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간병, 있는 지원책의 효율성을 고민하자

필설로 옮기기도 참담한 소식들이다. 그렇다고 입 닫고 있을 수도 없다. 일개 사건이 아니라 일반화된 사회 현상이다. 지난 달 초,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60대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려던 현행범이다. 아내는 수년간 말기 암 투병 중이었다. 더는 간병이 힘들자 이런 행위를 한 것이다. 남편은 구속됐고 아내는 숨졌다. 같은 살인 용의자 80대의 사정도 같다. 2020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내를 살해했다. 역시 ‘더는 간병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노인에 의한 ‘간병 살인’이 계속 생긴다. 부부 일방이 노인성 질환에 시달린다. 남은 일방이 간병하며 보살핀다.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 ‘노노(老老) 케어’다. 예부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긴 병에는 부부도 없다. 경제적 빈곤, 육체적 한계에 부딪힌다. 막판에 이르러 참담한 결정을 한다. 알려진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 해결책이야 뻔하다. 무한 돌봄 지원이다. 돈 넉넉히 주고 간병인 지원하면 다 된다. 문제는 예산 한계다. 경기도도 노력은 하고 있다. 지난 9월 ‘2025년 경기도 간병 SO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저소득계층 노인들에게 간병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1인당 최대 120만원씩 잡았다. 6인실 하루 2만원을 기준 삼고 있다. 대략 두 달 치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안타깝게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노인 질환의 경우 중증 환자가 많다. 부득이하게 1인실을 이용하게 된다. 이 경우 간병비는 10만원 정도다. 12일 헤택에 그치는 셈이다. 사각지대 문제도 있다. 올 6월 기준 저소득계층 노인은 19만3천여명이다. 노인 질환은 필연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간병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부족하고 앞으로는 더 부족해질 것이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집행하는 방식도 한계다.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많다. 간병 복지의 사각에 그대로 남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한계와 구멍을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모든 노인의 간병을 지원을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주문할 건 효율성 제고다. 또 다른 지원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시되고 있는 제도부터 다듬어가야 한다. 사각지대를 찾아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질환의 경중에 따른 차등 지원도 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복지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 중앙정부 따로, 지방정부 따로 가서는 안 된다. 시•군별 내용의 차이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타 지방에 선보일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백 번 선도해도 좋은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참담한 종말을 선택하는 사건, 경기도만이라도 줄여 보자.

[지지대] 낭만 대신 폭설로 맞이한 첫눈

“눈은 살아 있다/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기침을 하자/눈은 살아 있다/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1960년대를 풍미했던 김수영 시인이 읊은 ‘눈’이다. 서울 토박이였던 그가 원고지에 이 작품을 쓰던 날도 오늘처럼 폭설이 내렸나 보다. 그가 시를 통해 녹여 냈던 서정은 반듯했다. 일체의 정립된 언어와 고정된 언어 등을 부정직한 것으로 여겨서다. 오늘 같은 날씨에 읽으면 제법 근사하다. 눈을 소재로 한 소설도 있었다. 이청준 작가의 ‘병신과 머저리’다. 6·25전쟁의 아픔을 안고 사는 제대 군인의 실존적 고통을 담았다. 4·19 전후에 청년기를 보냈던 젊은이의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고통도 그려졌다. 소설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시도나 뚜렷한 형체 없이 존재하는 정신적인 고통의 묘사가 돋보였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눈이 오는 날이 좋겠어. 그 사이에 포성이 오면 또 생각을 달리해도 될 테니까. 그러고는 금방 눈이 떨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눈이 오고 있다, 김 일병’.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나서 다시 김 일병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작품의 얼개는 6·25전쟁의 정신적 상처로 고통받는 의사인 형과 고통의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화가 동생의 이야기다. 의무병으로 참전했던 형은 그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자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오관모와 김 일병, 나(형)는 전쟁에서 낙오된 패잔병이다. 김 일병을 죽이겠다고 하는 오관모와 김 일병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나, 그 잔인한 날에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린 눈이 폭설로 번진 날에 되짚어 보는 단상이 어지럽다. 2024년 첫눈은 후세에 어떻게 기억될까.

