해 왔다. 특히 신규·저경력 교사는 더욱 그렇다. 그들의 다양한 어려움을 파악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 해결책은 ‘제도’로 완성돼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교사가 교실에서 혼자 모든 학생을 감당하며 소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교원맞춤통합지원은 교사가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교사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교사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교육청 내 여러 팀 및 기관이 각기 운영 중인 지원사업의 체계적 연계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인천시론] 책과 그림을 내항부두 상상 부싯돌로

상상플랫폼은 인천의 새로운 명소다. 내항1,8부두를 개방하고 꾸며서 시민들에게 내놓은 노고는 두고두고 치하할 일이다. 해변 공간이 활짝 트여 있고 월미도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드는 눈맛은 시원하다. 인천이 해양도시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드문 장소다. 시민접근성이나 이후 활용도를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현실은 안타깝다. 최근 내방객이 적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활성화를 위해 여러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주변 관광지와 연계성이 부족하고 자체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쓴말이 일리가 있다. 단기간에 타개할 묘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진단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게 늦었지만 빠른 길이다. 상상플랫폼을 카페플랫폼으로 만들어 버린 장기 계약은 못내 아쉽다. 경관 좋은 한 개 층을 카페가 통째로 독점하고 있어 인근 차이나타운과 신포 상권에도 타격이 크겠다. 창고였다던 장소성에 깃든 추억이 뿜어낼 이야깃거리도 찾기 어렵다. 층고와 넓이에 걸맞은 대규모 행사를 대체해 공간을 채울 소소한 사연들을 복원해 내는 게 과제다. 수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갑갑해진다. 바닷가로 가는 접근로를 높다란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철책에 둘러싸인 상상플랫폼에서는 상상조차 막히고 갇힌다. 보안 문제나 출입국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길을 내야 그 길 따라 상상력이 뻗어 나가겠다. 해안가 철책선을 걷어 내어 인천을 바다와 연결하려는 사업이 꽤나 오래됐다. 무슨 수를 내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간을 채울 이야기가 필요하다. 커피를 대신해 감각을 자극할 매개를 찾아야겠다. 현실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시민의 일원으로 ‘아무말’을 던져 보련다. ‘대잔치’를 통해 모여든 생각들이 의외의 물줄기를 뚫어내는 집단지성을 기대해 본다. 이야기를 체화한 매개자 중 으뜸은 책이다. 상상으로 가는 몰입에는 그림 만한 매개물이 없다. 상상플랫폼에 갤러리가 있지만 입장료가 있는 기획전 중심이라서 일반 관객들은 주머니 사정부터 살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들락날락 자유롭게 그림을 접할 수 있으면서 옆에는 서가가 있는 공간을 상상해 본다. 책에 손이 가도 부담 없고 그림 앞에 움츠러들지 않는 장소는 시끄러운 도서관이자 놀이터 같은 화랑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울산대 도서관 폐기 장서를 비롯해 갈 곳 없는 책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면 어떨까. 화가들 수장고를 열어 어둠 속에 있는 그림들이 관람객을 만나도록 상봉자리를 깔아 주는 일은 또 어떨까. 미추홀도서관 장서고에 넘쳐나는 책이나 인천중앙도서관 비좁은 서가를 확장해 바닷가에 책방을 열면 좋겠다. ‘지혜의 바다’라는 도서관 명칭처럼 바다로 열린 공간은 이미 충분하다. 서울시에서 운영했던 야외도서관은 따라 배울 사례다. 내년 봄부터라도 인천관광공사 앞 너른 마당으로 열람실을 확장해 추운 계절 빼고 상시 운영해 보길 바란다. 파라솔 아래서 졸다 깨다 하면서 책이 주는 달콤한 잠에 취한 시민들은 치맥파티나 맥강(맥주+닭강정)파티에 취한 중국 관광객보다 가슴이 더 얼큰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뮤지엄파크를 기다리느니 인천바닷가미술관으로 특성화한 대형전시공간은 어떤가. 욕심을 부리자면 폐기 위기에 처한 장서를 산속에 불러들여 모시고 있는 통도사 종정 성파 스님과 역할을 나누면 좋겠다. 70만 권 책을 살려낸 큰스님은 영축산 전체가 도서관 되기를 꿈꾸신다는데 인천부두를 도서관으로 못 덮을 까닭이 없다. 인천역에서 출발하는 독서열차나 기차로 이동하는 갤러리를 운영할 수도 있고 부두에서 바로 탈 수 있는 바다 위 독서유람선도 띄워 보자. 인천시 반값 택배가 지하철로 고객과 이어지듯, 연구자들이 원하면 열차택배로 책을 보내주자. 싫든 좋든 근대의 물결은 인천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인천 하면 성냥이듯 부싯돌을 켜는 상상 점화로를 다시 인천앞 바다에서부터 만들어 내자.

[천자춘추] 위기를 넘는 ‘교토삼굴’의 지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청년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국민을 외면하고 있고 오히려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요구로 한국에 압박을 가했고 이는 한미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칩4 동맹’을 강요받고 있고 이는 여전히 무역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북-러의 군사적 동맹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 요지는 위기에 대해 다각적인 대비책과 대안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복지 확대와 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내부 갈등을 멈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투명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하고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비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외교적으로는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자 간 외교와 중견국 외교를 통해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기고] 가짜식품? 유전자 검사로 확인

미운 짓만 골라하는 부잣집 딸이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에서 가짜로 밝혀지는 TV 드라마나 저가 민물고기를 바다물고기로 둔갑시켜 고가로 속여 팔다 적발된 뉴스는 유전자를 이용한 검사 방법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안으로 진위 구별이 어렵거나, 저가 제품을 고가로 둔갑시키거나 식용으로 불가한 제품을 정상 제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수입 식품의 유통과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둔갑 우려 수입 식품 기획 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 검사에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스케일리 투스(Scaly tooth) 버섯을 외관이 비슷한 수입 능이버섯으로 둔갑시켜 유통한 업체와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태국칡(Pueraria mirifica)’을 수입 칡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한 업체를 적발했다. 또 2022년에는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은 값싼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속여 수입·유통한 업체를 적발하고 해당 제품은 모두 회수·폐기한 바 있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가짜 식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가 성상이 유사한 농림수산물을 육안으로 바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고 원래 형태를 알 수 없게 절단·분쇄해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한 경우에는 진위 구분이 더더욱 쉽지 않다. 식약처는 2010년부터 동식물 식품의 진위 판별에 다양한 유전자 분석법을 개발해 감시에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법은 특정 동식물 종(種)에만 존재하는 고유 유전자(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이용해 검사하는 방법으로 원재료뿐만 아니라 고유의 형태를 알 수 없게 절단·분쇄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식약처에서 개발한 유전자 분석법은 290여종이며 경인식약청은 이를 활용해 능이버섯, 산조인, 칡, 대하, 옥돔 등의 식품 원료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인식약청은 우리나라 수입 식품 신고 업무의 약 67%를 담당하고 있다. 수입 식품에 대한 정밀 검사 및 무작위 검사부터 위해 정보에 따른 수입·유통 식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검사로 일상의 식품 안전에 책임을 다하는 한편 진위 판별이 어려운 제품을 진짜로 속여 파는 소비자 기망 행위 예방을 위해 허위 표시·판매 단속을 철저히 전개해 식품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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