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보다 피해가 큰 곳은 안성지역이다. 포도 비가림, 인삼 재배시설 등이 무너져 내렸다. 피해 면적만 316㏊로 총 재배 면적 1천126㏊의 28%에 달한다. 망가진 시설들을 철거하는 비용만 대략 146억원이다. 신규 설치에는 더 많은 579억원이 소요될 것 같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570여곳에 달한다. 전체 1천815곳 가운데 31%다. 긴급하게 복구하는 데만 2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시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복구대책지원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피해 시설 응급 복구 상황 관리, 이재민 구호 활동 등을 시작했다. 현장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지자체가 쓸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전환된다. 일반재난지역에 주는 공공요금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건강보험료, 전기통신요금, 가스요금 등 12가지 혜택이 추가된다. 안성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번 폭설 피해의 분포다. 수도권, 특히 경기남부지역 전체에 큰 피해를 남겼다. 용인시 남사읍 한 육계 사육 농장에서 닭 3만3천여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남사읍의 화훼농가에서는 수국과 국화를 재배하던 하우스 22개동(9천940㎡)이 무너져 내렸다. 추정 손실액이 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도심 지역이라고 할 수원의 유기농 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가 여러 곳 무너졌다. 도심 농촌 구분 없이 피해가 났고,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조속한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기대한다. 다만, 이 문제로 가려져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개별 피해다. 무너진 시설 더미에 화분 수만개가 깔렸다. 3, 4년을 키웠던 3만개는 이미 버렸다. 찬 공기에 노출된 나머지 화분도 장담 못한다. 수천마리의 닭을 키우던 시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 ‘1초 만에 병아리 3천마리를 잃었다’는 농민의 하소연이다. 당장 철거할 돈도 없고, 새로 세울 돈은 더 없다. 대출할 여건도 안 된다. 논밭에 나앉을 판이다. 특별재난지역에 목 매고 있지 마라. 어차피 재난 구호의 주체를 정하는 행정 절차일 뿐이다. 특별재난구역에는 많이 주고, 다른 지역에는 적게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너도나도 ‘살기 좋은 지역’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이런저런 복지를 만들어 삶의 질 경쟁을 한다. 하지만 그 중에 으뜸이어야 할 복지는 재난 복지다. ‘단 1초 만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농민을 따듯하게 보듬는 복지가 좋은 복지다. 정부 기다리지 말고 도와 시•군이 해야 한다.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해 예산안 심의이다. 정부는 지난 9월 677조4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심의 중이다. 새해 예산안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나라 살림은 물론 개개인의 가계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회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새해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회는 예산안 심의는 뒷전이고 연일 정쟁만 일삼고 있어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새해 예산안은 여야가 상호 토론과 협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관례인데, 지난달 29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1천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예결위에서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한 건 의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했으며 정부 예비비도 4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단독으로 예결위에서 처리한 새해 예산안을 예산안 법정 시한인 오늘 국회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하려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독주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지난 6개월간 탄핵안만 무려 11건이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은 오늘 발의해 4일 처리할 방침이다. 또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검사 2인에 대한 탄핵안은 오는 11일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초유한다. 이에 최 감사원장도 정치적 탄핵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전직 감사원장 5인도 민주당에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명으로 발표했다. 검사 탄핵에 대해서는 대검 등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폭주에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민주당의 행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당원 게시판 관련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져 내홍을 겪고 있다. 국정을 정부와 더불어 이끌어 가야 할 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하니 과연 민생을 제대로 챙기겠나.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전국이 폭설로 고통을 받는 등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가.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는 수정돼야 한다. 모양은 분명 붕어를 닮아서다. 아무튼 뭐니 뭐니 해도 붕어빵은 겨울철 서민들의 소중한 간식 중 하나다. 최근 붕어빵을 파는 장소를 알려 주는 온라인 지도가 MZ세대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인 ‘붕세권’ 지도가 그렇다. 어디를 가면 붕어빵을 살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귀에 쏙 들어오는 요긴한 정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한 온라인 중고물품 교환 사이트는 시즌 한정으로 2020년부터 운영해온 ‘겨울간식지도’ 서비스를 아예 ‘붕어빵 지도’로 초점을 맞춰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위치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하는 오픈 맵 서비스다. 앞서 종전에는 붕어빵을 비롯해 어묵, 호떡, 군고구마 등 겨울 간식가게 및 노점들도 등록됐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붕어빵 노점들만 모아 놓았다. 과거 겨울 간식 지도에 등록된 장소 가운데 대부분이 붕어빵인 점, 동네지도 및 동네 생활 탭에서 붕어빵 검색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 착안해 오로지 붕어빵으로 주제를 한정한 셈이다. 이번 붕어빵 지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겨울 간식 가게들은 동네지도 탭 내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이 직접 붕어빵 노점 위치 정보를 등록하거나 수정 또는 삭제할 수도 있다. 본인이 추가한 곳 외에도 이웃들이 등록한 붕어빵 판매 위치를 핀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영업시간과 가격대 등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아기자기한 후기도 올릴 수 있다. ‘팥을 많이 넣어 주셔서 좋아요’나 ‘슈크림 붕어빵이 맛있어요’ 등이 그런 댓글이다. 눈폭탄에 이어 찬 바람이 불어 온 지도 며칠 지났다. 이럴 때마다 붕어빵 노점이 반갑다. 붕어빵 노점이 보이지 않으면 어떨까. 그래서 어떤 곳으로 가면 살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이 온통 우울한 요즘에 따뜻한 소식이다.