[의정단상] 경기북부 탄소순환경제 인프라 구축을

지난달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9천억원이 투입되는 ‘CCU 메가프로젝트 시범지역’ 다섯 곳을 선정했다. 안타깝게도 경기도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내년 2월7일 ‘이산화탄소저장활용법’이 전격 시행되고 정부가 시·도지사의 신청을 받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집적화단지’(이하 집적화단지)를 지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점에서 경기 북부 역시 탄소순환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는 발전소 및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C)함으로써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전략이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지하 등에 저장(CCS)하거나 메탄올 및 건축재 등의 물질로 만드는 활용(CCU)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CCU가 설치된 곳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실증시설 정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이 시설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연장 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실증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보령석탄화력발전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CCU 실증 시설을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 후 드라이아이스 생산과 농업 용도 등으로 판매되는데 시설 운영비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포집을 확대하더라도 판매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동해가스전 등 해저 지층에 저장하는 CCS가 필요한데 이 역시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결국 이산화탄소 포집을 확대하려면 탄소활용(CCU)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 CCU 기술이 상용화한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CCU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메탄올과 합성연료, 탄소벽돌, 탄소플라스틱, 탄산칼슘, 드라이아이스, 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기술 고도화 및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야 전체적인 CCUS 생태계 조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해 생산된 청정 메탄올은 항공유나 선박유에서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가솔린 대체 연료로도 확대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청정 메탄올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경쟁에 나설 만하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해 연료나 건축재,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것을 ‘탄소순환경제’라 한다. 탄소순환경제에 편입되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되고 넷제로(Net-Zero), 즉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게 된다. 경기 북부지역은 그동안 수도권 규제와 접경지역에 따른 규제를 받으면서 오랜 시간 수도권 발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앞으로 경기 북부지역에 산업단지 등을 조성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업환경은 신재생·탄소순환 인프라다. RE-100 등 생산 과정에서의 탈(脫)탄소 에너지 규제는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생산환경에 신재생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과 탄소배출을 흡수하는 생산환경 구축은 기업 유치에 큰 장점이 되며 기업규제 완화와 녹색 파생산업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25년은 탄소순환경제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지금까지 첨단 산업 발전에서 소외돼 온 경기 북부가 탈탄소 경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국회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삶, 오디세이] 문예지 발간의 어려움

문예지는 발간하기도 어렵고 발간 이후 지속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기획 능력과 특별한 사명감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 중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문예지를 발간하는 데는 청탁한 원고에 대한 고료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고료가 없으면 좋은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하지 못한다. 최근 폐간 또는 휴간에 들어간 문학사상과 시인수첩 같은 수준 높은 문예지도 여럿 있다. 과거에는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10대 문예지가 있었다. 10대 문예지들은 어느 곳이든 각자 개성 있는 문학적 담론을 생산해 냈다. 순수 문예지가 폐간 또는 휴간하는 것은 한국 문학 발전에 장애로 작용한다. 필자가 작가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포엠피플 발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발간 비용은 우선 인천시인협회 회원들의 연회비에서 나온다. 인천시인협회는 가입할 때 심의위원회에서 작품 심의를 한다. 심의에 탈락하는 분이 많다. 그 대신 가입하면 시인으로 성장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포엠피플은 시와 비평 전문지이므로 시 발표뿐만 아니라 평론가로부터 평가받을 기회를 수시로 준다. 회원 수가 많지 않고 연회비가 다른 단체보다는 조금 더 많다. 연회비로 한 호 발간이 가능하다. 포엠피플은 과거의 문학과 대화하고 현재의 문학을 성찰한다. 그리고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짚어보는 담론을 다양한 특집을 통해 생산한다. 인천시인협회 회원들은 포엠피플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는다. 포엠피플은 인천에서 발행하는 문예지이기 때문에 인천문화재단에 기금을 신청한다. 올해는 문화재단으로부터 동인지와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았다. 문예지와 동인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문예지는 수많은 외부 필자가 참여하고 동인지는 동인들만 참여한다. 따라서 발간 비용만 호당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인지는 1년에 한 번 펴내는 연간지이고 포엠피플은 반년간지에서 계간지를 목표로 하는 전문 문예지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필자는 인천문화재단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처럼 호당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호당 지원이 어려우면 동인지와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판이 변하는데 문화재단이 변하지 않으면 문학 발전은 어렵게 된다. 포엠피플을 지속적으로 발간할 수 있는 것은 선경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때문이다. 선경산업은 호마다 포엠피플 표4에 광고를 싣는다. 문예지는 광고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광고로 후원해 주는 것이다. 이 기업은 우리뿐만 아니라 문학상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선경산업은 문학에 대한 후원이 선구적이고 적극적이다. 글로벌 시대 문학의 발전은 제조업 분야의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예술과 문학의 부가가치가 상품에 얹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포엠피플은 10대 문예지를 목표로 한다. 인천시인협회가 시와 비평 전문지 포엠피플을 발간할 수 있는 것은 회원과 문화재단 기금 그리고 선경산업의 후원 때문이다. 순수 문예지인 포엠피플을 지속적으로 발간하려면 문화재단의 현실성 있는 기금 지원이 절실하다. 작가들은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성장한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K-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제2의 한강을 찾기 위해 포엠피플은 매년 신인을 탄생시키며 문학의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한 권의 좋은 문예지가 작가들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것이 어려움을 딛고 포엠피플을 발간하는 이유다.

[기고] ‘천불 소득! 백억 수출!’ 을 아십니까?

‘천불 소득! 백억 수출!’ 60대 이상이면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내내 들었던 구호일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만 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온 국민의 하나 같은 염원이었다. 사회지도층에서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다수 국민은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던 시절이었다. 1972년 11월7일 박정희 대통령은 ‘월간 경제 동향 보고’에서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을 1천불로, 그리고 1980년에는 1백억불 수출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1977년 12월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수출 100억불을 돌파했습니다.” 온 나라가 흥분에 빠졌다. 수출 100억불, 쉽게 믿기지 않을 숫자였다.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하던 1962년의 수출액은 5천만달러였고 1964년에야 1억달러를 달성했다. 10억달러를 넘은 것은 1970년의 일이었다.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가 되는 데 서독은 11년, 일본은 16년이 걸렸다. 우리는 불과 7년이 걸렸다. 100억달러 돌파는 ‘한강의 기적’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날 이렇게 말했다. “이 기쁨과 보람은 결코 기적이 아니요, 국민 여러분의 고귀한 땀과 불굴의 집념이 낳은 값진 소산이며, 일하고 또 일하면서 살아온 우리 세대의 땀에 젖은 발자취로 빛날 것입니다.” 축하의 표시로 광화문 네거리에는 ‘100억불 수출의 날’이란 대형 아치가 세워졌다. 수출 1백억달러 달성에 뒤이어 1978년 새해에는 대망의 1천달러 소득이 실현됐다. 1978년 1인당 GNP(국민총생산)는 1천50달러, 1975년 500달러를 돌파한 이래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쾌속의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처음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던 60년대 초 연평균 성장률 7% 목표에 대해서조차 무리한 계획이라며 많은 논란이 있었고 70년의 10억달러 수출 목표 자체도 그 당시에는 실현하기 어려운 꿈으로 여겼던 일이었다. 일부에선 공허한 선전이라고 여겼으나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은 모두 목표보다 4년이 앞당겨진 1977년 성취됐다. 이는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었다. 1인당 GNP가 1천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우리 경제도 중진국 대열에 진입함을 뜻하며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먹고 입는 문제는 우선 해결했다고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늘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좁은 섬나라 같은 국토, 빈약한 자원, 긴 겨울, 많은 인구, 전쟁으로 파괴된 산하 등을 가르치고 배웠다. 이러한 절망적 환경은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시작된 산업화는 외자 투자유치, 인력 개발, 국제경쟁력 강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었지만 그저 가발과 인형 수출 등으로 초라하게 출발했다. 공장에서는 ‘QC(Quality Control·품질관리)’, ‘공장 새마을운동’ 등으로 불량을 몰아내고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국제표준에 맞추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국민의 ‘마이 홈’과 ‘마이 카’에 대한 욕구는 점점 커져만 갔던 시절이다. 드디어 2023년 말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천745달러로 일본을 추월했다고 한다. 경천동지, 격세지감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것 같다. 말로만 하는 반일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준 극일을 이룬 것이다. 우리는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수출로 먹고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누구도 우리를 영원히 지켜줄 수는 없다. 스스로 힘으로 이뤄내고 지켜내야 할 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3만달러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4만달러 고지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트럼프 2.0’이 우리의 수출길을 불안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생긴다. 우리에게는 ‘천불 소득, 백억 수출’의 비전을 기억하며 선진국에 안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전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철저한 대비만이 우리가 이룬 것을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만평] 희망사항...