“단결하면 강해지고 분열하면 무너진다.” 이 주장은 국가가 겪는 분열과 갈등의 본질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요약한 격언이다. 이 말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이념의 다양성과 상이한 의견을 존중하는 원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역사 속에서도 이 같은 교훈은 중요하게 다뤄졌으며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점점 더 분열이 심화되는 세밑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이 격언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념, 지역, 성별, 세대, 빈부 격차 등 여러 갈등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그로 인해 사회는 깊은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는 마치 모든 것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갈등의 간극은 더욱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라진 채 오직 ‘적’을 규정하는 사고 방식만이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극단’은 단순히 맹목적이거나 폭력적인 선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협을 거부하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불확실성에서 느끼는 두려움에서 비롯되며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분열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 논쟁이나 세대 간 대립은 바로 이러한 불안의 표출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념 대결이나 젠더 갈등은 서로의 이해를 넘어 상대를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불안은 또한 미디어와 정치적 선동에 의해 증폭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뉴스와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며 그 결과 다른 집단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도가 강화되며 갈등은 심화된다. 이러한 불안이 집단적 갈등으로 확대되면 대화는 단절되고 공격과 배제가 우선시되는 사회로 변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공공 장소나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극단적인 프레임을 통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공격적인 언어로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치적 갈등 또한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이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안보 의식 역시 문제를 심화시킨다. 극단적 갈등은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키고 안보 전략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 외부 위협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고 이는 결국 국가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은 매일의 현실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그것은 다른 나라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경계하고 스스로 절제하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중용을 잃어 버린 듯하다. 과시하고 증명해야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균형을 상실하면 갈등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사회적 균형이 깨지면 평화와 상생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진다. 지나친 자기 확신과 상대를 배척하는 태도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불안을 증폭시켜 악순환을 일으키며 극단적인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평화는 상대를 이해하고, 타협하며, 때로는 물러설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론화 과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해결하는 숙의 민주주의 모델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교육과 미디어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방식을 넘어 공감과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갈라진 사회가 하루아침에 상생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과 관점을 존중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평화는 단순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국가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5년 서울의 거리가 여전히 시위와 대립으로 계속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화합이 아닌 평화는 허망한 이상에 불과하다.