[사설] 임태희표(標) 과학고 선정, 시작부터 신뢰 잃다

무슨 공공 기관의 공모 절차를 이렇게 진행하나. 상식에도 반할 뿐더러 위법 소지까지 다분하다. 경기도교육청의 과학고 공개 선정 절차 얘기다. 당초 공고에서 1단계 예비 지정 발표는 오는 30일이었다. 이 결정을 닷새 앞둔 26일 관련 일정이 연기됐다. 서류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한다. 세밀한 심사를 위한 변경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서류 심사에는 심층 질의도 새로 추가됐다. 25일 각 교육지원청에 변경 내용이 통보됐다. 임태희 교육감의 역점 사업이다. 교육감선거 때 핵심 공약이었다.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해소 차원이다. 시•군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교육청이 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은 언제나 수요와 관심이 많다. 특히 과학고 유치는 많은 시장·군수들의 공약이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12개 시•군이 신청했다. 고양·광명·구리·김포·시흥·이천·용인·평택·화성시 등이 신설 방식, 부천(부천고)·성남(분당중앙고)·안산시(성포고)는 전환 방식이다. 선정 절차가 확정된 건 오래전이다. 1단계 예비 지정, 2단계 특목고 지정, 3단계 교육부 요청 순이다. 1단계 심사 방식이 ‘서류 심사’다. 이 첫 번째 절차가 연기되고 변경된 것이다. 서류만으로는 세부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게 중대한 공모 내용의 변화를 정당화 하는 근거가 될까. 응모자라면 서류 내용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 내용의 차이가 곧 경쟁의 본질이다. 세밀하지 못한 시•군은 떨어뜨리면 된다. 그런데 전체 시•군을 다 되물렸다. 정해진 공모 절차를 통한 해결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교육청이 행해 오는 숱한 입찰·공모가 있다. 적격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이때 준용되는 일반화된 방식이 있다. 일정 배수 이상의 예비 선정자를 뽑는다. 다음 단계에서 심층 심사한다. 여기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면 된다. 다행히 이번 공모에는 2단계 심사도 있다. 그런데 교육청은 서류 심사라는 공모 약속을 깼다. 공모 때는 없던 심층 심사까지 끼워 넣었다. 이렇게 막 바꿔도 되는건가. 제일 어이없는 건 이거다. 살폈듯이 시•군의 사정은 절박하다. 시장·군수, 국회의원들의 공약이다. 탈락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당연히 탈락의 변을 찾지 않겠나. 절차 임의 변경의 위법성은 더없는 트집거리다. 이런 이유로 거쳤어야 할 절차가 법리 검토다. 26일 기자들이 ‘법리 검토를 거쳤느냐’고 물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안 했다. 최대한 서둘러 하겠다’고 했다. ‘위법’으로 결론 나면 어쩔 셈인가. 토목 입찰이었다면 벌써 난리 났을 일이다. 임태희표 과학고 선정이 시작부터 신뢰를 잃었다.