소나무 곁가지에 삿갓등 내어걸고 아치형 터널 따라 미리내 수많은 별 땀땀이 사람들 가슴에 수를 놓는 시화전 신풍루 문을 열면 화성행궁 달이 뜬다 청사초롱 불을 밝혀 밤길을 열어두면 바람도 가던 길 멈추고 적막 속에 잠긴다 어둠의 옷을 벗어 저편에 걸어 두면 고즈넉한 풍경 따라 시월의 밤 깊어 가고 마음은 고요의 바다 화성의 달이 뜬다 서기석 시인 ‘문예춘추’ 시 등단 ‘시조시학’ 시조 등단 ‘수원문학 젊은 작가상’ 수상 수원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작가들의 숨 회원 시조집 ‘희망머리’
공작선인장의 꽃말은 ‘정열’이다. 선인장 꽃은 개화 기간은 짧지만 화려한 것이 보통이다. 공작선인장 역시 꽃색이나 모양이 꽃말처럼 정열적이며 화려하다. 사진은 밝은 미색의 품종이다. 선인장과에 속하는 종은 수만 종이나 돼 선인장만큼 종류가 많은 식물도 드물다. 공작선인장은 줄기가 납작하고 편평하며 선명한 녹색으로 1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진한 홍색으로 선인장류 중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관상용으로 수백 종류의 품종이 있으며 꽃색도 매우 다양하다. 가정의 분화용으로 많이 쓰이며 식물원 온실에 심어 관상용 또는 교육용으로도 흔히 이용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다. 반가움에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내놓은 ‘최고의 골프레슨’이라는 제목의 테이프였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은 당시 골프 유망주였던 박세리 선수를 공식 후원하면서 삼성물산 내에 전담팀을 만들었다. 1997년에는 박 선수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유명 스윙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에게 스윙 레슨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듬해인 1998년 IMF 사태로 힘들었던 우리에게 ‘맨발 투혼’으로 얻어낸 박 선수의 US 여자 오픈 챔피언십 우승은 쉽게 잊지 못할 기억이다.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은 애국가 방송에 자료화면으로 쓰일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특히 박 선수의 까맣게 탄 종아리와 대비된 새하얀 발은 그간의 노력을 대변하는 듯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렇게 우리가 IMF를 극복하면서 훗날 ‘박세리 키즈’로 불리게 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나갈 무렵 삼성영상사업단이 한글로 출시한 데이비드 리드베터 비디오테이프를 접했다. 외국인 지도자가 생소하던 시절, 당시 삼성 임원에게 부탁해 어렵게 입수한 레슨 테이프를 여러 번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 코치의 설명과 상세한 지도 방식이 담긴 영상은 왠지 과학적이면서 첨단 기술을 담고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2025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는 과학화, 첨단화 과정을 거쳤다. 최첨단 기술의 도입과 잘 갖춰진 경기장을 비롯해 첨단 스포츠용품, 영상장비의 발전 등 그 흔적들은 이제 일상이 됐다. ‘스포츠 과학’은 체육 현장에 존재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예견한다. 스포츠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포츠 수행 능력 향상으로 인체 기능 개선, 심신의 건강 증진, 운동의 효율성 증가를 의미한다. 이미 올림픽, 월드컵 등 많은 스포츠 이벤트는 첨단 스포츠 과학의 향연으로 발전했으며 일반인이 즐기는 생활스포츠 현장 또한 스포츠와 과학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정부는 스포츠 참여, 경쟁력 확대와 세계 7대 스포츠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스포츠산업 규모를 105조원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신체활동 기준에 맞는 ‘운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체력인증센터를 2028년까지 126곳으로 확대하는 등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선다. 특히 정부는 국민체력100센터를 중심으로 건강진단-운동처방-운동참여를 연계한 맞춤형 체력 관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골프레슨 비디오 영상이 과학적으로 여겨지던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를 토대로 운동처방을 받아 나에게 맞는 운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스포츠 과학이 빚어낸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막연한 장수(長壽)가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꿈꾸고 있는 우리에게 스포츠 과학은 100세 시대를 가능케 한 ‘숨은 조력자’가 아닐까.
무릇 격언은 쉬운데 심오하다. 오랫동안 벼린 촌철살인의 묘수를 담아온 품이다. 처세든 철학이든 삶의 지혜를 농축해온 말의 힘이다. ‘닭이 방귀를 뀌면’은 그런 격언 중에도 아프리카에 전해 오는 격언의 앞 구절이다. 그 뒤를 어떻게 받을지, 무슨 수수께끼처럼 상상력을 촉발하는 표현이다. 웃음까지 물리는 뒤 구절은 ‘땅이 불편하다’, 의외의 표현에 정신이 확 깬다. 독자에게도 예상을 뛰어넘는 조금은 웃기고 놀라운 문장일까. 그런데 볼수록 오묘한 시적 표현처럼 생각을 부르는 말이다. ‘닭이 방귀를 뀌면 땅이 불편하다’, 얼핏 보면 당연하지 싶다. 어떤 존재의 방귀를 편히 받는 상대는 없을 테니 말이다. 소의 방귀가 지구 환경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수없이 보고 듣지 않았던가. 그런데 ‘닭의 방귀’라니, 그런 소리나 표현은 본 기억이 없다. 아프리카니까 가능한 말이라며 되짚어 보니 두루 통하는 보편적인 내용의 비유다. 방귀처럼 사소한 일이나 행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계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격언은 꽤 있건만 생소한 표현에 끌려 눈에 들더니 여운도 길게 만든다. 지금 이곳의 도처에 들끓는 불편한 세상사를 일깨워 ‘땅이 불편하다’는 말에 더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먼 아프리카의 격언을 다소 에두르는 에누리 변 같긴 하지만. 그런 갸웃거림을 무릅쓰고 보면 닭의 비유 중에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의 파장이 컸다. 최근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차별적 속담도 ‘흥한다’로 뒤집는 시대적 변용이 흔히 쓰인다. 이런 격언이나 속담의 전복적 활용은 그동안 앞서 나간 걸음의 영향을 넓히는 경우다. 앞의 아프리카 격언과는 다소 다른 예지만 닭에 담아온 비유 중에서도 홰치는 소리가 큰 영향력의 확장이겠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닭처럼 애꿎은 짐승을 빌려 자신이 원하는 뜻을 전했다고, 새삼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더욱이 일생 먹거리로 사육당하다 몸 바치고 가는 닭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인간중심주의가 아닐까. 다시 ‘땅이 불편하다’는 말을 새겨보면 불편한 땅은 아프리카를 넘어 지구 전체에 해당되지 싶다. 우리를 먹고살게 해주는 땅을 전보다 더 많이 착취하고 학대해 더더욱 황폐하게 만드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조금 낡은 듯싶은 격언 ‘닭이 방귀를 끼면 땅이 불편하다’는 말에서 전 지구적 땅의 불편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땅이 지금은 무수한 생명을 길러낸 후의 잠시 휴식에 들어갈 때다. 닭의 방귀가 아니라도 진기 다 빼앗겨 불편한 몸을 뒤척이며 봄이 오면 새로이 움트는 것들 키워낼 힘을 조용히 길러갈 것이다. 우리도 한 해의 소출을 돌아보는 마지막 달이다. 새해의 다짐들은 그럭저럭 이뤘는지, 아니면 바람처럼 어느새 새나가고 말아 자신의 삶에도 미안하고 불편하진 않은지. 또 의도치 않았는데 방귀처럼 발설해 버린 말로 주위 누군가에게 심각한 불편을 끼친 일은 없는지. 애초엔 사소했으나 점점 커지는 꼬리로 몸통 흔드는 말의 태풍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하긴 말이 곧 생각이고 인격이니 당연한 귀결이겠다. 그래서 또 챙겨둔다. 어떤 불편이든 덜 만들며 가보자고.
27일 오후 수원시 태장면고개가 마비됐다. 양방향 차량이 멈추다시피 했다. 일부 시민들은 차에서 내려 상황을 지켜봤다. 퇴근길 내내 계속된 상황이다. 28일 오전 북수원 야구장 사거리는 더 심했다. 차량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했다. 사거리를 통과하는 데 30분 걸렸다. 버스 승객들이 차에서 내려 걸었다. 수원시를 관통하는 1번 국도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차량을 포기했다. 걷거나 뛰는 시민들 입에서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소나무 등 조경수들도 시내 곳곳에서 부러져 나갔다. 수원시 조원동 한일타운 단지의 피해가 컸다. 도로를 따라 식재된 수목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 특히 30년생 이상의 소나무가 눈 무게에 부러졌다. 일부 잔해는 인도까지 걸쳐 행인을 위협했다. 대책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28일 오전에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피해 상황을 체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책은 내지 못했다. 27일부터 나무에 쌓였던 눈을 처리했어야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비상 대처에 나섰다. 관계자 회의를 열고 총력전을 지시했다. 28일 오전 7시 시청·구청·사업소 직원 1천500여명이 44개 동(동별 30~40명), 버스정류장, 전철 역사 주변 등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3시간여 동안 제설 작업을 했다. 오후에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공직자가 현장에 투입됐다. 통장 등 각 동 단체원들, 환경관리원과 함께 44개 동 골목길, 이면도로 등에서 제설 작업을 벌였다. 눈과의 전쟁을 벌인 하루였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달랐다. “제설 차량을 보지도 못했다”거나 “눈을 치우는 모습은 없었다”는 원성이 이어졌다. 대중교통도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28일 오전 출근길 수원시내 버스는 운행을 포기한 듯 보였다. 30분 이상 1시간 넘게 연착되는 버스가 허다했다. 버스정보시스템(BIS)에는 ‘차고지 대기’ 안내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구체적인 지연 정보를 원했지만 안내는 ‘기상 악화로 버스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양해 바란다’는 문구만 반복했다. 수도권 전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수원시를 지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원시의 폭설 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폭설 때도 지역이 마비됐다. 2021년 1월 폭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수원시의 총력전은 전개됐지만 도심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폭설에 따른 도심 마비가 이제 수원시의 연례 행사처럼 자리했다. 이쯤 되면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수원지역 폭설 피해에 대한 근본적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공무원들의 대처는 효과도 없고 신뢰도 없다.