[사설] “E4호텔 수백억 뻥튀기”... 진실 공방 명백히 가려야

요즘 인천시 안팎에서 송도 E4호텔(송도센트럴파크호텔) 논란이 뜨겁다. 최근 iH(인천도시공사)는 E4호텔 공사비 의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인천경찰이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인천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맡는다고 한다. 지난 21일에는 황효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경찰 고발까지 가게 된 사정을 밝혔다. 이 호텔은 송도 개발 초기 2007년 국제도시 기반 시설을 위해 착공했다. 그러나 시공사 부도로 iH가 인수한 이후 수년간 방치했다. 2013년 들어 인천아시안게임 취재진 숙소 마련을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사업의 일부인 관광호텔만 완공했다. 나머지 레지던스호텔은 시작도 못한 채 공사비 미지급 등에 따른 다툼만 이어지고 있다. 이날 황 부시장의 브리핑을 통한 인천시·iH 측의 입장은 이렇다. 레지던스호텔 공사비가 수백억원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민간사업자와 시공사의 재무제표상 레지던스호텔의 공사비는 107억원뿐인 것으로 본다. 황 부시장은 “민간사업자와 시공사 대표는 사실상 동일인으로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이 같은 통정거래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린 정황이 있어 iH가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추정한 레지던스호텔 공사비 107억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관광호텔 부분의 공사비 일부가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iH가 민간사업자에게 레지던스호텔 관련 공사금액 정산을 요구했을 때도 아무런 증빙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계도면이나 회계자료, 공사계약서 등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 측은 레지던스호텔공사비는 이미 2차례나 400억원 이상의 감정가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 iH가 지정한 업체의 감정과 최근의 법원 감정에서다. 인천지법은 2020년 제기된 민간사업자와 시공사 간 55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 심리를 하고 있다. 시공업체는 공사비 451억원에 이자 272억원 등 723억원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 선정 감정인은 레지던스호텔에 기성률 74.26%를 적용, 공사비를 409억원으로 잠정 산출했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진실 공방에 대해 시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인천시는 민선 5기 당시 iH와 민간사업자 간의 불합리한 계약이 사태의 단초라는 입장도 내놨다. 따라서 경찰 수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iH는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런 분란을 만들었는가. 주인 없는 공기업이어서인가. 아무튼 인천시민의 자산이 걸린 일이다. 경찰은 명명백백히 사태의 본질을 밝혀 내야 할 것이다.

[지지대] 오빠생각

‘뜸북 뜸북 뜸북새/논에서 울고/뻐꾹 뻐꾹 뻐꾹새/숲에서 울 제/우리 오빠 말 타고/서울 가시며/비단구두 사가지고/오신다더니.’ 한국에서 동요 ‘오빠 생각’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이는 없을 듯 싶다. 서정성과 소리말이 살아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답다. 동요의 주인공은 최순애(1914~1998). 수원 북수리에 살던 열두 살 소녀 최순애는 1925년 오빠를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을 동시 오빠 생각에 실어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 투고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화성 성벽을 따라 산길로 올라가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뜸부기 울음소리를 듣다 오빠를 그리워했다 한다. 여기에 청년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였고 이내 국민 애창곡이 됐다. 오빠 생각이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수원문화도시포럼은 오빠 생각이 어린이 잡지에 실린 지 100년이 되는 내년 5월 ‘오빠 생각 노래비’ 제막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수원과 최순애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발굴될지도 기대된다. 실제 오빠 생각에는 방정환과 최순애의 남편이자 ‘고향의 봄’ 작사가인 아동문학가 이원수, 최순애가 그리워하던 오빠 최영주 등 다양한 인물이 연관됐다. 동요문화를 일으켜 어린이들에게 트로트 대신 동요를 돌려주자는 취지도 있다. 지난달엔 그림책도 출간됐다. 박상재 아동문학가와 김현정 그림작가는 동요 오빠 생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모티브로 한 동화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비단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오빠를 한없이 기다리는 순이와 단짝 홍이. 수원 화성과 광교산을 배경으로 한 두 소녀의 여정은 그림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잊혔던 역사가, 지역의 인물이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될 때 지역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지역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노래비 건립 추진과 책 출간 소식이 마침 반갑다. 최순애와 오빠 생각이 어떤 상상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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